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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요정님과 공주님
작성일 : 17-07-26 21:32     조회 : 12     추천 : 0     분량 : 1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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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지견은 자신의 넓은 사무실에 희영을 불러 세운 참이었다- 말하려고 했지만 .... 잠시 망설였다.

 

 희영의 눈은 자신을 보고 있지 않았다.

 

 아직도 화가 잔뜩 난 모양이었다.

 

 

 

 이런 일은 지견에겐 정말 참을수 없이 성가신 일일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찬찬히 훑어보고 나니..... 왠지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차림새였다.

 

 하얀 셔츠 그리고 검은 타이트스커트- 짙은 빨강이 아닌 입술-

 

 

 지견은 잔뜩 화가 나 있었다가- 그 모습을 보니 왠지 처량한 기분이 들었다.

 

 

 

 

 "날 봐-"

 

 

 

 

 지견은 힘있게 명령했다.

 

 희영은 자존심 상한다는 듯이 입술을 꽉 깨물고 그를 바라보았다.

 

 

 

 원래도 나약한 여자는 아니다- 단지 야망이 클 뿐- 눈에는 눈물대신 증오가 차 있었다.

 

 

 

 

 지견은 건조한 말투로 , 위로같지도 않은 말을 꺼냈다.

 

 

 

 

 

 "어차피 안된다는거- 알고 있었잖아- 왜 새삼스레 성질이야-

 

 우리 사이에.."

 

 

 

 

 지견의 까칠한 목소리에 희영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반박했다.

 

 

 

 "그럼 난 뭐야?"

 

 

 "뭐냐고? 왜 물어- 알면서-"

 

 

 

 

 지견은 별스럽지 않다는 듯 책상 위에 있는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파스스 불 붙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당신이...나를 이용한다는거? 알아- 모르지 않았어-

 

 그래도 날 데려갈순 있었잖아.. 어차피 ....그런다고 해서 사모님 마음 얻지도 못할거면서-

 

 

 

 아니야? 그 여자를 데려가서- 당신이 좀 나아졌어-? 어머니 마음 돌렸냐는 말이야"

 

 지견은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갈듯 조용히 한마디를 덧붙인다.

 

 

 

 "목소리 낮춰- 여기 회사야"

 

 

 

 

 희영은 눈 하나 돌리지 않는다- 지견의 고압적인 눈빛에도-

 

 

 

 

 "나한테 강압적으로 굴지마-"

 

 

 

 희영의 목소리는 좀 낮아졌지만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지견은 담배 연기를 후욱 내뿜으며 한숨도 쉬었다.

 

 아주 크게- 그래도 속은 시원해지지 않았다.

 

 

 

 

 "니가 원하는 건 이제껏은 다 줬어-

 

 니가 가지고 싶은 돈- 자리- 지위 명예... 내 옆자리에 니가 있었다면

 

 

 어머니랑은 대화조차 못했을거야- 대체 내 옆자리에 니가 왜 있어야 하는데?"

 

 

 

 

 그 말에 희영은 당장 대답을 못했다.

 

 

 

 

 "뭐 공식적인 인정을 바랬어? 우린 원래도 애인 사이가 아니잖아- 그런데 그 자리가 왜 니자리라고 생각했는데?"

 

 

 희영은 무신경한 지견의 말에 찢어지듯 소릴 질렀다.

 

 

 "내가 원한건 그런게 아니야!"

 

 

 

 지견은 시끄럽다는 듯이 담배를 내리며 그녀를 힘있게 노려 보았다.

 

 

 그리곤 낮은 목소리로 되 물었다.

 

 

 

 

 

 "그럼 뭘 원했는데- "

 

 

 

 

 

 희영의 눈빛에서 지견은 뭔가를 읽었다.

 

 

 정말 시시하네........

 

 

 

 

  이 여자는 똑똑한 여잔줄 알았다.

 

 

 아니 , 적어도 감정에 휘둘리는 멍청이가 아닐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용할수 있었다.

 

 

 

 아니 이용하기 '편했다'

 

 

 

 저쪽이 원하는게 감정이 아니라 물질이라면 나도 물질만 내 놓으면 되는 일이니까-

 

 

 

 그런 사이는 - 댓가만 확실하면- 꼬일일.... 없으니까-

 

 

 

 

 

 그러나 이 여자도 똑같았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다른여자와는 좀 다를줄 알았는데- 좀 기대했는데-

 

 

 솔직히...

 

 

 

 좀 많이 기대했었는데-

 

 

 

 

 

 

 "똑똑한 여잔줄 알았더니- 순진해 빠진 , 맹탕인 기집애였군- "

 

 

 

 

 "......."

 

 

 

 

 그 말에

 

 희영은 바짝 얼었다. 그 표정은 지견까지도 당황시켰다.

 

 

 

 

 대체 무슨 기댈 한거야-.....

 

 

 

 "우리는 원래 그런 사이였잖아- 우린 서로 감정이나 주고받는 사이- 아니었잖아- 그게 새삼 충격이야?

 

 

 당신이 원하는 것도 알아- 당신은 내 돈이 좋은거지 ,

 

 

 내 옆자리가 나중에 사모님 자리가 될지도 모르니 탐나는거지

 

 

 다른거 때문이 아니잖아- 아니야?"

 

 

 

 

 

 

 "........"

 

 

 

 

 지견은 바짝 짧아진 담배를 마지막 한모금으로 끝내곤 옆에 놓인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껐다.

 

 

 

 

 

 

 "대답 못하네? 안해도 되는 대답이야- 알고 물은거니까- "

 

 

 

 지견은 한숨을 쉬었다.

