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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운종룡변종견
작가 : 담적산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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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통이 나타났습니다. 시장 상인들을 괴롭히며 돈을 뜯는데,
체면상 우리가 직접 나서 줄 수도 없고 해서……."
"견자단을 쓰세요."
"혹시 한자가…개[犬]……."
"개자식들 맞아요."
"에…흠, 흠, 이름부터가…이런 일에 꼭 필요한 자들 같군요. 알겠습니다."

"꼴통이 또! 나타났습니다. 일류 고수를 서넛이나 맞이하고도 농담까지 하면서
칼 쓰는 걸 보니, 절정입니다.
그 경지까지 올라갔다면 정신 수양이 안 될 턱이 없는데,
어찌 그런 사도로 빠져들었는지 참……."
"견자단을 쓰세요."
"에엑! 대체…그놈들 뭡니까?"
"묻지 말아요. 다쳐."

 
17 화
작성일 : 16-07-19 15:06     조회 : 592     추천 : 0     분량 : 7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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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난리, 아주 개난장 ---(2)

 

 

 

 

 

 음중극음은 원래 어두움과도 상관이 있다.

 그 어두움은 극중극암, 아무것도 없는 어둠을 가리킨다.

 음은 그늘이다. 햇빛의 반대급부로 생긴 것이니 곧 햇빛이 있어야만 생길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음중극음, 극중극암은 해조차 없는, 아예 아무것도 없는 암흑을 가리킨다. 양도 없으니 열도 없고, 한 가지 있다면 절대의 차가움뿐이다.

 음과 암과 냉, 혹은 한(寒)은 그래서 통하는 말이다.

 “강한 열은 음을 익힌 자에게 독이지. 하지만 최소한의 열기만을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지켜 준다면 이야기는 다르지.”

 삼 형제의 눈이 번쩍하고 빛났다.

 사실 모난 광검조차도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다. 제 목숨이 왜 아깝지 않겠는가. 녹진자는 히죽 웃었다.

 “이제 먹고 싶은 마음이 생겼냐?”

 광검은 대꾸 없이 그 검은 환단만을 쳐다볼 뿐이었다.

 종남일기가 재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먹어! 마교에게 복수할 만큼 사는 시간을 늘리려면 말이지.”

 이렇게 광검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늘 그렇듯이 어둠 속에서 회의가 시작되었다.

 “소모전은 이제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젊고 낭랑한 목소리였다.

 이미 세상에 공표가 된 시점이다.

 강북련과 구대문파의 공동 발표가 지금 막 났을 터이고, 아마 이십 일 정도 후면 천하 각지로 퍼져 나갈 터였다.

 “크흐흐흐, 이미 충분히 힘을 기른 상태. 만령충도 그득하고, 우리도 나가기만 하면 된다, 이거로군.”

 고수라면 흔히 가지고 있는 밝은 안광이 그에겐 없었다.

 다만, 끔찍할 정도로 긴 손톱이 빛나고 있었다.

 붉은빛, 거의 반 자 가까이 될 듯한 손톱을 지닌 손이 움직였다.

 어둠 속에서 열 가닥의 붉은 잔상이 남았다가 사라졌다.

 이른바 조강(爪|)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사하는 것이다.

 “그래도 너무 이른 감이 있어요.”

 고우면서도 한 가닥 색기 어린 구석이 있는 여인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 서안에 견자단인가 하는 녀석들…… 만령충을 알아요. 이게 어찌 된 거죠?”

 그러자 처음의 젊은 목소리가 울렸다.

 “그 개들은 저도 뭐라 확답을 드리기 애매합니다. 강북련의 저희 첩자에게서 계속 보고를 받고 있습니다. 아마 만령충을 안다면…… 십여 년 전, 그 지진으로 인해 탈옥했던 실험체 같습니다.”

 그러자 침묵을 지키던 칼칼한 저음이 끼어들었다.

 “죽이시오.”

 눈이 떠졌다.

 후와압―

 역시 안광은 없었다.

 그러나 세상의 아무리 희미한 빛이라도 모조리 빨아들일 듯한 극중극암의 기운이 눈동자에서 일렁였다. 그 일렁임을 타고 어둠 중에서 유독 더 검은 소용돌이 두 개가 허공에 떠 있었다. 그 어둠의 소용돌이 두 개가 더욱 세차게 맴돌았다.

 “그 실험체들 중 살아남은 것은 오로지 윤홍광이 데려간 것들뿐이오. 교의 대업에 충분히 방해가 되고도 남소. 죽이시오.”

 그러자 소용돌이가 가라앉았다.

 말도 끊겼다.

 원래 그랬던 듯 암흑만이 남았다.

 “저 멀리 동이족에는 낙랑의 전설이 있다.”

 보랏빛 입술이 ‘음산’하게 속삭였다.

