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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방사(方士)
작가 : 짬짬
작품등록일 : 2022.1.12

천민으로 태어난 몽. 우연한 기회에 태라신선이 가둬놓은 오천년 이무기의 여의주를 삼키게 되고, 우연히 신선의 세계에 빠져 들어가게 된다. 신선의 세계에서 다시 인간의 세계로 돌아오게 된 몽. 장생(長生)을 얻게 된 몽은 춘추전국시대의 말기 진시황(秦始皇)에서부터 한무제(漢武帝)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오행,천문,역법,관상,점술 등의 방술(方術)에 통달한 방사(方士)들. 교활한 마각신선으로부터 엄청난 방술을 얻은 악랄한 방사 사마혼과 주인공 몽 그리고 수많은 방사들의 치열한 방술전(方術戰)과, 춘추전국시대 수많은 영웅들의 뜨거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72화 화씨지벽(和氏之碧)
작성일 : 22-02-11 20:10     조회 : 74     추천 : 0     분량 : 8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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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화 화씨지벽(和氏之碧)

 

 - 쿠당탕탕!

 

 “으앗!!”

 

 곽개는 육달이 날아와 자신의 술상을 엎으며 나뒹굴자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육달은 쇠망치로 내리쳐도 조그만 흠집조차 나지 않는다는 유창목(癒瘡木)에 옻칠을 해서 만든 자신의 부서진 봉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이럴 수가.......’

 

 놀라기는 공격을 한 몽도 마찬가지였다. 몽은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여의주의 힘을 쓰더라도 이렇게까지 강한 공격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몽 스스로도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었다.

 

 ‘맙소사! 이게 미세한 여의주의 기운이라고? 그럼 여의주의 기운을 완전히 쓰게 되면 도대체 얼마나 큰 힘을 쓸 수 있다는 거야?’

 

 ‘이 녀석아! 너는 광아님의 그 어마어마한 기운을 느껴보지도 못했느냐? 그 힘의 결정체가 네놈 몸에 있는 여의주에 담겨있으니 그게 얼마나 무시무시한 힘인지는 짐작도 하기 힘들 것이다! 그전에, 네놈의 몸이 그 힘을 다 쓰면 버티지도 못할 거야!’

 

 ‘정말 그러겠네요.’

 

 육달은 잠시 넋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다가, 자신을 바라보며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곽개와 눈이 마주치자 술상에 엎어진 자신의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양쪽 팔에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크으윽!”

 

 육달은 팔이 너무나 아파서 엉거주춤 거리며 다리의 힘으로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의무복에는 술과 음식들이 어지럽게 들러붙어있었다. 육달은 더 이상 몽을 공격하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곽개는 조금 전 몽의 공격으로 육달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알았지만, 천근의 황금을 걸었다는 사실에 차마 무투를 끝내라는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의 커다란 박수소리가 고요한 밤공기를 요란하게 울렸다.

 

 - 짝! 짝! 짝!

 

 그 박수소리는 다름 아닌 대장군 염파의 커다란 손에서 나는 것이었다.

 

 “훌륭하군! 훌륭해! 둘 다 모두 아주 훌륭 하구만! 내가 보기에 이 무투의 승부는 이미 난 것 같은데, 곽개 대부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곽개는 대장군 염파의 말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육달이 이미 졌다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했기 때문이었다. 곽개는 천근의 황금을 잃게 된데다, 부일표국의 무사가 또다시 금천표국의 무사에게 졌다는 사실이 천하에 퍼질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여기에 모인 사람들 앞에서 그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도 없어서 억지웃음을 지으며 대장군 염파를 보며 대답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대장군. 이번 무투에서는 육달이 진 것 같군요.”

 

 곽개가 사람들을 향해 무투의 승패와, 끝났음을 알리자, 육달에게 돈을 걸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쓴맛을 다셨고, 재미로 몽을 향해 돈을 걸었던 사람들은 뜻밖의 횡재에 환호했다.

 

 곽개는 너무나 분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자신이 먼저 황금 천근이라는 거금을 선뜻 걸었으니, 변명의 여지도 없었다. 곽개는 하인을 불러 여불위에게 황금을 언제, 어디로 가져다주면 좋을지 물어보라고 일렀다. 황금 천근은 엄청난 금액이었기에, 지금 이곳에서 바로 꺼내어 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곽개의 하인이 여불위에게 가서 물었다.

 

 “나으리. 대부님께서 황금 천근을 어디로 가져다드리면 될지 여쭤보라고 하십니다.”

