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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운종룡변종견
작가 : 담적산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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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통이 나타났습니다. 시장 상인들을 괴롭히며 돈을 뜯는데,
체면상 우리가 직접 나서 줄 수도 없고 해서……."
"견자단을 쓰세요."
"혹시 한자가…개[犬]……."
"개자식들 맞아요."
"에…흠, 흠, 이름부터가…이런 일에 꼭 필요한 자들 같군요. 알겠습니다."

"꼴통이 또! 나타났습니다. 일류 고수를 서넛이나 맞이하고도 농담까지 하면서
칼 쓰는 걸 보니, 절정입니다.
그 경지까지 올라갔다면 정신 수양이 안 될 턱이 없는데,
어찌 그런 사도로 빠져들었는지 참……."
"견자단을 쓰세요."
"에엑! 대체…그놈들 뭡니까?"
"묻지 말아요. 다쳐."

 
18 화
작성일 : 16-07-19 15:15     조회 : 532     추천 : 0     분량 : 7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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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난리, 아주 개난장 ---(3)

 

 

 

 

 

 

 “조심해라!”

 멀리서 광수가 소리 질렀다. 그러나 광겸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광검의 몸을 한 번 뚫고 나올 때마다 만령충은 기세가 성장한다.

 하마터면 아현도 감염될 뻔하지 않았는가.

 걸음을 늦출 수가 없었다. 오히려 더 빠르게 박찼다. 광겸의 눈에 십오호를 정점으로 주변의 사물이 확 늘어났다.

 “어억!”

 가장 늦게 달려오던 종남일기가 경악했다.

 ‘만령충을 부르고 있다!’

 시장통이었다. 워낙에 빠른 추격전을 벌이는 셋을 미리 피하느라 사람들이 갈라져 길을 트고 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양쪽에서 상인 서너 명이 배와 가슴을 부여잡더니…….

 푸와악―!

 흰 촉수가 뻗어졌다. 충령 십오호의 미소가 언뜻 번지는 듯했다.

 “흥!”

 하지만 광겸의 눈에는 불길만이 있을 뿐이었다. 광검의 모습에 분노한 칼은 늦출 수가 없었다.

 “죽여 버…….”

 쿠파다닥―!

 쌍도에서 무지막지한 강기가 사정없이 폭발했다.

 “린다…….”

 만령충을 내뱉은 상인들의 목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고…….”

 촤아악―

 꿈틀―

 아직 두어 자밖에 자라지 못한 만령충의 촉수가 그 목을 채 따라잡지도 못하고 허공에서 춤을 추었다.

 “했지! 이…….”

 상인들의 잘려진 목과 머리가 광겸의 도강에 의해 터져 나가 버렸다!

 퍼버버벅―!

 그제야 사람들이 비로소 반응했다.

 “으아아아악! 괴물이다!!”

 “살인이야! 사람 살려!”

 “꺄아아아악!”

 사람들의 어지러운 비명 소리 사이로 광겸의 끝말이 들렸다.

 “자식아!”

 십오호의 눈이 확 떠졌다.

 방패막이로 내세운 상인들도 광겸은 인정사정없이 그냥 베어 버렸다. 그 무지막지한 도강이 홱 돌아갔다.

 저게 튕겨지는 순간이 마지막이다.

 충령 십오호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자신이 동원 할 수 있는 힘은 모조리 끌어 올렸다.

 파팍! 팍!

 귀, 코, 입, 스스로 열어 버린 뱃속에서까지 흰 촉수가 튀어나왔다.

 족히 수천 가닥의 구렁이 떼였다.

 광겸의 이빨도 악다물어질 만큼 많은 숫자.

 그러나 바로 뒤에서 광수가 소리쳤다.

 “숙여!”

 광겸이 머리를 바짝 숙였다.

 광수의 두 손이 오른쪽 옆구리로 모아져 있다가 왼발과 같이 앞으로 쭉 전진했다.

 흰 구렁이들도 어쩔 수 없이 십오호의 가슴에 일격을 허용했다.

 쿠웅―!

 동그란 파문은 충령 십오호의 가슴을 울컥거리며 뒤집어 놓았다.

