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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거지 소녀 위니
작성일 : 18-03-19 21:00     조회 : 59     추천 : 0     분량 : 6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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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바로 이때 리어카에 빵이며 옷이며 온갖 잡동사니를 가득 실은 남자가 길을 지나다 란슬롯을 보더니 다가왔다.

 

  "나는 국경 근처에서 전당포 영업을 하는 상인 머독이라 하오. 이 백마는 보기 드문 명마인데, 나한테 팔지 않겠소?"

 

  이 말을 알아들은 듯 란슬롯이 머독을 향해 앞발을 높이들며 히히힝 거렸다.

 

  여비가 떨어진 에반젤린 공주에게 자신을 팔아 여비로 쓰라는 뜻이었다.

 

  "안 돼! 절대 널 팔 수 없어. 넌 네 주인 리처드 경에게 돌아가야 돼."

 

  란슬롯은 리처드에게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듯 계속 머독을 향해 앞발을 높이든 채 히히힝 거렸다.

 

  머독은 란슬롯이 그녀의 말을 알아듣는 것이 신기한 듯 바라보며 새로운 제안을 했다.

 

  "팔 수 없는 말이라면 나한테 담보로 맡기고 음식을 사지 않겠소? 허기져 보이는데......"

 

  머독은 상인 특유의 재빠른 눈치로 에반젤린 공주가 허기진 것을 눈치챈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 백마는 제 것이 아니라 마음대로 담보로 맡길 수 없어요."

 

  머독은 아쉬운 듯 쩝쩝 입맛을 다시더니 리어카에 실린 빵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빵은 단팥빵으로 맛이 일품인데, 팔만한 다른 물건이 없소? 저렴하게 팔겠소."

 

  배가 고픈 에반젤린 공주는 팔 것이 없는지 품속을 더듬어 보더니 면사포를 꺼내 보였다.

 

  "이 면사포를 팔겠어요."

 

  머독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못생긴 여인이 외진 이곳에서 의지할 사람도 없을 텐데, 여비가 떨어지면 이 백마를 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속셈으로 머독은 단팥빵 하나만 내밀었다.

 

  "원래 면사포 하나로 단팥빵 반 개도 살 수 없지만, 하나 주겠소."

 

  공주는 머독이 바가지를 씌우려 한다는 사실을 눈치챘지만, 배고파 견딜 수 없는 나머지 란슬롯을 가리키며 제안했다.

 

  "말에게 충분한 먹이를 주신다면 면사포와 당신의 단팥빵과 교환하겠어요."

 

  공주는 란슬롯이 먹이를 먹도록 한 후 단팥빵을 반으로 쪼개 나중에 먹을 생각으로 한쪽은 호주머니에 넣고 나머지 반쪽을 입으로 가져갔다.

 

  한입 먹으려는 순간, 바로 가까이서 웬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열여섯 살 쯤 되었을까.

 

  누더기 옷을 걸치고 얼굴이 울퉁불퉁한 못생긴 소녀가 에반젤린 공주 앞에 와 있었다.

 

  한눈에 봐도 거지임을 알아볼 수 있는 소녀는 공주의 손에 쥔 단팥빵 반쪽을 가리켰다.

 

  "죄송하지만, 그 단팥빵을 저한테 조금 나누어 주시겠어요?"

 

  소녀는 며칠이나 굶은 듯 보였다.

 

  소녀가 불쌍하다는 생각에 에반젤린 공주는 단팥빵 반쪽을 통채로 건네주었다.

 

  "이름이 뭐죠?"

 

  굶주려 있던 소녀는 단팥빵 반쪽을 게걸스럽게 먹으며 말했다.

 

  "제 이름은 위니예요."

 

  얼굴이 울퉁불퉁하고 유난히도 못생긴 소녀의 이름은 위니였다.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의 이름을 듣자 미소를 지었다.

 

  "참 예쁜 이름이군요."

 

  그 사이 단팥빵 반쪽을 한입에 먹어치운 위니는 고개를 숙여 감사했다.

 

  "예쁜 이름이라 말해줘서 감사해요. 제 이름이 예쁘다고 말해준 사람은 아가씨가 처음이예요. 하지만, 저처럼 얼굴이 못생긴 여자가 이름만 예쁘면 뭐하겠어요?"

 

  에반젤린 공주야 추녀로 변장해 얼굴이 못생기고 울퉁불퉁해진 것이었지만, 원래 얼굴이 울퉁불퉁하고 못생긴 위니는 자신의 외모로 인해 비관하고 있었다.

 

  위니가 못생긴 얼굴을 비관해 한숨을 내쉬자 에반젤린 공주는 중요한 것은 외모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듯 가슴에 손을 얹었다.

 

  "마음만 예쁘면 되지 얼굴이 뭐 그리 대수겠어요. 제 얼굴도 못생겼지만, 전 개의치 않아요."

