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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연:[시간속의 연인]
작가 : 한이현
작품등록일 : 2017.11.21

꿈속에서 지켜보던 여인의 삶. 그녀의 비참한 끝을 본 그날.
그녀가 찾아와 손을 내민다.

비틀린 운명을 제자리에 돌려놓기위해 제안을 받아 드린여자 수빈.
달라진 여인의 눈빛을 본 그날, 바뀌기 시작한 남자 선.

+ 천천히 진행됩니다.

 
암자에서
작성일 : 17-11-23 15:40     조회 : 46     추천 : 0     분량 : 6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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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빈은 지금의 상황이 괴로웠다. 신발을 벗고 물장구를 칠 때까지는 기분 좋았는데, 왜 하필 그때 신이 떠내려가서는, 왜 하필 그때 세자가 그것을 집어 들어서는,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그녀의 그런 생각이 표정에 나타난 것인지. 세자가 한마디 했다.

 

 “내가 그대의 신을 주워준 것이 그리 불만이오? 그냥 떠내려가게 내버려 둘 것 그랬소.”

 

 그의 말을 들은 수빈은 자신의 표정이 아마도 썩어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절대 그렇지 않다면 너무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의 표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그녀도 조용히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녀는 좁은 공간에 불편한 사람과 함께 있으려니 미칠 것 같았다.

 

 이곳은 작은 암자였다.

 선이 신발을 주워서 가져다준 순간 수빈은 크게 당황했었다. 멍청하게 그를 부른 수빈은 눈앞의 존재와 자신의 신을 번갈아 쳐다보고는 상황을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당황해서인지 순간 몸이 제 통제를 벗어나 바위에서 미끄러지며 계곡물에 빠지고 말았다. 처음에는 시원하다며 좋아했던 물이 그 순간에는 얼음장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그리고 호들갑을 떨다가…….

 

 “하아~”

 

 거기까지 생각한 수빈은 제 손안에 얼굴을 숨겨버렸다. 선의 도포 자락을 잡아당기고 만 것이다. 결국 그도 물에 빠지고 말았다.

 

 ‘젠장, 젠장, 젠장!’

 

 속으로 수없이 대뇌였지만 현재 상황이 바뀌지도 제 안 좋은 기분은 나아지지도 않았다.’

 

 결국, 둘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내려가는 대신 올라가는 방법을 택한다. 분명 두 사람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당황할 것이고, 몰골을 보면 더욱 당황할 것이기에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세자가 원한 것이기도 했다. 자신은 암행 중인데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불편하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제가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것이 알려질 경우의 생겨날 불미스러운 일들을 걱정했다. 이를 태면 암살이라던가, 암살이라든지, 암살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수빈은 아래로 세자는 위를 향해 가려고 했는데, 내려가는 길이 생각나지 않았다. 수빈이 세자에게 길을 묻는 상황이 되었었다. 그때의 세자의 얼굴이란. ‘뭐 이런 것이 다 있어?’ 정도였던 것 같다.

 

  결국, 함께 내려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그들은 옷이 다 마를 때까지 암자에 있다 내려가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암자라는 말을 듣고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정말 한참을 올라오니 작은 암자가 그곳에 있었다.

 

 이렇게 힘들게 올라올 줄 알았으면 그냥 내려갔을 것이라는 툴툴거림을 들은 선이 이곳은 길을 아는 자들도 길을 잃기에 십상이라 잘 오르지 않는 곳이고, 혼자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고, 알려주는 말을 듣고서야 조용히 입을 다물 수 있었다. 분명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 같은데 그녀에겐 네가 내려갔으면 분명 길을 잃었을 것이라는 비꼼으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암자가 생각보다 작았다. 두세사람이 누우면 딱 맞을 정도의 크기였다.

 

 ‘그래 세자, 네가 왜 혼자 다니는 곳인지 알겠다. 이익위나 홍내관이 같이 오면 절대 못 들어오겠어. 뭐 이리 좁아!!!’

