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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운종룡변종견
작가 : 담적산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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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통이 나타났습니다. 시장 상인들을 괴롭히며 돈을 뜯는데,
체면상 우리가 직접 나서 줄 수도 없고 해서……."
"견자단을 쓰세요."
"혹시 한자가…개[犬]……."
"개자식들 맞아요."
"에…흠, 흠, 이름부터가…이런 일에 꼭 필요한 자들 같군요. 알겠습니다."

"꼴통이 또! 나타났습니다. 일류 고수를 서넛이나 맞이하고도 농담까지 하면서
칼 쓰는 걸 보니, 절정입니다.
그 경지까지 올라갔다면 정신 수양이 안 될 턱이 없는데,
어찌 그런 사도로 빠져들었는지 참……."
"견자단을 쓰세요."
"에엑! 대체…그놈들 뭡니까?"
"묻지 말아요. 다쳐."

 
22 화
작성일 : 16-07-19 15:24     조회 : 488     추천 : 0     분량 : 8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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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저 들판의 못된 늑대는 개로 사냥한다

 

 

 

 

 

 

 

 먼지는 이미 자욱했다. 아니, 먼지가 아니었다. 연기가 자욱하니, 이는 마교에서 터뜨린 몽환연이었다.

 고함 소리, 칼 부딪치는 소리가 난무했다. 다행히 아직 모용세가의 본 건물 안으로는 뚫지 못한 것 같았다.

 모용청현은 얼핏 자신의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흰 뱀을 본 것 같았다.

 “타핫!”

 모용세가의 한 무인이 고함을 지르며 뱀을 향해 도를 휘둘렀다.

 카앙!

 “으허헛!”

 뱀은 어처구니없게도 쇳소리를 냈다. 모용세가의 무인이 약간 튕겨진 칼의 반탄력을 제어하는 사이, 또 다른 뱀이 날아들었다.

 카앙!

 중심이 제대로 잡혀 있어도 이럴진대 흐트러진 상황에 부딪쳤으니 칼은 더 멀리 튕겨졌고, 모용세가의 무인은 아예 칼을 따라 몸을 한 바퀴 돌리고서야 반탄력을 제어할 수 있었다.

 그사이 뱀은 한 마리 더 늘어나 있었다.

 모용청현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것이…… 만령충?!’

 저쪽에서 모용중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쳐라! 물러서지 마라! 만령충은 기로 이뤄진 놈이다! 진기를 집중해 침투경을 써라!”

 그러는 사이, 비명이 울렸다.

 “크아아아악―!”

 “아앗! 구포!”

 촉수는 금방 십여 개로 늘어났다. 동료를 상대하던 촉수가 돌아선 것이다. 모용세가 무인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뒤이어진 무인의 경악도 모용청현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크윽, 이, 이런 괴물이 삼십 마리나…….”

 촉수가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구불거리는 통에 고수가 검기 다발을 수십 개 쏟아 내는 것과 마찬가지인 공격이었다.

 절정고수 급의 공격인 것이다.

 카카카카캉!

 중도는 제대로 휘둘러져야 한다. 그러나 촉수의 숫자가 많은 탓에 휘둘러질 공간도, 시간도 주지 않았다.

 결국 도는 서너 번 만에 저만치 튕겨졌다. 사실 서너 번이라도 버틴 것이 용했다.

 “헉!”

 촉수가 그대로 찔러 들었다.

 모용세가 무인의 눈이 질끈 감겨졌다.

 “터허!”

 모용청현의 손, 늘 소매 안으로 들어가 보여 지지 않던 손이 활짝 펼쳐진 채 나왔다가 두 번째 마디부터 구부러졌다.

 그 상태로 하얀 진기가 뿜어지며 구체가 형성되었다.

 모용세가가 중도로 이름을 얻기 전에 원래 구사했던 장법, 백룡수의 십이성 경지였다.

 

 ―백룡의 손아귀에 여의주가 있으니, 그 여의주는 용의 손톱이요, 곧 용의 칼이며, 또한 용이 불어 낸 진경(震驚)이다.

 

 모용청현의 손이 움켜쥔 듯한 구체가 만령충의 촉수와 부딪쳤다.

 빠직!

 무인이 눈을 뜨더니 이내 크게 확산시켰다.

 만령충의 촉수가 흩어지는 것 아닌가.

 남아 있던 만령충의 촉수들이 요란하게 흔들리더니 모용청현을 향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어, 어! 소, 소가주……. 어찌 이런 실력을?!”

