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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페이크 라이프.
작가 : 빈둥남
작품등록일 : 2017.9.9

인기 장르소설 작가였던 박건호. 소설 속 엑스트라인 금발 미소년 '노아'가 된다. 왜? 하필 주인공도 아닌 엑스트라? 본격 생존을 위해 주인공에게 빌 붙는 엑스트라 이야기. 페이크 라이프!

*표지는 무료 이미지 입니다.

 
episode 1. 미소년 x 미소년 #6
작성일 : 17-09-11 13:53     조회 : 62     추천 : 0     분량 : 9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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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이란 시간은 정말 금방 지나갔다. 주로 잘 먹고 잘 쉬는 게 전부였지만, 틈틈이 소피아에게 글을 배우고, 엔드류에게 팁 같은 것들을 전수받았다. 그의 말 중 8할이 허세가 담긴 자화자찬이었지만, 2할은 쓸 만한 구석이 있기에 꾹 참고 들어 주었다.

 

 나는 앞에 놓여 있는 옷 두벌을 바라보았다. 한 벌은 주로 검정색 계통, 다른 한 벌은 파란색계통으로 색만 다를 뿐 디자인은 같았다. 소피아와 함께 주문 제작한 제복이었다.

 

 나는 둘 중 검은색 제복을 입었다. 이게 제일 무난하잖아? 옷은 맞춤 제작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몸에 딱 맞았다. 비싼 값을 하는구나. 거울을 보니, 깔끔한 느낌에 미소년이 쳐다보고 있었다. 캬. 누구 아들인지 모르겠지만 참 잘생겼다. 일주일동안 잘 먹고 잘 쉬었더니, 멍도 사라지고 살도 어느 정도 붙었더니 처음 왔을 때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

 

 드디어 오늘, 첫 실전에 투입되는구나. 일종의 두려움 비슷한 감정이 몸을 감쌌지만 떨쳐내고 방문을 열었다. 중앙 홀에는 많은 직원들이 서있었고, 거기에는 엔드류와 소피아도 있었다. 나를 발견한 엔드류는 어서 오라고 손짓했다.

 

 “짜식이. 빠져가지고, 빨리빨리 안다니지?”

 “…죄송합니다.”

 

 나는 장난스런 엔드류의 헤드락을 풀고 차분히 옷매무새를 단정히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을 가보니, 커다란 표지판에 그래프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젤 위에는 용사비등한 글씨체로 당당히 적혀있는 문자가 보였다. 소피아 덕분에 이제는 기본적인 단어정도는 읽고 쓰는데 문제가 없었다.

 

 

 -이달의 우수사원.

 

 

 켁. 마치 보험 왕을 뽑는 듯한, 느낌이 물씬 든다. 실적만이 전부인 더러운 세상! 업주가 절대 갑이고 직원은 시키면 의지 없이 명령대로만 움직이는 게 미덕인 이 세계관에서 이런 개념을 도입할 줄이야. 스텔라가 정말 뛰어난 경영자인건 분명해 보였다. 그게 사람을 대하는 태도이든, 사업적인 수단이든 말이다. 실제로 모여 있는 직원들이 그래프를 보며 전의(?)를 다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래프를 자세히 보았다.

 

 1위. 로이 맥클레인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명실상부 미소년x미소년의 간판. 내가 창조한 인물로, 헌칠하고 남자다운데다가 예의바르고 학식도 뛰어난 호스트로서는 만능의 가까운 사기캐릭터였다. 나이는 클럽에서 많은 편에 속하지만, 그것이 이 사람에게는 단점이 아닌 듯 여성 손님들에게 추종의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었다.

