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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코로나 격리 병동의 살인 사건
작가 : 구산
작품등록일 : 2020.8.16

죽여야 하는 자와 살려고 하는 자.

외딴 숲 속 코로나 임시 격리병동에 13명의 수상한 사람들이 수용된다.
럭셔리한 병동에서 보름 동안 격리 생활하고 음성판정을 받아야 나갈 수 있다.

세월호 침몰 당시 석연치 않게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세간에서 잊혀져 간 구속파 교주 나도신.
그가 비밀리에 활동하다가 격리병동에 수용된다.
그의 시신은 조작되었었으며, 신분을 세탁하고 멀쩡히 살아 있다가 들어온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배후를 밝히기 위한 일단의 추적자들이 자진해서 격리병동에 함께 수용된다.
죽이려는 자와 살려고 발버둥 치는 자의 15일간 사투기.
과연 격리병동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04. 6년 전의 잘못 (2)
작성일 : 20-08-19 16:43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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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6년 전의 잘못 (2)

 

 

 조민철은 한갑술네를 찾아간다.

 가족을 볼모로 갑술이의 멍청한 감각을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한갑술에게는 대학생이 된 딸과 고딩 아들이 있다. 한창 돈 들어갈 시기에 형사 월급만으로 벅차다는 건 불을 보듯 뻔했다.

 

 조민철은 한갑술 부인과 평소에도 제수씨라 부르며 가깝게 지냈으며, 태어나면서부터 지켜본 신애와 신덕이도 아빠처럼 따랐다. 마찬가지로 조민철 자식들도 한갑술 부부를 친밀하게 여겼다. 두 가족은 아이들도 서로를 언니 동생하며 함께 자라난 사이였다.

 

 막상 주인장은 없는 집안이지만 조민철은 스스럼없이 한갑술 부인과 아이들과 어울린다. 자연스레 미국 유학간 딸 이야기가 나오고 신애도 유학 가고 싶다고 말한다. 덩달아 신덕이도 미국 대학 가겠다고 나선다.

 

 조민철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가능한 방법을 알려준다.

 자신의 딸 아들에게 가라고 한다.

 

 한갑술 부인은 언감생심이다.

 조민철은 딸에게 전화해서 신애를 바꿔준다.

 

 영상통화로 대화하는 두 집안의 아이들. 조민철이 만족한 듯 돌아보자, 한갑술 부인은 이맛살만 찌푸린다.

 

 한갑술이 귀가한다. 거나하게 취했다.

 조민철이 와 있는 것을 보고는 술이 확 깬다.

 뻘쭘한 조민철이 먼저 선방을 날린다.

 

  “누구랑 마셨어? 나는 부르지도 않고 말이야.”

 

  “언제 오셨어요?”

 

  “퇴근하고 바로 오셨지. 당신이야말로 연락도 안 받고 이게 뭐야?”

 

 고연시리 남편한테 화풀이다. 신애와 신덕이는 시끄러운 자리를 피해 자기들 방으로 들어가 통화를 계속한다.

 

  “무슨 일이세요?”

 

  “아 이 사람아, 내가 못 올 데 왔나.”

 

 한갑술이 술김에도 퉁명스러워진다.

 

  “그런 게 아니고, 왜 왔냐고요?”

 

  “왜 오다니, 우리 애들 보고 싶기도 하고 해서, 신애 신덕이 보러 왔지.”

 

  “애들은 ---”

 

 부인이 휑하니 안방으로 들어간다.

 아이들이 나와서,

 

  “아빠 나도 미국 보내줘. 민희 언니가 도와준대.”

 

  “아빠 나도 미국 대학 갈래. 여기서 보다 더 쉽대.”

 

 벙벙해 말을 못하는 한갑술.

 부인이 쌩하니 나와서 아이들을 들여보낸다.

 

  “아 시끄러, 들어들 가. 술 취한 아빠한테 들리겄냐.”

