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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히어로 테일즈
작가 : 두번째준돌
작품등록일 : 2018.11.1

마법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누구나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장대한 시리즈물로 기획된 '히어로 테일즈'는 마법세계, 특히 블루마법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영웅(Hero)이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무적의 존재도 완전무결한 신도 아닌 그들은, 그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일뿐입니다.

 
1 - 9화. 옥상에서 협상을
작성일 : 18-11-03 18:50     조회 : 20     추천 : 0     분량 : 5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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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 옥상에서 협상을

 

 

 

 "다들 이리 내려와!"

 

 그러자 옥상 출입구에 앉아 있던 세 명이 슬금슬금 몸을 일으키더니 '펄쩍' 뛰어내린다.

 춘회파 멤버들은 전에도 얘기했듯이 하나같이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를 가진 것이 마치 꽃보다 X자에 나오는 'F4‘라거나, 인기절정의 보이그룹을 연상 시킨다.

 

 윗키가 좋아한다는 금발 훈남 윌리엄이 자기 오른편의 창백한 인상의 호리호리한 흑발청년을 가리킨다.

 

 "오늘도 네파리안 선배가 내기에서 이겼어. 춘회 네가 한방도 안 맞고 이기는데 걸었지."

 

 "역시 네파리안 선배! 이참에 프로도박사로 확 전업해 버리는게 어때요?"

 

 "흥, 도박은 폐가망신의 지름길이다."

 

 춘회가 쾌활하게 농담을 걸었지만 네파리안이라는 흑발청년은 딱 잘라 한 마디 할 뿐이다.

 아무래도 이 네파리안이라는 녀석은 차가운 성격의 소유자인 것 같다. 마족을 연상시키는 그의 음침한 얼굴은 누가 봐도 사교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편 맨 왼쪽에 있는 상냥한 인상의 초록머리 청년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춘회에게 묻는다.

 

 "꽤나 거친 싸움이었는데 어디 다친 곳은 없어?"

 

 "전~혀 없습니다. 케이타 선배. 전 교내최강이기 때문에 그런 1학년 일진 따위한테 다칠 리가 없답니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신경 쓰이는 손님들이 있는데..."

 

 붉은머리 미소년 춘회가 겁먹은 표정으로 서있는 촉호와 흑여우 소녀 쪽으로 몸을 돌린다. 그러자 춘회파 1군인 윌리엄과 네파리안 그리고 힐러인 케이타의 시선이 둘에게로 쏠린다.

 

 "그러고 보니..."

 

 윌리엄이 궁금해한다.

 

 "쟤들은 누구지? 1학년들인가?"

 

 "아무튼 우리를 찾아온 손님인 만큼 우리가 먼저 가서 맞이해주자."

 

 춘회의 얼굴에 함께 놀 친구를 발견한 아이 같이 순진한 미소가 떠오른다.

 붉은머리 소년이 다가오기 시작하자 촉호의 심장이 두근거리며 뛰기 시작한다.

 

 교내 Top5 중 4명이 포함되어 있는 춘회파의 수장, 붉은 머리의 미소년 춘회. 그는 분명히 촉호가 도와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찾던 인물이 틀림없었다.

 

 "자, 귀여운 손님들. 우리가 주로 점심시간에 죽치고 있는 본관 1구역 옥상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춘회가 그들의 앞에 도착해서는 양팔을 벌리고 환영인사를 건넨다.

 다른 춘회파 멤버들도 뒤이어 다가온다. 반갑게 맞아주곤 있었지만 이들에게서 흘러나오는 아우라는 썬글라스 남자나 윗키보다도 강렬했다.

 촉호는 왜 이들이 파랑도시에서 최강으로 손꼽히는 지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1학년 15반의 히로 촉호라고 합니다."

 

 "안녕."

 

 머리와 허리를 조아리며 최대한 정중하게 굽신거리는 촉호와 가볍게 한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흑여우 소녀. 너무나도 대조적인 인사다.

 

 건방지게 보였으면 어떡하나 촉호가 우려하고 있는데, 예상외로 그들의 인사는 재밌게 먹혀든 모양이었다.

