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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방사(方士)
작가 : 짬짬
작품등록일 : 2022.1.12

천민으로 태어난 몽. 우연한 기회에 태라신선이 가둬놓은 오천년 이무기의 여의주를 삼키게 되고, 우연히 신선의 세계에 빠져 들어가게 된다. 신선의 세계에서 다시 인간의 세계로 돌아오게 된 몽. 장생(長生)을 얻게 된 몽은 춘추전국시대의 말기 진시황(秦始皇)에서부터 한무제(漢武帝)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오행,천문,역법,관상,점술 등의 방술(方術)에 통달한 방사(方士)들. 교활한 마각신선으로부터 엄청난 방술을 얻은 악랄한 방사 사마혼과 주인공 몽 그리고 수많은 방사들의 치열한 방술전(方術戰)과, 춘추전국시대 수많은 영웅들의 뜨거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74화 문경지교(刎頸之交)
작성일 : 22-02-12 18:39     조회 : 70     추천 : 0     분량 : 8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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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4화 문경지교(刎頸之交)

 

 몽은 자신을 향해 거칠게 날아드는 하곤의 창 적신(赤神)을 축지법을 써가며 빠르게 피했다. 적신은 미친 듯이 춤을 추며 몽을 향해 정신없이 날아들었는데, 적신을 잡고 있는 하곤은 정신이 완전히 나가서 적신에게 끌려 다니는 듯했고, 피부가 점점 붉은색으로 짙게 변해갔다.

 

 “하곤아! 정신차려!!”

 

 몽이 적신을 피해가면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정신을 잃은 하곤의 귀에 몽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가 않았다.

 

 ‘떼어내야 돼. 더 이상 이렇게 있다간 저 아이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백강이 몽을 향해 말했다.

 

 “어떻게 떼어놓죠?”

 

 ‘아이의 손에서 적신을 떼어내야지! 이번엔 축지법을 써서 피하지 말고 너의 오른팔로 막아 보거라.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알겠어요!”

 

 백강의 말에 몽은 공력을 끌어올려 오른팔에 기를 불어넣었다. 팔이 찌릿 거리며 여의주의 기운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통증이 느껴졌지만, 적신의 기운이 워낙 강해서 많은 기를 불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 후우우웅!!

 

 적신이 엄청난 바람소리를 내며 찔러 들어오자 몽은 백강의 말을 따라 피하지 않고, 공력을 가득 불어넣은 오른팔로 날아드는 적신을 막았다.

 

 - 퍼어어억!!

 

 엄청난 타격음과 함께 몽의 팔에 통증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크으으윽!”

 

 - 파악!

 

 몽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그 순간 몽의 왼쪽 손은 빠르게 적신의 창간(창의 몸통)을 훑듯이 타고 쓸면서 내려가더니 하곤의 손을 강하게 쳐내어 적신을 떼어 냈다. 하곤의 손을 벗어난 적신은 멀리 날아가 마른 나무토막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적신이 손에서 벗어나자마자 하곤은 땅바닥에 그대로 엎어져 혼절했다. 몽은 적신의 공격으로 저리는 팔을 문지르며 하곤에게 달려갔다.

 

 “하곤아! 정신차려!”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거다.’

 

 붉게 변해가던 하곤의 피부가 빠르게 원래의 색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나저나, 저 창이 문제로군!’

 

 백강의 말에 몽은 하곤이 걱정되어 말했다.

 

 “하곤이에게 새로 좋은 창을 사주고, 저건 어디 갖다 버릴까요?”

 

 ‘그건 안 되지! 저걸 그냥 갖다버렸다간 또 누군가가 저기 깃들어있는 이상한 힘에 잠식당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느냐? 이 아이의 경우에는 너와 내가 있어서 목숨을 구했지만, 만약 다른 누군가의 손에 들어간다면 그자는 끝없이 살생(殺生)을 저지르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창을 손에 넣은 사람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되겠지.’

 

 “그럼......어떡하죠?”

 

 ‘이 창을 막아보니 어떠하더냐?’

 

 “기운이 엄청나던데요? 아직도 욱신거려요.”

