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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소중한, 소꿉친구
작가 : 도톨
작품등록일 : 2019.11.1

우리집 옆에는 동갑지기 소꿉친구가 산다.
티격태격하긴해도, 날 위해주려 노력하는모습이 슬며시 드러나니,미워하려해도 미워할수 없는 녀석이다.
그런데 예전에 비해 나에게 선을 긋는듯한 느낌이 든다.
언젠가는 이유를 꼭 말해줘. 우리 친구잖아.

엉뚱발랄한 소녀 로해다와 티격태격 소꿉친구 허민우.
유쾌하고 따뜻하지만, 때론 씁쓸한.. 소중한 러브코미디. (shgprud62@naver.com)

 
#78. 뭘 원하는지 말해
작성일 : 20-03-18 16:37     조회 : 48     추천 : 0     분량 : 7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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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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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 뭘 원하는지 말해.

 

 

 

  스파크를 내뿜는 머리의 회로가 뇌의 명령에 불복종하기 시작한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말들이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더듬거리기를 반복했다. 말 안하냐고 노려보는 녀석의 눈빛에, 나도 모르게 중심을 잃은 채 당황을 머금고 말았다.

 

  “초록친구가.. 그러니까.. 빨간잔디가 바스락..”

 

  어떻게든 목소리를 드러냈으나, 방금의 상황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엔 어려움이 뒤따랐다. 퀴즈가 아니다보니 타임 찬스를 쓸수도 없는 노릇. 문득 버벅이는 말보단 행동으로 표현하는게 더 나을 수 있겠다 싶어, 전구를 머리위에 띄운 뒤 재빨리 녀석에게 손 날갯짓을 시작했다.

 

  “윙~ 윙!”

 

  효과음을 얹어주면 더 좋겠다 싶어, 펄럭이는 손 짓과 함께 의성어도 추가해 주었다. 이렇게까지 친절한 설명을 했음에도, 녀석의 표정엔 이해라는 단어 자체가 1g도 존재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래도 ‘조금은 알아챘을거야’ 라고 자신을 다독인 뒤 녀석의 답이 들려오길 기다렸다.

 

  “..뭐 때문이냐고.”

 

  마음과 반대의 말을 하는거겠지 싶어, 들려오는 말에서 관심을 떼어낸 뒤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 생각과 달리, 진지함을 잔뜩 머금은 표정엔 거짓이라곤 존재하지 않았다.

 

  ‘..음, 정말 못 알아듣는거 였네.’

 

  대체 어떤 방법으로 설명해야 녀석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을까.. 데굴데굴 머릿속 자신을 한 바퀴 돌리다, 정신 유지 동선을 이탈하고 말았다.

 

  ‘으헑쉙헑궑앍몱랋!!’

 

  녀석의 성격을 인지하고 있었던 경계기관이 무너져 버렸고, 동시에 ‘에라 모르겠다’ 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이판사판으로 나가야겠다 마음먹은 몸이, 이해작전을 포기하고 ‘순두부’로 작전명을 변경했다. 대기하고 있던 예비전력이 때 맞춰 내 움직임에 힘을 실어준다.

 

  부드럽고 유하게 다가가는 나의 솜사탕같은 손이, 예고없는 전진을 시작한다. 이 쪽을 선택해도 저 쪽을 선택해도 비슷한 답이 나온다면, 둘 다 해보는게 인지상정. 제일 먼저 고정관념을 깨부수기 위해 녀석과 나 사이의 분위기라는 전제조건을 내 힘으로 깨부쉈다.

 

  기존의 고슴도치와 내가 얼큰함이었다면..

  ..지금 당장 순한맛으로 바꿔서 빠져나갈 틈을 꾀하는 거다.

 

  전진하는 손의 방향을 틀어, 침을 한 번 꿀꺽 삼킨 다음 녀석의 붉은 잔디에 도착점 깃발을 꽂았다. 그.. 장면에 어울리는 양념도 추가한 채로.