 

 정말 이런 대화하는게 지긋지긋 하다는 듯이-

 

 

 

 

 "니가 원하는 걸 말해-

 

 

 그럼 들어줄 테니까- 승진? 아니면 돈? 아니면 신상 구두? 백?

 

 

 아니면 집? 말해- 말하는 대로 들어주면 나도 니가 원하는걸 줄테니-"

 

 

 

 

 "우린 그런 사이였지... 그래.... 그런 사이였어......."

 

 

 

 

 희영은 묻는 말엔 대답하지 않고 마치 처음 알았다는 듯 그 말만을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눈빛이 변했다. 마치 전의 그녀처럼- 처음 그녀를 만났을때 처럼-

 

 

 "그래 우린 그런 사이야- 이제 잊지마-"

 

 

 

 지견의 냉담한 말에 희영은 입만 씩 웃었다.

 

 허무한 표정으로-

 

 

 

 "내가 원하는 건- 당신 옆자리야- "

 

 

 

 그 말에 지견이 진심으로- 우습다는 듯 웃었다.

 

 

 

 "그게 쉽지 않은건 알지?

 

 

 난 우리 부모님한테 잘 보여야 해- 우리 아버지는 당신이 별 볼일 없어서

 

 싫어하고- 어머니는 당신을 그냥 싫어하시더군- 왠진 모르지만-

 

 아버지도 만만찮은 분이지만- 어머니를 꺾긴 쉽지 않아- "

 

 

 

 돌아온 희영의 대답은 맹랑했다.

 

 

 

 "알아- 각오했어- 뭐 당신도 사랑때문에 결혼하는건 아닐거 아냐?

 

 그러니 가장 큰 이득을 위해 결혼할거잖아."

 

 

 

 지견은 이제야 말이 통한다는 듯이 잔인하게 웃었다.

 

 

 

 

 "그래 넌 이런애지- 이게 너야- 이제 어울리지 않는 신파는 그만해둬- 돌아와서 반가워-"

 

 

 "원하는거나 말해-"

 

 

 

 "..... 알지 않아? .... 알아보니 싱거운 사이여서 흥이 깨졌어-....

 

 유용하게 사용하기 쉽지 않겠어- 섵불리 손대자니- 아버지나 어머니 귀에 안 들어갈 자신이 없어-"

 

 

 

 

 지견이 무슨 이야길 하는지 희영은 단박에 알아들었다. 하지만 지견의 한계에 지견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둘만이 문제인것 같아?

 

 

 지난 사랑은 완전 공중분해 되어버렸다 치부하는거야?

 

 

 

 

 

 "그래.... 잘 알지- 내가 당신 동생을, 완전하게..... 무너뜨려 줄게-"

 

 

 

 지견의 미간이 확 펴졌다.

 

 

 

 "어떻게?"

 

 그 말엔 희영은 대답하지 않고 웃었다.

 

 

 

 

 "뒷감당이 필요할테니 ... 그때 구체적으로 말해 줄게.... 기다려-"

 

 

 

 

 "뚱딴지 같은 건 여전하군-"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듯 지견이 노골적으로 따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희영은 개의치 않고 되물었다. 어떻게든 확답을 들어내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내가 무너뜨리면 , 당신 옆자린 내꺼야 , 약속해-"

 

 

 

 

 지견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것을 내려놓았다.

 

 

 

 "그래- 약속하지- 우선 해봐- "

 

 

 그리고 덧 붙였다.

 

 

 "쉽진 않겠지만-"

 

 

 

 지견은 할 말이 끝났다는 듯 돌아서고

 

 

 

 희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거기서 나왔다.

 

 그리곤 화장실의 한칸에 들어가서 숨죽여 울었다.

 

 

 

  왜 우는지 자신도 모르지 않았지만 이 모습을 들킨게 수치스러웠다.

 

 그렇게 나빠지겠다고 , 아니 우리는 그런 사이란걸 뻔히 알면서 왠지 모를 섭섭함에 굴복한 자신이 우습고

 

 유치하고 , 또 궁극적으론 비참했다.

 

 

 

 

  말도 안되게 비참했다.

 

 

  이를 악물고 피가 나도록 입 안을 꽉 깨물고서 조그마한 소리도 나지 않을만큼

 

 치욕스러움을 쏟아내며 울었다.

 

 울음은 소리 없이 눈에서만 치욕으로 방울방울져 후두둑 떨어졌다.

 

 

 한참만에야 그곳을 나선다.

 

 

 

 

 세면대에 서서 눈가의 화장을 고치고 언제나 그랬듯이, 다시 짙은 립스틱을 바른다. 거울속의 자신은

 

 몹시도 피곤해 보인다. 울었다는 티가 나지 않을때까지 화장을 고친다.

 

 

 

 

 그리고 활짝 웃었다.

 

 

 나가면서 손에 있던 휴지를 구긴다. 뭘 기대했던 거야?

 

 그래.. 뭘 기대했던거야?

 

 

 

 

 조롱하는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듯 해서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더 씩 , 더 크게 웃는다.

 

 다시 돌아온 빨간 입술에 잔인할 정도의 의지가 떨어진다.

 

 

 

 "갖고 싶으니까, .... 가질거야-"

 

 

 

 언제나 그랬듯이 -

 

 난 가질수 있고 가질거야

 

 

 입안을 악물고 울어댄 탓에 엉망으로 찢어진 입안에선 비릿한 피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드디어 자신이 제자리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

 

 

 

 

 

 

 작약과 나는 그 사람의 쇼파에 앉아서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이야기를 한참이나 나누었다.