 “커허―!”

 

 여인과의 정사는 만령충의 파장을 극대화시키는 향을 맡으며 치러졌고, 집법당 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남의 눈이 있는데도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은 역시 뭔가 달랐다.

 보랏빛 입술을 매만지던 희고 고운 손이 갑자기 부르르 떨었다.

 “커커컥!”

 그 손이 갑자기 보랏빛 입술을 쥐어 뜯 듯이 힘을 주고 마구 할퀴려 들었다. 그러나 허사였다.

 붉은 입술의 육감적인 여인은 손의 동작을 멈췄다.

 우득―

 목이 괴상한 각도로 꺾여 힘이 빠졌다. 손도 떨궈졌다.

 보랏빛 입술의 남자가 눈을 떴다.

 검은 소용돌이가 확산되다가 다시 빨려 들어갔다.

 제단 옆에서 향로를 지키던 복면인들의 놀란 질문이 던져졌다.

 “무슨 일이십니까?”

 마교다. 그런 만큼 괴사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전에 한 번도 없던 일이다. 이만큼 흥분했던 적이 없었고, 그나마 색희(色嬉)가 가르친 애들이 아니면 이 남자를 그렇게 흥분시키지도 못했다.

 정사를 치르던 여인을 갑자기 죽여 버릴 만큼의 흥분이란 최소한 이 남자에게는 없었다.

 냉정하고 차가운, 그리고 백선고의 여왕충을 지니고도 여태 살아 있는 남자.

 갑자기 왜?

 그래서 질문이 던져졌다.

 “혹시 서안에 무슨 문제라도?”

 보랏빛 입술이 잘근 물려지고, 감은 눈 사이로 검은 소용돌이가 한 번 더 새어 나왔다.

 “십오호가 죽었다.”

 “충령체가 죽다니!”

 충격이 대전 안을 휩쓸고 지나갔다.

 “서안에 누가 있지?”

 “종남이 가깝기는 합니다. 저번의 문제도 있고, 마침 종남일기가 견자단의 집에 와 있었다면…….”

 “아무리 반로환동이라 해도 이렇게 빨리 충령체를 죽일 수는 없어.”

 그러자 보랏빛 입술이 다시 열렸다.

 “아니, 자연과 동화해 순수해진 그런 기운이 아니다……. 뭔가 달라……. 이것은 꼭…….”

 복면인들의 눈이 좁혀들었다.

 그렇다면 정종심법의 깊고 유순한 성질의 것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대체 무슨 느낌을 받았단 말인가.

 “일단 교주님 직속 호법단에게 알려라! 급하다!”

 감은 눈. 그러나 검은 소용돌이가 그 꺼풀 안에서 일렁이는 음영이 확실하게 보였다. 보는 눈이 아닌, 빛을 빨아들이는 저 무저갱 입구 같은 마안(魔眼).

 흑마안이었다.

 그 흑마안이 보고 전해 준 것은…….

 “우리 식구들의 기운이야.”

 “뭣? 그럴 리가 없어!”

 견자단이 실험체로 쓰이다가 도주했기 때문에 마교의 기운이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견자단은 충령체를 죽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

 그 의문은 곧 풀렸다.

 “이십 년 전…… 없어진 또 다른 여왕충…… 느껴졌다.”

 “뭐라고!”

 검은 복면인이 충격을 받았다. 백선고의 여왕 벌레를 간신히 두 마리나 배양해 낸 것은 마교 독학(毒學)의 쾌거였다. 그러나 지진 때 그중 한 마리는 사라졌다.

 “사, 사람이 그 마물을 이십 년이나 달고 산다니! 그게……!”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교 안에서일 뿐이다.

 인간의 경지를 넘은 자가 인간 세상의 수단을 초월한 마교의 수단을 힘입어 통제할 때뿐이었다.

 복면인들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 신음성을 토하자 보랏빛 입술이 다시 열렸다.

 “그림자…… 극한의 그림자. 빛을 잡아먹는…… 차가운 기운…… 느껴졌다. 아주, 차가워……. 너무 차가워서 빛도 얼릴 만큼, 저주받은 암흑의…….”

 “아뿔싸!”

