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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소중한, 소꿉친구
작가 : 도톨
작품등록일 : 2019.11.1

우리집 옆에는 동갑지기 소꿉친구가 산다.
티격태격하긴해도, 날 위해주려 노력하는모습이 슬며시 드러나니,미워하려해도 미워할수 없는 녀석이다.
그런데 예전에 비해 나에게 선을 긋는듯한 느낌이 든다.
언젠가는 이유를 꼭 말해줘. 우리 친구잖아.

엉뚱발랄한 소녀 로해다와 티격태격 소꿉친구 허민우.
유쾌하고 따뜻하지만, 때론 씁쓸한.. 소중한 러브코미디. (shgprud62@naver.com)

 
#75. 바보냐 (1)
작성일 : 20-03-10 21:55     조회 : 77     추천 : 0     분량 : 5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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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 바보냐 (1)

 

 

 

  분명 조그맣게 속삭였는데, 우리 대화의 일부분을 들으셨는지 선생님께서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그림자를 뻗으셨다.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어 멍하니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림자의 주인인 선생님의 팔이 내 쪽 방향이 아닌 고슴도치 쪽으로 움직이더니 갑자기 녀석의 머리를 콩하고 한 대 때렸다.

 

  “..윽! 아C!”

 

  꽤나 힘 실린 꿀밤이었는지, 고슴도치의 표정이 중간 틈 없이 아픔을 머금은 채 바로 구겨졌다. 갑작스런 딱콩에, 살짝 놀란 내 시선이 멍하니 선생님을 향해 눈동자를 움직였다. 뭔지 몰라도, 마주한 표정엔 거부할 수 없는 진지함이 잔뜩 드리워져있었다. 선생님의 분위기에 압도된 내 입술이 섣부르게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 한다.

 

  “너, 계속 그런식으로 하면 정말 힘들어진다.”

 

  확신어린 음색. 선생님의 목소리에 살짝 높아진 온도가 섞여있다.

 

  “전학생한테 무슨 말을 했길래 이런 이상한 소리를 하게 만드는거니?”

 

  아니, 아무리봐도 이건 아넌 것 같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게 뭔가 많이.. 이상하다.

 

  ‘분명 내가 했다고 다 말씀드렸는데도.. 왜 자꾸 녀석만 추궁하는거지?’

 

  점점 높아지는 온도가 선생님의 말투에 보글보글 비틀림을 섞는다. 초반의 의심과는 느낌자체가 다르다. 보고 있는 나에게도 선생님의 확신이 느껴질 정도니까.. 뭐, 그래. 솔직히 내가 선생님이었어도 전의 상황을 보고 오해를 할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선생님께선.. 내 말과 녀석의 말 자체를 들어주려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언뜻 나쁘게 보면, 꼭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듯 한 느낌이 든다.

 

  녀석을 나무라던 선생님의 진지한 표정이, 어느새 얼굴을 바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돌아온다. 그 변화가 지나치게 강해, 시각적 적응에 시간이 걸렸다.

 

  “해다야, 거짓말 할 정도로 이 녀석이 협박할까봐 두려운거면..”

 

  대체 뭐지. 그게 아니다.

  저렇게까지 설명했는데 왜 믿어주시질 않는걸까. 선생님께선 혹시 그냥 녀석이 전부 나쁘다고 생각하고 싶으신 건 아닐까. 아니라고 다시금 말하려다..

 

  “그게 아니…”

 

  문득, 이상한 느낌 하나를 발견해 버렸다.

  계속 귀에 들리는 단어 몇 개. 보복.. 그리고 협박..

 

  선생님께선 마치 모든 잘못의 원인이 녀석인 것 처럼 얘기하신다. 물론 녀석이 여태 잘 못해온게 있다보니 그럴 수도 있지만.. 아무리봐도 녀석에게로 무조건 화살을 겨누는 건 잘못된 일 같다. 내 행동에 이해안되는 부분이 없잖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짜피 악연인 사람인데 잘 됐다 하고 넘어가도 되는거 아닌가 싶을 수 있겠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나에게까지 닿아오는 눈 초리.. 어느새 바뀌어버린 숨막히는 공기.. 심지어, 평소 고집이 그렇게나 많던 고슴도치가 지금은 제대로 된 반박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의아한 풍경을 그냥 넘어가기엔 내 의문점이 너무 강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처음 들렸던 약한 반박 이외에, 포기했다는 듯 입술조차 들썩이지 않는 녀석의 모습. 아까 반에서도.. 자기가 날 넘어트렸던게 아니면서 자기가 한 듯이 행동한건 대체 뭐였을까. 자연스레 움직인 내 시선이 녀석을 품는다.