 

  위니는 큰 위안이 된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좋은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위니는 문득 그녀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아가씨의 이름은 뭐죠?"

 

  에반젤린 공주는 신분을 감추기 위해 이름 대신 애칭을 말해주었다.

 

  "제 이름은 에바예요."

 

  위니는 에바라는 이름을 듣자 에반젤린 공주를 떠올린듯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에반젤린 공주님의 애칭이 에바지요? 아가씨의 이름과 에반젤린 공주님의 애칭이 같군요. 전 며칠간 아무 것도 먹지 못했는데, 단팥빵을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아가씨는 제 은인이니, 아가씨의 이름은 영원히 잊지 않을 거예요."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가 자신의 애칭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 말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에반젤린 공주는 며칠간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는 위니가 자신보다 더 배고플 것이라는 생각에 호주머니 속에 넣어둔 단팥빵 반쪽마저 꺼내 내밀었다.

 

  "이것도 드세요."

 

  위니는 혼자서 남은 단팥빵 반쪽마저 먹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손사래를 쳤다.

 

  "아니예요. 전 이미 단팥빵 반쪽을 먹었으니, 나머지 반쪽은 아가씨가 드세요."

 

  위니가 사양했지만, 에반젤린 공주는 손에 든 단팥빵 반쪽을 계속 내밀었다.

 

  "전 별로 배고프지 않으니, 마저 드세요."

 

  이때 란슬롯이 히히힝 거렸다.

 

  란슬롯이 남은 단팥방 반쪽은 위니에게 주지 말고 먹으라는 뜻으로 히히힝 거린 것이지만, 에반젤린 공주는 정반대로 말했다.

 

  "제 말 란슬롯도 당신이 마저 드시기를 바라고 있으니, 사양하지 말고 어서 드세요."

 

  만성적으로 굶주린 위니는 한눈에 명마임을 알 수 있는 란슬롯을 보자 에반젤린 공주가 빵을 더 살 여력이 있는 줄 알고 마침내 단팥빵 반쪽을 건네받았다.

 

  "아가씨께서 남겨 두신 단팥빵 반쪽마저 저를 주시니 정말 뭐라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에반젤린 공주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남은 단팥빵 반쪽마저 건네받은 위니는 아직도 많이 배고픈 듯 단팥빵 반쪽을 통채로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위니가 단팥빵 반쪽을 순식간에 먹어치우는 모습을 지켜본 에반젤린 공주는 배고픔도 잊고 미소를 지었다.

 

  "언제라도 배가 고프시면 왕비님께서 계신 런던 궁전으로 찾아가세요. 왕비님께 공주님의 친구인 제 이야기를 하면, 왕비님께선 틀림없이 당신에게 좋은 음식을 주실 뿐만 아니라 노잣돈도 두둑히 주실 거예요."

 

  위니는 공주의 친구라는 말을 듣자 뛸듯이 기뻐했다.

 

  "아가씨는 공주님의 친구 분이시군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시다는 공주님을 뵙는 것이 제 평생 소원인데, 런던 궁전으로 가면 공주님을 뵐 수 있을까요?"

 

  에반젤린 공주는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궁전으로 가도 공주님을 뵐 수 없어요."

 

  그러고는 위니의 귀에 속삭였다.

 

  "이건 비밀인데, 지금 공주님은 런던에 안 계셔서 다들 공주님을 찾고 있을 테니, 제 이야기는 왕비님께만 하세요."

 

  실망한 위니가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언제쯤 공주님을 뵐 수 있을까요?"

 

  지금 위니의 눈 앞에 있는 그녀가 평생 소원으로 만나고 싶어하는 에반젤린 공주였지만, 신분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저도 모르겠지만, 공주님께서 궁전에 돌아오시는 대로 뵐 수 있도록 주선해드릴게요."

 

  "어머나, 내가 공주님을 뵐 수 있다니!"

 

  위니가 너무도 기쁜 나머지 춤을 덩실덩실 추며 말했다.

 

  "제 평생 소원인 공주님을 뵐 수 있도록 주선해주시겠다니, 정말 기뻐요."

 

  위니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에반젤린 공주도 덩달아 기뻤지만, 자신을 만나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제가 공주님의 친구이긴 하지만, 공주님을 뵙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당신의 평생 소원이라는 것인가요?"

 

  위니는 언젠가는 에반젤린 공주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날아갈 듯 들떠 행복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공주님께서는 외모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신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천사처럼 착하신 제 우상이신데, 어찌 만나뵙고 싶지 않겠어요?"

 

  자신을 극찬하는 말을 듣자 쑥쓰러워진 에반젤린 공주는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틀림없이 공주님께서도 당신을 좋아하실 거예요. 지금으로서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공주님을 뵈면 당신도 저처럼 공주님과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위니는 그럴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예요. 저처럼 못생긴 소녀가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신 공주님의 친구가 될 수 있겠어요?"

