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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Blood Rose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17.10.30

천년에 한번 태어난다는 뱀파이어 로드. 선대 뱀파이어 로드는 반란으로 인해 죽으며 저주를 남긴다.
그 저주는 다음에 태어날 뱀파이어 로드는 인간인 블러드로즈를 옆에 두지 않는 이상 인간의 피를 마시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은 느낀다는 저주였다.
저주를 두르고 태어난 뱀파이어 로드 '라티안스' 와 그의 블러드 로즈 '임지유'의 이야기.

 
31
작성일 : 17-11-30 15:04     조회 : 13     추천 : 0     분량 : 4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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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두 명의 뱀파이어를 바라보던 에디스는 엷게 웃었다.

 들고 있던 찻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에디스는 먼 곳을 바라봤다.

 이 단순한 행동조차 자신에겐 얼마나 힘든지 그들은 아마 모르고 있을 것이다.

 

 “아시고 계시겠지만, 로드가 로드의 자리에 앉아야만 가능한 일들이 있죠?”

 

 “예, 그렇죠.”

 

 “그중 하나가 바로 땅으로 돌아가야 할 뱀파이어들이 제때 땅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설마.”

 

 “그 설마입니다. 저는 지금 제때 죽지 못한 게 200년이 넘어가고 있어요.”

 

 수천 년을 살아오는 뱀파이어에겐 죽음은 제대로 쉴 수 있는 휴식과 같은 것이었다.

 인간의 단어로 칭하면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뱀파이어들은 지나친 힘을 쓴 탓에 죽음이 다가오면 신체가 무너지기 마련이었다.

 팔이 제대로 움직이질 않는다던가, 시력을 빼앗긴다던가. 목소리를 잃는다던가.

 그런 식으로 몸이 망가져 버린 뱀파이어는 더 능력도 쓰지 못하고 죽음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렇다면 에디스 씨도…….”

 

 “예, 저도 몸이 망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한쪽 팔은 썩어가고 있는데 지금은 약으로 어떻게든 막고 있지만, 곧 막지도 못하겠죠.”

 

 에디스는 자신의 왼팔을 감싸 쥐고 쓰게 웃었다.

 약으로 막는 것도 임시방편일뿐이었다. 이제 약으로도 어쩔 수 없을 만큼 신체가 망가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 에디스를 보며 두 명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200년 동안 죽지 못했다니, 몸이 썩어가는 고통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러니 전 어서 로드가 로드의 자리에 앉아서 저에게 평안을 주면 좋겠습니다.”

 

 에디스의 진심 어린 말에 클리프는 브리지트를 바라봤다.

 클리프의 시선에 브리지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그가 정말로 믿음직한 뱀파이어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의는 없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것이 진실함을 알았으니, 그를 믿어봐도 괜찮겠지.

 

 “그렇다면, 에디스.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무엇인가요?”

 

 “블러드 로즈에 관해서 조사해줬으면 합니다.”

 

 “블러드 로즈에 관해서요…? 왜 그런걸…….”

 

 “자세한 이유는…. 지금 설명해드리기 어렵습니다. 어쨌든 조사해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아, 가시기 전에 잠시만요.”

 

 일어나려고 했던 두 명은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에디스의 말에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게 됐다.

 에디스는 집사에게 무언갈 지시하는 듯 집사의 귀에 둘에겐 들리지 않도록 속닥거렸다.

 그 모습에 두 명의 뱀파이어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단단히 긴장했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브리지트와 클리프를 본 에디스는 작게 웃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네요.”

 

 “이해합니다. 제가 가져오라고 한 건 수상한 것이 아닌 돈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말과 동시에 집사는 커다란 가방 하나를 들고 왔다.

 가방은 꽤 커서 안에 들어간 액수가 얼마일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집사가 가방을 건네자 무게도 꽤 나가서 가방을 받은 클리프는 당황했다.

 

 “무거운데요…? 얼마나 넣으신 겁니까?”

 

 “얼마 넣지 않았습니다. 한…. 3천 골드 넣었습니다.”

 

 “3천 골드나요…?”

 

 3천 골드면 평범한 뱀파이어가 돈을 벌지 않고 3년을 살아도 충분한 금액이었다.

 그런 큰 금액을 이렇게 덜컥 내주다니. 클리프는 자신의 두 손에 들린 가방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우리에겐 꼭 필요한 금액이었다. 새 무기를 사고, 제대로 된 갑옷을 사려면 이보다 더 많이 필요했다.

 일단 이만큼을 들고 가서 필요한 걸 먼저 사두라는 의미겠지.

 

 “블러드 로즈에 관해 조사해두겠습니다. 조사를 끝마치면 다시 부르도록 하죠.”

 

 “그땐 이걸로 우리에게 연락해주길 바라.”

 

 브리지트가 건넨 것은 동그란 모양의 돌이었다.

 언뜻 보기엔 평범해 보였지만 그 돌은 각자의 짝이 있으며, 짝인 돌에게 연락을 보낼 수 있는 신비한 돌이었다.

 에디스는 돌을 손에 쥐고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용법은 알고 계시죠?”

 

 “물론입니다.”

 

 “그럼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조심히 돌아가세요. 그 돈, 꽤 큰돈이니까 잃어버리지 마시고요.”

 

 “당연하죠,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을 겁니다. 로드에게 전해드려야 하니까요.”

 

 클리프는 가방을 절대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다짐 하나로 가방을 꼭 쥐었다.

 인사를 하고 둘이 나가자 혼자 남은 에디스는 서재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옆을 집사가 따라 걸었다. 서재에 들어온 에디스는 집사를 바라봤다.

