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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히어로 테일즈
작가 : 두번째준돌
작품등록일 : 2018.11.1

마법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누구나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장대한 시리즈물로 기획된 '히어로 테일즈'는 마법세계, 특히 블루마법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영웅(Hero)이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무적의 존재도 완전무결한 신도 아닌 그들은, 그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일뿐입니다.

 
1 - 19화. 결전 (상)
작성일 : 18-11-06 15:04     조회 : 20     추천 : 0     분량 : 5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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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결전 (상)

 

 

 

 "네."

 

 그레이백의 명령이 떨어지자 카인이 짧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들고 있던 흑여우 소녀를 바닥에 내려놓은 뒤 건방진 입을 가진 붉은머리 소년을 향해 달려든다.

 

 엄청난 속도로 쇄도하는 것과 동시에 입고 있던 가죽점퍼 아래로 숨겨져 있던 근육들이 일제히 불거져 나온다.

 

 순식간에 춘회와의 거리를 좁힌 카인은 단도같이 날카로운 오른손 손톱을 세우고는 상대를 향해 곧바로 내지른다.

 

 <슈왁>

 

 그러나 카인의 공격은 미리 대비하고 시전해 둔 화염구에 가로막힌다.

 

 <퍼벙>

 

 흑여우의 손톱과 충돌한 화염구는 공중분해 되면서 불꽃놀이 같은 잔해를 남긴다.

 그 파편들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눈을 포함한 전신에 흩뿌려지며 순간의 빈틈을 만든다.

 

 "크윽."

 

 카인이 눈을 부여잡고 몸을 움찔한다.

 선제공격으로 인한 카인의 이점은 춘회의 폭발형 화염구 반격 한 번에 모두 사라져 버리고, 전투의 주도권마저도 순식간에 바뀐다.

 

 이 모든 것은 다 춘회가 의도한 바대로였다.

 

 "열화 폭염탄!"

 

 <화륵. 펑. 퍼벙.>

 

 작열과 폭발, 2가지 효과를 동시에 지닌 개량형 파이어볼이 무방비 상태의 적에게 3연타로 들어간다.

 카인은 상, 중, 하단에 각각 한 방씩을 맞고는 뒤로 크게 나가떨어져 버린다.

 

 '썬글라스 녀석을 이렇게 쉽게 쓰러뜨리다니!'

 

 친구들의 원수가 쓰러지는 모습을 본 촉호가 속으로 통쾌한 웃음을 짓는다.

 역시 붉은머리의 리더는 엄청나게 강했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아저씨? 덤벼봤자 결국 이렇게 된다니까."

 

 춘회가 거만하게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어 보인다.

 

 "쿡쿡쿡."

 

 그러나 잔뜩 히스테리를 부릴 줄 알았던 그레이백은 조소를 흘릴 뿐이다.

 옆의 루나도 얼음가면 같은 무표정을 유지한다.

 

 의외로 침착한 흑여우들의 반응에 위화감을 느끼고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옆에서 사야가 나레이션을 연상시키는 목소리로 말한다.

 

 "춘회님, 적은 아직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그럴 리가..."

 

 춘회가 당황한 목소리로 반문한다.

 

 사야가 공터 어딘가를 가리킨다.

 그녀의 손가락 끝에 큰 체격의 흑여우 사내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공격의 위력이 평소보다 약했습니다.

 몇 시간 전 춘회님은 파괴의 동굴에서 대량의 마나를 소비하셨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면서도 지속적으로 마법을 사용했죠.

 

 마나의 잔량이 부족해진 결과 춘회님의 변형 화염구의 위력의 보통 때의 70% 정도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고개를 들어 공터 위 하늘을 바라본다.

 어느새 짙은 남색으로 변하기 시작한 하늘에는 기분 나쁠 정도로 완벽한 하얀색 보름달이 동그랗게 떠 있다.

 

 "오늘은 보름달이 뜨는 15일. 개과 몬스터인 흑여우 종족의 힘이 극대화되는 날입니다."

 

 "제길, 귀찮게 돼버렸군."

 

 춘회가 양손에 불덩이를 하나씩 만들어 내며 투덜댄다.

