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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히어로 테일즈
작가 : 두번째준돌
작품등록일 : 2018.11.1

마법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누구나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장대한 시리즈물로 기획된 '히어로 테일즈'는 마법세계, 특히 블루마법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영웅(Hero)이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무적의 존재도 완전무결한 신도 아닌 그들은, 그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일뿐입니다.

 
3 - 2화. 살얼음판 같은 사이
작성일 : 18-11-19 16:58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6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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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살얼음판 같은 사이

 

 

 

 네파리안과 아스나는 입구에서 50미터쯤 걸어 들어간 뒤, 주위로 넓게 펼쳐진 광장구역에서 멈춰선다.

 거인이 사는 움막집을 연상시키는 아찔하게 높은 천장과 무수하게 뚫려있는 미개발 루트의 구멍들이 탐험가 네파리안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보라머리 여고생 아스나에겐 매일 한 번 이상씩 보는 익숙한 풍경일 뿐이다.

 그녀가 현관문에 들어선 집주인 마냥 담담한 목소리로 네파리안에게 묻는다.

 

 "탐사하실 구역이 어딘가요?"

 

 "음... 1층 어딘가에 있었는데..."

 

 네파리안이 수도 없이 뚫린 1층 동굴 구멍들을 천천히 빙 돌아본다.

 분명히 오른쪽 어딘가로 들어가는 게 맞긴 한데, 정확히 어떤 구멍으로 들어가야 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그를 향해 아스나가 다시 질문한다.

 

 "혹시 기억나는 특징적인 지형이나 사물 같은 거라도 있나요?"

 

 "글쎄, 길이 아주 좁고, 동굴 벽에 개미알 같은 우툴두툴한 흰색 돌들이 박혀 있었어."

 

 "길이 좁고, 우툴두툴한 흰색 돌들이 있는 곳이라..."

 

 보라머리 여고생은 잠시 날씬한 V자형 턱을 짚고 곰곰이 생각에 빠진다.

 그러더니 잠시 후 고개를 들어 네파리안을 바라본다.

 

 "짐작이 가는 곳이 하나 있어요."

 

 "정말이냐?"

 

 "네. 그런데 가는 길이 많이 복잡하고 길어서 거의 한나절은 잡고 가야 해요. 오늘 가는 건 무리예요."

 

 "이런..."

 

 네파리안이 크게 아쉬워한다.

 가장 기대하던 고대 유물인 파괴신의 벽화가 있는 곳에 오늘 당장 갈 수 없단 사실이 그를 김빠지게 했던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건 같이 동행하는 저 보라색 생머리 후배가 그곳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는 점. 네파리안이 확답을 얻기 위해 편집증 환자 같이 아스나에게 재차 물어본다.

 

 "그래도 그쪽으로 가는 길을 확실히 아는 거지? 그렇지?"

 

 "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달빛 산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여기 길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아스나가 걱정도 팔자라는 듯 태연한 목소리로 그를 안심시킨다.

 네파리안은 그제서야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그쪽은 내일 가는 걸로 해야겠군. 오늘은 전에 조사했던 유적들을 한 번 씩 더 둘러 보기로 하지. 혹시라도 새로 얻은 자료들과 매치 되는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

 

 "길 안내를 해드릴까요?"

 

 "아니, 됐어. 다른 유적들의 위치는 전부 꿰고 있으니까. 너는 먼저 집에 들어가 있어도 된다."

 

 "저도 네파리안 선배를 따라가겠습니다. 이곳 지리엔 밝은 데다가, 이따 저희집 여관으로 모셔 드려야 하니까요."

 

 아스나가 살포시 뛰어 네파리안의 옆에 '착' 붙어 선다.

 

 흑발 청년은 의심과 짜증이 반씩 섞인 찌푸린 눈초리로 보라머리 여자후배의 옆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도대체 이 녀석은 왜 또 자기를 따라오겠다는 걸까?

 혹시 나중에 거액의 안내비를 청구하려는 건 아닐까?

 아니면 정부에서 그의 연구를 감시하라고 붙여 놓은 스파이?

 

 네파리안은 도무지 이 보라머리 여고생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슨 이득이 생긴다고 자신에게 숙식과 길안내는 물론 동행까지 하겠다는건가?

 여자에 둔감한 그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잠시 후 아스나가 '왜 출발하지 않는거죠?'라고 묻는 듯한 표정으로 돌아보자,

 네파리안은 할 수 없이 입술을 비틀며 껌에 붙은 듯 한참동안 땅에 붙어 있던 걸음을 뗀다.