 

 "하하하. 너희들 재밌는걸? 1학년 15반의 히로 촉호와 흑여우 여학생."

 

 춘회가 둘을 번갈아 보며 쾌활하게 웃는다.

 그런데 중요한건 흑여우 소녀는 현재 완벽한 인화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체를 들켰다는 사실이다.

 소녀가 흠칫한다.

 

 "어떻게?!"

 

 "어떻게 알았냐구? 아까 네 귀랑 꼬리가 반인화 상태로 풀리는 걸 보고 알았지. 솔직히 난 반인화가 더 귀엽고 좋은 것 같은데, 그냥 편안하게 있어도 돼.”

 

 "그래? 그럼 그러도록 하지."

 

 <쏘옥>

 

 흑여우 소녀가 곧바로 검은색 여우귀와 꼬리를 꺼낸다. 다른 춘회파 멤버들도 이미 알고 있었는지 별로 놀라는 눈치도 아니다.

 

 그저 윌리엄과 케이타는 신기한지 소녀의 귀와 꼬리를 구경하고, 네파리안은 특유의 그 무관심한 가오를 잡고 있을 뿐이다.

 

 붉은머리 리더 춘회가 얼굴에서 웃음기를 살짝 거둔다.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보도록 할까? 히로 촉호와 흑여우 소녀? 평범한 1학년 남학생과 인화 가능한 고등 흑여우 종족의 소녀가 우리들을 찾아온 이유가 뭐지?"

 

 단도직입적인 질문이다. 촉호는 힘들게 준비했던 말을 꺼내려 한다.

 

 "아, 그, 그건 말입니다. 사실 저희는 지금... 어, 그러니까..."

 

 근데 갑자기 머리속이 새하얘지면서 막상 눈앞에 상황이 닥치자 어버버거릴 뿐인데...

 

 보다못한 흑여우 소녀가 직접 나서서 당당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사실 흑여우들의 공주야."

 

 "공주?"

 

 춘회파들이 놀란다. 관심 없는 척하고 있던 네파리안조차도 눈썹을 움찔하며 반응을 보인다.

 

 "그래. 지금 우리는, 그러니까 여기 있는 촉호와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 친화적인 흑여우 종족들은 위기에 처해 있어..."

 

 소녀는 흑여우들이 인간 친화와 적대 두 부류로 양분된 것과 자신이 인간 친화 흑여우 집단의 공주라는 사실, 그리고 적대집단의 암살자가 자신을 납치한 것, 그것을 촉호와 친구들이 구해준 것, 적대집단이 결집해서 자신과 촉호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5분 정도에 걸쳐 술술 설명해 낸다.

 

 촉호는 어쩜 저렇게 쫄지도 않고 당당히 조목조목 말을 잘할까 감탄한다.

 마지막으로 흑여우 소녀가 이렇게 말하며 일장연설을 마무리 짓는다.

 

 "그러니까 춘회파 너희들이 우릴 도와 줬으면 해."

 

 "흐음... 그렇단 말이지. 이거이거 꽤나 큰 껀수인걸? 그래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춘회가 팔짱을 끼고 다른 멤버들을 돌아보며 의견을 물어본다.

 

 "다들 어떻게 생각해?"

 

 "난 도와 주겠어."

 

 금발의 훈남 윌리엄이 흔쾌히 나선다. 대범한 외모답게 정의와 인정의 사나이인 듯.

 윌리엄이 도와주겠다는 이유를 덧붙여 설명한다.

 

 "위기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못 본 척 지나갈 수는 없지."

 

 그의 말을 들은 촉호와 흑여우 소녀의 표정이 한 단계 환해진다. 일단 한 명의 강력한 조력자를 확보한 셈이었으니까.

 

 그때 윌리엄의 뒤에서 냉랭한 목소리가 끼어들어 순조로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그런데 보수는?"

 

 창백한 인상의 네파리안이 어느 때 보다도 눈 밑에 다크써클이 짙게 내려온 채로 질문한다.

 촉호와 흑여우 소녀가 그 음침한 기운에 흠칫 놀란다.

