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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마지막 봄
작가 : 로리칼국수
작품등록일 : 2019.10.4

(정통소설/피폐)

전 세계의 질서가 무너져내린 이후 매서운 겨울이 찾아왔다.
남아있는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흩어졌고, 얼어붙은 세상에 남은 마지막 불씨는 꺼져버렸다.

이 버려진 도시에 홀로 남겨진 소녀는 이제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야만 한다.

 
35화
작성일 : 19-11-02 19:07     조회 : 17     추천 : 0     분량 : 7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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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분 더 걸어가자 어둠에 둘러싸인 건물들 사이에서 한 줄기 빛이 희미하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걸 본 노인은 들고 있던 손전등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러자 멀리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낮게 울리더니 눈부시게 밝은 탐조등 불빛이 그들의 온 몸을 강렬하게 비췄다. 봄이는 예상치 못한 시각적 위협에 재빨리 고개를 뒤로 돌리고 손등으로 눈을 가렸다. 이내 탐조등은 곧 꺼졌다.

 

  겹겹이 알루미늄 울타리가 쳐진 통제소 주위에는 주차된 자동차가 수도 없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이 자동차들의 간격은 뒤죽박죽이었지만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었다. 울타리와 함께 지면에 박힌 표지판은 녹슬어 있었고, 그 뒤쪽에는 많은 소형 천막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천막에 있던 사람 몇 명은 마당에 피어오르는 모닥불 주위에 앉아있기도 했지만,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천막 밖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몇 없었다. 조금 전 봄이에게로 탐조등을 비춘 것으로 보이는 경찰관 몇 명이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그들은 조용히 내려앉은 어둠으로 그늘진 호리호리한 청색 제복을 입고 있었다.

 

  “입소하러 오셨습니까?”

 

  노인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상훈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조했다. 한 경찰관이 그들을 차례로 둘러보다가 상훈에게로 시선을 흘기며 말했다.

 

  “혹시 다치셨습니까?”

 

  상훈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봄이는 멀찍이 서서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리를 다치셨습니까? 골절상이십니까? 상처입니까?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한 부상이십니까? 병을 앓고 계신다면 병명을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봄이는 속사포처럼 몰아치는 경찰관의 말을 전부 기억하지조차 못했다.

 

  “여기 팔뚝이랑, 다리를 조금 다쳤는데, 상처로 균이 들어가서 곪은 것 같소.”

 

  노인이 말하자 경찰관이 소리를 높였다.

 

  “본인이 직접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현재 보호구역 내부 상황상 전염성이 있는 병종이라면 입소시켜 드릴 수가 없습니다.”

 

  경찰들과의 마찰이 길어지자, 통제소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점차 고개를 내밀었다. 순식간에 그들에게로 많은 시선이 집중되었다. 봄이는 슬슬 불안해졌다.

 

  “칼에 찔렸는데, 깊은 상처는 아닙니다. 파상풍 예방접종도 받았고요. 전염성 같은 건 없습니다.”

 

  경찰관은 상훈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꺼내 뭐라고 음어를 주고받았다. 봄이는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상훈과 노인, 그리고 그 옆에서 무전기를 입에 대고 얼굴을 찡그린 채로 그들을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있는 경찰관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봄이는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혹여나 쫓겨나서 다시 길거리로 내몰리지는 않을까 생각하면서 경찰관의 허리 뒤쪽에 매달린 권총으로 시선을 옮겼다. 많이 본 적이 있는 익숙한 물건이었다. 그 광경을 보고 난 봄이의 심장이 쾅쾅 뛰었다. 무언가 표현할 수 없는 불안감과 무력감이 엄습해 오는 것이 느껴졌다.

 

  무전을 끝마친 경찰관이 서류를 몇 장 꺼내 그들에게 한 장씩 나눠주며 말했다.

 

  “지금 나눠준 서류에 성함이랑 나이 기재하신 다음에....... 통제소 중앙에 있는 저 제일 큰 건물이 중앙관리소인데, 그 쪽에다가 제출하시고 확인 받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거기 아저씨는 보건증 끊어드릴 테니까 중앙관리소 옆 보건소에서 치료받으세요.”

