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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운종룡변종견
작가 : 담적산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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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통이 나타났습니다. 시장 상인들을 괴롭히며 돈을 뜯는데,
체면상 우리가 직접 나서 줄 수도 없고 해서……."
"견자단을 쓰세요."
"혹시 한자가…개[犬]……."
"개자식들 맞아요."
"에…흠, 흠, 이름부터가…이런 일에 꼭 필요한 자들 같군요. 알겠습니다."

"꼴통이 또! 나타났습니다. 일류 고수를 서넛이나 맞이하고도 농담까지 하면서
칼 쓰는 걸 보니, 절정입니다.
그 경지까지 올라갔다면 정신 수양이 안 될 턱이 없는데,
어찌 그런 사도로 빠져들었는지 참……."
"견자단을 쓰세요."
"에엑! 대체…그놈들 뭡니까?"
"묻지 말아요. 다쳐."

 
6 화
작성일 : 16-07-13 09:45     조회 : 644     추천 : 0     분량 : 8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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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변견에서 명견으로 ---(3)

 

 

 

 강호의 독한 마음은 경험하지 않은 자가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어젯밤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계산을 안 해도 빤한 이야기였다.

 “안 돼, 안 돼, 오, 제발……!”

 연미는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며 미친 듯이 쓸어 헤치고 뒤적거렸다. 무엇을 찾는가?

 사실은 연미도 잘 몰랐다. 뭔가 단서를 찾아야 했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 장원 사람들은 연미의 전부였으니 말이다.

 그때, 누군가 탑림으로 뛰어들었다.

 “연미야! 에이그! 무사했구나!”

 연미의 고개가 돌려졌다.

 “나 대모!”

 약간 뚱뚱한, 전형적인 중년 부인의 모습.

 무공을 익힌 기색도 없었다.

 그러나 그건 이 삼 형제도 마찬가지였다. 도요척 같은 절정고수도 깜빡 속았지 않은가.

 이런저런 의미로 해서 견자단의 눈길은 가늘어졌다.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나 대모가 혼자서만 살아 나오는 일이란 있을 수 없는 확률에 불과했다.

 ‘그런데 살아남았군…….’

 어리숙한 체하며 살아오던 날들이 이제 거의 끝났음을 알려 주는 인간형이었다. 사부의 부탁은 될수록 길게 숨어 살라는 것이었지만, 이제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나 대모가 연미 앞에 나타난다는 상황은 그 정도 의미였다.

 견자단 삼 형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던 연미는 그 나 대모란 여자를 껴안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식구들이 다른 곳에서 잘 있으며, 연미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 때문이었다.

 견자단 삼 형제의 눈이 더 가늘어졌다.

 나 대모가 연미를 이끌고 나설 때도, 그리고 인가가 드문 외진 곳에 서 있는 집에 안내할 때도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집 대문이 열리고, 마당에 어지럽게 널린 시체들을 봤을 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호란 이런 곳이라고 이미 경험한 그들 아닌가.

 연미는 넋을 놓았다.

 덜덜덜 떨리는 손. 장원 식구들의 싸늘한 살결에 대 봐야 돌아오는 것은 절망적인 현실뿐.

 아버지나 다름이 없던 장주는 머리가 대청 중앙에 매달려 있었다.

 그 목에서 피가 고드름으로 길게 내려져 있었다.

 연미는 그대로 기절해 쓰러지고 말았다.

 광검이 중얼거렸다.

 “거, 마음 씀씀이 한 번 우리 같은 놈들이구만.”

 광겸이 연미의 등을 주물러 진기를 불어넣으며 물었다.

 “우리 같은 마음 씀씀이가 어떤 건데?”

 “네 이름도 모르냐! 개 같다는 거잖아, 좀!”

 나 대모가 눈을 반짝이며 그대로 등을 폈다.

 그 모습 그대로 살기가 흘러나오는데, 기세는 사나웠다.

 “오호호호홋! 개 같다……. 견자단, 네놈들은 뭐냐? 아마 생김새를 보니 도요척 맹주를 시해한 놈들이 네놈들 같은데.”

 그때, 연미가 눈을 다시 떴다.

 그러고는 눈물을 줄줄줄 흘렸다.

