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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의외의 얼굴
작성일 : 17-06-28 22:02     조회 : 22     추천 : 0     분량 : 9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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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임은 출판사로 출발했다.

 

 이제 옆집은 공사가 끝난 모양인지 . 아저씨들이 각종 포장지나, 남은것들을 수거해

 버리고 철수하는 분위기다...청소하는 사람만 남은것 보니. 그렇담 옆집이 돌아온다는 이야기겠지.... 괜찮다. 볼일 없을테니까.

 뭐 가끔 지나가다 마주 칠수야 있겠지만 매번 피할수도 얼굴 붏힐 이유도 없으니까.. 유난히 사람을 싫어하겠지.

 

 이집 찾아낸거 보면 그쪽 집착도 알만하니까..좋은게 좋은거 아니겠어?

 

  날씨는 이제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다. 얇은 가디건을 받쳐 입었더니 땀이 나는것만 같다. 아래 위 모두 검은색 , 상가집 가는것도 아닌데..

 미리 이사님이 지시하시다 싶이 한 말씀이셨다. 검은색 아니면 흰색 입고 오라고.. 까다로운 양반일세... 정말..

 흰색옷이라곤 셔츠나 면 원피스가 다라서.. 검은색 정장을 입을수 밖에 없었다. 밝은 여름에 나만 혼자 어색스럽다.

 이 집은 내려가는 길이 어찌나 긴지.. 족히 십오분은 걸어야 되는데 오늘같은 햇살에 검은색이라니.. 애초에 포기하고

 하임은 그냥 택시를 잡는다-

 

 "어디로 모실까요 손님?"

 

 "** 출판사요- 강남역 - 거리 쪽에 보시면 있어요-"

 

 차를 타고 가는 내내 포트폴리오를 살펴본다. 이정도면 된것 같다. 초안만 스케치로 몇장 넣었는데, 오히려 이건

 

 캔슬당할 각오로 넣었달까... 이 작가가 지명한 삽화가는 처음이라니까.. 그럼 내 그림을 어디서 봤단 이야길텐데..

 

 대체 어디서 본 걸까?... 내가 전시를 안 한 지는 꽤 됬다. 서양화 졸업식 작품전 이후 딱 한번뿐이었으니까..

 

 출판사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처음 뵙는 사람이 깍듯하게 인사를한다

 

 

 

 "장 작가님이시죠?"

 

 

 "네... 누구..신지.. 부장님은 안 계세요?"

 

 

 "제가 이삽니다. 김서윤입니다."

 

 

 

 이사치곤 좀 젋다. 말쑥해 보이는 얼굴... 피오니 입김이 대단하긴 대단하네

 

 이사가 내 마중을 나와?

 

 

 "회의실은 이쪽입니다- 아직 작가님은 안 오셨어요"

 

 

 "아... 그래요- 이번엔 정말 직접 오실껀가 보죠? 나머지 분들은...."

 

 

 

 "아무하고도 얼굴 마주치는 일 없게 하라셔서... 이쪽 층 다 비웠습니다. 지금은 다 윗층에 가 있어요"

 

 

 한층을 싹...다 비워?, 진짜 맙소사다 맙소사... 대체 자기가 뭔데?

 하임은 얼굴에 살짝 비아냥이 비칠뻔 했지만 가까스로 참고 이사에게 한마디한다

 

 

 "정.말. 독특한 작가님이네요"

 

 

 

 이사는 순순히 수긍하며 한마디 덧붙인다

 

 "장하임씨가 안 도와주시면 이번 계약은 진짜 물건너 갈수도 있어요, 앞으로 삽화 하면 장작가부터 떠올릴 테니

 

 진짜 ... 부탁좀 드립니다"

 

 

 

 "계약이요? 전속 작가님 아니셨어요?"

 

 

 

 "아니에요-... 처음엔 솔직히 초짜 작가주제에 사비 털어서라도 그렇게 내겠다 했을때 뭐 이런... 사람이 있나 싶었죠..

