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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같은 곳에 같은 색으로 꽃이 피다
작성일 : 17-07-25 04:28     조회 : 15     추천 : 0     분량 : 1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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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우리는 큰 길에 인접한 까페에 앉아 있었다. 아직은 시간이 충분했다. 그녀는 짧은 옷이 쌀쌀했는지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고 있었다.

 

 

  나는 커피 한모금을 마셔보곤 인상이 찌푸려졌다.

 

 

 

 

 성의 없이 내린 커피는 끝 맛이 영 좋질 않았다.

 

 

 

  마치 내가 한 행동과 흡사했다.

 

 

 그래.. 나는 아마도 약간 후회하고 있었다. 저지르고 나서 후폭풍을 두려워 하다니

 

 이 옷에 담긴건 추억이나 기억만이 아니었나보다.. 성미까지도 난 그때와 비슷해져 있는 것 같았다.

 

 난 그저 살짝 , 찡그리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녀의 입술엔 내가 한 입맞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분홍빛 입술-

 

 

 

 

 

 

 이 옷이 있는줄도 몰랐거니와- 이 옷에 여전히 이런 립스틱인지 립밤인지가 남아 있을거라고도 생각지 않았으니까-

 

 

 

 

 

 남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쯤 알고 있었다. 그건 어딜 가도 비슷했다. 그러니 신경을 안 쓸 뿐이었다.

 

 그런게 좋은 시절이 있었다는 내 자신을 믿을수가 없지만 이젠 그 시선들이 싫다 못해 그냥 무시하기로 한 거였다.

 

 

 

 

 그냥 신경쓰지 않는 ,

 

 어느새 무시하게 된 어떤것이었다.

 

 

 

 

 

 

 

 

 영화표를 예매하며 주머니 속의 옛 기억이 손에 닿은건 .... 순간이었다.

 

 차가운 그리고 작은 어떤 느낌의 물체- 손으로 굴려 보고서야 알았다. 하민이를 위해 산 것일지도... 혹은 하민이가 내

 

 

 주머니에 넣어 둔 것일지도 몰랐다. 가슴이 예리하게 따끔거렸다- 하지만 일일이 모든것에 그녀의 이야기를 담는다면

 

 

 

 난 한 순간도 장하임과는 있을수 없을 것이었다. 단 한순간도-그래서 별일 아니고자 넘어갔으면했다...

 

 

 

 

 그래서 모른 척 했다.

 

 

 나는 못되게 그 기억을 맘 속에서 지우고자 했다. 김박사의 말이 일리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하민이에게 남은 감정은 분명 사랑이었으나-..... 장 하임에게 느끼는 사랑과는 조금 달랐다.

 

 사랑의 이면들이 시간에 쓸리며 남은 기억이 조금 달랐다. 하민이를 사랑하고 있긴 했다. 그런데 그건

 

 시간속에서 나를 너무나 고통스럽게 만드는 미련에 더 가까웠다.

 

 

 

 

  혼자서 끝을 낼수 없는..... 도저히 도착점을 찾을수 없는 미로를 헤메이는 느낌이었다.

 

 

 

 

 장하임은 그 미로에 떨어진 유일한 찾아나갈수 있는 빛이었다.

 

 

 

 반딧불이 처럼 반짝반짝 나를 인도하는 , 아릿한 불빛으로 시작해서

 

 

 어두운 밤의 미로를 가로등처럼 환하게 밝혀왔다-

 

 

 굳이 힘들기 짝이 없는 .. 슬프기 짝이 없는 나를 사랑해준 여자였다.

 

 

 그토록 망설였는데 나를 결국엔 빠져들게 한 여자이기도 했다. 그녀의 색은 너무 밝고 환해서-

 

 

 

 도저히 어둠속에 가라앉은 내가- 거부할수 없는 빛이었다.

 

 

 

 

 

 

 내가 아주 오랫만에- 참으로 맘속에 낸 욕심이었다.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어떤 여자애들을 보았다. 그 여자애들의 얼굴조차 난 희미하게 보였으나-

 

 

 장하임은 입술을 물어뜯고 있었다.

 

 

 

 신경쓰고 있었다.

 

 

 

 

 

 나는 왜 몇번이나 그녀에게 말했는데 그녀가 자신을 믿지 못하는질 믿을수 없었다.

