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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소중한, 소꿉친구
작가 : 도톨
작품등록일 : 2019.11.1

우리집 옆에는 동갑지기 소꿉친구가 산다.
티격태격하긴해도, 날 위해주려 노력하는모습이 슬며시 드러나니,미워하려해도 미워할수 없는 녀석이다.
그런데 예전에 비해 나에게 선을 긋는듯한 느낌이 든다.
언젠가는 이유를 꼭 말해줘. 우리 친구잖아.

엉뚱발랄한 소녀 로해다와 티격태격 소꿉친구 허민우.
유쾌하고 따뜻하지만, 때론 씁쓸한.. 소중한 러브코미디. (shgprud62@naver.com)

 
#76. 바보냐 (2)
작성일 : 20-03-13 21:36     조회 : 35     추천 : 0     분량 : 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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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6. 바보냐 (2)

 

 

 

  한 발짝 뗀 무게가 내 조그만 눈물 방울을 발견하고 순간적으로 멍해져 버린다. 자신과 관련된 상황에 이런 표정을 보여주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던 건 걸까. 평소와 같이 욕을 하지도, 찡그린 표정을 짓지도 못하는 당황스러움이 고슴도치의 표정에 잔뜩 차올라 있었다.

 

  각자 다른 감정을 머금고 있는 세 사람. 내 말에 다음을 잇지 못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말 끝에 조심스러움을 드러냈다.

 

  “..선생님이랑 따로 얘기하는게 좋겠네.”

 

  날 교실로 보내려는 듯 한 움직임. 저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내가 나만의 생각에 휩싸여 오해하고 있는거라면, 내 말에 대한 답변을 확실히 해주셨으면 좋겠다. 스스로의 행동이 당당하다면 저런 조심스러움이 나올리 없으니까.

 

  ..숨기는게 없다면 내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 같은 이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생각만 하고 있었던 행동을 그냥 드러내기로 했다. 일단 녀석에게 눈짓을 한 뒤 좀 더 가까이 앞으로 오라고 고개를 까딱였다. 알아들었는지, 고슴도치가 천천히 내 쪽으로 가까워져온다.

 

  몇 mm를 두고 내 옆에 도착한 녀석의 어깨를 살짝 붙잡아, 선생님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앞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뭐하냐며 흔들리는 녀석의 표정 속, 자신감이 부족한 것 같아 할 수 있다고 녀석에게 단호한 말을 건네 주었다.

 

  꽉 쥐었던 주먹에 담긴 얘기를 그냥 삼키기엔.. 여러 번 묶여있는 포기라는 이름의 매듭이 녀석을 너무 옥죄고 있다. 심지어 반복된 매듭작업으로 인한 자국이 손바닥에 생채기를 내며 깊게 패여 있었다. 시선에 닿아오는 녀석의 손바닥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말해봐.”

  “욕 쓰지 말고 사실대로.”

 

  솔직히 어떻게 이런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생각을 거치기도 전, 한 걸음 빠른 내 손이 녀석의 어깨를 천천히 토닥이고 있었다. 놀란 듯 움찔하는 녀석의 등 근육이 투명한 실로 고정되어 있던 녀석의 입술을 천천히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고슴도치의 들썩이는 입술 끝이, 소심하게 자신의 마음을 바깥으로 드러낸다.

 

  “..안 했어요.”

 

  답답했던 마음 속 수조가, 방금 들려온 녀석의 말과 함께 천천히 배수구를 열기 시작했다. 자신의 말을 해준 녀석이 고마워, 숨을 천천히 들이마신 다음.. 무례한 말로 들릴 수 있는 다음 말에 대해 죄송하다는 의미로 고개를 숙였고, 그렇게 천천히 내 생각을 읊었다.

 

  “전 선생님께 배움을 받아야 할 아직 배경지식 부족한 학생이고,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나이에 이런 말씀드려서 정말 죄송하지만..”

 

  다음 말과 함께, 숙였던 내 고개가 천천히 들어올려진다.

 

  “선생님께서 학생을 안 믿어주시면.. 학교에서 학생은 누굴 의지해야 하나 싶어요.”

  “솔직히 애에 대해 잘 모르니까 한 편으로 조심스럽지만..”

 

  녀석을 잡아먹으려는 듯 달려들었던 눈초리들이 이제는 긴장감을 머금고 있다. 우리를 마주하고 있는 선생님 외에, 그 눈빛들에게도 내 생각을 전해주고 싶었다.