 상대도 안할려다가.. 읽어보니.. 확실히 한방이 있더라고요..

 

 자기가 장담했어요- 베스트 셀러 꼭 될거라고...

 

 장담한 대로 판판이 베스트 셀러 밀리언 셀러 되고 나서야 한다면 한다는 사람인줄 알았죠 우연찮게 저희한테 온거죠, 행운이었죠..

 첨부터 책 별로 계약하는 사람이었어요... 첨엔 어려움 많았을꺼에요 누가 초짜 작가가 원하는 대로 책 잘 찍어내 줍니까?

 돈 들여서 시간 들여서... 저희가 초판 찍는다 그랬을때도 딴 출판사들은 미쳤다 그랬어요.. 첫 책이야 자기 사비도 꽤 들어갔죠

 저희가 그땐 대규모까지는 아니었던지라..."

 

 

 

 이사는 좀 망설이며 이야기를 잇는다.

 

 

 "제발... 그러니.. 좀 침착하게 .. 긍정적 검토 부탁드립니다."

 

 

 

 앞에 오랜지주스가 놓이고 약속시간이 10분이 지나서야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네 작가님-"

 

 

 

 .....?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사람은 낯 익은 사람이었다. 강비서? 강진환씨???

 

 

 

 "작가님- 안녕하세요? 여기가... 제 상사 심지혁 씨에요- 전엔 마주치신적 있으시죠?"

 

 

 

 강비서는 마치 우리가 프렌들리한 사이라도 되는듯 눈을 찡긋대며 말한다,

 

 

 

 "그..그랬어요 장작가? 그런말은 난 안하셔서 몰랐네?"

 

 

 

 이사만 당황한게 아니었다. 뒤에 들어온 남자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드디어 만나네- 반갑게도-"

 

 ...반갑게도?

 

 아... 일이 순탄치는 않겠구나 나는 입이 마르는게 느껴졌다.

 예감과 동시에 온 얼굴에 오만함이 덕지덕지 붙은 그 남자는 딱 한마디를 했다.

 

 

 

 "이사님은 자리좀 피해주시겠어요- 나눌 이야기가 있는지라-"

 

 

 

 나는 간절한 눈빛으로 이사님을 붙잡았다... 차마 입 밖으로 말은 안나와서- 제발 이 둘만 저랑 남겨두고 가지마요!!

 

 그러나 이사님은

 

 

 

 "전 이만- 그럼 계약 이야기는 차후에 하지요-"

 

 그러더니 쏙 빠져나가버린다... 아....

 

 그리고 앞에 앉더니 한마디를 더 한다

 

 

 "반갑네요.. 장 하임씨..."

 

 

 

 

 

 

 -

 

 

 

 장하임씨는 .. 확실히 여전히 상황파악이 안되는 표정이다 어련하실까-

 나는 장 하임씨랑 계약한다고 했을때 얘가 진짜 드디어 맛이 갔구나.. 그랬다.

 

 그림은 그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조사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자기가 그만큼이나 무례하게 해대놓고선

 그 그림을 보고는 완전 그 사람 아니면 안된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괜한짓을 했다는 생각에 일단은 말렸다.

 

 "왜 하필 장하임 씨에요- 다른 작가 많잖아요"

 

 

 "너 내 글 읽어봤어?"

 

 

 

 나는 잠시 멈칫했지만 솔직하게 대답했다.

 

 

 ".....솔직히 읽어보진 않았어요 .. 그렇지만 꼭 그분일 필요 있어요? 가뜩이나 작가님 싫어하세요- 유난스럽다고-"

 

 

 

 "뭐 좋아해달란거 아냐- 나도 걔 싫어 ,그림이 좋은거지.. 그럼 된거지 삽화가를 사랑하기라도 해야 해?"

 

 .....

