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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에반젤린 공주의 용기
작성일 : 18-03-27 08:00     조회 : 63     추천 : 2     분량 : 5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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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반젤린 공주는 짐 혼자 보낼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안 돼요! 저도 짐을 따라가겠어요!"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제 말에 따르십시오."

 

  짐은 따라오지 말라는 뜻으로 손을 내저으며 란슬롯의 울음 소리가 난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에반젤린 공주는 말을 끌고 짐을 따라가려했지만, 짐은 걸어가면서도 계속 손을 내저으며 따라오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마침내 짐을 따라가는 것을 단념한 에반젤린 공주가 멈춰선 후 당부했다.

 

  "짐, 저는 여기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 만약 말도둑 일당이 더 있다면 란슬롯을 되찾는 것을 단념하시고 그냥 돌아오세요."

 

  짐은 그녀의 말에 따르겠다는 듯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짐이 걱정된 에반젤린 공주가 한마디 덧붙였다.

 

  "제게 란슬롯보다는 짐이 더 중요하니까요."

 

  짐은 란슬롯보다 자신이 더 중요하다는 그녀의 말에 감격해 경례를 붙이며 감격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저를 아끼시는 레이디의 말씀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짐은 속으로 생각했다.

 

  '레이디께서 란슬롯보다 제가 더 중요하다 말씀하시니, 말도둑들과 싸우다 죽어도 보람이 있겠군요.'

 

  짐은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란슬롯을 되찾을 생각이었다.

 

  바로 이때 란슬롯이 히히힝 거리는 소리가 또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말도둑이 란슬롯을 끌고 월경하기 전에 빨리 가봐야겠군요."

 

  짐은 꾸물거리다 말도둑을 놓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곧장 뛰어가기 시작했다.

 

  이때 '쿵쿵'하고 도끼로 울타리를 찍어내는 소리가 들려오자 짐이 다급히 뛰며 중얼거렸다.

 

  "말도둑이 국경 울타리를 부수고 있군!"

 

  얼마 후 '쿵쿵'하고 도끼로 울타리를 찍어내는 소리가 멈춘 대신에 란슬롯이 히히힝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짐은 사력을 다해 뛰며 중얼거렸다.

 

  "이런! 말도둑이 란슬롯을 끌고 월경하려는 모양이군!"

 

 

  이 무렵 열 명의 말도둑들이 각자의 말에 탄 채 기다리는 가운데, 머독이 용을 쓰며 란슬롯을 도끼로 찍어 부서진 울타리 쪽으로 끌고 가려했지만, 란슬롯은 히히힝 거리는 소리만 내며 요지부동이었다.

 

  "이런 고집불통 말은 채찍이 약이라구!"

 

  머독이 아무리 말고삐를 잡아당겨도 란슬롯이 꼼짝도 하지 않자 울화가 치민 말도둑 두목이 말에서 뛰어내리며 소리쳤다.

 

  말도둑 두목이 채찍으로 란슬롯을 후려치려는 순간, 머독이 손을 들며 말렸다.

 

  "때리지 마시오! 천하의 명마인 이 백마의 값을 제대로 받으려면 흠집이 없어야될 텐데, 채찍으로 때려 흠집을 내서야 되겠습니까?"

 

  머독의 말에 말도둑 두목이 후려치려던 채찍을 거두며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머독, 내 울화통이 터지기 전에 이 고집불통 말을 어서 빨리 끌고 나오란 말이오!"

 

  머독이 금방이라도 울화가 폭발할 것만 같은 말도둑 두목을 진정시키기 위해 웃으며 말했다.

 

  "헤헤헤...... 뭐가 그리 급하시오. 국경을 지키는 병사들은 전령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으니, 천천히 이 백마를 달래어 끌고 나가도 될 것인데......"

 

  머독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말도둑 두목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한가한 소리 집어 치우시오! 방금 여인이 '란슬롯'하고 외치는 소리를 못 들었소? 그 여인이 동네 사람들이라도 데려오면 어찌하겠냔 말이오!"

 

  머독이 그런 걱정은 할 필요없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소. 그 거지 동네는 거지들이 이른 아침부터 동냥다니는데, 누구를 데려올 수 있겠소?"

 

  머독의 설명에도 말도둑 두목은 안심할 수 없다는 듯 란슬롯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같은 천하의 명마 주인이라면 틀림없이 귀족 가문이나 부잣집 아가씨가 아니겠소? 그 아가씨가 가출해 거지 동네에 사는 모양인데, 지금쯤은 자기 집으로 가서 도움을 청했을지 모르니, 사람들을 데려오기 전에 어서 서둘러야 한단 말이오!"

 

  말도둑 두목은 천하의 명마인 란슬롯의 주인 아가씨가 틀림없이 귀족 가문의 딸이거나 부잣집 딸일 것이라는 생각에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오기 전에 어서 서두르시오."