 

 "보, 보수요?"

 

 "그래, 듣자하니 이건 흑여우 종족들 간의 운명이 걸려있는 상당히 중요한 일인 듯한데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확실한 거냐?"

 

 촉호가 약간 쫀 채로 되묻자 네파리안이 못미더워 하는 투로 '퀘스트의 보상'이 무엇인지 직설적으로 물어본다. 이 녀석은 정의파인 윌리엄과는 달리 이해관계가 확실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냉혈한 성격인 듯하다.

 

 그런것까지 미처 생각해 보지 않은 촉호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흑여우 소녀가 네파리안의 질문에 대답한다.

 

 "보상은 확실할 거야. 공주인 나를 무사히 데려다 준다면 족장인 아버지께서 엄청난 양의 금은보화와 아이템들로 보답해 주실 테니까.

 그 총액은 대략 너희들의 화폐 단위인 크레딧으로 환산해 보면 적어도 5억 크레딧 이상일 거야."

 

 '뭐? 5, 5억?! 적어도?'

 

 촉호의 입이 놀라움으로 떡 벌어진다. 그제서야 소녀를 돕는 일에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목적이 생긴 셈이다. 그 역시 '목숨까지 걸고' 흑여우 소녀를 도와준 사람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네파리안에겐 소녀의 제안이 파격적으로 와 닿지는 않는 모양이다.

 

 "공주의 목숨을 구해주는 퀘스트인데 겨우 보상이 그 정도뿐인가?"

 

 "그 이상의 보상 여력은 현재 우리 종족에게 남아있지 않아."

 

 "그럼 협상 결렬이군. 난 이따위 한심한 여우놀음에 같이 어울려 줄 시간 없어. 이만 도서관에 가겠다."

 

 "또 복잡한 고대서적들과 씨름 하려고?"

 

 네파리안이 냉정하게 몸을 돌려 가려는데 힐러인 케이타가 물어본다. 흑발청년이 퉁명스럽게 고개를 끄덕거림과 동시에 흑여우 소녀의 귀가 쫑긋 선다.

 

 그녀가 황급히 네파리안을 붙잡는다.

 

 "혹시 당신, 고대자료에 관심이 있는 거야?"

 

 "그렇다만,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지?"

 

 "우리 종족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과 신화에 관한 고대자료들을 모두 열람하게 해줄게."

 

 걸음을 멈추는 네파리안. 그가 흑여우 소녀를 내려다보며 질문한다.

 

 "규모와 기록 방식에 대해서 말해봐라."

 

 "동굴 하나를 가득 채운 연대기 형식의 벽화와 60여 권의 고서적들이 있어. 이 정도면 우리를 도와 줄 맘이 들어?"

 

 "흥미롭군. 나도 퀘스트에 참가한다."

 

 네파리안도 합세한다. 이로써 교내 Top5 중 윌리엄과 네파리안, 벌써 2명이나 아군이 된 것이다.

 이게 다 흑여우 소녀의 당당한 태도와 꿇리지 않는 말빨로 이뤄낸 거였다.

 

 그녀가 존경스러워지는 촉호. 동시에 자신은 이 자리에서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무력감이 밀려든다.

 

 그때 붉은머리 리더가 촉호에게 말을 걸어온다.

 

 "이봐, 히로 촉호라고 했나?"

 

 "네? 저 말입니까? 예. 그냥 초코... 아니 촉호라고 불러 주십시오."

 

 그가 급당황해서 버벅거리자 춘회가 살짝 미소 지어준다.

 

 "너무 긴장할 것 없어. 난 그저 촉호 네 능력에 흥미를 느꼈을 뿐이야. 단거리 순간이동 마법, 줄여서 '블링크'라고 하지 아마?"

 

 "네...”

 

 아무래도 그는 촉호의 블링크에 관심이 있는 듯했다.

 

 "촉호, 두 가지만 물을게.

 첫째, 블링크의 최대 이동가능 거리는?

 그리고 둘째, 블링크로 결계막도 뚫고 들어갈 수 있는가?"

