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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구)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6.17

대재앙이라고 불리는 지독한 전쟁이 끝난 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새로운 힘을 얻어 다시 문명을 구축하던 인류 앞에 완벽하게 구현된 가상현실게임이 나타난다.
누가 만들었고 왜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는 게임이었지만 사람들은 이 게임에 열광했고 인류의 대부분이 즐길 정도로 보편화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게임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현실에 큰 영향을 주게 시작했다.
그리고 인류는 두 가지 세상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현실 아니면 게임
게임 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게임 중에서 오직 하나의 세계만 선택해야 한다면 과연 인류는 어떤 곳을 선택할 것인가.
선과 악이 아닌 가치와 가치가 충돌하는 거대한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폭풍전야 (10)
작성일 : 17-09-05 22:08     조회 : 87     추천 : 0     분량 : 7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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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

 

 “커억!”

 

 공중으로 띄워진 거대한 땅덩어리가 천유강과 후작이 싸우는 링이 되었다. 아니, 일방적인 싸움이었기 때문에 차라리 처형장이 옳은 표현 같았다.

 

 “단단하니까 좋군. 나도 연습 상대가 필요했는데 말이지.”

 

 후작이 다시 손을 흔드니 천유강이 멀리 나가떨어졌다. 강력한 힘을 아무런 소비 없이 사용하고 있다. 과연 신의 힘다웠다.

 

 하지만 천유강은 꼼짝없이 당하는 와중에서도 후작의 힘을 가늠하고 있었다.

 

 ‘대충 원리는 알 것 같아.’

 

 후작이 휘두르는 손 모양대로 압력이 가해진다. 그리고 그 압력은 정확히 후작의 손 모양과 똑같았다. 바닥에 찍힌 손도장으로 보면 알 수 있다.

 

 ‘염력이나 조작 계열은 아니야. 필시 자신의 아바타를 순간적으로 형성해서 공격하는 거겠지.’

 

 보이지는 않아도 기운은 느낄 수 있다. 다만 그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봐도 피하기 힘들 것 같았다.

 

 문제는 또 있었다. 베나자르가 벤 자리에서 사기가 자꾸만 빠져나가고 있었다. 신전도 없어졌기에 사기를 보충할 곳도 사라진 상태다.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이길 수 없어.’

 

 지금은 하급 신이다. 하지만 후작의 능력이라면 곧 중급까지 오를 수 있을 거다.

 

 “세상은 나를 뜻대로 움직일 거다. 일단, 기념으로 눈엣가시 같았던 에드워드 백작가부터 지워주지.”

 

 “명색이 신인데, 관용을 베풀지그래?”

 

 “미안하지만, 내 성서에는 그런 나약한 단어는 없다.”

 

 다시 후작이 손을 휘둘렀고 천유강은 간발의 차이로 그것을 피했다.

 

 처음으로 직격을 피해낸 것이다.

 

 “흠? 그걸 피했나? 과연 습득력이 빠르군. 좀 더 괴롭히는 것도 괜찮겠지만 신으로서는 처음 등장했으니 위엄을 보이는 것도 좋겠지.”

 

 후작이 힘을 모으자 거대한 몸체가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스스스스

 

 키가 족히 20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거인이었다. 퍼런 기운이 온몸을 감싸고 있고 명확한 형태는 보이지 않았지만 어쩐지 후작과 닮아있었다.

 

 이것은 후작의 아바타로 아까 전까지 천유강을 두들기던 그 힘을 정체였다.

 

 “역시 구현 계열이었나?”

 

 에스퍼 능력 중에서 특정한 어떤 것을 구현하는 능력이 있는데 신지후의 다중 분신술도 구현 계열 중 하나다.

 

 “천박하군. 신의 힘을 고작 그런 틀 안에 넣을 생각인가?”

 

 “난 무교라서.”

 

 “그럼 몸소 전도해주지. 신이 직접 전하는 것이니 영광으로 알아라.”

