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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히어로 테일즈
작가 : 두번째준돌
작품등록일 : 2018.11.1

마법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누구나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장대한 시리즈물로 기획된 '히어로 테일즈'는 마법세계, 특히 블루마법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영웅(Hero)이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무적의 존재도 완전무결한 신도 아닌 그들은, 그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일뿐입니다.

 
2 - 8화. 괴물이 출몰한 집
작성일 : 18-11-09 01:38     조회 : 17     추천 : 0     분량 : 6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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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 괴물이 출몰한 집

 

 

 

 레인보우 시티의 중심가로 다시 돌아온 윌리엄과 윗키는 도시의 명물인 게임센터에 가보기로 한다.

 번화가와 고급주택 단지 사이에 위치한 게임센터는 마치 검은 상자를 연상시키는 위압적인 빌딩이었다.

 

 게임센터에는 보통의 오락실과 카지노가 있었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거의 축구장 한 개와 맞먹을 정도였다.

 카지노는 성인들이 이용하는 곳이지만 예외적으로 미성년자용 슬롯머신은 누구나 이용할 수가 있다.

 

 둘은 게임센터로 가는 길목인 고급주택 단지 안을 걸으며 좋아하는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전 펀치머신이나 킥 머신 좋아해요! 팡! 팡! 소리가 나면서 기록을 경신하는 게 얼마나 재밌다구요!"

 

 주황머리 깡패소녀 윗키가 허공에다가 섀도우 복싱하듯 주먹과 킥을 날려댄다. 그녀는 이미 파랑 도시에선 오락실을 모두 제패해 놓은 상태라, 레인보우 시티에서의 새로운 도전이 가슴 설렌다.

 

 윌리엄은 쭉쭉 뻗는 윗키의 주먹과 발을 경계하며 살짝 옆으로 떨어져서 걷는다. 짧은 교복치마를 입은 윗키의 발차기가 높이 올라올 때마다 언뜻언뜻 그 속이 보이는 것 같았지만, 점잖은 윌리엄은 애써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얼굴이 살짝 붉어진 금발 신사를 향해 말괄량이 주황머리 소녀가 묻는다.

 

 "윌리엄 오빠도 펀치머신 같은 거 잘하죠? 힘 엄청 세잖아요?"

 

 "뭐, 그냥... 근데 요샌 안 해."

 

 "왜요?"

 

 "내가 때리면 기계가 부서지거든."

 

 윌리엄이 씁쓸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의 목소리엔 마치 인간세상에서 살아가기에는 너무 강한 힘을 가진 초인의 설움 같은 것이 느껴진다.

 윗키가 가히 여고생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헐~ 대박."

 

 "대신 난 인형뽑기 좋아해. 한 번 뽑을 때까진 절대로 그만두지 않지."

 

 "그래요?"

 

 윗키가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다. 역전의 용사처럼 강인하고 남성미 넘치는 금발의 훈남에게 이런 귀여운 일면이 숨겨져 있다니, 빠순이 윗키는 놀라우면서도 자기만의 보물상자를 발견한 듯 비밀스런 기분이다.

 

 그녀는 은근슬쩍 자기가 좋아하는 인형 캐릭터에 대해 물어본다.

 

 "오빠 혹시 쿠마쿠마 인형 알아요?"

 

 "쿠마쿠마? 그 갈색 곰돌이 말이지? 내가 좋아하는 종류 중 하나야."

 

 "어머, 정말요? 잘됐다. 저도 쿠마쿠마 엄청 좋아해요!"

 

 윌리엄과 좋아하는 것 교집합이 생긴 윗키가 좋아서 토끼처럼 폴짝거린다. 윌리엄은 약간 당황스러워하면서도 미소짓는다.

 

 "헤에, 쿠마쿠마 캐릭터를 좋아한단 말이지. 그럼 이따 내가 게임센터에서 쿠마쿠마 인형 뽑아줄게."

 

 "진짜요? 꺄악! 오빠 너무 고마워요!"

 

 "뭘~ 아직 뽑지도 못했는데, 근데 내가 실력이 서툴러서 뽑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괜찮아요 오빠. 얼마든지 옆에서 응원하면서 기다릴게요!"

 

 윗키가 눈을 반짝이며 오렌지 정도 크기의 가슴 앞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다. 약간은 부담스러워진 금발의 훈남은 손녀의 어리광에 진이 빠진 할아버지처럼 너털웃음을 터뜨릴 뿐이다.

 

 

 

 

 잠시 후 그들은 고급주택 단지와 게임센터 사이의 기다란 횡단보도 앞에 도착한다.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서 다급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사, 사람 살려! 누가 좀 도와주시오!"

 

 뒤를 돌아보니 웬 깡마른 노인 한 명이 허둥지둥 뛰어오고 있다. 뒤에는 보라색 푸딩같이 생긴 이상한 점액질 괴물이 발이 없는 몸 전체를 미끄러뜨리며 노인을 덮치려 한다.