 

 하인의 말에 여불위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허허허. 황금 천근이라....... 그만 되었다. 오늘 좋은 술과 재미난 구경거리들을 많이 봤으니, 그것으로 족하다고 말씀드려라.”

 

 “예....예?”

 

 여불위의 말을 듣던 하인이 화들짝 놀랐다. 황금 천근이면 삼대(三代)가 먹고살아도 충분한 돈이었는데, 그것을 마다하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도 여불위가 먼저 제시한 것도 아니고, 곽개가 먼저 제시한 것이었기에 더욱더 그랬다.

 

 하인은 자신이 혹시 잘못 들었나 싶어 여불위에게 다시 물었다.

 

 “저, 정말이십니까? 황금 천근을 받지 않으시겠다는 그 말씀이십니까?”

 

 “허허.... 그렇게 못 믿겠거든 내가 직접 말씀을 드리랴?”

 

 “아, 아닙니다. 제가 가서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곽개의 하인은 얼른 돌아서서, 자신에게 황금 천근이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홀로 상상하며 곽개에게 여불위의 말을 전했다.

 

 황금 천근은 거상인 여불위에게 있어서도 상당한 금액이었지만, 그것으로 대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충분히 버릴 수 있었다. 여불위는 작은 이익에 눈이 먼, 앞을 내다볼 줄 모르는 그런 소인배가 아니었다. 게다가 오늘은 자신의 일생일대에 있어서 가장 큰 투자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진(秦)나라에서 조(趙)나라에 볼모로 보내온 이인(異人)이었다.

 

 천하의 7국에서는 만약을 대비해, 서로 왕족을 볼모로 주고받았는데, 그런 왕족들은 엄청나게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보내진 왕족들이라도 각자의 위치에 따라 나라에서의 대접이 달랐는데, 다음번 왕위에 오를 태자의 경우에는 좋은 대접을 받았지만, 이인과 같이 왕의 둘째 아들의, 여러 아들들 중에 한명인 경우에는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것도 둘째 아들 정실의 자식도 아니었고, 첩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진나라는 조나라를 자주 공격했는데, 그때마다 목숨이 위태로운 이인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기에 여불위도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던 터에, 몽의 말을 듣고는 뭔가 크게 깨달았던 것이었다.

 

 ‘과연 가능할까.......’

 

 확률로만 따진다면, 이인이 왕위에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것은 마치 던진 실이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이었다. 하지만, 몽은 이인을 보며 왕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했다. 여불위가 왕족이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래......어쩌면......’

 

 그때 곽개가 만면에 화색을 띄고, 여불위에게 다가왔다.

 

 “아니, 대방! 황금 천근을 어찌 안 받는다고 그러십니까? 그러면 사람들이 나를 보고 약속도 지키지 않는 옹졸한 사람으로 욕할 텐데.......”

 

 곽개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에 기쁜 마음이 들었고, 그것은 고스란히 그의 얼굴에 다 나타났다. 물론, 여불위도 그런 곽개의 마음을 뻔히 알고 있었다.

 

 ‘쯧쯔.......한심한 사람 같으니라구. 일국의 대부가 그깟 돈에 흔들려 표정도 못 다스리다니......’

 

 여불위는 이렇게 속으로 생각하면서 말했다.

 

 “아닙니다. 대부님. 그건 재미로 했던 내기이니, 크게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오늘 연회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와주셔서 감사하오.”

 

 육달이 술상에 엎어졌기에, 하인들이 달려와 그 자리를 치우고 정리하는 동안 고조되었던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사람들은 하나 둘씩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곳의 분위기는 곧 자리가 파할 것처럼 보였기에 여불위도 곽개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가려했다.

 

 “그럼, 자리가 파해가는 것 같은데, 그만 일어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그리고 이것.”

 

 곽개는 하인이 들고 있던 보자기를 여불위에게 건네며 말했다.

 

 “별 것 아니오. 석청(石淸)인데, 굳이 황금을 받지 않겠다니, 이거라도 받으시구려.”

 

 곽개는 여불위가 황금을 받지 않겠다고 한 말을 번복하지 못하게 하려고 이런 선물을 건네는 것이었다. 석청은 물론 귀한 것이긴 하지만, 황금과 비교를 할 것은 못되었다. 하지만 여불위는 일부러 기쁜척하며 말했다.

 

 “아니, 이 귀한걸 저에게 다 주시다니요?”