 

 

 말 그대로 사소한 이야기들- 아주 사소하고도 작은 이야기들-

 

 

 아직도 놀란다.

 

 

 이 사람이 이렇게나 변할수 있다는 것에-

 

 

 

 날카로운 눈매도- 남자치고는 너무 붉다싶은 입술도 모두 그대론데

 

 거기서 나오는 소리와 눈빛은 너무나도 다르다-

 

 

 

 그의 태도는 마치- 내 입으로 말하기 쑥쓰럽고 미친소리로 들릴걸 뻔히 알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보듯, 날 본다.

 

 

 

 

  마치-.... 전에 지민씨가 그렇게 이야기 했었다.

 

 세상을 처음 본 장님 같았다고... 그렇게 나를 쳐다봐준다.

 

 

 

 나는 차마 쑥스러워 앞에선 그러지 못하는데도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나를 그런 눈으로 바라봐준다.

 

 소중하다는 듯이 머리께를 쓰다듬어주고- 내 실없는 소리를 온 힘을 다해 귀여겨 들어준다.

 

 더 이상은 내 눈을 피하지 않는다- 시간이 아깝다는 듯이 내 눈을 쳐다본다- 그 시간이 귀해서

 

 다른 건 생각할 여유도 없다는 듯이-

 

 

 

 이 사람이 너무도 특별한건 이런 점이다.

 

 

 

  심지어 전엔 이런 얼굴을 하는 줄 모르는 데도 그랬다.

 

 빛드는 일이 없어- 늘 어둡다가- 내가 한 말 한마디에 어쩌다 웃으면 빛이 확 들어와서.... 그 어둡던 곳의 명암이 확 밝아져서

 

 

 

 나는 마음이 콱 주저앉고 말았다.

 

 

 

 

 웃는 소리가 믿기 힘들만큼 듣기 좋다. 확 인상이 바뀐다-

 

 

 

 이런게 연애였다면 , 나는 아주 오랜 시간을 낭비한 것만 같다.

 

 서로 설레는 시기가 이렇게 아름다울수 있을지조차 몰랐기에-

 

 

 맘속 한구석이 많이..... 괴로워도 , 다 잊을수 없을만큼... 괴로워도 괴로움조차도 아름답다-

 

 

 그는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볼에 입술을 가져다 댄다. 그리곤 달콤하게 묻는다.

 

 부드러운 입술이 볼을 스친다- 그의 향기가 둥실 풍겨온다. 따뜻한 꿀향기-

 

 

 "무슨 생각해?"

 

 

 

 "당신을 좀 더 , 오래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꺼란 생각이요-"

 

 

 

 그 말에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가 하민씨의 기억을 떠올렸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그는 잠시, 가만 있다가 곧 웃었다. 찡긋하며 입술을 살짝 깨물면서-

 

 

 "왜- 예전의 내가 더 좋았을것 같아서?"

 

 

 

 

 그의 말에 난 웃었다. 그런 뜻이 아닌데....

 

 여전한 성격-

 

 

 

 

 "아니에요- 난 지금의 당신이 좋아요- 모습이건- 마음이건- 당신은 당신이 망가졌다고 늘 생각하지만

 

 당신은 지금이 제일 아름다울거에요- "

 

 

 

 

 그 말에 그는 내 볼에 손을 가져다 댄다. 조용하고 진중한 태도로

 

 

 우리는 마주 앉아 있었다. 쇼파 위에서 ... 서로를 보면서- 굳이 그렇게 앉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서로를 마주보고서- 붙어서 속닥댄다.

 

 

 

 

 

 "그러면 왜 오래전에 알았으면 해?"

 

 

 

 그가 물어온다. 아리송하다는 듯-

 

 

 "당신의 시간을 더 오래 품었으면 더 좋았을것 같아서요- 당신과는 있어도 있어도 시간이 모자란거 같아서요

 

 당신이 웃을때 .... 나는 너무 놀라요-"

 

 

 

 

 "왜?"

 

 

 

 그는 내 말에 웃으며 물었다. 있어도 있어도 시간이 모자란단 말이 꽤나 흡족하게 들린듯이-

 

 

 "당신이 무표정하던 내내- 나는 당신이 웃는 얼굴이 너무 보고 싶었거든요-... 당신이 셔츠 단추를 많이 풀었던 날-

 

 내게 흉터를 보여주고는 화를 냈던 그날-... 당신은 내가 어이가 없어서 웃었댔죠-.. 내가 전혀 다른 대답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웃음을 보고 난 정말 놀랐거든요-"

 

 

 

 

 "....."

 

 

 

 

 "당신의 웃음이... 너무나 해사해서- 웃을때의 얼굴이 마치 소년처럼 천진해서 ... 그 웃음을 아무리 마음속에서

 

 떨치려해도 떨칠수가 없었어요- 절대로...."

 

 

 

 그는 그 말에 기쁘다는 듯이 미소지었다.

 

 

 

 "그러게....... 나도 , 참 많이 변했어-... 내가 오늘 오후에 무슨 전화를 했는지 알아?"

 

 

 

 "...?"

 

 

 

 그는 느닷없이 말을 꺼내었다,

 

 

 

 

 "강비서한테 부탁했어- 당신과 내가 , 그 결혼식에 참석하려면 제대로 해야할것 같아서-

 

 그동안 너무 그런 곳과 떨어져 있었는지-............ 옷말고 화장말고- 뭐가 필요한지 잘 모르겠더라구-

 

 결국엔 샵을 예약할수밖에 없었어-"

 

 

 

 

 

 그 말에 나는, 정말 놀랐다. 그가 그 과정을 얼마나 꺼렸는지- 가야만 하는 곳에 가면서도 얼마나 내키지 않아했는지

 

 난 알고 있었다. 봤으니까- 그런곳이 당연한 얼굴을 하고서는 , 불편해 했었으니까.... 그런데 또 예약을 했다고?

