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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운종룡변종견
작가 : 담적산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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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통이 나타났습니다. 시장 상인들을 괴롭히며 돈을 뜯는데,
체면상 우리가 직접 나서 줄 수도 없고 해서……."
"견자단을 쓰세요."
"혹시 한자가…개[犬]……."
"개자식들 맞아요."
"에…흠, 흠, 이름부터가…이런 일에 꼭 필요한 자들 같군요. 알겠습니다."

"꼴통이 또! 나타났습니다. 일류 고수를 서넛이나 맞이하고도 농담까지 하면서
칼 쓰는 걸 보니, 절정입니다.
그 경지까지 올라갔다면 정신 수양이 안 될 턱이 없는데,
어찌 그런 사도로 빠져들었는지 참……."
"견자단을 쓰세요."
"에엑! 대체…그놈들 뭡니까?"
"묻지 말아요. 다쳐."

 
21 화
작성일 : 16-07-19 15:24     조회 : 585     추천 : 0     분량 : 6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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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짖든가, 아님 물든가 ---(3)

 

 

 

 “크으으윽!”

 모용중걸은 옆으로 돌아서며 광겸에게 신음성을 흘렸다.

 너무나도 창피해서 분노했고, 그래서 다시 칼을 돌렸다.

 부우우우―

 휘둘러지는 순간, 이미 그것은 서안제일의 빠른 벌침이었다.

 “허헛!”

 이런 애송이에게 패했다.

 게다가 암습도 아니라 정면으로 마주 보고 서로 호흡 조절하고 병장기까지 뽑아 들고, 남는 시간에 칼이 찌르르 울리고 저쪽은 도기까지 난무하지 않았는가.

 제 위력이 충분히 발휘된 승부였다. 그런데 모용중걸이 패배를 인정치 못하고 다시 손을 쓴 것이다.

 “저런!”

 녹진자가 차마 못 보겠다는 듯 눈을 감았다.

 그만큼 충격이 컸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그러면 뭐 하는가.

 “멍!”

 광겸의 칼은 분명히 하나만 움직였다.

 그 얇고 작은 칼이, 무게만 쳐도 열 배 가까운 모용중걸의 커다란 도신을 흘려 내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모용청현의 경악은 극에 달했다.

 밑으로 쓸어내리듯 각을 주는 것이 그나마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광겸은 그 반대였다. 위로 끌어 올리며 흘리는 것이었다.

 까가각―

 모용중걸의 도는 광겸의 머리 위로 인도되듯 스쳤다.

 머리카락 몇 개가 잘려 날리는 사이로 광겸의 칼이 제 머리를 타고 바짝 붙은 모용중걸의 도를 빗각 쳐서 뒤로 더 당겼다.

 ‘내공만 아니라, 도법의 운용으로도 밀리는 거잖아!’

 어찌 이런 일이…….

 아무리 천재라도 어찌 수십 년간 주야장창 혹독하게 수련한 세월을 따라잡아 추월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어쩌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의 문제이지, 격차가 이렇게나 황당하다니!

 모용중걸의 도신은 광겸의 칼을 타고 삐딱, 바깥으로 흘렀다.

 중병을 휘두르려면 일단 몸의 움직임이 큰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모용중걸은 이미 이성을 놓은 상태였다.

 그 큰 동작이 빗나갔을 때 드러난 허점이란…… 게다가 주욱 뻗어진 팔, 그 겨드랑이에 광겸의 얼굴이 붙어 있을 정도였으니, 광겸의 남은 팔이 가만있을 손가.

 또다시 끔찍한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짝!

 모용중걸의 뺨이 홱 돌아갔다.

 뺨을 또 맞았다!

 이제 모용세가에서 나온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강북련에서 나온 무사들도 얼굴을 돌리고 외면할 정도였다.

 그러나 광겸의 분노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도신을 계속 휘둘러 댔다.

 “서안 수만 명의 생계를 책임진다고?”

 짝!

 반대로 돌면서 머리의 영웅건이 풀어져 날렸다.

 “그래서 두 명쯤은 희생시키는 게 당연하다고?”

 짝짝!

 모용중걸의 얼굴은 손쓸 틈도 없이 이리저리 돌아갔다.

 “두 명에, 네 명에! 다시 여덟 명! 열여섯! 그렇게 집어삼키며 커지면 어쩔 건데!”

 짝짝짝짝짝!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모용중걸의 입에서 드디어 비명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커흑!”

 몸까지 같이 홱홱 돌아 비틀리는 것이, 위태로워 보였다.

 녹진자가 실눈을 살며시 뜨며 가늘게 말했다.

