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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니에스는 정말 라니에스인가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20.8.3

소설에서나 흔하게 겪는 일인 여자주인공한테 빙의를 했다.
원작 남자주인공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주인공인 라니에스는 이제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7.
작성일 : 20-08-05 17:52     조회 : 23     추천 : 0     분량 : 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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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몇 시간이나 잠들어 있었던 걸까. 눈을 괴롭히는 빛에 눈을 뜨자 환하게 빛나는 태양이 보였다.

 부스스 몸을 일으키자, 문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설렁 줄을 당겨 하녀를 부르기도 전에 노크도 없이 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보이는 제비꽃 색 눈동자를 보자 그가 라니에스의 아버지인 베르한 셰리카임을 깨달았다.

 그의 걱정스러운 눈에 내가 어제 쓰려졌다는 소식을 듣고 온 것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맞아, 어제 나 쓰러졌었지…….’

 

 아버지이니 딸인 라니에스의 건강을 걱정하고 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는 자신의 아버지가 된 베르한을 가만히 쳐다봤다. 내 아버지가 아닌, 타인의 아버지를 아버지로 불러야 함을 알고 있다.

 하지만 목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버석한 입안은 자가 뜻을 따르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나를 본 베르한은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헛기침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어제 몸이 안 좋아 쓰러졌다고 하더구나, 몸은 이제 괜찮은 거냐?”

 

 “네, 괜찮습니다. …아버지.”

 

 “그래. 괜찮다니 다행이군……. 그나저나 어제 에드워드 영식이 왔더구나.”

 

 “…파티에 파트너를 부탁드렸거든요.”

 

 “에드워드 영식에게 파트너를?”

 

 “네.”

 

 “내 너한테 그 영식하고 어울리지 말라고 그렇게 이야기했건만…! 내 말을 잊은 게야?”

 

 베르한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잊고 있었으나 에드워드와 라니에스는 가족의 반대가 심한 연인 사이였다.

 그래서 몰래 만나고 있었던 거였고. 왜 이런 걸 떠올리지 못했던 거지? 그만큼 내가 정신이 없었던 걸까?

 베르한의 노기 어린 얼굴을 보면서 그저 자신이 잊어버리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가다가 내가 진짜 라니에스가 아니라는 사실마저도 잊어버리는 게 아닐까?

 그런 상념이 이어지려던 찰나 귓가에 벼락처럼 꽂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니에스!”

 

 “…네, 아버지.”

 

 “내 말을 어디로 듣고 있는 거냐! 네 어미가 걱정해서 와봤거늘, 이런 네 모습을 볼 줄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 것인데!”

 

 “…아버지. 그와는 어떤 일도 없었습니다. 그저 파티에 홀로 갈 수 없어 파트너를 해달라 한 것뿐입니다.”

 

 “그것이 문제인 거다! 너는 어째서 그 사생아랑 어울리는 것이냐? 너는 셰리카의 하나뿐인 공녀다! 너에게 어울리는 영식은 얼마든지 더 있단 소리야!”

 

 “아버지, 파티에 파트너를 데려간 것뿐입니다. 장래를 약속한 것도, 결혼을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라니에스! 네가 이 아비의 말에 그렇게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다니. 더는 못 봐주겠구나! 한동안 외출을 금지한다! 그리고 그 영식과는 다시 만나지 말아라!”

 

 “아버지…!!”

 

 에드워드와 더 만날 수 없다니! 그건 라니에스가 아닌 자신에게도 꽤 충격이 큰 말이었다.

 에드워드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자신을 잊어도 자신을 기억해줄 유일한 사람.

 그런 사람을 더 만나지 말라니?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려도 떠올리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미뤄뒀던 네 혼인도 진행할 것이다.”

 

 “무슨…!”

 

 “그때까지 조용히 근신하고 있거라.”

 

 베르한은 나에게 더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방을 나갔다. 베르한을 붙잡지도 못한 나는 방안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가 유독 고지식하고 사방이 다 막힌 고집쟁이라는 건 책을 읽으면서도 충분히 느꼈던 부분이었다.

 언제나 그가 나오는 구간은 흔히 말하는 ‘고구마 구간’이었으니까. 그리고 자신 역시 작가에게 제발 사이다를 달라고 청하는 독자 중 하나였고.

 아직 잊지 않은 것들을 떠올리며 나는 두 손을 맞잡았다. 이대로 방 안에서 주저앉아 억지로 혼약을 맺는 건 자신이 할 일이 아니다.

 자신은 라니에스가 아니었다. 가장 명확한 명제 하나만을 떠올리며 천천히 심호흡했다.

 

 “이곳에서 나가야 해.”

 

 방 안에서 나가서 다음은…? 무작정 나간다 해도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었다.

 이곳에서 나가면 자신은 라니에스 셰리카가 아닌, 그저 연약하고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여자일 뿐이었다.

 무뢰한들의 먹잇감이 되기에 충분하고도 넘치는 아름다운 여자. 이곳에서 도망치려면 적어도 안전한 곳이 필요했다.

 몸을 숨기기 좋은 곳, 당분간 숨을 수 있는 곳, 아무도 모를 곳, 자신을 숨겨줄 수 있는 곳…….

 

 “제발…. 아무거나 떠올라, 아무거나!”