 

  ‘..아.’

 

  멍한 시선은 이내 한 가지를 포착하고 다른 감정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부들거리는 녀석의 손. 온 힘 다해 꽉 쥔 녀석의 주먹에서 핏기없는 보라색이 배어나온다. 조금만 더 압박하면 피부 사이에서 피가 나올 것 같다. 바깥으로 섞이지 않은 녀석의 읊조림이 눈에 박혔다.

 

  “SI발..”

 

  ..저런 느낌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겉이 욕 포장지임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말은 욕이 아니었다.

 

  ‘..저건.’

 

  잘 알고 있는 말투의 은어.

  ..포기의 단어다.

 

  어느새 자욱하게 깔린 안개 가득한 배경에, 머뭇거리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짝 둘러보았다. 여러 눈동자들을 마주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주변선생님들의 시선에 전부 고슴도치가 섞여있었다. 말을 들려주지 않아도 모두의 생각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각자의 눈빛에 마음 속 생각이 전부 드러나 있었으니까.

 

  ..검은 그림자들이 더욱 검어지더니 눈동자 형태만을 남긴 채 암흑으로 물든다. 한 눈동자엔 녀석에 대한 웅성거림이 숨어있고, 앞의 눈동자에는 녀석에 대한 의심이.. 그리고 옆 눈동자는 한 숨 속에 녀석을 드러낸다. 모든 곳에 녀석이 섞여있었다.

 

  아니, 그물에 잡혀있는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검은 배경 속, 각자의 눈이 모여 커다란 눈을 만들어낸다. 그 눈은 자신의 형태를 숨긴 채 녀석만을 주시하고 있다.

 

  시선을 이용한 마비가 이어지더니, 멈춘 녀석의 입을 어느새 꿰매버리기 시작한다. 기회를 노리던 커다란 눈이 이때를 놓치지 않고 날카롭다 못 해 뾰족한 이빨을 드러낸다. 준비운동으로 혓바닥을 이용해 자신의 입술을 한 번 훑더니 녀석을 삼키려고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내 생각에 찾아온 말은 하나 뿐이었다.

 

  ‘..이건 아니야.’

 

  상대를 다치게 할 수 있는 건 가시 박힌 말 만이 아니다. 하나의 몸이 버텨낼 수 있는 시선의 무게는 적당한 양의 기대치 뿐. 그 이상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면, 움직일 수 있었던 입술 조차 멈추어버리고 만다.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러개의 눈들이 한 번에 자신을 바라보면.. 그것도 부정적인 마음을 담아 바라본다면.. 자신도 모르게 굳어버리고 만다. 바로 옆 사람 처럼.

 

  꽉 쥠을 반복하던 녀석의 주먹이 풀려버리고 만다. 힘없이 늘어진 녀석의 손가락. 치아로 눌려있던 자신의 입술을 천천히 내뱉는 힘의 이완.

 

  보이지 않는 검은 손들이 녀석의 등을 떠밀고 있다.

 

  [잘못했다고 해.]

 

  [교무실이 시끄러운게 싫어.]

 

  녀석에게 다가온 바람이, 내 피부에 한기를 남기고 있다.

  ..이 정도로 눈에 띄는 풍경이 내 앞에서 울부짖고 있다.

 

  ‘..윽.’

 

  사실 좀 두렵다. 화살이 몰리는 기분을.. 간접적으로 알고 있었으니까. 잘못 된 상황이란 걸 알면서도 저 태풍 안으로 쉽게 발을 내딛을 수 없었다. 약한 마음들이 스스로에게 다가올 상황을 미리 눈 앞에 띄워준다.

 

  ‘..그러고보니, 내가 추가 되면 난 어떻게 되는거지?’

 

  숨겨져있던 이기적인 생각들이 다시금 새어나온다.

  대체 뭐하고 있는걸까. 그때와 같이, 후회할 수 밖에 없는 생각으로 마무리 짓게 되는 걸까.

 

  단호한 선생님의 표정이, 딱딱한 말투와 함께 고슴도치가 해야할 행동을 언급한다.

 

  “당장 해다에게 미안하다고 하렴.”

 

  뭐라고 마음이 답답하다. 숨이 턱 막혀오는 찰랑임 사이로, 전부 포기했다는 듯 힘이 잔뜩 빠진 녀석의 말이 들려온다.

 

  “..seeBal.. 그래, 내가 미..”

 

  안돼.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분함이 찾아왔다.

