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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운종룡변종견
작가 : 담적산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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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통이 나타났습니다. 시장 상인들을 괴롭히며 돈을 뜯는데,
체면상 우리가 직접 나서 줄 수도 없고 해서……."
"견자단을 쓰세요."
"혹시 한자가…개[犬]……."
"개자식들 맞아요."
"에…흠, 흠, 이름부터가…이런 일에 꼭 필요한 자들 같군요. 알겠습니다."

"꼴통이 또! 나타났습니다. 일류 고수를 서넛이나 맞이하고도 농담까지 하면서
칼 쓰는 걸 보니, 절정입니다.
그 경지까지 올라갔다면 정신 수양이 안 될 턱이 없는데,
어찌 그런 사도로 빠져들었는지 참……."
"견자단을 쓰세요."
"에엑! 대체…그놈들 뭡니까?"
"묻지 말아요. 다쳐."

 
19 화
작성일 : 16-07-19 15:15     조회 : 629     추천 : 0     분량 : 7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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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짖든가, 아님 물든가

 

 

 

 

 

 

 

 집은 북적북적했다.

 개방의 급한 연락을 받은 강북련 서안 지부에서 조사관들이 우르르 몰려나왔고, 녹진자는 번거롭다며 방에 들어간 상태. 놀란 것을 보고 놀란 가슴 진정시켜야 하는 아현과 홍춘, 연미가 질문 공세에 답을 하고 있었다.

 특히 탁명옥의 표정은 못 봐 줄 만한 인상이었다.

 “내가 직접 골라 데려온 녀석이…….”

 중후한 인격이 차마 욕은 나오지 못하게 했다.

 광명의 부모에게 이걸 어찌 통보할지 막막한 심정도 있었으니까.

 강북련 중앙으로 들어가 조금은 안전하고, 조금은 보수가 더 높은 위치에 섰다고 그나마 위안을 삼을 사람들에게 덜렁, 자식의 시신을 들이밀어야 하다니. 게다가 목도 제대로 추슬러지지 않은 시신을.

 ‘부모가…….’

 기절 안 해 주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어휴!’

 탁명옥은 개판이 된 집 안을 추스를 책임도 같이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직접 고른 집이 아니던가.

 “그만들 해!”

 탁명옥의 높아진 언성에 세 사람을 정신없게 하던 말들이 쏙 들어갔다. 불편할 정도로 정적이 흘렀다.

 그 틈에 연미와 홍춘이 한숨을 간신히 돌렸다. 그제야 아현의 얼굴에서 채 닦이지 않은 핏방울을 마저 지우고 있는 둘이었다.

 “놀라셨네.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고 해도 쉬어야 할 분들에게 뭔 짓들인가?”

 “…….”

 탁명옥은 집 안을 휘 둘러보고 다시 지시했다.

 “휴, 우선 아가씨와 부인들께서 좀 쉬시게 안으로 모시게. 의원은 불렀나?”

 “예. 오는 중입니다.”

 탁명옥은 만령충에 대해 자세히 알 만한 세대는 분명히 아니었다.

 이십 년 전이면 탁명옥도 한창 시절에 갓 접어들기 직전이었다. 알아들을 만한 나이였지만 그때 마교와의 일전은 격렬하기는 했어도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감춰진 전쟁이었다.

 탁명옥이 그나마 자세한 정보를 얻게 된 것은 견자단 삼 형제를 직접 관리하기 시작한 후였고, 그러니 그도 만령충을 이제 처음 보았다.

 평가고 상황 판단이고 다 집어치우고 그냥 끔찍하다는 것이 전부였지만…… 어찌 돌아갔다는 사정을 아는 순간, 나오는 것은 한숨이요, 눈앞을 덮은 것은 걱정뿐이다.

 ‘대체…… 멀쩡히 잘 있던 사람을 한순간에 돌변하게 만들다니!’

 광명은 뭘 숨긴다거나 하는 성격 자체가 못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이성을 놓고 저항할 의지력마저 단숨에 사라진 듯하지 않은가.

