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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히어로 테일즈
작가 : 두번째준돌
작품등록일 : 2018.11.1

마법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누구나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장대한 시리즈물로 기획된 '히어로 테일즈'는 마법세계, 특히 블루마법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영웅(Hero)이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무적의 존재도 완전무결한 신도 아닌 그들은, 그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일뿐입니다.

 
1 - 6화. 휴교 해제
작성일 : 18-11-03 14:27     조회 : 21     추천 : 0     분량 : 5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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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 휴교 해제

 

 

 

 다음날 아침, 촉호는 시계의 지긋지긋한 알람소리와 함께 기계적으로 눈을 뜬다.

 그는 서둘러 짜증나는 알람을 끄고는 다시 드러눕는다.

 

 안 그래도 밤새도록 이상한 비명소리가 가득한 악몽에 시달리느라 잠이 더 고프다. 그런데 몸을 양 옆으로 뒤척이다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다.

 

 "잠깐, 이 녀석 어디 간거야?"

 

 어쩐지 이부자리가 넓다했더니 흑여우 소녀의 모습이 온데간데 보이질 않는다.

 정신이 확 들면서 잠에서 깨어나는 촉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집안 곳곳을 뒤져본다.

 

 베란다, 부엌, 신발장, 그리고 화장실...

 

 <덜컹>

 

 촉호가 문을 거칠게 밀어 젖히는 순간 그의 눈에 자그마한 욕조에 웅크리고 앉아 떨고 있는 흑여우 소녀의 모습이 들어온다.

 

 "무슨 일이야? 밤새 여기서 이러고 있었던 거야?"

 

 촉호가 소녀의 어깨를 붙잡고 질문한다. 부어있는 눈가로 보아 밤새 울었던 게 틀림없다.

 

 갑자기 소녀가 촉호의 배에 머리를 파묻고 세게 끌어안는다. 그녀가 흐느끼는 목소리로 더듬더듬 말하기 시작한다.

 

 "울음소리가... 밤새 울음소리가 들려왔어... 온데 울려 퍼지면서 들려왔어..."

 

 "울음소리? 널 쫓는 썬글라스 녀석 말이야?"

 

 "응. 일당이 다 모인 모양이야.. 흑... 그리고... 그리고... 전투가 있었는데 우리 편이 대부분 당한 것 같아..."

 

 "그럴 수가..."

 

 할 말을 잃고 잠시 멍해지는 촉호. 밤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큰 일이 있었던 것이다.

 

 비명소리로 가득했던 그 악몽도 어쩜 이것 때문이었을까?

 

 촉호가 자신을 꽉 끌어안은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흑여우 소녀를 같이 안아주며 머리칼을 쓰다듬어 달래준다.

 

 "밤새 혼자 무서웠겠구나. 날 깨우지 그랬어?"

 

 "멀리서 아련히 들리는 소리였어. 아마 인간인 넌 들리지 않았을 거야. 게다가 이렇게 신세를 지고 있는데 잠까지 방해하면 너무 미안하잖아..."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 이렇게 혼자서 화장실에서 떨고 있는 게 나한테 더 미안한 일이야. 앞으로는 무서우면 날 깨워서라도 말해. 알겠어?"

 

 "알겠어.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어."

 

 흑여우 소녀가 고개를 들어 촉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왜 이렇게까지 날 도와주는 거야?"

 

 "뭐? 그, 그거야... 글쎄..."

 

 소녀의 단순한 질문 한마디에 촉호는 말문이 콱 막힌다.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모르겠다.

 

 정의를 위해서? 아님 그저 우연히 빠져든 일일뿐? 재미로? 등등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려보는 촉호에게 소녀가 또 물어본다.

 

 "좀 이상하지 않아? 생판 모르는 흑여우 여자애를 돕느라 친구들도 죽고, 엄청 위험한 상황에도 빠지고, 집도 같이 쓰고, 돈도 많이 깨지고... 대체 나한테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그건..."

 

 촉호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소녀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슬쩍 시선을 피한다. 그렇다. 소녀의 말이 전부 사실이었다.