 

  경찰관이 서류뭉치 몇 장과 함께 볼펜을 건넸다. 방금 전까지 경찰관과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던 상훈의 얼굴색이 밝아졌다. 봄이의 얼굴에서도 무거운 기운이 걷혔다.

 

  “감사합니다.”

 

  “소지품과 위험물질 반입 단속하겠습니다. 외투 벗어주시구요.”

 

  경찰관이 말하며 손짓하자 다른 경찰관 두 명이 그들의 등 뒤로 돌아가 몸수색을 행했다. 그들은 봄이의 온 몸을 샅샅이 더듬었다. 봄이는 왠지 기분이 나빴지만 지금은 소란피우지 않고 가만히 있기로 했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몸수색이 끝나자 경찰들은 통제소 내부로 향하는 문을 열어 주었다. 봄이가 후드를 뒤집어쓴 채로 앞장서고, 상훈과 노인이 그 뒤를 따랐다.

 

 * * *

 

  아까처럼 그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시선들은 거의 다 사라지고 없었다. 그나마 이 쪽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대부분 봄이에게 관심을 두고 있었고, 봄이와 눈이 마주치자 전부 시선을 피해버렸다. 그 시선들은 대개 약자를 내려다보는 시선이지만(어쩌면 멸시하는-), 사회적 약자를 동정하는 시선이거나, 극단적으로는 그녀를 노리는 시선일지도 몰랐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봄이는 이러한 시선들이 달갑지 않았고, 익숙했다. 그렇기에 최대한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다.

 

  봄이는 가장 먼저 보이는 중앙의 관리소로 걸음을 옮겼다. 봄이는 현재 시각을 정확하게는 몰랐지만 밤이 깊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통제소 내부에는 분명히 전기가 돌았지만 대부분 소등되어 있었고, 이따금씩 간격을 두고 천막들의 천정에 매달린 붉은 적열등만이 약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봄이는 이와 같은 비상등 불빛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눈이 잔뜩 쌓인 천막들을 모두 지나치자, 통제소 내부에 있는 유일한 건물 세 곳으로 가는 입구에 도달했다. 중앙의 가장 큰 건물은 중앙관리소였고(크다고 해도 3층 정도 높이밖에 안 돼 보였다-), 그 다음으로 큰 건물은 보건소였다. 제일 작은 건물은 파출소였다.

 

  그들은 우선 제일 중앙 건물의 계단을 올랐다. 상훈은 여전히 거동이 힘들어서인지 고생하는 것 같았다. 노인이 부축하고는 있었지만 그 만으로는 부족해 보였다. 보다 못한 봄이가 그에게로 다가가 오른팔을 거들었다.

 

  중앙관리소의 1층에는 작은 창구가 있었다. 건물 내부에는 환하게 백열등이 켜져 있었고 잘 작동하고 있었다. 창구 안에서 관계자로 보이는 남성이 손을 내밀자 봄이는 경찰관의 말대로 모든 서류를 남성의 손에 쥐어 주었다. 작업복을 입은 남성은 봄이가 제출한 서류를 받아들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윤 봄 씨하고, 그리고 유상훈 씨하고..... 지금 남은 천막 자리가 얼마 없어서 F열 제일 끝줄에서 묵으셔야 할 겁니다. 입소 가능 기간은 3일입니다. 사흘 내로 짐을 싸셔야 합니다.”

 

  작업복을 입은 남성이 그렇게 말하며 노인을 힐끗 쳐다보았다. 남성은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봄이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저... 죄송한데, 사람을 찾고 있는데요.”

 

  “그 쪽 일은 지금 업무 시간 지났어요.”

 

  남성은 봄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

 

  “잠깐만요. 잠깐이면 돼요. 입소자 명단만 잠깐 확인하면 된다구요.”

 

  “거기 보호자분들, 가 보셔도 돼요.”

 

  봄이가 간절하게 부탁했지만 창구 남성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의 말뜻을 이해한 상훈이 더 매달리려는 봄이의 어깨 위에 손을 얹고 말했다.

 

  “내일 다시 와 보자.”