 

 ‘그래. 네가 광아님의 여의주 기운을 써서 막았는데도 욱신거릴 정도로 강한 기운이지. 여기에 있는 기운은 마냥 좋은 기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쁘기만 한 기운도 아니다. 원래 창이라는 것의 성질이 살(殺)을 띠고 있으니, 특별한 기운에 의해 그 살(殺)의 성질이 더욱 강해진 것뿐. 잘만 다스린다면 엄청난 힘을 가질 수 있게 되겠지.’

 

 적신은 천 년 전 용이 흘린 침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용의 성질을 가지고 있었는데, 평소에는 적신을 잡은 사람이 창술을 연마하는데, 흥이 일도록 도와주었지만, 조금 전처럼 대련을 하며 상대를 공격하고 싶다는 마음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면 살(殺)의 기운이 불같이 일어났다. 적신을 잡은 사람의 공력이 적신의 힘을 다스릴 수 있을 정도로 공력이 강하다면, 얼마든지 그 기운을 다스릴 수 있었지만, 하곤과 같이 아직 어린 아이는 그 기운에 잠식당하고 계속해서 창을 휘두르다가 결국 까무러치며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우선 아이에게 밀려드는 힘을 봉인해놓아야겠다!’

 

 “봉인이요?”

 

 ‘그래.’

 

 그때, 하곤이 꿈틀거리며 깨어났다.

 

 “으음.......”

 

 하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몽을 보고선, 일어나려고 몸을 일으키다가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소리를 질렀다.

 

 “아악!”

 

 몽은 걱정스런 눈으로 하곤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곤아! 괜찮아?”

 

 “오....온몸의 살이 터져나갈 듯이 아파요......”

 

 하곤은 자신의 몸이 감당하기 힘든 적신의 힘에 잠식당했기에 그만큼 고통스러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제가 왜 공자님과 대련을 하다말고, 이렇게 쓰러져 있는 거죠? 순식간에 제가 공자님께 당한 건가요?”

 

 몽은 하곤을 측은하게 바라보며 조금 전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몽의 이야기를 듣고 나더니 하곤은 놀란 마음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몽을 향해 물었다.

 

 “그....그럼, 저....적신이 살인을 즐기는 창이라는 말씀이신가요?”

 

 하곤의 말에 몽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적신에게는 어떤 특별한 힘이 깃들어 있는데, 그것은 네가 감당하기만 한다면 엄청난 힘을 갖게 될 수도 있지만, 감당하지 못하면 그 기운에 잠식당하고, 결국엔 사람들을 해치면서 너 역시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말이야.”

 

 몽의 이야기에 하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곧 부서져버릴 것처럼 보였던 낡은 창이 그런 신비한 힘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너 혼자 창을 잡고 연마할 때에는 이런 일이 없었지?”

 

 몽의 물음에 하곤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창술을 연마하는 게 너무 즐겁게 느껴질 뿐이었지, 이렇게 정신을 잃은 적은 없었어요.”

 

 “그래?”

 

 “네.”

 

 “그럼, 다시 한 번 잡아볼래?”

 

 “네?”

 하곤은 몽의 이야기를 들었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적신을 잡았던 이전과는 다르게 이젠 적신을 잡기가 두려워졌다.

 

 “지금은 괜찮을 거야. 그리고 내가 곁에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하곤은 몽의 말에 욱신거리는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몽이 얼른 하곤을 말리며 말했다.

 

 “아니, 아픈데 가만히 있어 창은 내가 가져올게.”

 

 몽은 뒤뜰 저편에 놓여있는 적신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적신의 앞에 다다르자 몽은 잠시 적신을 내려다보다가 허리를 숙여 그것을 집어 들었다. 적신은 가벼운 나무토막의 느낌 이외에 어떤 특이한 점도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에 도대체 어떤 기운이 숨어 있는 거야?’

 

 몽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적신을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하곤에게 가지고 갔다. 하곤은 이를 악물고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냥 가만히 있으라니까.”

 

 “괜찮아요.”

 

 하곤은 일어서서 몽이 건네는 적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서서히 손을 가져가 그것을 잡았다.

 

 ‘이게 나를 혼절시켰다고? 여기에 들어있는 이상한 힘이?’

 

 하곤은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적신이 더 이상 보통의 창으로 느껴지지가 않았다. 백강이 몽에게 일러 우선 하곤이 수련을 할 때에는 적신을 그냥 사용을 하되, 몽과 대련을 할 때에는 봉인을 하고 사용하기로 했다.