 “적이 쳐들어오면 왕성에서 알게 되는 비술. 자명고, 그 정신 공명의 비술이 있지.”

 붉은 입술이 ‘음란’하게 움직였다.

 “호동은 낙랑 공주를 유혹해 그 비술을 알아냈지. 그래서 낙랑은 망했다. 순간의 음란함을 이기지 못한 여자 하나 때문에.”

 붉은 입술이 보랏빛 입술을 덮었다.

 눌려진 입술들이 꿈틀대며 욕망을 일깨우자 감각이 극대화되었다. 그 감각이 머릿속을 자극했다.

 하얗고 섬세한 여인의 손이 남자의 등 근육을 감싸 안았다.

 순간, 떨어진 보랏빛 입술에서 거친 숨결이 토해졌다.

 “후욱.”

 붉은 입술은 그런 남자의 구석구석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보랏빛 입술의 남자가 고개를 치켜들고 본격적인 한숨을 토하자, 그 안의 만령충도 같이 꿈틀거리며 암컷을 부르기 시작했다.

 낙랑의 자명고 수법은 동이족의 지배자 고구려에게 악독한 수법으로 낙인찍혀 천 년 전에 맥이 끊겼다.

 하지만 만령충의 힘을 빌리면 다시 가능한 것이다. 마교는 이런 비술이 얼마나 더 있을까?

 남자를 자극시키도록 훈련받은 붉은 입술의 여인은 될 수록 천천히 움직였다.

 “후우욱―!”

 보라색 입술이 다시 열리며 제법 긴 한숨이 토해졌다.

 다음 순간, 남자의 눈이 홱 뒤집어지며 흰자위만 드러났다.

 절정에 올랐으나 분출을 하지 못하는 욕구가 강하게 축척되었다가 한순간 폭발했다.

 그 정신 파장, 그것을 증폭시켜 주는 만령충의 떨림이 멀리…… 서안까지 전달되었다.

 [죽여라!]

 

 광명은 부모님이 ‘너만은 꼭 빛을 보라’는 뜻으로 지어 주신 이름이다. 그리고 나이 스물다섯에 강북련 중앙의 본단 휘하 무사가 된 것은 빛을 본 것 정도가 아니라, 어쩌면 그 빛 안으로 들어간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광명은 지금 견자단 개자식들의 집에 있는 두 여자와 한 꼬마를 돌보는 일을 맡고 있는 중이었다.

 ‘이게 참, 뭔 일이야?’

 오호맹과의 전쟁터에서 날고 기어도 모자랄 판에!

 견자단 삼 형제가 차지하는 위치가 급격히 높아지지 않았다면, 아마 다른 임무로 옮겨 달라고 신청했을 것이다.

 종남일기, 녹진자.

 사실 얼굴 한 번 보리라고 아예 기대도 안 했던 전설의 인물들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자기와 같은 집에 있다니.

 광명은 오히려 자신이 다른 곳으로 옮겨질까 걱정해야 할 신세라는 것을 깨닫는 중이었다.

 방 안에서 벌어지는 삼 형제와 두 기인 사이의 설전이 안 들릴 리가 없었고, 광명은 그래서 담 너머로 자신을 쏘아보는 괴인을 약간 소홀히 했다.

 그리고 그 순간에 괴인의 눈이 번쩍였다.

 그 번쩍임 사이로 흰 촉수가 언뜻 지나갔다. 만령충의 조종자, 충령체(蟲令體)의 표식이었다. 지금 저 남쪽에서 벌어지는 정사가 만령충을 자극한 것이다. 서안에 있던 충령체가 그 공명을 받아 석 달 전 음식 안에 섞인 만령충의 알을 모르고 먹은 광명을 조종하고 있었다.

 ‘커헉…….’

 광명은 가슴을 쥐어짰다.

 석 달의 기간이 광명에게는 천국 같던 시간이었다.

 기운이 잘 느껴졌다. 진기의 소통이 잘되었다. 내공이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만령충은 흡정공의 궁극에 달한 형태였다. 극.

 남의 내공을 빨아먹는 것이 아니었다.

 천지에 가득한 기운을 빨아먹고 사는 벌레가 바로 만령충인 것이다. 광명이 다른 이들보다 먼저 발전할 수 있던 이유였다.

 수련생 중에서 빠른 진척. 정식 무사가 되고, 그중에서도 튀어 승진, 그리고 또 승진……. 그러나 이 한순간!

 꿈같은 석 달이 흔들렸다. 머리가 흔들렸다. 눈앞의 현실도 흔들렸다. 사고가 정지했다.

 광명은 입을 벌렸다.

 그러나 말은 나오지 않고 침만 주르륵 흘러내렸다.

 광명은 그대로 방문을 열어젖혔다.

 다 모여서 식사하던 방의 맞은편, 바로 아현의 방이었다.

