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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죽이기
작성일 : 17-12-20 10:43     조회 : 16     추천 : 0     분량 : 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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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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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각 위에 있는 세 명이 그제는 여유를 찾아 농담을 할 정도가 되었을 때다. 김정섭이 G 14 구간에 있다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낙하산, 한 건 했는데. 폭탄을 완전 해체했어."

 

 원준이 미소를 지으며

 "다행이네요. 출처나 누구 소행인지는 나왔습니까?"

 

 "아니. 아직은 알아내지 못 했나 봐. 그런데 눈치로 봐서는 단순한 테러범 소행을 넘어섰나 봐. 경찰 특공대가 폭약이나 설치 방식을 보고 많이 놀라는 눈치였어."

 

 "그럼 이제부터 할 일이 태산이겠네요."

 

 "그렇겠지. 전부 재조사를 해야 하니까. 자네 쪽지부터. 이곳 폭약까지.

 ...

  그런데 왜 폭약을 설치한 자들이 터트리지 않았을까?

 ...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도."

 

 그가 뭔가 의심스럽고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게 자꾸 걸리고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

 

 그의 말에 세 명은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서로를 보았다. 맞는 말이다. 원준이 출입구에 갇혀 있는 동안 그곳 일대는 최대 인원이 모여서 집회를 하고 있었다. 그 집회의 행진을 막고자 경찰 또한 최대 인원으로 출동하여 차단막을 치고 있었다. 인명의 살상을 목적으로 교각이 아니라 교각 위 표지판에 폭약을 설치할 정도이면 그때 무슨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그런데 그 결정이 일어나지 않았다.

 

 세 명이 아무 대답이 없자 정섭이

 "유 기자. 수고했어."

 

 그가 처음으로 낙하산이라 말하지 않고 유 기자라 칭했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의 의미를 원준도 알았기에 고개를 꾸뻑하며 인사를 했다. 그는 곧장 개통식이 열리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가 가고 나자 원준이 상민을 보며

 "그런데 왜 그 세 사람은 아래 통로로 들어갔을까?

  테러를 목적으로 해서 들어갔다면 거기에 들어갈 이유는 없잖아."

 

 "그렇지. 나도 그게 이상했어. 폭약이 거기 있었다면 말이 되는데. 폭약도 없는 그곳에 왜 갔을까?"

 

 그때 태솔이 고개를 내밀어 원준을 보며

 "저는 알겠는데요."

 

 그녀의 말에 두 남자가 태솔을 봤다.

 

 "원준씨 지시로 김정섭 기자 만나러 가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 차단막을 넘어 개통식이 열리는 곳에 가서 소동을 일으키려 했었데요. 그래서 경찰이 너무 심하게 검문을 해서 저도 통과할 수 없었어요."

 

 상민이

 "그게 왜?"

 

 "그러니까 아마도 세 사람은 누군가가 거길 갈 수 있다고 방법을 알려주었겠지. 그게 함정인지는 모르고."

 

 원준이 놀라워하며

 "아! 그렇네. 와아. 대단하십니다. 맞다. 그런 방법을 쓴 거네."

 

 상민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며 풀어서 말했다.

 "그러니까 세 사람에게 개통식 장소에 갈 수 있다고 길을 가르쳐 주고는 거기로 지나갈 때 죽였다. 테러의 관련 범인으로 만들기 위해."

 

 태솔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원준이 여전히 감탄하며

 "예, 제수씨 말이 맞습니다. 그거였네. 그거였어. 대단한 놈들이다."

 

 원준의 반응에 상민이 아무런 말대꾸를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분위기인데 전혀 입을 열지 않고 원준의 얼굴만 보았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냐?"

 

 "아니. 그냥..."

 

 "뭐?"

 

 "그냥 본 거야."

 

 "터널에서 못한 이야기할 거면 지금 해. 뭔가 있는 거 맞지. 분명히 내게 말 못하는 뭔가가 있어. 그치."

 

 "아냐. 그런 거 없어."

 

 상민의 대답에 옆에 있던 태솔이 그를 툭 쳤다. 그 행동은 왜 말을 못해 하는 행동이었다.

