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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더미(Dummy)
작성일 : 17-12-10 09:22     조회 : 56     추천 : 0     분량 : 1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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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완벽하다고 여겨졌던 유토피아 세상에도 작은 틈은 있었다. 그 작은 틈을 크로우는 완벽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주말 동안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대폭발이 일어났다. 토요일 하루 동안 S시 안에서만 100대의 크로우 출현이 있었고, 그렇게 로봇과 접촉한 사람 중 76명이 자살을 시도하여 사망하였다. 무려 76%의 높은 사망율이었다. 다른 도시도 다르지 않았다. 인구 20만에서 30만 사이의 중형 도시에서도 평균적으로 70%를 상회하는 사망율에 많은 곳은 50여 명이 적게는 30여 명의 자살 사망자가 단 하루만에 발생하였다.

 

 이 현상은 일요일에도 지속되었다. 토요일과 비교하여 별 차이가 없을 정도의 크로우 출현과 사망율이 나타났다. 끔찍한 일이었다. 혼돈 시기를 제외하고 앞선 자살이 급격했던 트라우마 시기를 제외하고 2기 PSWC의 HAL 9이 가동되기 시작한 이후 최악의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하루 발생 사망자 수와 사망율로는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였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의 모든 일상을 감시하며 그들의 생각까지도 다 읽어내는 PSWC 시스템이 내부의 문제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같은 로봇인 휴고가 크로우가 되어 날뛰기 시작하면서는 그야말로 손 하나 쓰지 못하고 번번이 당하고 있었다. 사람 스스로의 자살은 막을 수 있었는데, 사람에게는 외부 영향이고 A.I나 로봇의 입장에서는 내부 세력인 크로우의 출현에는 아무런 대책도 대응도 없었다. 그저 사후약방문처럼 죽음을 목격하거나 죽은 다음에야 확인할 뿐이었다.

 

 특히 PSWC 차원에서의 심각한 문제는 금요일 까지의 크로우 출현이 회사의 데이터에 입각하면 고위험군의 관리 대상자들에게 나타나는 특정 계층이 있는 문제였다. 그런데 주말을 기점으로 그 양상은 달라졌다. 특정 계층의 구분이 없었다. 그야말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주말이 끝난 다음에 어느 직원의 분석에 의하면 크로우가 길을 걸어다니며 만나게 되는 사람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자살율이 높은 대상을 현장에서 선택하여 접촉하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심각한 수준으로 변화되었다.

 

 결국 정부가 선택한 것이 일요일 저녁에 급하게 대국민 발표를 하게 된 것이다. 더 이상 정부의 법집행 MPI 7이나 구급 PS-5나 뒤에 숨어서 사람을 구한다는 PSWC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사람 스스로의 몸을 사람 스스로가 지켜야 하는 단계까지 오게 된 것이다. 혼돈 시기 이후 초유의 사태였다.

 

 

 월요일 아침 3구역 PSWC 회사 안.

 

 찬이 복도에 서서 서성거리고 있다. 사무실을 등에 지고 서있는 모습인데 들어가지는 않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얼굴 표정에서도 초조함이랄까 기다림이랄까 그런 낌새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잠시 뒤, 복도에 김동주가 나타났다. 그의 출현에 그제야 찬의 표정이 밝아졌다.

 

 "김동주님, 뭐 하느라 이리 늦으세요?"

 

 얼떨결에 동주가 대답을 했다.

 "전날 어머님이 말씀을 무리하게 많이 하시는 바람에 몸이 안 좋으셨어 간호를 하느라."

 

 그렇게 말하고는 괜히 했다는 듯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숨길 것이 있었나 보다. 다른 한편으로는 찬의 눈치를 봤다. 찬이 별 말 없자 그제야 무슨 일인가 싶어 그를 유심히 보았다.

 

 "뭐야. 무슨 일로 남의 사무실 앞을 막고 있는 거야?"