 

 그녀는 내게 그런 은인이었는데- 자꾸만 자신을 의심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그녀에게 확신을 가져다 줄수 없다는 것...

 

 

 그것은 나에게 열등감이었다.

 

 

 그가 지적한 것이 떠올랐다. 그러기엔 당신이 쥐고 있는게 너무 많다던

 

 그 말이 스쳤다.

 

 나는 열등감이 일어 오르자 왠지 참을수가 없어졌다.

 

 왜 내가 다 놓고 이 여잘 잡을수 없었는지

 

 왜 내가 이런 처지인지

 

 

 그 모든게 마음 아팠다. 어쩔수 없고 거부할수 없는 일이라

 

 이 여자까지 속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맘이 아파왔다.

 

 

 

 

 더 어떤 것을 그녀의 손에 가져다 줘야 이 여자가 나를 온전히 믿고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질수 있을까..... 그때 손에 옛기억의 물건이 다시 닿았다.

 

 

 

 

 예전- 내가 사랑을 장난으로 여기던 시절 나는 이런 장난을 즐겼다. 설레게 하고는

 

 

 나몰라라 하는 악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 악취미조차도 나는 그저 귀여운 장난으로 넘길수 있는

 

 재치란게 있었다.

 

 

 

 믿기지 않지만, 그 시절의 나에겐 그런게 아마.. 있었다.

 

 

 

 장하임에게 다가서면서 왜 그렇게 떨리던지.. 나는 스스로 아... 왜 이렇게 나답지 않나.. 생각했다.

 

 

 

 그녀의 입에 묻은 내 입술과 같은 색을 보고서 나는 그녀에게 이게 별 거 아닌 거라도 좋으니

 

 저 여자애들을 뭉개버리는 자존심이 되길 바랬다. 못난 생각임을 알지만 그랬다-

 

 

 

 못난 행동임을 알지만 그랬다. 내 눈을 향하는 그녀의 눈이 왠지 그렁거릴것만 같아서 난 그녀의 얼굴에

 

 선글라스를 씌웠다.

 

 

 

 

 

  그 눈을 다른 사람이 보는 것 조차 싫어서-

 

 

 

 

 

 

 괜한 짓이었을지도 모른다- 입에 남아있는 체리향 립밤의 향기처럼...

 

 죄책감은 몸에 베여버리는 향기처럼 약간의 여운이 남았다.

 

 

 생각에 잠겨 있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피- 맛 없어요?"

 

 

 

 "........... 음.... 아니"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거짓말을 했다. 그녀는 내 얼굴을 빤히 보더니 씩 웃었다.

 

 

 

 

 "형편없네요 거짓말... 여전히-"

 

 

 

 그녀는 날 간파한듯 살짝 또 웃었다. 나는 되물었다.

 

 

 

 "티가... 나나?"

 

 

 그녀는 당연한걸 묻는다는 듯한 투로 대답한다.

 

 

 "당연하죠- 당신 말투가 그래요- 표정도 그렇고..."

 

 

 

 

 그 이야길 끝으로 난 눈으로 그녈 쫓았다. 그녀의 가느다란 입술이 잔에 닿길 반복한다.

 

 그러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내게 부탁했다.

 

 

 

 예상한 일이긴 했다. 물론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세진이가... 당신을 만나고 싶어해요....."

 

 

 

 

 "......."

 

 

 

 

 

 하임은 몹시 겸연쩍어 했다.

 

 

 

 "솔직히 왜 만나고 싶어 하는 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당신과 싸울 생각은 없대요......

 

 부탁한건 그게 다였어요.. 거절하기가..."

 

 

 

 

 

 하임은 말을 멈추고 내 눈을 바라보았다.

 

 

 

 "쉽지 않더군요-... 정말로-"

 

 

 

 

 

 

 그녀가 그에게 전한들 그가 포기하지 않을 것 쯤은 알고 있었다. 나랑도 이야길 해야 겠다고 분명히 말 했었으니까

 

 그런 대화는 내 몸에 몹시 해롭다는 걸 나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또 피하고도 싶었으나 여기서 피하면

 

 내 열등감들을 인정하는 것일테고.... 장하임을 난처하게 만들것 같았다.

