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닭둘기 치우기 퀘스트

　촉호의 머릿속에 마법 메시지가 울려 퍼진다.

　< "어이, 촉호! 지금 빨리 도시 중심가로 와! 알겠지? 당장 와야 해! 그럼 기다리고 있는다!" >

　목소리의 주인공은 정보원 클라이드.

　그는 자기 할 말만 '우다다' 쏟아부은 뒤, 마법 통신망을 딱 끊어버렸다.

　촉호는 기가 막혔지만, 왠지 긴급한 뉘앙스가 풍겼기에 늘 하던 트레이닝도 접어두고 얼른 달려가 본다.

　"블링크."

　급하게 나오느라 외출증도 받지 못한 그는 특기인 단거리 순간이동으로 담을 넘고는, 허둥지둥 지하철을 타러 간다.

　파랑 도시 중심가에 도착하자, 만남의 장소에서 클라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촉호! 빨리 왔네!"

　"곧바로 달려왔지. 근데 무슨 일이야?"

　"너한테 딱 좋은 퀘스트가 방금 올라왔어. 선착순 퀘스트인데 자세한 건 가서 설명해줄게. 우선 출발하자."

　그가 촉호의 손을 잡아끈다.

　촉호는 어리둥절해 하며 클라이드의 뒤를 따라 끌려갈 뿐이다.

　대로에 도착한 촉호는 곧바로 알아차리게 됐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구구- 구구-!>

　<빵빵-! 빵빵빵빵-!>

　"에라이, 닭둘기 새끼들아! 제발 좀 비키라고!"

　"구구- 구구!"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 저놈의 닭둘기들 때문에..."

　길 한복판을 가득 메운 한 무리의 닭둘기들.

　그리고 꼼짝도 못하고 있는 차들.

　클라이드가 경쾌한 목소리로 외친다.

　"자, 촉호! 네가 나설 차례야. 너의 오른손 힘으로 저 닭둘기들을 차도에서 치워줘."

　"알았어."

　촉호가 벌트로드의 오우거 장갑을 낀 오른 주먹을 불끈 쥐며 대답한다.

　여기서 '고작 닭둘기들 치우는데 무슨 오우거 장갑의 힘까지 동원하냐?'고 의문을 가질 분들을 위해 '행성의 닭둘기'에 대해 설명해줄 사람을 모시겠다.

　"에헴."

　헛기침과 함께 등장한 설명충... 잠깐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행성에서 닭둘기와 비둘기는 완전히 다른 개체다. 닭둘기는 도시 생활에 적응이 완료된 종으로, 차에 치이거나 인간의 발에 맞아도 버틸 수 있도록 평균 300kg에 육박하는 육중한 몸집과 바위 같은 몸뚱이를 지닌 요지부동의 조류지.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와는 달리 인류의 골칫거리인 것이다.

　아무튼 비둘기에서 거대화된 놈들은 마치 석상처럼 도로에 죽치고 앉아 지금처럼 인간들의 통행을 방해하기 때문에 얼른 치워주어야 한다. 안 그러면 진짜로 눌러앉아 버린다고. 알겠지? 초기 대응이 중요해, 초기 대응이..."

　그 초기 대응을 촉호가 맡게 된 것이었다.

　"자아, 비켜라 이것들아."

　촉호가 오른팔을 빙빙 돌리며 닭둘기들에게 엄포를 놓는다.

　그러나 말이 통할 상대들이 아니었다.

　둘기들은 그저 띠꺼운 표정으로 옆눈으로 흘겨보며 지들끼리 '구구'거릴 뿐이다.

　이 정도는 촉호도 예상했던바,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나선다.

　오른손에 마력을 잔뜩 주입해 힘을 높인 뒤, 제일 가까운 곳의 닭둘기에게 다가가는 촉호.

　떡 벌어진 날갯죽지를 밀쳐버린다.

　<툭>

　"구웃?!"

　닭둘기가 앉은 자세 그대로 차도 옆 갓길까지 밀려버린다.

　닭둘기들이 당황한다.

