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연:[시간속의 연인]
작가 : 한이현
작품등록일 : 2017.11.21

꿈속에서 지켜보던 여인의 삶. 그녀의 비참한 끝을 본 그날.
그녀가 찾아와 손을 내민다.

비틀린 운명을 제자리에 돌려놓기위해 제안을 받아 드린여자 수빈.
달라진 여인의 눈빛을 본 그날, 바뀌기 시작한 남자 선.

+ 천천히 진행됩니다.

 
뜻밖의 만남
작성일 : 17-11-23 13:48     조회 : 35     추천 : 0     분량 : 422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유모를 만나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몇 가지 일러둔 수빈은 근처 사찰로 향했다. 이곳은 소현이 훗날 잠시 몸을 의탁할 곳이었다.

 

 보기엔 평범한 산중 사찰이었지만 이곳의 주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과거 내금위장을 지냈던 인물로, 군신으로 살았던 때의 살생 무게를 씻기 위해 스스로 고행의 길로 뛰어든 자였다. 결국, 어떠한 사건으로 소현이 괴한들에게 쫓길 때 검을 들고 맞서면서 죽음 맞이한다.

 

 문득 그의 마지막을 생각한 수빈은 헛웃음이 나왔다.

 

 뭔가 소현과 엮이기만 하면 모두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이하는 것 같아서, 그 상황이 기가 막혔다.

 

 “이 무슨 거지같은 경우지?”

 

 답답한 마음에 사람들을 물리고 조용한 산길을 걸었다. 꽤 많이 걸었다고 느낄 때, 앞쪽에서 작지만 시원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조심스레 다가가니 역시나 맑은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이 보였다.

 

 “ 시원해 보이네!”

 

 주변을 돌아보던 소현의 눈에 앉기에 적당한 바위가 들어왔다.

 

 털썩 바위에 주저앉은 수빈은 불편한 그녀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고급스러운 가죽신을 신고 있었지만 자주 걸어 다니지 않아서인지 그새 부어올라 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뚱하니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던 그녀는 자신의 몸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수빈이 생각하기에 소현의 몸은 너무나도 연약했다. 평생 운동은커녕 제대로 된 일도 하지 않은 듯한 몸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기도 했다. 기실 어릴 때의 소현은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던 활동적인 이었지만, 지금은 제 처소 밖도 잘 나가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유모의 말에 의하면 천둥벌거숭이가 천지 분간 못하고 날뛴다던 천방지축이었다는데, 지금은 보이지도 않는 눈들을 의식하며 조신하게 처소에서만 지내고 있었다.

 

 수빈은 조용하게 사는 것을 인생의 신조로 삼은 사람이었지만, 그 본성이 어디 못 가눈 지 과격한 운동을 꽤 즐겼다.

 

 그중 하나가 어릴 때부터 해오던 검도였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도장으로 달려가거나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어들어 목검을 휘둘러 댔다. 타격대를 내리칠 때 손안으로 느껴지는 강력한 통증이 좋았다.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 멈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의 손은 굳은살 투성이였다. 가영이 매번 타박해댔지만, 그녀는 아무래도 좋았다. 굳은살 또한 그녀가 한 노력의 결과였으니까.

 

 수빈은 이젠 자신의 손이 된 소현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굳은살 하나 없는 매끈하고 고운 손이었다.

 

 “쯧.”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제 한 몸 지킬 정도의 체력은 길러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우선 그녀의 발부터 구해야 했다.

 

 신발을 벗고 버선을 벗어 한쪽에 잘 놔두었다. 생각 같아서는 확 던져 버리고 싶었지만, 뒷일을 생각해서 얌전히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맑은 계곡물에 그녀의 발을 조심스레 담갔다.

 

 “아 시원하다.”

 

 뼛속까지 시린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좋았다. 치마가 물에 젖으면 한상궁의 잔소리를 듣게 되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상관없었다.

 

 바람이 불어왔다. 청명하고 시원한 바람이었다. 기분이 좋아진 수빈은 이리저리 제 발을 움직이며 물장구를 쳤다. 그렇게 한동안 살살 물장구를 치며 제 기분에 빠져 있는데, 지지대로 사용하던 왼팔이 삐끗하며 한쪽에 놔두었던 가죽신을 건드리고 말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가죽신 한쪽이 [퐁당]하는 소리와 함께 물에 빠져버렸다.

 

 “어! 내신!”

 

 당황하여 떠내려가는 신을 바라보고 있는데 저만치서 쪽빛 도포를 입은 사내가 물가로 다가서는 것이 보였다. 흘러가는 제 신을 자연스럽게 잡아채서는 수빈이 있는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그가 뭔 생각인지 잠시 머뭇거리는듯하더니 신을 들고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수빈이 사내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는 정도의 거리가 되었을 때, 그가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본 그녀는 놀라고 말았다. 그 놀람이 너무 커 입이 저절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깜짝 놀랐다.

 

 그가 그녀 앞에 서자. 수빈의 입은 지금 이곳에서는 안 되는 그를 부르고 있었다.

 

 “저. 하?”

 

 #

 

 선은 오전 내내 기분이 나빴다. 결국, 쫒아 다니는 홍내관을 따돌리고 담을 넘어버렸다. 그가 궐을 나오면 들르는 안가에서 의복을 갈아입고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그랬더니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는 듯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못했다.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세자빈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궐을 나서기 전보다 더욱 나빠졌다.

 

 오전 내내 그를 괴롭히던 세자빈의 이야기가 궐 밖에서도 들려오고 있었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둘 이상만 모이면 모두 그 이야기였다.