 

 쿵!!!

 

 다시 아바타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모습을 드러내서 아까와 같은 은밀함은 없었지만 대신 더 빠르고 강해졌다.

 

 “큭!!”

 

 다시 천유강이 구석으로 밀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영상으로 보고 있던 영애가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제발 나의 소원도 들어주세요. 제게 저놈을 없앨 힘을 주세요.”

 

 계속 소원을 들어달라고 외치고 있으나 파르테논의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후작이 죽는 것이 영애가 바라는 진정한 소원이 아니라는 거다.

 

 [불가하다. 그것은 너의 진실한 소원이 아니다.]

 

 파르테논 신이 다시 강경하게 말하자 이제는 영애가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그럼 부탁입니다. 제가 바라는 소원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그건 알려줄 수 있잖아요.”

 

 [......알겠다. 그 정도는 들어줄 수 있지.]

 

 파르테논 신이 권능을 발휘하자 영애는 풀썩 쓰러졌다. 그녀의 정신이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곳에서 너의 진실한 소원을 보게 될 것이다.]

 

 쿵!!!!

 

 바르샤 후작과 맞서고 있는 천유강은 죽을 맛이었다. 실제로도 죽기 일보 직전이다.

 

 강력한 힘 때문에 뼈마디는 모두 부러졌다. 지금 천유강의 몸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오직 사기의 암흑의 기운이다.

 

 ‘코넬에게 감사해야겠네.’

 

 구현 계열이지만 일반적이 에스퍼들과는 격이 다른 힘이다. 신도를 얻어 이 힘이 강화되면 정말로 왕국도 부술 수 있을 거다.

 

 후두둑

 

 움직일 때마다 부서진 뼛조각이 떨어져 나갔다. 가슴에서 사기가 점점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니 시간만 지나도 천유강은 무너질 거다.

 

 “힘들겠네.”

 

 말과는 달리 천유강은 아직 검을 꽉 쥐고 있다.

 

 ***

 

 이것은 기억이다. 아주 어렸을 때의 기억.

 

 영애는 백작의 첫 번째 딸이자 마지막 자식이었다. 어머니가 어렸을 때 병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재혼해야 한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백작은 죽은 부인을 그리워하며 혼자 지냈다. 그만큼 부인을 사랑했었고 다시 누군가를 잃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영지민에게도 자상한 백작이었지만 강한 리더쉽이 부족했다. 그래서 주변 영주들의 위협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주변 영주들의 계락으로 백작가의 군사력은 점점 쇠락해졌고 더더욱 위협은 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왔다.

 

 “영주님. 이 아이가 제가 말했던 아이입니다. 아직 어리지만 재능이 있고 똑똑하고 정의로우니 중히 쓰시면 가문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오호~ 단장이 이렇게 크게 칭찬하는 건 처음 들어보오. 그대의 추천인데 내가 어찌 소홀히 다루겠소.”

 

 “감사합니다. 인석아! 어서 백작님께 인사드려라.”

 

 그 말에야 쭈뼛쭈뼛 서 있던 그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영주님. 저는 레오닉이라고 합니다.”

 

 “그래. 어린 나이에 벌써 높은 실력을 지녔다지? 그것도 용병의 검술로.”

 

 “변변찮은 재주입니다.”

 

 “허허~ 용병치고는 겸손하기 하군. 좋네! 헨슨 경, 저 아이에게 우리 가문의 검술을 가르치는 것을 허락하겠네.”

 

 “그게 정말입니까?”

 “이제 우리 식구인데 그쯤이야 어렵지 않지.”

 

 그 말에 듣고만 있던 레오닉이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허허~ 대신 우리 영지를 잘 지켜주어야 하네.”

 “제 목숨을 걸고 지켜내겠습니다.”

 

 “좋네. 음? 이레아~ 언제부터 거기 있었느냐? 마침 잘 되었군. 이리 와 보아라.”

