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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죽이기
작성일 : 17-12-26 11:04     조회 : 30     추천 : 0     분량 : 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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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을 엿듣고 엿보며 감시하는 자들은 지금, 당장 죽어야 한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매일같이 기원한다.

 국민을 엿듣고 엿보며 감시하는 자들의 처참하고 잔인한 죽음을.

 

 이 기원과 바램이 이루어지지 않아 그들이 살아있다면.

 내일인 미래에 국민의 아주 많은 다수가 그와 같은 짓을 하는 자들에 의해 죽을 것이다.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국민을 엿듣고 엿보며 감시하는 자들의 손에 죽게 될 것이다.

 

 그래서 신에게 기원한다.

 국민을 엿듣고 엿보며 감시하는 자들은 지금, 당장 죽어야 한다.

 그들의 죽음으로 미래의 어느 날 일어날 수많은 피의 고통을 막을 수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기원을 한다.

 국민을 엿듣고 엿보며 감시하는 자들은 지금, 당장 죽어야 한다.

 

 

 상민과 함께 D시에 도착했을 때 원준은 상민으로부터 조금은 놀라운 말을 들었다. 따로 조사를 하자는 이야기였다. 자신은 어른들을 만날 테니 친구는 지난봄 비행기 사고 조사 때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 송해동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했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원준은 얼떨결에 그렇게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이유가 있는지 알려고도 하질 않았다. 그저 그렇게 하는 게 좋은 모양이구나 생각했다.

 

 다행히 비행기 사고 인터뷰를 위해 봄에 만났던 사람들이 이번에도 그의 만남에 호의적으로 찾아와 주었다. 그들에게 원준이 한 첫 말은 "송해동을 아십니까?"였다. 그에 대한 대답은 명쾌했다.

 

 "나팔수요!"

 

 그들은 송해동을 기억하기를 나팔수라고 했다. 여기서 나팔수란 과거에 A 마을에서 불법으로 타인이 쓴 글을 도둑질하여 그 자료로 대학에 들어갈 때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온갖 험담을 만드는 일을 가장 앞에 나서 했던 사람이라는 소리였다. 이미 이곳에 오면서 상민에게 들었던 이야기라 그리 충격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동일한 이유를 가지고 판단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각기 달랐다.

 

 어느 누군가는

 "그 여자는 그곳에 있을 때 불법으로 대학을 보낸 부모들 입장에서는 고마운 존재였죠. 그 집 옷이나 화장품 하나 사주기만 하면 미친 듯이 밖에 나가 그 사람 욕을 했으니까요. 자식들 그 사람이 쓴 글 도둑질하여 대학을 보낸 입장에서는 그보다 더 고마운 사람이 없었죠.

 ...

  그런데 지금 와 타인들 입장에서 보면 그 여자만큼 악마도 없죠. 그 여자가 그때 저주받은 놈들 몇 명을 지켜준 대가로 지금 수백수천 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되고 있으니. 그 희생자들의 가족들 입장에서는 그 여자는 가족을 죽인 악마나 다름이 없죠.

 ...

  그 여자가 그들을 죽인 저주받은 인간들을 만들어 냈으니까."

 

 다른 누군가는

 "그 여자는 악마의 하수인이죠. 도둑질한 자들이나 도둑질을 부추겼던 처음 욕을 만들어 냈던 회사나 도둑질한 것으로 대학을 보냈던 자들이나 모두 미래에 죄 없는 다수의 사람들을 죽이는 악마거든요.

 ...

  그런 악마에게 붙어 떡이나 얻어먹자고 악마들이 만들어낸 죽음을 부르는 괴물들을 지켜주는 일을 한 것이 그 여자잖아요. 그 여자가 그때 있었기에 남의 글을 도둑질하여 대학 가는 괴물들이 온전할 수 있었고. 그 잔인한 짓들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죠.

 ...

  그때 열 명의 불법으로 대학가는 자들을 만들어준 대가가 지금 수백수천 명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 되었어요. 그러니 그 여자가 악마의 하수인이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사람이 그랬어요. 애들에게 도둑질한 것으로 대학을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자들은 사람들의 피에 굶주린 자들이라고. 그들은 더 많은 피와 죽음을 원하기 때문에 그 저주받은 인간들을 세상에 내어놓았다고. 그렇게 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통해 피의 굶주림을 극복하려 한다고.