 

  자신의 외모를 비관하는 위니의 말을 듣자 에반젤린 공주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얼굴을 가리켰다.

 

  "그렇지 않아요. 저도 못생겼지만, 공주님의 친구가 되었는 걸요."

 

  위니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저는 공주님을 딱 한번만 뵐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요. 얼굴만 못생긴 것이 아니라 구걸 이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제가 공주님의 친구가 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예요."

 

  이틀째 굶은 채로 위니와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에반젤린 공주는 다리 힘이 쭉 빠져 그만 주저 앉고 말았다.

 

  굶주리고 지칠 대로 지쳐 일어날 기운도 없는 에반젤린 공주가 말했다.

 

  "제가 이틀간 런던에서 여기까지 말을 달려오느라 많이 피곤한데 잠시 쉴 곳이 없을까요?"

 

  위니가 잘 되었다는 듯 손뼉을 쳤다.

 

  "그럼, 제 집으로 오세요. 제가 비록 거지이지만, 아버님께서 물려주신 집이 있답니다."

 

  그러고는 란슬롯을 가리켰다.

 

  "제 집 근처에 말에게 먹일 풀이 많이 있어요. 저희 집으로 가시겠어요?"

 

  집이 있을 뿐 아니라 말에게 먹일 풀이 많이 있다는 말을 듣자 에반젤린 공주는 벌떡 일어나 손뼉을 쳤다.

 

  "좋아요! 며칠만 신세질게요."

 

  위니도 덩달아 손뼉을 쳤다.

 

  "아가씨께서 머물 곳이 필요하시다면 며칠이 아니라 언제든 제 집에 계셔도 좋아요."

 

  "호의를 베풀어 주셔서 감사해요."

 

  에반젤린 공주는 로버트 왕자가 행방불명된 자신의 소식을 들으면 잉글랜드로 스코틀랜드 기사들을 보낼 것이라 생각해 국경 길목인 이 근처에서 며칠간 묵으며 기다릴 작정이었는데, 위니를 만난 것은 뜻밖의 행운이었다.

 

  위니는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며 앞장서 자신의 집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제 집은 저쪽에 있으니 저를 따라오세요."

 

  "란슬롯, 위니를 따라가자."

 

  공주가 앞장서 뛰어 가는 위니를 가리키자 영리한 란슬롯은 공주와 나란히 위니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위니가 사는 곳은 빈민들이 모여 사는 빈민촌이었다.

 

  나무 판자로 지은 허름한 집들이 모여 있는 빈민촌에 이르자 위니가 그 중 하나를 가리켰다.

 

  "이 집이 제 집이예요."

 

  위니가 말했던 대로 위니의 집 근처에는 란슬롯이 먹을 수 있는 풀이 널려 있었다.

 

  란슬롯은 아직도 배가 고픈지 위니의 집 앞에 이르자마자 게걸스럽게 풀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어머, 란슬롯! 아무리 배고파도 주인의 허락을 받고 먹어야지!"

 

  공주의 말을 알아들은 듯 게걸스럽게 풀을 뜯어먹다 멈춘 란슬롯은 마치 위니의 허락을 구하듯 히히힝 거렸다.

 

  위니는 란슬롯이 에반젤린 공주의 말을 알아듣는 것이 신기한 듯 박수를 쳤다.

 

  "아가씨의 백마는 참 똑똑하군요. 아가씨의 백마더러 제 집 앞에 있는 풀은 얼마든지 먹어도 좋다고 말씀해 주세요."

 

  위니의 말을 알아들은 듯 란슬롯은 에반젤린 공주가 말하기도 전에 다시 풀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란슬롯이 풀을 뜯어먹는 모습을 보며 에반젤린 공주가 웃었다.

 

  "호호호... 란슬롯은 원래는 신사처럼 점잖은데, 많이 배고팠나 봐요. 양해해 주시기 부탁드려요."

 

  "별 말씀을요. 아가씨의 말이 제 집 근처의 풀을 다 뜯어먹는다 해도 아가씨께서 단팥빵 하나를 통채로 주신 것과 어찌 비교할 수 있겠어요? 실은 제가 며칠간 굶었는데, 단팥빵 정말 감사하게 잘 먹었어요."

 

  에반젤린 공주가 많이 피곤하다 한 말이 떠오른 위니가 깜빡 했다는 듯 자신의 이마를 쳤다.

 

  "아참, 아가씨께서 많이 피곤하다 하셨는데, 내 정신 좀 봐!"

 

  위니는 판자로 만든 문짝을 열어젖히고 에반젤린 공주를 집안으로 인도했다.

 

  "어서 들어오세요."

 

  허름하기 짝이 없어 보이던 위니의 판자 집 안에는 제법 근사한 나무로 만든 식탁과 의자며 밀짚으로 만든 침대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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