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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연:[시간속의 연인]
작가 : 한이현
작품등록일 : 2017.11.21

꿈속에서 지켜보던 여인의 삶. 그녀의 비참한 끝을 본 그날.
그녀가 찾아와 손을 내민다.

비틀린 운명을 제자리에 돌려놓기위해 제안을 받아 드린여자 수빈.
달라진 여인의 눈빛을 본 그날, 바뀌기 시작한 남자 선.

+ 천천히 진행됩니다.

 
그와 그녀의 제안
작성일 : 17-11-23 02:56     조회 : 29     추천 : 0     분량 : 7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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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빈]

 

 ‘누구지?’

 

 [수빈 일어나 봐요]

 

 ‘응?’

 

 애타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조심스레 눈을 떠본다. 눈앞에 인형이 흐릿하게 보이고, 몇 번 깜빡거리니 익숙한 사람이 제 앞에 서있었다.

 

 “소…현 마마?”

 

 [정신이 좀 들어요?]

 

 “아 네. 그런 것 같은데, 여기는?”

 

 자연스레 대답이 흘러나오고, 그런 제 자신이 이상스럽단 생각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는 그녀의 눈에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여 있는 세상이 보였다. 그리고 자신은 그 가운데에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공간이라고 하기에는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탁 트인 곳도 아닌 이상한 곳이었다.

 

 [특별한 영혼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곳이지]

 

 “누구?”

 

 자세히 보니 다른 사람이 그녀의 옆에 서 있었다. 아니 이곳에 있다면 사람은 아닐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신의 사자다]

 

 그의 말이 왜인지 바로 수긍이 됐다. 그리고 자신이 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아! 그렇죠. 전 죽었었죠? 그래서 마마가 저를 데리러 오신 건가요?”

 

 [아니 그대는 아직은 죽지 않았다]

 

 신의 사자라는 자가 대신 대답했다.

 

 “내가 죽지 않았고요? 그럼 전 왜 이곳에?”

 

 [그대에게 제안 하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에 이곳으로 잠시 부른 것이다.]

 

 정신이 몽롱해서인지 생각이 빠르게 전환되지 않았다.

 

 [너무 애쓸 필요 없어. 그대는 그저 듣고 그대의 의지를 내게 전해주기만 하면 되니]

 

 “꼭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다 아는 것 같이 말하는 군요.”

 

 [이곳은 나의 공간이니까]

 

 길게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뜻을 알 수 있었다.

 

 [이야기가 길어 질듯하니 앉아서 이야기할까? 바닥에 앉는 것에는 취미가 없어서.]

 

 저를 내려다보던 그가 한쪽으로 걸어갔다.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새하얀 테이블과 보기만 해도 푹신한 의자가 나타났다. 그가 다가와 앉으라며 손짓했다.

 

 소현이 의자로 다가가 조심스레 앉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움직임에는 언제나 기품이 흘렀다. 혼자 서있는 것도 이상하기에 수빈은 남은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수빈이 자리에 앉자 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래전 하늘의 신중 죄를 지은 자가 있었다. 그자는 자신에게 죄를 묻는 신들을 이해하지 못했어. 결국 소멸이 결정된 그자는 신들을 피해 도망을 치게 되지. 그 과정에서 많은 피해를 입은 그자가 인간세계로 몸을 숨긴다. 그가 인간세상으로 숨어들자 세상은 인간들의 고통과 슬픔으로 최악의 상황에 빠지게 되지. 서로를 죽이며 끝없는 전쟁을 일으키고 여기저기 끔찍한 전염병이 생겨나 사람들이 죽어갔다. 사람들의 부르짖음과 울음소리가 하늘을 뒤 흔들 만큼 세상은 빛 한 조각 들지 않을 정도로 어둡고 암울하게 변해갔어.]

 

 그의 말을 듣던 수빈이 그의 말을 끊었다.

 

 “제게 제안할 것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것이 무엇이기에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거죠?”

 

 그가 팔을 들어 수빈의 이야기를 막았다.

 

 [그냥 듣고 있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야]

 

 고개를 끄덕였다.

 

 [신들에게도 규칙이란 것이 있네, 그중 하나가 인간 세상에 직접 개입할 수가 없다는 것이지. 예전 그것을 무시했던 때가 있었는데, 인간세상이 종말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거든. 그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에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었어. 죄를 지은 그자도 그 제약을 알기에 인간세상으로 숨어들었던 거지.

 

 그때 누군가 한 가지를 기억해 냈다. 오래전 신들이 인간 세상과 교류를 하고 지냈던 때에 태어난 이들이 아직 세상에 남아있다는 것을 말이야. 그들은 신과 인간의 자식으로 평범한 인간처럼 보였지만 신과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신의 규칙을 지키며 살고 있던 자들이었지. 바로 반신이었어.