 ...

  그걸 도와준 사람이 바로 그 여자예요. 그런 사람들 그때 A 마을에 참 많았어요. 그 사람 집 인근에 있던 집들 중에서 그 당시에 대학 들어갈 나이의 자식이 있는 집은 너도나도 악마의 하수인이 되어 사람 죽이는 일을 은폐하는 일을 했죠. 그중에 최고가 바로 송해동입니다.

 ...

  지금 생각하면 참 끔찍한 일이죠. 겨우 몇 명 대학 가는 것을 위해 지금 수많은 아니 수백수천 명의 희생자들을 만들고 있으니. 그때 분명히 그 사람이 그 일을 하면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 경고를 했는데... 그들은 멈추지 않았어요.

 ...

  송해동도 다 알았는데... 당연히 그 사람의 일상을 엿보고 엿듣고 있어 앞으로의 죽음을 다 알았는데... 그런데도 멈추지 않았어요."

 

 그중 가장 놀라운 사실을 말한 사람의 이야기에 따르면

 "예언된 죽음이었어요. 이미 그때 송해동이 도둑질 한 놈이나 도둑질 한 자료로 대학을 간 놈의 손에 맞아 죽을 거라 예언된 죽음이었어요.

 ...

  정말 웃기는 게 뭔지 아세요. 그때 그 예언이 나오니까 송해동이 그 사람이 자기를 죽으라고 했다고 생난리를 쳤어요.

  그런데 그때 그 여자는 뭐 했는지 아세요. 미래에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 괴물들을 지키는 일을 했어요.

 ...

  제 목숨 하나 죽는 것이 두려워 죽는 것을 예언한 것을 욕하던 여자가 정작 뒤로는 수백수천 명이 죽게 될 일을 제 입으로 지키고 있었으니 얼마나 웃기는 일입니까. 제 하나의 목숨 때문에 수백수천 명이 죽게 되었는데.

 ...

 친구들끼리는 이렇게 말해요. 송해동은 도둑질 한 놈이나 도둑질 한 것으로 대학 간 놈에게 죽을 것이 아니라 저주받은 놈들 때문에 가족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의 원한에 의해 돌에 맞아 죽었어야 한다고.

 ...

  그 여자의 은폐가 지금 죽음을 만들어내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가족을 그렇게 잃은 사람들 손에 맞아 죽었어야 원한을 풀 수 있었다고."

 

 사람들 입에서 송해동 죽음에 대한 과거의 예언이 나왔을 때 원준은 그 말을 들으며 자신이 지금까지 믿어왔던 저주가 사실은 저주가 아니라 예언 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과거에 도둑질한 글로 대학을 간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 모든 일은 자신들이 도둑질한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온 저주였다. 그런데 그들과 달리 그들의 과거 잘못으로 인해 애꿎게 죽음을 맞아야 하는 억울한 타인들 입장에서 보면 그건 저주가 아니라 예언이었다. 그 예언을 A 마을에서는 죽은 송해동과 같은 사람들에 의해 은폐되고 조작되었던 것이다.

 

 인터뷰를 한 어떤 사람의 말처럼

 "그곳에 살던 많은 사람들은 그때의 시점이 아니라 지금의 시점으로 보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악마를 보호하던 하수인들이죠. 그들이 그때 열심히 보호하고 지켰던 악마가 지금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고 있으니까요."

 

 원준이 여러 명과 인터뷰를 하는 사이 그가 있는 주변으로는 어느 정당의 홍보 차량이 대선 후보인 한종채 의원이 오늘 모모 광장에서 연설을 할 것이라는 방송을 하고 다녔다.

 

 "여러분은 이번 고속도로 교각 아래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 사건을 아실 겁니다. 그와 같은 사건들이 일어나는 현실은 누구 때문입니까? 이제 우리 당 한종채 의원께서 여러분에게 명확한 답을 주실 겁니다. 더 이상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한종채 의원께서 이곳에 오셨습니다."

