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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니에스는 정말 라니에스인가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20.8.3

소설에서나 흔하게 겪는 일인 여자주인공한테 빙의를 했다.
원작 남자주인공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주인공인 라니에스는 이제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2.
작성일 : 20-08-03 22:49     조회 : 44     추천 : 0     분량 : 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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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말에 차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는지 에드워드는 그저 침묵을 고수했다.

 그는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끝끝내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심정을 충분히, 아니 넘칠 정도로 이해할 수 있었다. 오늘 청혼하려던 여자가 자신이 자신이 아니라는 말을 했으니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혼란스러울 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그가 이 상황을 이해하고 납득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밖에는 없었다.

 

 “선뜻 납득하기 어렵군.”

 

 “그럴 수 있어요. 일단 외형은 당신이 알던 라니에스가 맞으니 더 혼란스럽겠죠.”

 

 “그대의 말 그대로야. …내 눈엔 그저 라니에스로밖에 안 보여.”

 

 “하지만 절 라니에스로 생각하면 결국 상처받는 건 에드워드, 당신일 거예요.”

 

 “내가 상처받는다고?”

 

 “네, 하나부터 열까지 나는 라니에스와 다를 테니까요.”

 

 “…그럼 라니에스가 아닌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가?”

 

 훅 들어온 질문에 나는 대답하기를 망설였다. 아니라고 대답하기엔 그에게 너무 지나친 처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하지만 대답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도 그는 어쩔 수 없이 상처받았다. 그가 아는 라니에스라면 그를 사랑한다고, 거침없이 대답했을 테니까.

 그 질문을 끝으로 응접실엔 기묘한 침묵만이 맴돌았다. 뜨거웠던 홍차가 차갑다고 느껴질 정도로 식은 후에야 에드워드는 겨우 몸을 일으켰다.

 소파에서 일어나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라니에스를 보는 이 순간까지 현기증이 이는 것 같았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으나, 여전히 내 앞에는 언제 나와 같은, 하지만 언제 나와 다른 라니에스가 있었다.

 

 “…며칠 생각할 시간을 줘.”

 

 “…그래요. 그게 당신에게도 좋겠죠.”

 

 “생각이 정리되면…. 다시 올게.”

 

 나는 최대한 비틀거리지 않기 위해 다리에 힘을 줬다. 오늘을 위해 산 청혼 반지가 한순간에 고물단지로 전락했다.

 오늘 그녀의 오해를 풀고, 내가 사랑하는 건 당신밖에 없다며 나를 믿어달란 이야기를 하려 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진 꽤 행복한 상상을 했다.

 그녀가 얼마나 감동할까, 그녀에게 오랜만에 입 맞출 수 있겠지? 분명 좋아할 것이다.

 결혼을 어디서 할까 같은 고민도 했었다. 그런 행복한 상상을 하며 그녀를 만났으나, 나를 기다린 것은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였다.

 

 “라니에스가 아니라고.”

 

 침착하자, 애드워드 뒤셸. 어쩌면 그녀가 나에게 화가 나서 정말 끔찍한 거짓말을 하는 걸지도 몰라.

 천천히 오늘 그녀의 모습을 떠올렸다. 평소 라니에스의 사뿐사뿐한 걸음걸이와 다른 조금 호방한 걸음걸이.

 평소 그녀는 소파나 의자에 앉을 땐 언제나 드레스에 구김이 가지 않게 한 번 정리하고 앉았지만, 오늘 그녀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목이 말라도 물병에서 물을 따라 한 번에 마시지도 않았지. 다시 떠올려보니 그녀가 라니에스가 아님이 명백해질 뿐이었다.

 라니에스가 아니라 말하는 라니에스는 어딜보나 라니에스였으나, 그녀가 말한 대로 내가 알던 라니에스와는 달랐다.

 

 “그녀가 한 말이 전부 사실이라는 건가…….”

 

 정신이 다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그럼 나의 라니에스는 어디 있는 거지? 내가 알던 라니에스는…. 사라진 것인가?

 그렇다면 그건 라니에스에게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 그녀에게 자신의 진심을 말하지도 못했다.

 그녀는 끝까지 자신이 남작의 영애와 결혼할 거라 오해한 채로 사라진 것이었다. 그 사실에 에드워드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아아, 라니에스…. 그런 게 아닙니다. 내 진심은 그런 게 아니에요…….”

 

 나는 품에 넣어두었던 반지를 꺼내며 눈물을 떨궜다. 오늘 자신은 그녀에게 전해주려 했던, 소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반지….

 이제 이 반지를 전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에 나는 깊은 상실감이 들었다. 라니에스 셰리카. 나의 단 하나뿐인 연인…….

 그 아름다운 은발도 투명한 제비꽃 색 눈도 전부 볼 수 있는데, 그 안에는 왜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있는 걸까.

 당신은 어디로 사라진 거지? 나를 두고….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이지? 내가 다 잘못했으니, 부디 다시 내게 돌아와 줘…….

 

 

 

 

 

 그날로부터 에드워드가 연락이 없는지 오늘로 꼬박 일주일째, 그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건지 마음의 정리 중인 건지 어느 곳에서도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라니에스의 몸속에서 라니에스의 얼굴을 한 채, 라니에스로 살아가는 중이었다.

 모두가 나를 라니에스라고 부르지만, 정작 내게는 그 이름이 낯설어서 누군가가 나를 불러도 가끔 나를 불렀는지 모를 때가 있었다.

 나는 라니에스가 아닌데, 라니에스로 불릴 때 대답을 해야 한다니. 이 얼마나 이상한 경험인지 이름이 불리고 대답할 때마다 묘한 기분이 된다.