 

 이건 촉호 자신이 조금 이상한 것이다. 도대체 촉호는 왜 검은머리의 쪼꼬만 흑여우 여자애를 돕고 있는걸까? 촉호조차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잠시 후 소녀의 눈을 마주보며 막무가내로 큰소리친다.

 

 "그냥. 그냥 도와주는 거야! 아무런 이유나 계산도 목적도 없어. 난 위기에 처한 널 못본척 할 수가 없었고, '그냥' 도와주고 있는 거야! 앞으로도 그냥 도와줄 거야! 난 널 그냥 도와줄 거라고, 알겠어?!"

 

 "뭐야 그게..."

 

 "됐어,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냥 도와주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있어. 어쨌거나 확실한건 우린 한 배를 탄 거고, 난 최대한 너를 도와줄 거야. 그래야 우리 둘이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까."

 

 "음... 알았어. '그냥' 날 도와주는 거... 고마워."

 

 촉호와 흑여우 소녀는 어느 순간 동시에 얼굴을 붉히며 은근슬쩍 시선을 피한다.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잠시 후 촉호는 소녀를 데리고 화장실 밖으로 나온다.

 

 "좀 더 자자."

 

 촉호가 이부자리 안으로 소녀를 데리고 가며 말한다. 말없이 촉호를 따르는 소녀. 둘은 이불을 덮고 서로의 등을 기댄 채 눈을 감는다.

 

 옆구리에 느껴지는 소녀의 두툼하고 보드라운 꼬리를 살짝 잡아주며 촉호가 중얼거린다.

 

 "우리 둘 다 좀 더 잘 필요가 있어."

 

 소녀는 대답 대신 꼬리를 살랑거리며 촉호의 따뜻한 손길을 즐긴다. 촉호도 등에 느껴지는 작은 온기를 마음에 품는다. 둘은 그렇게 조금씩 잠에 빠져든다.

 

 

 

 

 금요일과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까지 무사히 지나갔다.

 

 밤마다 들려오는 썬글라스 남자 편 집단의 울음소리는 조금씩 가까운 곳까지 접근하고 있었지만, 촉호가 주의 깊게 방의 커튼치기와 문단속 잘하기, 규칙적으로 사냥용 탈취제 뿌리기를 하고,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는 덕분에 들키지 않고 주말을 잘 넘긴 것이다.

 

 주말의 마지막 밤, 촉호가 소녀에게 신중한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내일부터 휴교 해제가 될 거야. 난 곧바로 우리학교에서 가장 강하다는 사람들을 찾아갈 거야. 그들에게 우리 둘이 처한 위험한 상황을 설명한 다음 도움을 요청하려고 해. 그래서 말인데 내 생각엔 너도 같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도?"

 

 "응. 왜냐하면 너랑 같이 가서 호소하는 편이 (예뻐서) 더 잘 통할 것 같거든."

 

 "알았어. 나도 같이 갈게."

 

 소녀가 약간 긴장한 듯 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촉호가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어깨를 토닥거려주며 말을 잇는다.

 

 "너무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 그 녀석들도 사람인데 우리가 처한 상황을 모른 척 하지는 않겠지. 며칠 전에 훔쳐온 교복을 입고 나랑 같이 등교하면 의심 받을 일도 없을 거고···”

 

 촉호의 말대로 모든 일이 수월하게 풀리기를 바라며 둘은 길었던 휴교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다음 날 썬글라스 남자의 코를 속이기 위해 탈취제를 뿌리고 촉호와 소녀는 학교로 출발한다.

 

 꽤 많은 수의 출근길 인파. 행여나 그 중 하나가 흑여우로 '확' 모습을 드러내고는 자신들을 덮치진 않을까 걱정된다.

 

 혹시 그런 일이 있을 경우 곧바로 소녀와 함께 블링크로 달아나기 위해 촉호는 소녀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간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다정한 연인쯤으로 볼 법한 모습이다.

 

 자, 이제 학교로 들어가야 한다.