 

 그런데 그때 원준의 주변에 홍보차량만 오고 간 것이 아니었다. 그의 주변에서 그를 감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느 곳에 갔을 때는 노랑머리에 키가 큰 사람이 그의 주위에서 감시를 하고 있었다. 다른 곳에 갔을 때는 키가 작고 대머리의 사람이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원준은 D시에 와서 인터뷰 대상자들을 만나면서 감시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의외의 반응들과 대답이었다. 저주가 아니라 예언이었으며. 희생이 아니라 살인이었다. 저주라고 했던 말은 도둑질한 자들이 만들어낸 자기 합리화에 불과한 변명이었고. 희생이라 몰고 갔던 일은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그저 자기들도 포함된 죽음이라 호도하려는 거짓말이었다. 그 모든 일은 분명히 살인이었다. 이미 과거의 어느 시점에 그 모든 일이 타인에 대한 살인 행위임을 알면서도 저질러진 일이고, 저질러진 일을 감추기 위해 은폐된 일이며, 그런 죽음들이 나타날 때 숨기기 위해 조작된 일들이었다. 그 모든 일은 분명히 죄있는 자들이 만들어낸 대국민 집단 살인이었다.

 

 점심때가 되어 다시 상민을 만났다. 그가 마주 앉자 바로 한 말이 뭘 알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원준이 했던 대답이 바로 앞서 말한 내용이다.

 

 "내가 듣기에 그 모든 사실들이 예언이고 살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예언과 살인."

 

 그의 말에 상민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웃기만 했다.

 

 "왜? 내가 잘못 판단한 거냐?"

 

 "아니. 아니. 맞아. 저주와 관련이 없는 타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게 맞지. 지금까지 네가 본 그림은 타자가 아닌 장본인인 내 입장에서 본 이야기였으니까. 저주로 보였고 희생으로 보였던 거지."

 

 "이걸 알려주기 위해 날 이곳에 데리고 온 거야?"

 

 상민이 고개를 저으며

 "아니. 아직 전부 다 듣지 못했어."

 

 "뭘?"

 

 "송해동 사건의 전모(全貌). 송해동 사건의 뒤에 숨어있는 진실. 그게 아직 남아 있어."

 

 "또 더 뭔가가 있다는 말이야."

 

 "응, 그건 차차 알아봐. 그럼 내가 널 이곳에 끌고 온 이유를 알게 될 거야."

 

 상민은 묘한 말을 했다. 그러면서도 점심 내내 답을 주지는 않았다. 그는 답을 주지 않는 대신에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피기만 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감시를 당하는 사람이 주변을 살피듯이 점심을 먹는 내내 주변을 살폈다. 그 모습을 보며 원준은 모두가 이상했다. 상민의 행동도 이상했고 답을 주지 않는 말도 이상했다. 기어코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그 사실을 알게 하려고만 했다.

 

 두 사람이 점심을 먹고 있는 곳은 홍보 차량이 돌아다니며 안내를 했던 D시의 모모 공원 앞이었다. 길 건너 광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예비 대선 후보인 한종채 의원의 말을 듣기 위해 몰려들어 있었다.

 

 "여러분 이 시국을 보십시오. 여자 노인이 고속도로 다리 아래에 끌려가 살해를 당하는 일이 벌어지는 세상입니다. 지금 세상은 인륜과 효가 땅에 떨어진 세상입니다. 이게 누구 때문입니까? 지금 권력을 잡고 있는 세력들이 무능하여 법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치안을 바로 잡지 못한 때문입니다. 제가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면 법을 바로 세우고 치안을 확립하여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이번 일과 같은 인면수심의 일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모두의 시선과는 반대로 광장 앞쪽에서 연설하고 있는 한종채 의원을 보고 있지 않은 두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은 노랑머리에 키가 큰 사람으로 그는 우측 편 가로수 뒤에 숨어서 도로 건너편에 있는 식당 안의 원준과 상민을 보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은 대머리에 키가 작은 사람으로 그는 도로 건너 두 사람이 있는 식당의 좌측 바로 앞 버스 정류장 앞에 서서 뒤를 감시하고 있었다. 둘은 송해동을 같이 죽인 사람들임에도 마치 서로가 모르는 사람처럼 따로 떨어져 감시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 사건으로 인해 한종채 의원의 말처럼 세상이 시끄러워지자 서로 각자가 몸을 사리는 것 같았다.