 

 어찌 되었든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그들을 찾아가 그자의 존재를 알리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지. 그때까지 숨죽이고 있던 그들은 하늘의 허락을 받았으니, 제 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오히려 반겼다네.

 

 그때부터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많은 이들이 죽음의 강을 건너야 했지. 결국 그자도 반신들 앞에 무릎을 꿇게 되었지만 그는 마지막까지도 악에 받쳐있었어.

 

 온전한 신도 아닌 반쪽짜리 신들에게 당한 치욕이 뼈아팠던 건지, 마지막 순간 남은 힘을 짜내 그들에게 저주를 퍼부었다네.

 

 그때는 그 저주가 죽음인줄 알았어. 그 저주를 받아낸 이가 그 자리에서 죽었으니 그리 생각했지. 그렇게 그 일은 마무리 된줄 알았다. 하지만 착각이었던 거지]

 

 그가 목이 마른 지 조금 전까지도 없었던 티포트를 들어 잔에 차를 따랐다.

 

 [그대들도 한잔하겠나?]

 

 두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잘 생각했어. 이게 맛이 좀 그렇거든. 아무튼.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하급 신중의 하나가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지.

 

 그대들은 모르겠지만 신도 공무원 같은 존재들이거든. 최하급 신들부터 등급이 나뉘는데……. 아무튼, 보고서가 올라오게 되었지. 그래서 하나하나 찾아보니, 이게 그렇게 작은 일이 아니더라고. 처음엔 먼지만큼 작은 오류였어. 그런데 그게 어느샌가 모래가 되고 작은 돌멩이가 되더니 주먹만 한 돌이 되어있더라고. 그것이 세상을 주관하는 운명의 톱니바퀴를 망가트리고 있었어.

 

 그래서 평소에는 절대 하면 안 되는 인간 세상의 앞날을 확인하게 되었지. 그걸 확인한 신들은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끔찍했거든. 예전 그자가 세상에 내려갔을 때만큼이나 말이지. 내용이 궁금한 것 같지만 알려줄 수는 없네. 이건 천기거든]

 

 내심 궁금했던 수빈이 반론을 제기했다.

 

 “지금 말씀하신 것 모두 천기 아닌가요? 그리고 전 어차피 죽은 몸인데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상관있지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그대의 이야기니까]

 

 “제 이야기요?”

 

 [그래 엄밀히 말하면 소현과 그대의 이야기지]

 

  소현을 바라보자 그녀가 슬며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맞아요. 수빈 그대와 나의 이야기랍니다.]

 

 [그래서 우리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어. 그러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그 저주가 원인이라는 것을 밝혀내었다. 자세한 것은 솔직히 모르겠지만 꼭 만나야 하는 인연들이 만나지 못하고 꼭 일어나야 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아 생긴 틈이 세상에 영향을 줘서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야.]

 

 “꼭 만나야 하는 사람들?”

 

 [그대가 살고 있던 시간까지는 크게 벗어난 것은 없었어.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 있거든. 이것을 선택하면 이렇게 저것을 선택하면 저런 결말을, 이런 식으로 말이야.

 

 하지만 그대의 죽음 이후 이 모든 것이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했어. 그래서 그대의 예전 삶을 찾아보았지. 그런데 어찌 된 것인지 그대는 제 인생을 다 살아 보지 못하고 중간에 최악의 죽음을 맞더군. 그대가 소중히 하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우리는 확신할 수 있었지. 그대가 실마리라고. 그래서 우리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 모든 신들이 이것에만 매달렸다네. 얼마나 야근을 밥 먹듯이 했는지……. 아! 또 옆길로 샐뻔했군.

 

 그런데 그때 뜻하지 않은 것을 발견했지. 그대가 전생 중의 한명과 영혼과 이어져 있다는 것을 말이야. 바로 소현이었지. 그대만큼이나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여인 말이야.

 

 우리는 생각했어. 어쩌면 이것이 해결 방법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가 생각 못 한 것이 있었어. 우리가 해결방법을 찾는 동안 그대의 죽음이 다가왔다는 사실이었지. 이상하게도 그대 죽음의 시기는 우리도 예측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급한 대로 예지몽을 이용했는데. 그것마저도 소용이 없더군. 그때 소현이 제한을 하나 하더군. ]

 

 “마마가요?”

