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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히어로 테일즈
작가 : 두번째준돌
작품등록일 : 2018.11.1

마법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누구나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장대한 시리즈물로 기획된 '히어로 테일즈'는 마법세계, 특히 블루마법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영웅(Hero)이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무적의 존재도 완전무결한 신도 아닌 그들은, 그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일뿐입니다.

 
1 - 13화. 꿈
작성일 : 18-11-05 00:27     조회 : 17     추천 : 0     분량 : 5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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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 꿈

 

 

 

 이것은 촉호의 꿈...

 

 어느 농가에서 까무잡잡한 농부 아저씨가 호탕하게 웃으며 기뻐하고 있다.

 

 "허허허허허! 우리 촉호가 그 명문 마법고등학교인 '블루고'에 합격했단 말이야?"

 

 농부는 촉호의 아버지다.

 아버지가 투박한 손으로 어깨를 힘껏 두들기는 바람에 촉호의 무릎이 휘청하고 꺾인다.

 

 정정하신 아버지에게 중얼거리는 촉호.

 

 "아직 합격한 건 아니에요. 전 2차 합격이라서 면접관과 개별면접도 봐야 해요..."

 

 "껄껄껄!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여보, 이리 좀 나와봐! 우리 촉호가 말이지 글쎄 블루고에 합격했다니깐! 아, 어서!"

 

 그러나 아버지는 흥분한 나머지 촉호의 말을 듣지도 않고 부엌에서 식사준비 중인 어머니를 부른다.

 

 "아직이라니깐요..."

 

 고개를 숙이며 자신 없어 하는 촉호.

 집 안 풍경이 소용돌이치듯 일그러지더니 장면이 바뀐다.

 

 

 

 

 어느새 촉호는 블루고에서 면접을 보고 있다.

 

 머리가 새하얗게 센 체격 좋고 선량한 인상의 흰 양복차림 남자가 촉호의 면접관이다. 선량하고 느긋한 얼굴이었지만 그의 푸른색 부리부리한 두 눈에서는 범인 이상의 굉장한 기운이 느껴진다.

 

 면접관이 먼저 입을 연다.

 

 "히로 촉호군, 연두 농촌 마을 출신이로군. 내 소개를 하자면 블루 고등학교의 교장인 최성식이라고 하네."

 

 "교, 교장 선생님?! 아, 안녕하십니까?"

 

 당황하며 높은 사람을 만났을 때 버벅거리는 평소 습관을 노출하는 촉호. 면접을 맡은 교장이 빙그레 웃으며 그를 안심시킨다.

 

 "긴장하지 말게나! 나도 자네와 같은 인간이라네. 대마왕이나 드래곤 앞에서 면접 보는 것도 아니니까 맘 편히 하게나."

 

 "하하. 네."

 

 "훨씬 좋군.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네. 내가 촉호군을 우리 학교에 2차 합격 시킨 건 자네의 특기 때문일세. 단거리 순간이동... 블링크라고 하지? 아마?"

 

 "그렇습니다."

 

 촉호가 대답한다.

 그러자 교장 최성식이 마치 사람의 내면을 모두 꿰뚫어 보는 듯한 푸른 눈빛으로 촉호의 평범한 검은색 눈동자를 잠시 동안 바라본다. 촉호는 그 짧은 찰나에 몸 전체가 투시되는 것 같은 요상한 기분을 느낀다.

 

 마침내 최성식이 입을 연다.

 

 "자네의 블링크 기대했던 것 이상이로군. 이 정도면 숙련이 잘된 정도를 넘어 아예 몸에 뱄다고 봐도 되겠어.

 허허. 그런데 전투능력은 턱없이 부족하구만. 주입식 마법 학습지만 배운 초등학생도 자넬 이길 수 있겠어!"

 

 "네에... 하하."

 

 이건 뭐 칭찬인지 욕인지. 촉호는 동시에 기분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묘한 얼굴이 된다.

 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지나간다.

 

 "어? 그런데 어떻게 제 능력을 그렇게..."

 

 "자세히 아느냔 말이지? 하하하! 그야 난 최성식이니까! 크하핫!"

 

 "......?”

 

 호탕하게 웃으며 자뻑에 빠진 교장 선생님을 바라보며 촉호가 어이 없단 표정을 짓는다. 그 상태가 1분 정도 지속 되고 촉호가 머릿속으로,

 

 '이상한 교장이다. 블링크로 도망칠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최성식이 웃음을 멈추고 다시 입을 뗀다.

 

 "이거 미안하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지. 촉호, 자네는 블링크 외에도 순간이동 마법을 잘 아는 편인가?"

 

 "글쎼요... 기본적인 텔레포트라거나 간단한 워프 진영 만들기는 배운 적 있긴 합니다만... 음..."

 

 "잘 모른단 소리로군!"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그러자 교장 최성식이 다시 한번 크게 웃는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촉호에게로 성큼성큼 걸어온다.

