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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마른 꽃
작성일 : 17-06-28 19:34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7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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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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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잘 드는 초여름의 오후, 바람이 불어 창문에 있는 커튼을 흔든다.

 

 

 창 앞에 앉은 남자는 그런 바람에 조금 눈살을 찌푸리며 깎던 연필을 온더록스 잔에 차곡차곡 담는다.

 

 극도로 짧은 손톱. 한올도 헝클어지지않은 머리, 눈처럼 하얀 얇은 니트를 입은 그의 눈은 짙다 못해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처럼 보인다.

 텅 비어보인다. 눈빛이 싸늘하다. 길고 매서운 눈으로 연필을 응시하며 무척이나 날카로운 나이프로 연필을 뾰족 하게 깎아낸다.

 하얀 얼굴에선 아무 생각도 아무 느낌도 보이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자기를 감춘다기 보다는 원래 아무것도 없는 사람처럼.

 

 

 검은 머리칼은 칠흑처럼 검다. 검고 흰 극명한 대비. 남자는 연필을 다 깎자, 긴 나이프를 손가락으로 휙 하고 닫는다.

 깔끔하디 깔끔한 차림에 쌩뚱맞게도 새끼 손가락에 누가 봐도 자기 반지가 아닌게 분명한 꽤나 큰 반지가 끼워져 있다.

 중앙에 정교하게 컷팅된 에메랄드를 다이아몬드들이 감싸고 있다- 태양처럼 컷팅 된 모양새는 빛을 반사시킨다.

 그 빛에 눈이 찡그려진다. 반짝이는 빛들이 눈을 찌른다.

 

 

 이윽고 책상위에 흩어진 연필 가루를 싹싹 쓸어담아 버린 남자는 화장실로 가서 눈처럼 하얀 손을 박박 씻는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돈한다. 몸무게가 더 빠졌던가.. 얼굴에 유난히 도드라지게 나와 보이는 광대뼈가 못마땅하다..

 날이 이제 점점 더워 지려나 보다. 글을 마감한지도 얼마 안되었는데.. 이번 소설을 시작할때가 딱 이맘때였는데

 이번 한권에 일년. 근데도 아직도 고칠것이 남아있다. 완전한 느낌이 아니다. 그 글에 매달려 산 1년.

 

 시간은 빨리도 흐른다. 불필요 한것은 없었던 날들. 이젠 마른꽃이 된 그녀와 나와 글의 시간들.

 거울속에 비친 내 얼굴은 이미 내 얼굴이 아닌것 처럼 남의 인상을 하고 있다. 이젠 첫눈엔 날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그녀라고 해도-..

 혼자 있을땐 말을 하는 일이 없어서 그런지.. 내가 내 목소리를 까먹을 지경이다. 그러나 혼자 있는데 익숙해 진다는 것은

 남들이 말하는 것 만큼 서글픈 일 만은 아니었다. 상처를 잊을 수 있으니까. 혹은 곳곳에 버티고 있는 추억에서 달아날 수 있으니까-

 

 그래, 아마도 나는 별다른 아쉬움없이 살아왔다. 어릴때만 해도- 어떤것도 나를 아쉽게 하거나 나를 모자라게 할수 없었다.

 예전엔 적어도 그랬다. 행운인줄도 모르고 그렇게 살았다. 그런걸 행운이라 생각치도 않을만큼 난 건방졌다.

 

 유전자 행운덕에 바르고 반듯한 콧날 적당한 눈 해사해보인다는 평을 받았던 인상, 또 옷이 잘 맞는

 긴 다리와 팔도, 또 부유하게 자랐고, 흔히들 재산이나 큰 기업에서 난 아들들이 한다는 경영권 싸움에서도 스스로 물러났다.

 나름 명석한 두뇌로 처음 낸 책부터 순조롭게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어, 내가 쓰고픈 만큼 돈 쓰며, 살수도 있게 되었다.

 사회적 눈으로만 본다면 나는 모든것을 가진 남자다. 못한것이나 못 가진 것이 없는

 

 약간의 결벽증과 약간의 대인기피증 그리고 한 사람 말고는...

 여전히 나는 오만하다... 결핍이 있어도 그 결핍이 존재 유무를 쥐고 있어도

 

 난 여전히 시건방지기 짝이 없다. 아직까지도.