　몸뚱이에 비해 조막만한 얼굴을 상하좌우 앞뒤로 이리저리 돌려대며 다급하게 구구거린다.

　"구구- 구구! (저 자식 뭐야?)"

　"구구구구구구구구구. (힘이 장난이 아니야.)"

　"구구구! (인간 따위가!)"

　"99-! (싸우자!)"

　<벌떡>

　갑자기 닭둘기들이 보행에 적합한 튼튼한 두 다리로 땅을 밟고 일제히 선다.

　그러고는 목 주위 깃을 잔뜩 세운 채 촉호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구구- 구구!"

　"구구구구구!"

　낮게 깔리는 무시무시한 울음소리였다.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단 건가?

　촉호는 춘회파에 입단한 뒤로 닭둘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무섭고 강한 상대들과 수도 없이 마주쳐 왔다.

　춘회파 멤버들, 윗키, 적흑집, 고레벨 몬스터 등등...

　촉호가 어린아이의 그림일기를 본 화가 아빠와도 같은 미소를 지으며 닭둘기들에게 다가간다.

　"귀여운 것들."

　그는 차례차례 닭둘기의 건장한 가슴팍을 밀어 갓길로 내보낸다.

　<쿠당탕>

　<푸드덕>

　"구우우우-! (아파!)"

　"구구구... (너무 강하다.)"

　포기김치처럼 갓길에 차곡차곡 쌓인 닭둘기들이 날개로 이마를 짚으며 신음한다.

　녀석들은 도저히 촉호를 당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뒤뚱거리며 어디론가 달아나버린다.

　파랑 도시 중심가를 막고 있던 골칫거리 닭둘기 무리를 처리한 촉호.

　모두에게 환호와 기립박수를 받는다.

　"와아아!"

　"당신은 영웅이오!"

　"엄마, 나 저 오빠랑 결혼할래!"

　"생수 팔아요~"

　"나이스, 촉호. 잘했다!"

　<짝짝짝짝짝>

　클라이드도 엄지를 치켜올리며 촉호를 칭찬해줬다.

　퀘스트 의뢰주 교통경찰에게서 소정의 보상금까지 받은 촉호.

　닭둘기들이 사라져 뻥 뚫린 길가를 바라보며 뿌듯하게 웃는다.

　이렇듯 파랑 도시에 남은 춘회파 소년, 소녀들이 10월 마지막 주를 평화롭게 보낸다.

　춘회와 제로가 빠져서 비주얼에서만 조금의 마이너스가 있었을 뿐,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하루였다.

　하지만 이것은 폭풍전야의 고요일 뿐...

　그들이 정상적인 일상을 보내는 사이, 잔뜩 벼른 학생회와 교감의 마수는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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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 오늘은 분량을 다 채우지 못했네요... ㄷㄷ 대신 등장인물들의 러브라인에 대해 잠시 고찰해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해보겠습니다.

　1장의 주인공으로 히어로 테일즈의 포문을 열었던 우리의 촉호!

　그에게는 확실한 짝이 있지요. 바로 흑여우 공주 아라입니다.

　갖은 고생 끝에 구해내는 데 성공한 아라의 용사로 서약까지 맺은 촉호...

　많은 분들의 죽창까지 이끌었었답니다.

　하지만 확고한 커플 체제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청합제 기간 동안 유미라는 팬이 생기기도 했고, 또 지나가는 미인들을 보고 헤벌레거린다는 아라의 제보 또한 있었죠.

　이거 이거, 촉호 녀석 흑여우 공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요?

　딴 여자에 눈 돌리기보다는 아라의 신뢰를 얻는 것이 우선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다음은 2장의 주인공이었던 윌리엄과 윗키입니다.

　둘은 천생연분, 하늘이 맺어준 인연을 가지고 커플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정식으로 사귀고 있는 건 아니지만, 웬만한 정식 커플보다 더 애틋한 사이로 주변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요...

　다만 한가지 불안요소는 용의 힘을 아직 온전히 제어하지 못하는 윌리엄의 상태입니다.