 

 사실 로이 맥클레인은 귀족출신의 장남으로 이런데서 썩힐 인물은 아니지만, 모종의 이유로 신분을 숨기고 이 클럽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원작자인 나야 알지만, 나중에 차차 알려주도록 하겠다.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나는 눈알을 굴리며, 자칭 에이스 엔드류 크리스토퍼의 이름을 찾고 있었다. 왜 안보이지? 한참을 위쪽 부분에서 찾다가 결국 못 찾아서 쭉 내려갔더니 발견하게 되었다. … 순위는 프라이버시상 밝히지 않도록 하겠다. 그냥 하위권이란 것만 알아둬라.

 

 그렇게 자신있어하더니 겨우 이 정도였니? 엔드류군? 이 형은 마음이 아프단다. 나의 눈빛을 느꼈는지 엔드류는 시선을 피하며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이..이까짓 그래프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상위권도 문제없어”

 

 그래, 말은 잘하는구나. 주변사람들도 어이없는지 실소를 터뜨렸다. 일주일동안 열심히 들어준 내가 바보 같지만 어쩔 수 없지, 나만이라도 웃지 않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여 줬다.

 

 “엔드류 선배라면 금방 그렇게 될 거예요.”

 

 마음에도 없는 립 서비스를 해주자, 엔드류는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이봐, 노아 잘 들어. 첫 출근인 너를 위해 내가 몸소 사수가 되기로 했다. 소피아에게 사정사정해서 하게 된 거니까. 고맙게 생각하고 잘 배우라고.”

 

 “…굳이 그럴 필요는 없….”

 

 “뭐? 너 인마 그게 무슨 뜻이야?”

 

 이런, 무심코 진심이 나와 버렸군. 나는 얼른 수습했다.

 

 “굳이 선배님이 저 같은 짐을 짊어질 필요는 없다는 얘기였죠.”

 

 “하하. 그렇지? 하지만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부담가질 필요 없다고.”

 

 엔드류는 호탕하게 웃으며 나의 등을 탕탕 쳤다. 나는 남몰래 한숨을 쉴 때었다. 홀에 있는 유일한 여성, 즉 소피아가 다가오고 있었다.

 

 “엔드류씨. 오늘 노아씨에게 이상한 거 주입하지 말고 선배답게 행동하도록 하세요.”

 

 “…아니, 내가 무슨 모기인가? 독이라도 주입…”

 

 소피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엔드류의 말을 단호하게 잘라먹었다.

 

 “됐고, 묻는 말에만 대답하세요.”

 

 “…네. ”

 

 금세 엔드류가 시무룩해졌지만, 이번엔 나도 외면했다. 소피아는 나를 보며 작게 웃으며 격려했다.

 

 “처음이라 많이 긴장 되죠? 오늘은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가만히 앉아서 병풍 역할만해요. 중요한건 배우는 거니까.”

 “네, 조언 고마워요.”

 

 홀에는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았고, 엔드류는 펄쩍 뛰었다.

 

 “소피아양 차별이 너무 노골적 인거 같은데?”

 

 그의 항의에 소피아 입에 걸렸던 작은 미소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여자는 원래 그런가? 아님 그녀만 특별한 거야? 무섭다. 정말.

 

 “노아씨는 엔드류씨와 달리 성실하니까요.”

 

 “아, 아니… 그럼 내가 어...?어? 듣지도 않고 그냥 가? 야!”

 

 소피아는 이번에도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가버렸고, 엔드류는 씨근거렸다. 이 극심한 태도차이는 아마, 일주일동안 글공부를 하면서 쌓은 관계 때문이리라.

 

 그녀는 모든 설명을 쉽고 정확하게 알려주는 유능한 선생님이었고, 나는 최대한 빨리 배우겠다는 목적의식이 분명했기 때문에 집중력을 발휘해서 수업에 임했다. 그리고 시간관계상 어쩔 수 없이 숙제로 내줬던 것도 완벽히 해내오자 내 빠른 습득속도에 소피아는 놀라워했었다.

 

 “저렇게 무례하고, 차가운 여자 따위…”

 

 너 아직도 그러고 있었냐. 엔드류는 어지간히도 분했나보다

 

 “정말 내 스타일이야.”

