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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란슬롯의 울음 소리가 들리다
작성일 : 18-03-26 08:00     조회 : 67     추천 : 1     분량 : 5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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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레이디 에바와 위니 아가씨가 어째서 저렇게 숨을 헐떡거리며 뛰어오시는 것이지?'

 

  짐은 에반젤린 공주와 위니가 손을 잡은 채 숨을 헐떡거리며 국경 울타리로 뛰어오는 것을 보자 마주 달려나가 경례를 붙였다.

 

  "충성! 레이디 에바, 여기까지 뛰어오시다니,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에반젤린 공주는 조금 전에 히히힝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 쪽을 가리켰다.

 

  "란슬롯을 도둑맞았어요! 도둑들이 란슬롯을 저쪽으로 끌고 갔는지, 저쪽에서 란슬롯이 히히힝 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란슬롯을 되찾아 주실 수 있으신가요?"

 

  국경을 지키는 병사가 허락없이 근무지를 이탈하면 사형당할 수도 있었지만, 짐은 생각해 볼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디 에바께서 말을 도둑맞으셨다면 당연히 되찾아드려야지요. 감히 레이디 에바의 말을 도둑질하다니, 어떤 놈들이던 간에 절대 용서할 수 없죠."

 

  짐은 속으로 다짐했다.

 

  '비록 제가 근무지 이탈죄로 사형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레이디 에바의 말은 꼭 찾아드리겠습니다.'

 

  이러한 짐의 마음도 모르고 에반젤린 공주는 위니를 바라보며 양해를 구하듯 살며시 눈짓했다.

 

  란슬롯이 위니의 말이라고 말하면 짐이 나서지 않을까봐 양해를 구한 것이다.

 

  위니는 란슬롯이 자신의 말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그러고는 짐에게 말했다.

 

  "란슬롯을 훔쳐간 자들은 복면을 쓴 이인조 도둑이었지만, 머독 아저씨만 찾으면 잡을 수 있을 거예요."

 

  짐이 의외라는 듯 놀란 얼굴로 위니에게 되물었다.

 

  "리어카로 전당포 영업을 하는 상인 머독이 말도둑이라고요? 확실한 사실입니까?"

 

  위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의 정황상, 머독 아저씨가 말도둑과 연관된 것이 틀림없어요."

 

  위니에 이어 에반젤린 공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위니의 추측이긴 하지만, 정황상 확실해요!"

 

  짐이 확신이 없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증거없이 체포하면 일이 복잡해질 수 있는데......"

 

  순간 뇌리에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에반젤린 공주가 손뼉을 쳤다.

 

  "머독 아저씨가 금실로 짠 제 머리끈을 일주일 분의 빵값으로 속여 샀으니, 저를 속인 죄로 체포하세요."

 

  짐은 분개한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귀한 금실로 짠 머리끈을 일주일 분의 빵값으로 속여 사다니, 그 죄만으로도 머독을 체포할 수 있겠군요."

 

  짐은 자신의 말에 올라타며 에반젤린 공주에게 말했다.

 

  "당장 머독을 체포해 오겠습니다."

 

  에반젤린 공주가 울타리 앞에 매여 있는 말 한마리를 가리켰다.

 

  "란슬롯은 제 목소리를 들으면 히히힝 거리니, 란슬롯을 찾으려면 제가 필요할 거예요. 저도 저 말을 타고 짐을 따라가겠어요."

 

  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공주님의 친구 분이신 레이디 에바를 말도둑 잡는 일에 개입시킬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짐은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내 목숨보다 소중한 레이디를 위험한 일에 개입시킬 수는 없습니다.'

 

  에반젤린 공주가 주먹을 불끈 쥐며 단호하게 말했다.

 

  "제 목숨을 걸고라도 란슬롯은 꼭 찾아야해요."

 

  "저는 공주님의 친구이신 레이디 에바를 안전하게 모실 책임이 있으니, 말도둑을 잡는 일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

 

  "짐이 저를 데려가지 않는다면, 저 혼자라도 란슬롯을 되찾으러 가겠어요."

 

  에반젤린 공주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짐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 그러시면, 조심해서 저를 따라 오십시오."

 

  짐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에반젤린 공주는 벌써 울타리 앞에 매여 있는 말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재빨리 말에 매여 있는 밧줄을 풀고 말에 오른 에반젤린 공주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금발을 올려 묶으며 위니에게 말했다.