 

 [네, 저는 원래이시기라면, 아 물론 제 시간대에요. 잠시 혼절한 것으로 끝나야 했다고합니다. 그런데 의식이 돌아가려는 그 순간, 그대가 보였어요. 예정대로라면 바로 돌아가는 것이 맞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제가 그대의 모습을 따라 왔답니다. 그리고 이분을 뵈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그대가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분에게 무작정 그대가 위험하다고 그대를 살려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

 

 [그때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웬 여인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누군가를 살려야 한다고 떼를 쓰는데 어찌 안 놀라겠어? 이곳은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니 더했지. 하지만 곧바로 알아봤지. 그녀가 누구인지 살려달라는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래서 바로 손을 쓸 수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들은 계속해서 수빈이 죽지 않은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이 의아했다.

 

 [그래 아까부터 그대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말했잖은가. 그대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소현에게도 아까 내가 해주었던 이야기를 전해주었지 그러자 소현이 내게 한 가지 제안을 하더군]

 

 “제안이요?”

 

 [자신의 최후를 보여 달라고 했어]

 

 “말되 않되. 그것을 왜? 보여준 건 아니겠죠?”

 

 [역시 그대는 알고 있군요. ]

 

 소현의 슬픈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선택을 해야 했어요. 그대는 모르겠지만 혼자 있을 때도 나는 항상 누군가가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죠. 어느 날 낯선 여인을 보게 되었어요. 한눈에 알아봤어요. 그 사람이 그대라는 것을. 그때 한 번뿐이었지만 난 언제나 든든했답니다.

 

 아무튼,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대가 이렇게 죽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난 결정을 해야 했죠. 그대를 살릴 방법을 찾아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혹시나 해서 제 최후를 보여달라고 한 거예요. 역시나 끔찍하더군요.]

 

 “마마!”

 

 힘없는 그녀의 목소리가 아팠다. 그녀가 고개를 젓고 있었다.

 

 [괜찮아요. 그래서 제안했어요. 제 남은 삶을 수빈이 대신 살게 하면 안 되냐고요.]

 

 “그게 무슨…….”

 

 [그대는 알고 있죠.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나는 분명 실패할 거예요. 나는 그대처럼 내 앞날을 알지 못해요. 내가 아는 것은 끔찍한 결말뿐이죠]

 

  말도 안 된다며 소리쳤다.

 

 [우리는 수빈, 그대의 영혼을 어떻게 해서든 지켜야 해. 그대가 이대로 죽어버리면 그대는 몇 번 더 끔찍한 삶을 반복하다가 소멸해 버릴 거야.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똑같은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것을 반복하겠지]

 

 그의 말에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설마 자신하나 때문에 그들이 그렇게 떠났다는 말은 아니겠지?

 

 [맞아, 그대 때문이야. 그대 영혼에 남은 저주 때문에]

 

 “설마 내가 아까 말한 이야기 속의 반쪽 신의 환생이라는 건 아니죠?”

 

 [그래 최후까지 살아남아 그를 처단한 사람 중 하나이며 그 저주를 받아내고 스스로 죽어버린 이의 환생이지.]

 

 수빈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그렇다면 수현이도 부모님도 할머니도 모두 자신 때문에 힘들 삶을 살다 고통스럽게 돌아가셨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그대의 친구도]

 

 “그게 무슨 말이죠? 친구……. 설마 가영이?”

 

 [그래 그녀는 모르고 있지만, 그녀는 지금 병들어가고 있어]

 

 “잠깐 만요. 그럼 이게 계속 반복된다는 건, 지금까지 제가 환생할 때마다 이 거지 같은 삶이 계속 반복되었다는 건가요? 그리고 앞으로도?”

 

 [그래 환생을 막을 방법은 없어. 영혼의 소멸해버리면 모르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그대의 삶은 끔찍했지. 그대의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어. 방법만 다를 뿐 결말이 똑같았어. 그러니 지금 이대로 죽어버리면 다음 환생에서도 똑같은 일을 반복할 뿐이야.]

 

 수빈의 얼굴이 절망으로 일그러졌다. 모두 자신 때문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사실일 것이다. 소현도 자신의 전생이었으니까. 자신이 보지 않았던가 그녀의 삶을.

 

 “말도 안돼요.”

 

 결국 울먹이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했지, 소현의 삶을 그대가 대신하는 방법에 대해. 그런데 그것이 의외로 괜찮은 방법이더군. 이 세상에서 잠시 그대의 영혼을 숨길 수 있으며, 저주에서도 때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더라고. 그 저주는 그대의 영혼에 각인되어 있는 것이지. 하지만 하나의 빈틈이 있더군. 그 시간대의 영혼에만 각인이 된다는 것이야. 우리는 그 시간을 비틈으로서 저주를 그대에게서 잠시 때어놓을 생각이네. 그리고 소현의 삶을 비틀어 모든 것을 제 자리로 돌려놓는 것. 그것이 우리가 찾아낸 근본적인 해결방법이었어.]

 

 그의 말을 듣던 수빈은 한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그렇게 되면, 마마는요?”