 

 “허허. 별것 아닙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여불위는 곽개와 인사를 하고, 그곳의 몇몇 아는 사람들에게도 작별인사를 건넸다. 여불위는 대장군 염파에게도 인사를 건넸는데, 염파는 웃으며 여불위의 곁에 있는 몽을 보면서 말했다.

 

 “대방께서는 정말 대단한 아이를 데리고 있구료. 그런데 대체 그 아이는 누구요?”

 

 “하하. 과찬이십니다. 대장군. 이 아이는 천몽이라고 하는데, 제가 데리고 있는 아이입니다.”

 

 여불위는 흑영단의 이야기는 일부러 빼서 염파에게 몽을 소개하는 한편, 얼른 몽을 인사시켰다.

 

 “인사를 올리거라. 이분이 바로 천하의 맹장(天將)이신 염파 대장군이시다.”

 

 천하에는 이대맹장(二大猛將)과 이대지장(二大智將)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두 명은 진(秦)나라의 왕전과 백기였고, 나머지 두 명은 조(趙)나라의 염파와 이목이었다. 공교롭게도 천하에서 가장 위대한 네 명의 장수가 어깨를 맞댄 두 나라에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어쩌면 가장 강대한 국가인 진나라가 아직 서쪽에 머물러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몽이 염파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천몽이라고 합니다.”

 

 염파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런데, 너의 사존(師尊)은 뉘시냐?”

 

 “네? 사존이시라면......”

 

 “스승 말이다. 너의 무공을 가르쳐 주신분이 계실 것 아니냐?”

 

 “네.....그게......”

 

 몽이 우물쭈물하자 곁에서 여불위가 나섰다.

 

 “우연히 지나가던 사람한테 잠깐 배운 것을 홀로 익혔는데, 그 사람이 이름도 가르쳐주지 않고 훌쩍 떠나버려서 그게 누군지 잘 알 수가 없답니다.”

 

 여불위는 몽이 어떻게 이런 무공을 익히게 되었는지 몰랐지만, 흑영단의 단주 황욱으로부터 어린 시절 보옥이 겪었던 일과, 귀신 그리고 방사(方士)에 대해 들었기에, 분명히 말 못할 어떤 사정이 있다고 짐작하고는 나서서 변명해주었다. 여불위의 말에 염파는 깜짝 놀랐다.

 

 “아니, 그럼 잠깐 가르쳐 준 무공을 홀로 익혔는데, 이렇게 강해졌단 말이오?”

 

 “하하, 뭘 그리 놀라십니까? 어차피 대장군의 한주먹감도 안 되는 어린아이일 뿐인데요.”

 

 여불위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염파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혼자서 이정도의 무공을 익히다니...... 정말 대단한 아이로구만!”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그렇게 하시오. 내가 가는 사람을 붙잡고 말이 많았구먼.”

 

 여불위는 염파에게 인사를 하고, 몽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잠시 후 대장군 염파도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상경 인상여가 어딜 다녀오는지 하인들과 함께 걸어오다가 염파를 보고선 허겁지겁 골목길로 도망을 치는 모습이 보였다.

 

 “저, 저런 한심한 사람!! 쯧쯔........ 내 반드시 사람들 앞에서 저놈을 망신주고 말테다!!”

 

 염파는 인상여가 도망친 골목길을 힐긋 쳐다보고선 침을 탁 뱉고 가던 길을 갔다.

 

 

 ∴∴∴∴∴∴∴∴∴∴∴∴∴∴∴∴∴∴∴∴∴∴∴∴∴∴∴∴∴∴∴∴∴∴∴∴∴∴∴∴∴∴∴

 

 

 조(趙)나라의 상경(上卿)은 인상여(藺相如)였다. 이는 정승에 해당하는 높은 지위였는데, 인상여가 상경으로 된 데에는 어떤 사건이 있었다.

 

 조나라의 왕인 혜문왕(惠文王)에게는 천하에서 으뜸가는 보배인 화씨지벽(和氏之碧)이 있었는데, 진(秦)나라의 소양왕(昭襄王)이 바로 이 화씨지벽을 갖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래서 진소양왕이 열다섯 개의 성과 화씨지벽을 바꾸자고 조혜문왕에게 서신을 보냈다. 진소양왕의 서신은 말이 부탁이었지,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조혜문왕은 그때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안주자니, 강대국인 진나라가 쳐들어올 것 같고, 주자니, 화씨지벽만 가져가고 성을 내어주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런 조혜문왕의 고민을 알고서 대신들 중 하나가 인상여를 추천했고, 인상여는 반드시 다시 가지고 오겠다고 장담을 하고서 화씨지벽을 가지고 진나라로 갔다.