 

 태솔이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왜? 감찰관하고 PS 뭐라는 곳 있잖아."

 

 그 말에 상민이 다급히 태솔을 보며 고개를 크게 저었다. 그런 말 하지 말라는 강력한 표시였다.

 

 하지만 원준도 들었다. 태솔의 입에서 나온 감찰관이란 말과 PS 뭐라는 곳 이야기.

 '무슨 말이지? 한참 전에 난간 앞에서 헤어질 때도 같은 말을 한 것 같은데...

  그때 분명히 감찰관과 PS 뭐라는 곳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또 한다는 것은 중요한 이유가 있는 거겠지!'

 

 태솔이 모르겠다는 듯이

 "왜?"

 

 상민은 여전히 뭔가를 숨기겠다는 듯이 말을 하질 않고 고개만 열심히 저어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암시를 태솔에게 주었다. 그의 행동은 분명히 뒤에 있는 원준을 의식하는 행동이었고 뭔가 비밀을 숨기는 행동이었다.

 

 태솔이 그제는 짜증난다는 듯이

 "아아 알았어. 알았다고. 안 해."

 

 "쉬, 쉬.'

 

 원준이 둘의 행동을 보고는 대뜸

 "안되겠다. 우리 이번 주말에 좀 만나자."

 

 심각한 표정과 말투로 말하는 그의 말에 상민이 조금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 보았다. 둘이 속닥거리고 있던 태솔도 놀란 모습을 하고 원준을 봤다. 둘은 아무 대답도 못하고 있었다.

 

 그때 원준이 갑자기 태솔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여자친구 소개해 달라고. 뚱하기는. 딴 생각하지 말고."

 

 그 말에도 상민과 태솔이 당황한 얼굴로 그를 봤다. 원준이 빙그레 웃으며 장난임을 알려주었다. 그제야 두 사람도 원준을 따라 빙그레 웃었다. 앞쪽에서는 여전히 집회 참가자들의 축제 같은 놀이 마당이 벌어지고 있고, 뒤에서는 여러 정치가들이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외침이 들린다.

 

 DA대교 사건은 원준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날의 심리적 충격으로 인해 반 년 동안 심리 상담을 받았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상민과 함께 거의 매일 같이 경찰서로 출근을 해야 했다. 재조사를 한다고 둘을 불렀는데 원준은 자신이 아는 모든 사실을 다 말했지만 상민은 그렇지 않았다. 그가 한 유일한 진실은 죽은 세 명 중에 아는 사람이 있어 따라갔을 뿐이라는 대답이었다. 그 외에는 모두 숨기려 했다. A 마을 일도. A 마을의 저주도. 시한폭탄이 된 저주받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그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죽은 세 명 중 한 명은 상민이 선배라고 했던 사람의 사촌 동생이었다. 그리고 그도 상민이 식으로 말하면 저주받은 시한폭탄이었다. 경찰 조사를 받고 나서 나올 때 상민에게 물어보니 그때는 A 마을이 아닌 다른 곳에 사는 친척이나 손자들에게도 도둑질로 얻은 자료를 주었다고 했다. 그 외에 다른 정보는 없었다. 재조사를 한 경찰도 범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렇게 DA대교 사건은 서서히 잊혔다.

 

 

 DA대교 일이 있고 약 보름 뒤, 원준은 최근 임시 회기에 입법화될 4차 산업혁명 법안 관련 취재를 하고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목적은 통과를 앞둔 4차 산업혁명 법안 취재지만, 그 내면에 숨겨진 실질적인 진짜 이유는 지난번 비밀 법안을 조사하는 일이었다. 그는 지금 책상에 앉아 어제 국회에서 자신이 직접 리포팅한 4차 산업혁명 법안 통과를 앞둔 의원들의 반응에 대한 보도 영상을 다시 보고 있었다.

 

 노트북에는 어제 방송된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지만 원준의 눈과 손은 책상 위에 있는 메모장을 향하고 있었다.

 

 [누구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지난번과 동일한 반응.]