 하지만 모용청현은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갑자기 수십 개나 쏟아지는 촉수는 쇠로 만든 듯 강한데 손은 두 개뿐이지 않은가.

 빠지지지지지지직―!

 연기 사이로 드디어 촉수의 본체, 마교의 인물이 보였다. 간신히 두 치 앞이나 보일까 말까 한 몽환연이 조금씩 걷히고 있는 탓이었다.

 흘깃 본가 쪽을 돌아본 모용청현의 안색이 급변했다.

 담벼락에 바짝 붙은 만령충의 촉수가 하늘 높이 올라가 하늘거리는 음영이 몽환연에 비쳤고, 그 촉수에 옥죄여져 늘어진 시체도 몇 구 보였기 때문이다.

 “으아아악!”

 “커헉!”

 익숙한 음성들이 내지르는 비명이 늘어갔다.

 그리고 모용청현의 움직임도 하얀 촉수들을 조금씩 누르기 시작했다.

 모용세가의 무인은 지금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수십 개와 두 개가 붙으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모용청현은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었다.

 백룡수의 진기가 드디어 조금씩 만령충을 압박해 나가는 것이다.

 빠작! 빠자작! 빠작!

 “크으으으!”

 만령충을 배에서 쏟아 낸 자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리고 결국 백룡수의 큰 일격이 촉수들을 꽃처럼 활짝 벌어지게 만드는 일격이 꽂혔다.

 빠자작!

 모용세가의 무인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의 심장을 찔렀다.

 푸욱―

 칼의 면에 길게 난 혈조를 타고 심장의 압력이 세차게 뿜어졌다. 다음 순간, 흰 촉수가 가느다랗게 혈조의 골을 타고 뿜어졌다.

 “으헛!”

 모용세가 무인이 깜짝 놀라 도를 버리지 않았다면 그의 손은 여지없이 촉수에 뚫렸을 것이다.

 동시에 괴이한 소리와 함께 박혔던 도가 밀려 나왔다.

 쑤우우우우욱――

 모용세가의 무인도, 청현도 기가 질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생명력이라는 것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때. 저만치에서 모용중걸의 호통이 발해졌다.

 “갈!”

 콰아앙!

 담벼락 일부가 부서지며 몽환연이 확 몰렸다가 흩어졌다.

 선명하게 드러난 풍경 속에 만령충 촉수를 가득 달고 흐느적이는 그림자가 나타났다.

 “커허윽!”

 꿈틀, 팔다리는 이미 부들거리는데도 만령충의 촉수는 스스로 바닥을 지탱하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일어선 자는 입에서 피를 뿜었다.

 그랬다가 그 피도 곧 만령충의 촉수들로 대체되었다. 이어 긴 호흡을 들이쉬는 모습이, 치명타를 맞고도 서서히 회복되는 꼴이 분명했다.

 모용중걸의 기합성이 다시 터져 나왔다.

 “타―!”

 콰앙!

 기운은 침투경이었다. 그것이 가슴 안쪽에서 폭발한 것이다.

 괴인은 눈을 까뒤집고 쓰러졌다.

 눈이 대롱거리며 삐져나왔다. 다시 거기로 만령충의 촉수가 쏟아져 나왔다. 입, 코, 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이, 그제야 죽은 것이 확실해 보였다.

 “헉헉헉!”

 모용중걸은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이제 겨우 하나 해치운 마당에 힘은 쪽 빠져 한참을 쉬어야 할 처지였다. 모용세가의 무인이 물경 수백에 달하는데 겨우 삼십을 맞아 이 지경이니 군소 문파는 공격을 받으면 그냥 파경을 맞이할 것이 틀림없었다.

 큰숨을 몰아쉬며 진기를 다스리는 모용중걸의 뒤로 만령충의 촉수가 다시 다가들었다.

 모용청현이 이를 악물고 손을 내질렀다.

 파콰자자자자작!

 “크허허허억!”

 힘없이 쓰러지는 사내의 몸에서 만령충이 쏟아져 내렸다. 죽은 것을 확인할 틈도 없이 청현은 모용중걸에게로 도약했다.

 “숙부님!”

 진기의 여의주를 움키고 있던 두 손이 활짝 펼쳐졌다.

 “……!”

 놀라는 모용중걸의 눈에 비쳐진 구체는 곧장 날아가 뒤에서 다가들던 만령충인의 가슴을 가격했다.

 파콰자자자작―!

