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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니에스는 정말 라니에스인가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20.8.3

소설에서나 흔하게 겪는 일인 여자주인공한테 빙의를 했다.
원작 남자주인공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주인공인 라니에스는 이제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3.
작성일 : 20-08-03 23:08     조회 : 28     추천 : 0     분량 : 4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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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는 내게 손을 내미는 에드워드를 보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했다.

 고맙다고 말하며 웃어야 하는 걸까? 그러기에는 처음 파티에 참여하는지라 여유가 하나도 없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아무리 이 세계의 예법을 모르는 나여도 에스코트를 거절하는 건 무례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나와 에드워드는 겉으로 보기엔 사이좋게 손을 잡고 파티장 안으로 들어갔다.

 

 파티장의 장소인 궁의 외관도 화려했지만, 파티장 내부도 만만치 않게 화려했다.

 화려한 색상의 꽃들과 밟기 미안해질 정도로 고급스러워 보이는 융단, 테이블보와 커튼까지. 뭐 하나 고급이지 않은 게 없었다.

 잠시 파티장에 시선을 빼앗겼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내 옆을 지키는 에드워드에게 시선을 건넸다.

 

 “…잘 지냈나요.”

 

 “잘 지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냥 그랬습니다.”

 

 “그런가요……. 마음의 정리는 잘 됐나요?”

 

 “잘 될 것 같습니까? 하루아침에 연인을 잃었는데.”

 

 “…….”

 

 “…미안해요. 괜히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당신에게 화를 냈네요.”

 

 에드워드는 한숨을 내쉬며 내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도저히 그의 마음을 짐작할 수도 없었다. 연인이자 연인이 아니게 된 상대방을 보는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에게 괜찮냐고 묻기도 어려워 나는 그저 화려한 파티장을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파티장 안은 우리와는 다르게 모두가 화기애애하고 그저 즐거워 보였다. 파티장 안에서 흐르는 음악마저도 신났지만, 나는 그 어떤 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내가 누릴 것이 아닌 것을 누리고 있는 기분. 이 화려한 드레스도, 지나치게 아름다운 파티장도 전부 원래 라니에스가 누리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갑자기 나타나 그녀의 모든 것을 앗아가지만 않았더라면, 에드워드도 지금쯤 행복하게 웃으며 저 파티장 안을 누비고 다녔겠지.

 갑자기 이 모든 것들이 그저 낯설게만 느껴졌다. 내가 이 세상의 오점이자, 라니에스를 없앤 불순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어쩌면 내가 그녀를 없앤 걸 수도 있어.’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온몸이 차가워졌다. 한시라도 빨리 이 파티장을 벗어나 어디로든 가고 싶었다.

 나는 내 옆에 에드워드가 있다는 사실도 잊는 채 몸을 돌려 파티장을 벗어났다.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지 못한 채.

 

 

 

 

 

 라니에스가 갑자기 파티장에서 뛰쳐나가자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수많은 시선이 쏟아지는 것을 웃음으로 받아치며 나는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

 솔직히 이 파티장에 오기 전까지 수많은 고민과 기대를 했다. 어쩌면 내일이면 그녀가 돌아올지도 몰라, 아니 모레면…….

 그렇게 불완전하게 쌓아 올린 기대감은 마차에서 내리는 그녀를 보며 파도에 부서지는 모래성처럼 흔적조차 남지 않고 쓸려갔다.

 그녀는 산호색 같은 난색보다는 파란색 같은 한색을 좋아했다. 내가 알던 라니에스가 아닌 취향의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여전히 라니에스가 아녔다.

 실망감이 목 끝까치 차올랐으나 애써 내색하려 하지 않으려 애썼다. 어쨌거나, 이 파티장에서 그녀는 내 파트너였으니까.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파티장에서 빠져나감으로써 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왔다. 도대체 무슨 풍문을 만들려고 이리 어리석게 행동하는 걸까.

 그녀는 지금 라니에스였다. 그 '셰리카 가문'의 '라니에스 셰리카'란 말이다. 나로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 그녀의 이름과 가문에 먹칠하는 꼴은 볼 수 없었다.

 라니에스를 정신없이 뒤쫓다 걸음을 멈춘 곳은 정원의 한적한 곳이었다. 나는 최대한 화를 누르며 정원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에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희미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정말 미약해서, 바람 소리 한 번에도 흩날릴 정도였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갈 수도 없이 그저 그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차마 그녀를 달랠 수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못 본 척 하고 다른 곳으로 가는 것뿐이었다.

 라니에스에게서 멀어진 나는 심란해졌다. 그녀 역시 다른 세상으로 와 혼란스러웠겠지. 그런 그녀를 라니에스가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도 모르게 절벽 위로 내몰고 있었던 거 아닐까.

 

 ‘그녀에게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을 거야. 하지만 시간이 없었지.’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려면 1주일 조금 넘은 시간은 턱없이 부족할 것이었다.

 그 턱없는 시간에서 그녀는 자신의 편 하나 없이 홀로 이곳에서 적응해야 했겠지.

 그런 사실들을 떠올리다 보니 자신이 정말 형편없는 남자라는 걸 깨달았다.