 

 진소양왕은 인상여가 화씨지벽을 가지고 오자, 거만하게 그것을 받아들고는 마치 벌써 자기 것이라도 된 것 마냥 주위의 대신들에게 그것을 구경하게 했다. 대신들이 모두 둘러본 후, 진소양왕이 화씨지벽을 자신의 곁에 턱 놔두고선, 화씨지벽 대신에 준다던 열다섯 개의 성에 대해선 한마디도 꺼내지 않자 인상여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화씨지벽에는 아주 작은 흠집이 있는데, 혹시 보셨습니까?”

 

 인상여의 말에 진소양왕이 화씨지벽을 들고서 이리저리 살펴봤는데, 어디에서도 흠집을 찾을 수가 없었다.

 

 “글쎄..... 도저히 못 찾겠구려.”

 

 “아마 너무 작아서 찾기가 힘들 것입니다. 제가 알려드리지요.”

 

 진소양왕이 다시 인상여에게 건네자 인상여가 화씨지벽을 받아들고선 얼른 궁궐의 기둥 곁으로 다가가 섰다. 그리고선 진소양왕을 향해 소리쳤다.

 

 “왕께서는 어찌하여 화씨지벽을 받아놓고도, 주시겠다는 열다섯 개의 성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아니! 지금 뭐하는 짓이오!”

 

 진소양왕이 벌떡 일어나자 인상여가 소리를 쳤다.

 

 “다가오지 마십시오! 그랬다간 이 화씨지벽을 던져 박살을 내버릴 것입니다!”

 

 “저, 저런......”

 

 “화씨지벽은 단순히 귀한 보물이 아니라, 신비한 기운을 지니고 있는 성스러운 물건입니다. 조나라의 왕께서는 화씨지벽을 건네 드리려, 오일동안 목욕재계하고 이 화씨지벽을 소중히 다루며 보내드렸는데, 왕께서는 이것을 받자마자, 모두에게 돌려가며 만져보게 하셨으니, 이는 화씨지벽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뿐 아니라, 성 열다섯 개를 내어줄 가치도 없다는 생각이신 것 아닙니까?”

 

 “아, 아니오! 무슨 그런 말을!”

 

 “그럼 열다섯 개의 성을 내어주시고, 오일동안 목욕재계를 하시고서 이 화씨지벽을 받으십시오.”

 

 “좋소! 내 그렇게 하지!”

 

 진소양왕은 당장 사람을 불러 성 열다섯 개를 조나라에 내어주라고 일렀다. 그리고 화씨지벽은 진소양왕이 오일동안 목욕재계를 한 후에 예를 갖춰 받기로 하고 인상여는 물러갔다. 진소양왕은 사람들에게 일러, 화씨지벽을 예의를 갖춰 받을 수 있도록 단(壇)을 쌓으라 일렀다.

 

 인상여는 물러 나와서 가만히 진소양왕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사흘이 지나도, 준다던 성은 여전히 주지도 않고, 목욕도 하지 않았다. 단지 인상여가 보는 앞에서 짐짓 흉내만 내었던 것뿐이었다. 화씨지벽을 받기위한 단만이 점점 높이 쌓여가고 있을 뿐이었다. 인상여는 진소양왕의 뜻을 짐작하고 조나라에서 함께 왔던 사람 한명에게 화씨지벽을 주면서 조나라로 돌아가게 했다.

 

 “아니, 이틀 후에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걸 진나라 왕에게 건네셔야 하는데, 어쩌려고 이러시는 겁니까?”

 

 “이걸 건네도 진왕(秦王)은 결코 열다섯 개의 성을 우리 조나라에 내어줄 생각이 없다네. 그러니 이걸 들고 가서 조나라 왕에게 돌려드리게. 내가 반드시 화씨지벽을 다시 가지고 올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으니, 나는 나의 목숨으로 그 대가를 치르려하네! 부디 들키지 않게 조심하시게!”

 

 인상여와 함께 온 사람은 비단옷을 벗고서 누더기로 갈아입고는, 화씨지벽을 들고 진나라의 수도 함양을 무사히 벗어났다.

 

 한편, 진소양왕은 자신이 화씨지벽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왕족들과 귀족들 및 여러 대신들과 타국에서 함양에 와있는 사신들도 그날 참석하라고 일렀다.