 

 속으로 소리 없는 절규를 외치던 수빈의 눈이 멈칫거렸다. 선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

 

 선은 짧은 시간 수업이 변하는 세자빈의 표정이 신기하면서도 낯설었다. 뭔 생각을 하는 건지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하고 고개를 젓기도 하고 눈을 굴리기도 하는 것이 원래 이렇게 표정이 다채로운 사람이었나 싶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빤히 보고 있었나 보다. 그러다 소현과 눈이 마주치고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버렸다. 잠시 뒤 그녀가 그를 불러왔다.

 

  제 모습이 꾀 이상한가 싶은 수빈은 한숨을 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윗옷은 멀쩡한 상태였지만 아래는 단속곳 차림이었다. 암자가 방이 한 칸이라 세자를 밖으로 내몰 수 없던 그녀는 결국 근처에 있던 이불을 가져다 뒤 집 써야 했다. 그러므로 지금 그녀의 모양새는 썩 좋지 못했다.

 

 그에 반해 그는 한쪽 다리만 젖어 있었고 그 시간이 길지 않아서인지 산을 오르는 동안 거의 말라버려서 제 모양을 찾아 있었다. 그래서 그는 옷을 따로 말릴 필요가 없었다. 결론은 그는 멀쩡한 모습이고 저만 이상한 것이었다. 천장을 보던 수비니 어색한 공기를 견디다 못해 입을 열었다.

 

 “저, 저하?”

 

 “왜 그러시오.”

 

 그도 지금 상황이 어색한 것인지 잠깐의 텀을 두고 대답했다.

 

 “어찌하여 이 시간에 호위도 없이 계신 것인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순간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가 머릿속에 떠오른 선의 기분이 급작스레 나빠지며 미간이 저절로 찡그려졌다. 그의 기세가 심상치 않게 변하는 것을 느낀 수빈은, 자신이 말을 잘못 꺼냈나 싶어 큼큼 헛기침하고는 주제를 바꾸려 바로 말을 돌렸다.

 

 “저는 저잣거리를 돌아보고, 저 아래 사찰을 둘러보러 왔습니다. 오랜만에 저자를 돌아보니 신기한 것이 많더군요.”

 

 저자란 단어가 들리자 낮에 그곳에서 들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그때들은 말들이 생각나자 머릿속에 열이 치밀어 올랐지만, 그것을 모르는 수빈은 저와 말을 섞기 싫어 그러는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뚱하니 그의 얼굴을 흘깃거렸다.

 

 얼음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얼굴로 벽을 노려보고 앉아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의 어색한 것보단 나을 것이란 생각으로 오늘 저자에서 보았던 것들에 대해 쏟아 내었다.

 

 한참 동안 주저리주저리 쓸데없는 말을 하던 수빈이 결국 항복을 선언하고는 그에게 무슨 일 때문인지 기분이 나쁜지 물어보았다.

 

 “저하,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심기가 불편해 보이십니다.”

 

 쫑알쫑알 평소와는 다르게 말도 않되는 말들을 쏟아내던 그녀가 결국은 무슨 일이냐고 물어오자, 그대 때문이지 않으냐고 따지고 싶었다.

 

 수빈을 힐긋거리며 짧은 시간 고민을 하던 그는 한숨 한번 쉬고는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왜 저래?”

 

 #

 

 부뚜막 한쪽에서 놔둔 옷이 얼추 마르자 두 사람은 서둘러 암자에서 내려갔다.

 

 지금쯤이면 자신을 걱정한 이들이 저를 찾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한참을 내려가니 사람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들려왔다.

 

 “그대를 찾으려고 사람들이 오는 모양이니 이곳에서 헤어집시다.”

 

 “예, 저하. 살펴 가시어요.”

 

 수빈의 배웅을 받으며 그가 숲으로 몸을 숨겼다.

 

 숲으로 들어간 선이 보이지 않자 자신을 찾는 이들에게 저가 여기 있음을 알렸다. 놀란 그들이 우르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뭐에 그리 놀란 것인지 사색이 된 사람들이 그녀를 에워싸며 한마디씩 해댔다.

 

 그 모습에 왠지 웃음이 나왔던 수빈이 슬며시 웃음을 흘리자, 한상궁의 기세가 조금 사나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결국, 조용히 미안하며 사과를 건넨 후에야 분위기가 나아졌다.

