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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소중한, 소꿉친구
작가 : 도톨
작품등록일 : 2019.11.1

우리집 옆에는 동갑지기 소꿉친구가 산다.
티격태격하긴해도, 날 위해주려 노력하는모습이 슬며시 드러나니,미워하려해도 미워할수 없는 녀석이다.
그런데 예전에 비해 나에게 선을 긋는듯한 느낌이 든다.
언젠가는 이유를 꼭 말해줘. 우리 친구잖아.

엉뚱발랄한 소녀 로해다와 티격태격 소꿉친구 허민우.
유쾌하고 따뜻하지만, 때론 씁쓸한.. 소중한 러브코미디. (shgprud62@naver.com)

 
#82. 자연스러운 것들의 소중함
작성일 : 20-03-26 19:00     조회 : 42     추천 : 0     분량 : 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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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 자연스러운 것들의 소중함.

 

 

 

  일반 휴지도 아닌, 세 겹의 휴지가 엠보싱을 유지하며 복도에 널브러져 있다. 지나치게 많은 양 덕분인지, 서로 엉키다 못해 싸우고 있는 흰색 뱀들이 안쓰럽기 까지 하다. 녀석이 온 힘다해 휴지를 말아왔다는 것 까진 잘 알겠는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행동을 한 건지에 대한 부분은.. 하나도 예측할 수 있는게 없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이 자식은..’

 

  잠시 멍하니 휴지를 보고 있었는데, 뭐하고 있는거냐며 앞머리에서 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눈동자를 움직임의 방향으로 돌리니, 매끈한 물방울이 눈 앞에서 천천히 공기를 가르고 있는게 보였다. 한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던 물방울이 바닥에 닿더니 휴지를 통해 지역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물이 퍼지는 자국을 인지한 순간, 잊고 있었던 물의 무게가 느껴졌고, 중력에 휩쓸린 머리카락의 무게가 점점 숫자를 높여갔다.

 

  직접적인 나의 현 상황을 다시금 파악한 뒤, 멋대로 피어오르려 했던 쥐똥만큼의 고마움에 세차게 물을 끼얹었다.

 

  ‘나 녀석아, 너 바보냐? 지금 꼴을 봐. 고맙긴 커녕 화를 내야 될 판이구만.’

 

  내 몰골을 보니 아무리봐도 고맙다는 말 까진 못할 것 같다.

  그렇다고.. 실수라고 언급하면서 미안함을 대신해 화장지를 이렇게나 열심히 말아서 가져온 녀석에게 욕하기도..

 

  ‘..는 개뿔. 착한 척 더 이상 못하겠다.’

 

  득 될게 없었기에 그냥 있으려 했지만, 녀석을 고맙다고 생각하기엔.. 내 성격이 좀 전에 일어났던 녀석의 행적들을 그냥 넘어가 주질 않았다. 이미 구겨져 버린 얼굴과 터져나온 불만을 물 흐르듯 그냥 내버려두기로 결정했다. 마음을 편하게 먹자마자 곧바로 온몸에서 짜증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뭣이?! 시…실수우우?!!”

 

  방금의 상황을 실수라고 정의하는 녀석도 정말 못되먹을 대로 못되먹었다. 미안하다고 말해도 안 풀릴 지나침이었는데, 겨우 휴지 속에 숨은 실수 한 글자로 내가 넘어갈 줄 알았단 말인가. 자기가 이런 일 당하면 욕이란 쌍욕은 다 할 거면서 당연하게 이런 짓하는 녀석의 태도가 매우 불편하고 화난다!

 

  “이딴거? 어쩌라고!!”

 

  내 눈빛에 의해 휴지 끝에 불이 붙을 것 같다.

  하지만, 난 내 증오심의 고개를 숙일 생각이 전혀 없다.

 

  “걸레물 넘어트리고 실수라고 휴지 가져다 놓으면 다냐?! 이미 내가 피해를 입었는데?!”