 

 이틀이 지나고, 드디어 진소양왕이 인상여로부터 화씨지벽을 받는 날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단 아래에 모여 있었는데, 진소양왕은 화씨지벽을 갖게 될 생각에 웃음을 지으며 단에 올라있었다. 잠시 후 인상여가 화씨지벽이 담겨있는 상자를 들고 나와 단 위로 올라서자, 진나라의 대신이 인상여가 들고 있는 상자를 받아들고, 진소양왕에게 건넸다. 그러자 진소양왕이 웃으며 상자를 열고, 그 속에 들어있는 비단주머니를 끌렀는데, 화씨지벽이 없는 것이었다.

 

 “아,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요!”

 

 진소양왕이 황당한 표정으로 인상여를 바라보자, 인상여가 근엄한 표정으로 진소양왕을 꾸짖었다.

 

 “처음 왕께서 조나라에 서신을 보내어 화씨지벽을 열다섯 개의 성과 바꾸자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저는 바꾸자고 했습니다. 길거리의 시정잡배도 사내라면 한번 내뱉은 말은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일국의 왕이 결코 거짓을 할 리가 없다고 모두에게 큰소리를 쳤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떻습니까! 왕께선 우리 조나라에 돌려 주시겠다던 열다섯 개의 성을 줄 마음도 없을뿐더러, 화씨지벽을 받기 전에 닷새 동안 하기로 했던 목욕재계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렇게 되면 저는 조나라의 왕과 대신들이게 거짓을 한 것이 되니, 죽음으로 그 대가를 치르려 합니다. 거짓이나 일삼고, 귀한 물건을 함부로 대하는 왕에게 줄 것은 제 목숨밖에 없습니다! 화씨지벽은 이미 조나라로 돌아갔으니, 이제 저를 죽이시지요.”

 

 인상여의 말에 진소양왕의 얼굴이 푸들푸들 떨렸다. 나라의 모든 대신들과 각국에서 온 사신들 앞에서 망신을 톡톡히 당한 것이었다. 점점 격앙되는 진소양왕의 모습에 구경하는 사람들조차 마음이 불안할 지경이었지만, 정작 인상여는 태연하게 그런 진소양왕의 눈을 똑바로 주시하며, 표정에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진나라의 왕에게 이런 모욕을 주었으니, 당연히 인상여의 목이 날아갈 것이라 모든 사람들이 생각했다.

 

 “이......이런 미친놈이!!”

 

 진나라의 대신들 중 하나가 인상여를 끌어내려 죽이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톡톡히 당한 진소양왕이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핫! 그냥 놔두시오!”

 

 “전하! 저 미친놈을 죽이시지요!”

 

 진나라의 대신이 외치자, 진소양왕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오. 저 사람을 죽인다고 하더라도 이미 조나라로 돌아간 화씨지벽이 나에게 돌아오지도 않을뿐더러 조나라와의 관계만 더욱 악화될 뿐이오. 그럴 바엔 차라리 후하게 대접을 해주고 돌려보낸 뒤, 조나라와 우호를 더욱 돈독히 하는 게 좋을 듯하오.”

 

 진소양왕은 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에게 망신을 준 사신을 용서할 줄도 아는 호걸이었다. 어차피 자신의 억지로 일어난 일이니 그것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인상여는 머무는 동안 진나라의 후한 대접을 받고, 조나라로 돌아갔는데, 이때부터 조혜문왕의 신뢰를 듬뿍 받아 승승장구했고, 몇 차례의 일들을 더 겪고선 신하로서는 가장 높은 직위인 상경에까지 올랐던 것이었다.

 

 염파는 전장에서 피 흘리며 뛰어다닌 자신보다, 가만히 앉아 혀를 놀려서 더 높은 지위인 상경에까지 오른 인상여가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든 한번 마주치면 톡톡히 망신을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인상여는 계속해서 염파를 피하기만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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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75화 혈랑신교(血郞神敎) 2022 / 2 / 13 73 0 6051   
74 74화 문경지교(刎頸之交) 2022 / 2 / 12 70 0 8132   
73 73화 몽과 하곤의 대련. 2022 / 2 / 12 74 0 5895   
72 72화 화씨지벽(和氏之碧) 2022 / 2 / 11 75 0 8534   
71 71화 여의주의 힘 2022 / 2 / 11 69 0 6079   
70 70화 봉괴(棒怪) 육달. 2022 / 2 / 10 72 0 5901   
69 69화 무투(武鬪) 2022 / 2 / 10 69 0 5410   
68 68화 곽개의 연회 2022 / 2 / 9 71 0 5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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