 집법당은 고수도 그냥 고수가 아니었다.

 세상 기운이 돌아가는 이치를 훤히 꿰뚫고 있는 고수인 것이다. 어찌 된 영문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윤홍광! 그놈이 데려간 실험체에 백선고의 여왕이 들어붙었구나!”

 “운홍광, 그놈이라면 북해빙궁의 저주를 구할 수 있지! 이런 무덤을 파내 갈아 버릴 놈!”

 “서안 지부의 총력을 기울여 견자단을 쳐야 한다!”

 복면인들은 모두 호법단으로 달려갔다.

 홀로 남은 흑마안의 사내는 다시 입술을 비틀었다.

 “그놈…… 강해. 만령충을 잡아먹을 만큼…… 사람을 더 보내야 해…….”

 독백은 천장에 붙어 있던 검은 인영이 들었고, 전음으로 다른 곳에 전해졌다. 대전은 다시 침묵으로 빠졌다.

 목이 꺾인 여인의 시체만이 흉하게 쓰러져 있을 뿐이었다.

 

 말을 못하고 눈만 왕창 커진 십오호의 가슴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보였다.

 가슴이 녹는 것이다. 거기서 만령충의 기가 다 흩어져 원래 백선고의 모양으로 되돌아간 벌레들이 기어 나오고 있었다. 수백, 아니, 수천은 되어 보였다.

 시장통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을 제치고 벌써 개방 거지들이 쫓아와 있었다. 견자단의 집은 이미 개방과 종남, 화산의 영역에 들었다.

 조그만 변화라도 놓치면 안 될 만큼 강호의 중요한 구심처로 떠오른 것이다.

 “우, 우웩!”

 “저! 생사람을 벌레가 먹다니! 저, 저!”

 거지들이 사람들을 멀찍이 떼어 놓고 있는 동안 들려온 말이었다.

 “천조쌍도 소협! 흩어지고 있소!”

 막걸개가 급하게 외친 말에 광겸이 칼을 다시 들려 했다.

 그때, 허공에서 육중한 중년인의 음성이 부드럽게 말했다. 내용도 그랬다.

 “힘으로만 하지 말아라!”

 종남일기의 신형은 아주 천천히 내려왔다.

 능공허도.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계단 밟 듯 노니는 궁극의 보법이 수백 쌍의 눈동자에 그대로 잡혔다.

 시장통의 수많은 사람들이 입을 쩍 벌리고 천신이 하강합네 어쩌네 할 만큼 노출이 되어도 사태가 급하니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내려오면서 종남일기의 두 손이 손목을 합친 상태로 활짝 펴지고, 그게 둥글게 돌아 원을 그렸다.

 퉁.

 마치 아이들이 공을 튕기듯 부드러운 음이 한 번 일어나며 정말로 공이 나왔다.

 공의 형태는 물에 파문이 일어나듯, 허공에 일어난 투명한 파문의 형태로 간간이 보일 듯 말 듯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보일 듯 말 듯한 공은 충령 십오호의 가슴에 그대로 안착되면서 근소한 파문을 한 번 일으키고 비명을 이끌어 냈다.

 “커어흑!”

 충령 십오호는 눈을 까뒤집었다.

 종남일기가 내뱉은 구체는 충령 십오호의 몸체 절반을 삼켰다가 다시 그대로 떠오르고 있었다.

 거기 그 구체 안에 충령 십오호의 목과 팔다리를 제외한 몸통, 그리고 구체의 벽을 타고 꿈틀거리는 백선고가 가득 들어 있었다.

 백선고가 기어 다니며 구체의 형상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시장통의 방정맞은 누군가가 아는 척 소리를 질러 댔다.

 “허, 허공섭물의 경지가 어떻게 저렇게까지?! 시, 신선이시다! 여산에 신선이 살아 계시다고 하더니, 저 괴물을 처리하러 내려오신 거야!”

 벌써 화가 풀려 버린 광겸이 히죽 웃었다.

 “언제 여산으로 이사하셨대요?”

 종남일기의 중후한 얼굴이 그 웃음 때문에 체통 없이 찌그러졌다.