 

 얕은 한숨이 무의식적으로 새어 나온다. 내 자신이 한심한데서 나오는 한숨-

 

 안경을 벗어 안경에 하나의 티끌도 없이 고운 천으로 안경을 닦는다. 벌써 하민이한테 갔다 온지도 이주일이 넘었다.

 병상에 놓은 작약이 이제 다 시들었을 것이다. 하민이가 좋아하던 작약. 짙은 색깔이던 옅은 색이던 하민이는 작약을 좋아했다..

 그 꽃을 받을때마다 환하게 웃던 하민이는, 이제 웃을수도 울수도 내 말을 들을수도 없다.

 병실에 가득 가져다 놓은 이제껏 쓴 내 책의 주인은 하민인데. 하민이는 단 한권도 내 책을, 단 한자도 아직 읽지 못한다.

 

 

 

 -

 

 

 

 

 "니가 글을? 포기하고 그냥 큰형 따라 사업이나 배우지 그래?"

 

 그때 하민이의. 눈 끝이 내 눈을 따라오던 기억이 난다. 순식간에 그때의 공기가 내공간에 고인다. 그떄의 시간으로 빠져드는 것 처럼.

 

 빈정대는 목소리까지도 사랑스러웠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빈정대는 것 까지도 낭랑했다.

 

 그때 하민이는 하얀 원피스에 연한 하늘색 카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요정처럼 작은 발에는 짙은 파랑색의 구두

 

 "난 사업 체질 아냐- 내가 포기해도 맡을 아들이 있는걸 뭐"

 

 그녀가 작은 입으로 폭 하고 내쉬던 한숨-

 

 "그래 넌 쓰려고 하면 잘 쓸꺼야- 부모님이 반대만 안하신다면 말야-"

 

 "그러니까 당장은 부모님 말 잘 듣잖아- 알면서.. 꼬박꼬박 얼굴 비추잖아"

 

 그러자 그녀가 날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그 장면 .. 잊을수 없을만큼 , 현실이 아니었던것만 같은 상큼한 그 얼굴.

 

 "그래- 나도 말 잘 듣는거야- 정말 이런 옷 입기 싫어- 엄마가 너 만나러 간댔더니 이렇게 입힌거야- 나는 청바지에 티셔츠가 좋아"

 

 쭉 기지개를 펴는 그녀에게선 향이 은은히 풍겼다. 그녀가 즐겨 쓰는 향수 향이 났었다.

 

 "그럼 그렇게 입지 그랬어? 그랬어도 이뻤을텐데-"

 

 "엄마는 니가 분명히 cs그룹 차기 후계자래, 틀림없데 그러니까 너한테 잘 보이라는 거지"

 

 그녀는 장난스래 씩 웃었다.

 

 "에- 장모님이 착각하시네- 멀쩡한 우리 형은 어떡하고?"

 

 아버지는 나를 각별히 예뻐했다. 사람들은 그게 내가 차기 회장감이라 그렇다고 생각들을 했다.

 그저.. 어머니를 쏙 빼 닮은 외모와 느지막히 얻은 막내아들이기에 그랬던것 뿐인데... 다들 곧잘 오해를 했다.

 그 의혹들은 형과 나를 점점 멀어질수 밖에 없게 했다. 원래도 그리 썩 좋은 관계는 아니었지만.

 

 "그러게 말야- .. 근데 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해-"

 

 "뭐가- ?"

 

 "니가 내가 생각하던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그래서 나 너 처음만날때 질색했던 거거든-"

 

 그녀가 말을 할때면 습관처럼 살랑살랑 꼬던 머리카락 그 부드러운 갈색-

 

 "난 그래서 니가 끌렸는데-... 첨엔 니가 튕기는줄 알았거든- 이 얼굴에 재력까지 알고 나면 여자애들은 내 발목잡고 늘어지거든- 신이 너무하신거지

 

 어떻게 이렇게 다 주실수가 있겠어? 이 얼굴좀 봐봐 - 게다가 이 키- 이 몸매!! 게다가 재력까지-..... 신은 역시 불공평하다니까-"

 

 

 

 그떄 난 너스레를 떨었고, 진지한 분위기를 웃음으로 넘길수 있었으며 경쟁에 관심이 없었다.

 경쟁은 가진게 모자란 사람이 하는거라 생각했었다. 가지고 싶은게 많은 사람들이 하는것.

 나는 모자란게 없었다. 그때만 해도-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다.