 

 그 말에 이레아는 아버지에게 달려가 안겼다. 그때가 겨우 8살이었다.

 

 “이 아이는 내 외동딸이네. 나보다 이 아이를 더 우선시했으면 좋겠군.”

 “두 분 모두 지켜드리겠습니다.”

 

 “허허~ 그것도 좋지. 인사하렴, 이레아. 우리의 새로운 식구란다.”

 

 그 말에 이레아는 레오닉의 얼굴을 살짝 훔쳐보며 새침하게 말했다.

 

 “안녕.”

 

 “안녕하십니까, 아가씨. 레오닉이라고 합니다.”

 

 “응. 앞으로 잘 부탁해.”

 

 첫인상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냥 평민치고는 기품 있게 생겼다고 느꼈던 것 같다.

 

 세월은 빠르게 흘렀고 소녀는 숙녀가 되었다.

 

 “아가씨. 공부 안 하고 어디 가십니까?”

 

 “공부 다 했거든! 너 하인 주제에 말투가 건방지다.”

 

 “헤에~ 하인이 아니라 병사입니다. 그것도 아가씨 호위이고요.”

 

 “기사는 무슨. 레오닉 뒤꽁무니나 졸졸 쫓아다니는 주제에.”

 

 레오닉이 빈민가에서 구해온 잭이라는 놈이다. 재능은 있는 모양인지 금세 강해져서 기사들도 이기는 실력이 되었다. 단지 레오닉처럼 평민 출신이라서 정식 기사는 되지 못하고 호위 병사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잭은 그것에 딱히 불만은 없었던 것 같다.

 

 잭이 능글거리자 뒤에서 누군가가 나타나 그의 뒤통수를 쳤다.

 

 퍽!

 

 “아! 누구야!”

 

 “누구긴 누구겠냐? 너 자꾸 아가씨한테 까불래?”

 

 그는 역시 레오닉이 데려온 병사, 그롬이다. 그도 역시 호위를 맡고 있었다.

 

 그들이 다시 투닥투닥 싸우자 이레아는 허리춤에 손을 얹고 짐짓 위엄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너희! 이제는 날 영애님이라고 불러. 언제까지 아가씨라고 부를 거야?”

 

 그 말에 싸움을 멈춘 잭은 다시 싱글 웃으며 말했다.

 

 “에이~ 영애는 뭔가 거리감이 있어 보이잖아요. 그냥 아가씨라고 부를래요.”

 

 “너희 자꾸 나 무시할래?”

 

 이레아 삐친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멀리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고 이레아는 얼른 표정을 지우고 도도한 척을 했다.

 

 “영애님을 뵙습니다.”

 

 이제는 기사단의 부단장이 된 레오닉이었다.

 

 레오닉이 인사를 하자 이레아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어, 그, 그래. 별일 없느냐?”

 

 “영지에는 아무 문제 없으니 안심하셔도 괜찮습니다.”

 

 “어, 그래.”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그롬, 잭.”

 “네. 스승님.”

 

 “네. 대장님.”

 

 “영애님을 지키는 일에 한 치의 소홀함도 있어서 안 된다. 알고 있지?”

 

 “잘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 믿는다.”

 

 그렇게 레오닉이 사라지자 셋 모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이레아는 다시 소리를 높였다.

 

 “너희 때문에 이게 뭐야! 체면 다 구겼잖아.”

 

 “그게 왜 우리 때문입니까? 평소의 아가씨와 다를 게 없었는데요.”

 

 “뭐?!”

 

 “그리고 왜 아가씨는 우리 대장님만 보면 얼굴을 붉히십니까?”

 

 “내, 내가 언제? 나 얼굴 안 붉혔거든!”

 

 “에이~ 다 티가 나는데.”

 

 “이씨!”

 

 결국은 오늘도 이레아가 잭의 머리채를 붙잡아 흔드는 거로 끝났다.