 

 점심 식사 후에 만난 사람들도 오전에 만났던 사람들과 같은 말을 했다. 송해동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가 비슷했다. 그런데 오후에 만난 사람들은 결과에 대한 대답이 달랐다.

 

 "내 예상에는 거기가 그녀를 죽인 것 같아요. 감찰관과 PS뭐라는 곳. 그녀도 그들의 밀고자였거든요. 동네 사람들의 동태를 살폈다가 정보를 알려주는 끄나풀."

 

 "아마 감찰관과 PS뭐라는 곳이 죽였을 거예요. 입막음이 필요했을 테니까요. 밀고자란 말 많이 들으셨죠. 그녀가 밀고한 곳이 바로 그곳이잖아요. 감찰관과 PS뭐라는 곳."

 

 "사실 저주받은 친구들 사이에 이상한 말들이 오고 가기는 했어요. 자기들 죽음이 사실은 감찰관과 PS뭐라는 곳이 저지르는 고의적 죽음이라는 말이요. 그걸 기준으로 본다면 송해동 죽음도 그들이 한 일이 아닌가 의심을 할 수 있죠."

 

 "다들 그렇게 말해요. 지금의 저주는 모두 감찰관과 PS뭐라는 곳이 만들어낸 죽음이라고. 송해동 죽음도 그들이 저질렀다고."

 

 감찰관과 PS뭐라는 곳. 이미 DA대교 사태 때 태솔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거기다 최근에 있었던 4차 산업혁명 법안 통과에 앞서 그가 조사한 비밀 법안을 찾아가던 과정에서 알아낸 PSWC라는 단어와 관련이 있나 하여 상민에게 물어본 말이기도 했다. 그 의문의 단어가 드디어 실체를 드러냈다. 태솔의 입에서 나올 때만 하여도 영문을 몰랐던 두 단어가 사실은 A 마을에서 감시하는 것을 사주한 사람과 회사였던 것이다.

 

 인터뷰를 한 사람들은 모두가 명확하게 그 감찰관이나 PS뭐라는 곳에 대한 실체를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말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두 단어가 A 마을 당시에는 그 사람의 일상을 감시하는 일과 그의 글을 도둑질하는 일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저주받은 자들을 죽이는 실체로 의심을 받고 있다.

 

 그중 한 사람이 참으로 묘한 말을 했다.

 "왜 그들이 그녀를 죽였다 생각하느냐 하면 그 당시에 그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국민을 감시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고요. 그래야 미래를 살릴 수 있다고 하면서 반드시 기필코 죽어야 된다고 저주를 퍼부었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그들이 그 사람을 감시하게 된 이유가 그 회사와 송해동 같은 사람들의 거짓말과 조작 때문이었다는 사실.

 ...

  도둑질한 것으로 대학 간 애들의 저주가 현실이 되었다면.

  감찰관이나 PS뭐라는 곳에 대한 저주는 일어났을 것 같아요 안 일어났을 것 같아요?

 ...

  그 답은 그 사람이 그들에게 한 예언을 돌아보면 알아요. 그들에게 지워진 저주를 푸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들에게 그와 같은 일을 시킨 자들을 죽이는 방법이다.

 ...

  예, 그 회사 직원들이나 송해동 같은 사람들이 죽어야 그 저주가 풀린다는 이야기죠.

  국민을 엿듣고 엿보고 감시를 했던 사람들이 그 일로 인해 자기들에게 죽음의 저주가 내려졌으면 그냥 있겠어요 아니면 풀려고 하겠어요."

 

 그 사람의 말에 의하면 그 회사 직원들이나 가족들 대부분 몰살 상태라고 했다. 그 추론을 근거로 보면 송해동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감찰관이나 PS뭐라는 곳이 된다. 그때 떠오른 생각이 권성동과 권성희 사건이다. 그들의 아버지가 그 회사 직원이었다는 사실은 상민을 통해 들었던 말이다.