 

 “블러드 로즈에 관한 모든 것을 조사하도록”

 

 “예.”

 

 “만약 이 서재에서 블러드 로즈에 관한 것을 찾지 못했다면 왕궁 도서실까지 샅샅이 뒤져봐.”

 

 “알겠습니다.”

 

 “칼립에게 들키지 않게, 은밀하게. 알았지?”

 

 “예.”

 

 집사는 조용히 자신이 할 일을 시작했고 에디스는 그가 조사를 시작하는 걸 보고 서재에서 나갔다.

 왜 조사해야 하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분명 뱀파이어 로드와 관련이 있으니까 조사하라고 시킨 거겠지.

 어차피 나중에 알게 되겠지. 그때까지는 잠시만 그들을 믿고 조사만 해야겠다.

 섣불리 나서서 먼저 알았다간 겨우 산 신임마저도 잃어버릴 수 있었다.

 

 “더 잠들지 못하는 건 사양이니까.”

 

 한시라도 빨리 평안하게 잠들기 위해서라면…. 에디스는 썩어가는 자신의 왼팔을 붙잡으며 침실로 향했다.

 한편, 숙소로 돌아간 두 명은 가지고 온 가방을 내려놓으며 겨우 안도했다.

 3천 골드라니. 상상 이상의 금액에 가방을 들고 오는 것만으로도 탈진할 정도로 긴장했다.

 누군가에게 뺏겨버리면 큰일이니 여기까지 오는 내내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둘 다 지금 왔나?”

 

 “네, 지금 도착했습니다.”

 

 “그 가방은 뭐야? 갈 땐 들고 가지 않았잖아.”

 

 “에디스가 준 겁니다. 내용물은 3천 골드입니다.”

 

 “3천 골드? 그 큰 금액을 줬다고?”

 

 리키나가 놀라서 가방을 보자 지유는 이해를 하지 못하겠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아직 뱀파이어 세계의 경제관념을 모르는 그녀이기에 3천 골드가 얼마나 큰 돈인지 이해 못 하는 거겠지.

 라티안스는 그런 그녀에게 이해를 시켜주기 위해 가방을 열었다.

 

 “3천 골드는 인간계 돈으로 환산하면 한…. 6천만 원 정도 되려나.”

 

 “6…6천만 원이요?!”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 뱀파이어 세계에선 3천 골드면 평범한 뱀파이어가 일을 하지 않고도 3년을 살 정도니까.”

 

 “그 정도면 엄청 큰돈 아니에요?”

 

 “그러니까 다들 놀라는 거야.”

 

 그래서 3천 골드라는 말에 다들 그렇게 많이 줬냐고 물어본 거구나.

 라티안스가 파티장에서 만났다는 그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더 많이 부자인 모양이었다.

 3천 골드를 턱턱 내줄 정도니 말 다 했지……. 지유는 묘한 부담감에 돈가방에서 슬쩍 물러났다.

 

 “그래서 이 3천 골드는 어디다 쓸까요?”

 

 “일단 기다려봐. 막 쓰기만 하면 불릴 수가 없잖아.”

 

 “불리실 생각이입니까?”

 

 “계속 받을 수는 없어. 그렇게 하다 보면 나태해지기 마련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가장 안쪽 방에 두겠습니다.”

 

 “그러도록 해.”

 

 브리지트는 돈 가방을 들고 안쪽 방으로 향했고 라티안스는 클리프를 바라봤다.

 라티안스는 여러가지 묻고 싶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어때, 믿을만해 보였어?”

 

 “목적은 확실해 보였습니다. 믿어도 괜찮을 것 같아서 블러드 로즈에 관해 조사해달라 부탁했습니다.”

 

 “그래? 그의 목적은 뭐던가?”

 

 “영원한 숙면, 죽음입니다.”

 

 “…그렇군. 하긴 지금 로드의 자리에 앉은 것은 진정한 뱀파이어 로드가 아니니까 말이야.”

 

 클리프의 말에 라티안스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에디스같은 뱀파이어가 분명 많을 것이다.

 제대로 영면에 들지 못하는 뱀파이어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다.

 그들에게 하루라도 빠른 휴식을 주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굴하면 안 된다.

 

 “일단 클리프, 시장에 나가서 우리가 투자할만한 게 있을까 조사해봐.”

 

 “알았습니다.”

 

 “에디스가 준 3천 골드의 반만 쓸 거야. 그리고 반은 병사들에게 쓸 거고. 시장 조사를 하면서 괜찮은 갑옷이나 칼을 파는 곳도 알아보고.”

 

 “저만 믿고 기다려주십시오.”

 

 “부탁할게.”

 

 클리프가 나가고 라티안스는 남은 천오백 골드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했다.

 병사들의 갑옷과 칼을 전부 사는 데에만 쓰기엔 쓸 곳이 너무 많았다.

 다른 곳에도 쓰고 싶기도 하고, 우리들에게도 써야 다들 기분도 좋아질 것이다.

 

 “음. 좋아, 다들. 필요한 게 있으면 지금 말해두도록 해. 지금이 아니면 살 기회가 언제 있을지 모르니까.”

 

 라티안스의 말에 다들 신났는지 각자 대화를 하며 화기애애해졌다.

 돈이라는 게 이런 식으로 모두에게 기분을 좋게 해주는 효과도 있었다.

 얼른 빨리 그들에게 언제나 필요한 만큼의 돈을 쓸 수 있게 해줘야지.

 각자가 라티안스에게 필요한 것을 말하며 신나는 얼굴에 라티안스 역시 웃었다

 누군가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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