 

 나는 그냥 싫은것을 피한 것 뿐이지만 , 장하임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간에 친구를 잃겠지..

 

 

 

 

 약속은 약속이니까-

 

 

 

 

 

 "만날께- 그가 원하는게 그거라면"

 

 

 

 내 대답은 내 맘과 달리 그녀의 애원하는 듯한 눈망울에 술술도 나왔다. 별 다른 저항도 하지않고-

 

 

 

 "괜찮을까요?"

 

 걱정어린듯한 목소리에 난 좀 삐딱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당신은 그를 잃을수 없으니까.... 그의 말을 들어줘야 하잖아"

 

 

 

 

 그녀는 그 말에 내 삐딱한 맘을 눈치 챘는지 안쓰럽게 눈 꼬릴 축 내렸다... 나는 괜한 소릴 했다 싶었다.

 

 그래서 목소릴 단정하게 내서 정정했다- 내가 약속한거나 다름 없었으니까- 그때 그는 당신과 이야길 할거라고 했고-

 

 나도 그러자고 했었으니까...

 

 

 "그래.. 미안해- 그런 친구는 잃으면 안되는게 맞아- 당신 탓 아냐- 원한다면 그렇게 해 줄거야

 

 당신을 위해서라면"

 

 

 

 

 하임은 고맙단 듯이 아주 살짝 웃었다.

 

 " 세진이도 당신이 좋은 사람이란걸.. 알았으면 좋겠네요-"

 

 그 순진무구한 말에 내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럴리가... 그에게 나는 그냥 나쁜놈일텐데-"

 

 

 "... 원래 화 내는 애가 아니에요- .... 그냥 나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 한다는게 좀 믿기질 않아요-

 

 왜 저는 전혀 몰랐을까요..."

 

 장하임의 눈이 창밖의 먼곳을 향한다. 그 눈이 닿는곳이 그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질투가 났다. 그러면서 스스로도 놀랐다.

 

 정말 유치해서 못봐주겠군 심지혁..

 

 스스로가 한심했지만 그랬다- 같이 있을때는 나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남들이 할때 마다 유치해서 못봐주겠다며 헛구역질하는 시늉을 했던 그 생각을

 

 나는 지금 한치의 틀림도 없이 그대로 하고 있었으니까-

 

 

 그냥 눈 앞의 나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이기심-

 

 말도 안되게- 죄책감때문에 힘들 내게 , 힘을 주었으면 하는 뻔뻔함도

 

 

 나는 입안이 썼다. 그게 앞에놓인 형편없는 커피 때문인지 , 아니면 유치해 빠진 나 때문인지

 

 내 이기심 때문인진 잘 알수 없었지만 말이다-

 

 

 장하임은 내게 다시 물어왔다.

 

 "뭐 하고 싶었던거 없어요?"

 

 그녀의 눈을 보니 눈이 너무나도 반짝거려서 난 다시 씩 웃을수밖에 없었다.

 

 "글쎄- 넌 뭐 하고 싶었는데? 뭐든지- 시간 좀 남았네 아직도-"

 

 내가 시곌 보면서 대답했다.

 

 

 그녀는 한참을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귀로 옮겼다.

 

 내 머릴 부드럽게 쓰다듬어 넘기다가 날 보고 눈이 마주치자 다시 씩 웃었다.

 

 

 

 그리곤 쌩뚱맞게 물었다.

 

 

 

 "당신, 귀 뚫은적 있어요?"

 

 

 "있지만....... 왜?"

 

 

 그 말에 그녀가 왠지 무섭게 씩 웃었다. 나는 영문몰라 그녀를 쳐다 보았다.

 

 

 

 

 

 

 

 

 

 -

 

 

 

 

 

 현호는 그 뒤에 제이미를 대하기가 영 껄끄러웠다. 제이미는 여전히 싹싹하고 다정했으며

 

 착실하기도 했다. 그런데 자신만 그런건 아닌거 같았다. 제이미는 곧잘 손님이 아무도 없으면

 

 자신에게 말을 걸곤 했었다. 시시한 이야기라도 이야길 나눌때가 많았는데- 달라졌다. 부러 찾아와서 말을 거는 일이

 

 없어진 것이다.