 [이번 4차 산업혁명 법안에는 들어있지 않는 것 같다.]

 [처음 대표 발의했던 의원이 이제는 만나주면서 4차 산업혁명 법안 이야기만 했다.]

 [타 방송국과 신문사 기자들도 입을 함구.]

 

 이렇게 적고 나서 그는 생각했다.

 '뭐지? 대체 무슨 법이기에 모두들 쉬쉬하는 걸까?

 ...

  큰 이슈가 되는 법 안에서 숨겨서 통과시켜야 했던 법은 대체 뭘까?'

 

 [4차 산업혁명]

 글자 위에 동그라미를 몇 번이나 그렸다.

 

 '왜 4차 산업혁명 법안 안에 넣었을까?

  다른 이슈가 되는 법도 많은데...

  혹시...

  혹시, 이 법안에 꼭 넣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 법안일까?

  그렇다면 에이아이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긴데.

  이번 4차 산업혁명 법안 자체가 다른 말로는 에이아이 법이라 불리는 법이다.'

 

 [국민에게 숨겨야 할 비밀]

 [일급비밀?]

 

 두 글자를 적고는 '일급비밀'이라는 글자 옆에 크게 물음표를 그리고는 몇 번이고 같은 물음표를 따라 그렸다.

 

 '국민의 시선을 피해야 할 에이아이법이 대체 뭘까?

  혹시 에이아이로 군대를 만들려는 걸까?

  군인?

 ...

  아냐 자동화된 군사 시스템은 있잖아. 그 이상의 돈을 들여가며 에이아이를 넣을 필요는 없을 듯한데...

  그럼 뭘까? 대체 뭐기에 에이아이와 함께 통과시키려 했던 걸까?'

 

 원준은 미궁에 빠진 것처럼 책상 위에 있는 메모장 글들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그 행동과는 달리 위장용 노트북에서는 여전히 같은 영상이 반복 되고 있는 중이다.

 

 

 밤길에 상민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지금 기다리면서 얼마 전에 있었던 DA대교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특히 터널 안에서의 일을 떠올리는 중이다. 원준이 무슨 이유로 이런 일에 관심을 두느냐고 추궁을 했던 말이 자꾸 떠올랐다. 그리고 그때 솔찍하게 말하지 않았던 것이 조금은 후회가 된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오빠...

  자기야."

 

 생각에 잠겨 있는 상민 근처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자기를 부르는 목소리에 놀라 다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앞에 태솔이 보였다. 태솔이 도로 건너편 편의점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바로 저 이유 때문이다. 저 이유 때문이라도 언젠가는 원준에게 말해야 한다. 그가 있어야 우리 문제가 풀릴 테니까.

 ...

  기필코 죽음의 저주를 풀어 죽음을 막아야 할 이유가 있다. 태솔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우릴 위해서.'

 

 상민이 태솔에게 가려다 갑자기 골목에서 나타난 자동차로 인해 다급히 멈춰 서야 했다. 차가 바로 옆으로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태솔에게 달려갔다. 태솔 앞에 도착해서는 반갑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자기야, 무슨 생각했어? 벌써부터 손을 흔들고 있었는데, 못 보더라."

 

 "너 좀 전에 오빠라고 했다. 약속 위반이야."

 

 "치, 대답은 안 하고 딴소리는. 무슨 생각했는데?"

 

 "원준이 생각."

 

 "원준씨가 왜?

  아! 혹시 이야기 못한 거.

  그런데 왜 그걸 아직도 못했어?"

 

 "원준이는 아무것도 모르잖아."

 

 "대충 알고 있다며.

  우리 일들 두 번이나 조사했다고 했으면서.

  뭘 몰라."

 

 "한 번은 녀석이 한 것이 아니라 그 선배라는 사람이 한 거야."

 

 "여하튼. 그건 그렇고 왜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해. 왜 원준씨에게 매달리는 거야?"

 

 "원준이를 설득해야 우리 조사가 쉬워져. 우리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그리고 당사자가 아니라서 우리처럼 절박하지가 않을까 봐 서두르지 않는 거야."