 

 

 겨우... 나같은걸 위해서?

 

 

 

 

 그는 내 얼굴에서 손을 뗄줄은 모른다- 제이미가 있는 내내 냉정한 표정을 하고 있었으면서-

 

 

 그게 마치.. 눈감고 누워있는 하민씨한테 들킬까봐 그러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난 또 세상에서 가장 못난 질투를 했었다.

 

 제이미가 있을때도 이랬으면 좋았을까... 그랬을까?

 

 

 

 그는 내 생각따윈 모르는 것처럼- 내 얼굴을 살짝 쓰다듬으며 말을 잇는다.

 

 

 

 

 " 나야 당신 화장안한 얼굴이 훨씬 좋지만- 그런 자리에 갈려면- 남들 기 정도는 확 죽여놔야 되지 않겠어?

 

 

 이건 내 즐거움을 위한 거기도 하니까- 그런 표정은 하지마-"

 

 

 

 말을 하다가 내 낯빛을 보고는 그는 투정부리는 애를 달래듯이 타일렀다.

 

 

 

 

 "그런 얼굴, 하지마- 웃어줘- "

 

 

 부드러운 손길로 내 턱을 스치는 손길-

 

 

 

 

 나는 말 없이 웃었다. 그 웃음이 거짓임을 나 자신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분명 행복한데-

 

 

 가슴이 아플만큼 뛰는 행복인데-

 

 

 

 나 자신의 기쁨보다- 그가 웃어줬으면 했기 때문에 나는 활짝 웃었다.

 

 

 

 그는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나를 소중하게 꼭 안았다.

 

 

 

 

 

 

 -

 

 

 

 벌써- 책 작업을 며칠이나 미뤘던가.. 마치 그와 나는 그 책이 끝나는게 아쉬운 것 처럼

 

 작업을 미루고서 며칠이나 속닥속닥- 시시 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 데이트랄까- 사랑이랄까...

 

 

 그야말로- 연애질을 했다.

 

 

 

 끼니때마다- 그는 잘 먹지도 않으면서 그는 내게 뭐든지 맛보여 주고 싶어하고

 

 뭐라고 좀 괜찮은 끼니를 챙겨주려 애 썼다.

 

 

  단걸 싫어한다면서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초코 시럽을 잔뜩 얹은 아이스크림까지 사다 주었다. 내가 가면 된댔더니

 

 

 여기 있으라고- 그게 내 마음이 편하다면서- 그는 그 아이스크림을 내 입에

 

 한입한입 떠 먹여 주기까지 했다. 나는 기가차서 웃었다.

 

 

 그랬더니 그는 머쓱한듯 얼굴을 붏혔다. 내가 놀려댔더니

 

 

 원래 연애는 이렇게 유치해야 , 좋은거야 라면서 아주 뻔뻔한 척

 

 

 초콜렛 범벅인 내 입술을 훔쳤다.

 

 

 

 

 

 그렇게 우리는 달달하디 달달한 시간을 보냈다.

 

 달다 못해- 믿기지 않을만큼 꿈처럼 부드럽고 , 다신 없을듯 행복한 시간을-......

 

 

 다신 없을만큼 행복해서- 정말로 다시 없을까봐서 너무나도 두렵도록, 행복한 시간을-

 

 

 

 

 참 이상한건 그는 11시 즈음만 되면 나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조심스럽고 사려깊은 태도로

 

 그도 보내기 싫어하는 표정이면서- 가라고 말은 하면서.... 내 손을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으면서도

 

 

 꼭 나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마치 꼭 그래야 하는 법이라도 있는 것 처럼-

 

 

 

 그때마다 난 제이미의 말이 생각났다.

 

 

 

 수영은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도 힘든 것인데- 그 물에 빠져 죽을뻔한 사람이 물에 들어서는건 당연히 겁나지 않겠냐던 그 말이 생각났다.

 

 

 어차피 11시에 돌아가도- 이제 겨울에 인접한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우린 테라스에서 또 만나곤 했으니까-

 

 

 돌아가는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수 없었지만- 그가 나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 쯤은 충분히 알수 있었다.

 

 

 그래도 난 아쉬웠다.

 

 

 어차피 푹 잠들지 못하는 그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내가 옆에서 잠이 드는 걸로 그가 푹 , 수면을 취할수만 있으면

 

 아무런 것도 상관없었으니까- 다른 기대를 하는게 아니라-

 

 

 돌아가라면 돌아갈 테니..

 

 그가 잠들때 까지 만이라도 옆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또 ... 나는 이곳이었다. 나는 그때 메이크업을 받았던 호텔 룸에 또 혼자 들어서 있었다.

 

 

 

 이 호텔까지는 무슨 이유인지- 그와 나는 택시를 타고 여기로 왔다. 그는 긴장한것처럼 보였다. 나는 어느새 해탈이라도 해 버린건지

 

 별로 긴장도 되지 않았는데-.. 그는 내게 낮은 목소리로 부탁했다.

 

 

 

 "호텔에, 차를 대어 뒀어- 결혼식 장 근처까지만 운전해 줄수 있겠어? 기껏 곱게 옷 차려입었는데.... 운전하라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만-

 

 

 약을 먹고 조절했어도 - 10 분 이상은 내가 불안해서... 근처 다다르면 내가 운전대를 잡을게-"

 

 

 

 그가 긴장한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구나...

