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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히어로 테일즈
작가 : 두번째준돌
작품등록일 : 2018.11.1

마법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누구나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장대한 시리즈물로 기획된 '히어로 테일즈'는 마법세계, 특히 블루마법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영웅(Hero)이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무적의 존재도 완전무결한 신도 아닌 그들은, 그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일뿐입니다.

 
2 - 13화. 싸움의 결말
작성일 : 18-11-14 00:30     조회 : 29     추천 : 0     분량 : 7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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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 싸움의 결말

 

 

 

 거대한 보랏빛 하수도 괴물에게 덮쳐진 주황머리 소녀.

 그녀는 마치 악마의 뱃속 같은 끈끈하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의 액체 안에 갇힌 채, 조금씩 의식을 잃어 가고 있었다.

 

 <부글부글>

 

 숨을 쉴 수도, 손가락 하나를 까딱 움직일 수도 없는 절망적인 폐수의 감옥 속에서 윗키가 생각한다.

 

 '이렇게 죽는 건가...? 슬퍼. 하지만 내가 윌리엄 오빠를 위해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다는 게 더 슬퍼.'

 

 그녀는 익사해 가는 와중에도 좋아하는 사람을 도와줄 수 없는 것에 가슴 아파한다.

 죽음의 안개가 점점 그녀의 의식을 뒤덮기 시작한다.

 소녀의 눈에서 맑은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나온다.

 

 그런데 그때, 크고 따뜻한 누군가의 양팔이 윗키의 어깨를 감싸 안는다.

 그리고는 단숨에 그녀를 괴물의 몸속에서 뽑아낸다.

 

 <촤아아>

 

 윗키를 뒤덮고 있던 오물들이 양수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고, 신선한 공기가 그녀의 폐 속에 전해진다.

 

 "헉! 콜록콜록... 헉헉, 윌리엄 오빠?"

 

 윗키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구해준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금발의 왕자님 윌리엄 진이 괴물의 목 뒤를 밟고 선 채, 뒤에서 주황머리 소녀를 껴안고 있다.

 폐수와 오물로 온몸이 더럽혀진 두 남녀였지만 이토록 로맨틱한 백허그도 없을 것이다.

 

 "윌리엄 오빠."

 

 "윗키."

 

 연인처럼 다정히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둘.

 윌리엄이 공주님 안기로 윗키의 어깨와 무릎 아래를 받쳐 들고는 괴물의 위에서 펄쩍 뛰어내린다.

 

 <처억>

 

 깃털처럼 사뿐한 착지.

 윌리엄은 바닥에 조심스레 윗키를 눕혀 놓으며 묻는다.

 

 "괜찮니?"

 

 "네, 오빠 조금 의식이 몽롱한 것과..."

 

 주황머리 소녀가 물에 젖은 옆머리를 더듬으며 하얀색 꽃 모양 머리핀이 제대로 꽂혀 있는지를 확인한다.

 다행히 윌리엄이 사준 소중한 선물은 그대로 꽂혀 있다.

 윗키가 수줍게 웃으며 덧붙인다.

 

 "가슴이 좀 두근거리는 것뿐이에요."

 

 "나도 그래."

 

 윌리엄도 그녀를 따라 싱그럽게 웃는다.

 그는 뒤돌아서서 비장한 표정으로 하수도 괴물과 마주한다.

 괴물은 방금 전 그가 파헤쳐 놓은 몸의 상처를 모두 회복한 상태였다.

 

 주황머리 소녀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금발 청년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오빠... 저 괴물한테는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아요."

 

 "걱정마 윗키."

 

 윌리엄의 목소리는 마치 수만 년 동안 갈고 닦아져 온 암석처럼 굳세다.

 

 "반드시 놈을 쓰러뜨리고 올게. 그런 다음 데이트를 계속하자. 여기서 어떤 무서운 음모가 펼쳐지고 있다 해도 상관없어. 그건 유니온 사람들에게 맡기자.