 

 찬이 문 앞에서 물러나며

 "어서 들어갑시다. 어서요."

 

 찬의 재촉에 동주가 문 열라는 소리를 했고 그 지시에 HAL 9이 문을 자동으로 열어주었다. 문이 열리기가 바쁘게 찬이 동주의 등을 떠밀어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기가 바쁘게 찬이 물었다.

 "혹시 B조 관리자 되는 사람 아세요?"

 

 동주가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잘은 몰라. 대충만 알아."

 

 "어떤 사람입니까?"

 

 "음... 그러니까 키는 보통이고 당당한 체격에 얼굴은 인자한 모습이라고 남들은 말하더군.

  그리고...

  아! 그래. 오른쪽 다린가가 없어 로봇 의족을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마지막 말 이후에는 마치 아주 비밀스러운 이야기라도 하려는 듯이 찬에게 바짝 다가서더니

 "그거 알아. 작년인지 올해인지 그전까지는 그 사람이 로봇 의족도 하질 않고 그냥 기둥 의족만 하고 있었데. 그래서 여기 복도를 다닐 때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절뚝거리며 다녔다고 하더군. 알지 보물선에 나오는 후크 선장처럼."

 

 듣던 찬이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런 외형 말고 성격요. 대체 어떤 사람입니까?"

 

 그제야 동주가 빙그레 웃었다. 뭔가를 안다는 얼굴 표정이다.

 "아! 성격. 잊어. 그냥 없었던 일이라 잊어."

 

 "잊어요? 뭘 잊어요?"

 

 "금요일 일 때문에 그런 거잖아. 아냐."

 

 "그걸 어떻게 아세요?"

 

 "그날 자네 사고 있고 바로 3구역 직원들끼리 직원 개인 내부 통신으로 연락이 되어 다 알아. 휴고 두 대 다 잃었다며."

 

 찬이 화난 듯 인상을 쓰며

 "제가 그런 것이 아니라 한 대는 크로우가 그랬고, 다른 한 대는 B조 관리자가 폭발하는 크로우에게 보내서 그런 겁니다. 제가 한 거 아닙니다."

 

 동주가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르 지으며

 "알아, 알고 있다고. 이 친구가 흥분하기는. 그러니까 잊으라고. 그냥 휴고잖아. 로봇. 옛날처럼 A.I가 들어있는 휴머노이드도 아닌데 뭘 그렇게 흥분해."

 

 "흥분 안 하게 생겼습니까. 남의 일에 개입하여 사람보다 크로우가 먼저라 하질 않나. 자기 마음대로 남의 휴고를 박살내지를 않나. 내가 한 번 만나서..."

 

 동주가 찬의 마지막 말을 다 듣지 않고 막고 나섰다.

 "그만하면 됐어. 그 사람이 누군 줄 알고. 그 사람이 바로 실제적으로는 모든 PSWC 총 관리자야."

 

 동주의 말에 찬이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아무것도 몰랐던 모양이다.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총 관리자라니."

 

 "지금은 PSWC 본부 자체가 없잖아. 그런데 암묵적으로는 그 B조 관리자가 가장 두목이나 다름이 없어."

 

 찬이 동주의 말에 뭐라고 반문을 하려고 했다.

 

 "체, 그까짓 암묵적 두목 가지고 제가 아는 사람은..."

 

 뭔가 말하려고 하다 말고 말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더니 하려던 말을 하지 않고 다른 말을 계속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 어디 있습니까.

  크로우를 사주하는 자와 똑같은 사람입니다.

  자기 목적을 위해 누군가의 희생도 무시할 사람입니다."

 

 "알아. 알았어.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주말 사이에 일어난 사고들 알지. 그 일로 회사가 난리가 난 판국에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지."

 

 "그건 알죠. 그렇기는 하지만 그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거 아닙니까.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중요한 법인데."