 이럴 때 눈물은 통곡이 없어도 그냥 나온다. 마음은 붕 떠서 현실을 겪는 것 같지 않은데, 전혀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데도 눈물만 그냥 흘러내리는 것이다. 슬프고 자시고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누라 될 여자의 눈물이 흐르는 이때 가만있으면 광겸, 미친 낫이 아니었다.

 쌍도의 손잡이에 손이 거꾸로 올려졌다.

 어제는 보여 주지 않던 역수도의 자세였다.

 “그러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안내하던 당신이 배신자였다, 이 말입니까?”

 나 대모의 고개가 갸우뚱, 기울었다.

 “배신? 누가 누굴 배신했다는 건지 이해는 안 가지만, 나는 원래 오호맹의 사람이니 이 멍청한 놈들을 죽이는 건 당연하지.”

 말이 필요 없는 살기가 형형하게 커졌다.

 그 와중에도 광겸은 꼭 확인하려 들었다.

 “배신이 아닐지는 몰라도, 여기 이 사람들을 속인 건 사실 아냐?”

 나 대모는 붉은 연지가 아주 진하게 칠해진 입술을 길게 잡아 늘이며 가슴을 풀어헤쳤다.

 투두둑―

 “오, 그래. 나 나쁜 년이야. 강호가 이런 거 처음 봐, 애송이?”

 광겸은 쌍도의 손잡이를 세게 말아 쥐었다.

 동시에 겉옷이 풀어헤쳐진 나 대모의 늘씬한 굴곡이 나타나며 또 다른 물건이 견자단의 눈을 자극했다.

 그리고 충격을 받아 눈물만 흘리던 연미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독요룡의 구절편!”

 편. 채찍.

 그랬다. 채찍을 쓰는 고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게 원래 채찍이 아닌데 채찍이라고 불러 주는 물건일 때는 더더욱 적었다.

 곤에 관절이 하나 있으면 쌍절곤이다. 두 개 있으면 삼절곤이라 불린다. 사절곤, 오절곤도 없는 바는 아니었지만, 사실상 삼절곤이면 그 효용을 모두 낼 수가 있기 때문에 쓰이지 않았다. 문제는 관절의 수가 ‘엄청나게 많은’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관절 여덟 개!

 곤이 아홉 개가 되면, 그것은 이미 곤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래서 채찍이라 불렀다.

 구절편.

 현재 강호에서 구절편을 쓰는 사람은 단둘뿐이었다.

 하나는 남자이고, 또 하나는 여자였다.

 그리고 둘은 부부였다.

 남자는 극에 달한 찌르기의 달인이었다.

 물론 구절편으로 말이다.

 단 한 번, 손목이 살짝 떨리기만 하면 구절편은 온갖 뒤틀기를 다 일으키며 상대의 공세를 휘감으며 거슬러 올라 사혈을 찌른다.

 여자는 돌려 후리기의 달인이었다.

 구절편 자체 길이가 사방 이 장 가까이 되는 반경에, 매서운 진기까지 합치면 총 삼 장 너비가 초토화되는 사태를 면치 못했다.

 두 부부의 합공은 이런 식으로 완성된다.

 구대문파의 장문인도 희생된 적이 있었다. 태산 위에 노니는 존재를 거꾸러뜨린 두 부부의 별호는 그래서 ‘파천’이 붙었다.

 파천독요룡 나희령.

 파천마제룡 독고천귀.

 그중 파천독요룡 나희령이 나타난 것이다.

 대체 산골 장원 일에 왜 이런 고수들이 줄줄이 매달리는가.

 연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마구 중얼거렸다.

 “아니야. 이건…… 저런 사람들이 왜…… 우리같이 평범한 장원에…… 아니야……. 이건 꿈일 거야. 그래, 이건 꿈이야…….”

 연미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떴다.

 하지만 눈앞의 광경이 어디로 가지는 않았다.

 “아니야, 이건…….”

 다시 울음으로 변하는 목소리였다.

 그 울음이 듣기 싫다는 듯 유들유들한 여인의 비웃음이 겹쳐졌다.

 “한데 네놈들 혹시 우리 백호 풍조단은 못 만났느냐?”

 광겸은 마주 비웃어 주었다.

 “봤죠.”

 촤앙!

 두 개의 만도가 뽑혔다.

 나희령이 흠칫 하며 손목을 털었다. 그러자마자 늘어져 있던 구절편 전체가 꿈틀거리며 일어섰다.

