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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니에스는 정말 라니에스인가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20.8.3

소설에서나 흔하게 겪는 일인 여자주인공한테 빙의를 했다.
원작 남자주인공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주인공인 라니에스는 이제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10.
작성일 : 20-08-05 18:11     조회 : 28     추천 : 0     분량 : 4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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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 마을에서 산 지 벌써 1주일이나 됐다. 처음 며칠은 혹여 누가 날 찾아올까 조마조마하며 밖을 돌아다녔으나 별 탈은 없었다.

 그야 당연한 게 그 ‘라니에스 셰리카’ 가 여기 있을 리도 만무하고, 설령 나를 찾는 사람이 있다 해도 지금의 날 보면 내가 라니에스인지도 몰라볼 것이다.

 언제나 향유를 발라 곱게 빗었던 긴 은발은 엉성하게 더듬어 귀밑에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 짧아졌고, 입고 있는 옷도 아가씨가 입는 옷으로 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니 누가 날 찾아와도 아마 눈앞에서 날 보고 놓치게 될 거라는 확신이 생기자 마음이 놓이며 좀 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다들 나를 라니에스가 아닌 릴리라고 부르기 시작한 지도 며칠 지나지 않았다.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아직은 낯설었으나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었다.

 내 진짜 이름이 아닌 타인의 이름으로 불린 것이 두 번째여서일까, 적응이 훨씬 빨라진 기분이었다.

 그런 내 적응력에 샤도 놀랐는지 어느 날은 ‘아가씨께서 이렇게 빨리 적응하실 줄 몰랐습니다.’라는 말을 했다.

 이곳은 라니에스의 집보다 마음이 편한 곳이었다. 그런데 가끔 나를 유일하게 알고 있는 그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에드워드.’

 

 아무 말도 안 하고 왔으니까 많이 걱정하고 있겠지? 역시 떠나기 전에 언질이나 편지라도 줄 걸 그랬나…….

 하지만 편지를 준다 해도 어디로 간다는 말도 떠날 거라는 말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내 계획을 안다면 분명 도와주겠다며, 못 가게 말렸겠지. 어쩌면 나도 그 말에 흔들려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그가 나를 도와서 내가 정략결혼을 안 하게 됐고 그 집에 계속 남아있었다면 어땠을까?

 여전히 그 집에서 드레스를 입으며 릴리가 아니라 라니에스로 불리고 있었겠지.

 

 “그건 좀 싫을지도….”

 

 “뭐가 싫으신가요?”

 

 “샤, 언제 왔어요?”

 

 “방금이요. 그래서 뭐가 싫으신 건가요?”

 

 “그냥 혼잣말이에요. 신경 쓰실 거 없어요.”

 

 “신경 쓸 게 없다뇨. 아가씨를 모시는 게 지금 제가 할 일입니다. 그러니 불편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말씀만으로도 고마워요.”

 

 웃으면서 대답을 하고 나는 샤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샤에게도 나는 라니에스로 보이겠지?

 지금 여기서 내가 사실 난 라니에스가 아니라고 말하면 그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당황하려나? 그것도 아니면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려나? 아니면 꿈이라도 꿨냐고 말하려나.

 이곳에서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없다. 내 이름을 말하려 하면 알 수 없는 언어로 들리고, 내 기억도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

 그러게 진짜 나를 아는 나조차도 사라지는 거겠지. 그런 걸 생각하면 할수록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내 존재를 알아주는 사람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설령 내 이야기를 듣고 날 이상하다고 생각해도 좋으니까….

 

 “샤…. 내가 라니에스가 아니라고 하면 어떨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몸에 라니에스의 영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영혼이 들어와 있다면 믿겨요?”

 

 “…….”

 

 “지금 이 몸에 있는 건 라니에스가 아니라 전혀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인 거예요. 이런 세상을 생각도 못 한 사람의 영혼이 갑자기 무슨 이유에서인지도 모르게 라니에스의 몸에 들어왔다면 믿겨요?.”

 

 “잘…모르겠습니다…….”

 

 “그래요…?”

 

 “네.”

 

 “그렇군요.”

 

 쉽게 믿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이런 이야기 누가 쉽게 믿을 수 있을까?

 어딜 보나 누가 봐도 라니에스인 사람인데, 그 안에 다른 사람이 있다고 한들 믿어주기 쉽지 않지.

 이해는 하지만 가슴 한쪽이 술렁거리는 것을 보면 꽤 기대했나 보다. 이 사람이 믿어줄 거라는 기대를.

 우리 둘 사이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깬 건 자그맣게 흘러나온 샤의 목소리였다.

 

 “…그 영혼의 이름은 뭐라고 합니까?”

 

 “※◆▶요.”

 

 “네?”

 

 “후후…. 못 알아들을 줄 알았어요.”

 

 내 입에서 낯선 언어가 흘러나온 게 믿기지 않았는지 놀라 나를 쳐다보는 샤의 얼굴이 생각 보다 웃겨서 실없이 웃음이 나왔다.

 쓸쓸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또 쓸쓸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지 않을까. 조금씩 불안함을 덜고 살아가면 되는 일이다.