  “너도 이 건더기 둥둥 물 한 번 얼굴에 맞아보던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녀석이 나와 똑같은 경험을 겪지 않는 이상, 난 녀석이 하는 모든 말을 인정해 줄 생각이 없다.

 

  “결과적으로 니가 잘 못한 건 사실이잖아!!”

  “내가 이 모양인데!!”

 

  그렇다.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난 그렇게까지 착한 사람이 아니다. 아니 잠깐만, 이런 상황을 겪었는데 고개 끄덕여주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지극히 정상인인 나는, 내 기분을 망친 녀석에게 후한 마음씨를 보여줄 생각이 없다. 하나 짜증나니, 녀석이 가져다 놓은 이 휴지들도 딱히 좋게 보이지 않는다. 수건을 가져다주던가, 휴지가 뭐란 말인가.

 

  “구정물 덮어 쓰게 해 놓고 휴지를 줘?”

  “이건 뭔 생각없는 자원 낭비야! 내 속에서 고슴도치 너 이미 나쁜녀석이니까 이딴 걸로 이미지 세탁할 생각하지말라고!”

 

  나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나쁘던지.. 이런 애매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뭘까. 설마 날 두 배로 기분나쁘게 만들려고 동정이라도 하는건가?

 

  ‘..윽.’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두 배로 기분이 나빠졌다.

 

  “자기 입으로 아까 하나만 고르라고 성질 내놓고, 스스로의 모습이나 잘 챙기지 어이가 없네!”

 

  공간 속에 없는 녀석을 바라보며 좀 전에 녀석이 말했던 내용을 비꼬아 따라했다. 삐죽 튀어나온 입. 스스로의 모습이 멋있는 줄 아는 건지, 잔뜩 찌푸린 인상. 아주 모든 불편함의 집합체다!

 

  “엿 먹이던지 피해자코스프레를 하던지 하.놔.만. 훼?!”

 

  내가 따라했지만 참 짜증나는 말이다. 그냥 넘어갔으면 그러려니 했을텐데, 저렇게 진지하게 말해 놓고 기분 나쁜 언행불일치를 보여줬다는게 화딱지가 난다. 역정이 차올라 주변의 휴지따위 신경조차 안 쓰겠다 다짐한 뒤, 고개를 휙하고 반대로 돌렸다.

 

  그렇다고 계속 복도에 물방울을 떨어트릴 순 없었기에, 물기를 닦기 위해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 휴지를 찾아보았으나..

 

  “..뭐야, 왜 없어?”

 

  첫 번째 칸도.. 두 번째 칸도.. 세..세번째 칸도..

  그 어느 칸에도 휴지가 존재하질 않았다.

 

  내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똑똑 소리를 내며 머리 끝을 통해 하강하고 있는 눈치없는 물방울 들. 방법이 없다는 걸 파악한 눈동자가 중심을 잃은 채 부들거리며 당황을 머금기 시작한다. 이 물방울 범벅을 닦아낼 수 있는건 복도를 길막하고 있는 하얀 엠보싱 휴지 뱀 뿐.

 

  “….”

 

  본능에 굴복한 내 시선이 실눈을 이용해 흰색의 상대를 힐끔 바라보고 있다. 아까 그렇게나 폭언을 했음에도, 흰색 친구에게선 조그만 반항의 기척조차 보이지 않았다. 공중에 헛기침을 한번 한 뒤 복도의 왼쪽과 오른쪽을 두리번대며 탐색전을 펼쳤다. 아무도 없다는 바람소리가 내 귀에 닿아왔고.. 이때다 싶어, 입으로 휘파람을 불며 왼손과 오른손을 이용해 내 것 인 마냥 휴지를 돌돌 말았다.

 

 

  “에.. 엣헴..”

 

  그래, 아무리봐도 휴지에 사용된 나무가 너무 불쌍하다.

  녀석과 내 상황일 뿐인데, 나무가 낭비되어야할 이유는 전혀 없다.

 

  많이 남지 않은 점심시간. 이를 활용해 돌돌 만 휴지를 수건으로 사용한 뒤, 자연바람으로 최대한 머리를 말린 다음 몇 분을 남기고 반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거의 다 온 목적지. 빠른 속도로 걸었던 것이 효과가 있었던 건지, 생각보다 빨리 교실 앞에 도착했다.

