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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히어로 테일즈
작가 : 두번째준돌
작품등록일 : 2018.11.1

마법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누구나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장대한 시리즈물로 기획된 '히어로 테일즈'는 마법세계, 특히 블루마법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영웅(Hero)이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무적의 존재도 완전무결한 신도 아닌 그들은, 그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일뿐입니다.

 
1 - 18화. 적흑집 (적대적인 흑여우 집단)
작성일 : 18-11-06 15:01     조회 : 23     추천 : 0     분량 : 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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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 적흑집 (적대적인 흑여우 집단)

 

 

 

 파랑도시 외곽 남동쪽으로 1km쯤 떨어진 제 5산. 주변에 빽빽하게 늘어선 산 중에서도 산세가 험한 곳에 속한다.

 

 아찔하게 깎아내린 정상의 시커먼 암반지대에 돌연 두 사람의 형체가 나타난다.

 

 <척>

 

 마술사의 마술처럼 ‘뿅’하고 등장한 그들은 길고 검은 생머리를 가진 여자들이었다.

 

 둘 중 뒷머리를 한 가닥으로 묶은 키가 더 큰 쪽이 잠시 고개를 돌려 주위를 확인한다.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그녀는 의식을 잃은 듯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는 다른 쪽 소녀를 어깨에 가볍게 들쳐 업는다.

 

 그리고는 소녀의 무게 같은 건 전혀 문제도 안 된다는 듯 늘씬한 다리로 사뿐사뿐 경사를 걸어 오른다.

 딱 붙는 검정색 미니스커트와 하이힐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움직임은 가볍고 빠르다.

 

 약 스무 걸음 정도 걷자 노파의 손목같이 앙상하게 말라비틀어진 소나무 한 그루가 옆에 나타난다.

 기형적으로 뒤틀린 소나무 밑동에 사람 하나가 충분히 들어갈 만한 공간이 나 있다.

 여자는 그 틈새를 지나 안으로 들어간다.

 

 <또각또각>

 

 하이힐을 신은 그녀의 발소리가 소나무 뒤로 이어져 있는 널찍한 동굴 내부에 울려 퍼진다.

 동굴은 보통 건물의 1층 로비 정도 크기였는데 단 두 개의 횃불만이 안을 밝히고 있었다.

 

 동굴 맨 안쪽에서 발소리를 들은 세 사람의 형체가 그녀를 돌아본다.

 

 "루나, 공주를 데려왔구나."

 

 가운데의 기다란 회색머리 사내가 거칠하게 쉰 목소리로 두 여자의 입장을 반긴다.

 동안의 미중년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달관한 듯 깔보는 것 같은 얼굴의 호리호리한 중키의 사내다.

 

 "네 족장님. 미행 끝에 친화집단 공주 생포에 성공했습니다.

 수면 주문을 걸어놨기 때문에 주문이 풀리기 전까진 도주의 우려가 없습니다."

 

 루나라 불린 여자는 들고 있던 흑여우 소녀를 회색머리 족장의 발치에 내려놓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러자 족장의 왼편에 선 키가 크고 마른 바가지 머리의 남자가 킬킬거리며 말한다.

 

 "역시 루나. 유능한 게 내 애인답다니까. 아니, 유능한 건 아닌가? 어차피 배다른 친화집단의 동생을 잡아 오는 것쯤 언니로썬 식은 죽 먹기였을 테니까. 어쨌거나 내 여자에 적합하단 점은 변하지 않는군."

 

 바가지 머리의 말을 들은 루나는 경멸스럽단 표정으로 그를 노려본다.

 그리고는 서리처럼 새파란 입술을 뗀다.

 

 "시끄러 아신. 누가 네 여자라는 거냐? 제일 쓸모없는 굼벵이 자식이."

 

 "크크큭. 루나의 독설은 언제 들어도 싸늘한 걸? 역시 내 여자가 될 자격이 있어."

 

 "아신, 루나. 그쯤 해둬라."