 어느새 기운을 차린 카인이 다시 한번 달려들 채비를 하고 있던 것이다.

 

 <타앗>

 

 카인이 공중으로 펄쩍 도약한다.

 

 춘회가 불덩어리를 두 개 던져 움직임을 막아 보고자 한다.

 그러나 그 시도는 카인의 단단한 양팔 가드에 막혀 버린다.

 

 춘회의 공격을 막은 카인은 착지하며 다리를 그대로 찍어 내린다.

 

 <슈왁>

 

 도끼날 같은 카인의 리프 어택이 붉은머리를 향해 날아든다.

 춘회가 순간적으로 몸을 틀어 피한다.

 

 <콰앙>

 

 간발의 차이로 목표물에서 빗나간 공격은 바닥을 찍는다.

 엄청난 울림과 함께 땅이 쫙 갈라져 버린다.

 

 만약 이런 걸 직격으로 맞았다면 아무리 춘회라도 무사하진 못했을 거다.

 아직 안도하긴 일렀다.

 

 다음 순간 벨런스를 잃은 춘회에게 카인이 연속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다.

 돌주먹과 발톱, 철근같은 킥과 묵직한 무릎공격까지...

 

 반응속도가 빠른 춘회였지만 근접에서 마구 쏟아지는 육탄공격들을 전부 다 피해내지는 못한다.

 

 "크윽, 열화의 장막!"

 

 <화르륵>

 

 몇 대 얻어맞은 춘회가 맹렬하게 타오르는 강한 화력의 불벽을 만들어 낸다.

 잠시 공격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는 춘회.

 

 그러나 다음 순간 화염 장벽을 뛰어넘은 카인의 도약공격이 날아든다.

 이번 건 피할 수가 없다 판단하고 춘회가 가드를 올린다.

 

 <퍼억. 우득>

 

 반원의 궤도를 그리며 가속을 붙인 발차기가 춘회의 가드 위를 때린다.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무언가 부러지는 듯한 기분 나쁜 소리가 공터에 울려 퍼진다.

 

 "끄아악!"

 

 발에 맞고 몇m 튕겨 나간 춘회가 왼팔을 부여잡고 고통스런 비명을 지른다.

 그의 팔뚝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있다.

 

 "춘회 선배! (님!)"

 

 그 모습을 본 촉호와 사야가 동시에 소리친다.

 

 춘회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살짝 미소 지으며 멀쩡한 오른손을 흔들어 보인다.

 그러나 그게 고통 속에서 쥐어 짜내는 거짓 허세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반대편에서 그레이백이 대소한다.

 

 "크하하핫! 왼팔 꼴이 아주 보기 좋구나, 빨간머리 인간 꼬마야. 아무래도 상대를 과소평가한 건 우리가 아니라 네놈들 쪽인 것 같은데, 하하핫!"

 

 "쳇, 확실히 이렇게까지 강할 줄은 몰랐어...

 어제 아지트에서 네파리안 선배가 말한 대로 됐잖아?"

 

 춘회가 들릴 듯 말 듯 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러면서 부러진 왼팔을 오른손으로 잡아 원래 위치로 다시 꺾어 맞춘다.

 뼈 끼리 맞부딪히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난다.

 

 "으윽."

 

 춘회가 짧은 신음을 흘린다.

 그는 어제 네파리안이 촉호의 자취방에서 돌아온 뒤 자신에게 했던 충고를 떠올린다.

 

 '녀석들은 생각보다 강했다.

 만약 보름달이 뜬 상태에서 몇 가지 변수가 작용한다면 우리가 패할 수도 있을 거다.

 그러니까 춘회, 절.대.로. 방심하지 마라.'

 

 그 말 그대로였다.

 하늘 위의 보름달, 앞선 싸움들로 체력과 마나를 많이 소모해 버렸다는 변수, 결정적으로 방심해 버린 것.

 

 이 3가지가 모여 지금의 위기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새삼 그의 냉혈한 선배에게 경외심 비슷한 것을 느끼는 춘회였다.

 

 한편 뒤에서 보고 있던 촉호가 애가 타는 목소리로 사야에게 묻는다.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대로 가다간 춘회 선배가 지겠어!"

