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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코로나 격리 병동의 살인 사건
작가 : 구산
작품등록일 : 2020.8.16

죽여야 하는 자와 살려고 하는 자.

외딴 숲 속 코로나 임시 격리병동에 13명의 수상한 사람들이 수용된다.
럭셔리한 병동에서 보름 동안 격리 생활하고 음성판정을 받아야 나갈 수 있다.

세월호 침몰 당시 석연치 않게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세간에서 잊혀져 간 구속파 교주 나도신.
그가 비밀리에 활동하다가 격리병동에 수용된다.
그의 시신은 조작되었었으며, 신분을 세탁하고 멀쩡히 살아 있다가 들어온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배후를 밝히기 위한 일단의 추적자들이 자진해서 격리병동에 함께 수용된다.
죽이려는 자와 살려고 발버둥 치는 자의 15일간 사투기.
과연 격리병동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01. 프롤로그
작성일 : 20-08-17 00:20     조회 : 429     추천 : 0     분량 : 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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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프롤로그

 

 

 한갑술 집

 허름한 연립주택의 5층이다.

 좁고 남루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방이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TV 뉴스 앵커 소리만 들린다.

 

 ‘경북 청구시에서 집단감염이 발생 돼 당국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승천교 청구교회에서 24명의 신규확진자가 나오며 이 교회에서만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섰습니다.’

 

 원룸에 붙어 있는 목욕실에 인기척이 있다.

 한갑술이 면도를 하고 있다.

 모서리가 닳아 녹이 슨 것처럼 얼룩이 번지는 거울에 비치는 50대 중년의 얼굴.

 핼쑥한 볼과 광대뼈, 퀭한 눈만이 살아있다.

 얼굴을 매만지고, 물에 젖은 머리를 만져본다.

 

 가위로 듬성듬성 머리를 잘라낸다.

 바리깡으로 옆머리를 밀어내는 남자.

 세면대에 머리를 박고 감는다.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고, 스킨과 로숀 병을 쥐어짜 바른다.

 

 이윽고 드러나는 깡 말랐지만 강짜 있는 상체.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총을 뽑아 쏘는 시늉을 한다.

 

 영화 <택시 드라이버>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거울 앞에서 했던 동작이지만 총이 없다.

 미소를 던지며, 여기저기 비춰보고는 만족한다는 듯 돌아선다.

 

 옹색한 방에서는 계속해서 TV뉴스 화면이 나오고 있다.

 승천교 교회 건물과 예배모습, 청구시의 대책 발표 등이 이어진다.

 뉴스에 신경을 쓰며 옷을 입는 남자.

 

 현관에 걸려있는 거울에 비춰보는 상반신 모습, 허름하지만 깔끔한 복장이다.

 만족한 표정을 짓는다. 자신에게 윙크해주고 문을 열고 나간다.

 

 

 같은 시간.

 한갑술의 딸 신애 집.

 거실의 TV화면에서 뉴스가 나온다.

 코로나 현황과 대책. 환자 발생 지역별 숫자. 전국의 현황이 그래프로 알려지고, 청구시장이 나와서 대책을 발표한다. 옆에는 통역사가 수어를 해주고 있다. 수어는 못 알아듣지만, 풍부한 얼굴표정으로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종일관 굳은 시장의 얼굴과 대비된다.

 

 "사회적 약자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현실을 고려하여, 이들에 대한 방역 대책과 보호조치를 강구하고 있습니다.

 청구시에서는 의료진들과 봉사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수용시설이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타시도의 도움이 절실한 형편이며, 정부와 기업체에서 제공하는 연수원 건물을 임시 격리병동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시설을 내주고 편의를 제공해주는 기업, 종교단체, 관계기관 여러분께 청구시민을 대표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작은 아파트의 거실 소파에 신애(26세)가 앉아 뉴스를 보고 있는 중이다.

 옆방에서는 아들 신덕(23세)이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다.

 신애가 핸폰을 들어 버튼을 누른다.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안내 멘트에 신애가 걱정스런 푸념을 한다.

 

  “며칠 째 안 받더니, 아예 불통이야.”

 

 동생 들으라고 하는 소리지만 신덕은 반응이 없다.

 

  “아빠가 통 연락이 안 되셔.”

 

 신덕이 게임을 멈추지 않고 퉁명스럽게 던진다.

 

  “전화를 받던, 안 받던 무슨 상관이야.”

 

  “아빠가 너한테 무슨 죄를 그렇게 졌니?”

 

 누나가 타박하자 신덕은 뻘줌하다.

 

  “아빤, 아직도 책임감에서 못 벗어나시고, 엄마한테 버림받고 -흑흑흑, 불쌍한 아빠 -.”

 

 신덕은 울먹이는 누나에게 쏘아부친다.

 

  “책임감은 쥐뿔 — 집안은 내팽겨쳐두고,--

  한창 공부할 중요한 시기에, 맨날 부부싸움만 하고--

  내가 세월호야,

  나는 이 집에 존재하지 않아.”

 

 신애는 동생이 화내는 것을 무서운 듯 바라보다가 운다.