 

 "마치 우리 그때 같네."

 

 "그때 언제?"

 

 "고등학교 때.

 ...

  그때 우리가 그 사람이 쓴 글 훔쳐서 우리글로 만들어 대학 가려고 할 때.

  그 사람이 도둑질한 글로 대학 가지 말고 우리가 직접 쓴 글로 대학 가라고 했잖아.

  그러면서 자기가 쓴 글 인터넷에 올리고 할 때."

 

 "아! 그때. 우리 부모들 하고, 미리 자식들 도둑질한 글로 대학 보낸 어른들 하고, 처음 도둑질을 했던 그 조직하고, 경찰하고, 예비군 중대하고 또 어디더라. PS 뭔가 하는 거기까지가 다급해서 은폐를 모의할 때를 말하는구나."

 

 "응, 그때.

  그 일로 모두가 난리였었는데.

  우리는 오로지 그 사람의 글로 대학을 못 갈까 봐 걱정은 했어도 뒤에 어떻게 된다는 말은 걱정을 하지 않았거든.

  그 사람의 글을 훔쳐서 대학을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때라 그 사람이 그런 내용을 말하고 인터넷에 쓰는 것이 도리어 화가 나고 우리 걸 빼앗기는 느낌이었어.

  마치 도둑맞는 기분이었다니까.

  한 번도 우리가 남의 글을 도둑질하여 입시비리를 저지른다는 생각을 못했어.

  우리 때문에 가족이 죽고,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죽고, 우리가 죽게 될 거라는 생각을 못 했는데.

  그냥 우리 걸 빼앗기는 기분이었는데."

 

 "입장 바꿔 생각한 거야"

 

 그때 두 사람의 뒤에서 자동차가 나타나 도로 가운데로 걷고 있는 둘에게 길을 비켜달라는 의미로 크락션을 눌렀다.

 

 '빵빵. 빵빵'

 

 그 소리에 태솔이 놀라 옆으로 비켜나려고 하며 상민의 손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하지만 상민이 놀라는 태솔의 반응에 화가 났던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가운데로 걸었다.

 

 "뭐 해 이리 와."

 

 "어디서 시끄럽게 크락션 질이야. 차가 우선이야 사람이 우선이야.

  사람이 우선이야.

  공손하게 비켜 달라고 해도 비켜 줄까 말 까인데. 크락션은. 안 비켜 줘."

 

 그 말을 하고는 계속 가운데로 걸었다. 그러자 자동차가 라이트 불빛을 깜빡이며 비켜달라는 표시를 했다. 태솔이 더 힘껏 상민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제야 상민이 태솔 옆으로 다가와 가운데 길을 비켜 주었다.

 

 "좀, 좀. 양보하면 어때서."

 

 "저 새끼가 널 놀라게 했잖아. 괜찮아. 많이 놀랐지. 작은 소리로 눌렀으면 크락션 안 눌러도 비켜 줬다."

 

 "치, 이제 와 생각하는 척은. 피-.

  참, 그런데 방금 뭐라고 했지?"

 

 "역지사지로 생각했는냐고."

 

 "아! 그래. 그때 우리나 지금의 원준씨나 같은 생각 아닐까 해서."

 

 그 말에 상민이 긴 한숨을 쉬었다.

 "흠... 맞기는 맞다. 그때 좀 일찍 깨달았어야 했는데."

 

 상민이 다시 긴 한숨을 쉬며 앞을 봤다. 태솔은 그런 상민을 위로라도 하려는 듯이 마주 잡은 손을 들어 자기 가슴에 꼭 품어 주었다. 그때 그들 앞으로 자동차가 라이트를 비추며 나타났다. 둘은 이미 한 쪽으로 피해 걷고 있어 더 이상 피하지를 않고 자연스럽게 걸었고 앞에서 오는 자동차는 그들의 반대편 쪽으로 붙어서 옆으로 지나갔다. 둘의 행동은 전혀 자동차를 무서워하거나 겁내는 모습이 아니었다.