 

 라니에스 셰리카를 숨겨줄, 라니에스의 유일한 편. 소설 속에 그런 인물이 한 명쯤은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잊어버리지 않은 기억 중에 부디 그 이름이 있기를…. 그래서 지금 당장 떠오르기를…!!

 신이 자신의 기도를 들어준 것일까, 아니면 굳어 있던 머리가 움직이기 시작한 걸까. 머릿속에 섬광처럼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헬리아나 루펠…!’

 

 이름을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생김새도 떠올랐다. 황금을 녹인 듯한 짙은 금발과 또렷한 하늘색 눈동자.

 총기에 가득한 친우의 이름을 어째서 떠올리지 못한 걸까. 아니, 지금은 후회하고 있을 때가 아녔다. 좀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안 그러면 원하지도 않는 혼인을 치르고, 라니에스의 탈을 뒤집어쓴 채 살아가야 할 테니까.

 나는 엉망으로 엉켜가는 기억을 부여잡고 부디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바랄 뿐이었다.

 

 “일단 편지를 보내야 해. 그래스 헬리아나에게 이 상황을 알려야 해….”

 

 편지를 보내는 건 무척 비밀스럽고 조용히 진행 돼야 했다. 이 집에 믿을만한 하녀는 하나뿐이었다.

 과연 그녀가 자신을 위해서 일해줄 것인지 불안하기는 했으나, 지금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원래라면 향기가 나는 고급스러운 편지지에 편지를 써야 하는 게 맞았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거니와 그럴 때도 아니었다.

 나는 종이와 펜을 들고 간결하고 목적만 쓰인 편지를 쓰고나서 설렁 줄을 당겨 하녀를 불렀다. 처음 보는 낯선 얼굴을 보며 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꾸며내느라 애썼다.

 

 “가서 데이지를 불러와.”

 

 “하지만 공작님께서…….”

 

 “지금 내 말이 안 들려? 데이지를 불러오랬어.”

 

 “…알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요.”

 

 하녀는 방을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데이지를 데려왔다. 나는 하녀를 보며 눈짓으로 축객령을 내렸다.

 눈치 빠른 하녀는 내 말을 알아듣고는 조용히 허리를 숙여 인사 한 뒤 방을 빠져나갔다.

 아마 베르한의 귀에 이 일이 들어가는 것도 금방일 것이다. 그전에 어서 할 일을 끝마쳐야 했다.

 나는 제발 데이지가 베르한의 수족이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나는 간절함을 가득 담아 데이지를 바라봤다.

 

 “데이지, 너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어.”

 

 “아가씨….”

 

 “이걸 몰래 헬리아나에게 전해줘. 제발…!!”

 

 “아, 아가씨. 하지만…….”

 

 “데이지. 난 팔려 가듯 결혼하고 싶지 않아! 지금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건 데이지밖에 없어!”

 

 나는 혼신을 힘을 다해 데이지의 손을 붙잡고 애원했다. 그런 내 행동에 데이지는 어쩔 바를 모르며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자신이 모시던 아가씨가 매달리듯 부탁하는데 거절할 하녀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알고 있는 데이지라면 더더욱 내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겠지.

 역시나 내 예상은 정확하게 정중했다. 한참 망설이던 데이지는 무언가 결심한 듯 단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데이지…. 아가씨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고마워, 데이지…. 정말, 정말 고마워.”

 

 “아닙니다. 아가씨를 위한 것이 저를 위한 것인걸요. 그러니 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이 편지는 반드시 헬리아나 님께 전하겠습니다.”

 

 “데이지만 믿고 있을게.”

 

 데이지는 마치 전장에 나가는 기사처럼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방안을 나섰다.

 데이지가 나가자 다리에 힘이 풀린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마른 세수를 했다.

 이제 남은 건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부디 데이지가 베르한에게 들키지 않고 헬리아나에게 편지를 전할 수 있기를. 부디 헬리아나가 자신을 도와주기를 간절히 빌 뿐이었다.

 

 

 

 

 

 오늘로써 방에 갇힌 지 이틀째. 데이지가 무사히 편지를 전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아직 헬리아나에게서 어떤 반응도 돌아오고 있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초조해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대로 있다간 얼굴도 모르는 작자와 결혼할 판이었으니까.

 

 ‘그것만큼은 절대로 싫어! 라니에스로 살아가는 것도 모자라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랑 결혼하라고?! 누가 그럴 줄 알고!’

 

 분을 못 참은 나는 거센 콧바람을 색색, 뱉어내며 화를 안으로 꾹꾹 내리기 바빴다.

 지금은 최대한 조용히 있어야 했다. 그래야 베르한이 의심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방심할 것이다.

 베르한이 방심한 틈을 타 자신은 도망칠 것이다. 이 집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막막해졌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순 없었다.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갈 것이다. 그리고 라니에스로 살아가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희망이 생기자 염원은 점점 더 부풀어갔다. 부디 헬리아나가 자신을 도와주길 바라고 또 바랐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초조함에 방안을 부산스럽게 돌아다니던 찰나, 문밖에서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무슨 천둥소리처럼 들려 순간 심장이 쿵쾅거렸다. 내가 조심스레 문을 열자 데이지가 긴장한 표정으로 방안으로 들어왔다.

 

 “데이지…? 왜 그렇게 조심스럽게 들어와?”

 

 “아가씨, 아가씨게 전할 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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