 일단 백선고에 감염되기만 하면 백발백중이라고 봐야 했다.

 ‘어떻게 감염시킨 걸까?’

 녹진자가 짧게 조언해 준 말로는 백선고의 알이 아현의 입에 들어갈 뻔했다니 일단 음식을 생각했다.

 끔찍하고 또 끔찍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끼니를 때웠나.

 “대체 얼마나 감염된 거냐!”

 눈앞이 깜깜하고 또 깜깜했다. 그 뒤를 물고 누군가의 말이 들려왔다.

 “저도 그게 걱정입니다. 어휴, 이걸 어찌 보고해야 할지, 무슨 수로 대책을 세워야 할지…….”

 탁명옥은 인상을 썼다.

 반갑지 않은 것이 아니다. 반가웠다.

 이렇게나 어처구니없는 마교의 힘 앞에 그 목소리의 주인공들마저 없었으면 어쩔 뻔했는가.

 다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렇게나 진중하게 말할 성질이 아니었다. 아현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삼촌! 아빠!”

 돌아보니 역시 광검이 혀를 내밀며 웃고 있었다.

 “허험. 광검 대협, 모두 무사했구려.”

 그러자 광겸이 머리를 긁으며 중얼거렸다.

 “대협? 작은형이?”

 광검의 뾰족한 말투가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래서 뭐가 불만이냐, 천조쌍도 나으리.”

 “뭐, 내가 먼저 별호를 얻었다고 그렇게 비뚤어질 필요 있는 거야?”

 “그 입을 삐뚤어지게 해 주마!”

 광검의 손이 다시 움직이려는 순간, 아현이 광검에게 다가와 그 손을 만졌다.

 “삼촌, 아직도 손이 차갑네?”

 광검은 입을 굳혀 버렸다.

 “괜찮아, 이제.”

 광겸은 아현의 얼굴에 대고 웃는 여유까지 보이며 말했다.

 “아현아, 그 벌레 이제 잠자. 괜찮아. 이제 둘째 삼촌이 엄살 피우면 그대로 한 번 꼬집어 주면 되는 거야.”

 광검이 흥, 코웃음을 쳤다.

 “착하게 클 애 꼬드겨 악독한 심성을 주입시키려는 네놈을 꼬집어 할퀴어야지!”

 아현이 안쓰러운 듯 말하는 잔소리가 이어졌다.

 “그만해, 이제. 난 둘째 삼촌 정말 죽는 줄 알았단 말이야.”

 그리고 그 말이 녹진자의 반응을 끌어냈다.

 “역시나 애들한테 인생을 배우는 놈들아, 냉큼 들어와라!”

 광검이 인상을 썼다.

 “누가 주인이람? 어? 이거, 우리 집인데요?”

 그러자 호통이 다시 들려왔다. 등 뒤, 종남일기였다.

 “정확히는 강북련에 협조금을 걷어 주는 가난한 상인들의 것이잖아! 아무리 바른길 걷는 자들 안에 있어도 칼 든 놈이 웬 자기 거 타령이냐!”

 거기에 대해서는 광검이 아니라 세상 어떤 무인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아예 원론적인 도덕을 말하는데 누가 흠집이 안 나올 손가. 그러나 말대꾸 안 하면 광검이 아니었다.

 “이런 제기! 내 돈 주고 사 버릴 테다!”

 그러자 광겸이 킬킬 웃었다.

 “제기! 삐뚤어질 테다! 사춘기 애들 대사 아냐, 그거?”

 “아, 냉큼 들어오지 못해?”

 녹진자가 결국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그렇게 분위기가 안정되는 듯싶었다.

 간신히 연미는 한숨을 돌렸다.

 ‘그나마…… 이런 농담이라도 안 들으면 아주 돌아 버릴 것 같으니…….’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한숨도 도로 꿀꺽 삼켜야 했다.

 강북련에서 직접 내려온 집사 장 노대가 어렵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온 탓이다.