 “이놈이, 지금 농담할 때냐?”

 그와 동시에 백선고들이 한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원의 형체에서 반구의 모습으로 보일 만큼 마구 꿈틀대며 원 안쪽으로 쏠려, 종남일기의 구체 바깥으로 나가려 애를 쓰는 것이다.

 왜 그럴까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저만치 뒤에서 한쪽 발을 절며 그 구체를 노려보고 다가드는 사람이 있었다. 광검이었다.

 백선고의 여왕체는 오랫동안 다른 백선고를 만나지 못하면 광적으로 변한다. 광검의 성격 역시 늘 죽음과 통증의 여파로 광적이었다. 그래서 나오는 파장이 백선고에게 본능적인 공포를 안겨 주고 있었다.

 이 광경을 마교에서 봤다면 또 다른 연구 거리로 삼았을 테지만, 이쪽은 그런 걸 염두에 두고 싶지도 않았고, 이해하고 싶은 심정도 아니었다.

 광검의 움켜잡은 팔에서 경련이 일었다.

 부들부들.

 광검의 얼굴에도 경련이 일었다.

 광검은 팔을 들어 그 구체를 잡았다.

 “열어 줘요.”

 종남일기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뭘 하려는지 알아챈 것이다.

 “야, 이놈아! 너 인생을 그렇게 극단적으로 살 거야?”

 광검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백선고를 노려볼 뿐이었다.

 “내겐 복수뿐이야! 그거 없으면 난 살 이유도 없어요! 열어 줘요!”

 종남일기가 꾸지람을 내렸다.

 “네놈이 아까 아현이 구하려고 그 고통을 자초한 건 뭐냐? 같이 살아남는 데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죽으려고 기를 쓰다니, 뭐 하자는 짓이야!”

 광검의 얼굴에 다시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힘이 드는 모양이었다.

 “그건…… 돌아가신 사부님의 의리 때문이오.”

 세상 연륜 살고 살고, 또 살아 아주 남아도는 종남일기가 사납게 정곡을 찔렀다.

 “말 참 예쁘게 잘한다! 가슴속에서 호랑이가 날뛰는 걸 아현이 말 한마디에 붙잡아 얌전히 앉혀 놓은 주제에, 뭐?”

 “열어 달라고, 썅!”

 광검의 욕설에 개방의 인물들이 움찔했다. 종남일기가 어떤 사람인가. 당금 구파의 장문인들 배분은 마침 거의 비슷했다. 개방의 통현개만이 반 배분 정도 높을 뿐, 희한하게 비슷한 시기에 바뀐 상태였다.

 그런 구파의 장문인들을 전부 다 두 배분 정도 아래로 두고 있는 녹진자였다. 그리고 그런 녹진자에게 선배 대접을 받고 있는 종남일기 아니던가. 그런데 썅이라니!

 그러나 종남일기는 막상 욕설에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었다.

 “야! 네놈이 형이잖아! 저놈 좀 타일러 봐!”

 광수의 얼굴도 입이 꽉 다물어져 괴로운 심경이 그대로 드러났다.

 광수의 깊은 눈은 아직도 숨을 그르렁대는 광검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천천히 열렸다.

 “열어 주십시오, 어르신.”

 “뭐?”

 종남일기의 턱이 일 장 높이에 떠 있는 상태로도 땅에 닿을 만큼 벌어졌다.

 “이, 이놈들이 아주 같이 미쳐 돌아가냐?”

 광수의 입은 닫혔다.

 눈도 감겨졌다.

 광겸도 돌아서 두 개의 칼을 마무리하고 이쪽을 등졌다.

 종남일기는 기가 찬 듯 내뱉었다.

 “참…… 이놈들아! 애들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하는 게 세상 잘못 돌아가게 하는 어른 중 하나가 되었다는 증거야! 에라이, 난 모르겠다!”

 광검의 얼굴이 구체 안으로 쑥 들어갔다. 백선고는 난리를 쳤다. 그러나 그것도 소용없이, 광검의 입에서는 기다란 만령충의 촉수가 튀어나와 백선고를 먹어 치우고 있었다.

 “으, 으아악! 저, 저게 뭐야!”