 

 

 그걸 알게되자 나는 그렇게 까지 마음쓰게 한 그에게 미안해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는 그런 나를 보고는 씩 웃었다. 내 코를 톡 치면서- "미안해 할 것 없어- 미안한 건 나니까..."

 

 

 라고 말했고- 그는 도착하자 옷을 입고 오겠다며 전처럼 내 방 너머로 사라졌다.

 

 

 

 

 "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울렸다. 내가 나도 모르게 일어서자- 문을 열고 들어선건- 사이보그 군대같은

 

 그때 그 여자들이었다. 얼굴을 기억할순 없어도- 그때처럼 모두 같은 펜슬 스커트에 같은 셔츠-

 

 그리고 하나같이 아찔하게 높은 스틸레토를 신고 포니테일을 한 여자들이었다. 여러번 만났으면 웃으며 인사할 법도 하다고 생각했으나

 

 

 

 여자들은 들어오더니 말 없이 준비한 옷을 꺼냈다.

 

 

 

 

 옷은 하얀 원피스였는데- 어깨선 쪽에 굉장히 촘촘한 세공이 들어가 있었다. 허리춤에서 확 펴지는 풍성한 치마는

 

 끝 마다 비즈가 달려있어 반짝거렸다. 무릎 중간을 조금 덮을 정도의 길이로 보였다.

 

 

 그녀들은 그 옷에 감탄하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내가 시선을 돌리자 본 적 없다는 듯한 얼굴로 바로 표정이 사라지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더니 이번에도 속옷까지 준비해 왔는지 준비한 속옷을 내밀었다. 다행이도 이번엔 직접 벗기려 들진 않을 모양이었다.

 

 그러나 내가 속옷을 갈아입자, 그녀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또 불쑥 들어왔다. 허리춤이 확실히 전의 옷보다는 편했다.

 

 그녀들은 옷 매무새를 다잡아 주더니 , 말 없이 구두도 내밀었다. 구두는 진주 장식이 달린 검정색이었다. 나는 그 구두를 보면서 또 한숨을 쉬었다.

 

 

 어째 일이 점점 거창해지네... 가지 않겠다고 고집 부릴걸 그랬나?

 

 전에 치수를 재 뒀기 때문인지 이 옷도 애초에 내 몸에 딱 맞게 수선이 되어 있는 듯 했다.

 

 너무나도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그녀들은 나를 화장대 앞에 앉혀놓고 , 자기들의 할 일은 끝났다는 듯이

 

 그곳에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딱딱 구두소리를 내며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제 화장이겠지? 나는 조심스레 일어나서- 옆에 딸린 전신 거울 앞에 서서 나를 비춰보았다.

 

 옷은 정말 거짓말 처럼 예뻤다

 

 

 

  작은 진주들이 리본 모양으로 우아하게 올라 앉은 신발도-

 

 

 전의 옷도 분명 예뻤는데.... 그 옷을 입을때는 이쁘단 생각을 하기엔 내 맘이 너무 벅찼었던 걸까... 나는 피식 웃었다.

 

 그때였다.

 

 

 

 

 

 전의 핑크색 머리와 청록색 머리를 한 2인조가 들어선 것은

 

 그들은 날 보며 말 없이 웃으며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나는 다소 얼굴을 붉히며 다시 화장대 앞으로 가서 앉았다.

 

 

 

 "오늘은 가볍게 할 생각인데- 아가씨의 의견은 어때요?"

 

 핑크색 머리의 남자가 내게 , 아기처럼 낭랑하고 쾌활한 목소리로 무척 예의바르게 물었다.

 

 청록색 머리의 남자는 큰 메이크업 박스를 펼치고 있었다.

 

 

 "... 부자연 스럽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우물쭈물 조용히 덧 붙이자 그는 알겠다는 듯이 씩 웃었다.

 

 그리곤 세심한 손길로 내 얼굴에 에센스 같은걸 바르더니

 

 한겹 한겹- 꼼꼼하게 화장을 했다. 전엔 그냥 잡티는 파운데이션이나 바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 사람들은 붓 중에서도 가장 가느다란 걸로 일일이 점까지도 가리고 얼굴이 본래 내 피부가 좋았던 것처럼

 

 표현하는데 도가 튼 사람들 같았다. 오히려 전보다 더 정성을 들이는 것 같았다.

 

 

 

 

 눈을 부드러운 갈색빛으로 물들이고, 안쪽에만 아이라인을 꼼꼼하게 그려주었다.

 

 

 

 그리고서 지난번처럼 일일히 속눈썹을 붙였다. 분홍색 머리 남자가 입술을 연한 분홍빛으로 칠하고서야

 

 만족한듯 "흐음- 이라며 씩 웃었다.

 

 

 

 그들은 머리를 잘 빗어준 후 상큼한 향기가 나는 오일을 바른 후 내 머리를 정성껏- 웨이브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곤 귀에 진주 귀걸이를 걸어주고는, 목에도 팬던트가 반짝이는 목걸일 걸어주었다.

 

 

 

 청록색 머리의 남자는 분홍 머리 남자보다는 좀 무뚝뚝한 편이었는데도 거울속의 나에게 미소를 보내주었다.

 

 만족했다는 뜻으로 난 받아들였다. 거울속의 나는 - 스스로 봐도 평소와는 달랐다.