 

 "당장은 로봇 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니까 그랬겠지. 그건 그렇고 자네 관리 대상자들도 피해가 있지."

 

 찬이 아쉬운지 덤덤히 대답했다.

 "예, 몇 명이 있다는 이야기는 출근하면서 할 나인에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금요일 그 사건 피해자 병원에서 면담을 했지?"

 

 "네, 직접 대화를 했습니다."

 

 "그 사람이 뭐래? 크로우가 무슨 말을 했데? 대체 무슨 말을 들었기에 그런 선택을 돌발적으로 하게 되었데?"

 

 찬이 그제야 흥분을 가라앉히고 대답했다.

 "별건 없었습니다. 그냥 가족 이야기와 옛날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더군요."

 

 "특별한 주문이나 뇌를 혼란하게 하는 소리, 아니면 약물이나 주사 자국 같은 것은 없었고?"

 

 "네, 그런 건 없었습니다. 혈액 검사에서도 정상으로 나왔고요.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이 있었습니다."

 

 "이상한 거. 뭔데?"

 

 "크로우가 다 알고 있더랍니다. 자기 가족의 신상과 말투, 버릇까지. 거기다 죽은 날짜와 죽은 원인까지 다 알고서. 그때가 기억나게 그런 이야기들을 섞어가며 말을 하더랍니다."

 

 동주가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정말이야. 그걸 어떻게 알아."

 

 찬이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우리가 아는 걸 크로우가 알고 있다는 것 아닐까요?"

 

 "그럼 혹시... 우리를... 특별 관리 대상자의 명단을 알고 있듯이."

 

 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찬의 대답 이후 둘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를 봤다. 둘은 지금 내부를 의심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그들이 알아낸 정보를 통해 보면 크로우 움직임의 모든 것들이 PSWC 내부를 알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지금 찬이 말하고 있는 내용조차도 자신들이 일상적으로 행하고 있는 국민 감시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따라서 크로우와 PSWC 사이에 연결된 연관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같은 시각 Y23구역 트레일러.

 

 민희가 트레일러 안 의자에 앉아 멍한 모습으로 있었다. 모습은 앞을 보고 있는데 그녀의 시선은 모니터를 보고 있지 않았다. 머리가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데이비드가 물었다.

 "민희님,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민희가 깜짝 놀라 모니터를 똑바로 보았다.

 "어어. 아, 아냐. 그냥 딴 생각 좀 하느라."

 

 "한 시간째 멍하게 있었습니다. 무슨 일 있었습니까?"

 

 그제야 민희가 바로 앉으며

 "아니, 지난밤 뉴스 생각하고 있었어. 휴고가 어떻게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하고."

 

 "그 일로 아직까지도 뉴스가 난리더군요. 시중의 사람들도 난리가 난 것 같던데.

 ...

  휴고는 자체 에이아이 알고리즘이 없는 로봇입니다. 누군가의 개입이 있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데이비드의 말에 민희가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냥 단순하게 기계적 측면으로 보면 가능해. 사람이 자기 목적에 따라 기계를 조작하여 사용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2020년대 들어서 에이아이와 로봇이 일반화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로봇의 지배를 두려워해 만들어 놓은 장치가 있어."

 

 데이비드가 바로 대답했다.

 "에이아이 아시모프 법칙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래. 그냥 명칭으로 보면 무슨 법칙 같지만 사실은 에이아이 알고리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 모든 운영 순서가 아시모프 법칙의 이행 여부를 거쳐야만 시스템이 승인이 되도록 하였으니까."

 

 "인간의 양심과 선악의 구분을 거쳐야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씀이죠."

 

 "그렇지. 그래서 지금 같이 사람을 해(害)할 수 있는 일은 못 하게 되어 있어."

 

 "그건 저와 같은 에이아이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 장치에 적용되는 법칙이 아닙니까."