 

 

 원준이 의회 앞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

 

 "혹시 지난번 4차 산업혁명 법안 좌절되었을 때 함께 포함된 법안 내용이 뭔지 아십니까?"

 

 원준의 앞에 있는 사람이 그의 말을 듣고는 마치 누군가의 시선을 두려워하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난 잘 몰라. 우리 의원님이 발의하거나 서명한 법률도 아니고 해서. 몰라."

 

 "에이 무슨 말씀하십니까. 제가 듣기에 그때 그쪽 의원님이 적극적으로 반대를 했다고 하던데. 여당 안에서도 가장 극렬히 반대한 의원님이시라고 하던데."

 

 여전히 눈치를 보며 다급히 대답했다.

 "어허, 유 기자. 그런 소리 하지 마. 우리 의원님이 언제 그랬다고."

 

 안절부절못하는 행동과 연신 주위를 경계하는 모습. 그건 누가 뭐라 해도 타인의 눈치를 보고 있는 모습이 분명했다.

 

 '감시를 받고 있나?

  왜 저러지.'

 

 안절부절못하던 보좌관이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원준은 생각했다.

 '뭔가 쉽게 말을 꺼낼 수 없다는 듯 행동했다.

  그렇다면...

  그 법안에는 뭔가 큰 무엇이 숨겨져 있다는 말이 된다.'

 

 말 못하는 내막이 있음을 알고는 원준도 보좌관처럼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이 뭐가 있나 살폈다. 하지만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고작해야 주변에 있는 의회 경내 보안 카메라들뿐이었다.

 

 원준이 다음에 만난 사람은 같은 기자로 휴게실에서 만났다.

 

 믹스 커피를 먹으며 의자에 앉아 있다가 원준이 물었다.

 "선배, 혹시 저번 4차 산업혁명 법안 통과 안 될 때 함께 끼워 넣었던 법안 기억하세요?"

 

 앞에 앉은 기자가 정색하며

 "그건 왜 물어?"

 

 "조사할 것이 좀 있어서."

 

 "그런 건 자네 회사 선배들한테 물어야지. 왜 다른 신문사인 나에게 물어."

 

 "에이, 방송국, 신문사 구분이 어디 있습니까. 알면 좀 가르쳐 주십시오. 대체 뭐기에 그때 4차 산업혁명 법안까지 중단시켰다가 이렇게 임시 회기를 열어 통과시켜야 했던 겁니까?"

 

 기자가 난처하다는 듯이

 "그건 나도 몰라."

 

 "에이, 선배네 신문사가 진실을 말하는 신문으로 국민이 인정하는 곳인데 그걸 왜 몰라요.

  모두가 위에 눈치를 봐서 말을 못 해도 선배와 선배네 신문은 말할 수 있다고 하던데."

 

 여전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자네 회사 선배들이 아무 말 안 하지!

  우리도 우리 후배들에게 아무 말 못해.

 ...

  무슨 뜻인지 알지."

 

 당연히 무슨 뜻인지 안다. 며칠에 걸쳐 조사를 하고 있는 원준은 이미 자기 회사 정치부 선배들을 찾아다니며 이런 질문을 했었고 결과는 모두 퇴짜를 놓았다. 간혹은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고 있다고 혼까지 났던 적도 있었다. 오죽하면 경쟁 상대 중 하나인 타 신문사 기자에게 물어보겠는가.

 

 앞에 있는 기자의 반응에 실망하여

 "대단한 법안인 모양이네요. 알겠습니다. 할 수 없죠."

 

 그때 신문사 기자가 자기가 들고 있던 자기 회사 신문을 탁자 위에 내려놓더니 그 위에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PSWC]

 

 글자를 쓰고 나서는 신문을 그대로 둔 채 일어나 가버렸다. 상민은 글자가 쓰여있는 신문을 보고는 다급히 덮었다. 그리고는 서둘러 자기 가방에 넣었다.

 

 'PSWC. PSWC.

 ...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와, 미치겠네.

  분명히 들어 본 단언데.

  어디 였더라. 어디 였지.'