 그러니까 이 마을은 내게 아주 소중한 곳이 될 것이다. 이 사람들에겐 릴리라고 불리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내가 정한 내 이름이고 라니에스보다 훨씬 가벼운 이름이며 내 기억이 한 조각 들어있는 이름이니까.

 

 어쩐지 기분이 좋아져 시내를 구경하자며 샤를 데리고 시장으로 나갔다.

 시장은 작았지만, 역시 시장인지라 사람도 많고 북적거렸다. 나는 시장을 구경하며 걸어가던 도중 멀리 천막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다른 곳과 다르게 어두침침한 천으로 만든 천막은 눈에 띄기보다는 오히려 묻히는 쪽에 가까웠다.

 그래서 더 자신의 눈에 들어온 걸까? 어쩐지 모를 이상한 느낌에 나는 겁 없이 그쪽으로 가려다 샤가 팔목을 잡아 말렸다.

 

 “저런 수상쩍은 천막엔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렇지만…. 왠지 신경 쓰이는걸요? 샤도 있으니까…. 1분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요?”

 

 “하아……. 그러면 딱 1분만입니다.”

 

 “고마워요!”

 

 뭔가 나를 부르는 듯한 느낌에 나는 천막으로 걸어갔다. 천막에 가까이 가자, 그 안에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이 있었다.

 로브를 뒤집어써서 그런지 안에 있는 사람은 여자인지 남자인지, 노인인지 청년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천막 앞에 서자 로브를 뒤집어 쓴 사람은 음침하게 웃으며 내게 더 가까이 다가오라는 듯 손짓했다.

 그 손짓에 홀린 듯 난 어느새 그의 앞에 서서 로브 안을 빤히 바라봤다. 하지만 뭐로 가린 듯 로브 안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이런. 특이한 아가씨가 왔군.”

 

 쇠를 긁는 듯한 이상한 목소리에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그는 뭐가 그리 웃기는지 껄껄 웃었다.

 그리고 앞에 있는 수정구슬을 쓰다듬더니 먼 곳을 보는 듯 목소리가 아득해졌다.

 그가 보고 있는 건 나도 그의 앞에 있는 수정구슬도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몸에 다른 영혼이 있구먼.”

 

 “…….”

 

 “아가씨, 지금 가진 기억을 소중히 여겨야 해. 잊어버리면 그 몸에서 쫓겨나.”

 

 “무슨…….”

 

 “그 몸의 진짜 주인이 어디 갔는지, 아가씨가 있던 곳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을 거야. 그렇지?”

 

 무척 수상쩍고 의심스러운 사람이었지만, 그의 한 마디에 내 마음은 풍랑을 만난 돛단배처럼 흔들렸다.

 돌아가고 싶다. 할 수 있다면 몇 번이고 돌아갔을 것이다. 나는 아주 간절한 마음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내 고갯짓에 그럴 줄 알았다며 그는 웃었다. 그의 앞에 있는 수정구슬이 묘한 빛을 내뿜으며 그 자리에 마치 그와 나 단둘만이 존재하는 듯했다.

 

 “아스트라이아의 물건이 하늘에 뜨는 달에 그대는 신전을 볼 수 있을 거야. 그 신전으로 가.”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야. 아가씨, 명심해. 그 기억은 아가씨를 빈 몸에 있게 해주는 유일한 것이야.”

 

 “…….”

 

 “그러니 잊어버리지 마. 꽉 붙잡고 있어야 해.”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영문도 모를 말을 듣고 나자 나는 자연스럽게 천막 앞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샤가 다가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냐는 말에 그저 웃음으로 얼렁뚱땅 넘겼다.

 나도 이해 못 한 말을 그가 듣는다 한들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내 미적지근한 반응에 그는 더 물어보지 않고 나를 집까지 데려다줬다. 집에 도착한 나는 멍하니 침대에 앉아 방금 들은 말을 떠올렸다.

 

 “아스트라이아의 물건이 하늘에 뜨는 달에 신전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아스트라이아의 물건은 무엇이며 하늘에 뜨는 달은 또 언제인 거지?

 그보다 신전이라니? 이 마을에 신전이라는 게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의아한 것투성이였다.

 그런데도 그 말을 잊지 못하는 것은 그가 했던 모든 말이 정확히 자신의 상황을 맞췄기 때문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내 기억을 잃지 않는 거라 했어.”

 

 그것은 라니에스가 아닌 진짜 내 기억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 세계가 소설이라는 걸 알고 있는 내 기억….

 하지만 이미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내 진짜 모습도 잊어버렸는데……. 더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도 또 뭔가를 잊어버리고 떠올리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자 모든 것이 두려워졌다.

 

 그저 그 집에서 나와 자유를 찾았다고 기뻐했는데…. 그 기쁨이 이렇게 짧게 끝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난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무엇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일까?

 내가 돌아간 이후에는…. 엉망이 된 이 세계가 다시 자리를 되찾고 돌아가기 시작할까? 원작 내용대로?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가 없었다. 일단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스트라이아의 물건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었다.

 

 “하나씩…. 천천히 해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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