 내 겉모습은 라니에스가 맞으니 어쩔 수 없다며 익숙해지려 노력했지만, 일주일째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야 여전히 내 기억 속에 내 이름은 ※◆▶였으니까. 이십몇 년간 그 이름으로 불리다가 라니에스로 불리니 어색할 수밖에.

 

 이름만 어색한 것이면 다행이지만, 난 이곳의 섭리나 가치관, 예법에도 무지했다. 소설에서 읽은 것과 실제로 내가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애초에 소설에는 예의를 갖춘 몸동작, 이라는 짧은 단어 안에 라니에스의 예법을 뭉뚱그려놨기에 더 그랬다.

 다른 사람은 내가 라니에스가 아닌 것을 모르니 내가 예법을 틀릴 때마다 데이지나 다른 하녀들이 종종 이상하다는 시선을 보내왔다.

 

 “아가씨, 의자에 앉기 전에는 옷을 정리해야죠.”

 

 “아…. 그랬지. 미안, 내가 요즘 자꾸 뭘 까먹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하하, 하고 어색한 웃음으로 무마할 수밖에 없었다. 예법이란 건 어렵고 불편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미적지근한 생활이 며칠간 계속됐다. 딱히 누군가 찾아오지도 않고, 어딜 가지 않아도 되니 누군가에게 의심을 받을 일도 없었다.

 하지만 그 평화도 잠시, 10일 후 열리는 왕실 주최 파티에 오라는 초대장을 받았다. 간단한 티파티라면 거절했을지도 모르지만….

 

 “이건 거절할 수 없겠지.”

 

 파티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 불현듯 많은 것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파티장에 가서 춤을 출 때 파트너의 발을 밟으면 어쩌지?

 예법이 틀려서 누군가를 모욕한다면? 내가 실수로 드레스 치맛자락을 밟아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한 번 부정적인 생각이 들자 끊임없이 걱정되는 것들만 우후죽순 떠올랐다. 이러면 어쩌지, 저러면 어쩌지 하는 가정들을 하다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지금 걱정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기에 예법서라도 한 장 보는 게 더 이득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라니에스가 돌아왔을 때를 위해서 어느 정도 잘 지내야지.”

 

 그래, 어차피 떠날 사람은 자신이었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라니에스는 분명 돌아올 것이다.

 왜냐면 나는 라니에스가 아니고, 라니에스의 몸은 여기 있으니까. 내가 잠시 라니에스가 된 것은 그저 죽기 전에 며칠을 더 선물 받은 거라 생각하자.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힘내자 다짐했다. 내겐 아직 어색하고 낯선 세계지만 여전히 살아 있으니, 살아갈 이유는 충분했다.

 파티를 앞두고 며칠간은 무척 바빴다. 파티에 입고 갈 새 드레스와 장신구를 맞추기 위해 여러 재봉사와 상인들을 저택에 불러드렸다.

 옷의 치수를 제고, 원하는 디자인을 고르고. 사실 드레스를 고르는 건 처음이라 곤란했으나 의상실 마담의 센스가 좋아 추천해주는 대로 골랐다.

 

 그리고 또 며칠간은 춤 연습으로 바빴다. 아무래도 왕실 주최 파티이니 춤을 더 연습해야겠다는 내 변명이 먹힌 건지 나를 위한 춤 선생도 왔다.

 처음에는 선생의 발을 밟아 무척 미안했으나, 며칠간 열심히 연습한 덕에 그나마 그럴 듯해 보이는 춤을 출 수 있게 됐다.

 한창 바쁜 덕에 나는 에드워드에 관한 것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를 떠올린 것은 파티에 그도 올 거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에드워드도 오는구나.”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왕실 주최 파티에 그가 오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나와 그는 파티장에서 마주칠 것이 분명했다.

 만약 파티장에서 그를 본다면 어떤 얼굴로 봐야 하는 걸까. 반갑다고 인사하기에도, 모르는 척하기에도 애매했다.

 그에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정하지도 못하고 파티 날의 아침이 밝았다. 하녀들은 아침부터 매우 분주했다.

 그리고 그녀들에게 시중을 받는 나도 만만치 않게 바빴다. 드레스를 입기 위해서 아침은 최소한. 코르셋은 최대로 조였다.

 이러고 과연 숨을 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조이고 나서야 그들은 코르셋을 그만 조였고 준비한 드레스를 가져왔다.

 

 드레스는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했다. 산호색의 드레스는 치마 부분에 주름이 많아 조금만 움직여도 드라마틱하게 펼쳐졌다.

 몸에 딱 달라붙는 윗부분은 다이아몬드가 붙어 있어 세심하게 빛나며 몸매를 가감 없이 드러내 입고 나서 조금 부끄러워졌다.

 치맛자락에도 다이아몬드가 붙어 있어 아마 춤추다 치맛자락이 펼쳐지면 꽤 보기 좋을 것이었다.

 평소에는 그냥 풀어놨던 은발은 양쪽을 조금씩 땋아 반 묶음으로 해서인지 거울에 비친 나는 고아하게 보였다.

 화장까지 끝마치자 어느새 점심이 다 돼가고 있었다. 슬슬 파티가 시작될 시간이라 나는 서둘러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에 올라타 의자에 앉기 전에 데이지에게 귀에 박히도록 들은 예법을 떠올리며 치맛자락을 정리하고 앉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마차는 꽤 부드럽게 출발했다. 비포장도로임에도 불구하고 마차 안은 편안했다.

 어느새 마차는 성 앞에 도착했고, 내가 치맛자락을 잡고 내리려고 하자 누군가 내 앞에서 손을 내밀었다.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자 그 앞에는 에드워드의 얼굴이 보였다.

 

 “…라니에스, 오늘 제가 당신을 에스코트할 수 있게 허락해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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