 

  “무서워 그러지 마,

  너까지 그러면 나는 어떻게 살아. 어어엉.”

 

 남매가 서로를 외면한 채 말이 없다.

 

 

 광명역, KTX 플랫폼.

 어마어마한 철골 지지대들이 하늘을 떠받치고, 투명한 덮개조각들이 행성의 껍데기라도 되는 듯 내부를 감싸고 있다. 공간의 내외를 경계 지으며 다각형 유리 천장들이 물결치듯 뻗어나갔다.

 

 플랫폼의 의자에 남자가 한 점으로 앉아 있다.

 한갑술은 새벽녘 인적 없는 플랫폼에서 거대한 공간을 올려다본다.

 여명이 투명한 지붕을 뚫고 남자의 시신경을 자극한다.

 소름이 돋는다. 새벽 한기를 느낄 정도는 아닌데.

 

 한갑술은 무지막지한 고래 뱃속에서 요나가 느꼈을 전율을 맛본다.

 요나는 소명을 거부하고 도망가다가 바다에 던져져 고래 뱃속에서 회개하고 다시 육지로 나와 하느님의 소명을 받들 수 있었다.

 

 말끔한 복장의 한갑술이 전화기를 꺼낸다.

 버튼을 누른다.

 

 

 신애 집 소파 탁자에 올려놓은 전화기가 울린다.

 발신자 ‘아빠’표시다.

 신애가 얼른 전화를 받는다.

 

  “아빠, 왜 전화를 안 받아. 코로나 때문에 난린데--, 안녕하셨어요?”

 

 한갑술이 쑥스러운지 과장되게,

 

  “하하하 그럼. 우리 공주님도, 잘 지내지.”

 

 신애도 아빠의 우렁찬 목소리에 기분이 밝아졌다.

 

  “그럼요 아빠, 아빠가 전화를 다 하고. 해가 서쪽에서 솟았나.

  아빠 목소리 들으니까 너무 좋다. 아빠. 별일 없으시지요?”

 

  “그럼, 우리 공주가 매일 기도해주는데, 아빠 별 일 있겠니?”

 

  “고마워요. 아빠. 근데 무슨 일이에요.”

 

 한갑술이 뜻하지 않게 망설여진다.

 

  "아니 별 건 아니고--"

 

 딸은 아빠가 뭔가를 주저할 때는 항상 큰 사고를 쳤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채근하다.

 

  "말해 보세요."

 

 한갑술이 딸에게만은 말하고 싶다.

 

  “아빠가 죄를 씻을 기회가 왔는 것 같다.”

 

 더욱 궁금해지는 신애.

 

  “무슨 말이세요, 아빠.”

 

  “내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왔다고.”

 

 신애는 예감이 벗어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그토록 찾아 헤매시던 유령이라도 만나셨나요?”

 

  “아마도---.”

 

 신애는 오랜 만에 전화한 아빠가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닥치니 당황스럽다.

 

  “전 아빠 믿어요. 근데 아빠, 우리 또 헤어지는 거에요?”

 

  “그래야 될 것 같다.”

 

 신애는 울먹인다.

 

  “아빠, 아빠. 저는 --- 아빠가 그 일을 해결하지 못하고서는 정상으로 돌아오시지 못할 거라는 건 알아요. 아빠는 가족과 가정을, 양심과 맞바꾸셨다고요."

 

 그 점에 대해서는 한갑술이 할 말이 없다.

 

  "그래 안다. 미안하다. 이제 바로잡고 싶어."

 

 신애는 체념한다. 말린다고 들을 아빠가 아닌 것을 익히 알고 있다.

 

  "그래요 아빠, 아빠의 욕망대로 하세요."

 

  "그러나 이미 6년 전 일이고, 지금 와서 어떻게 바로잡는단 말이에요."

 

 한갑술은 딸이 용인해준다 싶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하느님이 기회를 주신 거지."

 

 신애는 아빠가 이번에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난다.

 

  "아빠 아빠, 한 번만 더 생각해보세요."

 

 한갑술은 말이 없다.

 신애는 아빠를 설득하고 싶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대가를 치렀어요.”

 

  “이번에는 목숨과도 바꿔야 할지 모른다.”

 

  “가족을 버리신 아빠가 무엇인들 두렵겠어요.”

 

 한갑술은 여기서 마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혹여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 하더라고 꿋꿋이 살아가거라. 사랑한다.”

 

 신애는 다급해진다.

 

  “아빠 잠깐만 아빠 아빠, 지금 어디세요. 내가 거기로 갈게요.”

 

  “아빠. 기다리세요. 아빠. 흐흐흑 안 돼요,”

 

 전화기 너머에서 끊는 소리가 들린다.

 

  “아빠, 아빠아앙---”

 

 

 광명역, KTX 플랫폼.

 펜촉처럼 날렵한 KTX가 바람을 몰고 달려온다.

 한갑술은 전화기 배터리를 분리해 휴지통에 버린다.

 한동안 허공에 머무는 한갑술의 시선과 눈동자.

 

 열차는 미련하나 없는 듯 흔적도 남기지 않고, 거대한 공룡의 폐부를 간단히 뚫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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