 

 “…응?”

 

 “내 스타일이라고. 소피아는 내가 찜했으니까. 눈독 드리지 마라 노아.”

 

 “….”

 

 그래, 네 마음대로 하셔요.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엔드류와의 거리를 벌렸다.

 

 -짝짝

 

 그 소리의 근원지는 소피아에 손이였다. 그녀가 박수를 치자, 모두 주목했다.

 

 “10분 뒤 영업 시작이니까, 모두들 준비하도록 하세요.”

 

 "OK”

 

 홀 안에 있는 직원들이 모두 대답하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앳되어 보이는 소녀지만 모두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나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

 

 

 

 

 내가 처음으로 배정받은 룸은 여성 세 명이 있는 방이었다. 공통점이라면 모두 여성치고 짧고 단정한 머리에 몸매가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쉽게 말하자면 운동선수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셋 다 이목구비가 분명하고 키가 큰 미인인 것은 분명했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소피아는 드물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었다.

 

 ‘원래는 그곳엔 최소 세 명이 들어 가야하지만, 생각보다 손님이 많이 왔어요. 하필이면 오늘 휴가를 낸 직원들도 꽤 있고요. 오늘은 병풍 역할만 시키려고 했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 엔드류씨를 잘 도와주도록 해요.’

 

 나는 걱정 말라며 자신 있는 표정을 짓고 왔지만, 나보다 훨씬 키가 큰 어른스러운 여성 세 명이 도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순간 말을 잊었다. 어떻게 해야 되지? 무슨 말을 해야 되는 거야.

 

 그렇게 내가 패닉 상태일 때 다행히도 구세주가 있었다. 사수, 엔드류였다. 그는 배짱 좋게, 걸어가 그녀들 사이에 털썩 앉았다.

 

 “누님들의 종달새 엔드류가 날아왔습니다.”

 

 우엑. 엔드류의 얼굴은 아직 귀염상이 남아 있긴 했지만 내가 받아들이기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정 가운데서 담배를 턱하니 물고 앉아있는 카리스마 쩌는 여성을 제외하곤 둘 다 웃는 거 보니 분위기는 나쁜 것 같지 않았다.

 

 엔드류는 얼어붙은 있는 나에게 손짓했다.

 

 “뭐해, 인마. 빨리 저기 외롭게 앉아있는 누님한테 가서 인사드려.”

 

 편의상 이 여성들을 누님1, 누님2, 누님3으로 부르겠다. 엔드류는 귀염상에 누님1과 딱 봐도 포스 있어 보이는 누님2 사이에 앉아있었고, 나는 눈치껏 쪼르르 걸어가 셋 중 유독 육감적인 몸매를 과시하는 누님3과 누님2 사이에 앉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머, 피부 매끈한 것 봐. 몇 살?‘

 

 누님3이 검지로 내 볼을 톡톡 건드렸다.

 

 “…15살입니다.”

 “꺄악. 귀여워. 근데 이렇게 어린 선수가 있었던가?”

 

 자연스럽게 누님2에게 담뱃불을 붙여주고 있던 엔드류가 대답했다.

 

 “오늘 들어온 따끈따끈한 신병입니다. 그러니 너무 놀리지 말아주세요 누님.”

 “흐응... 근데 자꾸 누님이라고 하는데 신경 쓰이네? 우리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나?”

 

 누님3이 약간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엔드류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럼 뭐라고 불러드릴까요?”

 “음... 그냥 리사라고 불러”

 “그럼 나도, 에이미라고 불러줘”

 

 순서대로 누님3과 누님1에 대답이었고, 우리 누님2께서는 묵묵히 담배만 태울 뿐이었다. 두 여인의 장난스러운 기운으로 보건데 저 두 이름은 가명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게. 리사, 에이미.”