 

 카리스마 있는 묵직한 목소리가 둘의 말다툼을 끊고 들어온다.

 아신과 루나는 목소리의 기세에 눌려 입을 다물고는 족장 오른쪽을 바라본다.

 

 무뚝뚝한 인상의 바짝 자른 검은머리의 사내가 팔짱을 끼고 서 있다.

 건장한 체격을 가진 그의 양팔에는 울퉁불퉁한 돌멩이 같은 근육이 불거져 있었으며, 썬글라스를 벗은 두 눈은 독수리처럼 강렬하게 빛났다.

 

 사내의 이름은 카인.

 촉호의 친구들을 무참하게 살해한 흑여우 집단 최고의 암살자였다.

 

 그는 쓸데없는 잡담을 나눌 시간 따윈 없다는 듯 단호한 목소리로 회색머리 수장을 향해 말한다.

 

 "그레이백 님. 2시간쯤 뒤면 일몰이 시작됩니다.

 납치한 친화집단의 공주를 데리고 부지런히 이동한다면 일몰과 동시에 제 6산 정상의 친화집단 족장을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이 맞다 카인. 지금 당장 움직여야겠지..."

 

 그레이백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그리고는 지루한 듯 짝다리를 짚고 있는 바가지 머리 아신을 향해 턱짓하여 명령한다.

 

 "아신, 병력을 모두 이끌고 제 6산을 공격해라."

 

 "네? 제가요?"

 

 "그래, 최대한 총공격이라는 인상을 심어줘서 친화집단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약간 불만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대답한 아신은 루나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얼굴을 향해 음흉한 미소를 한 번 보내고는 동굴 밖으로 휘적휘적 걸어 나간다.

 

 "밥맛 떨어지는 자식."

 

 루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아신이 걸어 나간 자리를 향해 욕을 한다.

 그걸 들은 그레이백이 씨익 웃는다.

 

 "후훗. 자 그러면 우리는 '밥맛' 아신이 친화집단의 시선을 끌어주는 사이 우두머리 영감탱이의 목을 따버리면 되겠군.

 오늘은 때마침 보름달이 떠서 우리 힘이 더욱 커지는데다가 혈족의 결계주문을 열어줄 귀여운 열쇠까지 얻었으니까 말이야!"

 

 그는 열망에 가득 찬 노란색 눈으로 흑여우 소녀를 내려다본다.

 

 특별한 주문 때문에 친화집단 족장의 방에는 족장의 피를 정식으로 이어받은 자만이 들어갈 수가 있었다.

 루나는 친화집단 족장의 딸이었지만 그들을 배신한 직후 혈연이 끊긴 상태.

 그래서 지금껏 그레이백이 이끄는 적흑집은 암살 작전을 수행하는데 큰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손에는 친화집단의 공주가 들어왔다.

 특별한 결계 주문 따윈 만년 외상 손님의 술안주 주문 만큼이나 공허한 허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으음... 촉... 호..."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흑여우 소녀가 조그맣게 신음을 흘린다.

 자신의 집단과 아버지가 큰 위기에 빠진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잠시 후 그레이백과 루나, 그리고 흑여우 소녀를 들쳐 맨 카인이 동굴 밖으로 걸어 나오더니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검은색 리무진이 세 사람을 태우고 파랑도시 외곽을 광속으로 질주한다.

 

 운전석에는 폭풍같이 와일드한 운전솜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메이드복 차림의 곱상한 갈색머리 여성이 핸들을 잡고 있고, 바로 뒷좌석에는 붉은머리와 검은머리의 두 소년이 앉아 있다.

 

 그 중 붉은머리를 한 눈부신 외모의 소년이 방금 도착한 마법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운전석의 메이드를 향해 입을 연다.

 

 "사야, 조금만 더 서둘러줘. 5산 정상에서 흑여우들의 대규모 이동이 감지되었다는 클라이드의 메시지야."

 

 "네, 주인님."

 

 이 이상 어떻게 더 빨리 가란 건지 모를 정도로 억지스러워 보이는 춘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야는 먼지만큼의 표정 변화도 없이 차분하게 대답한다.