 

 민희가 고개를 저으며

 "아냐. 에이아이가 내장되어 있지 않은 휴고나 자동차 같은 기계식 로봇에게도 적용되어 있어."

 

 민희 말에 따르면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하드에 어떤 목적의 일을 수행할 때 필수적으로 A.I 아시모프 법칙의 알고리즘을 통과한 후에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A.I나 사람이 강제로 명령을 내려도 A.I 아시모프 법칙에 위배되는 일은 못 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일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군요. 그냥 단순하게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행위 이전에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위험 신호를 준게 아닐까? 혼돈 시기 이후로는 처음이잖아."

 

 "대응 방법이 없는 겁니까?"

 

 "내 생각에는 그런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휴고의 왼쪽 가슴 부분에 있는 중앙 처리 장치를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것만 있으면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을 끝낸 민희의 표정이 아쉽다는 모습이다. 자기에게 그런 크로우가 있으면 당장이라도 열어서 확인할 마음이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식당 문이 열리고 찬이 고개를 내밀어 안을 두리번거렸다. 식당 안에는 서너 명이 탁자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하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들을 자세히 보기 위해 찬이 급기야 안으로 들어와 살폈다. 두리번거리며 보고 있던 찬이 아니라는 듯이 뒤돌아 다시 나갔다.

 

 찬이 이번에는 복도 중간 십자로 끝에 있는 화장실과 간이 휴게실을 기웃거리며 돌아다닌다. 그 모습은 마치 지골로 조 같았다. 보통이라면 그런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은 십중팔구는 지골로 조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오늘은 그가 아니라 찬이 그런 모습을 하고 다녔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뭔가를 찾지 못 한 사람처럼 다른 곳으로 뛰어갔다.

 

 찬이 복도를 종종걸음으로 걷고 있는데 중앙 출입문이 열리고 지골로 조가 들어왔다. 아마도 외부에 나갔다 들어오는 모양이다. 그의 모습을 보고 찬이 반갑다는 듯이 그에게 달려갔다. 그가 찾고 있었던 것은 바로 지골로 조 였던 것이다.

 

 찬이 지골로 조 앞으로 달려가 막아 섰다.

 "지골로 조님, 뭐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지골로 조가 웬일이라는 듯이 놀라며

 "나에게? 웬일이야. 이리 와. 여기 말고 저기 가서 말해."

 

 지골로 조는 환하게 웃었다. 기쁜 표정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을 만큼의 얼굴 변화였다. 마치 좋다는 듯이 그제는 그가 도리어 앞장서 길을 안내했다. 그곳은 복도 끝 간이 휴게실이었다.

 

 간이 휴게실에 도착하자.

 "무슨 일이야?"

 

 "혹시 저번에 이야기했던 휴고 있잖습니까. 그거 어디서 만드는지 알려줄 수 있습니까?"

 

 지골로 조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저번에 말한 휴고라니?"

 

 "그때 김동주씨 이야기하며 핑크 걸이나 카키 맨이니 하던 인간형 휴고요."

 

 지골로 조가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탄성을 지르고는 피식 웃었다.

 "아! 그거. 흐흐흐. 자네, 자네. 그게 필요한 거구나. 흐흐흐. 그게 필요해."

 

 지골로 조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웃으며 말했다. 그가 이렇게 웃는 이유는 핑크 걸이나 카키 맨이라 칭하는 휴고 로봇이 인간의 육체와 동일한 형태를 가진 섹스 도구용 로봇이었기 때문이다. 혼돈 시기 이전부터 만들어져 사용되던 섹스 로봇이지만 혼돈 시기 중엽까지만 사용되고 지금은 불법이 되어 일반적으로는 못 사용하게 되어 있다.

 

 인구 감소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다른 이유로는 이성에 대한 교감보다 자기 욕구의 충족과 자기 명령에 굴복하는 이성을 만들므로 해서 가정 관계나 부부 관계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었다. 이성에 대한 편견과 소유욕과 배려의 상실이 사회 생활까지 영향을 주어 이성간의 충돌을 야기시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혼돈 시기 후반 국가에서 금지시켰던 것이다.