 하얀 기세의 뇌전이 가슴에서 피어났다가 사라지며 만령충인도 쓰러졌다.

 무리하게 움직인 청현도 거친 숨을 내뱉었다.

 “괜찮으십니까, 숙부님?”

 그러나 모용중걸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백룡수!

 “백, 백룡수를 네가, 네가……!”

 술에 절어 망가진 것 같던 조카가 사실은 가문의 실전된 비기를 익히고 있었다니.

 가슴 가득 회한이 밀려들었다. 대체 자신은 무엇 때문에 비인간적인 길을 걸었나.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자신은 자존심을 생각하고 지내는 동안 정작 시린 가슴을 안고 내색 없이 절치부심한 것은 모자라 보이던 조카 놈이 아닌가.

 그러나 상황이 급해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막 고개를 든 순간, 청현의 등 뒤로 날아드는 흰 뱀이 보였다.

 쉬이익―

 “안 돼!”

 호흡을 다시 들이마시지도 못하고 그냥 몸을 돌리는 청현의 모습이 눈에 밟혔다.

 손을 들어 막아 가는 청현의 손에 힘겨운 일렁임이 피어났다.

 빠작― 빡―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고 해도 내쉬지 못하게 지킬 숨 따위가 있을 턱이 없었다. 손의 충격이 그대로 전해지며 가슴을 압박하고 다시 청현 자신의 몸무게를 더했다.

 다리가 비틀거리며 청현의 신형이 뒤로 물러났다.

 “헙!”

 물러나며 간신히 들이마신 반 줌의 호흡. 청현은 그것으로 모용중걸의 눈앞까지 밀려나고서야 간신히 버텨 섰다.

 방금 전에 부딪쳤던 만령충의 촉수 따위보다 훨씬 더 단단했다. 아무리 진기의 집중이 모자랐다고는 해도 백룡수의 위력을 이리도 형편없이 밀어내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그리고 서서히 걷히는 몽환연 사이에서 보이는 것은 남만에서 사람을 삼킨다는 구렁이만큼이나 굵은 촉수 수십 개를 하늘거리는 거상이었다.

 크기와 세기가 비교도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

 눈동자에서 다른 만령충인을 부리는 신호가 반짝일 때마다 흰 촉수 같은 음영이 눈동자를 스쳐 가는 현상.

 “충령체로구나!”

 모용중걸은 경악했다.

 아침에서 점심나절로 넘어가기 직전에 견자단이 충령체를 해치웠다는 소문을 분명 들었다. 그런데 눈앞에 또 나타난 것이다.

 이윽고 몽환연이 완전히 걷히며 드러난 것은 네 개의 눈동자였다.

 “어헛!”

 청현도 중걸의 입과 같이 쩍 벌어졌다.

 나타난 괴인은 머리가 두 개였다. 팔도 네 개, 다리도 네 개인데 몸만 하나인 것이다.

 “저, 저럴 수가!”

 “으아아아아악―!”

 그때, 담이 무너진 틈으로 본가 안쪽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들어가서 도와주십시오!”

 청현이 다시 맞붙으려 하자 모용중걸이 소리쳤다.

 “안 된다! 너는 여길 빠져나가라! 백룡수를 익힌 자는 모용세가를 재건할 수 있어!”

 빠자자자자자작!

 청현이 촉수를 다시 걷어냈다.

 촉수가 받는 타격도 엄청난 것이어서, 합쳐진 것이 분명한 몸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청현은 덕분에 숨을 내쉴 틈을 얻었다.

 “어차피 반쪽짜리입니다! 이걸 지키느라 또다시 내 가족을 버리느니 차라리 죽을 겁니다! 들어가세요! 숙부님! 정면충돌입니다! 포위가 아니에요! 식구들 데리고 뒤로 빠져나가십시오!”

 모용중걸은 하려던 말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가슴을 치는 후회가 다시 밀려들었다.

 그때, 결혼한 후 수십 년 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아내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당황하지 마라! 만령충을 경험한 가신들은 가운데로 사람들을 몰아넣고 그 바깥에서 대항하라! 서안제일고수이신 가주께서 도착하신 모양이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지점은 안채에서 좀 더 뒤로 물러난 쪽이었다.

 그로 보아 뒤쪽에서의 습격은 없는 것이 확실했다.

 청현은 오자마자 그런 상황을 이미 한눈에 꿰뚫어 보았다. 모용중걸 자신보다 기감을 느끼는 영역이 훨씬 넓다는 증거였다.