 

 "아! 그래서 상민이 권성희 가족 자동차 사고를 그렇게 매달렸던 거구나."

 

 송해동은 고향에서는 이간질과 험담꾼이었는데, D시에 와서는 고향 사람들을 이간질하고 밀고하는 것으로 살았다고 했다. 누군가는 고향에서는 피치 못해 송해동을 좋아하는 척이라도 했지만 고향을 떠난 마당에 더 이상 그렇게 동조할 사람이 없었을 것이라 했다. 그래서 송해동이 더욱 간교하고 더러운 밀고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들었다는 소문에 의하면 송해동이 있지도 않은 일까지 만들어 소문을 퍼트리거나 밀고를 하여 어떤 이는 죄 없이도 죽었다는 말이 나왔다. 고향에 있을 때는 누군가를 욕하고 험담하고 이간질하면 그건 그야말로 훌륭한 사람, 참 좋은 사람, 동네에 꼭 필요한 사람, 등으로 대접을 받았던 곳이었다. 모두가 도둑질에 연관이 되어 있고, 그 도둑질한 것으로 자식들을 대학에 보냈으며, 자신들이 엿듣고 감시한 것으로 세상을 속이려 했던 곳이니. 그 모든 불법과 악을 감출 수 있는 더러운 입이야말로 오물 속에서 피어난 가장 아름다운 꽃이었을 것이다.

 

 욕먹던 삶이 어느 한순간 대접받고 인정받는 삶으로 바뀌면서 그녀의 인생관 또한 바뀌었음을 사람들의 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야말로 철면피가 되어 자기 이득이 된다면 앞면 몰수하고 상스러운 말과 상스러운 행동을 마음대로 하고 다녔다고 하나같이 증언하였다. 문제는 그게 악이 살 수 있는 곳, 오물 속에서는 아름다운 악의 꽃으로 피어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곳, 고향을 떠나온 곳, D 시에서는 더 이상 그 꽃은 아름다운 그 무엇이 아니었다.

 

 새로운 곳은 더 이상 악이 필요한 곳이 아니었다. 거기에 욕을 해야 할 대상도 없었다. 더 이상 욕이나 험담을 통해 그간의 불법이나 민간인 사찰이나 남이 쓴 글로 대학을 간 사실을 숨겨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제부터 송해동은 필요 없는 존재가 되었다. 남들에게 필요치 않은 존재로의 변화. 그렇게 되자 인성의 변화가 정체성의 갈등으로 나타났다.

 

 악으로 포장된 인성은 새로운 법과 새로운 규율의 세상에서 정체성 갈등을 일으켰고,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면서 그녀가 한 일은 고향 사람들을 감시하고 그들이 하는 말을 누군가에게 밀고하는 일이었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고, 지금까지 쌓아온 악한 인성을 포기하지 않고, 그동안 하던 일을 중단하지 않은 채, 잘 살아가는 방법. 그건 또 다른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살아남는 악마의 선택이었다. 그 길을 송해동은 서슴없이 선택하였던 것이다.

 

 밀고자의 길.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알 수는 없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극단적인 형태로 고향 사람들을 의심하게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다. 단 하나, 이들은 모두 서로를 의심하고 있고 고향 사람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죽음이 멈춰지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소망은 죽음의 그림자가 멈춰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이었다.

 

 "송해동이 밀고한 감찰관이나 PS 뭐라는 곳만 없어도 많은 죽음이 줄어들 건데."

 

 이들도 상민과 같았다. 죽음이 타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이라 여기는 것 같았다. 과거의 자신들 행동이나 욕심이 지금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를 않았다. 과거에 도둑질한 것은 죄가 아니고. 그 도둑질한 글로 대학에 들어간 입시비리는 정당한 것이며,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타인을 감시한 것은 불법이 아니고, 그 모든 것을 은폐하기 위해 권력을 이용해 민간인 사찰을 했던 것이 국가를 위한 일이다, 그렇게 여기는 사람들.

