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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니에스는 정말 라니에스인가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20.8.3

소설에서나 흔하게 겪는 일인 여자주인공한테 빙의를 했다.
원작 남자주인공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주인공인 라니에스는 이제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5.
작성일 : 20-08-03 23:12     조회 : 23     추천 : 0     분량 : 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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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이야기를 어떤 정신으로 나눈 건지 모르겠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라니에스의 미소에 넋이 나갔다고 해도 무방하겠지.

 저 안에 있는 것이 라니에스가 아닌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헷갈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건만…….

 그런 다짐은 라니에스의 미소 한 번에 다 무너져서 애초에 그런 다짐을 했었나, 싶을 정도였다.

 

 ‘나도 지독하군. 고작 얼굴에 속아 넘어가다니…….’

 

 내가 라니에스의 얼굴에 여전히 속아 넘어가는 남자라는 걸 알면 저 안의 그녀도 실망하게 될까.

 문득 든 생각에 나는 마차로 가던 걸음을 멈췄다. 내가 왜 라니에스가 아닌 그녀가 실망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지?

 내 발걸음이 딱 멈추자 뒤에서 따라오던 라니에스가 의아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에드워드? 무슨 일 있어요?”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일도 파티인데 얼른 돌아가야죠.”

 

 “그래요. 내일이 마지막 날이네요. 내일까지만 고생해주세요.”

 

 여전히 나를 향한 미소에 심장이 미칠 듯이 뛰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라니에스, 나의 하나뿐인 연인…….

 라니에스가 아님에도 라니에스라 착각해버리는 심장이 미우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여전히 사랑스러운 라니에스의 얼굴이었으니까. 나는 내 마음을 다스리려 애쓰며 그녀를 에스코트했다.

 마차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꽤 조용하게 돌아갔다. 그녀가 내리고 내 집으로 향하는 길 내 마음은 어쩔 수 없이 무거워졌다.

 

 “라니에스가 아닌 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와 라니에스를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럴 거라 다짐까지 했다.

 결코 가벼운 마음이 아녔는데도 라니에스의 미소 한 방에 모든 것이 부질없게 됐다.

 그녀를 라니에스로 착각한다면 라니에스에게도 그녀에게도 못 할 짓이었다.

 지금의 라니에스는 라니에스가 아니니까…….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새기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울렁거렸다.

 

 “라니에스…….”

 

 그래, 내가 사랑하는 라니에스는 언제나 내게 웃어주던 라니에스이다.

 지금 라니에스의 몸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 그녀가 아니라…….

 그러니까 두 번 다시 헷갈리는 일은 없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돌아온 라니에스를 볼 면목이 없으니.

 그리고 라니에스가 아닌 그녀에게도 실례일 것이다. 나는 오늘따라 유독 혼란스러워했던 그녀를 떠올렸다.

 그런 그녀에게 내가 했던 말을 지켜야 했다. 그녀를 오롯이 그녀로 볼 수 있는 존재로 남아야 한다. 그게 내가 유일하게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이름도 모르는군.”

 

 처음 그녀가 이름을 들려줬을 때, 자신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낯선 무언가를 듣는 기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상황 덕에 그녀가 라니에스가 아님을 절절히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아는 라니에스는 그런 언어를 말하지도, 알고 있지도 않을 테니까.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황당하기 그지없었는데 어느새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지나가 버렸다. 눈 깜빡한 사이에 지나간 며칠이 멀고도 가까이 느껴졌다.

 라니에스가 원래 몸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런 식으로 몇 달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걸까? 다들 그녀가 없어진 걸 모르는 채로?

 어쩌면 라니에스가 돌아오지 못한다고 생각하자 순식간에 불길해졌다.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라니에스는 돌아올 거야.”

 

 그래, 라니에스는 돌아올 것이다. 여기엔 그녀의 것이 모두 있었다. 가족도, 그녀의 집도, 그녀의 하녀들도, 그녀가 아끼던 물건들도….

 그러니까 라니에스는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 나는 가슴 한구석을 차지하는 불안감을 애써 모르는 척했다.

 나는 마차 밖에 시선을 두며 불길하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파티의 마지막 날. 나는 피로에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서 나와야 했다. 기분 같아서는 침대에 누워 움직이고 싶지도 않았는데 그럴 수도 없었다.

 이럴 땐 라니에스가 공작가의 하나뿐인 딸이라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그녀가 파티를 단 한 번이라도 불참하면 사교계에선 말이 돌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어렴풋이 느낀 것이지만, 사교계는 정말 무서운 곳이었다. 실제로 사교계를 맞닥뜨리고 느낀 점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여기서 자칫 잘못하면 한순간의 소문으로 모든 걸 그르치겠구나, 싶었다. 그만큼 가식적인 곳이자 보이지 않는 암투가 난무하는 곳이었다.

