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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코로나 격리 병동의 살인 사건
작가 : 구산
작품등록일 : 2020.8.16

죽여야 하는 자와 살려고 하는 자.

외딴 숲 속 코로나 임시 격리병동에 13명의 수상한 사람들이 수용된다.
럭셔리한 병동에서 보름 동안 격리 생활하고 음성판정을 받아야 나갈 수 있다.

세월호 침몰 당시 석연치 않게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세간에서 잊혀져 간 구속파 교주 나도신.
그가 비밀리에 활동하다가 격리병동에 수용된다.
그의 시신은 조작되었었으며, 신분을 세탁하고 멀쩡히 살아 있다가 들어온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배후를 밝히기 위한 일단의 추적자들이 자진해서 격리병동에 함께 수용된다.
죽이려는 자와 살려고 발버둥 치는 자의 15일간 사투기.
과연 격리병동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05. 입소 첫날
작성일 : 20-08-21 08:50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6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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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입소 첫날

 

 

 한갑술 방에서는 거실 창문으로 격리 병동의 정면이 내려다보였다. 다만 지붕이 비스듬히 시야를 가려 현관 바로 앞은 보이지 않았다.

 엠불런스가 막 나가고 있고, 노란 잠바를 입은 시청직원과 하얀 가운을 입은 보건소 직원들이 움직이고 있다.

 

 한갑술은 뒷덜미에 인기척을 느껴 재빨리 돌아서며, 옷걸이를 거꾸로 들어올리고 공격자세를 취한다.

 욕실에서 방삿갓(70대 남)이 태연하게 나온다. 한갑술이 들었던 옷걸이를 내려놓으며,

 

  “아이, 영감탱이---.”

 

 방삿갓이 다소곳하게,

 

  “죄송합니다.

  소독한 세면도구를 갖다놨으니 모자라면 관리실로 연락하세요.”

 

 한갑술이 물끄러미 바라보다,

 

  “예 감사합니다.”

 

 방삿갓이 먼저 인사한다.

 

  “전, 방신립이라고 합니다. 청소원입니다.”

 

 한갑술이 정중하게

 

  “아 예, 방삿갓 선생님.”

 

  “선생님은 무슨 --”

 

  “승천교에서 방삿갓을 모르면 간첩이지요.”

 

 다가가 손을 내밀려다가 주먹을 내민다.

 

  “한갑술입니다.”

 

 방삿갓이 장갑을 벗고 주먹을 부딪히며,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1층 서쪽 끝방이 영선실이고, 2층 서쪽 끝방이 제 방입니다.”

 

  “예, 감사합니다. 찾아뵙겠습니다.”

 

 방삿갓이 인사하고 나간다.

 

  “그럼.”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창밖을 내다보는 한갑술.

 창밖에는 막 도착하는 엠불런스와 에스코트하고 오는 경찰차가 보인다.

 

 격리병동 현관 앞에 막 도착한 앰뷸런스에서 리프트가 내려진다. 휠체어와 거기에 타고 있는 사람.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비닐 캡에 덮인 얼굴이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다.

 뒤이어 마스크와 비닐 헬멧을 쓴 김부남이 내린다. 뒤따라 온 승용차에서 수행원들이 나온다.

 승천교 관계자들은 물론 보건소 직원들까지 달려 나온다.

 

 구급대원이 휠체어를 내려 현관으로 밀고 가면, 크고 화려하게 개조한 휠체어가 대기 중이다.

 수행원들이 환자를 들어 화려한 휠체어로 옮겨 앉힌다.

 

 보건소 직원이 명단을 확인한다.

 수행하고 온 사람들은 현관에서 못 들어가게 제지당한다.

 현관으로 들어가는 휠체어를 바라보면서 돌아서서 눈물을 훔치는 수행원,

 아멘을 속삭이는 사람도 있다.

 직원과 경찰들이 이들을 밀어내느라 실갱이를 한다.

 

 현관을 통과해 로비를 가로지르는 휠체어에 앉은 사람(70대 후반)과

 밀고 있는 김부남(60대 후반).