 우린 못다 한 데이트를 계속하는 거야. 다른 어떤 것보다 소중한 둘만의 시간이니까... 그렇지 윗키?"

 

 "네, 맞아요 오빠!"

 

 윗키의 얼굴이 프러포즈라도 받은 듯 환하게 밝아진다.

 오늘 하루 윌리엄에게 서운했던 모든 감정의 응어리들이 눈 녹듯 사라져 버린다.

 

 금발의 훈남 윌리엄이 흑철 대검을 들어 올린다.

 

 "그러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줘 윗키!"

 

 그가 괴물을 향해 달려든다.

 하수도 괴물도 두 사람의 멜로 모드가 눈꼴시라던 차에 잘됐다 여기고는 동산만 한 몸뚱이를 꿀럭거리며 윌리엄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구워어어어!"

 

 <휘이익>

 

 거대한 괴물의 주먹이 윌리엄을 향해 날아온다.

 재난 영화를 연상시키는 무시무시한 광경을 눈 한 번 깜빡거리지 않고 응시하며, 금발의 전사가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던 어머니와 카이 그리고 푸른 용 큐이큐이의 얼굴이 차례로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 동안은 몰랐던 질문의 답...

 

 윌리엄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한 여자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망아지같이 드세고 거칠지만, 한 송이 해바라기처럼 자신만을 향해 마음을 주는 주황색 단발머리 소녀, 윗키 로셀리나.

 환하게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윌리엄이 맘속으로 질문에 대답한다.

 

 '그건 바로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가 코앞에 다가온 괴물을 향해 아래에서 위로 검을 힘껏 쳐올린다.

 

 <스겅>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깨끗한 절단음과 함께 괴물의 주먹, 그리고 몸통이 동시에 잘려나간다.

 

 <촤아아아아>

 

 한 무더기의 폐수와 오물이 되어 바닥에 쏟아져 버리는 괴물.

 그것들은 일반적인 하수도의 오수처럼 냄새를 퍼트리며 끈적하게 흐를 뿐, 다시는 서로 합쳐지지 않는다.

 윌리엄은 그의 선조가 그리했듯 실체가 없는 적의 핵심을 가르고,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켜낸 것이다.

 

 

 

 

 그렇게 중앙 하수도의 보스를 쓰러뜨린 그들은 낡은 사무실이나 수상한 흰색 가운의 남자 같은 건 신경도 안 쓰고, 미리 지정해 둔 귀환 주문서를 사용해 시티 중심가에 있는 노인의 집으로 순간이동을 한다.

 금발의 매너남 윌리엄이 윗키의 몸 상태를 최대한 빨리 체크해 봐야 한다며 성화를 부렸기 때문이다.

 

 <파앗>

 

 새하얀 불빛에 둘러싸여 순간이동한 두 사람의 빈자리를 굵은 철테 안경 너머의 눈초리가 음산하게 노려본다.

 

 사내는 어둡게 그림자 진 사무실 벽면 뒤에 숨어서 모든 것을 지켜봤다.

 그는 기다란 흰색 가운을 펄럭이며 걸어와 자신의 피조물이 한낱 보라색 곤죽이 되어 흩어져 버린 모습을 확인한다.

 

 흰 가운의 사내는 잠시 흙장난이라도 하듯 괴물의 사체를 이리저리 파헤치며 뒤적인다.

 그러다가 곧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오물덩이 속에서 두 손을 꺼낸다.

 

 손에는 반으로 정확히 쪼개진 회색 구슬이 들려 있다.

 그는 바지 주머니에 구슬 조각을 챙겨 넣고는 더러워진 가운을 벗어 던진다.

 

 <투욱>

 

 흰색 가운을 벗은 사내의 옷은 놀랍게도 블루마법고의 교복이다.

 가슴팍에 달린 명찰에는 '찬 타크' 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그가 엉망진창으로 더러워진 중앙 하수처리장의 공터와 낡은 사무실을 둘러 보며 아쉬워한다.

 

 "제길. 세계정복을 위한 이 찬 타크님의 첫걸음이 실패로 끝날 줄이야."