 

 

 

 

 네파리안과 아스나는 횃불로 밝혀지지 않은 미개발 루트를 탐사하기 위해 푸르스름한 빛을 뿜어대는 발광 위습(정령: 솜뭉치 같이 떠 다니는 일종의 빛의 덩어리)을 한 마리 띄우고는 달빛 산 내부를 돌아 다닌다.

 

 가끔씩 튀어 나오는 흡혈박쥐나 돌골렘 따위의 동굴 몬스터들은 흑발의 냉혹남 네파리안의 전광석화 같은 얼음 마법을 맞고, 얼어붙은 동태가 되어 나가떨어져 버린다.

 

 보라머리 여고생 아스나도 기다란 일본도를 꺼내 들긴 했지만 좀처럼 휘두를 기회를 잡지 못한다.

 흑발 청년의 실력을 옆에서 지켜보며 아스나가 생각한다.

 

 '역시 네파리안 선배. 교내 Top 5중 한 명 다운 실력이야.

 사실 교내 Top 5들의 실력은 종이 한장 차이에 불과하며, 그중 가장 강한 건 1위인 춘회 선배도, 2위 제로 선배도 아닌 3위 네파리안 선배라는 설도 많이 나돌고 있지. 조용히 그림자에 숨어서 실력을 감추고 있다는 것.

 그런데 직접 보니 정말 다른 Top 5들과도 무언가 다른 강함이 있다. 마치 빙산 아래에 더 거대한 빙산이 숨겨져 있듯이 말야...'

 

 코너를 돌자 고대유적이 또 하나 모습을 드러낸다.

 물이 흘렀던 흔적이 있는 계단식 폭포와 그 위에 둥그런 판 모양 제단이 보인다.

 그리고 제단을 둘러싼 벽에는 조잡한 유치원생들의 낙서 같은 고대벽화가 가득 그려져 있다.

 

 "멜시드의 제단이군."

 

 네파리안이 발광 위습에 비친 유적의 푸르스름한 모습을 주욱 둘러보며 입을 뗀다.

 여긴 예전에도 몇 번씩이나 조사를 했던 곳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네파리안은 가방 안에서 흑여우 집단에서 얻은 낡은 고서적을 꺼내서 이곳 유물들과 조합을 시도해 본다.

 제단, 물이 흘렀던 길, 벽화 모두에 고서적을 대보며 조합의 주문을 외우는 네파리안.

 

 <......>

 

 그러나 네파리안의 고서적은 아무런 변화도 없다.

 만약 조합에 성공했다면 푸른색, 붉은색, 황색 등등 휘황찬란한 섬광과 함께 무언가 다른 의미의 고대어가 서적에 추가될 텐데 말이다.

 

 네파리안은 약간은 실망스러운 얼굴로 고서적을 다시 가방 속에 집어넣는다.

 

 "쳇. 여기도 별거 없잖아?"

 

 "물의 악마 멜시드의 제단은 파랑 도시 근처에선 흔한 고대 유적이니까요."

 

 보라머리 여고생이 타이르듯 네파리안에게 말한다.

 흑발의 청년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건 그래. 그나저나 이 멜시드란 놈은 대체 누구 편이었던 건지 모르겠군. 고대 카오스의 양 진영 모두 멜시드를 적이라고도 했다가, 아군이라고도 하는 등 기록이 뒤죽박죽이란 말이야..."

 

 "네파리안 선배는 물의 악마에 대해 연구하고 계신가요?"

 

 아스나가 지나가는 말처럼 슬쩍 물어본다.

 네파리안은 누군가 자기 연구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자 신나서 바람 빠진 풍선같이 입을 나불거린다.

 

 "아니다. 하지만 관련 있는 존재에 대해 연구하고 있지. 혹시 파괴신 '스톤콜드'에 대해서 알고 있나?"

 

 "고대를 종결시킨 존재 말인가요?"

 

 "그래 맞아. 난 그 파괴신에 대해 연구하고 있지. 물의 악마는 오랫동안 파괴신과 함께 동행을 했다고 추측된다. 아무튼 내가 이번에 달빛 산에 온 이유는 파괴신의 가동주문을 알아내기 위해서..."

 

 순간 흑발의 냉혈한은 자신이 너무 많은 걸 말했다고 생각하고는 음소거 버튼을 누른 듯 입을 꾹 닫아 버린다.

 그는 계속 말하는 대신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아스나를 노려본다.

 

 혹시 그녀가 아이젠 정부의 첩자라면?

 자신도 아버지와 같은 꼴을 당할지도 모른다.