 

  말도둑 두목의 거듭되는 독촉에 머독이 용을 쓰며 란슬롯을 부서진 울타리 쪽으로 잡아끌었지만, 란슬롯은 계속 히히힝 거리는 소리를 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란슬롯, 네 아가씨가 스코틀랜드 국경을 넘어갔으니 너도 따라가야지."

 

  머독이 란슬롯의 이름을 부르며 거짓말로 구슬러 봤지만, 란슬롯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머독, 비키시오! 이런 고집불통 말은 채찍을 써야 말을 알아듣는다니까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머독을 밀친 말도둑 두목은 다시 채찍을 들어 란슬롯을 후려치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꼼짝마라! 잉글랜드 국경 수비대다!"

 

  열 명이나 되는 말도둑들을 혼자서 잡을 수 없다는 생각에 병사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나무 뒤에 숨어 있던 짐이 이때서야 행동에 나선 것이다.

 

  총을 든 짐이 외치는 소리에 깜짝 놀란 말도둑 두목은 채찍을 내팽개치고 말도둑 일행들이 있는 쪽으로 재빨리 도망쳤다.

 

  머독도 깜짝 놀라 도망치려다 총을 든 짐이 혼자인 것을 보자 침착하게 병사들이 더 있는지 살펴보았다.

 

  짐 이외에 다른 병사들이 없는 것을 확인한 머독이 짐이 외친 소리에 놀라 도망치려는 말도둑들을 향해 외쳤다.

 

  "고작 한 명 뿐이니 달아나지 마시오!"

 

  머독이 외치는 소리에 말도둑 두목도 짐이 혼자인 것을 확인하자 도망치려는 말도둑들에게 외쳤다.

 

  "한 명 뿐이니 달아나지 마라!"

 

  말도둑 두목이 총을 든 짐이 캡틴 모자를 쓴 것을 보고 비꼬듯이 말했다.

 

  "이보시오, 장교 양반, 우린 열 명인데, 당신의 총은 한방 밖에 쏠 수 없지 않소? 우리 거래합시다."

 

  짐은 혼자서 열 명의 말도둑을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말도둑 두목을 향해 총을 겨누며 먼저 거래를 제안했다.

 

  "백마를 두고 가면 그대들이 월경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 이것이 내가 제안할 수 있는 유일한 거래다!"

 

  말도둑 두목이 껄껄 웃었다.

 

  "하하하...... 기껏 총알 한방으로 그런 거래가 먹혀들 것이라 생각하시나?"

 

  짐도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조금 있으면 지원병이 도착할 텐데, 그때는 내가 그대들을 보내주고 싶어도 보내줄 수 없으니, 어서 빨리 도망치는 게 좋을 걸. 하하하......"

 

  말도둑 두목은 지원병이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움찔했지만, 이내 짐이 허세를 떠는 것이라 생각해 다시 껄껄 웃었다.

 

  "하하하...... 장교 양반, 나 빌이 그 따위 허세에 속을 것 같소?"

 

  말도둑 두목의 이름은 빌이었다.

 

  빌은 꽤 알려진 말도둑 두목이라 마치 자랑하듯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짐이 빌의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빌, 말도둑은 잡히면 교수형이니 살고 싶으면 말을 두고 도망가게. 난 자네들 열 명이 모두 교수형에 처해지는 걸 바라지 않기에 보내주려는 것일세."

 

  그러고는 머독에게 말했다.

 

  "머독, 자네도 말도둑이 잡히면 교수형이라는 사실을 잘 알지? 도망칠 수 있을 때 어서 도망치게."

 

  머독은 지원병이 올 것이라는 짐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혹시 하는 생각에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봤다.

 

  '정말 지원병이 오고 있다면 말발굽 소리라도 날 텐데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걸 보면, 이 교활한 장교 녀석이 허풍을 치고 있는 것 같은데......'

 

  바로 이때 나무 뒤에 숨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여인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에반젤린 공주였다.

 

  위험을 무릅쓰고 짐을 뒤따라온 에반젤린 공주는 머독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자 이때가 기회다 싶어 큰소리로 외쳤다.

 

  "짐! 무사하셨군요! 지원병이 왔어요!"

 

  에반젤린 공주는 '지원병이 왔어요'라고 외친 동시에 란슬롯의 말고삐를 잡고 있는 머독을 향해 말을 몰았다.

 

  그렇지 않아도 지원병이 왔다는 말에 깜짝 놀란 머독은 에반젤린 공주가 서슴없이 자신을 향해 말을 몰자 더욱 깜짝 놀라 말고삐를 놓치고 말았다.

 

  휘리릭!

 

  에반젤린 공주가 머독을 향해 말을 몰며 휘파람을 불자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히히힝!"

 

  "악!"

 

  머독이 말고삐를 놓치는 순간, 에반젤린 공주가 휘파람을 불자 란슬롯이 머독을 앞발로 걷어차버린 것이다.