 

 

 

 

 여전히 다른 사람들과는 잘 지냈다. 그러다가 둘만 남았다 싶은 분위기면 그는 다 청소한 곳으로 빗자루를 들고

 

 사라졌다. 분명 다 청소 한 곳일텐데... 한 생각이 들자 , 현호는 왠지 기분이 별로였다. 껄끄러운거랑

 

 그가 자신을 슬슬 피하는건 다른 의미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솔직히 껄끄러운것 정도는 평소의 제이미였다면

 

 금방 괜찮아 질거라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계속 말을 걸어주고 웃어주고- 또 상냥하니까- 그러다 보면 괜찮아 질줄 알았는데-

 

 제이미와 마주칠 일이 없어지니 .... 껄끄러운 마음만 계속 되었다.

 

 

 

 마치 밀가루같은걸 확 들이마신 목처럼 목이 칼칼했다. 뭔가 걸린듯이...

 

 

 

 현호는 한숨을 쉬었다. 오후- 벵갈 고양이에게 접종 후- 아기 강아지의 작은 상처를 치료했다. 또 멀리서 찾아온

 

 토끼를 치료했다. 주로 맡을수 있는 동물이 의사마다 제한적이라지만 현호는 거의 다를 돌볼수 있었다.

 

 작은 동물일수록 분명 더 조심스럽긴 했다. 손 끝이 무뎌질까봐 스스로도 늘 걱정했다-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가- 진료를 마치자 현호는 유난히 피곤함을 느꼈다.

 

 

 

 

 현호는 제이미가 마감을 하리라 믿고 옥탑으로 올라갔다.

 

 

 

 

 차가운 음료의 병뚜껑을 딴다- 달큰한 끝맛과 가을로 접어든 쌀쌀한 바람-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때 시끄럽게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현호냐?"

 

 

 

 

 어머니셨다. 첫 마디부터 못마땅해 하시는 목소리에 현호는 바짝 긴장이 되었다.

 

 

 "예 어머니..."

 

 

 

 

 

 "그래- 요즘 병원은 어떠냐?"

 

 

 

 

 

 현호는 어머니가 병원엔 전혀- 관심 없으신걸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뭔가 물으셨을 테고

 

 그걸 물으려 전활 하신 것일테니까, 부모님은 두분 다 내게 실망하셨다. 내가 외과의가 되길 포기한 그 순간부터 줄곧-

 

 원래도 그렇게 다정하신 부모님은 아니셨지만 이런 반응은 여전히 현호에게는 변치 않는 상처였다.

 

 

 "괜찮아요-"

 

 

 수화기 너머의 어머니가 잠시 망설이시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러곤 말을 이으셨다.

 

 

 

 "형이 결혼을 하려고 한다- 아무래도 상견례자리에 니가 없는건 아니다 싶어서-..."

 

 

 

 

 ..... 바쁜줄만 알았는데- 결혼도 하는군-

 

 솔직히 형과 우애랄 것 도 없이 자라서-.... 내내 바빴고 내내 공부했다는 것 말곤

 

 형이라고 해도 서로를 잘 모르는 것만 같다.

 

 

 

 

 현호는 애써 목소릴 밝게 낸다

 

 

 

 

 "잘됐네요-"

 

 

 현호의 대답따윈 들을 생각 없다는 듯 어머니는 말을 이으신다.

 

 

 

 "......다음주 주말이야 시간 비우렴.. 그리고 말끔히 하고 오고-"

 

 

 

 

 집은 아직, 거긴데- 마치 내가 밖에 사는 사람처럼 하는 말씀 , 현호는 괘념치 않으려 애쓴다.

 

 

 

 

 "네- 알겠어요 어머니-"

 

 

 

 

 

 

 

 

 전화는 별다른 말 없이 끊긴다- 그제야 바람부는 소리가 선명히 들린다- 귓전을 스치는 , 시원한 바람-

 

 현호는 여름의 끝을 허무하다고 늘 생각해왔다. 그렇다고 한들- .... 이 통화만큼 허무할까?

 

 

 

 

 

 그냥... 부모님의 뜻대로 외과의가 되면 좋았을까?- 동물들의 순진한 눈망울- 말 못하는 그들을 치료해 주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했는데.... 그게 그렇게나 실망스러우셨을까.....