 ‘이, 이런 실력을 가지고도…….’

 자신의 말을 거스르지 않고 처자식을 바깥으로 내놓다니.

 십 년 동안 헤롱거리며 술이나 퍼마시던 가슴은 대체 어떠했단 말인가.

 모용중걸은 돌아서야 했다.

 남은 것은 후회와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망치질을 당하는 가슴의 대못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식구들이 있었다.

 “와아아! 중걸 님께서 오셨다! 힘을 내자!”

 힘겨워 보이는 것이 역력한 청현을 두고 중걸은 돌아섰다.

 “조금만 버티거라! 곧 다시 오마!”

 한 발짝, 한 발짝 떼어 놓는 발걸음이 자신을 내려치는 칼날 같았다. 모용중걸은 이를 악물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빠자자자자작!

 다시 억지로 공격을 했다. 그 순간, 악으로 버티던 청현의 허파가 다시 호흡을 요구하며 불같이 쪼그라들었다.

 진기가 뚝 떨어져 손이 밀려났다.

 숨을 얼마나 억지로 참았는지 찰나지간 눈앞이 흐려질 정도였다.

 그러나 저 충령체는 허파가 네 개인 모양이었다.

 백룡수의 진기에 부딪쳐 잠시 촉수들을 움칫거리게 만들어도 달려드는 촉수가 그만큼 많은 것이다.

 청현의 손이 자꾸 무거워져 갔다.

 “후…… 합!”

 운 좋게 얻은 간발의 틈으로 숨을 한 번 제대로 들이마신 청현은 양손을 벼락같이 내뻗었다.

 빠작! 빠자자작!

 하얀 뇌전이 튕기면서 촉수들이 양쪽으로 확 갈라졌다.

 그 틈으로 한 발을 찔러 넣는 것은 당연했다.

 고수가 내디딘 진각(唇脚)의 충격은 지축을 울리는 법이다.

 쿵!

 빠르게 내디뎌진 진각의 튼튼한 받침 위로 백룡수의 허연 뇌전 덩어리가 쏘아졌다.

 그 순간!

 촤악―

 사실은 몸이 두 개였다는 듯 양쪽으로 갈라지는 충령체였다.

 ‘억!’

 청현의 눈이 확대되었다.

 허파를 쥐어짜 내다시피 해서 남은 호흡을 다 가져간 진기, 그 일격이 헛되이 멀어지는 것이 그 눈에 박혔다.

 그리고 다시 촉수가 떨어져 내렸다.

 빠자자자자작!

 대항할 겨를이 없었다.

 청현은 몇 걸음을 뒤로 밀리다가 결국 촉수에 왼쪽 얼굴을 얻어맞았다.

 빡!

 홱 돌아가는 얼굴과 함께 세상이 도는 것처럼 보였다. 고수의 감각을 흐트러뜨릴 만큼 강력한 일격이었다.

 청현은 본능적으로 숨을 들이켜려 애를 썼다. 캄캄해진 눈으로 손을 마구 휘저었다.

 일시적으로 충령체가 멈춰 서는 것에 따라 열을 맞춘 십여 명의 만령충인들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 말인즉, 세가 안에서 다른 충령체가 만령충인을 지휘하고 있다는 결론이었고, 자신이 쓰러지면 눈앞의 만령충인들도 밀물이 되어 세가를 덮칠 것이다.

 “끄어흐어!”

 청현은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그러나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워낙에 강한 충격을 받아 길게 한 호흡이 다 끝나고 나서야 눈이 도로 밝아졌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의 손 하나가 촉수에 휘감긴 상태였다. 그리고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눈으로 들어가 눈을 깜빡여야 했다.

 팔에 힘이 들어가지 못할 만큼 가해지는 압박을 청현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촉수가 마구 흔들어 바닥에서 중심을 잃게 만들려는 의도가 느껴졌다.

 천근추의 수법으로도 몸이 들썩였다.

 ‘조금만 더!’

 이를 악물던 청현은 순간 힘을 더 가하려는 촉수를 느끼자마자 천근추를 풀었다. 그러자 몸이 홱 들리며 충령체의 몸도 같이 뒤로 기울었다.

 일시지간 충령체의 눈에 당황하는 빛이 스쳤다.

 끌어당겨지는 청현의 신형이 충령체와 바짝 붙었다.