 

 한갑술은 조민철의 전략을 눈치 채고 입맛만 다신다.

 조민철이 떠나고 한갑술 부부는 대판 싸운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잘못했다면서 부모를 말린다.

 그래도 역시 부부는 닮는다고 했던가 부창부수였다. 부인은 뭔 일인지는 모르나 조민철 꾐에 넘어가지 마라고 한다. 아이들은 제들이 돈 벌어 유학 가겠다고 다짐한다.

 

 

 경찰부 청사 특별수사대.

 여느 때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출근한 한갑술을 기다리는 것은 경찰부 장관의 호된 질책과 감봉까지 들먹이며 나도신 체포를 윽박하는 박구인 특수대장 뿐이다.

 

 한갑술은 집에 연락할 틈도 없이 수사대를 이끌고 짚차에 몸을 실어 남도로 내려간다.

 결국 조민철의 제안을 뿌리치지 못하고 한갑술은 일생일대의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천사구락부.

 서울역 뒤 염천교 아래에는 언제부터인지 노숙자촌이 형성되어 있었다. 부근에 민간이 사는 아파트 촌이 없고, 오피스 빌딩 뿐이어서 민원이 들어오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노숙자들이 ‘천사구락부’라는 그럴듯한 간판까지 내걸고 자치적으로 청결과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시청과 관내 구청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특히 관할 청대문 경찰서는 서울역과 남대문, 그리고 광화문 지역의 노숙자들이 밤에는 이곳으로 몰려와 잠을 자기 때문에 오히려 치안 유지에 도움이 되어 묵인하고 있는 셈이었다.

 

 ‘1004 구락부’에는 자칭 대장이라고 불리는 우두머리 전씨가 있다.

 60대 후반의 이 사내는 전직 형사라는 소문도 돌았고, 공작원 내지는 특수부대 출신으로 북한까지 넘어갔다 왔다는 설들이 있었지만 확인되지 않았고, 본인도 그런 소문에 대해 일체 말한 적이 없었다.

 다만, 머리가 좋고 회전이 빨라 많게는 200여 명에 달하는 식구들을 제법 통솔하고 있었다.

 

 어느 조직이던지 거기에는 제법 잘 돌아가고 민첩한 부류들이 있게 마련이다. 천사구락부에도 쓸 만한 머리를 굴리고 믿음 있게 행동하는 친구들이 전대장을 호위하고 구락부를 이끌고 있었다.

 그 위에 이들 조직을 손아귀에 넣고 주무르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한갑술이다.

 

 한갑술은 청대문 경찰서에서 형사 생활을 시작해 잔뼈가 굵었다.

 청년시절부터 그의 정보원 노릇을 하며 공생 관계를 유지해온 자가 바로 전대장이다.

 

 한갑술은 조민철의 지시대로 천사구락부에서 무연고 시신 하나를 구한다. 전대장이 전 식구들을 풀어 시신 하나 구하는 것쯤은 누워서 식은 죽 먹기였다.

 

 은밀하게 시신을 인계받은 한갑술과 조민철은 나도신의 신체적 특징을 재현하기 위해 오른손 검지도 잘라놓는다. 아무래도 신장과 생김새를 똑같이 만들 수는 없어서 약품을 발라 부패를 진행시키기로 한다.

 마지막 실행을 위해서는 비밀 유지와 성공을 위해서 한갑술과 조민철이 직접 움직이기로 했다.

 

 한과 조는 야밤에 위장한 시신을 메고 지리산 남쪽 학구산 자락을 더듬는다.

 대규모로 수색중인 곳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구릉에 시신과 위장품들을 버린다.

 

 이따금 개 짖는 소리가 들렸지만 사위는 조용했고, 우거진 잡초는 시신을 버리기에 충분했다.

 산줄기를 타고 내려온 언덕받이 끝과 밭의 경계 부근에 있는 구릉이어서

 잠깐 쉬었다 가기에 좋은 자리였다.