 

 그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지자 선이 숲에서 나왔다. 한숨을 푹 내쉰 그는 내려가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산을 올랐다.

 

 

 #

 

 수빈과 암자에 오르면서 선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암자는 최후의 보루였다. 여차하면 몸을 숨겨야 하는 장소여서 측근들도 모르게 했던 곳인데 무엇을 믿고 그녀를 데려가려 한 것인지 자신이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흘깃 뒤를 돌아보니, 그녀가 거친 숨을 내쉬며 힘겹게 산을 오르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많이 올라올 줄 알았으면 그냥 내려갔을 거라며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불만 가득한 그녀의 표정을 보니 슬그머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처음에 그녀가 길을 모른다 했을 때, 사찰 근처까지 데려다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 물에 흠뻑 젖어 축 늘어진 그녀의 치마가 보였다. 생각은 길지 않았다. 저도 모르게 위쪽에 암자가 있으니 그곳에서 옷을 말리고 가자는 말이 튀어나왔다.

 

 동그랗게 놀란 눈을 하고선 그녀가 자신을 보자. 퍼뜩 정신이 들었지만 이미 말은 입을 떠난 지 오래였다. 결국, 그는 자신이 암행 중이고 이곳은 저의 비밀스러운 공간이기 때문에 자신이 이곳을 드나든다는 것을 누군가가 알면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곤 비밀로 해야 한다는 이유를 대며 암자로 향하길 종용했다.

 

 그러자 수빈은 알겠다며 금세 수긍하고는 그의 뒤를 따랐다.

 

 자신 같으면 비밀로 하겠다는 말을 하고 사찰 근처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을 것인데 그녀는 너무 쉽게 그를 따라 이길을 겄고 있었다.

 

 ‘단순한 건지?’

 

  암자에 도착해서 그는 한 가지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옷을 말리려면 벗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당황한 그는 그녀를 방안으로 드려 보내고 불을 피우기 위해 움직였다.

 

 오늘따라 불은 금세 붙었다. 문 앞에 서서 헛기침은 한 그가 수빈을 불렀다.

 

 “빈궁?”

 

 “예, 저하.”

 

 “벗어……, 젓은 옷가지를 문밖에 내놓으시오. 내 적당한 위치에 놔두겠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덜컥] 문이 열렸다. 문이 조금 열리는가 싶더니 하얀 손이 잘 접어놓은 옷가지를 내려놓는 것이 보였다. 잠시 뒤 머뭇거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저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문이 닫혔다.

 

 “큼.”

 

 헛기침한 그가 젓을 옷을 들고 아궁이 쪽으로 다가갔다. 커다란 나무들이 쌓여 있었기에 그곳에 널어놓으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무슨 옷가지가 이리 많아?”

 

 그래도 저고리는 벗지 않은 것인지 모두 치마 종류였다. 무심히 그 모습을 생각하던 선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 때문에 치마를 떨어뜨릴 뻔하기도 했다. 민망함에 재빨리 옷가지들을 널어놓은 그가 불길을 더 크게 하기 위해 나무들을 집어넣을 때였다.

 안쪽에서 수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하-.”

 

 문 앞으로 다가선 그가 대답하자 살며시 문이 열렸다.

 

 “저하, 밖은 불편한 것이니 안으로 드시지요.”

 

 “괜찮소.”

 

 “근처에 쉬실만하신 곳이 없지 않습니까? 옷이 마르려면 조금 기다려야 할 터인데 어찌 저만 편히 방 안에 있겠습니까?”

 

 “지금 그대는…….”

 

 “예?”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뻔히 보였다. 그는 저 자신을 자책했다. 저 여인은 세자빈이다. 궐 안의 여인들, 그네들의 어둡고 더러운 면은 그가 제일 잘 알고 있으면서 영상과 관련된 자를 이곳에 들이다니.

 

 영상과 관련된 그녀를 몇 년 동안이나 냉대하여놓고도 저 스스로 그 여인을 가장 들여서는 안 되는 곳에 들인 것이다. 자신이 미친 짓을 한 것이란 것을 깨달은 그는 이곳에 더는 있고 싶지 않았다. 그가 돌아서 몇 걸음 멀어지자, 조금 머뭇거리던 그녀가 다시 그를 불러 세웠다.