 

 한편 아스나는 아스나대로 네파리안의 행동을 굉장히 수상하게 여긴다.

 매표소에서는 이름을 속인 가짜 명찰을 내민 데다가, 한 시대를 종결시킨 최악의 존재인 파괴신의 가동주문을 알아 내려는 낌새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

 

 '뭔가 위험해. 이 사내.'

 

 보라머리 여고생이 검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생각한다.

 둘 사이에 일촉즉발의 초조한 긴장감이 흐른다.

 

 그때 네파리안이 먼저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를 깨고 노려보는 것을 멈춘다.

 그는 터무니없는 망상에 빠져 있던 사람이 제 정신으로 돌아왔을 때처럼 고개를 양 옆으로 툭툭 털고는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저 애가 아이젠의 첩자일 리가 없지. 그랬다면 난 벌써 놈들에게 살해당했을 거다. 후우, 쓸데없는 걱정이야 네파리안. 쓸데없는 걱정..."

 

 그러나 안심을 얻은 네파리안과는 달리 아스나는 아직도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하고 있다.

 그녀가 여전히 검을 쥔 손에서 힘을 빼지 않으며 흑발 청년에게 질문한다.

 

 "궁금한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제가 납득할 수 있도록 대답해 주셔야겠습니다. 네파리안 선배."

 

 "내가 어째서 대답해야 하는 거지?"

 

 네파리안이 뻔뻔스런 표정을 지으며 대꾸한다.

 그러자 보라머리 여고생이 범죄예방 메뉴얼에 나오는 모범 시연자처럼 침착하고도 당당한 태도로 말한다.

 

 "왜냐하면 선배의 말과 행동이 너무나도 수상쩍기 때문입니다. 동행인 제가 불안을 느낄 정도로 말이죠. 특히 파괴신에 관한 대목에서 선배의 얼굴에 떠오른 욕망의 표정은 매우 위험해 보였습니다. 납득할 만한 대답을 듣지 못한다면 저는 정부기관에 당신을 신고하겠습니다."

 

 "하... 그러니까 신고당하기 싫으면 대답하라고 날 협박하는 건가?"

 

 네파리안이 후배의 재밌는 재롱을 목격하기라도 한 양 코웃음을 친다.

 그러더니 얼음조각 같이 표정을 싸늘하게 굳히며 말한다.

 

 "그럼 그 전에 여기서 널 죽여 버리면 되겠네. 이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당신은 절 죽일 수 없습니다."

 

 "무슨 근거로?"

 

 "저의 친구 윗키와 춘회파 사람들은 선배와 제가 달빛 산에 함께 탐사를 왔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출몰하는 몬스터 중 저를 죽일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제가 죽는다면 모두 당신을 의심할 테고, 유니온과 정부에서는 선배를 추적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네파리안 선배는 자신이 원하던 목적을 이루기 힘들어지겠죠."

 

 아스나는 말을 멈추고 흑발 냉혈한의 반응을 살핀다.

 네파리안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말을 경청할 뿐이다.

 

 반론이 없자 보라머리 여고생이 계속해서 자신의 논리를 주장한다.

 

 "게다가 저는 내일 선배가 원하는 장소로 안내를 해줄 길잡이입니다. 저를 죽인다면 선배는 그곳으로 가는 길을 찾는데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한달... 아니 어쩌면 1년이 넘게 걸릴 수도 있을 겁니다."

 

 마침내 모든 주장을 마친 아스나는 '어때, 이래도 당신이 날 죽일 수 있겠어?'라고 말하는 듯한 당돌한 눈빛으로 네파리안을 마주 본다.

 공허를 연상시키는 흑발청년의 회색 눈동자.

 

 아스나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하얀 손을 가늘게 떨며 속으로 두려워한다.

 네파리안은 여기서 마음만 한 번 먹으면 어린아이의 손목 비트는 것보다도 쉽게 그녀의 목숨을 끊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큭큭큭. 재밌군. 너 꽤나 상대를 위협할 줄 알잖아? 큭큭 아주 재밌어."

 

 네파리안이 뭐가 그리 재밌는지 혼자 웃기 시작한다.

 웃음소리는 해골이 달각거리는 것처럼 동굴 내부에 음침하게 울려퍼진다.

 

 보라머리 여고생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순간, 네파리안이 웃음을 그친다.

 

 "좋아. 내가 졌다. 난 널 죽이지 못한다. 그러면 어서 질문을 해봐."

 

 "네에. 그러죠..."