 

  "위니는 병사님들과 함께 여기에 있어요. 곧 돌아올게요."

 

  "아가씨의 뜻에 따르겠어요."

 

  위니가 고개를 끄덕이자 에반젤린 공주가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제 친구 위니를 잘 부탁드려요."

 

  그러고는 말고삐를 잡은 채 짐에게 말했다.

 

  "저는 준비되었어요. 짐도 준비되었다면, 출발해요."

 

  "저도 준비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총을 맨 짐이 병사들에게 말했다.

 

  "이인조 말도둑 쯤이야 나 혼자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나, 만약 말도둑 일당들이 더 있다면 총을 쏴 지원을 요청할 테니, 그때는 위니 아가씨를 지킬 병사 몇 명만 남기고 모두 출동하게."

 

  란슬롯을 영영 잃어버릴까봐 조급해진 에반젤린 공주가 앞서 말을 달려나가며 짐을 향해 외쳤다.

 

  "저 먼저 갈게요! 짐은 준비가 끝나는 대로 저를 따라와주세요!"

 

  에반젤린 공주는 란슬롯의 울음 소리가 들려왔던 쪽을 향해 전속력으로 말을 달려갔다.

 

  에반젤린 공주가 앞서 말을 달려가자 짐이 뒤따라 말을 달렸지만, 두 사람 간의 거리는 갈수록 벌어졌다.

 

  에반젤린 공주는 승마의 달인인데다 총을 맨 짐보다 훨씬 가벼워 짐이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란슬롯이 걱정된 나머지 짐과의 거리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정신없이 말을 달리며 외쳤다.

 

  "란슬롯! 란슬롯!"

 

  거리가 점점 벌어지자 걱정된 짐이 에반젤린 공주를 향해 외쳤다.

 

  "레이디 에바! 잠시 속도를 늦추세요! 말도둑을 잡으려면 저와 같이 가야 해요!"

 

  짐의 외침을 듣고 달리는 속도를 늦춰 기다린 에반젤린 공주는 짐이 오자 자세를 수그려 보였다.

 

  "짐! 자세를 최대한 수그리세요! 공기의 저항을 줄여 더 빨리 달릴 수 있으니까요!"

 

  짐은 자세를 최대한 수그린 채 에반젤린 공주와 나란히 말을 달렸다.

 

  자세를 최대한 수그린 채 말을 달리자 속도가 빨라진 것을 느낀 짐이 에반젤린 공주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레이디의 말씀대로 자세를 수그리니 속도가 더 빨라졌군요. 공주님도 승마의 달인이라 들었는데, 공주님의 친구이신 레이디께서도 승마의 달인이시군요!"

 

  온통 란슬롯 걱정 뿐인 에반젤린 공주는 짐이 칭찬하는 말을 흘려버리고 동문서답했다.

 

  "만약 말도둑이 이미 란슬롯을 끌고 스코틀랜드 국경을 넘어갔다면 어떻게 하지요?"

 

  짐은 그렇게 된다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말도둑이 벌써 스코틀랜드 국경을 넘어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제가 즉시 에든버러로 달려가 스코틀랜드 왕자께 공주님의 친구이신 레이디의 말을 훔쳐간 말도둑을 잡아달라 요청할 밖에요."

 

  짐의 말을 듣자 더욱 초조해진 에반젤린 공주는 혼신을 다해 외쳐대기 시작했다.

 

  "란슬롯! 란슬롯!"

 

  에반젤린 공주가 어찌나 큰소리로 외쳐댔는지 짐은 그녀의 목에 이상이 생길까봐 근심어린 얼굴로 외쳤다.

 

  "레이디! 그렇게 큰소리로 외쳐대다가는 레이디의 목에 이상이 생길까 두렵군요! 부디, 자중하시기를!"

 

  아무리 외쳐봐도 소용없자 에반젤린 공주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 목에 이상이 생겨도 어쩔 수 없어요! 란슬롯은......"

 

  에반젤린 공주는 '란슬롯은 제 분신같은 말이예요'라고 말하려다가 말을 바꾸었다.

 

  "란슬롯은 공주님의 말이예요."

 

  별 생각없이 한 말에 짐은 탄성을 지르며 말했다.