 그리고는 운전대 옆의 'Booster'라는 글씨가 적힌 길쭉한 레버를 향해 손을 뻗는다.

 

 "부스터 발동 전 안전벨트를 확인해 주십시오."

 

 "오케이!"

 

 "네...?"

 

 잽싸게 안전벨트 끈을 조이고 창문 위의 손잡이를 잡는 춘회.

 어리버리하게 춘회와 사야를 번갈아 보고는 헐렁하게 메어진 자신의 벨트를 내려다보는 촉호.

 

 그 모습을 백미러를 통해 확인한 사야가 레버를 확 내린다.

 

 "부스터 발동."

 

 <부아아아아앙>

 

 촉호의 몸이 굉음과 함께 뒤로 확 젖혀진다.

 뒷좌석에 흡착된 촉호는 마치 쏘아 올려진 로켓 위에 올라탄 것만 같은 엄청난 압력을 느낀다.

 

 얼마 후 거짓말처럼 리무진이 부드럽게 멈춰 선다.

 붉은머리의 춘회가 차 문을 열고 내린다.

 

 "가자 촉호. 여기가 제 5산이야."

 

 "헉... 헉... 네. 엄청나게 빨리 도착했네요."

 

 그들의 주위로 험한 산세가 펼쳐져 있다.

 

 사야가 대답해준다.

 

 "비상시에는 평소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최단거리를 주행합니다. 그건 그렇고 춘회님,"

 

 사야가 춘회를 향해 로봇처럼 딱딱하게 고개를 돌린다.

 

 "저도 이번 작전을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물론이지 사야. 너 같은 실력자가 합세한다면 아주 든든할 거야.

 자, 그럼 서두르자! 1군 애들이 지원 올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어."

 

 그들은 차에서 내린 뒤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걷기 시작한다.

 

 산길은 대충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만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일행 중 촉호는 얼마 못 가 지치고 만다.

 촉호가 계속해서 숨을 몰아쉬자 앞서가던 리더가 걱정스레 뒤돌아본다.

 

 "어이, 촉호. 계속 갈 수 있겠어?"

 

 "헉... 헉... 갈 수 있어요."

 

 촉호가 고개를 들며 대답한다.

 얼굴은 온통 땀투성이였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강한 의지를 뿜어낸다.

 기운을 내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으며 촉호가 덧붙인다.

 

 "아니, 가야만 해요."

 

 "좋아, 조금만 더 힘내. 산 중턱에 먼저 가서 놈들을 맞아 주자고!"

 

 춘회가 시원스레 외치고는 더욱 더 박차를 가해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사야와 촉호도 뒤쳐지지 않고 부지런히 그의 뒤를 따라간다.

 

 <펑 퍼벙>

 

 중간 중간에 길을 막고 훼방 놓는 몬스터들도 등장한다.

 하지만 그 운 없는 것들은 붉은머리 미소년가 시전한 불 마법에 맞아 재가 되어 사라진다.

 

 '굉장해. 내 몸에 블링크가 녹아 있는 것 이상으로 저 사람의 몸엔 화염마법이 완전히 녹아있어.

 군더더기가 전혀 없는 최고 효율의 마나활용, 그리고 눈 한번 깜빡 거릴 시간조차 주지 않는 무서운 반응속도까지...'

 

 리더의 싸움을 지켜보며 촉호는 갈색 건틀릿을 낀 오른주먹을 꽉 쥔다.

 

 '나는 아직 춘회 선배나 다른 사람들에 비해 턱없이 약해.

 하지만 흑여우 공주를 지켜내기 위해선 설령 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부딪히겠어!'

 

 마음속으로 굳게 결의를 다지는 촉호.

 어느새 그의 눈은 춘회의 움직임을 전부 다 쫓고 있다.

 정작 촉호 자신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는데 말이다.

 

 

 

 

 1시간 뒤, 세 사람의 앞에 지금까지 없던 넓은 규모의 공터가 나타난다.