 내려다보면 민가가 언덕 밑에서 시작하여 죽 들어서 있어서 부지런한 동네 사람들이라면 머지않아 변사체를 발견해 신고 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한갑술과 조민철은 오랜 동안 파트너로서 형제보다 더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지만 이번 일만큼 서로가 말없이 신뢰를 보낸 적은 없었다. 죽으나 사나 어차피 공동운명체였던 것이다.

 위에서의 일이야 박구인 총경이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지만, 현장에서 실제적 일들을 꾸민 것은 지구상에서 단 둘만이 알고 있는 일이다.

 

 그만큼 결속력이 남달랐고, 그만큼 서로가 중요한 존재였다.

 만일 하나라도 변심한다면 그래서 일이 잘못 되기라도 한다면,

 둘 다 목숨을 내놓아야 할 형편이라는 것쯤은 굳이 말 안 해도 서로가 충분히 알고 있었다.

 

 예상보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자 박구인은 초조해진다.

 조민철은 경찰력을 그곳으로 보내 수색하자고 하였지만 한갑술은 애초에 짠 전략대로 진행하자고 고집을 피웠다.

 사소한 일이라도 하나가 어그러지기 시작하면 모든 게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갑술은 진짜 나도신을 추적하는데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당초 조민철과 약속하기를 우선 노숙자 시신으로 나도신이라고 위장하여

 비등하는 여론을 잠재우고, 가능한 한 빨리 나도신을 잡아서 가짜와 바꿔치기하자고 하였기 때문이다.

 

 한갑술은 이 약속을 굳게 믿었다.

 그러나 조민철은 노숙자 시신을 갖다가 버린 후로는 언제 그런 약속을 했냐는 듯 까마득하게 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갑술은 위장한 변사체가 발견되면 움직이리라 믿고 혼자서 특수대원들을 몰고 지리산 자락을 뒤지고 다녔다.

 

 나도신을 일부러 안 잡는 것이냐,

 대한민국 경찰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느냐는 등

 여론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위장한 시신을 갖다 버린 지 보름 만에 학구산 민가에서 변사체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은 현장에서 시신을 수거 공립과학수사원에 보낸다.

 공과수는 수거된 변사체가 나도신이라고 발표한다.

 

 나라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언론은 나도신의 죽음에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러나 공과수의 발표는 공고하다.

 박구인은 공과수에 압력을 넣어 변사체가 나도신이라고 짜맞춰 놓았다.

 

 여론은 들끓었다.

 경찰의 무능과 시신의 진짜 여부를 놓고 연일 보도하고 있지만, 경찰은 당초의 발표대로 의심의 여지없이 나도신이라고 우긴다.

 

 

 전남 지방경찰청에서는 지방 청장이 기자회견을 한다.

 학구산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의 DNA가 나도신과 일치한다고 발표한다.

 

 외견상 타살혐의가 없고,

 반항한 흔적이나 상처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

 타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고령에 고혈압 당뇨병 등 지병을 앓고 있어서 객사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

 나도신이 궁지에 몰린 것을 비관해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다.

 

 

 천수원 앞에서는 구속파 대변인이 중대 발표를 한다.

 젊고 지적인 젊은이가 말쑥한 양복을 입고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경찰이 발표한 교주의 시신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 한다.

 많은 취재진이 몰려와 중계를 한다.

 

 ‘다섯 가지 이유로 경찰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 한마디로 변사체는 나도신 회장이 아니다.’

 

 대변인이 주장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나 회장님은 5월 25일까지는 살아있었다. 그날까지 동행했던 신도가 체포될 때까지는 생존해 있었다. 6월 12일 변사체가 발견됐다고 했는데, 2주 만에 백골화가 80% 진행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겨울 잠바에 벙거지 모자를 쓴 초라한 행색이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셋째, 회장님은 키가 작은 분인데, 변사체는 키가 큰 편이다. 시신의 외모도 회장님과는 달라 보인다.