 

  봄이는 화가 치밀어올랐다. 지금 그녀의 가치관에서 나온 기준으로는 도저히 이 눈 앞의 남성이 취하는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잠깐이면 되는데. 아주 잠깐이면 되는데. 단 몇 분이면 그토록 그녀가 궁금해하던 가족의 행방을 알 수 있을 텐데.

 

  “......알겠어요.”

 

  봄이는 분노가 끓어올랐지만, 상훈의 말에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왜인지는 몰랐으나 그의 차분한 목소리를 듣자 감정을 쉽게 억누를 수 있었다. 자신의 어깨에 짚은 상훈의 따뜻한 손이 그녀의 차오르는 감정을 녹여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봄이는 더 이상 매달리지 않고 돌아섰다. 몸 속의 장기들이 눈 깜짝할 새에 전부 사라져 버린 것처럼 떨떠름했지만 그 느낌은 그녀의 사고회로를 방해할 정도로 오래 가지는 않았다. 봄이는 창구에서 등을 돌려 관리소 바깥으로 이어진 낮은 계단을 내려가다 말고 멈추어 섰다.

 

  쌀쌀한 겨울 밤공기가 무수히 늘어선 천막 지붕을 쓸고 지나갔다. 봄이는 이 알 수 없는 고요한 바람 소리에 얼굴을 맞대고 있자니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봄이는 먼 하늘 저편에서부터 불어오는 겨울 바람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빨갛게 물들어버린 손을 재킷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러고 있으니 조금은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았다. 봄이는 조심스럽게 계단에 쭈그려 앉았다.

 

  “잠깐 옆 보건소에 들렀다가 올 테니까, 어디 가지 말고 있어.”

 

  봄이의 등 뒤에서 휴식을 취하던 상훈이 부스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인도 그와 함께 일어났다. 봄이도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걸릴 것 같은데요?”

 

  “좀 오래 걸릴지도 몰라. 영감님 말대로 상처가 곪았는지 뻣뻣해서 움직이기 힘들어. 결과 나오는 대로 알려 줄 테니까 여기 그대로 있어. 아니면 추우니까 영감님이랑 같이 먼저 천막에 들어가 있던가.”

 

  “먼저 들어가 있을 테니까 빨리 끝내요.”

 

  봄이는 그렇게 말하고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상훈과 노인이 두 번째로 큰 건물을 찾아 들어가는 동안 봄이는 늘어선 천막들 사이의 남는 공간을 비집고 들어갔다. 손전등 없이 빨간 비상등 불빛에만 의지한 채로 찾으려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탐조등이 가끔 켜지기는 했지만 항상 봄이의 눈 앞을 비춰주는 건 아니라서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천막 주변에는 경찰들이 두 명씩 조를 이루어 백열 손전등을 든 채로 순찰을 돌고 있었다. 이들은 서류 뭉치를 들고 다니며 비상등이 켜진 천막 내부를 들여다보며 사람 수를 확인했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경찰들도 있었다. 봄이는 그걸 보자 상훈이 예전에 살던 집에 두고 온 흰 털이 풍성한 개가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해보았다.

 

  바람에 펄럭이는 천막 천쪼가리는 끝이 없었다. 몇 분씩이나 해매고 나서야 봄이는 창구 남성이 말했던 남는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알루미늄 울타리가 쳐진 통제소 내부 가장자리 안쪽에 비어 있는 천막 두 채가 있었다. 봄이는 두 채의 천막 중에서 더 큰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천막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천막 내부는 바람만 안 든다 뿐이지 바깥과 다를 게 없었다. 바닥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내부에서 느끼는 체감온도조차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만약 천막 내부에 침낭과 담요가 구비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봄이는 이 소름끼칠 정도로 열악한 통제소 환경에 염증을 느끼고 천막 바깥으로 당장 뛰쳐나왔을지도 몰랐다.

 

  봄이는 천막 입구를 잠그고 담요를 끌어안았다. 그런 채로 조용히 천막 구석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천쪼가리 천막은 외부 기온까지 막아주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바람이 새어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안으로 뚫고 들어오지 못하고 천막 외벽에 부딪혀 웅웅거리는 바람 소리만이 주변을 맴돌며 봄이의 귀를 거슬리게 할 뿐이었다. 봄이에게는 계속해서 들려오는 이 바람 소리가 왠지 기분 나쁘게 들렸다.