 “저, 저!”

 여기저기 있던 시장통 구경꾼들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지켜보던 막걸개의 얼굴에서도 땀이 흘러내렸다.

 한겨울, 두터운 옷을 입어야 하건만, 거지인 탓에 그렇지 못한 상황임에도 땀이 흐르는 것이다.

 견자단 둘째, 광검의 생은 저렇게 비뚤어졌다. 물론 본인 책임은 아니었다. 저걸 먹으면 광검의 복수, 즉 마교를 상대하는 일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다는 것은 막걸개도 본능적으로 느끼는 바였다.

 ‘그래서 말리지도 못하냐……. 저건 사람의 길이 아닌데…….’

 그러나 어쩔 것인가.

 막걸개는 저 백선고를 먹어 치우는 광검의 혓소리를 계속 들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한 마리까지 먹어 치우자 광검은 침을 탁 뱉었다.

 “까불기만 해 봐, 이 자식들! 역으로 훔쳐보고 찔러 버릴 테다!”

 종남일기의 얼굴이 굳어졌다.

 “저놈, 오늘 이해 안 가는 말 많이 뱉는다. 얘야, 저게 무슨 뜻이냐?”

 광수는 전혀 웃지 못할 표정으로 대답했다.

 “백선고를 검이의 몸 안에서 만령충으로 부화시키는 겁니다.”

 “그건 나도 알아! 그게 어쨌다는 건데?”

 이어 광검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놀라운 것이었다.

 “이미 마교에서 검이의 상태를 봤으니…… 이쪽도 마교의 시술자를 느낄 수 있는 겁니다. 충령체의 파장을 알고 있는 것들이니까요.”

 “뭐야? 만령충에 어째서 그런 능력이 있는 게냐? 서로를 부른다는 사실은 얼핏 알았지만, 설마 그 정도로…….”

 종남일기의 경악은 당연했다.

 이십 년 전 마교와의 전쟁 때, 구파에 첩자가 끊이지 않는다는 의심은 바로 시기적절하게 매복하고 후방을 돌아 공격하는 마교의 작전 때문이었다.

 첩자가 아니라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행태가 결국 구대문파를 서로 의심하게 만들고, 그 의심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합이 풀어질 위기까지 갔다.

 끝내 첩자를 밝히지 못한 것도 단단히 한몫했다.

 정에 끌려 제 식구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의심은 계속 커지기만 했고, 꼬리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만령충과의 악전고투가 계속되던 지옥의 나날.

 그런데 만령충의 파장을 이용해 먼 곳에서도 느끼고 보고 들을 수 있다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동시의 시간대에 수천 리 떨어진 곳에서 이런 정보의 공유가 가능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가장 빠른 파발마나 봉화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개념 자체를 세우는 것조차 불가능한 것이다.

 “수백 년 전에 동이족의 낙랑국에 자명고라는 정신 술법이 있었습니다. 그걸 마교가 우연히 알아내고 접목시킨 겁니다. 백선고를 이용한 거지만.”

 낙랑의 자명고가 무섭다는 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하지만 자명고는 꼭 필요했다.

 특히 한 많은 광검에게는 더욱더. 그러나 그걸 얻는 과정은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그럼에도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광검의 눈만 차갑게 반짝일 뿐, 그 눈은 마치 얼음조각 같았다.

 어떤 위로도, 어떤 치하의 말도 건네지지 못하고 썰렁한 바람만 시장통을 휩쓸었다.

 사람들이 옷깃을 여몄다.

 “가요. 우리 연미 기다리겠네.”

 광겸이 먼저 터덜거리며 집으로 향했다.

 광검도 말없이 돌아서 따르기 시작했고, 막걸개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다가 시체를 치우라는 호령을 내렸다.

 종남일기의 한숨도 깊어졌다.

 “대체, 오래 살면 뭐 하는 게냐? 내 나이 올해 이백 세수가 맞긴 한 게냐? 세상 불공평한 거 익숙해질 때도 됐구만, 참…….”

 광수의 눈은 광검의 등을 오래도록 쳐다보고 있었다.

 찬바람이 눈동자를 할퀴어도 그냥 그렇게,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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