 

  “그래도 여러 눈빛들에게 눈치받을 만큼 나쁜 애는 아니에요.”

  “이 녀석에게 미안하다고 한 마디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90도로 고개 숙인 뒤, 보고있는 분들과 선생님께 정중히 부탁드렸다. 혹시라도 기분 나쁘 실 수 있으니, 죄송하다는 말까지 덧 붙였다.

 

  “예의없게 말한 건 다시 한 번 먼저 사과드릴게요.”

 

  아까의 상황을 언급했을 뿐, 내 말이 틀린건 아니다.

  하지만, 어른 입장에서 내가 이렇게 말하는 부분이 충분히 기분 나쁠 수 있다. 이미 그 부분을 감안하고 있었기에, 호통이든 꾸지람이든 들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잔뜩 높아진 언성이 내 귀에 닿아올 줄 알았는데.. 생각과 다르게 돌아오는 반응이 약간 달랐다.

 

  ..머뭇거리는 목소리가 내가 부탁드렸던 부분을 변명하나 없이 실행시켜 준다.

 

  “..음, 그래. 미안하구나. 강우야.”

 

  '..?!'

 

  마음 속에 갇혀있던 무언가가 자연스레 스르륵 풀려나온다.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다.

  허나 바뀌어버렸다. 바뀔 수 있었다.

 

  무섭다고 피하려 했던 순간들이..

  날 해치려 할 것 같았던 상황이.. 앞지르던 달리기를 잠시 멈추어 주었다.

 

  돌아오는 말 들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걱정하고 있었던 긴장들이 천천히 붙잡았던 근육을 내려놓는다. 미안하다는 마음을 담아 휘어지는 선생님의 눈썹이 날 바라보며 조심스레 말을 잇는다.

 

  “전학생도 이건 알아줬으면 좋겠네.”

  “선생님이 절대 나쁜 생각으로 그런건 아니란다.”

 

  “….”

 

  녀석과 내 표정 속엔 아무말도 채워지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는 대답을 미소로 넘긴 선생님께서 다음말을 이어가셨다.

 

  “반에서 선생님 시야에 보인건 전학생이 힘들어보이는 상황이었고..”

  “중간 내용을 모르다보니 여러 생각들을 적용하게 되었던 것 같아.”

 

  누그러트린 길쭉한 말 사이에 선생님의 머쓱한 미소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 상황을 넘어가려하는 게 아닌, 진심으로 건네는 말. 그를 마주한 녀석과 내가 멍한 표정으로 집중을 이어갔다. 이 다음으로 들려온 말에선 내가 예상했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전학생, 조금은 전하는 방법이 잘 못 된것 같네.”

 

  허나, 높은 언성도 아니고.. 따지는 듯 한 무언가도 아니다.

  내용은 비슷하지만, 선생님의 말은 다른 느낌을 갖고 있었다.

 

  “선생님이 아무리 잘 못 되었대도, 한 바퀴 돌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꾸짖음이 아닌 부드러움 속에서 누그러진 생각들이, 천천히 죄송함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절대 나쁜 뜻으로 말씀드린건 아니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선생님.”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서있던 고슴도치의 그림자가 살짝 고개 돌려 내 쪽을 향해 정지를 품는다.

 

  “….”

 

  박수를 두 번 정도 친 선생님께서 이제 됐다며 살짝 일어나 우리 둘과 눈을 맞추셨다.

 

  “일단, 둘이 교무실에서 큰 파급력을 낸 것 같으니, 선생님이 벌은 줄 수 밖에 없을 것 같고..”

 

  기분 나쁘게 말할 수도 있었을 텐데, 선생님께서 최대한 좋게 말씀해주시는게 느껴진다. 교무실 앞에서 소리높여 욕을 주고 받은 게 좋은 부분이라곤 말할 수 없었기에, 벌 부분에서는 딱히 억울하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생각보다 좋은 분이셔서 다행이었다.

 

  잠깐의 선생님께서 다시금 미안하다는 듯 고슴도치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강우는 단 기간에 이렇게까지 널 믿어주는 좋은 친구를 둔거보니.. 여태 느꼈던 선생님의 생각이 짧았던 것 같네.”

  “솔직히 말하면, 선생님도 학교에 잘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강우를 오해했었단다.”