 

  “아주 칭찬해~”

  “아주 예뻐~ 고와~”

 

  예민함이라는 팻말을 쥐고 있는 삐죽머리들을 살짝 쓰다듬은 뒤, 빨강으로 한 껏 멋을 부린.. 앙칼진 고슴도치의 두피까지 부드럽게 다독여주었다. 갑자기 찾아온 쓰다듬음이 어색했는지, 녀석이 찡그림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하?”

 

  천천히 감정을 변화시키는 녀석의 표정이 어이없다는 숨소리를 흘린다. 그에 굴복하지 않고, 미소를 유지한 채로 마음 속 생각을 녀석의 두피 속에 흘려보냈다.

 

  ‘그래.. 내가 널 이 좌표로 소환하긴했지만.. 널 부른게 아니었어. 이해를 부탁해.. 소년.’

 

  박쥐 뺨치는 초음파로 생각을 전달했는데, 교통수단에 오류가 생겼는지 잘 움직이던 다운로드 바가 더 이상 움직이질 않았다. 기다림에 화가난 녀석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고 있다. 고객서비스 부문에 금이 갈 것 같다는 예고가 피부로 느껴졌고, 동시에 내 쫄보 심장이 무섭다며 온 힘다해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일관성을 유지하려던 이성이, 자신의 고집을 스르륵 아래로 숨겨버린다.

  아까만 해도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풍경엔 녀석의 검은 안개만 자욱히 깔려 있을 뿐이었다.

 

  아슬아슬 붙잡고 있는 분위기의 정체성을 놓지 않는다면.. 방황하는 새에 녀석의 안개에 잡아먹힐 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어쩔 수 없이 앞에 했던 말들을 전부 무효로 철회시켰다.

 

  “..하하!! 그런게 아니고!!”

 

  두 손까지 흔들며 아니라는 것을 부각시켰다.

  이렇게까지 했음에도 사라지지 않은 채 몸을 키우고 있는 안개의 위협. 설명이 부족했나 싶어, 상세이야기까지 덧 붙여 주었다.

 

  “빠..빨리 화장실 청소 끝내고 가자고 부른거였지!! 하하 그렇다니까!!”

 

  꽤 자연스러운 말 넘기기 였다고 생각했는데, 질문에 대한 대답을 했음에도.. 녀석은 아무 말도 들썩이지 않았다. 살짝 민망해진 내 표정이 할 말 더 없을까 눈을 굴리다, 올라가지 않은 녀석의 소매끝을 발견했다.

 

  “하하! 야, 이게 뭐냐! 남방 다 젖게! 칠칠맞긴!”

 

  왠지 모르게 녀석의 표정을 계속 보고 있기 두려웠기에, 빠른 행동력을 이용해 녀석의 소매를 접어 걷어올려 준 다음, 엄지를 한 번 치켜들고 나서 숨도 안 쉬고 뒤 돌아 드넓은 화장실 타일을 시야에 장착시켰다.

 

  상황을 잊는 것은 또 다른 상황 뿐.

  또 다른 질문이 들어오기 전에 바쁜 내 모습을 보여주자 다짐하고, 미션 창을 활성화 시켰다.

 

  투명한 홀로그램이 눈 앞에 띄워진다. 마음 속에 박혀오는 메인 미션이 빨리 끝내고 자유시간을 즐기자 라는 화이팅을 불어 넣어준다.

 

  ‘그래, 선생님께서 주신 벌은.. 드넓은 평야에서 비료가 뿌려진 잡초를 뽑는 것.’

 

  얼른 끝내야 녀석과 마주할 일이 없어지고, 추가로 점심시간을 즐길 여유도 생긴다. 마음먹은 생각을 화이팅포즈로 굳혔는데.. 살짝 바라본 고슴도치 녀석의 그림자가 아까 상태 그대로 굳은 뒤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괜히 찔린 내 생각들이 마음 속으로 아무말을 시전한다.

 

  ‘바..방금 건 난 잘 못한게 없는 부분이야.’