 

  탁-

 

  갑작스런 행동으로 인해, 녀석의 표정에 당황스러움이 보여졌다. 그렇다고 고슴도치의 입을 막은 내 오른손이 아직까진 후회스럽지 않았다. 반사적으로 발버둥치는 녀석의 목소리에 나쁜 말들이 섞인다.

 

  “야, 조..족발 안 치..워?! X..”

 

  녀석의 말을 끝까지 들어 줄 여유를 가지고 있지 않다.

  들려온 말을 가뿐히 무시한 뒤, 녀석을 틀어막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읍!!”

 

  발버둥치는 녀석의 반항을, 지금의 정신력으로 이겨냈다.

 

  ..이 검은 벽을 내버려두고 싶지 않다.

  그 감정이, 닫혀있는 검은 유리를 깨부수고자 나를 한 걸음 나아가도록 만들었다.

 

  먼저 불편함과 분노가 섞인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아까 포기를 머금었던 고슴도치에게 정신 차리라는 단호한 문장 하나를 던졌다.

 

  “너, 바보냐?”

 

  이유는 모르겠지만, 넘쳐흐르는 화를 조절할 수 없었다.

  대체 왜 이녀석이 이런 취급을 받아야하는 걸까. 혹시 여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원치 않게 자신을 내려놓진 않았을까?

 

  새어나와버린 불편함은, 머뭇거리던 내 모습에 큰 추진력을 불어 넣어주었다. 화난 듯 한 쪽으로 기울어진 눈썹이 선생님을 마주 본 채 한 걸음 앞으로 걸어나간다.

 

  "선생님, 죄송한데 왜 이녀석이 무조건 다 잘못했다고 몰아가시는거에요?"

  "얘 잘못 안 했어요. 제가 했다니까요. 제대로 들은거 맞으시죠?"

 

  쩌렁쩌렁 울리는 내 목소리. 교무실 끝까지 닿았을때 즈음, 주변 선생님들의 표정에 당황바이러스가 퍼져있었다. 아까만 해도 녀석을 향해 화살을 겨누고 있던 눈동자가, 고개 숙여 빠르게 키보드를 누르고 있다. 두어번 나눠 울리는 기침소리에도 움찔거림이 묻어있었다.

 

  멈칫한 표정의 선생님께서,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나를 향해 진정하라는 제스쳐를 취하셨다.

 

  "음.. 해다가 왜 이렇게 흥분하는건지 선생님은 잘 모르겠지만.."

  "워낙 문제가 많은 녀석이다보니, 전학생을 먼저 걱정해준거였단다."

 

  ..아니, 아니다.

  조건적용이 아닌, 무조건 적용.

 

  "그럼 저 말고 다른애가 와서 얘한테 맞았어요 라고 근거없이 온다면, 그 애 말 말고 얘 말을 들어주긴 하실 건가요?"

 

  따지지 않았다. 그냥 상황을 읊었을 뿐이다.

  그 뿐인데, 선생님의 표정이 멍하니 멈춰져있었다.

 

  "..."

 

  "아니, 무조건 얘한테 화살을 돌리시면 간접적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과 다름 없잖아요."

  "그냥 네가 잘 못했다고 해."

  "옆에 있는 저까지 느낄 정도여서 말씀드리는거에요."

 

  ..상황언급을 하자마자 아까의 분위기가 생각났다.

 

  검은 공간 속, 고슴도치만을 주시하는 여러개의 눈 들.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을 드러내는 뾰족하고도 날카로운 치아.

 

  녀석의 맘을 전부 이해한다고 말할 순 없었지만, 내가 녀석이었다면 마음이 요동치다 못해 외로움까지 느껴졌을 것 같다. 강제로 검은 방에 떨어진 한 사람. 그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는 여러 색깔의 눈 들. 어느새 벽지를 뒤 덮어 버린 눈이 시선을 하나로 모은다. 들키지 않을 줄 알았던 속 내를 숨기고.

 

  '그럼 이 녀석은 누가..'

  '..누가 믿어주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의도치 않게 살짝 울컥해버리고 말았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속, 외딴섬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조금은 알고 있으니까.

 

  그 사이 녀석의 정지가 풀렸고, 나를 말리려는 듯 한 녀석의 그림자가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야, 너.."

 

  녀석의 중재가 닿기 전, 스스로도 모르게 고여버린 조그만 물 방울이 눈썹에서 흔들거리고 있다.

 

  "..아."

 

  내 눈에 찾아온 방울을 발견했는지, 고슴도치가 한 발짝 다가오려던 표정을 멈칫함 속 미묘함으로 누그러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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