 

 그 노리개를 지골로 조는 김동주가 가지고 있어 여자를 멀리한다는 듯이 찬에게 말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마치 섹스 로봇이 있다는 듯이 말하며 김동주가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며 말했었다. 그래서 찬이 잘 기억하는 것이다.

 

 찬이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게 아니라 그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뒷골목에 있다고 하셨잖습니까."

 

 지골로 조가 여전히 실실거렸다.

 "크크크. 부끄러워할 거 없어. 말을 돌리기는."

 

 찬이 답답한지 연신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 금요일 잡은 크로우를 분석했는데. 우리 엠피아이 세븐의 분석에 의하면 아무것도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휴고를 만드는 사람이 보면 그래도 혹시 뭘 알지 않겠나 싶어 알아보는 겁니다."

 

 그 말에 그제야 지골로 조가 웃음기를 지웠다.

 "아! 그거였어. 진작 그렇게 말하지. 이거 미안한데. 나도 정확히는 몰라 소문으로만 들어서."

 

 찬이 놀라며

 "네? 지난번에는 김동주 씨가 분명히 가지고 있을 거라고 하시면서 확신을 하셨잖습니까? 제가 집집마다 엔디알이 있어 불가능하다고 하니까. 감출 수 있는 방법도 있다면서 말씀하시더니...

  그럼 뒷골목이라고 했던 말씀은 뭡니까?"

 

 "그러니까 나도 그런 소리를 들었다 그 말이지. 어디에 그런 것이 있는지는 몰라. 그게 있었으면 내가 벌써 구해서 집에 두고 사용하고 있지."

 

 찬이 급격하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모르시는 거네요."

 

 "왜? 그 사람들을 꼭 찾아야해?"

 

 "예. 마지막 희망입니다. 크로우를 잡아도 지시자를 찾지 못 하면 그냥 고철이나 다름없어서요."

 

 그 말을 하며 찬은 조금은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지골로 조를 봤다. 나이가 30대 후반에 접어든 사람이 과시를 해도 너무 심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지도 않은 일을 마치 있는 것처럼 사람들 앞에서 떠드는 바람에 자기가 괜한 헛꿈을 꾸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화까지 났다.

 

 사실 찬은 오늘 회사에 출근하면 꼭 두 가지를 하겠다고 결심한 것이 있었다. 하나는 아침에 김동주를 만났던 것처럼 B조 관리자를 만나 금요일 일을 따질 생각이었다. 다른 하나가 방금 지골로 조에게 물어보았던 휴고를 만들던 사람을 만나려는 계획이었다. 바로 방금 전까지 이제 남은 유일한 희망은 그걸 만든 사람을 만나 크로우에 대하여 알아보는 방법 뿐이라 생각했다.

 

 그가 왜 이런 생각을 했느냐 하면. 김동주를 만나고 난 뒤에 자기 사무실에 돌아와 주말에 일어난 사고 소식을 듣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김동주가 왜 그렇게 B조 관리자 일은 모두 잊고 지금 일에 신경쓰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분석을 해보니 크로우가 기존 방식에서 변모하여 그 사이 인간적 대입을 하면 진화고 A.I로 대입하면 학습에 의한 데이터의 확장이 일어나 있었다.

 

 그에 비해 자기들 쪽은 알아낸 것이 전혀 없었다. 그나마 그 사이에 겨우 알아낸 것이라고는 주말 동안 크로우가 길을 돌아다니며 접촉하게 되는 사람들 중 스스로의 분석에 의해 자살율이 높은 사람을 선택 접촉하였다는 사실이 최근에 알아낸 정보의 전부였다. 그래서 금요일 자기가 잡은 크로우에 대한 분석을 물어보았다.

