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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Blood Rose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17.10.30

천년에 한번 태어난다는 뱀파이어 로드. 선대 뱀파이어 로드는 반란으로 인해 죽으며 저주를 남긴다.
그 저주는 다음에 태어날 뱀파이어 로드는 인간인 블러드로즈를 옆에 두지 않는 이상 인간의 피를 마시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은 느낀다는 저주였다.
저주를 두르고 태어난 뱀파이어 로드 '라티안스' 와 그의 블러드 로즈 '임지유'의 이야기.

 
17
작성일 : 17-11-15 13:43     조회 : 21     추천 : 0     분량 : 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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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해준다는 라티안스의 말에 지유는 가슴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 와서 며칠간 한 거라곤 오로지 걷는 것과 잠자는 것, 그리고 먹는 것뿐이어서 지유는 슬슬 지치고 있었다.

 사람이 가끔은 한숨 돌려주기도 하고, 어딜 놀러 가거나 해야 하는데 여기 와선 못했으니까.

 그런데 뭐든지 해준다니! 지유는 무엇을 부탁할까 곰곰이 고민했다.

 

 ‘쇼핑은……. 돈이 없다고 했으니까 무리겠지? 그럼 마을에 놀러 가고 싶다는 건…. 위험하니까 안 되고….’

 

 지금 여기서 할 수 없는 걸 하나씩 지우자 지유가 하고 싶었던 일은 전부 못 하는 일이었다.

 잔뜩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자 지유는 시무룩해졌다.

 얼굴이 밝아졌다 갑자기 시무룩해진 지유의 얼굴을 보며 라티안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아뇨…….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은 지금은 못 할 것들이라서요.”

 

 “뭐가 하고 싶은데?”

 

 “쇼핑이라던가, 마을을 돌아다니고 싶다던가…. 그런 것들이에요.”

 

 “확실히 하기 어려운 것들이네.”

 

 “그렇죠…?”

 

 “하지만 아예 못하는 건 아니야.”

 

 라티안스의 말에 지유는 잔뜩 커진 눈동자로 라티안스를 바라봤다.

 엄청 기대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듯 눈동자가 빛나기까지 하는 걸 보며 라티안스는 웃음을 참으려 애를 썼다.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작게 웃는 라티안스를 보자 지유는 눈을 가늘게 떴다.

 

 “웃고 싶으면 참지 말고 마음껏 웃으세요.”

 

 “미안, 그대가 너무 귀여워서 말이지.”

 

 귀엽다는 소리에 지유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시선을 돌렸다.

 여기서 갑자기 왜 귀엽다는 말이 나온 거야. 지유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라티안스를 슬쩍 쳐다봤다.

 

 “그래서…. 갈 수 있어요? 마을이라던가….”

 

 “갈 수 있어.”

 

 “정말요?”

 

 “대신 로브를 쓴 채로 가야겠지만.”

 

 “괜찮아요! 로브 쓰는 것 정도야 이제 익숙한걸요.”

 

 “조금 더 편하게 다녀올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데 그건 못 해줘서 미안해.”

 

 “지금 상황에서 편하게 마을에 가는 건 불가능하단 걸 알아요. 그래도 갈 수 있다는 게 좋아요.”

 

 “그렇다면 다행이야. 그럼 나갈 준비를 해, 같이 나가자.”

 

 “라티안스 씨도 나가는 거예요?”

 

 “그대를 혼자 보낼 수는 없으니까.”

 

 “알았어요…! 금방 준비할게요!”

 

 준비한다는 지유의 말에 라티안스는 방 밖으로 나갔다.

 라티안스는 유독 기분 좋아 보였던 지유를 떠올리며 작게 웃었다.

 방문 앞에 선 라티안스는 가슴에 손을 얹어놓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군.”

 

 왜 이렇게 가슴이 간질거리는 걸까. 가슴 안에서 뭔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다.

 마치 봄바람이 머리카락을 간지럽히는 기분.

 라티안스는 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고 거실로 걸어갔다.