 

 그로 인해 잡힌 이 약속 , 이번에도 나한테 떠 넘길까 조마조마했는데

 이번에는 친히 자기가 나서겠다해서 따라오긴 했는데... 아... 정말 일이 복잡하게 됬네..

 

 

 

 "...그러세요? 반가우세요 제가? 전 아닌데? -"

 

 

 저 불에 활활타는 여장부 기질이 또 발동 걸렸는데도 이 또라이는 여전히 무관심한 표정이다.

 

 

 

 "반갑죠- 저희 이웃 아니던가요?"

 

 

 

 "아 - 그 반가운 이웃이 싫어 돈 쥐어주고 이사까지 불사하신 분 아니었던가요?"

 

 

 

 "제가 워낙 조용한걸 좋아하는 주의라, 사람은 소리를 몰고 오잖아요?

 또 그쪽이 문 두드렸을땐 제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시간이었거든요"

 

 

 

 "... 뭐요? "

 

 

 

 "알고 있는거 아니였어? 나 가운만 걸치고 그쪽 만났던거 같은데...?"

 

 

 

 강비서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 이 인간이 그토록 집착하는 샤워타임에 벨을 눌렀단 말야?

 

 오.... 왜 이사 한시간 만에 호출했는지 이해가 가네.. 하임씨가 억울한 일인것은 맞지만 나도 그 시간인거 같으면 벨 안누르고 기다려!

 

 강비서는 상황 정리를 위해 한마디를 거든다-

 

 "저희 작가님이-.. 샤워를 몹시 중요하게.. 여기셔서.."

 

 

 

 "강비서 , 잠깐만 나가 있어"

 

 지혁은 강비서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한다.

 강비서는 아휴 저걸 이런 표정을 최대한 억누르고

 

 

 "그럼.. 전.. 이사님과.. 이야길...하겠습니다.."

 

 

 그말을 끝으로 강비서는 조용히 사라지고

 

 

 하임은 오만하기 그지없는 남자와 마주한다.

 

 

 

 남자는 티하나 없는 검은 정장에 하얀 셔츠 차림이다.

 긴 속눈썹을 내리깔면서, 얼굴은 보지 않은채 말한다.

 

 

 

 " 다시 한번 인사드리죠- 심 지혁 입니다"

 

 하임은 상황이 잘 이해가 안간다. 어쨰서 이 중요한 미팅에서 옆집 또라이와 얼굴을 맞대고 있는가..

 

 

 "그쪽이 그럼 정말 작가란 말에요? 저 비서는 cs그룹에서 일하던데.."

 

 조금은 어리둥절해서 읊조린 말을 지혁은 바로 받아친다

 

 

 

 "그건 기밀인데..... 어디가서 그렇게 큰 소리로 말 안했으면 좋겠는데... 내가 사생활 터치는 못 참아서-

 알지 모르겠는데.. 매스컴에 안 흘리게 진짜 열심히 관리하고 있거든.."

 

 지혁은 당연한걸 이렇게 가르쳐야 하냐는 투다.. 여전히 싸가지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근데 왜 꼬박꼬박 반말이세요?"

 

 

 "너 29 살이잖아. 내가 너보다 많으니까?"

 

 

 

 "초면에 , 친하지도 않은데 왜 반말이냐고요-"

 

 

 

 "억울하면 너도 해- 난 상관없어-"

 

 

 그러더니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왠지 내가 자꾸 말려드는거 같은데

 나는 그냥 이정도는 넘어가기로 했다. 비슷한거 같은데.. 나이...

 

 

 

 "그건 그렇다 치고- 저를 굉장히 싫어 하신다고 알고 있는데- 얼굴 표정은 삽화가가 저일줄 아셨다는 표정이네요?"

 

 지혁은 피식 웃는다. 피식 소리가 나서 얼굴을 쳐다보자 웃음기는 이미 가시고 없다.

 

 

 

 "알아보고 미팅하지 굳이 기다렸다가 서프라이즈 해야 하나? 알아볼 능력이 있는데.."