　친구인 제로마저 난도질해버렸던 그의 역린이 잘못 건드려진다면 알콩달콩한 커플 생활도 한순간에 깨져버릴지 모르죠.

　윌리엄으로서는 하루 빨리 용의 힘에 대한 절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흑발 냉혈한 네파리안의 연애사는 어떨까요?

　의외로 굉장히 많은 여자들이 그를 향해 하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답니다.

　조강지처(?) 보라머리 여고생 아스나와는 상상을 초월하는 친밀함을 자랑하는데요. 함께 던젼과 퀘스트를 깨고, 마계의 이모를 뵈러 갔다 온 것은 물론, 충격적이게도 아스나네 달빛 여관에서 혼욕... 무려 알몸 목욕까지 같이한 사이입니다! (3장 4화 참조)

　당선 유력자 아스나 말고도 네파리안에게 들이대는 여캐들은 많습니다.

　우선 춘회파의 성실 메이드 사야! 은근히 그를 챙기며 질투도 하는 모습이었고요, 동급생 에블린도 있습니다. 급조된 캐릭이 아니냐고 날카로운 지적까지 받았던 에블린은 비교적 최근에 출연했는데도 불구하고, 네파리안이 입었던 여자 교복까지 얻으며 제법 쏠쏠한 이득을 챙겼습니다.

　우리 마계 사천왕이신 뮤리엘 이모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모라는 어르신 포지션이긴 하지만, 친척 사이에 결혼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마계의 풍조를 놓고 보면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네파리안을 조교했던 이력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반면 엘프남 제로는 안타까운 행보를 기록하고 있을 뿐입니다.

　100화도 넘게 이야기가 흘러온 지금껏 그가 받은 사랑의 화살은 단 한 개도 없었죠.

　오직 어설프게 들이대다가 차인 기억만이 전부인 제로의 연애사입니다. 날라리 여고생 리나와 안나 자매에게 까이고, 전기 소녀 윗키한테도 조금 마음이 있었지만 친구 윌리엄한테 뺏기고...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흑역사뿐이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뭔가 분위기가 달라진 제로입니다.

　청합제 이후 강제 숏컷으로 헤어 스타일도 바뀌었고, 태도도 어벙이에서 약간은 진지남으로 바뀌었죠.

　게다가 지금까지 여자들을 짝사랑했던 마음이 진심이 아니었단 걸 깨닫고, 진정한 사랑을 찾을 준비가 된 그입니다.

　그동안 고독하기만 했던 은발 엘프남에게 여친이 생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순간이죠!

　다음은 리더 춘회입니다. 타는 듯한 붉은 머리에서 눈부신 백발로 바뀐 그에게 경사스럽게도 진짜 여친이 생겼는데요!

　상대는 바로 샤리 로셀리나, 무려 유니온의 리더입니다.

　2장에서는 다른 동네 유니온 리더와 썸? 쌈?을 타기도 했고, 보육원 여동생 크리스와 알콩달콩 투덕거리기도 했던 춘회.

　하지만 일편단심의 직진 마인드로 결국 여신 샤리의 마음을 잡고 말았답니다.

　경축! 히어로 테일즈 최초의 공식 커플 탄생인 셈입니다.

　과연 오라클의 눈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확인한 춘회가 샤리와의 진실된 사랑을 계속 지켜갈 수 있을지...

　춘회에게 주어진 숙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2군인 케이타와 클라이드의 연애사는 별로 언급된 적이 없습니다.

　저번 화에서 녹발의 힐러 케이타는 그나마 양호실 팸들에게 인기라도 얻는 모습이었지만, 정보원 클라이드는 여친은커녕 작디 작은 썸조차도 없더군요... 약간 미안해지는 마음입니다.

　대충 인물들의 러브라인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앞으로 변화되거나 더욱 굳건해질 히어로 테일즈 연애사를 기대해주시면 참으로 감사하겠습니다!

　막간을 이용해 독자 여러분께 감사 인사 다시 한번 올리겠습니다.

　제 작품을 읽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구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