 

 ‘닭의 피와, 부적 그리고 검은 실을 준비해라!’

 

 몽은 하곤을 부축해 방에서 쉬게 하고, 백강이 말하는 것들을 여불위의 하인에게 부탁했다. 하인은 여불위로부터 몽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리해주라는 지시를 받았기에, 몽의 부탁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모두다 준비를 해주었다. 몽은 백강의 지시에 따라 부적 백장에 봉(封)자를 쓰고, 그것을 태워 재를 닭의 피에 넣었다. 그리고는 검은 실을 닭의 피에 담갔다.

 

 ‘하루정도 놔뒀다가 밤에 꺼내어 달빛을 가득 받게 한 후 아이의 손목에 묶어라.’

 

 “네? 창에 묶는 것이 아니구요?”

 

 ‘창에 묶으면, 창에 있는 기운이 완전히 봉인이 되어, 아이가 창술을 익히는데 예전처럼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대신 아이의 손에 묶어놓으면 창의 기운에 조금씩 적응해가면서 창술을 익힐 수도 있고, 창의 기운에 잠식당해서 폭주하는 것도 막을 수 있지.’

 

 “그렇군요.”

 

 몽이 백강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이인의 집에 갔다가 상단에 들러 볼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 여불위가 몽이 있는 뒤뜰로 왔다. 여불위는 하인으로부터 몽이 닭의 피와 부적 그리고 검은 실을 준비해달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지만, 어차피 몽이 하는 일들이 자신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었기에 몽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지 않았다. 여불위는 뒤뜰에 놓여있던 바위가 박살이 난 것을 보고는 흠칫하더니 몽을 보며 물었다.

 

 “네가 그랬느냐?”

 

 몽은 조금 전 일어났던 일들을 일일이 설명하기가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죄송합니다.”

 

 몽의 말에 여불위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허허헛. 아니, 괜찮다. 너는 정말 신기한 재주를 가졌구나.”

 

 여불위가 혹시나 야단을 치지 않을까 걱정하던 몽은 다행이라 생각하며 안도했다.

 

 “그나저나 오늘 저녁에 진나라의 공자 이인을 만나 취월루에 가려고 하는데, 함께 가겠느냐?”

 

 “이인 공자라고 하시면 어제 연회 때......”

 

 “그래! 네가 왕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했던 그자 말이다.”

 

 “아.......네. 그런데 제가 감히 그 자리에......”

 

 “괜찮다. 앞으로 자주 보게 될 사이인데, 미리 인사정도는 해놓는 것도 좋겠지.”

 

 “감사합니다.”

 

 여불위는 몽과 저녁에 취월루에 함께 갈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뒤돌아 걸어갔다. 그런데 여불위는 몇 걸음 걷다가 멈칫하더니, 뒤돌아 몽을 향해 말했다.

 

 “그런데, 내가 오다가 상단에 잠시 들렀는데 황욱 형님으로부터 서신이 와있더구나.”

 

 “단주님에게서요?”

 

 “그래. 보옥이가 한단으로 직접 와서 조(趙)나라의 흑영단을 직접 총괄한다더군.”

 

 여불위의 말에 몽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네.....네? 소, 소단주님이 한단에요?”

 

 “그래. 형님말로는 다짜고짜 보옥이가 통보하듯이 말을 던지고는 휑하니 가버렸다고, 나에게 잘 부탁한다고 하던데? 너는 혹시 아무 연락도 못 받았느냐?”

 

 “네...... 아무것도.......”

 

 “흐음....... 뭐, 나중에 취월루에 가보면 알겠지. 그곳에 있을 테니까.”

 

 “네? 취월루에 소단주님이 계신다구요?”

 

 “뭐, 그럴게다. 그곳이 흑영단의 조(趙)나라 지부니까 말이다.”

 

 여불위는 말을 마치고 휘적휘적 걸어서 사라졌다. 보옥의 이야기를 듣고 멎는 것만 같았던 몽의 심장이 갑자기 요란하게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

 

 

 

 조나라의 상경 인상여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신의 식객으로 있는 사람 몇몇이 마당에 짐을 싸고 모여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 인상여가 식객들을 향해 물었다.