 

 "큐브, 금요일 잡은 크로우 분석은 했어?"

 

 "예, 폭발과 불에 탄 것으로 인해 어려움은 있었지만 분석을 하였습니다."

 

 "그래! 특징을 말해 봐."

 

 "특징이 없었습니다."

 

 "특징이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일반 휴고와 동일하였습니다. 그외 다른 특징이 없었습니다."

 

 "전혀 새로운 것이 없었어. 크로우 현상이나 자살을 유도하는 알고리즘 같은 거 없었어?"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휴고였습니다."

 

 "완벽하게 분석한 거 맞아? 잘못 분석한 거 아냐?"

 

 "시청 소속의 로봇 관리 피에스 파이브가 조사 분석한 자료입니다. 모든 휴고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에이아이가 분석한 자료이니 정확할 겁니다."

 

 그로 인해 고민에 빠졌던 찬은 어느 순간 지골로 조가 말했던 섹스 로봇이 떠올랐다. 그걸 만들었던 사람을 찾으면 크로우를 재분석해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나 하는 희망을 가졌던 것이다.

 

 조금은 실망한 표정을 하고있는 찬에게 지골로 조가 갑자기 다가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누구를 알려줄 테니 그 사람를 한 번 찾아가 봐.

 ...

  원래 내가 담당하던 감시 대상자인데. 지금은 아니고 몇 해 전에.

 ...

  그 사람이 예전에 섹스 로봇을 만드는 일을 했던 사람이야. 핑크 걸 만든 장본인."

 

 그렇게 말하고는 은밀한 이야기를 하듯이 귓속말을 했다. 찬이 귓속말을 들으며 뭔가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요일 오후 1시 민희 집.

 

 현관문이 열리고 민희가 퇴근을 해서 집으로 들어왔다. 집 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마치 무슨 일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퇴근한 복장 그대로 입고 거실을 서성거렸다. 멍한 시선과 중심 없는 행동들은 마치 뭔가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 같은 모양새다. 특히나 불안 증세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고 연신 움직이는 것으로 봐서는 뭔가 하면 안 되는 일을 해야하는 사람 같았다.

 

 보다 못한 이브가 휴고를 통해 물을 가지고 다가왔다.

 "물이라도 조금 드십시요."

 

 그제야 다급하고 어수선하며 정신없던 행동을 멈추고 휴고를 봤다. 자기를 향해 내밀고 있는 물컵을 보더니 대뜸 받아 들어 단숨에 마셨다. 참으로 맛있게 먹는 모습이다. 컵의 물을 다 마시고 나서 '아!'하는 탄성까지 질렀다.

 

 그 모습을 휴고를 통해 본 이브가 마치 뭔가를 알기라도 한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지 말고 2층에 가보십시오."

 

 "2층은 왜?"

 그녀는 마치 모른다는 듯이 아니면 아니라는 듯이 정색하며 되물었다.

 

 "어제 퇴근하셨어 하시던 일을 오늘 또 하고 싶은 거 아닙니까!"

 

 중년의 부인 목소리가 오늘 따라 더 인자하고 자상한 느낌으로 들렸다. 그건 마치 딸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엄마가 딸을 설득하는 것 같았다. 그와는 달리 민희는 선뜻 대답을 못 하고 머뭇거렸다. 내심으로는 맞는 말인데 그걸 겉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은 모양새다. 왜냐하면 그게 과거의 추억을 들추기 때문이다.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과거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끔찍한 공포 속에 다시 빨려 들어가는 것이 두려워 선뜻 결정을 못 내렸다.