 원실장이 이들을 불러세운다.

 

 “이리 오세요.”

 

 명단을 확인하고,

 

  “안유신 씨.”

 

 김부남

 

  “예, 회장님이십니다.”

 

 원실장이 또 부른다.

 

  “김부남 씨.”

 

  “예, 접니다.”

 

  “이리 오세요.”

 

  “회장님은 제가 --”

 

  “회장님도 여기 오시면 똑같은 환자셔.”

 

 원실장이 다시 손짓으로 부른다.

 할 수 없이 발자욱이 그려져 있는 곳으로 가서 서는 휠체어. 김부남이 휠체어와 함께 섰다가 뒤로 물러나 뒷 발자욱에 섰다가, 다시 앞으로 가 앞 발자욱에 휠체어를 놓고 뒤로 물러나 뒷 발자욱에 선다.

 휠체어에 앉은 사람은 불안한지 뒤돌아본다.

 

 데스크에서 질문을 받는다.

 봉사자가 서류를 보며 묻는다.

 

  “안유신 씨?”

 

 휠체어에 앉아있는 사람은 안유신으로 신분을 세탁하고 있는 나도신이다.

 아직도 남의 이름에 적응이 안 돼, 멍하니 반응이 없다.

 봉사자가 재차 부른다.

 

  “안유신 씨!”

 

 김부남이 대신 대답한다.

 

  “예, 회장님이십니다.”

 

 봉사자가 서류를 대조하고는,

 

  “본인이 대답하세요. 신분 확인을 해야 하니까.”

 

 그제서야 나도신이 대꾸한다.

 

  “예, 납니다.”

 

 신원을 확인받은 김부남과 안유신이 진료대에 선다. 닥터 민이 진료한다.

 

  “복용하시는 약 있으세요?”

 

 나도신이 대답한다.

 

  “없어.”

 

  “영양제도 안 드세요?”

 

  “먹지”

 

  “뭐 드세요?”

 

  “몰라, 의사가 먹으라니까 먹는 거지. 하여간 많어.”

 

 닥터 민이 화려하지만 수상한 휠체어를 살펴보고,

 

  “휠체어는 왜 사용하세요?”

 

  "다리를 못 써."

 

  "다치셨어요? 일어나 보세요."

 

 나도신이 얼떨결에 일어나려 하자, 김부남이 주저앉히며, 끼어든다.

 

  “회장님은 다리에 마비 증상이 있으셔서 ---”

 

 닥터 민이 다리를 만지며 덮인 담요를 걷으려 한다. 나도신이 뿌리치며,

 

  “안 돼.”

 

 닥터 민이 웃으면서,

 

  “멀쩡하신 대요. 팔 힘도 세시고---.”

 

 원실장이 다가와 거든다. 김부남을 향해,

 

  “빨리 모시세요.”

 

 김부남이 나도신의 휠체어를 밀고 엘리베이터로 간다.

 

 

 한갑술은 거실 창가에서 사라져 가는 경찰차를 바라본다.

 깊은 산속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승천교 연수원 전경.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조용히 앰뷸런스 한 대가 나간다.

 연수원 건물과 초소 곳곳에서 경비원들이 보초를 서고 있다.

 

 

 4층의 중앙에 자리 잡은 스위트 룸이 나도신 방이다. 나도신이 김부남이 미는 휠체어를 타고 들어간다.

 가운데 원형 거실이 있고, 좌우로 주방과 식당, 다용도실, 옷장, 응접실, 침실, 욕실, 체육실 등이 갖춰져 있다.

 거실 테이블에 커다란 장미 화환이 놓여있다.

 

  ‘쾌유를 기도합니다.’

  ‘승천교 회장 지태신’이라고 씌여 있다.

 

  “하하, 역시 지회장이야.”

 

 나도신이 박장대소하며 전화를 건다.

 

  “아이구, 우리 회장님.”

 

 승천교 지태신 회장의 목소리가 들린다.