  ‘녀석에게 질 나쁜 파리친구가 붙어서.. 격리해주려 했을뿐이라고..’

 

  와중에 뜬금없는 궁금점이 올라왔다. 생각해보니.. 화장실의 지독한 냄새와 벌레들의 까꿍이 고슴도치의 욕을 유발할 것 같았는데.. 이 부분에서 녀석은 아무 말도 않고 있었다.

 

  ‘게다가 다행히 대 걸레도.. 바닥에 안 던지고 손에 쥐고 있네.’

 

  등을 쫙 피고 있는 대걸레. 한 치의 기울임도 머금고 있지 않다. 청소 혼자 해야하나 싶어 솔직히 걱정 많이 했는데.. 그렇게까지 나쁜 녀석은 아니었나 보다. 걱정했던 하나에 안정감이 생기니, 어울리지 않는 고마움이 피어올랐다.

 

  ‘뭐.. 이것만 봐도 다른의미로 고맙긴 하네.’

 

  이제 서로의 일만 잘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정적이 흐르는 화장 실 속, 내가 쥔 대걸레만 질퍽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많은 기대 안해서 실망도 크진 않다.. 어휴.’

 

  내 몫이라도 열심히하자 한 숨 쉰 다음, 이리저리 열심히 닦고 있었는데..

  갑자기 반대편 대걸레가 내 주행도로를 가로막기 시작했다.

 

  급 브레이크를 밟은 내 미끄러짐이, 아슬아슬하게 넘어짐을 피했다.

  순간 찾아온 위험할뻔 함에, 성질을 죽이지 못하고 끼어든 녀석에게 소리쳤다.

 

  “으악!! 아저씨!! 운전 제대로 안 해요?! 사고 날 뻔했잖아!!”

 

  자연스레 마주한 녀석의 표정이 상당히 묘하다.

  움찔한 마음 속 감정이 2절은 그만두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충분히 더 짜증낼 수 있었지만.. 2절은 관두고 그냥 녀석을 피해가기로 결정했다.

 

  ..아무리 봐도 녀석의 표정에 꽤나 짜증이 고여있었던 것 같다.

 

  ‘방금 나 때문에 몇 발짝 걸은 걸로 칼로리 소모 했다고 짜증내는거.. 뭐 이런건가?’

 

  몰래 녀석을 바라본 시선에 아니꼬움을 담았다. 허나, 이렇게 한다고 해서 변하는 건 하나도 없다. 두 사람 분량을 혼자 하게 되면.. 점심시간이 부족해지는 사태가 일어난다. 어떻게 해도 말을 들어주지 않는 독불장군 고슴도치와 어떻게 협상을 할까 생각하다, ‘내가 조금 더 고생하자’ 생각하고 할인협상을 선택했다.

 

  “알았어! 내가 이 정도 할 테니까, 네가 타일 세로로 두 줄 덜해!”

 

  검지손가락으로 타일의 세로 두 줄을 가리키며 녀석을 교무실로 이끌게 만든 것에 대한 사죄도 살짝 덧붙였다. 반으로 나눠도 충분히 많은 작업량이다. 거기에 몇 줄 더 추가했으니, 얼른 하지 않으면 안되는 부분이다. 할 일이 잔뜩 생긴 듯한 기분을 안고 녀석의 답변을 기다리는 여유따위 머금지 않은 채 뒤 돌아 당장 바닥을 닦았다.

 

  ..허나, 협상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녀석이 불만 담긴 지칭을 시작한다.

 

  “..야.”

 

  ..그래, 이 상황을 일어나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은 나.

  이정도로 안 될것 같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쳇, 역시 이걸론 안 되는군..’

 

  녀석의 성격 상, 재 협상 권유가 들어오지 않는게 이상하긴 하다. 터무니 없는 제시를 하기 전, 커트라인을 세우고자 먼저 발언했다.

 

  “알았어. 알았어.. ㅅ..세 줄로 하자. 더 이상 안돼.”