 

 

 그건 대답이 아니다. 싫어하는데... 그림을 (솔직히 내 생각엔 평범한 내 그림을) 그토록 집착할 이유가 있나?

 

 

 

 "왜 저를 지목하셨는데요? 그보다. 전 그날 인사하러 갔던 거였어요 제 귀는 그닥 밝지 않아서요 샤워중인줄 몰랐구요"

 

 

 지혁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는다. 대체 왜 그거에 그렇게 집착하냐는 듯한 표정..

 

 

 "그 얘긴 이제 그만두고 - 그쪽 그림이 맘에 들어서야- 이번 소설 삽화가로 딱 맞기 때문에 요청한거지- 그것 말고

 뭐 다른 감정이 필요한가? 일하는데..."

 

 

 지혁의 가는 손가락 끝의 새끼손가락에 무지막지하게 큰 반지가 번쩍인다. 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반사하면서...

 하임은 멍- 해졌다가 가까스로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묻는다..

 

 

 

 "어떤 그림 말씀하시는거에요?, "

 

 

 지혁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한 저음이지만.. 하임은 자신의 톤이 한 톤 높아졌음을 느끼고

 얼굴을 살짝 붉힌다. 지혁은 얼굴을 끊임없이 훑는다. X-LAY당하는 그런 기분...

 

 

 

 "당신이 그린 , 붉고 희고, 분홍빛으로 된 작약. 그 그림보고 연락했어. 이제 됬어? 궁금증은 좀 풀렸나?"

 

 

 지혁이 이제야 됬냐는 식으로 말한다. 작약.... 그 그림은 삽화에 쓴 그림이 아니다. 애초에 포트 폴리오에 들어있는 그림도 아니다.

 전시회때 낸 그림. 그건 내가. 도하를 위해 그린 그림이었다. 작약.

 

 작약은 도하가 좋아하는 꽃이었기 때문이다. 작약이 peony인건 알지만..

 

 그정도 연관성으로 나를 선택했다는 말인가...?

 

 

 

 "혹시.. 작약이 피오니여서.. 선택하신것은 아니겠죠. 그 그림은 삽화가 아니라 작품 전시에 쓴 그림이었어요

 아시나요, 게다가.. 그 그림의 이름은 작약이 아니었는데요.."

 

 

 "단지 그것만으로 당신을 선택할정도로 난 단순하지 않아-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그의 표정엔 조소가 어린다.

 

 

 "난 내 책 하나하나에 시간을 많이 들여- 삽화에만 1년이 걸린 적도 있지, 사람들하고 조율을 끊임없이 해야 하더군.

 

 키덜트를 대상으로 하는건 아니지만- 독자가 내가 생각하는.. 머릿속의 그림과 딱 들어맞는 상황... 내 머릿속의 무대에서 내가 세운 인물들을

 탐구하기를 원해. 그렇기 떄문에 삽화에 시간이 걸리지.. 그렇기 때문에 삽화 과정에서 탈고를 마친 글을 재수정 할때도 있어..

 

 그쪽이 날 짜증나할것도 알고. 남들과 내가 다르고 유별나다는것도 알아. 그리고 당신이 돈에 흔들리지 않는 여자인것도 알지.

 뭐... 그쪽이 잡지사나 신문사에 내 신상을 흘려 이익 취하기는 안 쉬울꺼야, 저래뵈도 강비서가 꽤나 유능하거든.. 잔소리와 잡소리가 많아도

 

 참는건 그 이유야 , 꽤 유능하니까.. "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말을 잇는다.

 

 

 "당신이 내 글을 읽어보면, 알거야 ...이번글은 내가 필사적으로 쓴 글중 하나야. 이번이 제일 간절했지.. 그러다 당신 그림을 우연찮게 봤고,

 

 그래서 당신이 그 그림을 그려줬으면 하는거야. 무엇보다도 당신 그림이 훌륭했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 뭔가 찌르르하는 게 있었단 말이야.