 

 

 형은 내가 혹시라도 주식 한주라도 더 받을까봐 안달해댔다. 그러나 난 그런것엔 관심이 없었다. 하나도.

 

 

 오만했다. 아무것도 부족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신은 내게 가장 중요한것을 앗아 , 결핍을 알게했다.

 결핍은 정말 가혹한 것이었다. 부족이 아니라, 결핍...

 

 그때 나는 웃었다. 내가 웃었던 게 언제일까

 혼자 있으니 웃을 일도, 말할 일도.. 잘 없었다.

 예전에 나는 말이 많고 어떤일이던 나서서 벌이기를 좋아하는 성가신 사람이었다.

 지금은 반대지만. 내가 생각해도 이게 내가 맞나 싶을만큼 난 이미 변했다.

 

 찌잉 하고 귀가 울리는듯한 느낌이 났다..

 다리가 아렸다. 깊게 패인 흉터는 더 이상 내 살같지도 않은데도

 이렇게 흔들리는 순간 순간- 상처는 예민한 경보기 처럼 아려온다.

 

 하민이가 웃음을 멈춘 그때부터 나도 웃음을 멈췄다.

 

 그녀를 그렇게 만든건 나였다. 매번 다른 사람들은 하민이가 운이 나빴을 뿐 내 탓이 아니라고 했지만

 난 알고 있었다. 남들이 비난하는게 차라리 나을지도 몰랐다. 혼자서 내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는게 더 암흑이었으니까.

 

 악몽같은 그날은 내가 만든 일로 그녀의 생기를 영원히 앗아갔다.

 눈부신 그녀는 생기있던 꽃에서 ...

 바싹 마른 꽃이 되었다 더는 물방울도 바람도 따뜻한 햇살도 필요치 않은 마른 꽃이 되었다.

 하얀 먼지가 앉은 마른 꽃이 되어 숨 한줌도 제 힘으론 못 쉬게 되었다.

 

 

 마음대로 할 수 없는것은 하나 더 있었다. 그 일 전의 나는 나를 몹시도 사랑했다.

 자의식 과잉이라고 할까,

 

 나 자신을 너무나 신뢰했다.

 

 나는 못 해내는게 없었으니까. 말도 안되게 다 쉬웠으니까.

 누구의 마음이던. 그것이 어떤 것이던... 못 가지는게 없었으니까. 나는 나를 더 없이 믿었다. 나를 사랑했다.

 그 일 뒤의 나는 어떤 짓을해도 어떤 방법을 써서도 나를 사랑 할 수가 없었다.

 아니 .. 나를 미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화장실에서 나와서 책에 제일 처음 달 각주를 단다.

 바람은 여전히 불고 있다. 각주는 매번 똑같이 달면서도 난 시간을 들인다.

 다음 책에도 그녀를 위해 이 각주를 달까봐. 그때도 그녀가 다시 피어나지 못할까봐

 나는 염려한다. 나는 고개를 숙인다. 나는 ... 대체 어떻게야 할까.. 습관처럼 한숨을 내쉰다.

 

 ' 영원한 나의 사랑. 그녀가 다시 필수 있을 때까지 ... 이 책을 그녀에게 바칩니다-'

 

 

 이런 각주를 단 책들이 5권, 그녀는 3년째

 아니 내가 책을 쓰지않고 방황했던 시간까지 합해 4년을 누워만있다.

 신기한건 나는 26살에서 나이를 계속 먹고 먹어

 서른살이 되었지만

 그녀는 그대로.. 아직도 25 살 그대로다

 마치 이름을 부르면 깨어날 것 같은 그녀

 

 속눈썹 한올도 변치 않았다. 유난히 살이 빠진것을 뺀다면.. 그녀는 그대로다

 그 볼에 차오르던 복숭아빛 생기는 이제 없지만

 그녀는........ 그대로 25살 .. 여전히 25살이다. 이대로 깨어나지 않는다면 영원히 25살일 것이다.

 

 

 

 바람부는 창에 기대서서... 잠시 한숨을 쉬다 일어선다. 옆집에서 뭔가 소리가 들린다. 아주 오래 옆집엔 사람이 살지 않았는데

 방음은 잘되 있지만.. 발소리 말소리 음악소리에 예민해서 옆집에 사람이 잘 입주 안하는 그런집을 일부러 구했는데....