 

  손가락 세개를 펴며 이 정도면 괜찮지를 외쳤는데..

  ..녀석의 표정이 달라지질 않았다. 내가 만만히 봤던 것 일까.. 이녀석, 생각보다 협상의 달인 인 것 같다.

 

  “그..그래!! ㄴ..네..네줄!!”

 

  잔뜩 흔들리는 목소리가 그만 해달라며 녀석에게 간접적으로 매달린다. 한 개 더 펼쳐진 손가락에도 미세한 떨림이 작용하고 있었다. 더 이상의 내고는 안 된다는 못을 박은 뒤, 녀석이 더이상 요구하지 못하도록 손바닥에 추가 약관까지 적어가며 설명했다.

 

  “노 클레임, 노 탈주, 노 토크, 노 절충!”

 

  네 가지 주요 조건들을 설명한 뒤, 녀석의 답변이 돌아오기 전에 긍정어린 메세지를 먼저 내뱉었다.

 

  “OK? 오우 소오데스까. 아리가또! 감사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이해했을 터.

  훅 한번 세게 휘둘렀으니 더이상 뭔갈 더 요구할리 없..

 

  “..야!!”

 

  큰 소리라는 존재가 내 생각조차 잇지 못하도록 주변을 메운다.

  ..마치, 더 내 놓으라는 것 처럼!

 

  ‘지..지금 더 달라고?!!’

  ‘이 자식 보게?!’

 

  내가 이끈 상황임은 맞지만, 화장실의 부피를 보았을때 절대 혼자 할 수 있는 양이 아니다!

 

  ‘이 이상 하면 난 점심시간 내내 화장실 청소 해야된단말이야!’

  ‘절.대.안.돼!’

 

  흔들리는 눈동자가 녀석의 말을 무시하고자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어..어이구.. 드러워.. 여기도 주인 잃은 아이들이 있네..”

 

  녀석의 말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걸레소리의 피치를 MAX로 조절했다. 내 회피를 알아챘는지, 녀석이 내 귀로 가까이 다가와 큰소리 ASMR을 시작했다.

 

  “See발, 너.. 엿 먹이던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던지 하나만 해라!”

 

  ‘..왜 욕 안하나 했네.’

 

  하지만, 단어 선택이 그래서 그렇지.. 저 말에 틀린게 없는 것 같긴 하다.

  ..그래서 딱히 반박할 만한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선생님 앞에서 뭐냐?! 니가 원하던 상황 아니었냐?”

 

  와중에 다행인건, 파리 쫒느라 소환시킨 부분에선 화난게 아닌 것 같다는 것. 이제 생각해보니, 앞 전의 행동도 그렇고.. 그냥 내가 찔렸던것 같다. 녀석의 말을 들어보니 내 태도변화가 어이없다는 것 같은데.. 뭐, 그렇게 오해할 만도 하다. 그렇게 불만을 꽥꽥 거리던 애가 갑자기 그런 소릴 하니까 이상할 만도 하지.

 

  ‘그래.. 그렇게 오해할 만 해. 미안하다.. 악의는 없었어.’

 

  미안함을 담아 녀석을 바라보았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분노가 녀석에게서 흘러넘치고 있었다.

 

  “너, 대체 뭐냐?!”

 

  ..그래, 나도 그게 미안해서 너한테 이렇게 아무말도 못하고 듣고만 있잖아.

 

  “친구? Mi친 Gae어이없어서 X발.”

 

  잔뜩 섞인 쌍욕과 함께, 갑자기 녀석의 표정에 위쪽부터 아래까지 그림자가 드리워 졌다. 잠시라는 텀을 두고, 녀석의 눈동자에 회색 빛이 섞이기 시작했다.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내 딜레이 사이로, 검붉은색 느낌의 눈동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동그란 눈동자의 모서리에 세모난 조각들이 날카로움을 내뿜으며 잔뜩 붙어있다. 마치, 바늘을 닮고 싶어하는 세모조각들이다. 나를 향해 걸어오는 발걸음과 함께, 뾰족함을 내뿜는 모서리가 나를 조준하고 있었다. 분위기에 압도된 내 입술이 아무말 하지 못한다. 분노섞인 고슴도치의 목소리가 짧은 한 마디로 내 심장을 쥐어짠다.