 

 아스나가 속으로 진땀을 흘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제 대화의 주도권은 그녀에게로 넘어온 것이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어째서 매표소 직원에게 가짜 학생증을 보여준 거죠? 네파리안 선배의 성은 겔게스가 아니라 윈터칠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건 내가 윈터칠이란 성으로 공공기관에서 고대자료를 연구, 수집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네파리안의 대답에 아스나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윈터칠이란 성을 사용하면 안 되는 걸까?

 그러자 네파리안이 대답하듯 말을 잇는다.

 

 "예전에 박스터 윈터칠이란 남자가 있었다. 그는 고대 카오스의 종말과 새로운 현대의 시작에 관해 연구했었지.

 그러다가 결정적인 어떤 자료를 찾게 됐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이젠 정부에서 그를 죽이고 모든 연구 성과들을 빼앗았다.

 즉 윈터칠이란 성을 공공기관에 밝히는 건 위험한 일이란 거다. 충분한 대답이 되었나? 그럼 다음 질문!"

 

 "네, 그럼 두 번째 질문. 선배는 혹시 파괴신을 다시 깨울 생각인 건가요?"

 

 "......"

 

 이 질문에 네파리안은 잠시 아스나를 위아래로 재어 본다.

 

 '과연 이 여자에게 말해줘도 되는걸까?'

 

 고민에 빠지는 네파리안. 그는 대화의 주도권이 아스나에게 있단 사실을 깨닫는다.

 

 대답하지 않는다면 신고 당하거나, 아스나를 죽이고 도망자 신세가 되는 수밖에 없다.

 반면 대답한다면 신고 당하거나, 아스나가 그냥 넘어가 줄 수도 있는 거다.

 대답하는 것이 그의 신상에 좋다.

 

 흑발의 청년이 마침내 굳게 닫힌 성문 같은 입을 연다.

 

 "그렇다. 나는 파괴신을 깨울 생각이다."

 

 "?!"

 

 아스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크게 놀란다.

 지금 그녀의 앞에 선 후리후리한 흑발의 청년은 지금 이 세상을 멸망의 구덩이로 밀어 넣을지도 모르는 최강최악의 존재를 깨우려 하는 것이다.

 

 놀라고 기가 막혀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아스나를 향해 네파리안이 은근한 목소리로 묻는다.

 

 "자아, 모든 질문이 끝났는가? 내 대답이 궁금점을 다 풀어 주었는가? 그럼 이제 날 신고할 텐가 말 텐가?"

 

 "...... 아직 한 가지 질문이 더 남아 있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 신고 여부를 결정하지요."

 

 "질문해봐."

 

 "선배는 어째서 파괴신을 다시 깨우려는 거죠?"

 

 단도직입적인 아스나의 질문.

 네파리안도 회피하지 않고 곧장 대답을 내놓는다.

 

 "복수를 위해서다. 내 소중한 것들을 앗아간 증오스런 자들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서... 이제 대답이 됐는가?"

 

 "네."

 

 아스나는 방금 전 무시무시한 붉은 빛을 발한 것 같은 네파리안의 회색 눈동자를 걱정스레 바라본다.

 금방이라도 저 뱀파이어를 닮은 창백한 흑발 청년이 날카로운 얼음 칼을 뽑아들고 공격해오진 않을까 무서운 기분.

 

 그러나 네파리안은 평소의 차갑고 무뚝뚝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

 그가 심통맞은 목소리로 아스나에게 묻는다.

 

 "그래서 날 신고할 텐가? 아스나 카자쿠라."

 

 "그건..."

 

 보라머리 여고생이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인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네파리안의 회색 눈동자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대체 저 눈동자에는 어떤 슬픈 기억들이 담겨 있는 걸까?'

 

 잠시 갈등하던 아스나는 칼자루를 잡은 손에 힘을 빼고 칼날을 아래로 거둔다.

 

 "그건 좀 더 두고 보기로 하지요. 아직 당신은 파괴신을 연구하는 탐구자일 뿐이지, 이 세상을 파멸시킬 사람은 아니니까요."

 

 "호의적인 결정 고맙군."

 

 "단지 판단을 유보한 것뿐입니다. 선배가 위험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그땐 당장 신고할 것입니다."

 

 "맘대로 해."

 

 네파리안이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리고는 또다시 제멋대로 동굴을 따라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보라머리 여고생도 학처럼 긴 다리를 종종거리며 그의 뒤를 따른다.

 

 방금 전의 대화로 두 사람 사이의 위기는 빗겨 갔지만, 앙금 같은 불안과 의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렇게 껄쩍지근한 기분을 남긴 채, 두 사람은 계속해서 달빛 산을 탐사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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