 

 

 

 아니 그러면 지금처럼 어색한 사이가 되진 않았을까? 우리는 이미....

 모두가 서로 어색한데-

 

 

 

 

 

 

 이미 가족과의 거리가- 좁히기엔 힘들만큼 벌어져 있다.

 

 

 

 

 

 

 

 그때였다. 계단에서 소리가 난건- 제이미였다. 그는 미안하단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방해했나요? 비품이 필요해서요-"

 

 

 

 

 제이미의 머리가 많이 길어져서 바람에 살짝 흩날리고 있었다.

 

 

 그날 이후 제대로 건낸 말은 아주 오랫만이었다.

 

 

 옥상위의 노란 가로등 아래 그의 머리가 비치자 , 현호는 왠지 안도감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현호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아니에요- 방해.... 아니에요 "

 

 제이미가 빤히 쳐다본다- 그러더니 말을 걸었다.

 

 

 

 "괜찮으세요?"

 

 

 

 

 

 현호는 놀랐다. 웃고 있었는데- 어째서 그런걸 바로 물을까- 걱정하는 눈빛으로

 

 

 

 "...음..? 안 괜찮을 일이... 없는데요- 괜찮은데요?"

 

 

 

 제이미는 말 없이 옆에 다가와서 앉았다- 그러곤 말을 꺼냈다.

 

 

 

 

 

 "왜 집에 안 가세요? 집이 편할 텐데요-"

 

 

 "......."

 

 

 

 

 

 

 그때, 옥탑방 안에 들어와 보고 대강 알아챘겠지- 현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어서라고... 할까요-"

 

 

 

 

 "...여러가지 사정이요?"

 

 

 

 

 

 

 제이미는 진지한 태도로 현호의 이야길 듣고 있었다. 현호는 꿀꿀한 기분을 털어내고 싶기도 하고 해서

 

 이야길 결국 해야 했다.

 

 왠지 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강제적인 것도 아닌데 왠지 말하고 싶어졌다

 

 여전히 마음속의 한 구석에선 방어 기제를 올리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 위로 형들이 있는데.. 아버지처럼 다 외과의가 되었거든요.. 나 빼고요-... 나 나름의 이유도 있고... 또 외과의가 되기 싫기도 했어요

 

 그런데 부모님들이 그것 때문에 몹시 실망하셨죠........ 그 뒤로 언제나 껄끄러워요-"

 

 

 

 

 

 현호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 언제나 집에 가도.. 초대받지 않은 파티에 불쑥 나타난 사람처럼... 외부인이 된거 같고.... 불청객 같은 기분을 지울수가 없거든요-

 

 그러니 좀 후회가 되요- 외과의로... 그냥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살아드렸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고요-"

 

 

 

 

 

 제이미의 묘한 빛깔의 눈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술술 털어놓고선 현호는 약간 머쓱했다.

 

 

 

 제이미의 입매가 약간 굳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이나 정적이 흘렀다. 그러고 나서 결심한 듯이 제이미가 말을 꺼냈다.

 

 

 

 

 "그렇게 살면 선생님의 인생이 아니죠- 다른 사람의 인생이 되니까요-.... 저도 , 상황은 다르지만 .. 같았어요-"

 

 

 다르지만 같았다고? 늘 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해서 , 이상한 제이미가 조금 어눌하게 말하자 오히려 어색했다.

 

 그럼에도 현호는 뒷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제이미가 왜 한국에 있는지 왜 여기에 머무르는지 등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었다.

 

 

 

 

 "... 저희 부모님도- 형제도 그랬거든요- 일반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자- 모두 저를 버렸어요- "

 

 제이미는 웃었다. 이미 초탈한 듯- 마히 다른 사람 이야길 하듯이-

 

 

 

 "뭐 때문에요?"

 

 

 

 현호가 궁금증을 참지 못해 물었다. 제이미는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게- 제이미는 그 말이 도저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지혁에게는 쉽게 나온 말이 왜 이사람에겐 이렇게 힘든지........ 이 사람을 마음에 두었기 때문일까?

 

 

 

 

 "아버지는- .... 정치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제가 아버지의 경력을 망치기 전에요-"

 

 

 

 

 "...."