 

  ..허나, 뭘까.

  문 앞에 가까워진 내 걸음이 아까만 해도 빨랐던 속도를 급격하게 줄이기 시작했다.

 

  느린 템포로 숨쉬기를 반복하는 내 이산화탄소가, 교실 문 유리에 뿌연 김을 붙이고 있다. 뭔가.. 이 문을 열고 싶지 않았다. 문을 연 다음의 내 모습에게 어떤 손가락들이 찾아올지 알 수 없어 그런지, 생각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 여러 아이들의 입술이 근거없는 독기를 품고 내 정신과 피부를 녹아내리도록 만들지는 않을까.

 

  녀석과의 헤프닝부터 시작해.. 교무실까지..

  반에 녹아있는 공기 중에.. 내 이름 석자가 안 섞여 있을리 없겠지.

 

  무리에 못 끼는건 그랬다 쳐도, 근거없는 소문과 잣대에 섞여있고 싶진 않다.

  ..소문은 너무나도 쉽게 변질 되니까.

 

  ‘..뭘 무서워하고 있어. 아이들의 마음대로 섞인 생각때문에 내 출석을 망가트릴 순 없잖아.’

 

  그래, 분위기든 뭐든 애매한 성적을 가지고 있는 나로선.. 확실히 지킬 수 있는 성실척도라곤 출석뿐이다. 현실적인 생각을 불러와 어떻게든 두려움을 이겨낸 뒤, 중력 2배가 적용된 내 손을 천천히 문 여는 손잡이로 이동했다.

 

  “에라, 몰라!!”

 

  시끄럽고도 북적한 웅성거림. 활짝 열린 교실 문 다음으로 걸어간 공간은 교실 안. 나보다 먼저 갔음에도, 어째선지 내 옆의 공간은 바람 흩날리는 공석이다. 드넓은 칠판 위에는 ‘학급 임원들 선생님이 교무실로 오래’ 라는 글씨가 크게 적혀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돌려 내 자리로 이동하고자 했는데..

  잘 생각해보니, 세희도 허스키도 전부 임원이다!

 

  “..아.”

 

  처음 보는 교실도 아닌데.. 녀석과 세희가 없다는 걸 인지하자마자, 왠지 모르게 교실이 상당히 어색했다.

 

  친구가 있는 반과 없는 반은.. 은근히 차이가 크다.

  첫 번째는, 반 안에서의 허용된 자리가 내 자리 이외에 없다는 것.

 

  수 많은 책상들 중, 생각없이 머무를 수 있는 편한 공간은 내 자리와 친구의 자리 뿐. 반에서 내자리와 친구자리를 뺀 만큼 다가오는 외로움을.. 고정적인 편안함이 조금씩 덜어내준다.

 

  두 번째는, 무게가 달라진다는 것.

  시선의 무게.. 말의 무게.. 모든 것들에는 무게가 포함되어 있다.

 

  제대로 의지할 사람이 없는 공간에 서있으면, 친구와 나눠가지다보니 자연스레 잊어버렸던 보이지 않는 무게들이.. 전부 모이다 못해 나의 무게로 돌아온다. 내가 겪었던 힘든 상황들의 무게도.. 시선의 무게도.. 말의 무게도.. 신경 쓸 수 밖에 없게 된다. 여러가지가 담긴 무거운 봉투의 손잡이를.. 웃으면서 한 쪽씩 나눠들 수 있는 조력자가 없기 때문에.

 

  세 번째는, 모든 것이 열리게 된다는 것.

  같이 있을때 열리지 않았던 깊숙한 주변 말소리들도.. 보이지 않았던 시선들도.. 전부 잘 느껴진다.

 

  ..예를 들어, 지금 상황이 그렇다.

  자의지로 열었던 눈과는 다르게, 타의지로 귀가 열린다.

 

  타이밍 맞게 반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 가운데 내가 섞여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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