 

 이들의 뇌리에 그와 같은 시각과 심리를 심은 세상은 대체 어떤 세상일까?

 온갖 불법과 온갖 비리가 정당하다고 가르친 세상의 준법은 무엇인가?

 

 몇 명을 만나고 나니 원준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3인의 법칙. 세 사람이 모여서 어떤 행동을 하면 옆에 있는 사람도 따라 하게 된다는 법칙. 이 법칙을 악의적 방법으로 쓰면 바로 A 마을 일이 된다. 불법을 저지르고도 그걸 숨기기 위해 도둑질한 글을 학생들 대학 입학에 사용하므로 해서 그제는 한 명의 불법이 아니라 3명의 불법이 되면서 죄와 악을 감추는 일이 되었다. 악인 3명을 만들어 세상을 속이고 불법과 범죄를 은폐한 것이다.

 

 이 아이러니한 조작과 은폐의 결과물이 무엇이냐 하면 바로 송해동을 죽인 살인자일 것이다. 그는 분명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돌아다니는 사람일 것이며 시한폭탄인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 또 다른 죄인을 단죄하였다. 왜냐하면 과거에 진실을 숨기는 것을 배웠고, 불법을 은폐하는 걸 배웠으며, 도둑질을 정당화하는 방법을 배운 세대이기 때문에. 그들의 삶에 있어 올바른 원칙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타인의 것을 빼앗고, 타인의 것을 이용한 다음에 그걸 은폐하고, 훗날 드러날 것 같으면 속이고 거짓말해서 감추면 없어지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자라난 세대이기에 그들에게 있어 살인을 통한 자기 보호는 당연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게 지금의 고통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모른 채 과거의 일을 합리화하고 자기 보호를 위해 이상한 명분을 내놓았다. 자기들이 불법과 입시비리를 감추기 위해 불러들인 민간인 사찰을 하던 기관을 그제는 죽음의 원흉이며 저주의 본질이라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사람을 만났지만 한결같았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진 것처럼 동일한 말을 했다.

 

 "감찰관과 PS 뭐라는 곳입니다."

 

 그들을 인터뷰하고 돌아서는데 마치 입안 가득 모래를 씹은 느낌이다. 아무리 침을 뱉어도 여전히 입안 가득 모래가 남아 있다.

 

 지금은 친구 상민이 말한 장소를 찾아가는 길이다. 점심때만 해도 타지라 길을 모를 거라며 직접 찾아왔던 친구가 무슨 일인지 저녁 시간에는 아예 찾아오라고 장소만 문자로 보내주고 딴 말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 어디 가 어딘지 몰라 두리번거리며 찾아가는 길이다.

 

 사방을 살피던 원준이 갑자기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 노랑머리에 키가 크고 마른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그를 보자 원준이 마치 아는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뒤돌아서 그에게 걸어갔다. 그와는 반대로 원준이 다가오자 노랑머리 사내가 많이 당황하였다. 시선을 피하기 위해 연신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리며 딴청을 피웠다.

 

 원준이 그에게 다가가며

 "당신 누구야. 왜 날 미행하고 있었어. 우리 오전에도 봤죠."

 

 다가오며 말을 걸어오는 원준의 행동에 노랑머리가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그때 뒤에서 상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준재 씨 맞죠. 오준재."

 

 그 소리에 노랑머리가 놀라 고개를 돌렸다. 뒤에는 상민이 원준처럼 오준재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상민도 원준처럼 이미 누군가가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감시자를 잡기 위해 원준에게 특정 장소로 오라고 문자를 보냈던 것이다. 자신은 미리 그 장소에 숨어 있다가 지금처럼 감시자가 발견되면 나타나려 했던 것이다. 

 

 자신의 이름까지 나오고 상민까지 접근하자 준재는 겁이 났던 모양이다. 순식간에 원준이 있는 쪽으로 잽싸게 달려왔다. 넓은 이면 도로라 원준 혼자서 커버하기에는 너무 넓었다. 원준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으로 준재가 도망을 쳤다. 원준은 자기 옆으로 도망치는 준재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다음 순간 자동차의 급한 브레이크 소리와 차바퀴가 지면과 마찰하며 내는 소리가 원준 바로 뒤에서 났다.