 

 

 

 

 "제가 커밍아웃을 본의 아니게 하는 바람에- ... 말하자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거였죠-

 

 글쎄요- 제가 왜 그렇게 싫으셨던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미국은 여기보다 훨씬 숫자도 많고.....

 

 

 이해하고자 하면..... 이해할수 있는 일일수도... 있는데-"

 

 

 

 

 

 현호는 가슴깊이 놀랐다... 커밍아웃? 설마 자신이 생각하는 그게 맞는건가?

 

 

 

 

 ".......?"

 

 

 

 

 

 

 "다들 그렇게 놀라야 하나요? 반응을 저도 보고 있거든요- 그리고 그건 상처가 되요"

 

 

 

 제이미가 약간 화 난듯 말했다. 웃지 않자 처음보는 인상처럼 느껴졌다.

 

 무섭다기보다 서늘한 표정이었다.

 

 

 

 

 "미안해요... 좀 놀라서"

 

 

 

 현호가 숨소리를 섞어 대답하자 제이미가 말을 이었다.

 

 

 

 "설마 그런것 때문에 차별하시진 않으시겠죠..... 다들 그러던데, 저도 다른 사람이랑 마찬가지로 남자를 '다' 좋아하는게 아닙니다

 

 선생님이 여자라고 다 좋아하는게 아니듯이요"

 

 

 

 뾰족한 제이미의 대답에 오히려 현호는 긴장이 좀 풀렸다.

 

 놀랐지만-... 제이미의 얼굴을 보니 농담같진 않았다. 물론 그런것에 경계심이 없진 않았지만

 

 선선한 바람 속 같이 앉아있는 그에게 , 기본적으로는 호감을 품고 있었기 때문인 듯 했다.

 

 

 

 

 

 "그것때문에.... 여기로 왔나요?"

 

 

 

 제이미는 다음 질문이 그것일줄은 몰랐단 듯한 표정이었다

 

 

 

 "아뇨- 여긴 친구 때문에 왔어요-....... "

 

 

 

 

 "그럼..."

 

 

 

 

 

 "집 떠난진 한참 됐어요- "

 

 제이미는 그 말을 한뒤 한참이나 슬픈 눈으로 먼 곳을 응시했다.

 

 그러다가 말을 다시 이었다.

 

 

 

 "그러니까.... 제 말은 본인이길 부정하지 말란 거에요- 그렇게 계속 ... 외과의? 만약 그걸로 살았다면

 

 불행하셨을 거에요- 원치 않는걸 하는 인생은 불행해요- 감추고 피하고.....그렇게 해도 자신에게선 숨을수 없어요

 

 결코, 그러니 그런 일은 다 소용없죠-"

 

 

 

 

 

 제이미가 그렇게 말하자 자신도 그런 확신이 들었다. 원치 않는걸 했다면 그래... 또 후회했을 것이다.

 

 그래도 외로움은 달라지지 않는다. 불청객은 나 하나인듯한 기분

 

 

 

 현호는 , 그저 한숨처럼 대답하였다.

 

 

 

 

 "그래도-... 좀 외롭네요-"

 

 

 

 

 제이미는 그 말에 콧잔등을 살짝 찌푸리면서 씩 웃었다.

 

 

 "모두가 외로워요- 살다 보면요-"

 

 

 

 

 그 말을 끝으로 제이미는 전 처럼 맘 헛헛 해지도록 금방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이야긴 비밀로 해 주세요-"

 

 낮은 한마딜 남기고 "좋은 밤 보내세요-" 란 인사를 귓가에 하늘거리게 들릴 만큼 조용히 남기면서

 

 

 

 

 

 

 

 현호는 그런 제이미의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왠지 마음이 가벼워 지기보다 더 복잡하게만 느껴졌다.

 

 제이미는 왜 안 덧붙여도 좋았을 이야길 자신에게 했을까.... 아니면.... 자신이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서였을까?

 

 

 유난히 단호하게 말을 뱉던 그의 단정한 얼굴만 현호의 마음에 남았다.

 

 

 

 

 

 현호는 그 잔상을 떨쳐버리려는듯 숨을 크게 들이 쉬었지만 오히려 더 짙어지는 것만 같았다.