 

 세자빈이 원손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서 실성했다느니, 세자가 원손의 죽음의 책임을 물어 궐 가장 음습한 곳으로 유폐를 시켰다느니, 소현이 세자를 독살하려다가 원손이 죽은 것이라는 등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거기에 사가에 다녀온다고 나간 세자빈이 웬 사내와 야반도주를 했다는 이야기까지 더해져 돌고 있었으니 절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홍내관은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냐며 세자인 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오전 내내 저를 쫓아 다녔다.

 

 내시 주제에 목청은 어찌나 크던지, 귀가 아플 지경이 돼서야 물러났다. 이번에는 찬혁도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저가 사가에 다녀오지 말라 일렀는데도 굳이 그리 행동해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만들어 내었으니 자업자득이었다.

 

 그리고 이때다 싶어 헛소문을 퍼트리고 있는 이들도 있었기 때문에 더욱 골치가 아파졌다 돌아다녀 봐야 머리만 더 아플 것 같단 생각에 마음이 복잡할 때면 찾는 자기만의 공간으로 발길을 돌렸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만의 휴식처였다. 산이 험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이곳은 길을 잃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사람들의 출입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멀기는 하지만 자주 찾는 공간이었다. 거기에 암자의 위치가 밖에서는 보이지 않아 그곳에 암자가 있다는 것을 아는 이도 없었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는 그만의 장소였다.

 

 암자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다시 궐로 가기 위해서 산에서 내려가던 중이었다. 나무 사이로 흔들리는 무언가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동물이 의복을 입지는 않았을 터이니 그것은 필시 사람이었다. 인적이 뜸한 곳인데 특이하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저 아래 사찰에 들른 이가 이곳까지 올라온 것이겠거니 하고 곧 흥미를 잃었다. 그가 무시하고 몸을 돌리려는데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원해 보이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에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저절로 고개가 돌아가더니 이미 몸은 조심스레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곳에 익숙한 여인이 서 있었다.

 

 평소의 그녀와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모습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복색 때문인가 싶은 그가 찬찬히 살펴보았지만, 금세 무엇이 다른지를 깨달았다. 그녀의 표정이었다. 세자빈이 된 후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편안한 얼굴이었다.

 

 시원스레 흐르는 물을 내려다보던 그녀가 근처 바위로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치마를 잡고는 위태위태 겄는 모습이 언제 미끄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해 보였다.

 

 바위를 조금 내려다보는 듯싶더니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방석에 앉아도 소리하나 내지 않던 여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정말, [털썩] 거리는 소리가 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는 물을 보는 듯싶더니 갑자기 가죽신을 벗어서 옆에 가지런히 놓은 것이다. 아마도 흘러가는 물을 보고 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발을 보고 있었던 듯싶었다. 그다음 아예 버선까지 벗어 반대편에 고이 놓는 것이 아닌가?

 

  발을 조심스레 물속에 집어넣고는 만족스러운 미소을 지어 보였다. 치마 끝이 물에 다 젖고 있는 것도 모르는 것인지 시원하다며 웃고 있었다.

 

 ‘저리 웃을 수도 있는 사람이었군.’

 

 그러고 보니 그녀가 웃는 것을 본 적이 있었나 싶었다. 간택이 이루어지고 관례를 올리고 혼례를 올릴 때까지도 그녀는 한 번도 웃지 않았었다. 그리고 궐에서도. 아니 어쩌면 자신에게만 보여주지 않은 것일 수도 있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유일하게 웃음을 보여주던 존재는 아마도 휘였을 것이다.

 

 그의 생각의 끝이 휘에게 도달하자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버렸다.

 

 그때였다.

 

 “어! 내신!”

 

 물길을 따라 흘러내려 오고 있는 가죽신이 보였다. 무심결에 다가가 신 한쪽을 주워들었다. 그 시간이 찰나에 불과했다.

 

 그리고는 바로 후회했다.

 이걸 왜 잡았지? 두고 갈까? 고민하는데 그녀의 맨발이 떠올랐다. 신 한쪽이 제 손에 있으니 그녀는 맨발로 이곳까지 내려와야 했다. 거리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았다. 산이고 미끄러운 바위들과 돌들이 많아서 위험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행동을 책망하고는 그녀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아니나 다를까 가까이 다가온 자신을 알아본 세자빈은 멍한 얼굴이 되어 자신과 신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고민중? 2017 / 12 / 24 514 0 -
16 사가에서 2017 / 11 / 23 61 0 4217   
15 암자에서 2017 / 11 / 23 47 0 6773   
14 뜻밖의 만남 2017 / 11 / 23 36 0 4224   
13 유모를 만나다. 2017 / 11 / 23 27 0 4457   
12 도착 2017 / 11 / 23 24 0 4643   
11 습격 2017 / 11 / 23 26 0 4526   
10 궐문을 나서다 2017 / 11 / 23 31 0 4585   
9 거처를 옮기게 해주세요. 2017 / 11 / 23 32 0 5240   
8 그의 눈물 2017 / 11 / 23 31 0 4707   
7 그의 뺨을 치다 2017 / 11 / 23 30 0 4061   
6 그와 그녀의 제안 2017 / 11 / 23 30 0 7669   
5 데자뷰 2017 / 11 / 23 33 1 4487   
4 사고 2017 / 11 / 23 29 0 4448   
3 수빈의 이야기 2017 / 11 / 23 32 0 4237   
2 멍청한것들 2017 / 11 / 23 47 1 4347   
1 프롤로그 2017 / 11 / 23 248 1 1806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