 

  “할렐루야.”

 

 나도신이 인사치례지만 진정 부러워서 하는 말이다.

 

  “할레루야, 참 대단하십니다.

  천혜의 요새에 일류 호텔 같은 주님의 철옹성을 지으셨어요. 회장님.”

 

  “모쪼록 편히 쉬셨다가 쾌차하시어 돌아가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메엔. 불편한 점 있으시면 하시라도 하명 주시고. 하하하.”

 

  “여부가 있겠습니까? 배려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멘. 하하하.”

 

 김부남이 기분 좋은 나도신이 더 좋으라고 거든다.

 

  “실제로 승천교 지회장님과 가족들, 간부들이 들르셔서 요양을 하고 가시는 곳이랍니다.”

 

 나도신은 엉뚱한 욕심을 내비친다.

 

  “음 훌륭해. 우리도 이런 시설 하나 짓자고. 대한민국 최고의 의료진을 갖춘 최고의 요양원. 어때? 사람들이 돈 들고 줄을 서게 될 거야.”

 

 김부남은 자신의 사고 능력에서 감당할 수 없는 내용을 나도신이 말하면, 맞장구를 치기보다는 차라리 입을 닫는 게 편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나도신이 주제넘게 마구 욕심을 부리는 것이 못마땅하고 얼토당토않게 느껴지기도 해서 아예 외면하는 것이다.

 김부남은 대신 한 가지 걱정을 확인한다.

 

  “그나저나 회장님, 경호원들은 안 부르셔도 되겠습니까?

 그놈들이 여기까지 쫓아와서 협박해오면---.”

 

 나도신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쳐다보지도 않고 응수한다.

 

  “승천교 쪽에서 이미 연수원 전체를 경비하기로 했다.

  경비는 물론 내가 대는 거지만.”

 

 김부남은 나도신 평소의 태도로 보아 너무 쉽게 대응하는 거 같아 한 마디 더 붙인다.

 

  “그것만으로 되시겠습니까?”

 

  “경기회, 여의주회에 모두 침 발라 놨지.

  여기서 2주간 요양할 동안 그놈들 손 좀 볼 거야. 안전 문제는 그다지 신경 안 써도 될 일이다.”

 

 김부남은 연초부터 잦아진 협박 건을 상기시켜 준 것이지만, 나도신은 이미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투다.

 

 작년부터 어떻게 알았는지 나도신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자들이 있었다.

 나도신은 6년 전에 노숙자 변사체를 자신의 것으로 위장하고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도망에 성공하여 봉하산 깊은 계곡에 터를 잡고 숨어 지냈다.

 비밀스레 신자들이 드나들면서 차츰 그럴듯한 기도원이 들어섰다.

 나도신은 신자 중에서 자연사한 안유신으로 신분을 세탁 하고, 조심스레 종교활동을 계속해오고 있었다.

 

 한때 위기에 처했던 구속파도 끄떡없이 되살아나고, 청구시 쪽에서 위세를 떨치는 승천교 교주 지태신과 밀접한 교류를 하며 상부상조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회는 경찰부의 공공연한 비밀 조직으로 전현직 간부들로 구성돼 있는 친목단체이다.

 여의주회는 여의도 비밀 사조직으로 전현직 국회의원들로 구성돼 있다.

 두 단체 모두 철저한 회원관리를 바탕으로 로비가 주임무이다.

 물론 두 조직 다 주된 운영 자금은 나도신 등이 보내는 비밀 자금으로 꾸려진다.

 

 6년 전 사건 이후 나도신은 몇 배 많은 자금을 뿌리고 있었다.

 그런데 몇몇 지하 단체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나도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며 겁박을 해오기 시작했다.

 차라리 죽이겠다고 하는 협박은 참을 만 했다. 맞닥트리는 순간까지는 편히 살테니까.

 문제는 정체를 폭로할테니 돈을 달라거나 배후를 밝히라는 협박이었다.