 

 “아니, 어디 먼 길이라도 떠나시는 것이오? 어찌하며 짐을 들고 나와 있소?”

 

 인상여의 말에 식객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인상여에게 고개 숙여 말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저희들은 이제 이곳을 떠나려 합니다.”

 

 그의 말에 인상여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니, 어째서 나를 떠나려고 하는 거요? 내가 그대들을 섭섭하게 한 일이라도 있는 거요?”

 

 “상경께서 저희들에게 섭섭하게 한 일은 없습니다. 다만......”

 

 그가 말끝을 흐리자, 인상여가 답답하다는 듯 말을 재촉했다.

 

 “어서 말씀해 보시오. 나에게 잘못이 있다면 내 얼른 고치겠소.”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결심을 한 듯 결연한 표정으로 인상여를 향해 말했다.

 

 “상경께서는 상경이라는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도, 결코 교만하거나, 자만하는 법 없이 항상 겸손하시고, 보잘 것 없는 저희들에게도 너무나 잘 대해주십니다. 하지만, 상경의 지위는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자리로, 높고 존귀한 자리인데 상경께서는 대장군 염파를 어찌 그리 두려워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상경보다 낮은 지위의 대장군인데, 염파만 나타나면 숨기 바쁘고, 길에서 마주치면 도망가기 바쁘니 상경의 식객으로 있는 저희들이 다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아무리 염파가 천하의 맹장이라고 한들, 더 높은 지위에 계신 상경께서 뭐가 두려워 그를 그토록 피해 다니시는 겁니까? 어젯밤에도 곽개대부의 연회에서 돌아오는 염파 대장군을 길에서 만났는데, 골목길로 도망을 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염파는 상경께서 도망친 그 골목길에 침을 뱉었다고요? 상경의 식객으로 있는 저희들과 하인들은 사람들과 마주치기만 하면 이것에 대해서 조롱받고 놀림을 당합니다. 더 이상 부끄러워 이곳에 머물러 있지 못하고 이제 떠나려고 합니다.”

 

 그의 말에 인상여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크하하하핫. 좋소. 그것이 정 부끄럽다면 내 떠다는 그대들을 붙잡진 않겠소. 그런데 하나만 물어봅시다. 그대들은 대장군 염파가 두렵소, 아니면 진(秦)나라의 왕이 더 두렵소?”

 

 화를 낼 줄 알았던 인상여가 오히려 웃으며 질문을 하자 식객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그들 중 하나가 대답했다.

 

 “그야, 대장군 염파가 아무리 천하의 맹장이라지만 칠국(七國)중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인 진나라의 왕과 비교할 수야 있겠습니까?”

 

 “그럼 진나라 왕이 더 무서운 것이 맞소?”

 

 “그렇지요.”

 

 그의 대답에 인상여가 말했다.

 

 “그럼 한번 들어보시오. 나는 일찍이 화씨지벽(和氏之碧)을 가지고 진나라 왕의 궁전에서, 수많은 대신들과 사신들 앞에서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진나라의 왕을 꾸짖은 사람이오. 진나라의 왕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내가 대장군 염파를 두려워 할 리가 있겠소?”

 

 “그럼 도대체 왜 염파를 피해 다니시는 겁니까?”

 

 “그것은 대장군 염파가 천하의 맹장으로 진나라에서도 두려워하는 존재이기 때문이요. 인간백정이라 불리는 진나라의 맹장 백기(白起)를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천하에 염파 대장군 밖에 없을 거요. 그래서 진나라에서는 대장군 염파와 나 인상여를 이간질 하기위해 온갖 수법을 다 쓰고 있소. 그것은 대장군과 나의 관계가 틀어져서 균열이 생기길 바라기 때문이오. 우리 조(趙)나라가 그나마 강대국 진나라 옆에서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이 나와 염파 대장군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생각하고 있소. 그런데, 나와 대장군의 사이가 어긋나게 되면 어떻게 되겠소? 곧 진나라의 대군이 우리 조나라를 덮칠 것이고, 이곳 한단은 피바다가 될 것이오. 나는 대의를 위해 사사로운 감정을 묻어두는 것뿐이오.”