 “선배, 그래도 서안의 기둥인데, 안 말려 줄 거요?”

 종남일기는 이럴 때 엄격했다.

 “맞아도 싸.”

 결국 모용청현이 어쩔 수 없이 끼어들었다.

 “어, 어, 숙부님! 아이고! 잘못했어요! 모시고 나, 나갈게요! 아이고!”

 절묘한 방향으로 끼어든 것을 광겸이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입을 꽉 다물고 칼을 날렸다. 안 비키면 정말 확 그어 버릴 태세였다.

 “끼어들면 죽여 버릴…….”

 그러나 모용청현은 앞을 가로막으며 팔을 벌린 채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겸아!”

 광수의 외침이 마당을 울렸다.

 멈칫.

 칼은 모용중걸을 가로막은 모용청현의 가슴팍 옷깃을 살짝 갈라놓은 후였다. 이어진 바람이 모용청현의 가슴 옷깃을 들썩였다.

 모용청현이 흘린 식은땀이 그 바람에 홱, 허공으로 흩어졌다.

 광겸의 칼끝을 중심으로 가슴팍의 땀이 동그랗게 밀려나며 날아가는 광경.

 반짝거리는 그 순간이 마치 꿈같았다.

 모용청현조차 일시지간 찍 소리를 못할 정도였다.

 광수가 나직이 탄식을 했다.

 “겸아…… 그는 아현의 생부다…….”

 흑흑거리는 소리가 아현의 방에서 다시 흘러나왔다.

 모용청현의 마음도 같이 울었다.

 자기 아내는, 자기 딸은, 그리고 모용청현 자신은…… 대체 여기서 여태까지 뭘 하고 있는 건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그 모든 희생도 헛되이 모용세가, 섬서의 자랑인 중도가 이렇게 허무하게 망가지다니.

 울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겉 얼굴은 웃어야 했다.

 광겸!

 천조쌍도라는 별호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식은땀이 절로 솟아나는 무위였다.

 이렇게 빠른 공세에 끼어든 시점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질 수는 없다. 오로지 공세를 펼친 광겸의 손이 알아서 급작스럽게 뚝 멈추는 것 말고는.

 게다가 광겸의 손에 들린 칼은 일렁이는 듯 보였다.

 도기가 공기를 헤치는 상태였던 것이다.

 왕창 휘두르는 동작 없이 단 한 점의 찌르기만으로 도기를 바깥으로 발출시키는 것이 가능한, 그것이 아주 익숙한 고수였다.

 그리고 사람의 살 앞에서 바로 거두는 것도 가능하니, 이건 이미 절정의 경계를 한참이나 전에 넘은 고수 아닌가.

 그런 광겸이 싸늘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모용청현은 가슴 속살까지 아린 느낌을 주는 시퍼런 칼을 쳐다보며 바보같이 웃었다.

 “헤헤헤, 말로 하면 되잖아요. 아이고, 우리 숙부 많이 아프시겠다. 아이고…….”

 탁―

 모용청현은 비틀거렸다.

 모용중걸이 세차게 뿌리친 까닭이었다.

 모용중걸은 시뻘게져서 부어오르기 시작하는 뺨으로 배어 나오는 피멍울을 내버려 둔 채 흐흐 웃었다.

 “녹진자 어르신, 그리고 그 옆의 어르신……. 크흐흐, 모용세가의 도법이 이리도 힘없이 무너지는군요. 흐흐흐…….”

 그러자 종남일기가 차갑게 대꾸했다.

 “누가 상대도 몰라보고 덤비래? 대체 네 나이가 몇이냐? 왜 철없이 까불어? 네가 갓 태어난 강아지 새끼냐?”

 너무도 냉정한 말이었다.

 모용세가의 무인들 중 한 명이 항변했다.

 “이렇게 참혹하게 자존심을 짓밟으면 저희 모용의 이름 밑에 기대고 사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입니까! 저희도 그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살았습니다! 이렇게 단 한 번의 실수로 그 수고를 외면하신다는 겁니까!”

 그러자 광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천조, 하늘의 손톱이라 불리는 칼이 치켜 올려져 가리킨 곳은 홍춘이었다.

 “그럼, 저기 우리 형수는 무슨 실수를 했나? 그간 모용세가의 내조를 위해 열심히 산 거 하나가 죈가? 모용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쉽게 스스로에게 용서를 줄 수 있는 존재인가? 기르는 개한테 밥을 주는, 그런 존재인가?”

 광겸은 일부러 우리 형수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

 일부 사람들의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였다. 그러니 모용중걸과 모용청현의 심정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제 우리 형수, 남이다!