 서탁에 기대 혼자 눈물을 훔치던 아현의 얼굴이 의혹에 물들었다.

 “아저씨, 어디 아파요?”

 다음 순간, 흰 지렁이 떼가 광명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꺄아아아아악―!”

 콰장창―

 문짝이 부서졌다.

 아현의 비명 소리가 들리기 직전, 종남일기와 녹진자는 근처에서 잡히는 괴이한 파장을 분명히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만령충에 민감한 삼 형제가 간발의 차이로 먼저였다. 느껴지는 순간에 광검이 먼저 몸을 돌리면서 문을 부순 것이다.

 “아현아!”

 다음 순위로 방에 들어온 사람들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지렁이 같은 흰 촉수는 세 척 길이로, 아현의 조그만 몸을 휘감기에는 충분했다. 광명의 입에서 나와 수백 가닥으로 갈라진 촉수가 벌인 일이었다.

 그리고 그중 일부가 아현의 입을 벌리고 있었다.

 놀란 아현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삼 형제와 두 노고수의 눈이 집중적으로 향해진 곳은 그 촉수의 중앙이었다. 약간 굵은 촉수가 아현의 벌려진 입으로 천천히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아가―!”

 뒤늦게 뛰어 들어온 홍춘이 절규하며 무작정 달려들었다.

 “안 돼!”

 수백의 지렁이가 무더기로 꿈틀거렸다.

 꿈틀거림이 일어나자마자 홍춘이 서 있던 자리는 마치 창처럼 꼿꼿한 만령충의 집합이 꿰었다. 광수가 끌어낸 직후였다.

 아현의 입으로 들어가려던 촉수의 중앙이 갈라졌다.

 그리고 뭔가 타원형의 물체가 나왔다. 역시 흰색이었다.

 “백선고의 알이로구나!”

 백선고는 만령충의 근본 뿌리가 되는 원래 모습이다. 저것이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면 곧 부화해 사람을 잠식하고, 만령충으로 진화해 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사람의 몸을 이용해서.

 만령충의 촉수가 이 작업을 보호하고 있고, 게다가 바짝 끌어안고 있었다.

 아현의 입안으로 저 끔찍한 것이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검을 뺄 시간도, 저 알이 흔들려 아현의 입안으로 떨어지지 않게 할 자신도 없는 상황. 무엇보다 광검은 아현을 아꼈다.

 광검의 입이 바득, 깨물어져 비틀어졌다.

 ‘깨어나라! 얼어붙은 저주들아!’

 광검이 북해빙궁의 저주를 풀어 백선고를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몸속에서 백선고가 광포하게 꿈틀거렸다.

 흰 만령충 수백 가닥, 그사이로 잠깐 비춰진 광검의 모습을 아현의 눈이 얼핏 보았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보다도 더 놀라는 아현이었다.

 “아, 어, 어거거!”

 광검의 손바닥을 그대로 찢으며 흰 촉수가 폭출되었다.

 음중극음, 극중즉암, 극냉의 기운이 섞인 피가 흩어졌다.

 광검의 손바닥에서 튀어나오자마자 피는 방울방울로 얼어붙었다.

 툭, 투두둑, 툭.

 피의 얼음조각이 방바닥에 흩어졌다.

 음중극음. 빙궁에서 익히려 애쓴다는 그 전설이 이렇게까지 끔찍한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그즈음에는 상황이 끝나 있었다.

 광검의 손을 찢고 나온 촉수에서 다시 한 번 수백 가닥의 촉수가 갈라져 나와 믿지 못할 광경을 보여 주었다.

 광명의 입에서 나온 수백 가닥의 촉수를 완벽히 제압하고, 백선고의 알마저 꿀꺽 삼켜 버렸다.

 그리고 광겸의 쌍도가 휘둘러져 광명의 목을 쳐 떨어뜨렸다.

 촤아악―

 피.

 천장에 뿜어진 피가 도로 아현의 얼굴로 떨어졌다.

 투두둑― 투둑―

 그러나 아현은 그런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아현의 눈은 광검만 쳐다보고 있었다.

 “삼촌…….”

 광검은 만령충을 꺼내 든 팔을 움켜잡고 있었다.

 만령충은 한 번 나와서 도로 들어가기 싫은 듯 꿈틀대며 광검의 팔을 감싸고 조였다가 마구 발버둥을 쳤다.

 만령충의 촉수 근육이 끼드득 대는 소리가 소름 끼쳤다.

 광검의 이맛살에 굵은 힘줄이 돋아나고, 고통으로 이를 악물고서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크윽! 꺼, 꺼내긴 쉬운데, 도로 넣기가…… 젠장! 뭐 해! 근처에 파장이 남았잖아!”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호흡이 흐트러졌다. 저항이 약해진 틈을 타서 만령충의 촉수가 크게 꿈틀거렸다.