 방에 혼자 남은 지유는 거울 앞에 앉았다가 시무룩해졌다.

 

 “맞다. 나 화장품이랑 옷이랑 하나도 없지…….”

 

 외출하려 해도 갈아입을 옷이랑 화장품이 하나 없어서 꾸미지도 못한다.

 지유는 시무룩해진 얼굴로 대충 머리만 빗고 방에서 나왔다.

 지유가 방에서 터덜터덜 나오자 라티안스는 그녀에게 로브를 씌워줬다.

 그래. 어차피 로브를 썼을 거니까 새 옷을 입고 화장을 했어도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며 가라앉은 기분을 올리려고 애썼다.

 

 “갈까?”

 

 “네.”

 

 지유는 로브의 모자를 꾹 눌러쓰고 라티안스와 함께 집을 나섰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숨어서 바라보던 리키나는 슬쩍 미소를 짓곤 두 사람을 뒤따라갔다.

 두 사람은 아무도 없던 마을 근처에 있던 작은 마을 쪽으로 걸어갔다.

 

 “역시 로브를 쓰고 있으니까 엄청 덥네요…….”

 

 “날씨가 더우니까 어쩔 수 없지. 내 손이라도 잡겠어?”

 

 라티안스가 지유에게 하얀 손을 내밀었다. 지유는 자신에게 내밀어진 하얀 손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평소라면 괜찮다고 거절했겠지만 지유는 오늘만큼은 끌리는 대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유는 거절하는 대신 라티안스의 손을 붙잡았다.

 

 “더…. 더우니까 잡은 거예요.”

 

 잡은 손은 차가운데 아까보다 더 더워지는 기분이었다.

 지유는 괜히 붙잡은 손이 화끈거리는 기분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라티안스가 지유의 손을 꼭 잡으며 천천히 걸었다.

 

 “그렇게 고개 숙이면 위험해.”

 

 “아, 네.”

 

 지유는 고개를 퍼뜩 들고 앞만 보고 걸었다. 그런 지유를 보며 라티안스는 웃었다.

 라티안스의 웃음소리와 잡고 있는 손이 자꾸만 심장을 뛰게 했다.

 그리고 그런 간지러운 분위기의 두 사람을 보고 있는 뱀파이어가 있었으니, 바로 리키나였다.

 

 “저런데 좋아하는 사이가 아니라고…?”

 

 리키나는 고개를 갸웃하다가도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아무래도 다른 뱀파이어들은 눈치챘는데도 모르는 척하는 거겠지.

 저 두 사람이 저런 달콤한 분위기를 내는데, 주변에 있는 자들이라면 다 알 거다.

 

 “이렇게 재미있는 일에 내가 빠지면 섭섭하지~”

 

 다른 뱀파이어들이 뜯어말릴 관계이지만 리키나는 그런 거 상관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서로 좋아만 한다면 뭐가 문제일까?

 그녀가 인간이라는 것도, 그가 뱀파이어 로드라는 것도 사랑 앞에선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마음이 끌리기 시작하면…. 그들이 무엇인지는 신경 쓰이지도 않겠지.

 리키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아주 조심스럽게 둘의 뒤를 밟았다.

 둘은 작은 마을에 도착했고, 지유는 마을에 도착하자 눈에 띄게 안색이 밝아졌다.

 

 “마음에 드는 것 같군.”

 

 “네, 오랜만에 외출하는 거라 좋아요.”

 

 “나온 김에 필요한 건 다 사도록 해. 당분간은 이렇게 외출하는 일은 없을 거니까.”

 

 “제가 막 돈을 써도 괜찮나요?”

 

 “필요한 걸 사는 돈까지 아낄 생각은 없어. 그리고 여기서 머물겠다고 해준 그대를 위한 거니까, 아깝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지유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슬쩍 가판대를 보며 무엇을 살까 고민했다.

 그런 지유를 보며 라티안스는 그녀의 쇼핑에 그저 가만히 따라다닐 뿐이었다.