 

 학교 외부인인 흑여우 소녀가 같이 있기 때문에 학생회(학생들로 구성된 선도 단체)가 가득한 정문으로 가기는 좀 곤란했다.

 

 그래서 둘은 블링크로 몰래 학교 담장을 넘어가기로 한다.

 지각했을 때 촉호가 학생회한테 들키지 않고 몰래 들어가는 지점. 오늘도 지점을 이용하기로 한다.

 

 <슈웅>

 

 그들의 눈앞에 급식실 뒤쪽의 쓰레기장이 나타난다. 악취로 가득한 그곳을 벗어나면 운동장과 학교 본관 건물이 있는데, 으슥한 그림자에 몸을 숨겨서 몰래 본관 건물로 이동하면 미션성공이었다.

 

 일이 술술 풀리자 소녀가 감탄한다.

 

 "와, 무지 간단하네!"

 

 "뭐 이쯤이야, 내가 블링크로 덕 보는 수백 가지 중 하나에 불과하지... 반에 들어가면 아무 짓도 하지 말고 내 옆에 엎드려만 있어."

 

 우쭐한 목소리로 말하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촉호. 1학년 15반이 있는 본관 2구역 4층으로 올라간다.

 

 

 

 

 아침조회 시간.

 

 "괴한의 습격에 의해 우리반 학생 네 명이 죽고, 한 명은 입원해 있다. 그럼 다들 수업 잘 듣고 실전은 조심해서 해라. 종례 때 보자."

 

 1분도 채 안 되는 간단하다 못해 무책임한 조회를 마치고 담임선생님이 안경을 내리깐 채 터벅터벅 교실 밖으로 걸어나간다.

 

 반에 외부인인 흑여우 소녀가 있단 걸 눈치채지 못한 건 둘째 치더라도 지각, 결석 따위의 처리조차 하지 않고 나가버렸다.

 

 그야말로 쿨가인 것이다.

 

 <띵동 뎅동~ 띵동 뎅동~>

 

 정오의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소녀와 촉호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가끔 귀엽고 예쁜 흑여우 소녀의 얼굴을 곁눈질하며 호기심을 가진 남자애들은 있었지만, 촉호에게는 그 어떤 관심도 오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감에 의구심이 생긴 촉호는 약간 슬퍼진다.

 

 “하아, 밥이나 먹으러 가자.”

 

 “응!”

 

 곧바로 급식실로 향하는 둘이었다.

 

 

 

 

 그들이 향한 곳은 2층의 싸구려 식당. 상대적으로 비싼 3층과 4층에 갈 금전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말 동안의 헤픈 지출의 대가는 질 낮은 4000크레딧(원화와 비슷한 가치)짜리 오징어 고추장 볶음이 되어 돌아온다.

 

 말이 오징어 볶음이지, 오징어 잡다 남은 찌꺼기나 껍질 몇 줌에 질척질척한 야채 나부랭이, 늘 우려먹는 그놈의 누운 8자 모양 떡을 왕창 모아 끓인 것에 불과했다.

 

 “꾸역꾸역.”

 

 “음! 맛있다!”

 

 억지로 식도에 밀어넣는 촉호와는 달리 흑여우 소녀는 좋아한다. 정녕 저 막돼먹은 식성을 가진 여자애가 한 종족의 공주 맞는 건지, 진심으로 혼선이 오는 촉호였다.

 

 식사를 마쳤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교내 Top5를 찾아보기로 한다.

 어떻게 하면 그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한시가 급한 촉호와 소녀로썬 확실히 그들을 만날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둘은 교내 Top5 중 4명이나 속해 있는 춘회파의 행방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집단을 따라가 보기로 한다.

 

 바로 열성적인 빠순이 집단인 '춘회파 팬클럽' 말이다.

 

 "대체 춘회파가 뭐길래 팬클럽까지 있는 거야?"

 

 흑여우 소녀의 의문을 풀어주기 위해 촉호가 조금 설명을 해준다.

 

 “춘회파는 블루고의 교내 서클 같은 거야. 작년에 결성되었다는데, 보통 서클과는 다른 점이 하나 있어. 바로 최강을 노리는 사람만이 가입할 수 있다는 거야.”