 

 

 

 

 그림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곱게 자란 아가씨처럼 보였다. 비참한 사랑이라던지

 

 슬픈 이별따위는 겪은 적 없는 사람처럼-

 

 

 위태로운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 ... 아닌 것 처럼-

 

 

 

 그때 작약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검은색 셔츠에다 아주 얇게 세로줄이 들어간 , 짙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타이는 안 했는데- 그게 더 멋있었다.

 

 

 평소보다 키가 더 커 보였다. 그 옷 역시 수선을 한듯 , 그는 별로 말라보이지 않았다.

 

 그가 뭘 입에 넣는 법이 없다는 걸 아는 나는 그렇게 보이는게 정말 놀라웠다. 전에도 놀랐지만 이번에도-...

 

 두 남자는 작약을 보더니 싱긋 웃으며 고갤 숙였다.

 

 

 

 "부탁한건 ..."

 

 

 

 작약이 말을 꺼내자 더 신경 쓸것 없다는 듯이 분홍머리 남자가 대답했다.

 

 

 "절대 새어 나갈일- 없을겁니다- 걱정마세요- "

 

 

 "고맙습니다-"

 

 작약은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고맙다고 대답했다. 그래도 두 남자는 싱긋 웃었다. 그리곤

 

 

 곧 그들도 인사를 남긴 뒤에 사라졌다.

 

 

 

 

 

 

 나는 그들이 빠져 나가길 기다려 작약에게 괜히 심통을 부렸다.

 

 

 

 "이렇게 까지 거창할줄은 몰랐는데요-"

 

 성급하게 일어서다가, 그만 발을 헛디뎠다. 이대로 꼼짝없이 넘어지나 했는데 그가 나를 꽉 안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싱긋 웃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아가씨답지 못하네-"

 

 

 

 씩 웃으며 나를 다시 의자에 조심스레 앉히고는 넘어지며 벗겨진 구두를 그는 가지고 와서

 

 신이 벗겨진 내 발에 천천히 무릎을 꿇고는 , 매끈한 동작으로 신발을 신겨 주었다.

 

 반짝이는 구두가 자연스레 내 발에 스며들었다.

 

 

 

 "준비됐어?"

 

 

 

 

 

 그는 나를 올려다 보았다.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로-

 

 나는 마치 마법에 걸린 사람이 내가 아니라 그인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내게 풀리지 않는 마법을 걸어주겠다는 요정할머니가

 

 

 너무 아름다워서- 너무 반짝반짝 빛나서-

 

 

 

 마치 내가 아닌 그가 신데렐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간신히 대답했다.

 

 

 

 "네... 준비됐어요-"

 

 

 

 

 

 

 -

 

 

 

 

 

 유진은 자신도 좀체 원치 않았지만 김도하의 결혼식장에 와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 다 오는데다...

 

 하임한테 전활 했더니- , 매우 의외로 하임이 나올 생각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김도하가 너한테도 청첩장을 보냈냐고- 정말 뻔뻔하다고 화를 펄펄 냈더니 하임은 오히려 웃었다.

 

 

 

 설마 혼자 와서 또 - 너를 보내준다 이따위 신파를 찍을까봐서, 하임에게 그럴꺼라면 안 오는것도 방법이랬더니만

 

 

 하임은 또 웃었다. 왠지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웃으면서- 누구랑 같이 갈꺼라고 대답해왔다.

 

 

 내가 남자친구냐고 묻자-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리곤 "인사만 하고 올거야- 식을 끝까지 볼 정도의 사이는 아니잖아 우리가-"

 

 

 

 그 말을 하는 하임이의 목소린 내가 들어본 적 없을 정도로 ... 서늘했다.

 

 

 

 

 "아... 왜 이렇게 안와- 식 시작하고 오는거 아냐?"

 

 

 

 

 식장에서 기다림 끝에 하는 수 없이- 전화를 하는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김도하는 인사중이니 여기서 웅성거릴 이유는 없는데 싶어

 

 돌아보니....... 믿을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임이 , 천천히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신부는 신부 대기실에 있을 텐데

 

 오늘의 주인공은 하임같아 보였다. 요정이라 해도 믿을만큼

 

 나도 못 알아볼 만큼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너무나도-

 

 

 

 

 식장안의 모든 사람들이 그 두사람만 보고 있었다.

 

 

 

 

 옆의 남자는 키가 훤칠하게 크고, 믿기지 않을만큼조각처럼 아름다운 남자였다.

 

 얼굴이 하얘서 웃지 않았다면 조각이라고 충분히 착각할 만한 남자였다.

 

 

 

 그와 하임은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남자의 얼굴에선 여유가 넘쳤다.

 

 

 그는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 한마디로 어디서도 '본적 없는' 남자였다.

 

 

 

 다른이들의 시선따위는 느껴지지도 않는다는 듯이 그는 긴 눈꼬리를 빛내며- 하임과 함께-

 

 내게- 곧장 내게로 다가왔다.

 

 

 

 

 "우리 초면이 아닌거 같은데요-?"

 

 남자의 목소린 매끈하고 듣기 좋았다. 입술 사이로 가지런한 이가 빛났다.

 

 

 "네...네?"

 

 

 내가 당황해서 대답을 하자 그는 웃었다-

 

 

 

 너무나도 상큼한 웃음이었다. 마치 웃음이 습관인 사람처럼 보였다.

 

 

 "전에 , 집까지 택시 태워 보내드렸던 사람이 저에요- 인사가 늦었네요-"

 

 그는 아주 살짝 고갤 숙이며 내게 인사를 했다.

 

 

 

 "심 지혁입니다- "

 

 

 

 옆에서 하임이 나를 보면서 살짝 웃었다.