 차라리 돈이라면 줘버리면 될 것인데, 검은 돈 먹은 자들의 명단을 대라는 것은 칼을 물고 엎어지라는 것과 같았다.

 

 나도신은 뒤를 쫓는 이들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 시신을 조작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경찰부 박구인 치안감에게 몇 곱절의 돈과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검찰, 사법, 언론계, 재계 등에 쏟는 자금은 나도신의 생명을 유지해주는 목숨값이었다. 어찌 소홀히 할 수가 있겠는가.

 

 

 김부남이 창밖을 내다본다.

 가로등 불빛에 여기저기 경비원들의 그림자가 보인다. 나도신도 창밖을 내다본다.

 

  “경비원들이지?”

 

  “아마도 본청에 박치안감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고 --.”

 

  “모든 게 만족해. 암.”

 

 나도신은 기분 좋게 휠체어를 굴려 체육실로 들어간다.

 운동기구들로 꽉 차 있다.

 김부남이 쫓아가며,

 

  “회장님이 주문하신 건 다 갔다 놨다고 합니다. 언제든지 사용하시라고--”

 

  “나보고 여길 또 오라고?”

 

 김부남이 찔끔한다.

 

  “하하하, 그런 말이 아니란 걸 나도 안다.”

 

  “푹 쉬면서 운동이나 해보자.”

 

 나도신은 휠체어에 앉아서 능숙하게 기구를 이용한 운동을 한다.

 김부남은 머쓱하기도 하고 이 정도는 아부를 떨어야 할 것도 같아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다.

 

  “운동이 회복에 좋답니다.”

 

 다행히 나도신이 흔쾌히 받아준다.

 

  “그래, 이깟 코로나 쯤 못 이기겠냐. 너도 열심히 해.”

 

 사소한 아부도 그냥 넘어가는 일 없이 대개 꼬투리를 잡아 돌려치는 평소의 성격에 비하면 통한 것이다. 김부남은 황송할 뿐이다.

 

  "예, 저야."

 

 그러면 그렇지 나도신이 그냥 넘어갈 위인이 아니다.

 

  "같이 나아야지. 너한테 내가 다시 옮으면 안 되잖아."

 

  "예. 명심하겠습니다."

 

 무얼 명심하겠다는 뜻인지 김부남은 머리를 조아린다.

 운동에 열중하면서도 나도신은 사업 구상 중인 모양이다.

 

  "우리도 만들자."

 

  "여기 잠시 쓰자고 건넨 돈이 얼만 줄 아냐?"

 

  "혼자 쓸 수는 없다고 하여, 저 쓰레기들 비용까지 다 대가면서,

  이 건물을 통째로 빌린 거라고."

 

 김부남은 비로소 승천교회 연수원에 격리병동이 생기고, 나 회장이 어떻게 이곳으로 오게 됐는지를 알게 되었다. 혼자 소리를 한다.

 

 '그러면 그렇지, 승천교 지태신 회장 자신이 별장으로 쓰는 공간을 공짜로 내줄 리 없지.'

 

 다부진 상체의 나도신은 직접 개발한 쌍절도를 휘두르고 있다.

 쌍절도는 줄이 긴 쌍절곤에 한끝은 표창이, 한쪽에 있는 곤봉은 칼집으로, 안에는 단검이 숨겨져 있다.

 휠체어에 앉아 쌍절도를 능수능란하게 휘돌리는 나도신.

 김부남은 몸을 숙여 도망간다.

 나도신은 쌍절도 신봉자였다.

 

  "총기가 불법인 우리나라에서는 이만한 호신용 무기가 없다."

 

 나도신이 운동에 열중하고 있는 체육실 발코니의 창문에서 누가 엿보는 것처럼 얼핏 그림자가 어린다.

 

 나도신이 미닫이 창을 열고 내다본다. 그림자는 연결된 발코니를 타고 사라진 뒤다.

 

 나도신은 어둠이 짙게 깔린 격리병동 정원을 바라보며, 보름 간 무사히 지내다가 음성 판정을 받고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을 먹는다.