 혼내는 줄 알고 당황한 촉호를 향해 최성식이 두툼한 오른 손바닥을 내민다.

 

 "잡게나. 내가 자네에게 아주 재밌는 걸 경험하게 해주지."

 

 "재밌는... 경험...? (이반동성게이?!)"

 

 촉호가 두려운 표정을 지으며 몸을 의자 뒤쪽으로 쭈욱 빼자, 최성식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이상한 거 아닐세! 난 신체 건강한 평범한 남자 노인일 뿐이지 그딴 취향 없으니 걱정 말게. 나도 젊고 탱탱한 여자가 좋으니까. 헤헤헤. 의심 말고 이 손을 잡게나. 내가 자네에게 경험시켜 줄 것은 새로운 개념의 순간이동이라네."

 

 "새로운 개념의 순간이동이라구요?"

 

 촉호는 사이비 교주가 지껄이는 잠꼬대 같은 소리에 휘둘리는 듯한 찝찝한 기분을 느끼며 마지못해 교장 최성식의 손을 잡는다.

 

 <터억>

 

 최성식이 꿍꿍이가 도사리고 있는 듯한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그렇다네. 그럼 히로 촉호군... 즐거운 여행을 시작해 보자구."

 

 "여행?"

 

 "디맨션 텔레포트!"

 

 "?!"

 

 <슈우욱>

 

 촉호는 순간 배꼽이 보이지 않는 낚싯바늘에 걸려 앞쪽으로 쭈욱 당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는 이상한 광경들이 그의 오감 앞에 순식간에 펼쳐졌다가 사라진다.

 

 마치 엄청나게 빠른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만 같다.

 무서워서 최성식의 손을 있는 힘껏 꽉 붙잡는 촉호.

 

 별, 은하, 우주...

 어마어마한 것들이 그들 곁을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휘익 휙 휙 휙>

 

 "으윽... 이제 그만..."

 

 현기증을 느끼며 촉호가 정신줄을 놓으려는 순간, 이 모든 것이 갑자기 멈춘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는 촉호. 온통 황무지뿐인 사막이다.

 

 "헉헉. 여긴 어디죠? 어디로 이동한 거예요?

 헉헉... 이런 식의 순간이동은 오히려 기존의 워프 포탈 방식이나 장거리 텔레포트에 비하면 훨씬 비효율적이기만 하네요!"

 

 촉호가 숨을 헐떡거리며 최성식에게 따지고 든다.

 그러나 다음 순간 들려온 최성식의 차분한 목소리에 입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된다.

 

 "여기는 아까 우리가 면접을 보던 블루고등학교가 있던 자리라네. 그런데 여기 차원에는 블루마법고등학교 대신 사막이 있구만."

 

 "......"

 

 "볼 게 없는 곳이로군. 그럼 원래 우리 차원으로 돌아가 볼까?"

 

 "자, 잠깐만요! 그러니까 지금 여기가 다른 차원의 행성이라구요?!"

 

 촉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모래투성이인 주변을 마구 두리번거린다.

 최성식이 씨익 웃으며 주문을 외운다.

 

 "디맨션 텔레포트!"

 

 "으악!"

 

 또다시 토 나오는 차원이동의 재탕.

 곧이어 그들은 원래 자신들이 있던 차원으로 돌아온다.

 

 "헉헉... 말도 안 돼! 차원이동을 한 건가요?!"

 

 면접장으로 돌아오자마자 촉호가 믿을 수 없다며 외친다.

 

 "그렇다네 재밌었지?"

 

 최성식이 말한다. 그 태평스런 말투에 촉호는 말문이 막힌다.

 아무런 대답이 없자 최성식이 말을 잇는다.

 

 "이건 내가 개발한 차원 이동형 순간이동이라네. 차원여행을 하면서 느꼈을진 모르겠지만 자네의 몸에도 사용 방법을 약간 각인시켜 두었다네.

 그러니까 이제부터 촉호 자네도 아까의 경험과 마법 원리를 이용한다면 차원형 순간이동이 가능할 거야."

 

 "뭐, 뭐라구요?! 고맙긴 한데 왜 허락도 없이 남의 몸에 각인을 시키고 그러세요? 혹시 부작용이나 그런 거 생김 어떡해요?"

 

 "허허허. 걱정 말게나 촉호군. 실패해봤자 다른 차원에서 못 빠져나오거나, 아님 차원을 통과하는 그 기분을 영원히 느끼는 정도일 테니까!"

 

 "우웩!"

 

 촉호가 아까 그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지독한 느낌을 떠올리며 구역질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교장 최성식이 인자한 미소를 짓는다.

 이어지는 면접관으로서의 마무리 멘트.