 

 “최강을 노리는 사람?”

 

 “그래. 전투광인 ‘춘회 세이비어’라는 사람이 만들었는데 그는 현재 블루고의 랭킹 시스템 상 1위에 있는 최강자야. 하지만 춘회라고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고 들었어. 춘회파 1군이라 불리는 원년 멤버들이 전부 못지않은 실력을 갖고 있거든.

 그들은 일반 학생들이 집단으로 덤벼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고 해. 음··· 그리고 짜증나게도 하나 같이 키 크고 잘생긴 미남들이지. 팬클럽이 있는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야.”

 

 “대단하구나.”

 

 잘생겼다는 말에 손가락 빨며 납득하는 흑여우 소녀. 미남과는 1만 광년쯤 거리가 있는 촉호는 왠지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왁자지껄>

 

 촉호와 흑여우 소녀가 춘회파 팬클럽을 찾아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시끄럽게 '꺅꺅'거리며 수산스럽게 몰려다니는 수십 명의 여학생들은 어디서든 쉽게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둘은 본관 1구역의 중앙현관에서 들려오는 고성의 함성소리를 듣고, 자기들도 춘회파의 빠들인양 열광적으로 연기를 하며 무리에 끼어든다.

 아직 팬클럽은 춘회파와 접촉하고 있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꺄악~! 나 아까 오빠들 등교할 때 같이 등교했다!"

 

 "어머어머, 너 X나 좋겠다! 꺄악!"

 

 "윌리엄 오빠 셔츠 단추 하나 풀른거 봤어? 완전 갑빠 지대로야! 꺅!"

 

 "아아... 춘회님의 화염 마법이 나를 뜨겁게 달구어 주었으면..."

 

 촉호와 흑여우 소녀가 이런 광기에 가득 찬 집단에 껴있는 게 점점 두려워지려는 순간, 맨 앞에 서 있던 '춘회파(하트)'라는 머리띠를 이마에 질끈 맨 눈썹이 진하고 체격이 큰 검은머리 3학년 여학생이 확성기에 대고 모두에게 말한다.

 

 "춘회파 팬클럽 여러분~!"

 

 "네 회장!"

 

 팬클럽 회장이라는 소녀의 시끄러운 확성기 소리와 회원들의 우렁찬 대답 소리가 현관을 가득 채우는 것도 모자라 운동장에까지 울려 퍼진다.

 대답소리가 커서 마음에 들었는지 회장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연설을 한다.

 

 "월요일인 오늘 춘회파 오빠들이 본관 옥상에서 햇볕을 쬐며 아름다운 낮잠을 즐기실 확률은 73%나 됩니다.

 그리고 방금 전 정보원(이라 쓰고 스토커라 읽는다)에게서 온 마법 메시지에 의하면 춘회파 오빠들이 계단을 올라 옥상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팬클럽 회장 소녀가 관자놀이를 누르며 머릿속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외친다.

 

 "그럼 여러분, 옥상으로 출발합시다!"

 

 "와아아!"

 

 "꺄악!"

 

 회장이 당당하게 앞장 선 가운데 이 괴상한 사이비 종교집단 같은 녀석들이 건물 안으로 진입한다.

 

 시끌벅적 소음을 내며 계단을 행군하는 춘회파 팬클럽들에게 일반 학생들이나 교사들은 힘없이 계단가에서 비켜서며 길을 내줄 뿐이다.

 

 <쿵 쿵>

 

 드디어 옥상으로 올라가는 문 앞에 도착한 춘회파 팬클럽...

 모두의 얼굴이 이제 곧 자기들의 우상인 춘회파 오빠(동갑이나 연상 또는 남자들도 있지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황홀함으로 녹아든다.

 

 팬클럽 회장이 굳게 닫힌 녹슨 옥상 철문의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려는 순간, 옥상 문 바로 아래의 중간 계단가에서 앙칼진 여자애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온다.

 

 "잠깐 멈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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