 그래서 당신이었으면 했고. 어차피 얼굴 아는 사이고. 옆집이니 내가 당신이 뭐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두번 세번 체크할 필요가 없고.

 덧붙여 강비서 혹사시켜 당신 입 막을 필요도 없겠지...

 

 그게 바로 굳이 내가 이따위 미팅에 나와있는 이유지. 지금은 글 수정중이라 집중하는 기간이라,

 보통은 조용한 곳에서 방해 없이 일만하거든... 이야기 하지 않던가? 강비서가 나에 대해- 그쪽이 불쾌한건 배제하고 생각해줘- 힘들겠지만.

 미안하지만 난 나말고 세상사람이 거의 다 불쾌하거든.. "

 

 

 그말을 마지막으로 입가에 간신히 또 조소를 짓는다.

 

 

 

 

 그의 말 중에서 담백한 칭찬이 맘을 흔들었다. 다른 잡소리들 진짜 뭐 지벌재벌 거리는 그런 말 말고 딱 한마디가 맘을 흔들었다.

 거짓말을 , 혹은 상황을 피해서라도.. 그저 돈만을 제시해서 늘 계약을 성사 시켜왔을텐데도 그는 그냥 가감없이

 

 나에게 대놓고 칭찬을 했다. 그게 회유 하려는 것 처럼 보이지 않아서 더 그랬다. 담백한 칭찬. 얼마만에 들어보는 말이더라..?

 

 

 

 '당신 그림이 훌륭했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 뭔가 찌르르 하는게 있었단 말이야. 그래서 당신이었으면 했어.'

 

 

 

 내가 마음을 담아 그렸던 그 그림. 정작 도하는 눈치도 못 챘었는데. 온 마음 다해 한 사람에 대한 생각만으로 꽉 찬, 그 그림.

 그 그림의 주인인 도하도 몰랐는데.... 이 사람은 아는 것만 같았다. 내가 그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던 그 필사적인 어떤 감정을.

 겉으로는 잔잔하지만 속에는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그 감정을 실으려 애썼던. 그런 그림.

 돈을 위해 그린 그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전해졌으면. 닿았으면.. 마음을 울렸으면 해서 그렸던.. 그런 그림...

 

 

 그는 그저 그 말을 끝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고. 나는 나도 모르게 바보 같은 질문을 입 밖으로 냈다.

 그저 알고싶어서.. 말릴새도 없이 입에서 튀어나갔다.

 

 

 "..제가 어떤 맘으로 그 그림을 그렸을것..같아요? "

 

 

 "솔직히 대답해도 되나?"

 

 솔직히..? 그의 얼굴엔 장난기는 없었다. 그러나 여유로워 보였다. 의외의 질문이니 당황할줄 알았는데.

 그의 눈은 여전히 흑빛이었고. 눈동자가 칠흑같이 유난히 검었다. 흔들리지 않고 나를 응시했다.

 

 

 "네, 솔직히 말 해주세요-"

 

 

 그는 작게 숨을 내 쉬더니 말을 이었다.

 

 

 

 "색조가 예쁘더군, 그림 그린 소재가 독특하던데..

 

 그림 자체는 고요했지. 꽃이 그려져 있어서 일수도 있겠지.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그는 나를 더 또렷히 바라보았다,

 

 

 

 "열망. 누군가를 원하고 가지고 싶고. 소유하고 싶어하는.. 열망. 그리움. 그리고 슬픔이 담겨 있는것 처럼 느껴졌어

 적어도, 난 그 그림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어. "

 

 .....

 

 

 

 

 그저 무례한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그런 사람이 쓴것도 모른채 그의 글을 읽었다. 내가 그의 글에서 느꼈던 것도. 그랬다.

 사랑에 대한 어떠한 절박감. 왜 이렇게 삶에 주어진 사랑들은 하나같이 힘들까.