 

 '쿵 꽝.'

 

 "아아."

 

 "엄마야."

 

 "어어. 아아."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때는 어느새 원준의 옆에 상민이 도착해 있었다. 원준이 돌아설 사이 이미 상민은 앞으로 달려나갔다. 고개를 돌려보니 도망치던 오준재가 교통사고를 당해 도로 한복판에 쓰러져 있었다. 쓰러진 그의 몸 주위로는 서서히 피로 물들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원준도 다급히 준재가 쓰러진 곳으로 달려갔다. 상민이 어느새 준재에게 도착하여 그를 살폈다. 준재의 노랑머리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

 

 "준재 씨, 괜찮아요. 정신 차려요."

 

 뒤에 도착한 원준이 그 모습을 보고 다급히 전화를 걸었다.

 "거기 119죠. 여기 교통사고가 났어요. 빨리 와주세요. 사람이 죽어 가요."

 

 그때 준재와 충돌한 영업용 택시 기사가 차에서 나와 원준의 옆에 섰다.

 "어떻게 됐어요. 갑자기 뛰어나와 멈출 수가 없었어요."

 

 제법 나이가 있는 운전사였는데 겁을 먹은 모습이었다. 원준이 그 기사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가 타고 있던 택시를 봤다. 차의 범퍼와 보닛에 선명한 사고 상흔이 있었다. 택시 안 운전석 옆자리에는 손님으로 보이는 젊은 사람도 타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눈에 그 손님의 얼굴이 왠지 아주 많이 낯익었다. 마치 아는 사람 같은 얼굴이었다. 밤이라 도심의 가로등에 의존해 보는 얼굴이지만 분명히 본 얼굴이었다. 그런데 그걸 알아볼 새도 없이 옆에서 들리는 다급한 상민의 소리에 잊고 아래를 봤다.

 

 상민이 오준재 옆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으며

 "정신 차려요. 준재 씨. 정신 차려봐요."

 

 그제야 오준재가 감았던 눈을 뜨더니 상민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오랜만이네. 고향 사람. 내 이름도 기억하고. 고마워."

 

 상민이 안타까운 얼굴을 하고

 "괜찮아요? 조금만 참아요. 힘내요."

 

 준재가 씽긋이 웃으며

 "어쩔 수 없었어. 그 여자는 죽음의 전령이었어. 우리 고향 사람들에게는 죽음의 전령이었어. 그래서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죽였어. 그래야 했으니까. 그래야 다른 사람이 죽지 않으니까."

 

 그 말에 상민은

 "누구입니까? 누구의 사주를 받은 겁니까? 혹시 감찰관이나 PS 뭐라는 곳입니까? 송해동은 그쪽 끄나풀이라고 하던데. 당신도 그런 겁니까?"

 

 준재가 눈을 감으며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했어. 거기 사주를 받았다고 그 여자가..."

 

 마지막 말을 다 하지도 못하고 준재의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그럼에도 상민은 계속해서

 "감찰관이죠. PS 뭐라는 곳이죠. 어디 있습니까? 어디 있는 겁니까?'

 

 그때 원준이 상민의 어깨를 잡고 힘을 주었다. 그건 그만하라는 표시였다. 이미 죽었으니. 그 힘에 상민이 더는 말을 못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원준이 안타까운 얼굴을 하고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 상민이 고개를 돌려 준재를 봤다. 준재가 눈을 감고 잠자듯이 조용히 누워있었다.

 

 "안 돼. 안 돼. 말을 해야 합니다. 말을 하세요."

 

 상민이 절규하는 모습을 보고 원준이 슬퍼 고개를 들고 시선을 돌렸다. 그때 준재와 충돌을 한 택시 기사가 옆 좌석의 손님을 차에서 내려주고는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인사가 과하리만큼 고개를 90도로 숙여 큰 인사를 했다. 젊은 사람에게 나이가 있는 분이 너무 심하게 예의를 갖춘다고 생각할 때 뒤에서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와 붉은 불빛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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