 

 "춘회님은 지지 않습니다."

 

 사야가 특급 메이드의 품위를 지키며 우아하게 고개를 젓는다.

 

 단정한 갈색 머리칼과 조화를 이루는 그녀의 밤색 눈은 붉은머리 미소년에게로 고정되어 있다.

 주인에 대한 강한 신뢰의 빛이 사야의 두 눈에 어린다.

 

 "이제 춘회님은 전력을 다해 적을 쓰러뜨리는 일에만 집중할 겁니다.

 집중력을 발휘한 춘회님은 상대가 누구든, 또 자신보다 얼마나 강하든 지지 않습니다.

 

 그 뛰어난 집중력은 1년 전, 신입생에 불과했던 춘회님을 교내 최강의 자리에 올려 줬습니다.

 그러므로 저희가 도우려는 행위는 단지 집중력을 흩트려 놓는 무의미한 것일 뿐입니다."

 

 "그럼 우린 손 놓고 뒤에서 구경만 하잔 거야?"

 

 촉호가 적들 사이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흑여우 소녀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소리친다.

 

 소녀가 이렇게 손만 뻗으면 닿을 것처럼 가까이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는 지긋지긋한 자신의 무기력함에 치를 떤다.

 

 사야가 터질 듯이 꽉 쥐어진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촉호의 오른손을 내려다 본다.

 

 "춘회님을 돕지 않을 뿐이지, 구경만 하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

 

 <콰광>

 

 그때 공터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모두의 시선을 잡아끈다.

 어느새 춘회와 카인이 다시 맞붙어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사야가 말한대로 전투가 흘러간다.

 분명 카인이 거칠게 몰아붙이며 전투를 이끌어 갔지만 춘회가 좋은 움직임으로 피해내며 차근차근 반격한다.

 확실히 이건 아까와는 다르다.

 

 그때 촉호의 머릿속엔 아까 사야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가 사야에게 고개를 확 돌리며 묻는다.

 

 "구경만 하자는 게 아니라니, 그게 무슨 뜻이지?"

 

 "지금 저들의 시선은 온통 춘회님에게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 사이 저희가 애초의 목적대로 흑여우 공주를 구출하잔 겁니다."

 

 사야가 자신들과 반대편에 서 있는 흑여우들을 눈짓으로 가리킨다.

 과연 그녀의 말대로 그레이백과 루나는 동료가 붉은머리 인간소년과 싸우고 있는 모습에 정신이 팔려있는 나머지 촉호와 사야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확실히 지금이라면 구해낼 수 있을지도..."

 

 촉호가 중얼거린다.

 그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흑여우 소녀를 구해낼 방법을 생각해 본다.

 

 지금 촉호와 저들 사이의 거리는 약 20m 정도. 그의 블링크 최대 비거리보다도 5m나 더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연속 블링크로 얼른 소녀를 빼내 오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러려면 녀석들의 눈에 띄지 않게 5m 정도를 전진해야만 한다.

 그것은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

 

 촉호가 도대체 이 5m의 거리를 어떻게 좁힐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데, 옆에서 사야가 마치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입을 연다.

 

 "제가 먼저 치고 들어가 저들의 시선을 끌겠습니다. 그 사이 블링크로 공주를 데리고 여기서 도망치십시오."

 

 "괜찮겠어? 저들 중 적어도 한 명은 카인이라는 남자와 같은 암살조일 텐데..."

 

 "제 실력도 낮지는 않습니다. 걱정말고 흑여우 공주를 구해내는 일에만 집중하십시오."

 

 "알겠어."

 

 촉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둘은 미소를 거두고 적들에게 뛰어들 준비를 갖춘다.

 

 사야가 블라우스 소매를 걷어 올린다.

 가느다란 그녀의 양쪽 팔뚝에서 가냘픈 메이드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자루의 무시무시한 기관단총이 나타난다.

 

 "총?!"

 

 촉호가 놀라서 묻는다.

 그러나 사야는 대답하지 않고 양손에 총을 한 자루씩 잡아든다.

 그녀가 시선을 적들에게 고정시킨 채 촉호에게 말한다.

 

 "제가 돌격하면 촉호님도 곧바로 행동을 개시해 주십시오."