 일이 귀찮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단독주택은 음험하기도 해서 일부러 안 구한 거지만, 사람이 잘 입주하지 않으며

 위치적으로도 적당한 아파트는 잘 없다. 구하는데 시간도 만만치 않게 걸린것도 사실이고.. 그렇다고 해도,

 이사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이 스치자 마자 하민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 예민하긴- 그렇게 굴지마- 못됐어-'

 난 피식 웃고 만다. 하민이라면 꼭 그렇게 말했을것이다. 늘 내게 장난처럼 했던 말 , 바보같이 굴지마. 무례하게 굴지마- 상냥하다 못해 부드럽고 여린 그녀라면.

 

 

 

 나는 사람을 피해 내 스스로 장벽을 쌓는다고.. 어머니는 말하셨다. 다가서는것 까진 바라지 않을께 뒷걸음 질은 치지 말렴.

 내가 다치게 만든 사람을 생각하면.. 난 뒷걸음 치는 정도가 아니라 뒤로 달려가야한다. 달아나야 한다.

 

 

 재킷을 걸치고 열쇠를 챙긴다- 하민이에게 갈 생각이었다.

 문을 나서자 떠들썩하게 짐을 옮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

 

 시끄러워지겠군.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조심스레 올라탄다. 다리를 살짝 움직여 보며 확인 한 뒤

 신경써서 천천히 운전을 한다. 운전을 할땐 음악도 전화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운전만 한다.

 

 늘 가는 꽃집에 들어서자 주인인듯한 중년의 여성은 인사만 살짝한뒤 작약부터 꺼낸다. 오늘은 탐스러운 하얀색이다

 깔끔하게 포장해 주고 이 사람은 과하게 말을 걸지 않는다 그래서 좋다. 항상 신선한 작약을 준비한다. 나를 신경써주고 있는것이다.

 한아름 작약을 안은 뒤 외곽의 요양원으로 향한다.

 

 

 오늘은 병실로 드는 볕이 좋다.

 

 "나 왔어-"

 

 호흡기에서 나는 치익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대답할수 없다는 걸 알면서 나는 여전히 습관적으로 말을 건다. 나 왔어 - 하고

 

 ....

 

 

 "왔어요? 오늘쯤 오실 것 같았어요- 사모님 어제 다녀가셨어요- "

 

 나를 알은체 하는 간병인 아주머니- 벌써 3년째 하민이의 곁을 지키시는 아주머니시다.

 나를 딱해 하는 눈빛이 너무 드러나는것 말고는... 심성이 착한 분인지 살뜰히 하민이를 보살피신다. 그 점에 감사한다...

 

 오래 누워있으면 조금의 근육도 다 사라지고 살조차 물러지고 마는데 끊임없이 스트레칭을 해 주셔서 그런지 하민이는

 크게 달라지지도 살이 짓무르지도 않은채 그대로다, 살은 빠지다 못해 살이랄게 아예 없지만..

 

 "...그래요 하민이는 좀 어떄요?"

 

 "여전하죠.. 꽃 이리 주세요 제가 꽃을게요-"

 

 

 

 예상대로 작약은 조금 시들어 있었다. 나 자신과의 약속

 하민이가 깨어 날 떄까지 절대로 병상의 꽃이 바싹 다 말라버리게 하는 일은 없게 하겠다는 약속.

 그건 내가 하민이를 잃고 겨우겨우 구축한 세상의 첫 법도였다.

 

 

 "그럼 전 잠깐...."

 

 

 간병인 아줌마는 문을 살짝이 닫고 나간다

 사모님이 다녀간 뒤라, 아마 내가 더 불편하겠지....

 

 "하민아.... 나 왔어"

 

 

 

 인사를 하며 손을 잡는다. 예전에 하민이가 내게 그리 했듯이...

 

 

 

 그녀의 손은 가늘다 못해 하늘하늘하다 여전히 탐스러운 속눈썹- 바보같지만 여전히 그녀 앞에서 나는 말이 많아진다.

 

 

 

 "이전에 쓰던 책 말야- 거의 다 완성했어- 이번에 내용이 너무 섬세해서... 벌써부터 표지 디자인 삽화가 고민이야-

 우습지... 니가 할 말이 들리는거 같다.. 니가 섬세? 라고 할말이 ...."