 

  "아! 란슬롯이 공주님의 말이었다니요! 레이디께서 진작에 말씀해 주셨다면, 제 휘하의 전병력을 동원해 말도둑을 잡으러 나섰을 텐데요!"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왕가의 재산을 지키는 것 역시 저희 병사들의 임무로, 란슬롯이 공주님의 말이라면 저희 병사들이 나서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짐의 말을 듣자 에반젤린 공주도 탄성을 지르며 말했다.

 

  "아! 제가 미처 그걸 몰랐군요!"

 

  그러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란슬롯을 되찾을 때까지는 내 말이라 해야겠군.'

 

  에반젤린 공주는 말을 멈춰 세운 후 짐에게 말했다.

 

  "그럼, 지금이라도 총을 쏴 국경에 있는 병사들을 부르면 되지 않을까요."

 

  짐도 말을 멈춰 세운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낫겠군요. 레이디의 말씀대로 국경에 있는 병사들을 부르겠습니다."

 

  짐은 총을 쏘기 위해 말에서 뛰어내렸다.

 

  갑자기 총을 쏘면 말이 깜짝 놀라 날뛸 수 있기 때문이다.

 

  짐이 공중을 향해 총을 쏘기 전에 에반젤린 공주에게 말했다.

 

  "총소리에 귀청이 울리면 좋지 않으니, 레이디께서는 귀를 꼭 틀어 막으세요."

 

  에반젤린 공주는 두 손으로 자신의 귀를 틀어막으려다 갑자기 동작을 멈추었다.

 

  어딘가에서 말 울음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가 급히 손을 들었다.

 

  "잠깐만요!"

 

  공중을 향해 총을 쏘려던 짐이 동작을 멈추자 에반젤린 공주가 말 울음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가리켰다.

 

  "말 울음 소리 들리죠? 란슬롯의 소리가 틀림없어요!"

 

  국경 울타리 쪽에서 말이 히히힝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짐 역시 란슬롯이 내는 소리라 생각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디의 말씀대로 란슬롯의 소리일겁니다. 말도둑이 란슬롯을 끌고 월경하려는 모양입니다."

 

  짐의 말에 에반젤린 공주가 깜짝 놀라 물었다.

 

  "그럼 지금 총을 쏘면 말도둑도 총소리를 듣고 급히 월경하려 하겠죠?"

 

  에반젤린 공주는 총을 쏘면 병사들이 도착하기 전에 말도둑이 란슬롯을 끌고 월경할까봐 걱정되었다.

 

  짐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생각한 끝에 말했다.

 

  "레이디의 말씀대로 지금 총을 쏘면 말도둑도 총소리를 듣고 급히 월경하려 할 것이니, 제가 가서 말도둑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레이디께서는 병사들을 불러오도록 하세요."

 

  병사들을 불러오라는 짐의 말과는 반대로 에반젤린 공주는 무슨 생각인지 말에서 뛰어내린 후 말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말더러 병사님들을 불러 오라하면 되니, 저는 짐을 따라가겠어요."

 

  짐이 미처 뭐라 말하기도 전에 에반젤린 공주가 말등을 밀며 말했다.

 

  "말아, 나는 짐을 따라가야하니, 네가 병사님들을 불러와주겠니?"

 

  짐은 말이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제가 장담하는데, 그 말은 레이디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할......"

 

  짐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말은 마치 그녀의 말을 알아들은 듯 국경 쪽으로 달려갔다.

 

  에반젤린 공주는 국경 쪽으로 달려가는 말을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

 

  "보세요. 제 말을 알아들은 것 같군요."

 

  국경 쪽으로 달려가는 말을 바라보며 짐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말이 정말 레이디의 말씀을 알아들은 것 같군요."

 

  오른손엔 총을, 왼손엔 말고삐를 잡은 짐은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는 듯 총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말도둑이 이인조가 아니라 일당이 더 있다면, 이 총은 한 방 밖에 쏠 수 없으니, 제가 레이디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고는 말고삐를 에반젤린 공주의 손에 쥐어주었다.

 

  "제가 말도둑을 잡아 돌아올 때까지 제 말과 함께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이어 한마디 덧붙였다.

 

  "혹시라도 제가 제때 돌아오지 못한다면 월경한 말도둑을 추격해 그런 것이라 여기고, 레이디께서는 제 말을 타고 가서 지원을 요청하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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