 

 그는 분한 듯 표정을 구기며 으르렁거린다.

 야심차게 준비한 거대 괴물이 단칼에 무너지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수차례나 복기하며 찬타크가 중얼거린다.

 

 "타르탄의 핵심을 한 번에 갈라 버릴 줄이야... 대단하군 그녀석들. 랭킹 5위의 윌리엄 진과 신입생 1인자 윗키 로셀리나였지? 기억해 두마..."

 

 그가 몸을 돌려 폐가처럼 낡은 사무실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한 달 가까이 실험해 왔던 실험기구와 연구자료를 들고 어서 자리를 떠야 했다.

 

 "녀석들이 신고해서 귀찮은 유니온 놈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서둘러 빠져나가야겠군. 아무튼 연구는 계속된다. 환경오염 물질을 이용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타르타르단의 창립자인 이 찬타크님의 야망을 위해서!"

 

 골방의 광인처럼 혼잣말하는 찬 타크의 목소리가 중앙 하수처리장 가득 울려 퍼진다.

 

 

 

 

 오후 3시.

 

 플라워타리움 던젼 앞에서는 벌써 한 시간 째 붉은머리 미소년과 단아한 검은 머리의 유니온 리더가 격렬한 혈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솔로부대의 존망을 건 결투'라는 부제(춘회는 동의한 적 없지만)를 단 이 싸움이 워낙 치열하고 수준이 높아서, 둘 주위를 넓게 빙 둘러싼 구경꾼들은 솔로건 유니온 단원이건 할 것 없이 입을 헤벌리고 싸움 구경에 몰입한다.

 

 팽팽한 줄다리기처럼 이어지는 화염과 가시나무의 공방이 어느 한쪽의 화려한 기술이나 전술로 인해 기울어지면, 관중들은 어김없이 "오오!" 하며 놀라곤 하다가, 또 다른 쪽의 기가 막히는 반격으로 다시 균형이 맞춰지면 "이야~!"하며 감탄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이나 계속 이어져 온 명승부는 헐레벌떡 뛰어와 긴급전보를 알리는 비썩마른 안경 낀 유니온 단원에 의해 중단된다.

 

 "폴리네 리더님! 헉헉... 위급상황이에요! 잠깐 싸움을 멈추고 들어 주세요!"

 

 "뭐야, 한창 재밌게 싸우고 있는... 꺄악! 딴 데 보고 있을 때 공격하지 마요, 이 비겁한 빨강머리야!"

 

 폴리네가 치맛자락에 붙은 불을 손바닥으로 파닥파닥 쳐서 끄며 춘회를 향해 소리 지른다.

 치마뿐만 아니라 옷과 머리칼에도 온통 불에 그을은 시커먼 자국들이 가득했다.

 

 멀리서 불덩이를 던졌던 춘회가 지지 않고 소리친다.

 

 "방금 건 댁네 멸치남이 끼어들기 전에 쐈던 거거든! 비겁하긴 누가 비겁해 이 억지녀야!"

 

 악에 차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붉은머리 소년의 얼굴과 팔, 다리에도 온통 긁힌 상처투성이다.

 폴리네가 이를 악물며 잠시 휴전할 것을 제안한다.

 

 "암튼 잠깐 공격 멈춰봐! 위급상황이라니까 들어봐야 되거든요."

 

 "알았어!"

 

 둘은 마치 운동장 양 끝에서 대화하기라도 하는 듯 고함치며 대화를 주고받는다.

 폴리네가 고개를 돌려 소식을 가져온 관원을 바라본다.

 

 "위급상황이라고요?"

 

 "네..."

 

 비쩍 마른 안경 관원은 폴리네의 코끝에 묻은 검댕 자국을 보고는 웃지 않기 위해 잠시 숨을 참는다. 그리고 진정이 되자 보고서 읽듯이 말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오전 11시 30분경부터 시티 내에서 간헐적인 하수구 넘침과 이상괴물의 출몰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점점 신고 건수가 늘어나더니 결국 오후 1시 30분경에는 5천 건 이상의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그리고 방금 전 중앙 하수처리장에서 일련의 사건들과 관계가 있는 것 같은 불법 마법행위가 있었다는 신고까지 들어 왔습니다."