 “저기, 작은 아씨. 지금 시장 쪽에서 저희 집으로 손님이 오신다는 전갈입니다만…….”

 연미는 장 노대의 표정을 그냥 넘길 뻔했다.

 “아, 그래요? 지금 강북련 조사관들이랑 해서 복잡한데, 누구 시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한 질문이 결정적이었다.

 장 노대는 홍춘을 곁눈질했다.

 ‘……?’

 연미는 그제야 정색을 했다.

 “누구신데 그러는 거예요, 노대?”

 채근하는 연미의 물음에 장 노대는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장 노대가 어렵게 꺼낸 말이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의 몸을 모두 얼어붙게 만들었다.

 “저기…… 모용세가 분들이십니다요.”

 하마터면 ‘누구라고요?’라는 질문을 던질 뻔했던 연미는 그제야 모용세가가 누군지 기억해 냈다. 홍춘과 아현의 얼굴과 몸이 굳은 것을 본 후에야.

 윤홍광, 그 당대 협객의 딸과 손녀를 가혹하게 길바닥으로 내쳐 버린 집안이 아니던가.

 그나마 멀쩡하게 잘살고 있어야 할 홍춘과 아현의 인생을 꼬아 버린 장본인들이 오시겠다니!

 방 안으로 들어가려던 삼 형제도, 종남일기도, 탁명옥도 몸이 같이 굳어졌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방 안에서 오히려 녹진자가 나와 버렸다.

 “이거, 그놈들도 네놈들 때문에 미쳐 버린 거 아니냐? 낯짝은 있대냐?”

 그러자 광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짐작은 했습니다. 모용세가 본가도 마침 이 근처였으니 소문을 안 들었을 리가 없잖습니까.”

 “무슨 소문? 아, 개새끼들이랑 사니까 유명해져서 그나마 또 잔소리하러 오는 거야?”

 광검의 입부터 거칠어졌다.

 광수가 따끔하게 찔렀다.

 “아현이 친혈육이다. 자꾸 곤란하게 만들지 마.”

 “아, 저렇게 착한 애를 왜 버리고 이제 또 나타나냐고! 오지 말라 그래!”

 드물게 광겸마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광검을 응원했다.

 “오지 말래도 오지 않을 수 없을걸? 나희령에게 원한이 있었잖아.”

 광겸의 지적은 확실히 날카로웠다.

 잠시 침묵이 일었다.

 맞다. 모용세가는 확실히 가주가 나희령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 사건으로 인해 모용세가 내부는 어려움이 컸다.

 물론 집안의 최고수이자 가장 큰어른인 모용중걸은 아직 살아 있었고, 섬서의 쟁쟁한 고수에 끼는 몇몇 식솔들도 건재했지만, 가주가 패했다는 상징적 의미는 대단한 타격이었다.

 유명 가문의 무공은 거기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에게 흥망의 기로를 좌우로 가르는 역할을 한다. 가주가 패해 죽었다는 사실은 가문의 생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용세가와 직간접으로 연관을 맺어 먹고사는 군소 방파와 상인들의 머릿수, 그 딸린 식구들의 머릿수를 합치면 수만 단위가 금방 넘어간다.

 그만한 사람들이 이를 갈아붙일 만한 일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희령은 마녀였다. 많은 사람들의 생활고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말이다.

 게다가 나희령이 모용세가에만 원한을 맺었나?

 구대문파의 장문인 중 두 명이 그녀의 손에 죽었으니 이제 나희령의 구절편은 모용세가도, 그 문파들에게도 모든 것을 걸고 넘어야 할 벽이 된 셈이었다.

 그런 나희령을 죽인 삼 형제에게 관심이 가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게 더 괘씸하지!”

 광검은 확실하게 의미를 짚고 따졌다.

 “형수하고 아현이 소식을 못 들었을 리가 없잖아! 십 년 가까이 팽개쳐 두다가 왜 이제야 고개를 디밀어? 자기밖에 모른단 얘기잖아!”

