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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히어로 테일즈
작가 : 두번째준돌
작품등록일 : 2018.11.1

마법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누구나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장대한 시리즈물로 기획된 '히어로 테일즈'는 마법세계, 특히 블루마법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영웅(Hero)이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무적의 존재도 완전무결한 신도 아닌 그들은, 그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일뿐입니다.

 
12 - 4화. 인어 소녀
작성일 : 19-08-30 00:23     조회 : 64     추천 : 0     분량 : 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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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인어 소녀

 

 

 

 Savior. 2007년 11월 17일 (화)

 

 블루고 수학여행 2일 차.

 모두가 늦잠 자는 오전 8시, 백발의 미소년 춘회는 일찌감치 일어나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해변가로 나간다.

 

 '오늘은 반드시 샤리에게 줄 최고로 예쁜 조개껍질을 찾고야 말겠어!'

 

 각오를 다진 춘회는 눈을 모래사장에 고정한 채 해변을 걸어 다니기 시작한다.

 오묘한 나선형 껍데기, 원시 토기 같은 빗살무늬 껍데기, 영롱한 무지갯빛 껍데기...

 제법 예쁜 조개껍데기는 발견했지만, 아직 마음에 쏙 드는 건 찾지 못했다.

 

 "더 멀리 가볼까?"

 

 춘회는 리조트에서 꽤 떨어진 곳까지 바닥을 샅샅이 뒤지며 걸어간다. 얼마쯤 걸었을까?

 육지 쪽으로 바다가 푹 파인 작은 만 하나가 나타난다.

 

 그는 망설임 없이 발을 들인다.

 여전히 바닥을 보며 걷고 있었기 때문에, 만의 중앙에 툭 튀어나온 바위 봉우리를 아직 보지 못한 상태였다.

 그곳에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여자 인어가 하나 누워 있었다.

 

 "인간?"

 

 인어가 춘회를 보고 놀라 묻는다.

 목소리를 들은 춘회가 그제야 고개를 들고 인어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인어잖아?"

 

 하반신은 통통한 물고기고, 상반신은 여인의 나체인 청록색 머리칼 인어다.

 둘은 눈이 마주쳤는데 인어는 약간 경계하는 눈이었고, 춘회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기 바빴다.

 구석구석 인어를 훑던 춘회의 눈에 벌거벗은 젖가슴이 포착된다.

 

 '쿠허억-!!! 가슴?!'

 

 그가 당황하며 다시 고개를 푹 숙인다.

 인어는 상대가 왜 저러는지 알아차리고는 황급히 손으로 상체를 가린다.

 

 "뭐, 뭐야 너? 어떻게 여기에 온 거야?"

 "조개껍데기를 찾으면서 걷다 보니 오게 됐어. 그, 그러는 넌 왜 혼자 거기 있는 건데?"

 "나는... 몰라도 돼."

 

 인어가 바닷물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힘없이 대답한다.

 그녀는 잠시 슬픈 눈으로 바다 저 너머를 바라보다가 다시 춘회를 바라본다.

 

 "어쨌든 여긴 위험해. 네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

 "왜 위험하다는 건데?"

 "곧 있으면 상어상어단 녀석들이 올 거니까. 그럼 넌 목숨을 부지하지 못해."

 "난 엄청 쎄니까 걱정하지 마. 그건 그렇고 그 상어상어 뭐시기들이 오면 너도 위험한 거 아냐? 빨리 도망쳐."

 

 그러자 인어가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안돼. 난 상어상어단에게 바쳐질 제물이야."

 "???"

 "그러니까 난 도망칠 수 없어. 제물이 없으면 녀석들이 우리 인어 부족을 끝장낼 테니까."

 

 인어의 말을 들은 춘회가 충격을 받고 멍 때린다.

 아니, 지금이 도대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제물이니 뭐니 한단 말인가?

 춘회가 화가 나서 말한다.

 

 "아놔, 열라 어이가 없네... 인어야, 너 이름이 뭐니?"

 "이름? 케미인데..."

 "좋아, 케미! 내가 그 상어상어 어쩌구들을 완전히 박살 내줄게! 세계 최강 춘회파의 리더인 이 춘회님이 말이야!"

 

 우렁찬 외침이 만 안에 울려 퍼진다.

 케미의 표정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물음표를 그리다가, 바다 저편에서 몰려오는 흰 거품들을 보고 공포로 굳어진다.

 

 "어떡해, 상어상어단이 왔어!"

 "그거 잘 됐군!"

 

 춘회가 자신 넘치는 눈으로 거품 파도를 노려본다.

 잠시 후 물에서 나온 것은 기괴한 외형의 어인(인어와는 반대로 상체가 물고기, 하체가 인간)들이었다.

 머리만 상어고 나머지 부위는 근육질 인간의 모습을 한 이 녀석들이 바로 상어상어단이었다.

 날카로운 창과 시미터(곡도) 등으로 무장한 놈들이 바위 위에 제물을 보고 삐죽삐죽한 이빨을 드러낸다.

 

 "이번 달도 아주 신선한 여자 인어로군."

 "빨리 먹고 싶어 못 참겠다고!"

 

 어인들이 겁에 질린 케미를 향해 슬금슬금 헤엄쳐서 다가간다.

 그때 웬 정의의 용사 같은 외침이 상어상어단의 움직임을 멈춰 세운다.

 

 "어이, 상어들! 동작 그만!"

 "???"

 

 상어 어인들이 뒤를 돌아본다.