 

 [수빈 잊었어요? 그대가 나고 내가 그대잖아요. 난 괜찮아요]

 

 소현의 말을 들은 수빈은 절망했다. 수빈이 그녀를 대신하면 그녀는 결국 죽는다는 말이었다.

 

 “아니요 괜찮지 않아요. 소현, 그대의 소중한 사람들이 그곳에 있잖아요.”

 

 [그대의 사람들이기도 해요]

 

 다정한 그녀의 눈빛이 수빈을 막아섰다.

 

 “하지만.......”

 

 [수빈, 나는 아마 그들을 지킬 수 없을 거예요. ]

 

 그녀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아무도 지키지 못한다. 그녀 자신조차도.

 

 [그러니 그대가 나대신 그들을 지켜주세요.]

 

 간절한 눈빛으로 전해오는 그녀의 진심을 마주한 수빈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도 이런 죽음은 싫었다. 그리고 이런 삶을 그녀의 사람들까지 계속 반복해야 한다는 것도 싫었다. 소멸은 더더욱 싫었다.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계속 생각을 해보아도 결론은 하나였다. 다만 걸리는 것은 소현, 그녀였다. 그것을 알았챈 것인지 그녀가 수빈에게 다가왔다.

 

 가만히 앉아 수빈의 손을 잡은 그녀가 눈을 맞춰왔다.

 

 [그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출중하고 재능있는 사람이더군요. 정말 다행이에요. 나처럼 부족한 사람의 환생이 그대라서요]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뻔했다. 수빈이 고개를 저었다.

 

 [부탁할게요. 나대신 내 남은 삶을 살아주세요. 그리고 내가 아끼는 사람들을 지켜주세요. 그리고 저 때문에 힘든 삶을 살게 된 저하를 지켜주세요]

 

 “저하?”

 

 [그대가 해주어야 할 일이다]

 

 “무엇을?”

 

 [그래. 소현의 사람 중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자의 운명을 바로 잡아 주는 것. 그것이 그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아까는 마마의 운명을 비트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래 소현의 운명, 그 운명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자가 누구라고 생각하지?]

 

 “아!”

 

 [생각났나 보군. 그래 맞아, 그는 소현을 만남으로 인해 제 운명에서 비틀려서 떨어져 나가버린 최악의 피해자중 하나이지]

 

 그녀의 저하, 그의 운명을 떠올린 수빈은 수긍했다.

 

 “그렇군요. 그도 소현 마마의 소중한 사람이었죠.”

 

 소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저 때문에 그가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간다는 것이 가슴 아픈 것이다. 수빈도 마찬가지였다. 소현이 자신이었으니까.

 

 [그는 성군이 될 운명이었어. 그런데 온갖 고초를 겪다가 요절을 하게돼지. 소현

 이 죽고 얼마 뒤에 그도 결국 억울하게 죽임을 당할 거야. 그러니 그대가 할 일은 그의 운명을 제자리에 돌려놓은 것이다.]

 

 소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수빈 부탁이에요. 이렇게 무거운 짐을 그대에게 떠넘기는 절 용서하세요. 부디 그를 도와주세요. 그를 지켜주세요. 그분을 위해서라면 제 남은 삶 따윈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어요. 더군다나 고통스러운 삶이라면 더더욱이요.]

 

 수빈이 고개를 내 저었다. 소현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어가자 수빈이 그녀의 손을 쓰다듬어주었다.

 

 [고마워요. 나를 위해 힘든 결정을 해주어서. 그대가 나라고 했죠. 그대의 남은 삶은 소현을, 그리고 나를 위해. 그대의 소중한 사람과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나 최선을 다할게요.]

 

 그녀가 환하게 미소 짓는 것을 보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럼 결정된 것이로군.]

 

 “소현마마의 뜻에 따르겠어요. 그것이 제 뜻이기도 하구요.”

 

 [그래, 그럼 부디 그대가 무사히 뜻을 이루길 바라네.]

 

 “감사해요.”

 

 [이런 시간이 아슬아슬하군. 생각보다 저주의 힘이 강한가보군.]

 

 “뭐가요?”

 

 [그대의 영혼에서 저주를 때어 놓은 시간 말이야. 한계였거든.]

 

 온통 흰색이던 공간이 점점 회색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수빈이 자리한 곳만 유독 그렇게 변하고 있었다.

 

 수빈의 모습이 점점 흐릿하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소현이 조심스레 귓속말로 전하는 이야기가 끝나갈 때쯤 그녀가 환한 빛에 휩싸여 사라졌고 수빈이 있던 공간 또한 무너지듯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그 모습을 두 사람은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잘하겠지?]

 

 [그녀는 잘할 거예요. 꼭 그럴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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