 

  자유의 몸이 된 란슬롯은 재빨리 에반젤린 공주 쪽으로 달려갔다.

 

  에반젤린 공주는 란슬롯이 자신 쪽으로 달려오자 재빨리 짐의 말에서 뛰어내렸다.

 

  "란슬롯!"

 

  에반젤린 공주는 먼저 말을 짐 쪽으로 보낸 후 란슬롯의 등에 올라타며 외쳤다.

 

  "란슬롯, 어서 달아나자! 짐, 어서 이곳을 떠나요!"

 

  에반젤린 공주가 란슬롯을 타고 달아나자 말도둑 두목이 말을 몰아 쫓아가며 외쳤다.

 

  "지원병은 없다! 저 백마를 잡아라!"

 

  말도둑 두목 역시 지원병이 왔다는 말에 깜짝 놀랐었지만, 그녀 혼자 뿐임을 보자 마음놓고 쫓아갔다.

 

  바로 이때 고막을 찢을 듯한 총소리가 났다.

 

  탕!

 

  "히히힝!"

 

  "으악!"

 

  말도둑 두목이 란슬롯을 타고 달아나는 에반젤린 공주를 쫓아가자 짐이 총을 쐈고, 말도둑 두목의 말이 짐이 쏜 총소리에 깜짝 놀라 히히힝 거리며 발버둥치자 말도둑 두목이 말에서 떨어진 것이다.

 

  "히히힝! 히히힝! 히히힝!"

 

  "우선 말을 진정시켜라!"

 

  다른 말도둑들의 말들도 짐이 쏜 총소리에 놀라 히히힝 거리며 발버둥치는 사이에 짐은 재빨리 말에 올라타 달아날 수 있었다.

 

  짐이 뒤따라오자 에반젤린 공주는 짐이 오기를 기다린 후 국경 울타리 쪽을 가리켰다.

 

  "짐은 지원병을 데려오도록 하세요. 저는 말도둑들을 위니의 동네 쪽으로 유인한 후 병사님들이 있는 국경 쪽으로 가겠어요. 아시겠지요?"

 

  짐이 안 된다고 말하려는 순간, 에반젤린 공주가 란슬롯을 몰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란슬롯! 위니의 동네로 가자!"

 

  짐이 미처 말릴 사이도 없이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의 동네를 향해 달려가 버렸다.

 

  짐은 에반젤린 공주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레이디께서 나를 위해 모험을 거시다니!'

 

  둘이 함께 달아난다면 무거운 총을 맨 자신이 뒤쳐져 말도둑들에게 붙잡힐까봐 에반젤린 공주가 말도둑들을 위니의 동네로 유인한 후 국경 울타리 쪽으로 가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저쪽이다!"

 

  바로 이때 총소리에 놀라 발버둥치던 말들을 진정시킨 말도둑들이 말을 몰아 우르르 쫓아오고 있었다.

 

  말도둑들이 쫓아오자 짐은 에반젤린 공주의 말대로 지원병을 데려오기 위해 국경 울타리 쪽으로 달려가며 생각했다.

 

  '나 혼자 열 명의 말도둑들을 상대할 수 없으니, 지금 내가 레이디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지원병을 데려오는 것 뿐이다!'

 

  짐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책감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국경 울타리 쪽으로 말을 몰았다.

 

  말도둑 두목은 에반젤린 공주와 짐이 각각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자 에반젤린 공주가 달아난 쪽을 가리키며 외쳤다.

 

  "우리의 목표는 백마이니, 모두 백마를 쫓아간다!"

 

  말도둑들은 지원병이 오기 전에 란슬롯을 되찾아 월경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일제히 에반젤린 공주를 뒤쫓았다.

 

  열 명의 말도둑들이 전속력으로 말을 몰아 에반젤린 공주를 쫓아갔지만, 에반젤린 공주는 이미 까마득히 멀리 앞서 달려가고 있었다.

 

  승마의 달인인 에반젤린 공주가 잉글랜드에서 가장 빠른 말인 란슬롯을 타고 달려가고 있으니, 말도둑들이 쫓아가면 쫓아갈수록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란슬롯이 전속력으로 쫓아오는 말도둑들을 까마득하게 따돌리고 위니의 동네에 당도했을 무렵, 에반젤린 공주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란슬롯, 왜 그래? 벌써 힘이 빠졌니?"

 

  위니의 동네에 당도하자마자 란슬롯이 숨을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2주일 전에 탈진해 쓰러졌던 란슬롯은 아직도 기력을 회복하지 못해 벌써 힘이 빠진 것이다.

 

  란슬롯이 숨을 헐떡거리자 에반젤린 공주는 란슬롯을 멈춰 세운 후 목청껏 외쳐 도움을 청했다.

 

  "도와주세요! 말도둑들이 저를 쫓아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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