 

 어제 처음에는 호기롭게 옷방 속에 처박아 놓았던 물건을 꺼낼 때만 하여도 뒷일을 생각지도 않았다. 그저 오전에 데이비드와 나누었던 대화가 원인되어 충동적으로 그 일을 했다. 딱 5년 만이다. 아니 4년 만인가? 여하튼 제법 오래되었다. 18살까지는 매일 가지고 놀았던 물건이다. 19살이 되어서 잠시 중단했었다. 그 1년 동안 휴식기를 가질 때만 해도 언젠가 다시 그 물건을 잡고서 평생을 사용할 것으로 생각했던 물건이다. 그런데 20살이 되어 정부 직업 선택 MPI 7에 취업을 신청하였을 때 그게 끝이었다.

 

 그날 그녀의 꿈과는 달리 재개발 건설 담당자라는 직업이 선택되면서 그 물건을 자기 손으로 옷장에 넣었다. 친구들은 뭔가 잘못되었다며 다시 신청해보라 하여 재검사를 신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그리고는 까맣게 잊었다. 아니 까맣게 잊으려고 노력한 날도 있고 때로는 떠오르는 생각을 강제로 잠재우기도 했다. 그렇게 잊혀진 물건이었다. 어제 전까지는 완벽하다고 생각할 만큼.

 

 다 먹은 컵을 받아 든 휴고가 부엌으로 갔다가 돌아 나오더니 대뜸 2층으로 올라갔다. 그때 민희는 아쉬움과 미련에 2층을 보고 있다가 휴고를 봤다.

 

 민희가 당황하여 급히 소리쳤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이번에는 이브가 민희 머리 위 천장 스피커를 통해 대답했다.

 "제가 가지고 나오겠습니다. 그 사이 옷이라도 갈아입으십시오."

 

 2층으로 휴고가 사라지는 것을 끝까지 보고 있던 민희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계단으로 향했다. 아마도 결심을 한 모양이다. 이틀째 망설이고 있었으니 선택을 할 때도 되었다.

 

 느린 발걸음으로 2층 침실에 들어가니 휴고가 벌써 평상복을 옷방에서 꺼내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휴고는 안 보이고 평상복만 눈에 들어왔다. 그때 옷방에서 휴고가 가방을 들고 나왔다. 작은 캐리어 크기의 검은색 가방이었는데 겉보기는 커 보여도 가벼운지 휴고가 두 팔에 가볍게 받쳐 들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가방에 고정되어 자기 옆을 지나가는 모습까지 계속 따라서 움직였다. 끝내는 방을 나가는 것까지 시선이 따라갔다.

 

 

 [각주]

 1. 국가.

 국가의 모든 운영 시스템은 A.I 화 되었다. 더 이상 인간이 유지하는 정부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도시인 S 시에 50만 명이 살고, 전국 10개의 중도시에는 30만 명이 살았으며, 그 아래 15개의 소도시에는 10만 명이 살았다.

 소도시 아래 하위 단위의 지역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인구 분포가 도시 단위의 인구 밀집 지역 구조로 변모하였다.

 

 2.직업.

 로봇으로 인해 더 이상 사람이 필요한 직업은 없어졌으나 헌법에 의해 직업 선택의 자유와 일을 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므로 국가가 국민에게 직업을 제공하고 있다.

 A.I를 도와 같이 업무를 할 수 있는 직업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는데, 부족한 일자리로 인해 개인의 노동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하루 4시간과 주중 20시간 이상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다. 이를 통해 부족한 직업을 오전 오후로 나누어 공급하고 있다.

 임금은 크게 높지 않다. 그 외 개인 사업은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된다. 이 경우도 기초적 단계에서는 국가가 부지와 시설과 A.I 그리고 휴고를 무상으로 제공해 준다. 노동 시간 또한 공공 직장 노동시간과 동일한 시간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직업의 선택은 각자가 희망하는 분야에 일할 수 있는 것이 첫 번째 조건이었다. 그렇지 않고 선택을 못한 경우 시청 직업 관리 MPI 7에 직업 신청을 등록하면 A.I가 개인의 성장 배경과 학습 형태와 NDR-11을 통한 분석을 통해 가장 최적의 직업을 선택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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