 

 육안 상 분명히 누님들 나이가 많은 것은 분명해 보임에도 엔드류는 자연스럽게 말을 놓았다. 참, 저런 넉살은 부럽다. 나라면 절대 저렇게 하지 못하리라. 그는 가벼운 사람이지만 그만큼 친화력이 있었다.

 

 “…그런데 선수는 너희 둘뿐이야? 보통은 사람 수 대로 오지 않나?”

 누님1이 아픈 곳을 찔러왔고,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엔드류가 나섰다.

 

 “응. 미안해. 에이미. 대신 이 가게 에이스인 내가 잘 할 테니 용서해줘.”

 

 “에이스는 로이 멕클레인 아니었어?”

 

 “그 양반은 이미 떨어지는 별이고. 차세대 에이스는 바로 나라고.”

 

 “아 그래? 그럼 믿고 맡겨도 되겠네.”

 

 엔드류의 뻔뻔함에 나는 표정관리를 못하고 입을 떡 벌렸다. 하위권인 주제에 저 자신감은 뭐냐. 한편으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였다. 묵묵히 담배를 피던 누님2가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내가 빠져주지. 애초에 귀관들이 오자고 생떼를 써서, 온 것뿐이니.”

 “무슨 소리야. 부단장. 김새게”

 “그러게 말이에요. 3개월 동안 임무에 시달렸다가 모처럼 휴식인데, 좀 더 즐겨요.”

 “….”

 

 누님1과 누님3이 합심하여 만류했고, 엔드류도 끼어들었다. ‘누님 제가 즐겁게 해드릴게요. 좀 더 있다가요’ 네가 뭔데 거길 끼어드니. 아니, 저건 엄청난 프로정신으로 봐줘야하나. 누님2는 한숨을 푹 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 앉았다.

 

 엔드류는 그 모습에 안심한 듯 작게 웃었지만, 나는 다른 것에 신경이 쓰였다.‘귀관’,‘부단장’, ‘임무’ 라. 바로 생각이든 건 군인을 연상케 하는 키워드들이다.

 

 유추되는 게 있긴 한데 아직은 정보가 부족하다. 사실 소피아는 누누이 손님들의 정체를 알려고 하지 말라고 교육했지만, 호기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의 생각은 중간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누님3이 내 허벅지에 손을 갖다 댔기 때문에 .태연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런 경험이 없었던 나는 얼굴이 빨개지는 걸 느끼며, ‘저기…. 이건 좀’ 소심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누님3은 깔깔거리며 오히려 이런 반응을(?) 즐기는 것만 같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잠시 딱딱했던 분위기는 다시 원래의 술자리 분위기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확실히 경험자는 경험자랄까. 엔드류 호언장담대로 혼자서 1:3 멀티플레이를 무난히 해내고 있었다.(정확히 말하자면 누님2는 아무 말 없이 술하고 담배만 태울 뿐 이었지만)

 

 나는 뭘 하고 있었냐고? 원래 부여받은 미션인 꽃 병풍으로서 리액션을 담당하고 있었다. 대화는 엔드류가 주도하면서 잘 해내고 있으니(우쭈쭈, 잘한다. 우리 선배님.) 나는 그림 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다가 술잔이 비면 조건반사적으로 잔을 채웠다. 종종 누님3이 내 몸을 더듬거려 당황케 했지만 이정도면 무사히 끝 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사건은 이다음에 터졌다. 분위기를 쥐락펴락하며 날라 다니던 엔드류가 자연스럽게 또 한번 술과 안주를 추가시켰을 때였다. 원래 여기서 나가는 술과 안주들은 말하자면 직원들의 실적이 되기 때문에 선수들 누구나 쓰는 기술이었다. 손님들도 알면서도 용인해주는 것이고,

 

 그러나, 이게 지나쳤나보다. 무표정으로 술을 마시던 손님2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천박하군.”

 

 나직하지만 또렷한 음성이었다.