 

 살며시... 웃음이 난다.. 아직도...그녀 앞에만 서면 나는 말이 많아진다. 혼자서 일방적으로 대화하는 건데도 말이다.

 

 

 

 "니가 내 책을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민아.... 너무 오래 잔다 ... 미인은 잠꾸러기라지만.. 나 너무 오래 기다리는데-....

 봐봐 손이 이렇게 말랐잖아.... 언제 깨어날거야..?"

 

 

 그녀의 손에 달린 맥박 측정기에서시 기계적 맥박 소리만 날뿐.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보드랍다... 그녀는 지금 어디를 헤메고 있을까.. 겁이 참 많은데 어디서 울고 있진 않을까

 

 염려만 될뿐이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평온해 보인다. 꿈이라면 평온한 꿈이기를... 고통이 없기를.... 그걸 내가 다 짊어질테니..

 

 

 

 "보고 싶어서 왔어.. 난 매일 니가 보고싶은데....."

 

 너는 어떠니 란 말을 할순 없었다 ..대답할수 없는 그녀에게 너무나 가혹한 질문

 

 문득 문득 보이는 나의 이런 이기적인 면이 보일때 마다. 하민이가 차라리 날 안 만났더라면.. 그날 날 보러 나오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차라리 좋았을껄 하는 소용없는 후회를 한다. 아니면 차라리 너 대신 내가 누워 있었다면...

 

 

 나는 말을 잇지 못한채, 않은 채... 그냥 하민이를 보기만 한다.. 조금이라도 맘에 더 담고싶은.. 말랐든 마르지 않았든 나의 꽃을..

 

 ...볼에 입을 맞추고 나는 일어 난다. 간병인 아주머니가 들어 오시고 싶은데 내가 있어, 괜히 못 들어오시는것 같은 기척이 느껴져서

 

 

 

 " 갈께요- 하민이 잘 보살펴 주세요-"

 

 

 

 .."아유, 가시게요? 네 - 조심히 가세요-"

 

 

 

 그가 문을 닫고 나서자... 아주머니는 중얼거린다..

 

 

 "정말 딱해....둘다..... 평소엔 정이라곤 없는 사람 같은데.... 아가씨만 보면.... 아직도 살아있는 사람 대하듯 저렇게 따뜻하니..."

 

 

 

 간병인은 어제 왔던 사모님의 표정이 쉽사리 떨쳐지질 않아 맘이 더 불편하다..

 

 자신은 주로 식물인간이 된 사람들의 간병을 도 맡아 해왔다. 기적은 다른 사람들의 얘기일뿐...

 만약 그것이 흔하다면 그것이 왜 기적이겠는가?.... 젋은 여자- 거의 소녀에 가까운 하민이를 맡겨 되었던 때부터

 

 그녀는 기적이 있다면 좀 일어나주기를 바라는 맘이 들었다.

 

 환자에게 간병인 이상의 애정을 쏟으면 자신이 힘든걸 알면서도 눈을 감고있는 소녀는 작고 희고...

 

 꽃을 든 체로 몇년이고 찾아오는 지혁은 .. 안타깝다 못해 진심으로 안쓰러웠다..

 

 어제 사모님은 와서 몇시간이나 하민의 손을 잡고 재잘재잘-... 말을 거셨다. 깨어나지 못할꺼라 늘 말씀 하시면서 말이다

 그리고 한참을 망설이다 물으셨다.. "아직도 지혁이가 와요?... "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꽃병의 꽃을 보며 눈가를 훔치시던 사모님의 표정.... 마냥 미워만 하기엔 긴 시간이 흐르기도 흘렀다..

 하지만 모정은 그를 쉽게 용서 할수가 없으리라.... 그의 탓이 아님을 알면서도.. 누군가는 이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할테니 말이다.

 

 뇌사판정은 아니니.. 기적이란게 있다면 깨어날 희망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시간은 빠르게도 흐른다.

 냉정한 이야기지만 차라리 뇌사였다면.. 아무도 이 아가씨에게 매여서 시간을 그대로 흘려보낼 일은 없었으리라.. 아주머니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한다.

 인형같이 잠든 하민의 얼굴에.. 아주머니는 맘 속 생각들을 떨쳐내고 재게 밖으로 발걸음을 한다.

 

 하얀 작약 다발이 투명한 꽃병 가득 꽃혀 하민의 머리 맡에 놓인다. 하민의 창에도 .... 따뜻한 봄의 바람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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