 

 모용청현의 눈이 흔들리는 것을 홍춘은 보았다.

 한순간이지만 뭔가 울컥하는 것이 올라왔고, 그러나 다시 이를 악물고 그 흔들림을 외면하는 홍춘이었다.

 거기에 종남일기가 쐐기를 박았다.

 “시끄러! 네놈들, 아니, 백 년을 훨씬 넘게 산 나도 다 강호인이다! 강호인이 공자, 맹자 찾냐? 문제 생겼을 때 말로 해결하냐? 칼로 해결하잖아!”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모용중걸이 중얼거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초점이 풀려 버린 눈으로 간신히 칼을 바닥에 찍어 서 있는 모습이, 다리도 풀린 것 같았다.

 이런 수모를 누가 생각했겠는가.

 그리고 종남일기의 왈칵거리는 고함이 이어졌다.

 “그게 어쨌냐니! 이런 뻔뻔한 놈들! 칼로 돈 벌어 기득권 만들고 그걸 다시 칼로 지키겠다니, 네놈들이랑 저 시장통 흑도 방파랑 다를 게 뭐 있느냐? 그러고도 세가의 자존심이 어쩌고 나불댈 테냐! 앙?”

 “너무하십니다! 그런 비유를 어찌 저희 모용세가에……!”

 “꺼져! 무공은 글자의 뜻부터가 자기가 아니라 남이다! 손에 남의 피 묻힌 칼을 든 자는 기득권이 없어! 그 이치를 깨닫지 못하면 모용세가는 오늘 당한 패배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종남일기는 녹진자까지 끌고 휭하니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탁, 소리 나게 닫았다.

 그러나 분위기가 쉽게 흘러가지는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렇게나 참혹하게 깨졌으니.

 아무도 말이 없는, 움직임도 없는 그런 정적은 바깥에서 깨졌다.

 거지 하나가 구르듯 뛰어 들어온 것이다.

 “견자단 대협 여러분! 크, 큰일 났습니다! 만령충이 떼거지로, 아니, 아니, 마교가, 마교가 개 떼처럼 쳐들어와 사람들을 마구 죽이고 있습니다!”

 쾅!

 방문이 다시 열렸다.

 “이, 이 대낮에?!”

 입이 딱 벌어진 종남일기와 녹진자가 물었다.

 “어디냐!”

 개방의 삼결 제자가 헉헉거리는 숨을 채 돌리지도 못하고 급하게 대꾸했다.

 “모용세가입니다!”

 집 안의 모든 사람들이 입을 벌렸다. 때가 아주 정확하지 않은가. 무엇보다 모용세가 무인들의 경악은 이루 말할 것도 없었다.

 마교라니!

 강북련과 구대문파에서 공동 발표로 조심하라고 당부를 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이거늘, 서안이라니!

 “……!”

 “이렇게 빨리 움직이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마교를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가 토해 낸 경악이었고, 모용중걸과 청현은 얼굴이 굳어진 채 호흡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몸을 날렸다.

 “세가로 돌아간다!”

 종남일기가 소리쳤다.

 “정녕 경악스럽게 위험한 수법이 자명고로구나! 세력을 이리도 빨리 움직일 수 있다니. 한데 아까 충령체 하나를 죽이지 않았더냐?”

 그러자 광겸이 코웃음을 쳤다.

 “작은형이 백선고 여왕을 가지고 있는 걸 확인했으니,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급해졌겠죠. 작은형 있는 곳에서는 만령충을 부리지 못할 테니까. 결국 모용으로 갔더라도 목표는 우리, 견자단이에요.”

 광검이 만령충이 튀어 나왔던 왼팔을 쳐들며 부들부들 떨어 보였다.

 “아끼고 싶은 지렁이가 아주 많은 모양이죠, 뭐. 흐흐흐.”

 그러는 사이, 모용세가의 무인들이 뒤를 돌아서 장원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종남일기가 소리쳤다.

 “이 미친 강아지야! 지금 웃음이 나오냐! 마교는 일단 습격한 곳에 생명체를 남겨 두지 않는다! 모용세가가 완전히……!”

 그의 말문이 막힌 것은 홍춘의 어깨가 흔들리며 눈을 감고, 아현의 울음소리가 끝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아빠! 흑! 흑흑!”

 원치 않은 실수였다. 아차 싶은 종남일기의 얼굴이 돌려졌다.

 가족에 대해서라면 가장 유명한 말이 있지 않던가.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아현의 울음을 모용청현은 끝내 뿌리치지 못했다.

 덜컥―

 뛰어오르려다 말고 돌아보며 웃어 주는 것이다. 그러나 표정은 방금 전의 자연스러운 멍청함이 아니었다.