 동시에 청현의 오른팔이 백룡수 진기의 뇌전을 폭발시키며 찔러 넣어졌다. 그러나 옆에 있던 만령충인의 촉수 하나가 그사이로 파고들었다.

 빠작!

 촉수는 산산이 부서지며 흩어졌지만, 그로 인해 정작 목표로 삼은 충령체 본신은 힘이 감소된 후에 맞았다.

 빠자자자자작!

 ‘이런!’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였다.

 두 번이나 빗나간 것이다. 허파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끌어들인 것이 아니라 거의 새로 돋아난 것이다. 흩어지는 촉수 사이로 징그럽게 웃는 충령체의 이빨이 눈에 들어왔다.

 청현은 눈을 감았다.

 ‘식구들은 잘 피했으려나…….’

 조금만 더 버텼으면 세가 무인들이 약간이나마 여유를 얻었을 것이고, 과장해서 그 차이 때문에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다 끝났군.’

 너무나 허탈해서 청현은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충령체의 촉수가 빳빳이 세워지며 자신의 눈 사이로 찔러 들어오는 것이 보이자 청현은 자신의 마지막이 될 한마디를 내뱉었다.

 “아현아, 미안하다…….”

 푸바바박!

 쿠당!

 그런데 몸이 자연스럽게 밀려났다. 청현은 땅을 굴렀다.

 “……?!”

 땅바닥에서 벌떡 일어선 청현이 급하게 두리번거리자 충령체의 목 하나가 허공에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촤아악―

 새빨간 피가 뿜어지고 그 뒤로 허연 지렁이들이 튀어나오며 몸과 목을 서로 이어 붙이려 했다. 그러나 튕겨 나간 목은 곧 화려하게 폭발했다.

 드쿵!

 점점이 흩어지는 만령충의 촉수들 사이로 서안 반대편에서 봤던 얼굴이 나타났다.

 “아현이한테 미안해? 그럼 밥이나 한 끼 사.”

 청현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견자단이 온 것이다.

 고맙다는 인사보다 먼저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질문이었다.

 “여, 여길 어떻게?”

 청현이 묻는 사이, 광겸은 녹진자와 함께 장원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광수는 종남일기와 함께 반대편 입구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혼자 남은 광검이 느릿느릿 발을 절며 느물거렸다.

 “안 올 수가 있나. 당신 딸내미가 울고불고 난리를 치던걸.”

 핑.

 숨이 막힐 정도로 눈물이 핑 돌았다.

 ‘아, 내 딸. 십 년이나 내팽개쳐 뒀던 내 핏덩이.’

 청현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그러는 사이, 광검은 느릿느릿 검을 빼 들었다.

 한데 너무 느렸다.

 지켜보던 청현이 나서려 할 만큼 촉수들이 빠르게 다가들었다. 그걸 그냥 내버려 두면서 약간 느릿하게 빼는 광검의 칼은 청현의 발을 다시 묶어 놓았다.

 한기가 확 일어나며 검에서 서리가 맺혀 차가운 김이 펄펄 날렸다.

 그 한기가 청현이 있는 곳까지 미치고 있었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기세였다.

 이 정도로 강한 한기에 대해 청현은 들어 본 적이 있었다.

 “북해의 저주!”

 광검이 웃었다.

 “아, 내 안에 저것보다 더한 놈이 살거든.”

 말과 함께 광검의 칼이 휘둘러졌다.

 쨍!

 이화접목이고 사량발천근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없었다.

 끝없는 촉수의 힘 앞에 미련하게도 그냥 힘으로 맞서는 것이었다.

 그러나 청현은 그걸 전혀 탓할 수가 없었다.

 “서, 서리가……!”

 그 한기에 부딪친 촉수는 서릿발을 날리며 부서졌다. 그곳에 다시 한 번 얼음의 칼이 떨어졌다.

 쨍!

 파삭.

 만령충의 촉수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가 힘없이 부서져 내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만령충은 진기의 덩어리인데, 그게 어떻게 얼어붙을 수가…….”

 광검은 흐흐, 웃으며 검을 빠르게 놀려 댔다.

 쨍쨍쨍쨍쨍쨍!

 “이거, 효과 좋은걸?”

 만령충의 촉수들이 광검의 냉기를 피해 움츠러들고 있었다.

 “백선고는 벌레지. 벌레는 추운 겨울에 동면하는 법이야. 차가운 부분은 생기가 떨어지고, 기가 소통되지 않아.”

 광검은 이제 실험적인 칼놀림을 그만두고 아예 본격적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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