 

  귀를 기울이자 그녀의 등 뒤에서 두런두런거리는 사람 말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말소리를 이루는 공기의 흐름은 봄이가 있는 천막 내부까지 닿지는 않았다. 여러 명이 움직이는 발자국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봄이는 무의식적으로 오른쪽 치마폭에 오른손을 가져다 댔다. 하지만 그 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 중 한 발자국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더니 봄이가 있는 천막 앞에서 소리가 끊겼다. 봄이는 갑자기 몰려드는 한기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윽고 천막 입구가 열렸다. 그의 주름진 얼굴은 천막 입구에 달린 붉은 비상등 빛에 가려져 있었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여기 있었구나. 들어가도 되겠니?”

 

  봄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노인이 천막 입구를 열어젖히고 들어왔다. 그러고 나서 입구를 잠그고 봄이와 약간의 거리를 둔 채로 앉았다.

 

  “아저씨랑 같이 보건소에 갔다오신 거죠? 거기서 뭐라던가요?”

 

  “마비가 약간 심하긴 한데, 증상 초기라서 괜찮을 거라고 하더구나. 조금만 더 늦었으면 상처 부위가 동상에 걸려서 피가 얼어붙어 버렸을지도 몰라. 24시간 내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었어. 시간이 조금 걸린다길래 먼저 돌아왔긴 했는데..... 걱정되는 모양이구나.”

 

  “할아버지.”

 

  봄이가 노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평소와는 달랐다. 무언가 결심한 듯한 눈빛이었다.

 

  “도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할아버지가 아니었다면...... 할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봄이는 용기내어 말을 꺼내기는 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그걸 위해 고뇌한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흐려져 버렸다. 결국 그녀는 말을 끝마치지도 못하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완전히 침묵한 뒤 이어지는 공기의 흐름은 그대로 어색함으로 바뀌었다. 봄이는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시뻘개진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렸다. 하지만 결국 봄이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고개를 푹 숙인 봄이를 보며 노인이 빙긋 웃었다.

 

  “봄이라고 했지, 나한테도 너보다 조금 더 큰 손녀딸이 한 명 있었어.”

 

  봄이는 노인의 말을 듣자 관자놀이가 떨렸다. 무언가 들으면 안 될 것을 들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덕분에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 수 있었다.

 

  “인사성도 밝고, 늘 활발한 녀석이었어. 조금 감정 표현이 서툴기는 했지만..... 착한 녀석이었는데.”

 

  그렇게 말하는 노인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봄이는 더 이상 노인의 말을 듣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노인은 봄이의 말에 대답하지 않다가 숨을 낮게 한 번 들이쉬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몇 년 전에 집을 나갔어. 불경기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일자리를 잡겠다면서. 그 이후로 소식이 없어.”

 

  봄이는 그제서야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는 걸 인지했다. 사실 그녀는 노인에게 묻고 싶은 말들이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갑자기 봄이는 막심한 후회감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죄송해요.”

 

  “내가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구나. 그럼 잘 된 거야.”

 

  노인은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봄이는 그 미소의 의미를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사실 봄이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엇인가가 자신을 사방에서 마구 억누르는 것 같았다. 봄이는 재빨리 화제를 돌릴 만한 게 없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지게 되었다.

 

  “그만 자자. 아까 그 녀석에게 들었는데 가족을 찾는다고 하던데, 그러려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돼. 남들보다 더 빨리.”

 

  노인이 그렇게 말하며 침낭을 정리했다. 하지만 봄이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런데 잠깐 들를 데가 있어서요. 갔다 올게요.”

 

  “아무래도 그 녀석이 걱정되서 잠이 안 오는가 보군.”

 

  “.....그런 거 아니에요. 다녀올게요.”

 

  “너무 늦지는 말고. 젊은 아가씨가 밤늦게 돌아다니면 위험하니까.”

 

  봄이는 천막 입구를 열어젖히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본 다음 통제소 내부에서 두 번째로 큰 건물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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