 일어서며 동시에 그 한 관절이 독사 머리처럼 꼬부라져 휘익, 맴을 돌았다.

 터텅―

 허공에 바람이 확 일었고, 바닥의 눈가루가 소용돌이치며 흩날려 올랐다.

 광겸은 쌍도를 뽑으며 팔을 세게 치켜들었다.

 그러자 도기가 폭출되었다. 강력하게 확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지만, 짧게 끊어 속도를 가중시킨 실력이 깔끔했다.

 나희령의 붉은 입술이 다시 꿈틀거리며 웃었다.

 “오호, 뽑는 동작에? 어린놈들이 대단하구나. 백호풍조를 봤다면 어찌했느냐?”

 대꾸는 광검이 했다.

 “뭐, 좀 있으면 알게 될 거요.”

 나희령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좀 있으면?”

 그 말을 광겸이 받았다.

 “좀 있으면 아줌마도 죽을 테니까요.”

 구대문파, 강호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힘과 맞서는 오호맹.

 그리고 그런 세력의 중심에 서 있는 고수, 파천이라는 수식어까지 달고 있는 나희령에게 누가 이따위로 말하겠는가.

 도요척처럼 흥분하지 않은 나희령은 오히려 요사하게 웃었다. 그러더니 혀를 내밀어 그 붉은 입술을 핥으면서 침을 끈적하게 발라 주는 것이다.

 “음후후후후! 백호풍조가 죽었다? 그리고 나도?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남자의 패기인걸! 오늘 미친개들이 날 흥분시켜 주는구나!”

 까라락―

 나희령의 구절편이 급작스럽게 변화를 일으켰다.

 장원 식구들의 시신을 보며 넋 놓고 있는 연미의 등을 향해 내뻗어지는 굉음 한 줄기!

 쉬앙―

 “헛!”

 삼 형제의 실수였다. 설마 저 대단한 인물이 무공도 일천한 연미를 먼저 공격할 줄이야!

 단 한 음절을 발음할 시간, 그것도 모자랄 만큼 급작스러운 기습이었고, 그래서 호흡을 마셔야 할 때 뱉어 버렸다.

 광겸은 그 상태로 독요룡의 구절편을 막아 갔다.

 따다다당―

 머리를 치고, 그 머리가 튕겨지면서 두 번째 관절로 겹쳐지며 계속 찔러들고, 그 두 번째 관절을 다시 쳐 내니 세 번째 관절로 겹치면서 약간 맴을 돌았다.

 구절편은 그것만으로 쳐 낸 충격을 해소하고 그 머리를 다시 세워 휘둘러지는 것이었다.

 쌍도, 칼이 두 개였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네 번째 부딪침에 구절편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움직임을 보였다.

 아예 반대로 휘익 머리를 돌려 광겸의 얼굴로 날아든 것이다. 그리고 내뱉던 호흡만으로 진기를 수발하던 광겸의 힘도 거기까지였다.

 얼굴만을 간신히 돌려 피해 내며 일단 물러서야 했다.

 그래서 한 줄기 스치는 소리가 난 것이다.

 치익―

 광겸의 뺨에서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치잇― 돌고 있네요.”

 구절편은 그 하나하나가 회전하고 있었다. 고수의 진기는 이런 것이 무섭다.

 진기가 먼저 돌고, 그 진기 때문에 구절편이 회전하고 있었다. 파천 독요룡의 구절편은 운이 좋아 하늘을 깬 것이 아닌 것이다!

 검붉은 피와 범벅이 된 마당의 눈.

 그 속에서 한 점, 아주 선연한 진홍의 입술이 다시 늘어나며 꿈틀거렸다. 눈웃음을 치는 나희령!

 “어때? 아줌마 매력도 쓸 만하지 않아? 셋이 같이해도 힘들걸?”

 그때였다, 어젯밤부터 한마디도 없던 광수의 입이 열린 것은.

 “힘들더라도…… 우리 막내 장가는 보내야겠소.”

 나희령의 웃음이 더 진해졌다.

 “진작 나섰어야지. 난 귀여운 남자보다 잘생긴 남자가 좋아.”

 광수의 손이 허공에 들려졌다.

 나희령이 유들유들한 여인 특유의 저음. 그러나 말하는 내용은 속을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잘 들었어. 손, 특이하다고 도 맹주가 그랬다지?”

 광수는 흥분하지 않았다.