 

 

 나는 도통 둘이 어떻게 만났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남자의 목소리가 너무나 무서웠다는 룸메의 말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남자의 목소린 무섭기커녕 꿀 흐르듯 부드럽고 달큰했다.

 

 

 

 "...고맙습니다- 저도 인사가 늦었네요- "

 

 

 "이쪽은 유진이에요- "

 

 

 하임이 내 이름을 먼저 말해주었다. 그 남자는 하임의 말을 들으며 싱긋 웃었다.

 

 "반갑습니다- 유진씨- "

 

 

 

 

 전화를 하느라 앞쪽으로 빠져 나와 있었기에 안 마주쳤던 얼굴들에

 

 빽빽히 들어찬 충격이 표정들이 보였다. 그중에 혜주의 표정은 아주 볼만했다-

 

 저 기집애가 하임이 씹고 다니는걸 나도 대충은 알고 있었다- 차마 일일이 따질수가 없어서

 

 

 그냥 둔것이었는데- 그 기집애는 마치 땅이 갈라지기라도 한 듯 , 무척이나 충격받은 표정으로- 지혁이라는 그 남자를 한번 보고- 하임이를 한번 보고-

 

 

 그러고 있었다- 주변의 여자애들도 일동 멈춘것처럼 그 커플만을 보고 있었다.

 

 남자애들도 마찬가지였다. 남녀 노소- 모두가 그러했다.

 

 

 

 

 

 완벽한 주객전도였다-

 

 

 

 지혁씨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들을 향해 싱긋 웃어보이며- 하임이를 한 손으로 꼭 감쌌다-

 

 마치 내 옆자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 사람뿐이었다는 듯한 미소로-

 

 

 유진은 왠지 통쾌해서 웃음이 나올수 밖에 없었다-

 

 

 그 두사람이 천천히 김도하에게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인사를 하다가 돌아본 김도하에 눈에

 

 

 어린 크나큰 충격-

 

 

 유진은 그래선 안되는데.. 왠지 자신이 더 즐거워 함박웃음을 지었다.

 

 

 

 

 

 

 -

 

 

 

 지혁은 하임을 한 팔로 감싸고 정문에서 인사를 건내고 있는 , 그 남자에게 다가섰다.

 

 하임이 살짝 긴장하고 있음을 느낄수 있었다- 그럴 것 없는데- 지금 하임은 세상 누구보다 우아하고

 

 

 아름다웠으니까- 미리 이 옷을 점찍은건 내 선택이었다- 하얀색이지만 우아하고 우아하지만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았고- 그럼에도 이 옷이 비싼 옷이라는 것쯤은 화이트의 톤만 봐도 알수 있었다.

 

 

 

 화이트라고 다 같은 화이트일리가 있나- , 이럴때 쓰는 돈이 정말 가치있는 돈이지

 

 나는 속으로 더 없이 뿌듯하고 , 기뻤다.

 

 

 

 그녀의 하얀 피부에 그 옷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남자는 내가 생각한것 보다는 얼굴이 반반했다- 키도 크고- 그러나 인상은 좀 유약해 보였다-,

 

 마마보이 같은 인상이었다. 자신이 좀 혹평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느껴졌다.

 

 

 

 그 남자는 하임과 나를 바라보고선 ,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말을 못 이었다. 정말 놀란 얼굴이었다.

 

 

 하임은 내가 바랐던 대로- 아주 침착하고 우아하게 그에게 말을 건냈다-

 

 간결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축하해-"

 

 

 

 남자는 한참이나 멍하니 , 내가 약간 불쾌해질 정도로 그녀를 응시하다가 대답했다.

 

 

 

 "으..응.... 고마워- .... 와줘서-"

 

 

 

 그 대답에 난 불쑥 끼어들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내자 남자는 경계심이 가득한 눈길을 애써 감추며 어설프게 인사를 받았다.

 

 

 "하임이 남자친구에요-... 저까지 불쑥 참여해서 , 죄송합니다-"

 

 

 내 쾌활한 태도에 그 남자는 약간 넋이 나간것처럼 보였다.

 

 

 하임은 나를 보며 살짝 웃은 뒤 그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말을 이었다.

 

 

 

 "... 니 편지에 대답하러 왔어-"

 

 하임이 살짝 어깨에 긴장이 더해지는 것 같아 나는 그녀의 어깨를 더 따뜻하게 꽉 잡았다.

 

 

 

 그러자 그녀의 목소리에도- 아주 조금이지만 더 힘이 실렸다.

 

 

 "도하야- 우리는 아무리 애 써도-... 친구는 될수 없어-........

 

 우리에게 이미 좋은 끝이란 건 없어-

 

 우리가 헤어지기 전에- 니가 조금만 더 내게 시선이 머물러 있었다면-

 

 그럴수 있었겠지만- 이미.... 우린 그럴순 없어-

 

 그런데도 내가 이 자리에 온건- 어차피 새 출발 하기로 한 너에게- 그냥 축하한단 말을 해주기 위해서야-

 

 우리가 이제 만날일은 , 평생이 가도록 없을테니까-"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 우아했다. 말하는 내내- 싱긋 웃었다. 내용은 차가웠지만 전혀 그런 태도가 아니었다.