 

 인상여의 말에 식객들은 탄복했고, 계속해서 인상여의 집에 머무르기로 했다. 이 이야기는 곧 대장군 염파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인상여의 말을 들은 염파는 그동안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해 너무나 부끄러워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하인들에게 가시나무 회초리를 한 짐 준비하라고 일렀다. 하인들이 가시나무 회초리를 한 짐 묶어놓자, 염파는 웃옷을 벗어젖혔다. 염파가 옷을 벗자 염파의 몸에 난, 전장에서 입은 수많은 크고 작은 상처들이 보였다. 염파는 맨몸으로 가시나무 회초리를 짊어지었다. 그러자 회초리에 나있는 수많은 가시들이 염파의 등을 찔러, 염파의 등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아니, 대장군!!”

 

 주위의 사람들이 놀라며 염파를 말리려 했지만, 염파는 크게 소리 질렀다.

 

 “모두 물러서라!! 아무도 따라올 필요 없다!!”

 

 염파는 가시나무 회초리를 짊어지고 성큼성큼 걸어서 인상여의 집으로 향했다. 인상여의 하인들은 염파가 보이자, 언제나 그랬듯 염파를 피하기 위해 얼른 대문을 닫았다. 염파가 인상여의 집 앞에 이르러 닫힌 문을 향해 외쳤다.

 

 “나 염파가 인상여 상경을 뵈러왔다! 어서 문을 열거라!”

 

 그러자 안에서 하인이 대답했다.

 

 “상경께서 몸이 좋지 않으셔서 오늘은 뵙기가 어려우실 것 같습니다!”

 

 물론 인상여의 몸이 아픈 건 아니었다. 단지 하인들은 염파를 항상 피해 다니는 인상여로부터 그렇게 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대답을 했다.

 

 “정녕 문을 못 열겠느냐?”

 

 “죄송합니다. 대장군. 하지만......”

 

 - 콰콰쾅!

 

 - 쿠당탕!

 

 하인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가 않았다. 염파가 한주먹에 대문을 박살내버렸기 때문이었다. 바지만 입고, 웃옷을 벗은 등에서 피를 흘리며 대문 앞에 서있는 염파의 모습은 지금 막 지옥에서 뛰쳐나온 염마(閻魔)처럼 무시무시해보였다. 하인은 그런 염파의 모습을 보고서 몸을 덜덜 떨며 더듬거리며 말했다.

 

 “지.....지금 사....상경께서...몸이....”

 

 “시끄럽다!!”

 

 염파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하인의 곁을 지나 걸어가며 말했다.

 

 요란한 소리에 집안의 하인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기세등등한 염파의 모습에 모두 기가 질려 아무도 그의 앞을 막아서지 못했다.

 

 염파는 마당의 한가운데에 이르더니 가시나무 회초리를 옆에다 내려놓고 무릎을 꿇고 앉아 인상여에게 죄를 청했다.

 

 “상경!! 그동안 이 무지한 염파가 상경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상경을 욕되게 하였으니, 부디 가시나무 회초리로 저를 벌하여 주십시오!!”

 

 염파가 무릎을 꿇고 큰소리로 인상여에게 죄를 청하자, 항상 피해 다니기만 하던 인상여는 그제야 맨발로 뛰쳐나와 염파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면서 말했다.

 

 “어서 일어나시오 대장군.”

 

 “상경!!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아니오. 그대에겐 잘못이 없소. 모든 것은 그대를 피해 다닌 나의 잘못이오.”

 

 인상여는 하인을 시켜 얼른 염파가 입을 웃옷을 가져오게 이른 뒤, 손수 옷을 덮어주고 함께 방으로 가서 술을 마셨다.

 

 이 자리에서 염파와 인상여는 평생의 우정을 다짐했는데, 훗날 사람들은 이 둘의 우정을 일러 서로 죽음을 함께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라는 뜻의 문경지교(刎頸之交)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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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3화 몽과 하곤의 대련. 2022 / 2 / 12 74 0 5895   
72 72화 화씨지벽(和氏之碧) 2022 / 2 / 11 75 0 8534   
71 71화 여의주의 힘 2022 / 2 / 11 69 0 6079   
70 70화 봉괴(棒怪) 육달. 2022 / 2 / 10 72 0 5901   
69 69화 무투(武鬪) 2022 / 2 / 10 69 0 5410   
68 68화 곽개의 연회 2022 / 2 / 9 72 0 5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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