 

 “저하. 제가 불편하셔서 그러시다면 제가 밖으로 나가겠습니다.”

 

 잠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덜컥거리며 문을 여는 소리가 났다. 그녀를 막아서려고 다가갔지만 몇 걸음 겄기도 전에 문밖으로 그녀가 나오고 말았다. 빠르기도 했다.

 

 “하-.”

 

 소현을 본 그는 어이가 없었다.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쓰고 꽁꽁 싸맨 세자빈이 그곳에 서 있었다.

 

 조금 전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를 떠올린 그는 제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저 혼자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킨 것이다. 스스로가 한심했다.

 

 그의 행동이 이상했던지 그녀가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

 

 “저하?”

 

 “…안에 있으라 하지 않았소.”

 

 “하지만 저 혼자 어찌 편히 있겠습니까? 제가 옷가지를 살피겠습니다. 안에 드셔서 편히 계셔요.”

 

 결국, 한동안 같은 말을 되풀이한 두 사람은 방안에 함께 드는 것으로 결론을 낼 수밖에 없었다.

 

 

 #

 

 선은 한 번도 이 암자가 작은 것이 불편하다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작아서 눈에 띄지도 않고 혼자 쉬기에는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은 이 좁은 공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옆을 힐긋 보니 두꺼운 이불을 둘둘 말고 얼굴만 빼꼼 내놓은 소현이 보였다. 무슨 생각인지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이 볼만했다. 가끔은 눈알을 굴리거나 입술을 삐죽이기도 했다.

 

 그녀를 꽤 오랜 시간 보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던 그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고서야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녀가 물어왔다. 왜 그가 이곳에 있는지를.

 

 그러자 오전부터 내내 자신의 기분을 엉망으로 만들었던 소문들이 떠올랐다. 소현, 그녀의 이야기였다. 자신의 기분이 나빠진 것을 느낀 것인지 바로 다른 이야기로 돌리긴 했지만 한번 나빠진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평소의 그라면 차가운 기운을 풀풀 날리며 자리를 벗어났을 터인데 어찌 된 일인지 일어나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쫑알쫑알 떠드는 소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저자에서 자신의 이야기는 듣지 못한 것인지, 예전에 자신이 자주 찾던 떡집 주인이 저를 못 알아봤다며, 떡을 얼마나 자주 사 먹었는데 그걸 못 알 보냐고 타박을 하기도하고, 신기한 장신구를 봤는데 가격이 너무 과한 듯싶다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처음 가보는 찻집인데 차 맛이 괜찮았다며 혹여 나중에 가볼 일이 있으면 가보라며 권하기도 했다.

 

 그렇게 듣고 있다 보니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생각들이 더는 떠오르지 않았다. 오직 그녀의 이야기들만이 머릿속 맴돌 뿐 더는 화가 나지 않았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세자빈이 저에게 이렇게 길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 것도 처음이었고, 저와 자신의 관계를 잊은 듯이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예를 다해 조심스레 이야기하는 것보다 평소에도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가끔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면 속이 풀릴 것 같았다.

 

 ‘미쳤군.’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를 깨달은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또 그것을 본 것인지 그녀가 결국 한숨을 내 쉬며 무슨 일 있는 것이냐고 물어왔다.

 

 잠시 그대의 소문 때문에 그렇다고 이야기할까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아마 그녀도 저자에 무슨 소문이 도는지 들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 이야기는 쏙 빼고 저리 천진난만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그녀가 조금 안쓰럽단 생각이 들었다.

 

 ‘미쳤군.’

 

 같은 공간에 있어서 그런 것일까? 한 번도 생각해 본적도 느껴본 적도 없는 감정들이 떠올랐다.

 

 애써 생각을 털어내는 그의 시선에 이불을 뒤집어쓴 그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정확하게 말하면 한쪽으로 삐뚜름하게 들린 이불과 그녀의 발이 보았다.

 

 발가락이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투덜거리는 소현의 얼굴과 발가락을 번갈아 가며 힐끔거리던 그가 한숨 비슷한 것을 내뱉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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