 

 괴물의 끈적끈적한 몸뚱이가 젓가락 같은 노인의 몸을 덮치려는 순간, 윌리엄이 등 뒤에 맨 흑철대검을 뽑아 들며 펄쩍 뛰어오른다.

 

 "타앗!"

 

 <콰악>

 

 내리꽂은 검격이 정확히 괴물의 머리 부분을 꿰뚫는다. 괴물은 썩은 팥죽처럼 바닥에 녹아내려 버린다.

 

 뒤에서 윗키가 외친다.

 

 "괜찮아요, 오빠?"

 

 "난 멀쩡해. 그나저나 할아버진 괜찮으세요?"

 

 윌리엄이 검에 묻은 보라색 점착물을 털어낸 뒤, 넘어져 있는 노인에게 묻는다. 노인은 충격 때문에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는 몸을 일으킨다.

 

 "자네 덕분에 괜찮다네. 고맙구먼."

 

 "그런데 왜 이 몬스터가 할아버지를 쫓고 있던 거죠?"

 

 윌리엄이 바닥에 곤죽이 되어 흩어져 있는 괴물을 가리키며 묻는다. 그러자 노인은 그제서야 생각났다는 듯 두 집 정도 뒤에 대문이 활짝 열린 저택을 가리키며 소리친다.

 

 "아이고 우리 집! 이놈들이 지금 우리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고 있어!"

 

 "그럼 이런 것들이 할아버지 집에 더 있단 말인가요?"

 

 "그렇다네. 아주 개떼로 몰려왔어! 아아, 이를 어쩐다."

 

 노인이 어쩔 줄을 모르고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러자 정의감이 강한 금발의 청년 윌리엄이 나선다.

 

 "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저희가 집안의 괴물들을 처리해 드릴게요."

 

 "으잉? 그게 정말인가? 하지만 자네들은 아직 어린 학생들 같은데... 이런 일은 유니온에 맡기는 게..."

 

 "?! (아니 왜 우리가 괴물들을 처리하잔 거에요, 윌리엄 오빠~)"

 

 두 사람의 회의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강직한 윌리엄은 벌써 검을 치켜들고, 노인의 저택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할아버진 일단 유니온에 연락을 하세요! 윗키, 도와줄 거지?"

 

 "어어? 윌리엄 오빠! 같이 가요!"

 

 윗키가 윌리엄의 뒷모습을 황급히 따라간다. 으리으리한 문양의 저택 대문을 지나쳐 들어가는 소녀의 표정이 흙이라도 씹은 듯 어둡다.

 

 

 

 

 보랏빛 점액질 괴물들은 이미 노인의 집을 점령한 듯했다.

 윌리엄과 윗키가 저택에 들어서자 꾸물거리며 움직이는 녀석들의 그림자와 하수도 냄새가 마당에 가득 차 있던 것이다.

 

 괴물들은 깨끗한 향기를 풍기는 예쁘고 잘생긴 고등학생 둘이 자기들의 난장판 파티에 끼어들자 타락시킬 먹잇감이라도 발견한 듯 일제히 덤벼든다.

 

 <꾸물꾸물>

 

 그러나 놈들은 폐수에 절인 음식물 찌꺼기를 연상시키는 끔찍한 외모와 지독한 냄새를 제외하면 그다지 위협적인 몬스터는 아니었다.

 

 <스걱 스걱. 촤악 파아앗>

 

 윌리엄이 영웅다운 멋진 칼놀림으로 대문에서부터 치고 나가자, 순식간에 스무 마리도 넘는 괴물들이 송두리째 잘려나간다.

 

 <파직 지지직.>

 

 윗키도 비록 내키지는 않았지만 뒤에서 충실히 전격으로 지원사격을 해준다. 마당이 금방 정리되고 윌리엄이 2층짜리 저택을 가리키며 윗키에게 말한다.

 

 "실내도 들어가 보자!"

 

 "네에..."

 

 저택 내부에 들어간 그들은 코를 찌르는 악취에 인상을 찌푸린다. 아니나 다를까 보라색 점액 괴물 녀석들이 저택 안까지 침입했던 것이다.

 

 놈들은 친구 생일파티에 초대받은 어린이들 마냥 온 집 안을 엎고, 깨고,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깔끔했을 벽지는 온통 녀석들의 체액으로 얼룩져 버렸고, 집안 곳곳을 장식해놓은 고가의 도자기들은 바닥에 파편이 되어 굴러다녔다.

 게다가 가구란 가구는 모조리 철거 직전의 폐가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 엉망진창으로 부숴져 있었다.

 

 집주인이 이런 모습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윌리엄과 윗키는 애도의 한숨을 내쉰 뒤, 곧바로 몬스터 퇴치 작업에 착수한다.