 

 레오닉인 이미 왕국 내에서도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뛰어난 검수였다. 레오닉은 혼자 힘을 키우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검술을 아낌없이 병사들에게 전수했는데 덕분에 병력 전체가 뛰어난 실력을 갖출 수 있었다.

 

 백작도 항상 레오닉을 가문의 보물이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수많은 금은보화를 준다고 해도 바꾸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백작가가 점점 부강해지고 있을 때였다. 그날에는 이레아가 바깥이 보고 싶어서 호위들을 데리고 영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적한 곳으로 들어섰을 때 갑자기 검은 복면의 습격자들이 나타났다.

 

 “꺄아아악!!”

 

 “아가씨를 지켜!!”

 

 대낮에 발생한 습격이었다. 놈들은 대담하게도 백작가의 영역 안에서 이레아를 납치하려 한 것이다.

 

 이레아의 호위병들도 약하지 않았는데 습격자들의 실력도 만만하지 않았다. 레오닉의 수제자인 그롬과 잭이 없었더라면 벌써 전멸을 면치 못했을 거다.

 

 “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신호탄을 쏘았으니 곧 지원이 올 겁니다.”

 

 “으, 응.”

 

 하지만 숫자에서 너무 많은 차이가 났다. 남매처럼 지내던 호위병들이 비명도 못 지르고 쓰러지는 광경은 차라리 악몽이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영애는 믿고 있었다.

 

 ‘레오닉이 올 거야. 조금 있으면 레오닉이 올 거야.’

 

 이레아가 간절히 기도하고 있을 때였다. 정말로 기적처럼 그가 등장했다.

 

 “대장님!!”

 

 신호탄을 보자마자 병력을 규합하기도 전에 달려온 레오닉이다. 단 한 명이 온 것뿐이었지만 그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스악!

 

 레오닉이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적들이 두세 명씩 쓰러졌다. 적들은 레오닉의 이름을 듣자마자 이미 오줌을 지릴 지경이다. 그와는 반대로 아군은 용기백배해졌다.

 

 “모두 쓸어!”

 

 밀리고 있던 것이 거짓말처럼 적들을 쓰러트리는 것은 금방이었다. 도망간 적들도 많았지만 이레아를 놔두고 그들을 쫓아갈 수 없었다.

 

 “영애님, 괜찮으십니까?”

 

 적들의 피를 뒤집어쓴 채로 레오닉은 평소처럼 이레아를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정말로 와줬어.”

 

 이레아는 레오닉을 껴안고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애써 냉정한 척했지만 실은 무서워서 서 있기도 힘들었던 것이다.

 

 “괜찮습니다, 영애님. 제가 반드시 지켜드리겠습니다.”

 

 레오닉은 이레아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그때부터였다. 이레아는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문제는 레오닉의 감정이었다.

 

 ‘그는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그저 지켜줘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하루에도 수백 번 그의 마음을 그리다가 이내 지웠다.

 

 바보 같은 생각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인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차오르는 이 마음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한 번도 내 이름을 불러준 적이 없어.’

 

 그롬과 잭, 그리고 다른 병사들도 이레아 아가씨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레오닉만은 한 번도 자신의 이름을 부른 적이 없다.

 

 그 사실을 깨달은 이레아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문제의 그 날이 되었다.

 

 왕실의 부름을 받고 수도로 향하는 길이었다. 데리고 온 병력보다 최소 5배는 많은 병력이 우리를 둘러쌌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그 순간에도 이레아는 믿고 있었다.

 

 ‘레오닉이라면 어떻게든 해줄 거야.’

 

 비장한 표정을 지은 레오닉의 마지막 말을 잊을 수가 없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무사히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레오닉은 아군이 도망갈 시간을 벌기 위해서 홀로 그 많은 병력들에 돌격했다.

 

 3천이 넘는 병력이다. 다들 레오닉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레아는 믿고 있었다.

 

 ‘레오닉이라면 살아서 돌아올 거야.’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이레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석이던 기사단장의 자리에 그롬이 올랐다. 다시 평민 출신 기사단장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지만 누구도 만류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롬의 실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2년이 지났다.