 “잘 확인했소만, 장원 식구들이 순순히 가르쳐 줍디까?”

 나희령은 깔깔깔 웃었다.

 “호호호호호! 장주에게 눈웃음 몇 번 쳐 주니 그냥 술술 불던걸. 주책맞은 늙은이.”

 그때, 고함이 일었다.

 “아니야! 거짓말! 장주님이, 장주님이 너 같은 살인마에게……!”

 연미였다.

 눈물이 얼어붙을 지경이었다.

 광수가 혀를 찼다.

 ‘시간 끌면 큰일 나겠군.’

 나희령의 눈웃음은 이럴 때 더 무서웠다.

 “그래? 너무 순진한 거야? 남자 유혹하는 법은 단순해. 가르쳐 줄까?”

 “이 추잡한 색녀!”

 연미가 빽! 고함을 지를 때였다.

 구절편이 다시 날아갔다.

 정말 남의 방심을 노리는 시간 차는 절대적이라고 해도 모자랄 만한 솜씨!

 광수의 손은 약간 느리게 대응했다.

 그것이 나희령에게는 신기한 모양이었다.

 설마 독요룡의 구절편에까지 맨손으로 달려들 줄이야.

 나희령의 웃음이 더 짙어졌다.

 ‘어디……!’

 그리고 광수의 손에 부딪치는 순간, 구절편은 그 손목을 휘감으려 들었다.

 동시에 광수의 손목도 튕겨지며 구절편의 포박에서 벗어났고, 거기서 사단이 벌어졌다.

 투두둑― 퍼벅!

 구절편의 첫 번째 마디가 깨져 버렸다!

 “허억?”

 뒤로 다가오던 광검에게로 휘돌아쳐 가던 독사의 머리가 깨졌다.

 그래서 눈은 단전을 관통한 광검의 칼로 향해지지 않았다.

 나희령의 시선은 얼굴을 붙잡고 있는 광겸에게로 향해져 있었다.

 “그…… 최초의 부딪침이…… 너, 칼 잘 쓰는구나.”

 그랬다.

 광겸의 쌍칼은 나희령의 구절편에 상처를 남겼다.

 광수의 격공장은 그 상처로 스며든 것이다.

 광검이 뒤에서 칼로 찌르는 것을 확인하고 했던 한 수였다.

 정확히 동시에 합격하지 않아도 이런 합공은 정말 노련한 고수도 당할 만했다.

 푸익.

 선홍의 입술이 핏물에 가려졌다.

 광검이 칼을 빼는 순간 나희령은 핏물을 뿜었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크큭, 정말, 호호호. 정말, 개 같은…… 느낌인데? 너, 맏이의 손만 써서 맹에 보고해 줬는…… 설마, 설마 네 그 칼은…….”

 “아줌마, 좀 위험한 발언.”

 광검이 나서며 광겸을 독촉했다.

 광겸이 인상을 쓰자 광검은 연미에게로 마수를 뻗쳤다!

 “제수씨, 서방님이 다쳐서 제수씨 원한 갚기 힘들다는데, 칼 좀 빌려 드릴까?”

 연미는 흠칫 몸을 떨었다.

 인자하고 정직하던 장주의 목.

 다정하던 장원 식구들의 처참한 시체. 아버지의 죽음.

 그러나 이 모든 것도 연미에게 차마 살인의 칼을 들게 하지는 못했다.

 연미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

 자신이 미워서였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을 눈앞에서 잃고도 그냥, 그냥 아무런 일도 못하다니!

 “욱, 욱, 흑……!”

 연미의 울음소리에 광겸이 투덜거리며 일어섰다.

 “애 낳으면 삼촌이라고 부르지도 못하게 할 거야! 거, 인간성이 왜 그래?”

 광검은 냉막하게 굴었다.

 “잔소리 닥치고 빨리빨리, 그러다 내 입에서 그거 또 튀어나올라. 응?”

 그제야 나희령의 얼굴이 본격적으로 굳어졌다.

 도요척도 이런 식으로 죽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희령은 그제야 여유 서린 목소리가 사라졌다. 떨리는 소리로 물었다.

 “너희는…… 너희는 설마…….”

 대답은 듣지 못했다.

 나희령의 목은 그대로 허공에 떠올랐다.

 그것이 무적의 미친 개 떼, 견자단의 전설이 시작된 것이었다.