 거기서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그나마 침착할 수 있었던 것은 책을 통해 본 것이 있었고, 옆에 에드워드가 있어 줬기 때문이겠지.

 

 에드워드를 떠올리자 나는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진짜 나를 알아주는 유일한 존재. 거짓을 보이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하나라도 있는 것은 크나큰 위안이었다.

 그를 떠올리며 미소가 새어 나왔으나, 불현듯 그가 원래 라니에스의 남자라는 걸 깨닫고 온몸이 차갑게 식었다.

 그는 이 소설의 남자주인공이자 라니에스의 연인이었다. 그러니까 라니에스가 아닌 나는 그에게 이런 낯간지러운 마음을 품어선 안 된다.

 아무리 그가 유일하게 진짜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 이상 그와 가까워지면 안 됐다.

 

 ‘진짜 나를 알아주는 다른 친구를 만들면 돼. 그럼 모든 게 해결될 거야.’

 

 그래, 새로운 사람을 사귀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다. 진짜 나를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타이틀도 사라지겠지.

 그럼 그에게 이상한 호감이 더 생기지 않을 거다. 그에게 느끼는 친밀함은 이 정도면 됐다. 이 이상은…위험했다.

 마음을 단단히 잡아야 했다. 그가 사랑하는 건 라니에스지, 라니에스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내가 아녔다.

 

 “그래, 난 진짜 라니에스가 아니니까.”

 

 내가 라니에스가 아니라는 자각, 그것이 이 세계에도 나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유일한 끈이었다.

 혼자 여러 생각을 한 탓일까, 어느새 거울 안에는 멋들어진 붉은 벨벳 소재의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서 있었다.

 드레스의 치맛자락은 몸의 곡선을 그대로 타고 흘러내렸고, 금색 실로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드레스 자체만으로도 화려한지라 다른 액세사리는 필요 없었다. 거울 안의 있는 라니에스는 그야말로 태양의 여신 같았다.

 

 ‘봐도 봐도 적응이 안 되는 외모야. 이 몸에 있는 동안은 거울을 보면 계속 어색할 것 같아.’

 

 거울을 보자 자연스레 원래의 내가 떠올랐다. 내가 있던 세계의 내 모습은 어땠더라…….

 기억을 더듬어 거울 위로 원래 내 모습을 덧칠하려 했으나, 어째서인지 기억이 흐릿했다. 머리색은 검정이였나? 눈 색은…?

 머리 길이는 어느 정도였지? 신장은…? 난 뚱뚱했었나? 아니면 말랐던가? 발 사이즈는 몇이었지?

 

 기억나지 않으면 이상할 것들이 기억나지 않았다. 거울 속에 비치는 것은 은발의 제비꽃 색 눈을 가진 라니에스이지 내가 아는 나는 없었다.

 이 모습이 내가 아닌 것을 아는데, 내가 아는 내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째서…? 왜?

 내가 아는 내 모습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걸 깨닫자 손안이 땀으로 축축해졌다. 숨이 가빠지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침착해, 침착하는 거야. 하나씩 떠올리자. 기억나는 걸 생각하자.’

 

 엄마, 엄마 이름은…. *&!, 아빠 이름은 #:-……. 가족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떠올리려 애썼으나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문자만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이런 식으로 고국의 문자와 언어를 전부 잊게 되는 걸까? 그러다 결국 나 자신의 존재마저 잊어버리는 건가…? 그렇게 나는, 사라지는 건가?

 그러면 이곳에 남아 있는 건 누가 되는 거지? 기억을 잃은 나는, 정말 나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걸까?

 내가 가진 기억을 잃어버리면 나는 라니에스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 라니에스라고 불리면서, 라니에스의 모습인 채로 살아가는 나는…. 누가 되는 거지?

 

 “아가씨? 아가씨, 괜찮으세요?”

 

 “아가씨, 안색이 너무 안 좋으세요!”

 

 “…다들 잠깐만 나가 있어. 혼자 있고 싶어.”

 

 “네. 아가씨, 의원을 불러올까요?”

 

 “아니야. 조금만 혼자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알겠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불러주세요.”

 

 내 옷을 갈아 입혀준 하녀들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나가자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내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엄마와 아빠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질 못한다. 잊어버리는 것이…. 점점 늘어난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이 점차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내 기억만이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이었다. 내 기억이 사라지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안 돼…. 잊어버리면 안 돼!”

 

 나는 미친 사람처럼 종이와 펜을 찾아 기억나는 모든 걸 적고 또 적었다. 익숙지 못한 만년필로 적어 내려간 글씨는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엉망이었다.

 종이에도 드레스에도 잉크가 튀고 두서없이 써진 글자는 글자라기보단 낙서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도저히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된 글자를 보자 참을 수 없는 서글픔과 공포가 터져 나왔다.

 그 글자를 보며 나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이 세상에 와서 처음 느끼는 존재 소실의 두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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