 

 

 

 

 " 결혼하게 될 분한테 잘해줘- 너는 그런 점에선 좀 둔하니까-... 사랑은 받아도 받아도 고픈 거거든-

 

 적어도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하니까-"

 

 

 

 그 말을 하는 그녀를 나는 감싸고 있던 팔로 아주 살짝 당겨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웃었고 나는 그녀의 자신감을 , 적어도 앞에 턱시도를 입은 놈한테 뺏긴 자신감은

 

 다 되돌려 받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멍하니 그녀를 보고 있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좋은 사람, 놓쳐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 이야긴 꼭 하고 싶었어요-

 

 그럼- 뭐.... 식 끝까지 볼사이도 아닌데-"

 

 

 나는 내 젊은날처럼, 얄밉게 생글생글 거리며 그 남자가 아주 불쾌하도록 잔망스럽게 말을 툭툭 던졌다.

 

 

 "그럼 저희는 데이트가 있어서-......"

 

 

 그리곤 축의금 봉투를 옆 테이블에 내려 놓았다.

 

 

 "축하드립니다-"

 

 

 

 그 말을 끝으로 우린 돌아섰다. 하임이 돌아서면서 환하게 웃었다.

 

 

 

 사람들이 모두 우릴 쳐다보고 있었지만 - 나는 기분이 유쾌했다. 나올때 유진씨가 웃으며 하임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다리가 무사한것에 감사하며- 앞으로 나와서 대어진- 비싸디 비싼 차에 옆자리에 하임을 태웠다.

 

 

 

 하임은 우아하게 올라탔다. 아직 식 전이라- 그녀를 바라보던 시선들중 몇명이 이쪽으로 나와서 보고 있음을 난 알수 있었다.

 

 나는 세상 가장 상쾌하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꼈다. 더 환하게 웃으며 나도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는 우아하게 그 식장을 - 빠져나왔다. 운전대를 잡자마자 긴장이 되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로 난 맘이 확 놓였다.

 

 

 

 "고마워요- 최고로 기분 좋았어요- 요정님-"

 

 

 

 "영광입니다 공주님-"

 

 

 

 

 

 

 그녀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말간 하늘에 울려 퍼졌다.

 

 예상외의 더 크나큰 유쾌함에 나도 환하게 웃을수 밖에 없었다-

 

 

 

 -

 

 

 

 유진이 싱긋 웃으며 결혼식장 뒤편에서 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더 웃긴건 식이 한창인데

 

 신랑은 뭐라도 한방 맞은 것 처럼 버퍼링이 걸려 있었고- 혜주 뿐만 아니라 뒤의 여자애들은

 

 내게 오로지 하임이 일만 물었다. 여자애들 뿐만이 아니었다- 남자애들도 마찬가지였다.

 

 

 

 

 "걔 입고 있는 옷 봤어? 그거 이번 시즌 **컬렉션에 나왔던 옷이야..... 아직 국내엔 들어오지도 않은 브랜드라고-

 

 대체 무슨.... 걔 일러스트레이터 아니었어?"

 

 

 

 "야- 같이 온 남자가 사준거겠지- 일러스트레이터가 돈을 아무리 많이 번들 그 옷을 사겠냐?"

 

 

 

 "구두는 *** 꺼더라....... 그 구두는 ...또 얼마나 비싼건데-그건 뭐 국내에 들어온건줄 아니? "

 

 

 

 "걔가 흰옷 입고 와서 , 완전 충격..... 신부 완전 납작하게 만들어 놨어-... 신부가 한참이나 어린데..."

 

 

 

 "옆의 남자 얼굴 봤어?.... 나 그렇게 잘생긴 남자는 처음봤어- 연예인인가?"

 

 

 

 "본 적 없는 얼굴이야- 키도 엄청 크던데? ... 장하임 꼭 붙잡고 있는거 보고 나 완전 충격- "

 

 

 

 "타고 가는 차 봤어? 나는 언제 그런차 한번 타보나...... "

 

 

 

 "장하임을 보는 그 남자 눈이 ... 완전 꿀 떨어지더라-... 대체 장하임한테 무슨 매력이 있는거지?"

 

 

 

 "남자 목소리 완전 좋던데....... 진짜 믿기지 않아...... 난 당연히 안 올줄 알았는데-"

 

 

 

 "장하임이 그렇게 예뻤었나? 김도하랑 사귈땐- 뭐 내 친구여서 그랬나 도하가 훨 배 아깝다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까 여신이더라 완전.... 아무리 옷이 날개라지만-"

 

 

 

 

 

 마지막 말은 김도하의 베스트 프렌드라는 김진호의 말이었다.

 

 

 그 말에 그냥 말을 듣고 있던 유진이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하임인 그때도 예뻤어- 원래 여자는 옆에 있는 남자가 왕자님이면-...그 여자도 공주님이 되는 법 아니겠어?"

 

 

 

 그 말에 혜주가 얄미워 견딜수 없다는 듯이 참견했다.

 

 

 "너는 장하임이랑 아직 연락하는 사이였니? 장하임 그 여우... 그동안 뜸들인

 

 유세진은 어쩌고 ..... 참나- 그 남자가 너한테만 아는 척 인사하더라? 직업이 뭐야?

 

 대체 무슨 이유로 둘이 사귄데?"

 

 

 

 혜주가 부들부들 떠는걸 지켜보면서 유진은 낭창하게 대답했다.

 

 

 

 

 "아는 사이니까?- 하임이가 견딜수 없이 좋아서 사귄데- "

 

 

 

 뻔뻔하게 대답하자 혜주의 얼굴이 왠지 벌겋게 변한다.

 

 

 그걸 보고 유진은 또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질투는 그만 둬- 둘다 해피 앤딩이잖아?"

 

 

 

 

 태평스런 유진의 말에 이해할수 없다는 듯 주변의 친구들이 유진을 바라보았다.

 

 유진은 다시 한번 씩 하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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