 

 

 

 

 잠시 후 보라색 점액 괴물들의 사체로 질퍽질퍽한 저택 안으로 노인이 조심조심 걸어 들어 온다. 그는 최대한 점액질의 사체를 밟지 않기 위해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으며 주변을 살핀다.

 

 '대체 그 학생들은 어디 있는 걸까?'

 

 노인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위층에서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온다. 아까 그 친절한 금발청년과 사나운 주황머리 소녀다.

 

 윌리엄이 1층으로 내려오다 노인과 눈이 마주치자 반색하며 말한다.

 

 "아, 할아버지! 저택 안팎의 괴물들은 전부 없앴어요."

 

 "아니, 그렇게 빨리 말인가?"

 

 "네. 그런데 유니온 사람들에겐 연락해 보셨나요?"

 

 "음... 그게 연락은 했는데 지금 플라워타리움 쪽에 전 병력이 출동했다고 당장은 와줄 수가 없다는구나."

 

 노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한다.

 

 윌리엄과 윗키는 '플라워타리움'이란 단어를 듣고 서로 의미심장하지만 약간은 우스운 듯한 눈빛을 주고받는다.

 레인보우 시티 유니온 사람들은 틀림없이 그 솔로부대란 놈들과 한바탕 혈투를 펼치고 있을 것이다.

 

 "그럼 사후 처리가 좀 늦어지겠군요."

 

 윌리엄이 엉망이 되어버린 저택 안을 둘러보며 말한다. 그 돼지우리 같은 광경을 보던 윌리엄의 머릿속에 궁금한 점이 떠오른다.

 

 "어째서 이 녀석들이 할아버지 집을 습격한 걸까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노인은 자기도 그 이유를 알고 싶다는 듯 허탈한 표정으로 집안을 둘러본다. 그러다 문득 무엇인가 생각난 듯 팔짱을 끼고 중얼거린다.

 

 "그러고 보니 한 달 전쯤부터 집 뒷마당 연못에서 이놈들이 한두 마리씩 나타나곤 했었어.

 그땐 별거 아니라 생각해서 나무토막이나 돌멩이를 던져서 쫓아내 버리곤 했는데, 이렇게 쏟아져 나올 줄이야..."

 

 "연못이라... 한 번 가봐도 될까요?"

 

 윌리엄이 뭔가 심상치 않은 단서를 발견한 탐정처럼 눈빛을 번뜩이며 묻는다.

 이미 운동화가 보랏빛 점액으로 끈적끈적하게 젖어버린 윗키가 '제발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게임센터나 갑시다.'라는 듯한 눈길로 윌리엄을 간절하게 바라봤지만, 노인의 대답은 얄밉게도 'ok'였다.

 

 "그러세. 이쪽일세."

 

 앞장서서 안내하는 노인의 뒷통수를 노려보는 윗키의 눈빛이 오뉴월의 서리처럼 표독스럽다.

 

 자그마한 노인의 연못에 도착한 세 사람은 물 안 내린 변기라도 목격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뒤로 주욱 뺀다. 연못은 그야말로 오수와 폐수, 하수의 집합체였다.

 

 진득한 거품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시커먼 연못을 가리키며 노인이 변명 나부랭이를 해본다.

 

 "에... 연못이 원래부터 이렇지는 않았다네. 물론 그전에도 관리를 잘 안 해서 키우던 잉어들이 죽긴 했었지만 그럭저럭 바닥 정도는 보였단 말일세."

 

 "어련하시겠어요."

 

 일진소녀 윗키가 대놓고 코를 막으며 비아냥댄다. 그러자 노인은 억울하다는 듯 변명을 더 늘어놓는다.

 

 "저, 정말이야. 그래도 연못이라고 봐줄 만했어. 연못 바닥에 연결돼 있는 하수구에서 그놈들이 올라오는게 틀림 없다구."

 

 "연못이 하수구와 연결돼 있나요?"

 

 윌리엄이 노인을 향해 날카롭게 질문을 한다. 노인은 청원이라도 하듯 절절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렇다네. 우리 연못은 하수구와 연결되어 있지. 그중에서도 큰 하수도 줄기와 연결되어 있어. 연못 물이 막혔을 때 내가 직접 하수도 밑으로 내려가 배출구를 고쳤던 적도 있다네. 집 앞에 하수도로 통하는 맨홀 입구도 있어."

 

 노인의 말을 전부 들은 윌리엄은 갑자기 무엇인가 떠오른 듯, 서둘러 저택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의 뒤를 윗키와 노인이 영문도 모른 채 뒤쫓는다.

 

 "역시 그랬어..."

 

 저택 앞에 도착한 윌리엄이 아스팔트 바닥의 무언가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린다.

 잠시 후 도착한 윗키와 노인은 윌리엄이 보고 있는 물체를 함께 바라본다.