 광수는 순간적으로 광검의 그 입을 쥐어박을 생각을 했다.

 그러나 운은 이미 삼 형제의 편이 아닌 모양이었다.

 “모용세가분들이십니다.”

 바깥문에서 쪼르르 달려온 하녀가 마침내 보고했다.

 실상 홍춘이 고래 등 같은 집을 거부했기 때문에 장원은 바깥 대문과 안채와의 거리가 그리 먼 편이 아니었다.

 광검의 소리는 바깥으로 똑똑히 확 날아가 버렸고, 모용세가에서 나온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홍춘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시집가서 아이를 낳고 살던 일이 여인에게 어떤 일인가.

 자기 인생을 잊어야 하는 일이다.

 ‘자기’를 잊고 가문에 맞춰 준 대가가 어느 날 갑자기 길바닥에 나앉는 것이라면 그건 여인에게 어떤 일일까?

 그나마 그걸 도로 받아 줄 친정조차 존재하지 않을 때는 자살하지 않은 것을 누구도 감히 이해하라고 말하지 못하는 일이다.

 그러나 막상 힘든 것은 어른들이 아니었다.

 광수가 걱정 하는 것.

 다섯 살, 한겨울 길바닥으로 내쳐질 당시에 자신을 낳아 준 친아빠의 얼굴을 그대로 기억하는 아현의 처절한 기억력이 가장 괴로운 것이다.

 아현의 바들거리는 주먹이 그대로 증명하는 일이었다.

 그 아현의 친아빠는 지금…… 건들거리며 헤헤, 웃고 있었다.

 어처구니라는 것이 있어도 확 달아날 일이 아닌가.

 물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

 나희령에게 죽임을 당한 모용세가의 가주 모용중헌은 모용중걸의 형이다.

 그러니까 아현의 생부인 모용청현의 큰아버지였다.

 당시 모용세가의 세 마리 용이 다 자라면 강호를 놀라게 할 것이라는 소문이 서안에 자자했다.

 모용중걸의 아들 장룡, 장호, 그리고 모용중헌의 아들 청현.

 그랬던 ‘서안삼룡’이 ‘이룡’으로 변했다.

 홍춘이 쫓겨나고 나서 모용청현은 주색잡기로 퇴락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모용청현은 중도를 잡고 진중해야 할 손이 달달달 떨릴 정도로 술을 마셔 댔고, 결국 모든 가문의 일에서 제외될 정도였다.

 지금도 소맷자락을 길게 늘어뜨려 떨리는 손을 다 덮을 정도였다. 그런 모용청현이 웃으며 아현에게 멀쩡한 인사를 건넸다.

 “헤헤헤, 우리 딸! 잘 있었어?”

 “……!”

 아현은 간신히 가라앉았던 눈물이 다시 고여서, 삼 형제와 다른 모든 사람들은 어처구니가 저기 남쪽 끝 바다 해남 오지로 날아가 버려서 그 말에 대꾸가 없었다.

 아마 그 혼자였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몰랐겠지만, 불행히도 홍춘에게는 시댁 어른이 되는 모용중걸이 같이 있었다.

 그래서 홍춘의 발작은 일어날 수가 없었다.

 물론 지금 길길이 날뛰어도 누구든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자의 마음이라는 것은, 풍진강호에 그대로 버려져 홀로 자식을 독하게 지켜 낸 모성의 본능이란 그런 법이었다. 지금 이 순간, 홍춘의 마음은 오히려 냉정히 가라앉으며, 눈빛만이 독하게 반짝였다.

 아주 독하게 말이다.

 “그간…… 강녕하셨는지요?”

 오히려 홍춘이 먼저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모용중걸은 아주 뻔뻔하게 인사를 받았다.

 “오냐. 그간 네 아버님이 보내신 제자들이 너를 거두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들렀구나.”

 결국 홍춘을 보러 온 것이 아니고 견자단 삼 형제에게 볼일이 있다는 말이 아닌가.

 광검이 울컥, 나서려 했다. 그걸 종남일기가 잡고 눌렀다.