 

  “..Ji랄하네.”

 

  다른의미로 타오르는 눈동자가 나를 향하고 있다. 오해속에서 벌어진 일이다보니, 충분히 화낼것 같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녀석이 이렇게나 온 얼굴을 구기며 화 낼 줄은 몰랐다. 가까이 다가온 고슴도치의 눈동자 속에 당황한 표정의 내가 비춰진다.

 

  “내가 아무 말 안 하고 있으니까 불쌍해보이든?”

 

  ‘..어? 불쌍..?’

 

  생각조차 품고 있지 않았던 단어에, 움직이지 못하던 입 자물쇠가 천천히 풀렸다.

 

  “에? 그런거 아니..”

 

  녀석의 눈빛에 밀려나 한 발짝씩 뒤로 가던 내 발걸음이 더 이상 갈 곳 없는 비좁음 속, 벽에 의해 이동을 멈췄다. 제대로 마주한 녀석의 표정에.. 이유모를 외로움이 비춰지고 있었다.

 

  “말 안하는 내가 벙어리 같았냐?”

  “누가 니 맘대로 동정하랬냐고.”

  “그딴 말 지껄이면 내가 기뻐하기라도 할 줄 알았냐!!!”

  “뭘 원하는데.”

  “Si발…”

 

  녀석의 말 끝에 조그만 여운이 보여진다. 그 부분에 집중해 녀석의 말을 분석하다,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

  ‘그 상황때문에 화난게 아니라..’

  ‘자길 불쌍하게 보는 줄 알고 화가 난거야?’

 

  이번엔 녀석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절대! 그런생각 1%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화가 난게 있다면, 숨막히는 그 상황속에서 잘못된 걸 알아챘음에도 말을 머뭇거리던 스스로가 짜증났을 뿐.

 

  “..저기, 오해를 하고 있는것 같은데..”

 

  다른 생각을 전부 옆으로 밀어둔 뒤, 녀석에게 진지한 생각을 말하려고 앞 부분을 꺼냈는데..

 

  “아… 이런거 원하냐?”

 

  무언갈 알았다는 듯, 깔보는 시선이 나를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어떤 말을 해도 녀석이 안 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아까만 해도 스스로를 유지하고 있던 눈동자가.. 초점을 잃은 채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탁-

 

  벽이 내는 울음소리와 함께, 녀석의 손이 귀 옆에 안착했다. 귀 옆에 서있는 녀석의 두 팔이..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든다는 경고를 보여주고 있었다. 녀석의 팔이라는 감옥에 갇힌 기분이 들어, 머리부터 끝까지 소름이 끼쳤다.

 

  ‘..이..이게 무슨?’

 

  어떻게 관리했는지 티 하나 없는 매끈한 피부결. 심지어 나보다 하얀 피부. 깨끗함을 대변하듯 흘러드는 녀석만의 순수한 비누향이 가볍게 내 코끝을 자극한다. 숨소리에 흩날리는 속눈썹이 찰랑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고, 나와는 다른.. 각진 턱이 힘 줄을 드러내며 조금 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 얼굴 같은거.. 난 상관없는데 좋아하는 녀석들도 있더라.”

 

  ..대화라는 단어로 지칭하기엔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까운 거리.

  충분히 서로의 목소리가 들림에도, 어째서인지 점점 가까워져오는 녀석의 얼굴.

 

  멍해진 내 표정 속 일정한 거리를 남기고 서로의 눈동자가 마주쳤을때.. 다가오던 얼굴이 자신을 멈췄다. 조금만 다가오면 얼굴이 겹칠 듯이 가깝다. 회색빛으로 번지는 공간 속, 눈에 힘을 잔뜩 머금은 녀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뭘 원하는지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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