 

  솔직함 잔뜩 묻은 미안함이 녀석의 감정과 피부를 한 번 휩쓸고 지나간다. 그 간접적인 감촉이 어색했던 건지, 녀석의 표정 속 멍함이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뭐랄까.. 놀란 듯 어색한 고슴도치의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선생님과의 몇 마디 주고 받음 이 후로 우리 둘은 복도에 서 있게 되었다. 뚜벅뚜벅 걷는 발걸음 소리가 녀석과 내가 복도에 있음을 청각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자연스럽게 걸으면 되는데.. 어째서인지 지하에서부터 무언가가 화악 올라왔다. 마법에 걸렸던 심장이 봉인을 풀고선 큰 속도로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아까 만 해도 후회라곤 1도 없었는데 지금에서야 봉인 풀린 머글이 튀어나와버렸다.

 

  놀란 두 눈이 양 손으로 볼을 붙잡으며 시선을 부들댄다.

  방금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이제야 제대로 스며든다.

 

  ‘내..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나, 선생님한테 대든거지 지금?!’

 

  힘 풀린 다리가 걸음을 똑바로 이동시켜주지 못한다. 멘붕한 연체동물 한 마리가 물 만났다는 듯이 복도 사이를 헤엄쳐다닌다. 그러던 중, 갑자기 숨이 막히더니 물의 수심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호흡을 유지하고자 벽에 붙어 심장의 안정을 꾀했다.

 

  잠깐, 그러고보니 이건 수심이 낮아지는게 아니다.

  ..내신이 낮아지는 소리다.

 

  “으어어흐어엉어어”

 

  무서운 결과에 평범을 유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복도 위로 흘러내려버렸다. 이제 느낀 거지만 복도의 공기가 상당히 차다. 그리고 내 마음도 심각하게 차갑다. 이 결과물을 어떻게 해야할까 방안을 찾으며 눈을 두리번 거리다.. 앞에 걸어가는 녀석의 주먹이 자연스레 펴져있는걸 발견했다.

 

  ..자연스레 살짝 웃음이 지어졌다.

  방금만 해도 잔뜩 멘붕했던 생각들이.. 다른 따뜻함을 발견하자마자 자신을 천천히 숨기기 시작한다.

 

  ‘그래.. 나도 이제 모르겠다.’

  ‘어떻게 하다 이렇게 된거지.. 진심..’

 

  미래의 후감당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눈치 보고 있어야 할 이유가 사라져서 그런건지, 뭔진 잘 몰라도 나 자신에게 당당해졌다.

 

  '..뭐, 생각해보니 말했어도 후회했을거고.. 말 안했어도 후회했을 것 같긴해.'

 

  순간적으로 비틀리긴 했지만, 계속 생각해보니 이미 이렇게 된 거.. 나쁘게 생각해봤자 타임머신이 나타나 나를 과거로 보내 줄리도 없고.. 다시 돌아간대도 난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최선을 다 했네, 나 녀석.'

 

  후 감당을 살짝 뒤로 민 뒤, 그냥 스스로를 누르고 있었던 애매하고 무거운 돌덩이를 치웠다는 기분 자체를 즐기기로 했다. 기지개를 한 번 쭈욱 핀 다음, 녀석을 앞서나가 도착점을 향해 빠르게 한 발짝 더 내딛었다.

 

  "....."

 

  제대로 느끼진 못했지만..

  내가 고슴도치를 앞서갈 때 즈음, 젖은 말투의 무언가가 들리는 것 같았다.

 

  "..?"

 

  자연스레 귀가 쫑긋였지만, 다 티내며 가까이 가면 고슴도치 성격 상 보나마나 화낼 것 같았기에.. 못 들은 척 목적지를 향해 계속 걸음을 움직였다.

 

 

  ***

 

 

  ..나를 앞질러 뒷 모습을 보이며 걸어가는 두부녀를 멍하니 한참 바라보다.. 이러는 자신이 이상해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멍한 눈동자가 시선을 올바르게 유지하지 못 한다. 생각나는 몇 단어가 예고없이 입 바깥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바보냐고 언급하더니, 내 숨겨진 감정을 알아챈 저 녀석.

 

  “..내가..바보.”

 

  ..그리고 선생님이 말하는 좋은 친구.

 

  “..좋은..친구.”

 

  손을 향한 고개 숙인 시선에, 어느새 다섯손가락이 펴져있는 모습이 보였다. 몸의 반응이 어색해, 3자의 시선으로 스스로의 미세한 움직임을 관찰했다. 천천히 가운데로 모이는 손가락에 미세한 떨림이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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