 그러나 마주하고 말을 해보니 조금 달랐다.

 

 그냥 무례하고, 또 그냥 절박한것과는 좀 달랐달까.. 내가 알게 된 두사람이

 동일 인물이란게 처음엔 믿기 힘들었는데 말을 해보니... 그 사람이 맞나보다. 애달프게 글을 쓰는 그 작가. 그작가가 맞나보다.

 

 이걸 하게되면 어쩌면 많은걸 포기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런데-... 당연히 거절하려고 했는데. 그가 내 안의 어떤걸 깊게 공감한다는 생각이 들고

 그 사람의 깊이를 알수 없는 눈이 오만해 보일정도로 자신에 차 보이는 표정이. 어쩌면 속이 텅 비어있는게 아닐까 하는...

 그런... 알수 없는 공감의 마음이 일었다. 글을 읽고 싶었다. 그 무엇보다. 그가 손에 쥐고 있는.. 그가 이번에 썼다는

 스스로 말하는 그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그 글에 숨을 불어넣어보고 싶었다.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써..

 커리어 생각도 하기전에 그냥.... 그 책에 저 사람이 쓴, 그 이야기를 내가 먼저- 읽고팠다..

 

 이 사람을 만나기 전 이사람 책 한권 한권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나는 읽었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이토록 진부한 소재를

 이런 방법으로 표현하는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어떤 작가이기에 어떻게 살았기에... 그런 생각을 하며

 한장. 또 한장 읽었다. 이 사람은 내가 자기 책을 읽은지도 모를텐데... 나는 도저히... 내가 색을 입힐 그 책을 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써... 욕심이 났다... 그 책에, 그 글에 내 손으로 색을 입힐 그 기회가.

 

 

 

 "그렇다는 소리는.. 제 그림을 원하고 계신단 말이네요- 꼭 저여야만 한단 말씀이죠?"

 나는 말해 입아픈 뻔한 소리를 하며 대답을 피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피해 갈 생각 말라는 듯한 표정으로 낮은 숨소리로 웃었다. 그리곤 다시 물었다.

 

 

 

 "내 말이 맞는지 부터 말 해주지 그래.. 내가 한 말이 맞아? 내가 말한데로, 그런 맘으로 그린게 맞냐고."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이 사람에게 이 정도로 속을 보여도 될까 에서 오는 망설임 이었다.

 그는 내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 그래요 빗나가진 않았네요. 맞아요 거의"

 

 

 그의 얼굴에 아주 살짝 오만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한 투로 말을 이었다.

 

 

 

 "그럴줄 알았어-"

 

 

 

 "....."

 

 

 "난 내 의견을 다 전달했어. 어때. 나와 계약할 준비가 됬나?"

 

 

 하임은 숨을 가다듬고... 눈을 돌리지 않고 그 검은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당신은 불쾌한 사람이에요- 저는 보통 서울에서 이웃에 누가 사는지 체킹하는 사람까진 만난적이 없으니까요.

 

 보통은 이웃에 누가 사는 지도 잘 모르고 다들 살다 이사하죠- 그런데가 서울이죠.."

 

 

 지혁은 뭐 새로운 사실도 아닌데 굳이 짚고 넘어간다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응시했다. 이토록 표정으로 말을 잘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처음 만났는데도.. 표정이 아주 조심성이 없다.

 나는 묻지도 않았는데 또 한가지 사실을 실토했다.

 술술 내뱉는 이유가 뭔지도 모르겠는데 .. 나 진짜 왜 이러지?

 

 

 

 "저의 가장 큰 실수는 여태껏 당신의 책을 읽고 이 자리에 왔다는 거죠. 그리고 욕심이 나요 , 지금"

 

 

 그는 의외란 표정이었다.. 왜 난 예습도 안하고 왔을까봐?

 

 

 "어떤게 욕심난다는거지?"