 

 아직도 레오닉이 살아있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그가 돌아왔을 때 깜짝 놀랄 만큼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검을 들었다. 다들 만류했지만 이레아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3년이 지났다.

 

 이제는 모두 레오닉이 살아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성 곳곳에 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롬은 점점 레오닉처럼 변해갔고 잭도 짓궂은 장난을 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이레아는 레오닉이 무사히 돌아올 거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4년이 지났다.

 

 바르샤 후작의 도발이 점점 거세어지고 있었다. 백작은 병으로 드러누웠고 그 자리를 이레아가 차지했다.

 

 이레아는 점점 웃음을 잃어갔다. 그 모습을 다들 안쓰럽게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그녀에게 그 어떤 말도 해줄 수 없었다. 지금 그녀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레아는 텅 빈 거실에 홀로 남아 레오닉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걱정하지 마세요. 무사히 지켜드리겠습니다.]

 

 “거짓말쟁이. 지켜준다고 약속했잖아. 지켜줄 거면 끝까지 살아남아서 옆에 있어 줘야지! 그냥 내 옆에만 있어만 주면 되는데!”

 

 그리고 이레아는 깨달았다. 레오닉은 영웅이었지만 그녀의 믿음처럼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다.

 

 그도 결국은 인간이었다. 헛된 기대를 한 자신이 잘못한 거다.

 

 “믿음 따위는 부질없어. 그러니 더 강해져야 해. 그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약하지 않았으면 그도 죽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5년이 지났다.

 

 “뭐?”

 

 “어떤 스켈레톤이 나타났는데 이름이...... 레오닉이라고 합니다.”

 

 “혹시 대장님일 수도 있습니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다시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들불처럼 일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마음과는 반대로 냉담하게 대답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벌써 5년 전의 일이야. 불가능한 일이야.”

 

 이제 기대하는 것도 지쳤다. 이것마저 사실이 아니면 더는 버틸 수 없을 거 같았다.

 

 하지만 그롬과 잭은 포기하지 않았고 이레아도 못 이기는 척 그를 보냈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피처럼 붉은 스켈레톤이었다.

 

 “돌아왔습니다, 영애님.”

 

 목소리는 전혀 달랐지만 그가 정말로 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을 부정했다.

 

 ‘거짓말.’

 

 그는 저런 모습일 수 없다. 저런 모습일 수 없다.

 

 그래서 이레아의 목소리는 여전히 냉담했다.

 

 “저게 그라고?”

 

 이레아를 마음속에는 반가움보다 분노가 먼저 치밀어 올랐다.

 

 무엇에 대한 분노인지는 몰랐다.

 

 이제야 돌아온 레오닉에 대한 분노인지, 아니면 그 기품 넘치던 레오닉이 스켈레톤이 된 것에 대한 분노인지 몰랐다. 아니면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자신에 대한 분노였을 수도 있다.

 

 그래서 매정한 말들만 나왔다.

 

 “물론 그렇습니다만, 기회만 주시면 다시 가문을 위해서 사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부드러운 말투로 자신을 편하게 했다.

 

 마치 예전처럼......

 

 그렇게 그가 다시 내게로 왔다.

 

 그 순간 이레아가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파르테논 신이 있었다.

 

 [이제 네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느냐?]

 

 “.......이제 알았습니다.”

 

 [그럼. 네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말해라.]

 

 이레아는 이제 자신이 어린애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언제까지나 레오닉에게 기댈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도 자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그래도........’

 

 이레아의 마음은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를 믿고 있어.’

 

 레오닉이라면, 레오닉이라면 반드시 어떤 상황에서도 이겨낼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이레아는 자신의 진정한 소원을 말했다.

 

 “레오닉을....... 나의 영웅을 돌려주세요.”

 

 [네 소원은 이루어 질 것이다.]

 

 그 순간, 레오닉의 몸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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