 

 원준은 머리를 맴도는 단어가 혀끝에서 아른거려 미칠 것만 같았다.

 

 

 학원 복도에 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교실에서 뛰어나왔다. 복도 중간에는 원준이 서서 자기 옆을 지나가는 아이들을 보았다.

 

 그중 남자아이를 붙잡고

 "추상민 선생님 수업 끝났냐?"

 

 "예, 그런데 누구세요?"

 

 "나! 난 선생님 친구. 그런 넌 이름이 어떻게 되냐?"

 

 "전 조희태요."

 

 "똘똘하네. 잘 가."

 

 조희태가 꾸뻑 인사를 하고는 복도 끝으로 뛰어갔다.

 

 책상을 정리하고 있던 상민이

 "웬일이야. 여길 다 오고."

 

 상민을 도와 책상을 정리하던 원준이

 "물어볼 것이 있어 왔다."

 

 "뭐?"

 

 "혹시 너 PSWC라는 이름 아냐?"

 

 원준은 PSWC를 말하고 상민의 반응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바로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기억이 났던 것이다. 그저께 혀끝에서 맴돌기만 하고 기억이 나질 않아 미칠 것 같은 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는지 오늘에서야 기억이 났다. 바로 DA 대교 사건 때 태솔이 했던 말이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그게 생각나자 그는 바로 친구 상민을 찾아오게 되었다.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상민은 전혀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

 "PSWC? 모르겠는데.

  그건 왜?"

 

 조금은 실망한 원준이 재차 떠보기 위한 질문을 하였다.

 "그럼 앞 글자 PS만이라도."

 

 그제야 상민이 반응을 보였다. PS라는 말에 조금은 놀란 눈으로 시선이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그런 행동은 십중팔구 딴생각을 한다는 의미였다.

 

 '그래! 그렇지. 넌 알고 있는 거야. PSWC 전체는 몰라도 PS 뭐라는 건 알아. 내 귀로 분명히 태솔씨가 말한 PS 뭐라는 곳 이야기를 기억하거든.'

 

 생각을 한 원준은 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바로 다음 질문을 하였다.

 "잘 기억해 봐. PSWC. 모르겠어."

 

 딴생각을 하던 상민이 그제야 정색하며

 "PSWC, PSWC? 모르겠는데. 처음 들어보는 말이야."

 

 재차 모르겠다는 말에 원준이 조금은 화가 난 듯이 언성을 높여 물었다.

 "정말 처음 들어?"

 

 "아이 놀라라. 왜 소리는 질러.

  응, 몰라. 이건 또 뭔데?"

 

 태도로 봐서는 상민이 절대 입을 열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원준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입법화 시키려다 중단된 법안 이름인데.

  법안 이름인지 정부 기관의 이름인지 명확하지 않은 일급비밀 이름이야. 그래서 한번 물어봤어."

 

 "왜?"

 

 "혹시 아나했어."

 

 "실없기는.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난 몰라."

 

 "정말 몰라?"

 

 "그래! 정말, 정말 몰라. 모른다니까."

 

 상민이 화를 내듯이 말했다. 그리 크게 화낼 일도 아닌데 화를 내는 것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원준은 아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저번 터널에서 내가 물어봤던 말. 기억해?"

 

 상민이 원준의 말에 흠칫 놀란 표정을 짓더니 금방 정색하며

 "뭐?"

 

 "그새 잊었냐. 왜 그 죽은 선배를 따라다니고 시한폭탄들 일에 관심을 두느냐고 물었잖아."

 

 상민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PS 뭐라는 곳을 물어보는 줄 알았었다. 그러다 다른 이야기가 나오자 조금은 안도하며 탄식을 내뱉으며 말했다.

 "아아! 그거.

  그건. 그냥. 그냥이야."

 

 "또또. 그렇게 대답한다. 정말 그냥이야?"

 

 그제는 안전을 찾고 태연히 대답했다.

 "그래. 그렇다니까."

 

 "그럼 내가 저번 권성희 가족 교통사고 조사 끝나고 난 뒤에 했던 말 기억나."