 사라진 라니에스도 중요했지만,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그녀도 신경 써야 했었다.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을 한들 바뀌는 건 없겠지.”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어줘야 하나 생각했지만, 그것도 그만뒀다.

 지금의 나는 그녀를 제대로 위로해줄 수 없었다. 그녀를 마주한 순간, 무엇을 하든 라니에스가 떠오르겠지.

 그리고 그것은 오히려 그녀를 괴롭히는 일이 될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력함을 느끼며 나는 그저 얼른 그녀가 울음을 멈추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그저 그녀가 어서 울음을 멈추고 툭툭 털고 일어나 멀쩡한 얼굴로 돌아오길 바랐다.

 나는 파티장 입구에 가만 서서 그녀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는 파티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파티가 끝나고 마차를 타기 위해 마차를 타자 마부가 기다렸다는 듯 말을 걸어왔다.

 

 “라니에스 아가씨께선 먼저 가셨습니다.”

 

 “…먼저 가?”

 

 “네, 먼저 가서 죄송하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군……. 알았으니, 출발하도록 해.”

 

 “네.”

 

 마차는 천천히 출발하기 시작했다. 마차를 따라 움직이는 거리를 보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라니에스 셰리카.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이름 모를 여자.

 ‘진짜’ 라니에스는 어디로 간 걸까. 아니, 애초에 진짜와 가짜의 기준은 무엇일까.

 라니에스의 몸에 사는 그녀는 가짜인가? 아니면 그녀는 사라진 라니에스를 대신할 존재인가.

 대신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 세상 어디에도 라니에스를 대신할 존재는 없었다.

 

 “그래. 라니에스는 라니에스지.”

 

 저 몸이 라니에스의 것이지만, 그 안에 영혼은 라니에스가 아녔다.

 그러니 저 둘은 절대 같은 사람일 수 없다. 차갑고 냉정하게 내린 이성적인 결론에 나는 만족스러웠다.

 라니에스의 몸에 갇힌 그녀는 불쌍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녀는 라니에스가 아니였다.

 드디어 그녀가 라니에스와 다른 사람임을 인정하는 그 순간은 나에게 있어서 무척 특별했다.

 이제 라니에스와 그녀를 동일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성은 이성일 뿐 감성을 이기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어젯밤 운 것이 분명해 보이는 부은 눈을 한 라니에스의 얼굴을 마주하자 어제 생각했던 것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저 사람은 라니에스가 아님을 앎에도 불구하고 자꾸 걱정스럽고 저 얼굴을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그야, 눈앞에 있는 것은 사랑해 마지않았던 라니에스의 얼굴이었으니까.

 그녀에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망설이는 자신과 달리 그녀는 생각보다 담담한 목소리를 냈다.

 

 “어제는 인사도 없이 먼저 가서 죄송해요.”

 

 “아뇨….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어제 왜 먼저 갔는지 물어봐도 괜찮습니까?”

 

 “…그냥 몸이 안 좋아서 먼저 갔어요.”

 

 그녀가 진실을 말할 거로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알면서도 물어본 자신의 심리가 무엇이었을까.

 요즘 들어 자신은 가끔 자신의 마음을 짐작할 수가 없었다. 특히, 다른 사람이 들어간 라니에스의 앞에서라면 더더욱.

 라니에스와 그녀를 분리해 생각하고 있다고 자신했건만…….

 저 곤란한 얼굴을 한 그녀에게 무작정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은 것을 보면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황실이 주최하는 파티는 3일 정도 열릴 텐데, 오늘 갈 수 있겠습니까?”

 “가야죠. 라니에스의 몸인데 제가 라니에스를 곤란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얼굴은 마치 라니에스가 누구인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잘 아는 얼굴이었다.

 라니에스가 어떤 사람인지, 파티에 나가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다 아는 얼굴.

 그런 것들이 여기 온 며칠 만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었던가?

 

 “라니에스가 곤란할 것이란 걸 어떻게 아는 거죠?”

 

 “…….”

 

 순간 든 의문은 머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입 밖으로 나왔다.

 자신의 질문에 라니에스는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에 그녀가 자신에게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비밀이 있을 수도 있지. 그녀에게 있어서 나는 처음 본 사람이고, 낯선 사람이었다.

 그녀의 심정을 이해하는데 왜 이렇게 마음 한구석이 답답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어요. 일단 공작가에서 살고 있잖아요?”

 

 “그렇군요…….”

 

 “네, 그런 거예요. 하여튼 걱정하지 마세요. 라니에스 씨에게 해가 될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게요. 약속해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면 하지 말아도 된다고 말할 뻔했다.

 라니에스가 아님을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나였는데도, 순간 그녀의 어깨를 감쌀 뻔했다.

 무의식적으로 반쯤 올라간 손을 내밀며 나는 알았다고 대답하며 웃었다.

 그녀는 라니에스가 아녔다. …알고 있는데도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 걸까.

 단순히 얼굴이 같아서? 그런 거라면 자신은 최악의 남자가 분명했다.

 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집으로 향했다.

 오늘 밤 있을 파티에서 라니에스를 다시 만나면 어떤 얼굴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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