 “아악! 둘째 삼촌!”

 애가, 제 눈앞에서 목이 떨어진 사람을 보고도 피 한 방울 안 섞인 삼촌을 먼저 걱정한다. 아현은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눈물을 뚝뚝 떨궜다.

 아현의 사무치는 외로움이 그간 어떠했는지, 홍춘의 눈에 알알이 박혔다. 홍춘의 쥐어진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아현아, 둘째 삼촌 몸에 손대면 안 된다!”

 광수의 손을 붙들고 간절히 쳐다보는 아현의 눈빛. 그러나 광검은 소리쳤다.

 “아, 한두 번 겪어! 놔두고 가서 그 새끼나 빨리 죽여 없애란 말이야!”

 긴말을 내뱉은 것이 먼저 내뱉은 호흡의 구멍을 채 메우기도 전이었다.

 광검의 성깔은 이럴 때 너무 불리했다. 손바닥에서 나온 만령충 촉수는 그야말로 구렁이처럼 굵어진 상태로 광수의 팔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 휘감아 버렸다.

 팔이 거의 두 개로 쪼개질 판이었다. 피가 마구 튀었다.

 투두둑― 탁― 타다닥―

 나오자마자 얼어붙으면서 여기저기 방바닥으로 떨어져 굴렀다.

 만령충의 촉수는 다시 수십 가닥으로 좌악 갈라졌다.

 그리고 확 늘어나며 광검의 얼굴을 덮었다.

 “아악! 삼촌, 어떻게 좀 해 봐! 엉엉엉!!”

 광검이 막히는 소리로 다시 한 번 악을 썼다.

 “빨리 가! 멀어지고 있잖아! 컥!”

 숨을 쉬어야 진기를 모으고, 그 진기로 만령충을 얼려야 한다. 그러나 만령충은 광검의 목구멍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손바닥에서 나오고, 그게 꿈틀대며 다시 입으로 기어 들어가고…….

 그러나 광검은 욱욱대면서도 나머지 한 손으로 가라는 손짓을 계속해 댔다.

 “에잇, 성질하고는. 진짜!”

 광겸이 성질을 버럭 내며 홱 뛰쳐나가 버렸다.

 입을 벌리고 서 있던 녹진자가 황당해하며 물었다.

 “야, 저놈 저거, 그냥 둬도 괜찮겠냐? 저 만령충 기세가 장난이 아닌데.”

 “쿠우―후웩!”

 광검이 구역질을 하듯 입을 크게 벌렸다. 한쪽 눈이 붉게 충혈되고 흰 촉수가 안에서 홱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부풀었다. 눈동자가 삐져나올 것 같았다.

 “웨익― 가!”

 “조심해라.”

 짧은 염려의 말만 남기고 광수마저 돌아섰다.

 “네놈이 남아 있어 봐. 혹시 모르니까.”

 종남일기는 녹진자에게 말하고 광수를 따라 몸을 날렸다.

 그렇게 주변이 정리되자 광검은 연미와 홍춘에게 아현을 데리고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아현이 채 눈을 떼지 못하며 질질 끌려 나가자 광검은 그제야 방바닥에 쓰러졌다.

 손바닥은 아주 걸레처럼 찢어져 나가 만령충이 왕창 튀어나왔고, 광검의 온몸을 뒤덮어 버렸다.

 꿈틀대며 광검을 내부가 아니라 바깥에서 먹어 치우려는 모습에 녹진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고통을 숨 한 번 쉴 때마다 느꼈을 텐데…… 독한 놈.”

 방문 밖, 참혹한 광검의 모습에 아현은 눈물만 흘렸다.

 홍춘과 연미의 눈도 그렁그렁하게 눈물이 맺힌 채 붉어져 있었다.

 아현을 구하기 위해 저런 끔찍함을 자초한 것이다.

 욕쟁이 광검은…… 그런 성격이었으니까.

 

 충령체 십오호는 달렸다.

 “거기 안 서! 이 더러운 구더기 집합소 똥통 자식아!”

 광겸의 쌍도는 이미 허연빛을 발하는 중이었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자신의 속도를 넘어서 계속 가까워질 정도로 빠르게 치달렸고, 게다가 저 쌍도를 하얗게 달군 것은 강기가 분명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충령체 십오호는 문득 생각했다.

 ‘저놈 진기랑 호흡이 따로? 설마 그런 황당한 경지를……!’

 어차피 잡힌다.

 십오호는 갑자기 멈춰 서서 홱 돌아섰다. 아직 이십여 장 정도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광겸이 이를 갈며 외쳤다.

 “죽여 버린다!”

 그때, 십오호의 양팔이 활짝 펼쳐지며 눈이 감겨졌다.

 훤히 비어 주고 올 테면 오라는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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