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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방사(方士)
작가 : 짬짬
작품등록일 : 2022.1.12

천민으로 태어난 몽. 우연한 기회에 태라신선이 가둬놓은 오천년 이무기의 여의주를 삼키게 되고, 우연히 신선의 세계에 빠져 들어가게 된다. 신선의 세계에서 다시 인간의 세계로 돌아오게 된 몽. 장생(長生)을 얻게 된 몽은 춘추전국시대의 말기 진시황(秦始皇)에서부터 한무제(漢武帝)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오행,천문,역법,관상,점술 등의 방술(方術)에 통달한 방사(方士)들. 교활한 마각신선으로부터 엄청난 방술을 얻은 악랄한 방사 사마혼과 주인공 몽 그리고 수많은 방사들의 치열한 방술전(方術戰)과, 춘추전국시대 수많은 영웅들의 뜨거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89화 개문혈신만월팔괘진(開門血神滿月八卦陳)
작성일 : 22-02-21 22:00     조회 : 63     추천 : 0     분량 : 7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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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9화 개문혈신만월팔괘진(開門血神滿月八卦陳)

 

 “가겠어요! 그곳이 어디든!”

 

 몽은 애원하는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보옥의 눈길을 애써 외면하며 백강을 향해 말했다.

 

 ‘죄송해요. 소단주님.’

 

 보옥은 그런 몽을 원망스런 눈길로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

 

 “후회하지 않겠느냐?”

 

 “네!”

 

 백강의 물음에 몽은 결연한 의지가 가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수천 년의 세월동안 웅덩이 아래에 갇혀있었던 이무기 광아. 그리고 또 그만큼의 세월을 기다렸던 백매의 존재인 백강. 그들의 길고도 길었던 인고의 세월을 알기에 몽은 그곳이 어디든, 거기서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든 반드시 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행여 그곳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엄청난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몽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던 백강이 외쳤다.

 

 “따라오너라!”

 

 백강은 말을 던져놓고선 휙 뒤로 돌아서 먼저 걸어갔다. 몽은 그런 백강의 뒤를 따라 걸어갔고, 잠시 망설이던 보옥은 아랫입술을 꼬옥 깨물고는 그들의 뒤를 따라 터벅터벅 걸어갔다.

 

 수풀을 헤치고 제법 걸어가자 커다란 바위 사이로 아주 작은 구멍이 하나 나타났는데 백강이 그곳으로 쏙 들어가는 것이었다.

 

 백강이 들어간 그 구멍은 너무 작아서 몽은 낑낑거리며 기어서 구멍으로 들어갔지만, 보옥은 신형을 움직여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그곳으로 들어갔다.

 

 동굴 속은 아주 깜깜했지만 어둠속에서도 훤히 잘 보이는 백강이나 보옥 그리고 몽에게는 그런 짙은 어둠이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동굴 속은 그리 크거나 넓은 공간은 아니었는데, 동굴위에 매달린 종유석에서 바닥으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동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백강은 그런 동굴을 가로질러서 계속해서 걸어갔다. 그렇게 걸어서 작은 동굴의 한쪽 끝에 이르자 또 하나의 작은 틈이 나왔다. 백강은 또 그곳으로 연기처럼 쏙 들어가 버렸고, 몽은 끙끙거리며 기어서 틈을 헤집고 나왔으며 보옥은 매끄럽게 빠져나왔다.

 

 그들이 나온 곳에는 하늘이 탁 트인 작은 공터가 있었는데, 사방이 높은 바위로 모두 막혀 있어서 들어왔던 작은 틈을 지나지 않고서는 다닐 수가 없게 되어있었다. 작은 공터에는 밤하늘의 크고 환한 보름달에서 쏟아지는 달빛이 넘칠 듯 가득 담겨있었다.

 

 달빛이 쏟아지는 공터에는 은은하게 빛나는 돌들이 바닥에 놓여있었다. 그 돌들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둥글게 놓여있었는데, 정확히 동그란 원을 그리고 있다기보다는 뭔가 불규칙 적으로 보이면서도 그 속에 어떤 규칙이 있어 보이는 그런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야명주?”

 

 몽은 성성이들과 대결을 할 때 박요삭이 갇혀있던 야명주바위를 떠올리며 말했다. 몽의 말에 뒤에 있던 보옥이 바닥에 놓여있는 돌들을 자세히 살피며 입을 열었다.

 

 “이것들은 단순한 야명주 돌이 아니야. 어떤 기운인지는 모르겠지만 돌 하나하나에 엄청난 기운들이 담겨 있어!”