 

 "무슨 말?"

 

 "너희 고향 이야기 관심 끄라는 말.

  괜히 마음고생 사서 하지 말고 관심 끄고 살라는 말."

 

 상민이 조금은 기죽은 모습을 하고 흐릿하게 대답했다.

 "기억나. 그게 왜?"

 

 그제는 원준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그 말 한지 채 몇 달이 안 돼 넌 DA 대교 일에 개입을 했어.

  만약 잘못해서 네가 그 세 명 중 한 명이면 어떻게 할 뻔했어.

  그런 생각 안 드냐."

 

 "알아.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

  하지만 우리 일이잖아.

  저주받은 우리들 일."

 

 "이제 와 설치고 다닌다고 없어지는 저주가 아니잖아."

 

 "알아. 하지만 그냥 있을 수도 없잖아. 우리 죽음이 관계된 일이고.

  가족이... 가족들이 관계된 일인데...

  막아는 봐야 할 거 아냐. 어떻게든 일어나지 않게는 해야 할 거 아냐.

  언제까지 죽음을 기다리고 있으라고.

 ...

  넌 그거 아냐.

 ...

  가까이 다가오는 저주의 고통이 얼마나 끔찍한지.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고통이 매일 매시 매초 다가오는 것 같은 고통이 어떤 것인지.

 ...

  넌 절대 모를 거다.

  우리 같은 시한폭탄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상민의 말에 원준은 대답을 못했다. 갑자기 괜히 PSWC라는 말에 필이 꽂혀 괜한 애를 닦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됐다. 됐어. PSWC 모르면 됐다.

 ...

  그건 그렇고 요즘도 A 마을 소식 꼬박꼬박 듣고 있냐?"

 

 "듣는다 왜?"

 

 원준이 분위기를 풀려는 듯이 미소를 지어가며 말했다.

 "짜식 화났냐. 성질은.

  내 말 듣고, 너무 매달리지 마. 괜한 마음고생만 한다."

 

 그제는 상민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괜한 고생이 아니라 죽음으로부터 타인을 살리는 길처럼 보이는데."

 

 친구의 진지하고 단호한 대답에 원준도 웃음기를 싹 지우고 대답했다.

 "이제 와.

  쯔쯔. 진작 그렇게 생각하고 도둑질로 대학을 가질 말았어야지.

  이제 와 그런 식으로 설치면 그건 타인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과거에 너희 동네 사람들처럼 자기 자식 입시비리로 대학 간 사실 숨기기 위해 거짓말 만들어 세상을 속인 거나 진배가 없지.

  자기들 살기 위한 발버둥 같아 보이는데."

 

 "야,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왜 그게 그거야."

 

 "생각해 봐.

  너는 말로는 타인을 구한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너와 같이 저주받은 사람들이 살 방법으로 저주를 풀려는 거잖아.

  네가 정말 타인을 구할 마음이었다면 그날. 그날 말했어야 했어."

 

 "그날 언제?"

 

 "우리가 같이 경찰서에 갔던 날.

  DA 대교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그날.

  경찰이 죽은 그 사람들과 어떤 사이냐고 했을 때 넌 뭐라고 했어.

  경찰이 선배라는 사람과 다른 사람이 사촌 관계라고 했을 때도 뭐라고 했어.

  한 번은 그냥 고향 선배라고 했고. 다음은 모른다고 했어.

  그래 놓고는 밖에 나와서 나에게 뭐라고 했어. 사촌도 같은 시한폭탄이라고 했지.

  왜 대중들 앞에서는 진실을 말하지 못하면서 사람들을 구하겠다고 시한폭탄 막는 일을 해.

  그게 정말 타인을 구하기 위한 행동이 맞아?"

 

 원준도 흥분하여 긴 이야기를 했다.

 

 그제는 상민이 아무 말도 못했다.

 

 그렇게 원준은 친구에게 상처만 주고 헤어졌다. 헤어져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는 후회를 했다. 괜한 호기심에 친구를 찾아가서는 안 그래도 마음고생을 하는 친구의 속을 뒤집어 놓기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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