 

 그것은 맨홀 뚜껑이었다.

 거의 수레바퀴만 한 커다란 맨홀 뚜껑 아래선 어둠 속에서 스믈 거리는 무언가의 그림자가 파도처럼 일렁인다.

 그와 동시에 노인의 저택에서 맡을 수 있었던 지독한 악취가 풍겨 나온다.

 

 윗키는 자기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며 뒤로 한 발짝 물러선다.

 노인이 눈을 매추리알 만큼 크게 뜬 채 맨홀 뚜껑 아래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린다.

 

 "저, 저게 대체..."

 

 "아까 그 괴물들이에요."

 

 윌리엄이 똑부러지게 진단을 내린다. 그리고는 심연의 입구 같은 아래쪽의 상황을 지켜보며 덧붙인다.

 

 "아무래도 레인보우 시티의 하수도 전체를 저 녀석들이 장악한 것 같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있나?"

 

 노인이 깜짝 놀라서 묻는다.

 

 "자세한 건 몰라도, 어떤 강력한 마력이나 주문 같은 것이 하수도의 오물을 몬스터의 형태로 변형시킨 것 같군요."

 

 "그럼 빨리 여기 유니온 사람들한테 맡겨요!"

 

 윗키가 재촉하듯 소리친다. 그녀는 어서 이 귀찮은 일에서 벗어나 윌리엄과 함께 데이트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그런 윗키의 맘을 모르는 금발의 훈남이 고개를 젓는다.

 

 "그건 너무 늦어. 레인보우 시티 유니온 사람들이 플라워타리움의 솔로부대를 진압하고 올 동안, 이 녀석들이 레인보우 시티의 하수구를 통해 역류, 사람들을 공격할지도 몰라."

 

 "그래서 대체 어쩌자구요?"

 

 윗키가 따지고 든다.

 윌리엄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기더니, 잠시 후 정의의 용사처럼 고개를 들고 결정 내린다.

 

 "우리가 해결하자. 이번 일을."

 

 "뭐라구요?"

 

 "틀림없이 이번 일의 배후엔 강한 마력을 가진 존재가 있을 거야. 그 녀석이 괴물들을 조종해서 도시를 습격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놈을 쳐서 쓰러뜨리는 거야. 어때 윗키?"

 

 "어떻긴요... 그 존재가 어딨는지도 모르고, 또 그걸 알아도 얼마나 강한지도 모르는데..."

 

 윗키가 애가 타서 말한다.

 그러나 금발머리 정의의 용사는 그런 것쯤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듯, 맨홀 뚜껑을 들어 올리며 시원스레 대답한다.

 

 "그 녀석은 아마 레인보우 시티의 중앙 하수 처리장에 있을 거야. 괴물들을 넓게 퍼뜨려야 되니까... 그리고 그게 얼마나 강하든 상관없어."

 

 그리고는 자신에 찬 눈으로 윗키를 똑바로 마주 본다.

 

 <두근>

 

 주황머리 소녀의 가슴이 세차게 한번 요동친다.

 다음 순간 소녀의 귀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왕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와 내가 함께라면 질 리가 없잖아!"

 

 이렇게 말한 윌리엄은 노인에게 유니온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보라는 말을 남기고는 맨홀 구멍 아래로 훌쩍 뛰어내려 버린다.

 윗키는 금발의 왕자님이 뛰어내린 심연의 구멍을 멍하니 바라본다.

 

 '대체 어쩌다 데이트가 이 모양이 되어 버린 걸까?'

 

 원래 목적지였던 플라워타리움에서는 이상한 솔로부대 놈들이 훼방을 놓았고, 게임센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던 두 번째 계획은 썩은내 나는 하수도 괴물 놈들 때문에 물거품이 되었다.

 신발과 양말은 축축하게 젖었고, 윌리엄 오빠는 그놈의 정의감 때문에 소중한 데이트 시간을 하수도를 뒤지면서 보내자고 한다.

 

 기분이 울컥 상하는 10대 소녀 윗키. 분을 이기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아우, 짜증 나! 이게 대체 뭐야?!"

 

 "아이쿠, 깜짝이야."

 

 옆에 있던 노인이 가죽뿐인 가슴팍을 움켜잡고 뒤로 화들짝 물러선다. 우황청심원이라도 드려야 할 듯...

 

 열 받은 윗키는 마치 이 모든 게 저 가엾은 노인의 잘못이기라도 한 듯이 살벌한 눈으로 노인을 강하게 한 번 노려본 뒤, 윌리엄의 뒤를 따라 맨홀 구멍 속으로 뛰어내린다.

 

 그녀의 맘속에 '너와 내가 함께라면 질 리가 없잖아!'라는 윌리엄의 말이 떠오른다. 그것은 거역할 수 없는 왕자님의 명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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