 

 "뭐야 이거? 갑자기 왜 이렇게 미친 듯이 돌아간 거죠?"

 

 "지금 난리가 났습니다. 당장 유니온의 전 인원을 동원해 이 사건을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으음..."

 

 폴리네가 팔짱을 끼고 신음 소리를 낸다.

 간만에 재미있는 상대인 붉은머리 미소년을 만났는데...

 

 놓치기 아까운 녀석이었다.

 솔로에 고등학생인 주제에 유니온 리더인 자신과 호각으로 맞설 수 있는 데다가 키도 크고 잘생긴 킹카인...

 

 "아니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저 녀석은 한낱 미성년자일 뿐이라고요!"

 

 그녀가 물에 젖은 고양이처럼 몸을 마구 흔들며 고음으로 절규한다.

 다행히 폴리네는 곧 냉정을 찾고 자신을 향한 유니온 사람들의 이목을 향해 일사천리하게 명령을 내린다.

 

 "평단원들은 유니온에서 신고를 받기 위해 대기해 주세요.

 중급 단원들과 하급 단원들은 가정으로 역류한 하수구와 괴물들을 처리해 주시고, 상급 단원들과 수석 단원들은 공공기관과 중심가에 출몰한 괴물들을 퇴치합니다.

 그리고 세컨드 리더님은 저와 함께 중앙 하수처리장을 확인하러 갑시다. 그럼 어서들 움직이세요!"

 

 "네, 리더!"

 

 관중들 사이에 섞여 있던 초록색 복장의 유니온 단원들이 잘 훈련된 대원들답게 일시에 움이기 시작한다.

 폴리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멀뚱멀뚱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 솔로부대들을 향해서도 한마디 한다.

 

 "당신들도 여기 가만히 있지 말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세요, 할 일 없는 백수 티 내지 말고."

 

 "뭐, 뭐야?!"

 

 "저 계집이 우릴 무시했어!"

 

 "솔로의 힘을 맛볼 테냐!"

 

 모욕을 당한 솔로부대원들이 발끈해서는 웅성거린다.

 그 모습이 꼭 성난 원숭이 떼를 연상시킨다.

 

 이어지는 레인보우 시티 유니온 리더의 공식 선언.

 

 "당신들이 이겼어요. 이유야 어쨌건 유니온은 후퇴했고, 커플들도 전부 물러났으니까요. 어떤가요 무능한 솔로님들? 기분 좋나요? 당신들이 이겼다고요."

 

 "......"

 

 솔로들이 그녀의 말을 천천히 곱씹어 본다.

 느려터진 뇌를 굴리며 해석을 마친 그들의 얼굴이 승리했다는 감격과 기쁨으로 가득 찬다.

 

 "우오오오오오!"

 

 "우리가 이겼대!"

 

 "솔로들이 공권력과 커플들을 물리쳤다!"

 

 지나칠 정도로 시끄러운 함성이 플라워타리움 앞 광장을 폭풍처럼 휘몰아친다.

 놈들 중 몇몇은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서로 얼싸안고 딥키스를 주고받는다. (우웩)

 

 그런데 그중 한 명은 기쁨의 분위기에 동참하지 않는다.

 솔로부대가 승리하는데 에이스 역할을 했던 붉은머리 미소년 춘회가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폴리네를 향해 다가간다.

 

 "무슨 소리냐? 아직 우리들의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고!"

 

 "아아, 당신이군요."

 

 자리를 뜨려던 폴리네가 잊고 있었다는 듯 춘회를 향해 뒤돌아선다.

 그리고는 특유의 깔보는 듯한 표정을 유지하며 대답해준다.

 

 "물론 승부는 끝나지 않았죠. 하지만 아쉽게도 레인보우 시티 곳곳에 괴물들이 출몰하는 바람에 리더인 저로서는 이 일을 먼저 해결해야 되서 말이죠..."