 

 <휘유우웅>

 

 아무도 없는 적막한 공터 안, 길 잃은 가을바람만이 황량하게 맴돈다.

 스산한 분위기에 멈춰선 일행은 경계의 눈초리로 공터 주변을 둘러본다.

 

 <스스스스>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 소리에 섞여 무언가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이 그들에게 엄습해온다.

 춘회가 긴장 속에서 조용히 속삭인다.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군. 곧 놈들이 올 거다."

 

 "꿀꺽."

 

 촉호가 마른침을 삼킨다.

 공터의 으슥한 묘지 같은 분위기가 긴장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드디어... 커다란 세 개의 낯선 그림자들이 나타난다.

 

 “!”

 

 빠른 속도로 나무 사이를 이동하던 흑여우들은 공터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들을 막아서고 있는 세 사람을 보고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멈춰 선다.

 

 늘씬한 묶은 생머리 여성과 흑여우 소녀를 어깨에 걸친 건장한 남자 사이에 서 있던 기다란 회색머리의 사내가 코웃음 친다.

 

 "하, 이것들은 또 뭐야?"

 

 비아냥거리는 그레이백의 질문에 옆에서 카인이 대답한다.

 

 "훼방꾼들인 것 같습니다.

 붉은머리는 저번 습격을 방해했던 집단의 리더인 춘회란 자고, 여자는 그들의 하녀, 그리고 조금 작은 검은머리 녀석은 도중에 공주를 가로챘던 순간이동자 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하하."

 

 카인의 설명을 들은 그레이백은 자기 앞길을 막고 서 있는 어린 인간 셋을 하나씩 돌아보며 싸늘한 미소를 짓는다.

 미소는 마치 바위에 금이 가듯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산산조각 나며 부숴져 버린다.

 

 그레이백이 카인을 향해 버럭 소리 지른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불과 1시간 전만 해도 도시 한복판에 있던 녀석들이 귀환 주문서도 없이 이렇게 우릴 앞질러 떡하니 산중턱에서 나타나는 게 말이 되냔 말이다!"

 

 "......"

 

 카인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한다.

 다만 한결같은 무뚝뚝한 얼굴로 촉호 일행을 주시할 뿐이다.

 

 촉호도 카인을 노려본다.

 그는 당장에라도 저들을 쓰러뜨린 후, 납치당한 흑여우 소녀를 구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봐 느끼한 다혈질 아저씨, 무능한 부하 쓸데없이 들볶지 말라고."

 

 능글맞은 목소리가 흑여우들의 험악한 분위기 사이로 끼어든다.

 장난꾸러기 춘회가 무엄하고도 대담한 태도로 그레이백을 쳐다본다.

 

 "아저씨가 얼마나 당황스럽고 화날지는 이해가 돼. 하지만 그렇게 뇌속 혈관까지 꼬아가며 혼란스러워 할 필요는 없어.

 지금 상황은 그저 우리 춘회파가 너네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뛰어났기 때문에 생긴 일이니까.

 3단 논법으로 설명해 줄까?

 

 1. 흑여우 공주를 납치당한다.

 2. 리무진을 타고 이동한다.

 3. 여기서 너흴 기다린다.

 

 어때? 쉽지?"

 

 모두들 이해하지 못하고 머릿속에 버퍼링 신호를 그린다.

 그들이 첫 번째 논리의 고리도 풀지 못했는데 춘회가 계속해서 말한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흑여우 공주를 우리한테 넘겨주란 소리지.

 덤벼봤자 절망적인 실력 차에 괴리감을 느끼고 주저앉아 펑펑 울게 될지도 모르니까. 오케이?"

 

 춘회가 미소년의 특권 중 하나인 상큼한 윙크와 함께 그레이백의 동의를 구한다.

 

 하지만 그딴 소리에 동의할 생명체 따위 이 행성에 존재하지 않는다.

 적흑집의 수장이 눈가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친다.

 

 "카인, 해치워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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