 

 “그래 맞다. 이것은 귀한 야명주에 오랜 세월 주술로 공을 들여 만든 것이지.”

 

 “주술을요? 어떻게......”

 

 “이건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져 있던 것을 그동안 내가 지니고 있었던 것뿐이다.”

 

 백강은 옛날을 회상하며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마 천년도 더 전의 일이지...... 백매들의 고원에 한 백매가 왔는데, 그때 나는 이미 그곳 고원 백매들의 지배자가 되어있었다. 고원으로 몰려오는 백매들은 많았기에 백매 하나가 고원으로 왔다는 사실은 그리 특별할 일도 아니었지. 하지만 나는 많은 백매들을 봐왔기에 그들의 표정과 행동으로 그들의 마음이 어떤지 대략 알 수가 있었다. 대부분의 백매들이 그 먼 고원까지 찾아 올 때에는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소멸할 때까지 인간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온 것이지. 그런데 개중엔 완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자들도 꽤 있었는데 그자도 마찬가지였지. 무언가 불안하고 초조한 눈빛. 나는 백매들의 지배자였기에 그런 자들이 이승에서의 미련을 완전히 버리고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

 

 “백강님께서 모든 백매들을 다 보살펴주셨던 건가요?”

 

 “모두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대부분의 백매들, 특히 이렇게 미련이 남은 백매들은 그들이 미련을 떨쳐버릴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줬지.”

 

 백강의 말에 보옥과 몽은 백강의 존재가 새삼 거대하게 느껴졌다. 그토록 드넓은 고원을 가득 메운 수많은 백매들을 지배하다가 한 인간의 몸에 들어와 있으니 얼마나 갑갑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몽은 그런 백강을 말 한마디로 움직이게 만든 이무기 광아의 위대함도 함께 생각하며 그런 이무기 광아의 힘의 결정체인 여의주는 과연 얼마나 거대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어쨌든, 그 백매에게 다가가 이승에서의 미련을 떨쳐버리게 해주려고 했지만 그자는 좀처럼 마음을 다잡지 못했지. 나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싶어 그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도 했지만 그자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내게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의 말을 듣고 나자 그게 내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나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건가요?”

 

 “글쎄...... 그걸 엄청난 일이라고 할 수도...... 어쨌든 그자의 말을 들어보니, 그들은 아주 깊숙한 늪지대에 사는 부족이라고 하더군.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닫지 않는 그런 곳에서 그들의 부족들만 어울려 살았는데, 그곳에는 다른 부족들에도 으레 존재하는 주술사가 존재했지. 그런데 그 주술사에게는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빛나는 돌이 있고, 그 빛나는 돌을 이용한 신비로운 술법이 있는데, 주술사는 이 술법을 이용해서 사람의 몸에 잠재되어 있는 힘이 깨어날 수 있게 해준다는 거였다.”

 

 “그럼...... 이 돌들이......”

 

 “그래. 바로 주술사의 야명주지. 그리고 그 야명주로 만들어 놓은 저기는 일종의 기문진과 같다고 보면 된다. 저 속으로 들어가서 각성을 하고 밖으로 나오면 전혀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지.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백강이 심각한 표정이로 이야기를 하자, 보옥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물었다.

 

 “이상한 일이요?”

 

 “그래. 각성을 하기 위해 저 속으로 들어갔던 사람들이 갈기갈기 찢어진 채로 밖에 던져져 있는 모습이 발견된 거야.”

 

 “뭐, 뭐라구요? 아니, 도대체 어떤 일이......”

 

 “그런 아무도 모른다. 그걸 알기 위해서 그 속으로 들어갔던 사람들 역시 몸이 찢겨서 밖으로 던져져 버렸으니 말이야.”

 

 “네에? 알아보기 위해서 들어간 사람들마저 모두 죽임을 당했다구요?”

 

 “그렇다. 고원으로 왔던 백매가 이승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지. 주술의 기문진이 존재하는 한 자기 부족의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죽어나갈 거라는 사실. 이 백매는 그 주술의 기문진을 몰래 없애려다가 들키는 바람에 부족 사람들의 손에 죽임을 당해서 결국 백매의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자신이 구하고 지키려고 했던 사람들의 손에 오히려 목숨을 빼앗겨버린 꼴이 되어버린 것이지.”

 

 “아니, 그런데 그 부족의 사람들은 계속해서 들어갔던 사람이 죽임을 당하는데 왜 그 주술의 기문진을 없애려 하지 않는 거죠?”

 

 “전설 때문이지.”

 

 “전설이요?”