 

 

 "당신 글이요- 당신 글에 색깔을 입혀보고 싶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란 책에 존 태니얼이란 사람이 그림을 안 그렸다면.

 그 책은 아주 다른 방향으로 흘러 갔을 것 같거든요.. 그런 삽화가가 되는것은 저에게도 오랜 꿈이었으니까요"

 

 

 그는 표정이 뭔가 곰곰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다. 여전히 별 미동없는 얼굴.

 

 

 "그랬나? 그 책을 좋아하나 보군"

 

 

 "소녀때 부터 손에서 놓지 않은 책이죠"

 

 

 

 지혁은 손에 쥐고 있던 선글라스를 무심히 다시 썼다. 얼굴이 참 희다. 얼굴이 작기도 하네 ,내 손바닥 만한 조막만한 얼굴.

 

 

 "더 궁금하거나 문제 삼고픈 일이 없다면. 난 이만 일어나지-.. 마음이 정해지면 적어도 오늘 안에는 계약을 완료 해 줬으면 좋겠군."

 

 

 오늘?....내가 살짝 당황하자 그는 다시 비웃는 것 처럼 웃었다.

 

 

 "긴장 하지 않아도 돼 - 그리고 계약서는 꼼꼼히 읽는게 좋을꺼야. 나는 아주 많은 사항을 간섭하니까 말야-

  나중에 다른 소리해도.. 소용없단것만 알고.. 내가 좋은 변호사들을 팀으로 꾸리고 살고 있는 터라 말야.

 그리고.. 나보단 아무렴 강비서가 당신에겐 예의가 바를텐데- 그게 당신에게도 좋을 꺼 아닌가?"

 

 

 

 "그거야 그렇겠지만....."

 

 

 "그럼 좋은소식. 기대하지 장 하임씨."

 

 

 그 말을 끝으로 성큼성큼 걸어서 문을 나서버린다. 보통의 남자들에게선 나지않는 여자 향수내음 같은 달짝지근한 향내가 났다.

 끝냄새가 꿀향기 같은, 달콤한 바닐라나 꿀에서 나는 향기..

 

 

 얼굴과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향기였다. 꽃향기 같기도 한..

 

 

 

 오후의 햇살에 그 향기가 섞이자. 달큰한 그 냄새에 난 얼이 빠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왠지 그 향기가 나를 매혹시키는 기분이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도리질 치며 향수 내음을 떨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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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훔쳐보기 2017 / 6 / 30 23 0 4620   
20 아침회의 2017 / 6 / 30 27 0 5728   
19 건조함 2017 / 6 / 30 25 0 7059   
18 나비들 2017 / 6 / 29 21 0 2945   
17 사인하다, 그리고 2017 / 6 / 29 29 0 7483   
16 의외의 얼굴 2017 / 6 / 28 23 0 9238   
15 작약 그리고 peony 2017 / 6 / 28 23 0 10335   
14 밖과 다른 안 2017 / 6 / 28 23 0 6445   
13 자리비움, 그 이후의 사정 2017 / 6 / 28 25 0 4225   
12 위험한 카드 2017 / 6 / 28 26 0 5187   
11 복권당첨? 2017 / 6 / 28 21 0 4134   
10 여우 대신 호랑이 2017 / 6 / 28 25 0 8300   
9 강비서의 수난 2017 / 6 / 28 27 0 7149   
8 벨을 누르는 사람 2017 / 6 / 28 32 0 5489   
7 마른 꽃 2017 / 6 / 28 28 0 7826   
6 서늘한 복도 2017 / 6 / 28 23 0 4606   
5 좋은 길? 2017 / 6 / 28 26 0 9943   
4 말 못한 그 남자의 사정, 그리고 립스틱 2017 / 6 / 28 36 0 8792   
3 드디어 내려 앉은 기분 2017 / 6 / 28 33 0 5522   
2 스노우 볼 2017 / 6 / 28 63 0 4592   
1 현실의 이별 2017 / 6 / 27 339 0 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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