 

 넷째, 회장님은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는 분이다. 사체 주위에서 막걸리 소주 등 술병이 발견됐다는 점도 이해할 수 없다.

 

 다섯째, 유류품에서 치킨조각이 나왔다는 것도 수상하다. 유기농만 먹는 회장님이 후라이드 치킨을 먹을 리 없다.

 

 따라서

 시신이 바꿔치기 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나도신이 죽었다면 최대 2주 전인데, 2주 전에 죽은 시신이라고 보기에는 부패가 너무 많이 진행돼 있다고 의심을 하고 있다.

 

 초라한 행색에 대해서는 실제로 변사체의 잠바가 이탈리아제 고가 명품 브랜드인 '로로피아나'이고, 신발은 '와시바'라는 명품이었지만, 경찰 발표가 명품을 숨긴 채 잠바와 낡은 운동화 차림이라고 강조하면서 벌어진 오해였다.

 

 그리고 사체와 함께 발견된 술병, 치킨 조각 등으로 볼 때 문제의 변사체가 절대로 나도신일 리 없다는 것이다.

 

 구속파들은 교주의 허망한 죽음을 그것도 초라하게 혼자서 객사했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언론에서도 연일 의문을 쏟아내놓는다.

 TV에서는 타살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20억 원이 든 현금가방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나도신이 도피할 때 20억 원이 든 대형 여행용 가방 3개를 가지고 나갔는데, 2개는 발견이 됐지만, 마지막 1개는 나도신과 함께 사라진 것이다.

 

 더구나 혼자 도피했을 리는 없고 당연히 조력자나 수행원 있었을 것인데,

 이들의 행방이 오리무중이라는 것이다 .

 나도신이 평상시 착용했던 안경과 핸드폰이 없는 것도 의문이었다.

 발견된 변사체에서 왼손 두 번째 손가락이 절단돼 있고, 네 번째 손가락에 큰 상처가 것으로 보아 폭행의 흔적이 있다고도 하였다.

 

 또한 혼자 죽은 변사체들의 대개는 다리가 약간 구부려져 있는데,

 이 사체는 양다리가 쭉 뻗어 있다. 이는 사체를 옮기느라고 발을 잡아서 생긴 것 같다고 하였다.

 

 경찰 발표에도 허점은 들어가 있었다.

 이미 부패가 상당 진행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해놓고, 반항이나 타살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하였다.

 

 더욱이 경찰이 제시한 치흔에서 일관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전문가의 견해가 나왔다. 시신의 부패가 아무리 빨리 진행된다 하더라도 치아와 치골 등이 그렇게 심하게 부패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들어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굶주린 들쥐처럼 달라붙던 대상이 사라지자 매스컴의 관심은 시들해지고, 결국 들끓던 여론도 잠잠해지면서 구속파는 세상에서 잊혀져갔다.

 

 반대로

 한갑술의 나도신에 대한 추적은 더욱 끈질겨졌다. 집착을 넘어 점점 폐인이 되어 가고 있었다.

 

 박구인과 조민철이 공로를 안정 받아 승승장구 할 때, 한갑술은 지리산 자락을 뒤지고 다녔다.

 찾다가 지치면 집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천사구락부를 찾아 전대장과 소주잔을 기울이고 몇날며칠을 잠만 잤다.

 정신을 차리고나면 다시 남도로 유령을 찾아 떠나곤 하는 세월이 6년 간 반복되었다.

 

 자연히 집안에는 등한시하게 되었다.

 아니 안중에도 없다는 말이 옳을 것이었다.

 다행히 경제적 문제는 조민철이 월급을 직접 전달해 주어 해결 할 수 있었다.

 

 이제 방랑의 폐인 생활도 접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한갑술은 서울로 돌아오는 고속버스 안에서 긴급 뉴스에 눈이 번쩍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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