 잘생긴 백발의 인간이 팔짱을 끼고 서 있다.

 

 "너희들 힘 좀 쎄다고 남의 부족 제물이나 받아먹으면 되겠냐? 개과천선하고 돌아가라."

 

 춘회의 설교는 도발의 효과를 갖고 있을 뿐이었다.

 화가 난 상어 어인들이 떼를 지어 덤벼든다.

 

 <츄아악>

 

 빠르게 물살을 가르고 다가와 물 밖으로 펄쩍 뛰어오르는 상어상어단.

 일제히 겁 없는 인간을 향해 무기를 휘두른다.

 

 "디바인 쉴드! (성스러운 방패)"

 

 춘회가 견고한 빛의 방패를 만들어 모조리 튕겨내 버린다.

 그리고는 곧바로 역습을 가한다.

 

 "샤이닝 블래스터!!!"

 

 <콰아아아아아>

 

 눈부신 빛의 파동에 휩쓸린 상어 어인 5마리가 그 자리에서 분쇄돼버린다.

 겁에 질린 나머지 어인들이 식겁하며 달아난다.

 

 "가, 강하다!"

 "우선 후퇴해!"

 

 놈들은 케미와 춘회를 남겨둔 채 만 밖으로 헤엄쳐 가버린다.

 전투에서 승리한 춘회가 바위 봉우리를 향해 묻는다.

 

 "야, 케미! 괜찮냐?"

 "으, 응..."

 

 인어가 놀란 표정으로 춘회를 바라본다.

 장난꾸러기같이 생긴 저 백발 미소년이 순식간에 바다의 포식자 상어 어인들을 해치웠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그러다가 잠시 후, 그녀는 불현듯 생각났는지 춘회에게 화를 내며 소리친다.

 

 "멍청아! 상어상어단을 죽이면 어떡해?!"

 "뭐라고... 이봐! 난 너를 구해줬단 말이야. 그런데 멍청이라니, 말이 좀 심한 거 아냐?"

 "아니, 별로 안 심해! 네가 상어상어단을 죽이는 바람에 놈들이 우리 부족한테 복수하면 어떡해? 아아, 이제 끝났어. 너 때문에 우리 부족이 멸망 당할 거라고!"

 

 케미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오열한다.

 춘회는 인어를 구해주고도 욕먹은 데다가 부족 멸망의 원인 제공자 취급을 받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녀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괜히 나서서 상어상어단을 죽인 바람에 놈들의 심기를 건드린 게 아닌가?

 아마 상어상어단은 죽은 동료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또는 제물을 받지 못한 대가를 치르기 위해서 인어 부족을 공격할 것이다.

 춘회가 울고 있는 케미에게 말한다.

 

 "내가 갑자기 끼어들어서 너희 부족을 위기에 빠뜨린 건 사과할게. 그치만 진짜 나쁜 건 내가 아니라 그 상어상어 놈들이잖아?"

 "흑... 흑... 그건 그렇지."

 "그렇다면 이 춘회님이 녀석들을 끝장내서 아예 인어들을 건드리지도 못하게 만들어줄게!"

 "뭐라고?"

 

 케미가 고개를 든다.

 문제의 스케일이 부족 단위로 커졌으니, 저 백발의 미소년이 "미안하지만 볼일이 있네 어쩌네..."하면서 꽁무니를 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해결해주겠다고 나서니 굉장히 의외였다.

 

 춘회가 펄쩍 뛰어 바위 봉우리로 건너온다.

 케미는 갑작스런 인간의 접근에 어깨를 움츠린다.

 아무런 해악도 없는 눈으로 케미를 바라보며 춘회가 말한다.

 

 "나를 상어상어단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줘."

 "진짜로? 이길 자신은 있는 거야?"

 "물론이지! 난 세계 최강의 사나이(가 될 몸이)니까!"

 

 케미는 당연하다는 듯 자신감 넘치는 그의 목소리에서 부족의 남자 인어들에게선 느낄 수 없는 패기와 용기를 느낀다.

 

 '어쩌면 이 사람이라면...'

 

 자기네 부족을 구해줄 구원자일지도 모른다고 케미는 생각한다.

 

 "알았어. 안내해줄게. 근데 너 물속에서 숨은 쉴 수 있어?"

 "아니."

 "그럴 줄 알았어. 인간들은 물속에서 5분도 채 버티지 못하니까..."

 

 케미가 손을 모아 부글거리는 기포를 만든 뒤, 춘회의 코와 입에 갖다 댄다.

 

 "우오옥! 이게 뭐어어야? 부그르르르르..."

 

 춘회가 숨이 막혀서 거품을 털어내려고 한다.

 케미가 먼저 그를 덮쳐 물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풍덩>

 

 물에 빠진 춘회는 숨이 막혀 죽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어라? 오히려 물속에서 숨이 잘 쉬어지네.'

 

 어안이 벙벙해진 그가 주위를 돌아본다.

 분명 바닷물 속이었다.

 이 상황을 케미가 설명해준다.

 

 "아가미 거품 마법이야. 물속에 있는 산소를 아가미처럼 걸러서 네게 전달해줄 거야. 어때? 숨 쉬는 데 지장은 없지?"

 "응!"

 

 춘회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대답한다.

 물 밖에서와는 달리 거품 무는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좋아, 그럼..."

 

 케미가 춘회의 손목을 붙잡고는 꼬리를 힘껏 꿈틀댄다.

 

 "출발한다!"

 "오케이!"

 

 케미와 춘회가 상어상어단의 본거지를 향해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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