 

 "음··· 일단 제 블링크의 최대 이동거리는 약 15미터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아쉽군."

 

 "단, 블링크라는 기술에 한해서만 결계를 뚫고 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촉호가 의미심장한 여지를 남긴다. 아쉬워하던 붉은머리 리더가 다시 흥미를 느끼고 묻는다.

 

 "그게 무슨 뜻이지? 다른 기술로는 결계도 통과가 가능하다는 거야? 자세히 말해 봐."

 

 "네. 아마도 통과할 수 있을 거에요. 블링크나 포탈 같은 기존의 공간이동 마법으로는 결계를 뚫을 수 없죠.

 그런데 최근 들어 에어 장, 최성식 등 일부 마법사들을 축으로 공간이 아닌 시간과 차원을 통한 순간이동 마법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연구의 목적은 아마도 춘회 선배님이 원하는 것과 같이 결계를 통과하는 순간이동을 개발하는 것이겠지요. 대충 둘의 원리는 비슷합니다.

 

 결계가 없는 시간이나 차원으로 각각 이동해 현재의 결계가 있을 자리를 걸어서 통과한 다음 다시 현재 시간과 차원으로 되돌아오는 식입니다.

 그러면 술사는 결계를 무력이나 디스펠로 굳이 없애지 않고도 통과가 가능합니다."

 

 촉호가 장황한 설명을 마친다.

 

 흑여우 소녀만 "시간? 차원? 으읭?"거리며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을 뿐, 춘회파 사람들은 서로 비장한 눈빛을 주고받는다.

 

 붉은머리 리더가 다시 촉호를 바라본다.

 

 "자자, 그러니까 네가 그 시간 또는 차원을 이용한 순간이동을 통해서 결계를 통과할 수 있단 소린가?"

 

 "음... 성공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최대한의 마력을 짜낸다면 결계를 통과할 수 있을 겁니다."

 

 "크하하하핫! 촉호, 그리고 흑여우 공주. 너희들은 유치한 팬티나 노출하고 도망치는 주황머리 녀석 따위보다 훨씬 더 유익한 선물을 주는구나!

 

 좋아, 나 춘회는 지금부터 파랑도시 최강의 써클 '춘회파'의 수장으로서 말한다. 우리들은 흑여우 공주를 무사히 제 6산 정상의 무리로 돌려 보내줄 뿐만 아니라, 보너스로 그 인간적대적인 흑여우 집단도 싸그리 소탕해 주겠다!"

 

 춘회가 호탕하게 웃으며 큰 목소리로 공언한다. 그러자 다른 춘회파 맴버들이 ‘저거 너무 오버하는데?’라는 표정을 지으며 황당해 한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붉은머리 리더가 다음 순간 조건을 붙인다.

 마치 보험광고 마지막에 나오는 '7년마다 갱신 어쩌구...'하는 랩처럼 빠른 말투로 말이다.

 

 "단, 흑여우 소녀가 모든 보상을 정확히 해주어야 하며, 히로 촉호군은 이번 학기 동안 우리의 부하가 되어 춘회파의 명령대로 무조건 따라야 합니다. 모두들 그럼 불만 없지?"

 

 "응! (except 촉호)"

 

 윌리엄, 네파리안, 케이타, 그리고 흑여우 소녀마저 춘회의 결정에 시원스레 대답한다. 홀로 이상한 계약이 달린 촉호가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딴지를 건다.

 

 "저, 저기요... 제가 방금 뭘 들은 건지..."

 

 "넌 이제부터 춘회파의 일원이다. 촉호는 춘회파 3군으로 임명하지!

 그럼 해산! 이따 점심시간 끝나면 신관 뒤로 모이는 거다."

 

 그러나 리더는 막무가내로 선포해 버리고, 모두 뿔뿔이 흩어져 버린다.

 촉호는 도시 최강의 서클 춘회파에 가입되었는데도 전혀 기쁘지가 않다.

 

 말이 3군이지 노예로 부려 먹겠다는 것 아닌가?

 그래도 소기의 목적이었던 도움요청이라도 성공해서 다행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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