 잔뜩 일그러진 웃음이었다.

 “헤헤, 아, 아현아……. 아빠가 금방 올게. 기다려…… 아빠가…….”

 아무리 웃음으로 가장하려 해도 이럴 때 나오는 눈물은 누구도 핀잔을 주지 않는다. 잠시 말을 끊은 모용청현은 호흡을 가다듬어 떨림을 가라앉히고 난 후에야 다시 말을 이을 수 있었다.

 “아빠가, 맛있는 거 사 줄게.”

 모용청현은 홍춘처럼 이를 악다물었다. 잇몸에서 피가 날 만큼, 턱 근육이 얼얼하도록 악다물었다.

 높은 내공도, 깊은 수양도 이럴 땐 다 소용없는 모양이었다. 입이 길게 늘어나며 입술이 떨어졌다.

 “크흐으…….”

 전설이 말하는 마교였다.

 하늘의 별 같은 선배 고수들이 증언하는 마교였다.

 더더구나 이십 년 전과 달리 아예 대놓고 개 떼처럼 쳐들어온 마교의 힘 앞에 살아 돌아오겠다고 거짓을 말한들, 그것도 십 년을 극도의 가난이라는 진창에서 구르던 딸에게 눈물을 안 보일 재주는 모용청현에게 없었다.

 뛰어오른 자신을 그제야 한 번 크게 불러 보는 아현이 아닌가.

 “아빠―아―!”

 모용청현은 마지막 한마디를 속으로 삼키며 끝내 돌아보지 않았다.

 ‘미안하다.’

 청현의 신형이 급격히 멀어지는 가운데 이제껏 한마디도 하지 않던 녹진자의 한탄이 다시 그의 가슴을 후벼 팠다.

 “천륜이 무섭구나. 어찌 이리되도록 한 번 돌아보지를 않았더란 말이냐. 네놈 애비보다 더 독한 것이 네놈이로구나.”

 스윽, 손이 드디어 소매 속에서 꺼내졌다.

 눈가를 훔치는 그 흰 손을 멀리서도 광수는 놓치지 않았다.

 “백룡수! 어쩌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백룡수? 아니, 설마!”

 그 의미에 종남일기가 놀라는 순간, 광수는 팔짱을 풀고 말했다.

 “개 떼가 풀렸다! 가자!”

 광검이 눈을 시퍼렇게 불타올랐다.

 “드디어 복수다! 크하하하하하!”

 광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찌감치 두 개의 칼을 빼 들고 손안에서 반 바퀴 돌려 역수도로 잡았을 뿐이다. 그러나 눈의 살기는 광검 못지않았다.

 그때, 홍춘이 끼어들었다.

 “무리하지 마. 우린 이제 그 사람보다 당신이 더 필요해.”

 모용청현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광수는 쓰게 웃었다.

 “우리 둘은 그렇지. 하지만 아현에겐 어떨까?”

 홍춘은 정곡을 찌르는 말에 이를 악물어야 했다.

 절대로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왜 핏줄로 연결이 되었더란 말인가.

 “난…… 작은 할아버지만 미워……. 난…… 아빠가, 흑, 작은 할아버지 땜에 어쩔 수 없이 그런 거…… 다, 알아.”

 “걱정 마라, 같이 데려올게. 아현아, 이 둘째 삼촌이 약속해 주마.”

 광검의 눈은 한 점의 과장 없이 정말 시퍼런 불똥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 상태에서도 아현에게 말을 한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쑥스러운 듯 먼저 걸어 나가는 광검이었다.

 “둘째 삼촌!”

 아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자 광겸이 거꾸로 쥔 칼을 겨드랑이에 끼며 받았다.

 “약속이 아니라도 삼촌들은 어차피 마교랑 같은 하늘 아래서 못 살거든.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너랑 엄마가 고생 한 것도 결국 마교 때문이야. 아현아, 삼촌들은 견자단이야. 걱정하지 마.”

 아현은 방문 앞으로 다가온 홍춘의 손을 자기 얼굴에 대고 눈물을 닦았다.

 “조심해, 삼촌…….”

 광수가 웃었다.

 “세 불리하면 삼십육계라…… 우린 죽지 않는다, 아현아.”

 견자단 삼 형제는 앞서 떠난 모용청현의 뒤를 쫓아 달려 나갔다.

 그 뒤를 따르는 꼿꼿한 성질의 두 노친네의 투덜대는 소리가 꼬리를 물었다.

 “젊은 놈이 자존심도 없냐? 도망간다는 소리나 먼저 해 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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