 그저 걸어 다닐 뿐이었는데도 지유는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작게 콧노래를 중얼거리며 지유는 옷을 잔뜩 파는 가게 앞에 섰다.

 

 “어서 오세요.”

 

 주인장은 손님이 온 것에 기뻐하며 나왔으나 시꺼먼 로브를 뒤집어쓴 두 사람을 보자 슬쩍 뒷걸음질 쳤다.

 수상한 사람 취급하는 주인장의 태도에 기분이 나쁠 법도 했으나 지유는 별 신경 쓰지 않았다.

 지유는 가게에 진열된 옷을 보며 순수하게 감탄했다.

 원색 옷들뿐이었지만 그 색이 촌스럽거나 너무 튀지 않으면서 고급스러웠고 아름다운 옷이었다.

 화려한 붉은색 드레스에 손을 뻗자 주인장은 언제 뒤로 물러섰냐는 듯 지유에게 다가갔다.

 

 “어머, 손님. 안목 좋으시네요. 이게 요즘 제일 잘 나가는 디자인이에요.”

 

 “그래요…?”

 

 “네, 그럼요~ 1주일 뒤면 칼립 님의 성에서 파티가 열리잖아요? 다들 이 드레스 구하려고 얼마나 혈안인지 몰라요~”

 

 “그렇구나…….”

 

 “이 드레스가 별로라면 제가 손님에게 어울리는 드레스를 추천해 드릴게요. 그러니 로브를 한 번만….”

 

 “아니, 됐네. 우린 다른 곳에서 옷을 구매하지.”

 

 “잠시만요, 손님!!”

 

 간절한 주인의 목소리에도 라티안스는 지유의 손을 잡고 다른 곳으로 갔다.

 지유는 영문도 모른 채 라티안스의 뒷모습을 멀뚱히 쳐다봤다.

 

 “갑자기 어딜 가요?”

 

 “아…. 미안. 아팠지? 네 로브를 벗기려고 해서 나도 모르게.”

 

 “괜찮아요. 그나저나 위험할 뻔 했네요…. 아무리 어울리는 걸 골라준다는 의도였지만…….”

 

 “어쩔 수 없지. 그들은 네가 그런 존재인 거란 것도 모르고 있으니까.”

 

 라티안스는 블러드 로즈라는 말도 하기 어려운지 그것이라는 말로 돌려 말했다.

 지유는 그런 라티안스의 모습에 라티안스가 정말 조심하고 있구나, 라는걸 느꼈다.

 하긴, 자신이 블러드 로즈라는 것이 적에게 알려지면 자신도 위험하니까.

 지유는 라티안스가 예민한 것도 이해했다. 지유는 라티안스의 손을 잡고 다른 옷가게를 가리켰다.

 

 “우리 저쪽으로 가요.”

 

 “그래.”

 

 라티안스는 선선히 지유가 가자는 곳으로 갔다. 지유는 다른 옷가게에 들어가 옷을 구경했다.

 이상한 무늬가 들어간 옷을 라티안스에게 보여주기도 하며 웃었다.

 늘 긴장하고 다녔던 다른 날들과 다르게 오늘은 너무나도 신났다.

 잔뜩 들뜬 지유는 밝은 얼굴로 다른 곳들도 돌아다니며 필요한 것들을 샀다.

 그리고 그런 지유를 보며 라티안스는 부드러운 얼굴로 웃었다.

 어느새 두 사람의 양손에는 옷이 잔뜩 든 가방이 들려있었다.

 

 “너무 많이 산 것 같지 않아요?”

 

 “계속 이곳에 있을 건데 이 정도는 괜찮아.”

 

 “라티안스 씨 덕에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아냐, 오히려 내가 더 즐거웠어.”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짓고 지내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연스럽게 손을 붙잡았다.

 붙잡은 손이 오늘따라 따뜻하게 느껴졌다. 가슴에 봄바람이 불고, 싹이 움텄다.

 작게 싹을 틔운 그 감정의 이름은….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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