 

  “참아보려 했지만 전혀 즐겁지가 않아. …리사, …에이미. 맞나? 이젠 말리지 않았으면 좋겠군.”

  “어… 누…누님.”

 

 그 넉살좋던 엔드류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누님2가 그렇게 말하자 누님1과 누님3은 작게 한숨을 쉬고선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 좋았던 분위기가 한방에 이렇게 되다니.

 

 엔드류는 차마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 그들을 보낸다면 내 첫 시작은 분명한 실패였다. 그리고 그 책임을 엔드류에게만 넘기기에는 내가 그를 잘 서포트 하지 못했다. 조금 전 일이 있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임승차한 격이었다. 덕분에 여기까진 무사히 왔으니 이 위기 상황에 뒤에서 차라도 밀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누님3의 손목을 잡았다. 물론, 무서워서 누님2는 건드리지 못한 것은 비밀이다. 하지만 오기로라도 시선은 피하지 않고 누님2에게 말했다.

 “

 …저기 누님들 그럼, 제가 즐겁게 해드리면 더 있다 가실래요?”

 “…….”

 

 시종일관 조용히 있던 내가 입을 떼니, 반응은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좋았다. 아니, 더 놀고 싶은 누님1과, 누님3이 명분을 얻었다고 생각했는지 나를 열렬히 지지한 것뿐이지만.

 

 “그래. 부단장. 오늘 첫날이라는데 불쌍하지도 않아?”

 “맞아요. 일단 들어는 보는 게 어때요? 부단장님.”

 “…….”

 

 다행히 바로 떠나는 것은 막은 듯 했다. 모든 시선이 나한테 쏠리는 걸 느끼며,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제가 재밌는 게임을 아는데 한번 해보실래요?”

 “오, 뭔데, 뭔데?”

 “…….”

 “귀염둥이. 난 무조건 너의 팬이니까. 마음대로 해봐”

 

 차례대로 누님1,2,3 반응이었다.

 

 “스무고개라는 게임입니다. 한 사람이 어떤 물건을 마음속으로 생각하면, 다른 사람이 스무 번까지 질문을 해서 그것을 알아맞히는 겁니다. 질문에는 무조건 예· 아니오로만 대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룰을 바꿔서 질문 스무 번 안에 여러분들의 정체를 맞춰보겠습니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만약 제가 답을 맞히면, 저희와 함께 더 있어주시고 틀린다면 여기서 드신 모든 음식 값은 제가 지불하겠습니다.”

 

 내 패기 있는 선언에, 엔드류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렇게 불안한 눈으로 보지 마렴. 자신 있으니까. 누님2는 워낙 포커페이스라 모르겠지만 두 누님들은 확실히 내 제안을 흥미있어 하는 게 느껴졌다.

 

 “아하하. 재밌네. 아무렴 우리가 어린애 돈을 떼먹겠니.”

 “아유. 우리 겸둥이. 맞히면 날 가져도 좋아”

 

 나는 애써 누님3의 말을 무시하며, 누님2를 바라보았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다들 최종결정권자가 누구인지는 알기 때문이리라. 그 무언의 압박에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잠시만 어울려주지.”

 

 누님 1과 누님3이 박수치며 환호했다. 아이고, 누님들. 열렬한 지지 감사드립니다.

 

 “그럼 첫 번째 질문을 하겠습니다. 리사, 에이미는 가명인가요?”

 

 이건 이미 엔드류도 눈치 챘을 거다. 그럼에도 이 질문은 한 것은 게임에 몰입하게 하기 위해서랄까. 봐라, 저 초롱초롱한 눈빛을. 누님1과 누님3이 부담스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yes"

 

 당연히 긍정이 나왔다.

 

 "두 번째 질문입니다. 세분은 같은 곳에서 종사하십니까?“

 

 “…yes"

 

 “세 번째 질문입니다. 세분은 군인이시죠?”

 “yes"

 

 “네 번째 질문입니다. 여러분은 제국인 이시죠?”