 

 "차원 순간이동, 언젠가는 틀림없이 요긴하게 쓸 날이 올 걸세... 아무튼 촉호군, 입학을 축하하네. 자넨 2007학년도 블루 고등학교의 신입생 자격을 얻었다네.

 그럼 어디 늘 그래왔듯이 강자들을 피해 뺀질나게 블링크 해대며 잘 도망 다녀 보게나! 허허허허!"

 

 최성식의 웃음소리가 촉호의 머릿속에서 끔찍하게 울려 퍼진다.

 미처 입학했다는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주변 환경이 일그러지더니 촉호가 잠에서 깨어난다.

 

 "헉!"

 

 꿈이었다. 왜 옛날 일이 꿈에 나온 걸까?

 미처 생각해 볼 새도 없이 그는 다시 잠들어버린다.

 

 

 

 

 <똑똑똑>

 

 난데없이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촉호는 눈을 번쩍 뜨며 몸을 일으킨다.

 

 침대 옆 시계를 확인하는 촉호.

 오전 6시 50분이다.

 

 7시에 일어날 예정이었던 그는 대체 누가 자신의 귀중한 아침 시간 10분을 빼앗은 걸까 괘씸해하며 인상을 잔뜩 찌푸린다.

 

 그때 다시 귀찮은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똑똑똑>

 

 "으음..."

 

 옆에서 흑여우 소녀가 몸을 뒤척이며 반응한다.

 그녀의 단잠을 깨우고 싶지 않았기에 촉호는 얼른 푹신한 침대에서 내려와 문으로 걸어간다.

 

 "네~ 네~ 나가요."

 

 <덜컹>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촉호. 눈곱이 잔뜩 껴서 흐릿한 그의 시야에 단정한 메이드복을 입은 갈색머리 여자의 모습이 들어온다.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그녀가 단조로운 목소리로 촉호에게 묻는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히로 촉호 주인님?

 1층에 아침 식사가 마련되어 있으니 준비되시는 대로 내려오셔서 식사하시기 바랍니다."

 

 "네에... 근데 누구시죠?"

 

 촉호가 눈을 비비고 자신을 '주인님'이라고 부른 여성을 제대로 바라본다.

 

 무표정하긴 했지만 척 보기에도 예쁜 메이드다.

 나이는 촉호보다 조금 위 정도로 보이고, 키는 촉호보다 조금 작다.

 

 그녀가 다시 들어도 국어 듣기평가에 어울릴 만한 기계적인 목소리로 대답한다.

 

 "저는 춘회파 아지트의 메이드 겸 집사인 '사야'라고 합니다. 국제 메이드 전문 아카데미를 졸업했습니다.

 나이는 만 21세이고, 신장은 167cm, 체중은 46kg, 그리고 쓰리 사이즈는..."

 

 "이, 이제 됐어요 사야 씨! 충분히 알았으니까 그만 말해도 돼요."

 

 촉호가 얼굴을 붉히며 메이드의 기계적인 자기소개를 멈춘다.

 사야가 고개를 꾸벅 숙여 촉호에게 인사하고는 조신한 발걸음으로 복도를 지나 1층으로 내려가 버린다.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촉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린다.

 

 "요즘 내 앞에 나타나는 사람들은 왜 하나같이 다 비정상적인 걸까...?"

 

 

 

 

 아침시간이 지나고, 춘회파와 흑여우 소녀는 학교 갈 준비를 마친다.

 

 그들은 메이드 사야가 운전하는 12인승짜리 삐까번쩍한 검정색 길고 멋진 리무진을 타고, 아지트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블루 고등학교에 등교한다.

 

 <끼익>

 

 리무진이 레이싱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말도 안 되는 드리프트로 학교 후문에 멈춰 서고, 춘회파들과 흑여우 소녀가 차례차례 차에서 내린다.

 

 “우와! 춘회파다.”

 

 “인간적으로 너무 잘생겼어.”

 

 그들이 내뿜는 엄청난 꽃미남 포스에 마침 같은 시간 후문으로 등교하던 사람들은 멍하니 넋을 잃고 바라볼 뿐이었다.

 앞 문장의 '꽃미남 포스'란 말 뒤에 'except 촉호'가 생략되었다는 사실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각자의 반으로 헤어지기 전에 춘회파의 수장인 붉은머리 미소년이 모두에게 말한다.

 

 "오전 수업 다 끝나고 점심시간 되면 4층 식당 입구에서 모이는 거 잊지 말길!

 그리고 촉호, 넌 무슨 일 생기거나 생길 것 같으면 바로 우리한테 마법 메시지 때리고 흑여우 공주랑 클라이드한테 가 있어.

 얘네 반이 1학년 11반이라서 1학년 15반인 촉호 너희 반이랑 제일 가까우니까. 알겠지?"

 

 "네."

 

 "좋아, 다들 이따 보자구! 해산!"

 

 그렇게 춘회파와 촉호, 흑여우 소녀의 화요일이 기운찬 대답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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