 

 "쳇, 내가 거의 다 이긴 거였는데, 운이 좋으시군."

 

 춘회가 투덜거리자, 폴리네가 손바닥을 어깨 위로 들어 올리며 기가 막힌다는 포즈를 취한다.

 

 "하아? 그건 제가 할 소리죠. 건방진 솔로 녀석아! 솔직히 내가 숨겨둔 비장의 카드를 썼다면 네놈은 진작에 버터구이 오징어가 됐을걸요?"

 

 "웃기시네. 나야말로 아직 필살기 안 썼거든! 너무 강한 기술이라 불쌍해서 안 써줬더니 뵈는 게 없구만?"

 

 "정말 상종 못 할 솔로 놈이로군요."

 

 "흥. 그렇게 고상한 댁은 뭐 얼마나 멋진 남친이 있길래 솔로 솔로 거리는 건지 모르겠네."

 

 춘회의 빈정거림에 정곡을 찔린 폴리네가 얼굴을 사과처럼 붉힘으로써 투닥거리던 언쟁이 종료된다.

 사실 그녀도 순수한 모태 솔로였기 때문이다.

 

 "어, 어, 어쨌든 오늘은 무승부에요. 다음에 만나면 국물도 없을 줄 아세요."

 

 "뭐 무승부인 건 인정하지. 담에 날 안 만나길 빌어라. 그땐 초박살을 내줄 테니."

 

 끝까지 허세질인 두 남녀. 유치한 신경전을 끝내고 폴리네가 빙글 몸을 돌린다.

 

 "그럼 이만."

 

 우아한 규슈와도 같이 폴리네가 도도하게 작별인사한다.

 춘회는 또각또각 발소리를 내며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노려 보며 마지못해 대꾸한다.

 

 "그래... 잘 가라."

 

 춘회는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한숨을 내쉬며 '털썩' 바닥에 주저앉는다.

 

 역시 레인보우 시티 최고의 실력자답게 엄청난 상대였다.

 긴장의 끈을 한순간이라도 놓칠 수 없는 싸움이었다.

 춘회는 거의 모든 기술과 집중력을 동원했는데도 호각으로 대치하는 게 고작이었단 사실에 경악한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이 보인 건 화력의 제한선을 푸는 '리미트 해제'를 사용한다면 어쩌면 폴리네를 쓰러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한 도시의 정점에 선 유니온 리더를 이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그 여자애가 비장의 카드를 숨겨뒀단 얘기가 구라일 경우에 말이지만... 하아~ 힘들다."

 

 붉은머리 미소년이 무너지듯 드러눕는다.

 그런데 제대로 다리를 뻗기도 전에 거칠고 억센 손아귀들이 온몸을 붙잡는다.

 

 "으잉? 뭐, 뭐야 니들?"

 

 춘회가 자신을 붙잡은 10여 명의 건장한 독신 남성들을 돌아보며 기겁을 한다.

 그러나 그들은 대답 대신 안면근육을 찡그려 징그럽게 웃으며 춘회를 하늘 높이 번쩍 들어 올릴 뿐이다.

 

 "으아악! 그만둬!"

 

 "당신은 우리 솔로들의 구세주입니다. 부디 헹가래를 받아 주십쇼."

 

 리더로 보이는 주황색 더벅머리 녀석이 춘회의 머리를 붙들고 말한다.

 진지한 목소리로 사이비 같은 감사 인사를 지껄이는 솔로부대의 리더에게 열화 폭염탄을 한 방 먹여 주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춘회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른다.

 

 "만세!"

 

 "솔로들의 구세주 만세!"

 

 "나 니들이랑 놀기 싫다고 이 자식들아~!"

 

 "만세!"

 

 수만 명이나 되는 솔로부대의 우렁찬 만세 합창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불쌍한 붉은머리 미소년... 아니, 솔로들의 구세주가 지른 피의 절규가 플라워타리움 던젼 앞에 메아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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