 

 “그래. 그 백매가 고원에 왔던 시기는 부족에서 마지막으로 주술의 기문진을 이용해 힘을 얻었던 사람도 이미 한참 오래전에 죽어버렸을 만큼 오랜 세월이 지난 후였다. 그러니까 살아있는 사람들 중에선 아무도 그 신비한 힘을 직접 본 사람이 없었지. 그러다 보니 이 주술로 얻을 수 있는 힘에 대해서 점점 더 과장이 보태지고, 그 과장된 힘이 점점 더 커지면 커질수록 사람들은 더욱 그 힘을 갖고 싶어 했지.”

 

 “그래서 그들은 그 주술의 기문진을 없애지 못했던 거였군요.”

 

 “그래. 그들은 이것이 위험한 것이란 걸 알면서도 그 힘에 대한 미련 때문에 없애지도 못하고 있었다. 전설에 눈이 먼 자들은 들어갔다가 곧 시체로 돌아왔지. 그것도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시신이 훼손되어서 말이야. 나는 백매의 말을 듣고는 잠시 고민을 했지만, 백매의 미련을 덜어주기 위해서, 그리고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잠시 고원에서 내려와 그들이 머물고 있는 늪으로 가서 이 주술의 돌들을 치워버렸지.”

 

 “그럼 저기가......”

 

 “크크큭. 내가 생각해도 정말 우습구나. 내가 없애버렸던 기문진을 내 손으로 직접 다시 펼치게 될 줄이야...... 저것이 바로 개문혈신만월팔괘진(開門血神滿月八卦陳)이다!”

 

 “네....네? 개문혈......뭐라구요?”

 

 “뭐, 됐다! 무식한 네놈의 머리로는 이름을 외우긴 힘들 테니!”

 

 “아, 진짜......”

 

 백강의 말에 몽이 발끈해서 소리를 지르려는데, 보옥이 백강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백강님께서 이 기문진을......”

 

 “고원으로 왔던 바로 그 백매가 이 기문진을 만들었던 최초의 주술사였다!”

 

 “네에?”

 

 “그 백매는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아버린 이 기문진을 펼치는 방법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있다가 소멸하기 전에서야 나에게 알려줬지.”

 

 “얼마 전 검지사도 그렇고, 그 백매도 그렇고 백강님은 운도 좋으시네요.”

 

 몽의 말에 백강이 화를 내며 외쳤다.

 

 “이런 멍청한 놈아!! 이게 운이 좋은 거라 생각하느냐?! 이런.......쯧쯔.....”

 

 때론 어떤 사실을 모르고 지나친다는 것이 얼마나 속편한 일인지 아직은 알지 못하는 어린 몽에게 백강은 잔소리를 하려다 말았다. 그런 그를 향해 보옥이 물었다.

 

 “백강님. 그럼 어떤 대책이라도 있으신 거겠죠? 설마 들어가는 사람마다 찢어져 튀어나오는 저 개문혈신만월팔괘진이라는 곳에 몽을 그냥 집어넣으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보옥의 물음에 백강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서.....설마!”

 

 “아직 화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건 저기에 들어가 봐야지만 알 수 있겠지.”

 

 백강의 말에 보옥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아니! 어떻게 그런 무모한 짓을......”

 

 “몽이가 정말로 하늘의 선택을 받은 아이라면 걱정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괜찮아요! 제가 선택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제가 가야할 곳이 저기라면 저는 가겠어요!”

 

 몽은 마치 저잣거리에 장이라도 보러가는 것마냥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런 몽을 보며 백강은 진지하게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곳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운이 좋으면 시체라도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겠지만, 차갑게 식어버린 너의 몸뚱이조차도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몰라!”

 

 백강의 말에 보옥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지더니 소리를 지르듯 백강에게 물었다.

 

 “아니! 잠깐만요! 그건 또 왜 그렇죠?! 아까는 죽은 시체들이 다시 튀어 나왔다면서요!”

 

 “그래!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기 놓인 기물들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조금이라도 저 기물들이 움직이게 된다면 몽은 전혀 다른 세상으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르지.”

 

 “그게 무슨......”

 

 “휴우.......아마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 부족민들 중에서도 없을 것이다. 사실 이 기문진은 처음부터 각성을 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누군가를 인간세상에서 사라지게 하거나 이계(異界)의 공간에 가둬버리기 위해서 만든 것이었지.”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든다구요?”

 

 “그래. 보통의 기문진은 주위의 기물들을 치우게 되면 기문진 자체가 파훼되어 사라져버리는 반면에 이 기문진은 기물의 위치가 조금이라도 다르게 바뀌는 순간 그곳으로 들어간 사람은 결코 같은 곳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만에 하나 운이 좋으면 인간세상으로 다시 나오게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상상도 하지 못한 이계의 공간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지.”