 

 이번에는 누님2도 처음으로 표정이이라고 불릴만한 게 생겼다. 누님1과 누님3은 신기한 동물이라도 본 듯한 표정이었다.

 

 “그걸 어느 부분에서 짐작했지?”

 “게임 룰대로 예. 아니오로만 대답해주시겠습니까?”

 “…yes"

 

 "다섯 번째 질문입니다. 여러분이 여기 자치주에 온 것은 3개월 전이 맞습니까?.“

 “…yes"

 

 "여섯 번째 질문입니다. 여러분이 여기에 온 이유는 소년영웅 살해사건 때문이 맞습니까?‘

 

 누님 2가 이번에는 놀랍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누님 1,3은 이제는 숫제 괴물을 보는듯한 표정이었다.

 

 “…yes"

 

 “스무 번 까지 갈필요도 없겠군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여러분은 제국 정보기관이자 수사기가관인 쉐도우 트래커 일원이 맞습니까?”

 

 “실로 놀랍군. 세 번째 질문까진 그러려니 했지만 나머지는 어떻게 유추했지?”

 

 정확하게 'yes'라고 대답은 안했지만 일종의 패배선언이었다. 나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게임은 구실이고, 여러분 대화에서 이미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부분에서?”

 

 “대화도중. 귀관, 부단장, 임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죠.

 이걸로 일단 군인임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부단장이라고 불렀지만 친근한 태도에서 같은 부대에 막역한 사이라고 짐작했습니다. 아무리 사적인 자리라도 타 부대 상관을 그리 대하진 않겠죠.“

 

 나는 잠시 숨을 골랐고, 룸 안에 모든 사람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제국군인인 것을 안 것은 더욱 쉬운 일이었습니다. 여 군인이 없는 건 아니지만, 부단장이 여자인 경우는 더욱 희귀한 경우죠. 게다가 저희 클럽에 올 정도로 영향력 있는 분이라 면요.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부단장을 비롯해서 다수의 여인들이 활동하는 걸로 유명한 제국의 쉐도우 트레커였습니다.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질문은 제가 확신을 갖기 위해 마지막으로 다리를 두드려 본 것뿐이 고요.”

 

 에이미는 분명히 3개월 동안 임무에 시달렸다고 했다. 그것은 소년영웅이 살해당한 시기와 같다. 공교롭지 않은가? 제국의 보물이 살해당했는데, 최고의 정보기관이자 수사기관인 쉐도우 트레커가 가만히 있었을까? 당연히 조사를 하러 나왔겠지. 그전부터 자신은 있었지만 다섯 번째 대답을 듣고 확신했다. 삼개월전 자치주에 들어온 제국군인이라 그렇다면 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었다.

 

 “고작 그걸로 거기까지 유추했다고? 엄청난 통찰력이군.”

 

 룸 안에 모든 사람들이 신기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따지고 보면 중요 설정들을 꿰고 있는 원작자니까 가능한 거 아니겠는가. 진짜 빈민가 소년 노아라면 제국기관 이름을 들어보기나 하겠는가. 실제로 유명하기야 하다지만, 하루하루가 전쟁인데 그럴 여유가 없겠지.

 

 누님2는 꼬던 다리를 풀고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소년 이름이 뭐지?”

 그제야 귀염둥이로 불렸을 뿐, 누님들이 이름을 물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아입니다. 성은 없습니다.”

 “노아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지만 사정상 질문에 대답할 수 없겠군. 대신이라고 뭐하지만 게임 룰을 어겼으니 벌주를 마시도록하지. 여기서 가장 비싼 술을 가져오도록”

 

 화통도하셔라. 나는 갑자기 장난 끼가 발동했다.

 “군인 월급으로 감당이 되시겠어요?”

 누님2는 처음으로 소리를 내며 웃었다.

 “하하하. 허언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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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2017 / 9 / 9 293 0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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