 

 "알았어."

 

 "자, 그럼..."

 

 사야가 마치 튀어 나가기 직전인 용수철처럼 무릎을 굽혀 몸을 움츠린다.

 그리고는 다리를 펴는 탄성과 함께 앞으로 '팍' 튀어 나간다.

 

 <타다다다다다>

 

 사야가 엄청난 기세로 돌격하는 것과 동시에 적들에게 총알세례를 퍼붓는다.

 

 "뭐, 뭐야?!"

 

 "!"

 

 갑작스레 공격당한 그레이백과 루나가 당황하며 몇 발짝 뒤로 물러난다.

 총알이 그들을 관통시키지는 못했지만, 강화 기관단총이였기 때문에 결코 무시할 데미지는 아녔다.

 

 적들의 진영이 깨진 걸 확인한 촉호가 치달리기 시작한다.

 이제 조금 더 가면, 조금만 더 가면 드디어 소녀를 잡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촉호의 눈에는 오직 흑여우 소녀의 모습만 보일 뿐이다.

 

 "블링크!"

 

 그의 손이 그토록 그리던 소녀의 작은 어깨에 닿는다.

 그 순간 소녀의 몸을 휘감고 있던 루나의 수면주문이 마치 유리가 조각나듯 산산조각 깨져 버린다.

 

 흑여우 소녀가 눈을 번쩍 뜬다.

 흑진주 같은 그녀의 두 눈에 자신을 구하러 온 용사의 모습이 들어온다.

 자신을 구하러 온 남자의 얼굴이 보인다.

 그녀의 두 눈에 투명한 눈물이 맺힌다.

 

 "촉...호... 촉호... 으흑, 촉호!"

 

 흐느껴 우는 소녀. 촉호는 그런 소녀를 꽉 끌어안는다.

 

 "걱정마. 내가 여기 있어."

 

 "무서웠어. 으흑, 화장실에 있었는데 갑자기 루나 언니가 나타나더니..."

 

 "얘기는 조금 이따 하자. 우선 여기를 빠져나가야 해."

 

 그는 흑여우 소녀의 손을 잡고 제 6산으로 통하는 샛길로 달리기 시작한다.

 

 <타다닷>

 

 "너희 부족이 있는 6산 정상까지 곧장 가는 거야! 그때까진 절대로 네 손을 놓지 않을게!"

 

 촉호가 굳은 결의가 담긴 목소리로 소리친다.

 그는 흑여우 소녀의 작은 손을 꽉 붙잡고 블링크를 연발하기 시작한다.

 

 <슈웅 슈웅 슈웅>

 

 한편 눈 깜빡할 사이에 친화집단의 흑여우 공주를 빼앗겨 버린 적흑집의 족장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소리 지른다.

 

 "저 쥐새끼 같은 놈이 공주를 데려갔잖아!"

 

 그레이백은 빗발쳐 오는 총알이 귀찮은 듯 인상을 찌푸리더니 나무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자 암살조 루나에게 명령한다.

 

 "루나! 저 성가신 총쟁이 년 좀 어떻게 해봐라! 난 어서 공주랑 순간이동 꼬마녀석을 따라잡을 테니까."

 

 "예, 그런데 그레이백님 혼자서도 괜찮겠습니까?"

 

 "당연하지! 내가 그딴 피라미들한테 당할 것 같으냐? 넌 저 총 쏘는 년이나 빨리 처리하고 카인이랑 따라와라."

 

 "예. 그레이백님."

 

 대답과 동시에 루나가 나무 뒤에서 튀어나와 사야를 향해 무언가 시커먼 에너지 덩어리를 쏘아 보낸다.

 

 "흑영탄. 어디 여자들끼리 놀아 보자고."

 

 <터엉>

 

 사야가 간신히 공격을 피한다.

 

 더 이상 머리 위로 총탄이 스쳐 지나가는 일이 없게 되자, 그레이백이 나무 뒤에서 뛰쳐나온다.

 그는 날카롭게 포효하며 거대한 잿빛 여우로 모습을 바꾼 뒤, 촉호와 흑여우 소녀를 뒤쫓아 6산으로 통하는 샛길로 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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