 

 최초 그 시신이 발견된 것은 사건이 나고 하루 뒤였다.

 꽁꽁 얼어붙은 나희령의 시신은 푸르게 얼어붙은 채 한쪽 무릎을 꿇고 경악을 숨기지 않은 상태였다.

 목은 저쪽에서 구르고 있었으니, 놀라움이 아니라 충격이었다.

 나희령에게 견자단과 연미의 출현을 알린 오호맹의 끄나풀은 너무 황당한 현실에 얼이 빠져 두 시진이나 지나서야 보고를 했다고 한다.

 도대체 나희령이 누구인가.

 아무리 그 남편 파천마제룡에 비해 실력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그녀에게도 ‘파천’의 별호는 붙어 있었다.

 그녀의 구절편 아래 죽어 나간 강호의 명숙들이 대체 몇이던가.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강호에서 가장 무거운 중도를 구사한다는 모용세가의 가주가 죽었을 때, 강호 전체가 당황했다.

 그녀의 이름은 그렇게 알려졌다.

 그리고 마침내 공동의 장문인까지 죽였을 때, 세상은 또 하나의 거대한 마녀가 탄생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 후 그녀의 행보는 남편인 독고천귀를 만나 결혼할 때까지 휘몰아치는 삶이었다.

 결혼하고 몇 년간 조용했던 그녀가 나타난 것이고, 그리고 그런 그녀가 죽었다.

 게다가 그녀의 구절편은 그 첫 번째 머리가 깨져 있었다.

 사인은 확실했다.

 기습도 아니고, 암습도 아닌, 확실하게 앞에서 붙고 그녀의 장기인 구절편까지 꺼내 제대로 위력이 발휘되도록 싸운 것이다.

 그런데도 나희령이 깨졌다!

 하늘, 구대문파의 장문인을 죽인 그 파천의 마녀가 새로운 별에게 다시 밀렸다.

 온 강호가 떨렸다.

 부글부글 끓다 못해 넘치고 있었다.

 새로운 별이 나타났다!

 새로운 별들은 강남에서 가장 빠른 칼이라는 분광마를 깨고, 절정고수 사냥 전문이라는 바람 발톱을 뽑고, 뒤이어 파천의 독룡을 잠재웠다. 단 이틀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침에, 그날 저녁에, 그리고 그다음 날에.

 어떤 면모로 봐도 그 자리를 메우기가 쉽지 않은 고수들이었고, 이렇게 해서 오호맹의 주 세력들이 한풀 꺾인 것 같았다.

 그러나 구대문파, 즉 천하 그 자체와 싸우려는 것이 단순히 정신 나가서 그런 것만은 아님을 오호맹은 증명해 보였다.

 즉시 이름 없는 자들이 다시 나타나 그 자리를 메우는데, 전의 주인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

 오호맹의 다섯 맹주는 수시로 갈리는 것이 강호의 상식이었다.

 그만큼 고수가 많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오호맹은 그들의 철천지원수로 견자단을 꼽아 천하에 공표했다.

 이어 복수조를 구성했다. 복수조는 어둠의 세력권에 숨어 있던 존재라고 했다. 구대문파의 정예를 상대해야 할 힘의 일부가 먼저 드러난 것이다.

 견자단이 올린 쾌거였다.

 견자단!

 이들은 누구인가.

 강남제일쾌 분광마를 죽이고, 백호풍조를 깨고, 파천의 고수마저 꺾은 이들, 견자단은 도대 누구인가. 오호맹을 분노케 만든 이들은 누구인가. 세상은 궁금해했다.

 지금 이곳의 객잔 손님들처럼 말이다.

 “개자식들이래.”

 문득 들려온 말에 연미는 컥, 하고 사래가 들렸다.

 아무리 세상 살 이유와 기력 쪽 빠지는 일을 겪었어도 아직 자신에게 신뢰를 보내는 광겸이 남아 있다.

 어차피 여자들은 애 낳기 전까진 남편 하나 바라보고 산다 하니, 아직 죽을 만한 지경은 아니지 않은가.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것이다.

 연미에게 그런 희망을 주는 광겸은 지금…… 천하가 뒤집히는 일을 해 놓고도 개자식이라는 말을 듣는 중이었다. 연미의 고개가 사람들 몰래 숙여졌다.

 ‘이름을 어떻게 이렇게 지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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