 

 백강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보옥은 더더욱 불안해졌다. 당장 눈앞에서 몽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주술사였던 백매가 평생을 바쳐 심혈을 기울여 누군가를 가두기 위해서 만든 기문진이 뜻밖에도 신으로 향하는 이계의 문을 열게 되었던 것이지.”

 

 “그 신이라고 하시면......”

 

 “피를 다스리고, 사람 몸에 깃들어 있는 내재된 힘을 다스리는 신. 바로 혈신(血神)이다.”

 

 “혈신이요?”

 

 “그래. 그리고 그에게로 향하는 길은 이렇게 밤하늘에 꽉 찬 만월(滿月)이 떴을 때만 열리는 길이다. 저 달이 기울기 시작하면 길이 닫혀버리고 말지.”

 

 백강은 작은 공터에 가득 쏟아지는 달을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몽과 보옥은 백강의 그 말이 떠나는 길을 재촉하는 것임을 알아들었다.

 

 “몽! 이젠 떠날 때가 되었다!”

 

 “네! 알겠습니다!”

 

 “우선, 내가 말한 대로 네가 지니고 있던 신물들은 모두 놔두고 왔느냐?”

 

 “네. 승사 한 자루만 품에 지니고, 박요삭과 천서는 모두 여불위 나리 댁의 제 방에 놔두고 왔습니다.”

 

 그 말에 보옥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아니, 도대체 왜?”

 

 보옥의 물음에 몽이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천서는 요즘엔 도통 글이 보이지가 않아서 전부터 놔두고 다녔었어요. 그리고 박요삭은...... 그냥......”

 

 몽은 대충 얼버무리려 했지만, 그때 백강이 근엄하게 말했다.

 

 “몽! 똑바로 듣거라! 내가 너에게 신물을 모두 놔두고 오라고 한 것은 첫째, 그 신물들이 이계의 공간에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고, 둘째, 네가 없는 동안 이곳에서 신물들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며, 셋째, 네가 하늘의 선택을 받은 자라 아니라서 그곳에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진정 선택을 받은 자나 나타난다면 그에게 전해주기 위해서이다! 알겠느냐?”

 

 백강의 말을 듣는 보옥은 억장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나 섭섭하게 느껴졌지만, 몽은 씩 웃으며 당당히 대답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곁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보옥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보옥은 몽이 감여희와 혼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발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빌었다.

 

 ‘내가 함께하지 못해도 좋아. 몽. 제발...... 제발 살아서 이곳으로 돌아와 줘.’

 

 몽은 천천히 개문혈신만월팔괘진을 향해 걸어갔다. 보옥은 두 손으로 울음이 터지려는 자신의 입을 꼭 틀어막고 영원히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몽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보옥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몽의 마음도 칼로 도려내듯 아파왔다.

 

 ‘그래......난 왜 내가 마지막으로 하늘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던 걸까? 광아님의 힘을 얻어서? 선계의 반도를 먹어서? 천서를 얻게 되어서? 어쩌면...... 이 모든 것들도 최후의 그 누군가를 위해 잠시 나를 스쳐지나가는 것뿐일 수도 있는데.......’

 

 몽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마지막으로 보옥을 돌아보았다. 보옥을 돌아본 몽은 곧 극심한 후회를 하고 말았다. 누구보다 강하고 당당해 보였던 보옥의 눈에서는 비 오듯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입에서는 터져 나오는 신음을 두 손으로 간신히 막고 있는 보옥의 모습에 몽 역시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소단주님......보옥.....황보옥......’

 

 몽은 마지막으로 소단주님이 아닌 보옥의 이름을 한번만이라도 불러보고 싶었지만 차마 입에서 맴돌기만 할뿐 밖으로 뱉어내지를 못했다.

 

 만월의 달빛을 가득 받은 보옥의 흐르는 눈물은 푸른 달빛에 반짝이며 마치 빛이 흘러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 고운 빛은 보옥의 고운 볼을 타고, 흐느끼는 입을 막은 여린 손등을 타고 흘러내려 우윳빛 턱에 잠시 머물러 반짝이다가 이내 풀숲에 떨어져서 청초한 풀잎을 흔들며 사방으로 빛을 뿌리곤 곧 어둠으로 사라졌다.

 

 몽은 애써 울음을 삼키며 돌아서서 기문진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몽의 모습이 순간 휙 하고 사라져버렸고, 몽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보옥은 마침내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려 울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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