 [애 눈에 또 눈물 흐를 만큼 발작하면 네놈 목숨 줄 연장시킬 약은 없을 줄 알아!]

 이미 백선고까지 다 먹어 치웠다.

 마교가 충령체를 일방적으로 부리는 것이 눈꼴시어서였다.

 그러니 종남일기의 협박은 아주 제대로 정곡을 찌른 것이고, 광검은 어쩔 수없이 성질을 죽여야 했다.

 그러나 그걸 어렵게 만드는 것은 정작 뻔뻔한 모용중걸이 아니었다. 미안하다는 표정을 그나마 내비치는 아현의 생부, 모용청현이었다.

 “헤헤헤헤, 아현아, 아빠가…… 아현이 사 줄라고 책 봐 놓고 왔다. 아현이 책 좋아했잖아. 아빠가 그거 기억하고 있어. 아직 책 좋아하지?”

 녹진자가 너무 황당해 중얼거리게 만드는 대사였다.

 “이 상황을 연출하고서 애한테 저런 말이 나오냐? 저런 표정이 나오냐? 나도 술을 작작 마셔야 하려나? 저건 그냥 모자란 놈이잖아?”

 모두의 눈이 아주 자연스럽게 녹진자에게로 돌아갔다.

 모용중걸의 눈이 좁혀들었다.

 말을 하기 전에는 모용중걸조차 몰랐다. 그러나 일단 한 번 느껴진 기도는 전에 만난 화산의 장문인을 훨씬 상화하는 것이고, 자신도 가볍게 누를 만한 것이었다.

 엄청난 고수인 것이다. 게다가 술과 관련된 언사, 사람들의 체면을 아랑곳 않는 언행…….

 “화산? 혹시…… 녹진자 어르신이십니까?”

 녹진자는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인사를 받았다.

 “흠, 어른 구분은 하네? 그런데 애들 구분은 왜 안 하고 사나? 저기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애 말이야.”

 녹진자의 손가락 끝에는 말문이 막힌 채 눈물만 그렁거리는 아현이 있었다. 그리고 확실히 뭔가 하나 빠져 보이는 모용청현도.

 “아, 헤헤헤, 안녕하세요?”

 모용중걸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홍춘과 아현의 한을 생각하면 안 데려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여자는 동정심이 강하다.

 청현의 이런 망가진 꼴을 보고 최소한 발작적인 화를 내지는 않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데려온 것이고, 모용청현은 주어진 역할을 꽤나 충실히 해내는 중이었다.

 탁명옥과 강북련 사람들은 속으로 혀를 찼다.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지경의 언사를 보이다니.

 철처하게 망가졌다.

 하지만 모용세가가 자초한 일이기도 했다. 애당초 홍춘을 그렇게 억울하게 내쫓지 않았다면 모용청현이 왜 망가졌겠는가. 인과응보라는 말의 현실적인 본보기가 있다면 바로 모용청현인 것이다.

 그런 모용청현에 대해 삼 형제는 눈을 반짝일 뿐, 아무 말도 없었다. 게다가 종남일기는 한술 더 떴다.

 [저놈, 제 아비보다 얻은 심득이 분명히 나아 보이는데? 왜 저런 미친 짓을 하는 거냐? 모용중걸이 인간적이지 못해서 일부러 저러는 거냐? 예를 들면 여기 광검이 놈처럼 그런 식으로?]

 “내가 어쨌다고 그러쇼?”

 광검이 인상을 쓰며 한소리 하자 종남일기가 드디어 광검의 머리통에 손을 썼다.

 딱―

 “이놈이!”

 그러자 아현이 몸을 돌리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러지들 마세요. 제발 이렇게, 이렇게…….”

 그리고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어? 어? 아현아, 걱정하지 마! 아빠가 돈도 갖고 왔어!”

 다른 사람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청현도, 그걸 지켜보기만 하는 삼 형제도, 그리고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는 모용중걸도 서로 다른 의미의 심경이 스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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