 

 

 3층에는 나도신의 방 바로 밑이 원형 로비이고, 그 옆 칸이 한갑술 방이다.

 한갑술 방 거실 테이블에 노트북이 열려져 있다. 화면에 나도신이 운동하는 모습이 나온다. 베란다 쪽에서 바라본 화면이다.

 

 나도신이 휠체어를 탄 채 발차기를 한다. 휠체어 액션.

 

  “풋, 혼자 보기 아깝네.”

 

 한갑술이 비웃고는 있지만, 사실 속으로는 놀라고 있다.

 80이 노인이 휠체어 앉아서

 쌍절도를 휘두르고,

 주먹을 내뻗고,

 발차기를 하는 모습이

 최후의 발악을 하는 것 같아 씁쓸하면서도,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고난도 동작이고,

 듣도보도 못한 휠체어 액션이기 때문이다.

 

 

 3층 한갑술의 방 옆에는 오상만의 방이다.

 젊은(20대 후반) 오상만이 소위 ‘교도소 맨몸운동’을 하고 있다.

 

 침대에 발 올리고 팔굽혀 펴기,

 문틀에 매달려 턱걸이 하기,

 상체 일으키기 ---.

 

 단순히 운동을 하는 게 아니다. 굳은 표정이 결의에 차 있다.

 벗은 상체에서 땀방울이 떨어진다.

 

  “기다려라--”

 

  “반드시--”

 

  “죽여주마.”

 

 운동에 열중하면서 중얼거리는 게,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체력을 단련시키고 있다.

 

 

 격리병동의 정면에서 보는 건물 외관의 모습.

 밤이라 각 방의 모습들이 실루엣으로 보인다.

 

 각 방으로 다가가면,

 방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들이 하나씩 보인다.

 

 여필순(70대)이 방에서 할머니답지 않게 날렵하게 표창을 던진다.

 타겟에는 사람의 상반신이 그려져 있다.

 

 온 정신을 곤두세워 겨냥한 후,

 표창을 연달아 세 개 던진다.

 목표물에 다가가 확인한다.

 

 표창 한 개는 이마에,

 한 개는 왼쪽 가슴에,

 한 개는 배에 꽂혀 있다.

 

 자세히 보면 그림의 상반신이 나도신이다. 그의 이마, 가슴, 배에 표창을 정확히 꽂은 것이다.

 

 

 부만경(50대 남자)의 방에서는 카우보이처럼 밧줄 던지기를 한다.

 밧줄을 휘휘 돌리더니 던진다.

 의자, 옷걸이, 침대 모서리 등 걸릴 게 있는 것에는 모두 밧줄을 던져 건다.

 세워 놓은 입식 옷걸이에 밧줄이 걸린다.

 줄을 당기자 옭아매진 옷걸이가 올라간다. 옷걸이가 마치 교수대에 달린 것처럼 걸려있다.

 부만경이 무릎 꿇고 기도한다.

 

  “맹골수도 영령들의 이름으로 너를 매단다.”

 

  “주님 저를 용서하소서, 이놈은 죽어 마땅한 자이옵니다.”

 

  “304명의 원혼을 달래주시옵서소.”

 

 누군가를 목 매달 일이 있는 모양이다.

 

 

 오상만의 옆방이 고미자의 방이다.

 어둠 속에서 고미자(20대 후반)가 화병을 응시한다.

 화병이 움직이는 것 같더니 갑자기 공중부양을 한다. 스윽 떠올라 한 바퀴 돌더니 제자리에 안착한다.

 

 고미자가 염력을 사용한 건지, 보는 이가 착각을 일으킨 건지 모르게, 방심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고미자는 피곤한지 머리를 흔들고 침대에 엎어진다.

 

 병동의 정면 바깥에서 바라다본 건물의 외경.

 어둠 속에서 건물 전체가 들리는가 싶더니, 붕 떳다 제 자리에 안착한다.

 

 각방에서 움직이는 실루엣들.

 연수원은 점점 어둠에 갇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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