 

 

 

 

 

 

 

 

 -

 

 

 

 

 

 지혁의 어머니 정옥은 붙여둔 사람을 아직 떼어내지 않았다. 말하자면 지견이가 다시 그 장하임이란 여성분을

 

 귀찮게 할 까봐서 이기도 했지만 그 뒤의 사정이 자신이 궁금하기도 해서였다....

 

 

 

  그 둘은 말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뒤에 파티장에선 지혁이와 그 여자 사이의 묘한 기류가 흘렀단 이야기가 살짝 살짝 들려왔다.

 

 

 

 

 그때마다 정옥은 전혀 그런 사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지혁이가 그 사고를 극복한건 맞지만 그 여성분과 그런 사이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런 기댈 하는 건 오히려 자신이었다. 둘이 잘 되길 , 바라게 된 것이다.

 

 

 

 

 물론 기대하지 않기로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건 큰게 아니었다. 그저 가족이 모두 정답게 사는것

 

 그것 뿐이었다.

 

 

 

 

 파티에서 지견이의 원망에 찬 목소릴 들으며 자신이 얼마나 편협한 어머니 였는지를 절감했다.

 

 

 

 내가 쥐고 있는 것.. 그토록 원한다면 줄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그걸 회장님인들 바라실까... 당장은 지견이가

 

 말을 듣지 않으니... 이걸로라도 목줄을 잡아야 한다는게 서글픈 일이었다.

 

 

 

 

 아이는 내가 낳았으나- 그 후에 너무나 많은걸 스스로 쌓아올려 두 아이 다 내 마음으론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이해가 가는 쪽은 지혁이였다. 그 아이는 나와 많이 닮아서 생각의 방향이 비슷하니까-

 

 그렇다고 해도.... 장하임씨를 눈으로 쫓는 아이를 나도 내 눈으로 보았다.

 

 

 물론 장하임씨는 예뻤다.

 

 

 

 그러나 하민이만큼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이의 눈은 달랐다. 한참만에 앞을 본 사람처럼

 

 너무나 그 분에게 눈이 매여 있었다. 이게 자신의 상상이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전화로 메세지가 도착하는 알림음이 울렸다 , 정옥은 천천히 우아하게 손을 옮겨서 확인하였다.

 

 붙여 둔 사람이었다.

 

 

 사진을 주로 현상해서 봉투로 전달하는 이라 - 이런 일이 없었는데

 

 

 

 불가피한 상황인 모양이었다.

 

 

 

 핸드폰으로 날라든 사진은 의아하기 그지 없는 사진이었다-

 

 

 

 

 

 커플인듯 했는데 곰탈과 토끼 탈을 쓰고 있다. 예전 지혁이 같은 옷차림...... 그리고 뛰고 있다.... 흔들려서

 

 

 

 ?......대체 뭐지?

 

 

 

 

 

 확인하기도 쉽지 않은 사진... 정옥은 이 사진이 왜 자신에게 왔는지 어리둥절했다.

 

 잠시 뒤- 또 하나의 메세지가 왔다.

 

 

 

 

 

 '두분 아닙니까? 빨리 뛰어서 사라져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건물 안의 세입자는 거의 사무실로 그 건물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나올 이유가 있을까 싶어서 , 일단은 찍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정옥은 잠시 손을 톡톡 두드리며 고민했지만- '빨리 뛰었다' 란 대목에서 의심을 거두었다.

 

 

 

 아이는 불안정해서 브레이크도 밟지 못해 최근엔 운전도 그만뒀다.

 

 

 

 

 

 

 그런 아이가 그냥 걷는것도 아니고 뛰다니....

 

 그 말은 이미 지혁이가 아니란 이야기였다. 흐릿한 사진 속.. 신장은 비슷해 보였으나..

 

 

 

 너무 흐릿한 탓에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쨌든..... 뛰다니..

 

 

 

 

 

 '아무래도 지혁이가 아닌 것 같네요- 다음의 당신 번호는 바뀔테니 바꿀때는 꼭 번호 삭제 하세요'

 

 

 

 

 

 

 확인 문자를 하고서도 한참을 들여다 본다. 그리고 이 사람이 만약 지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다.

 

 

 내 막내 오빨 떠올린다. 우린 가족일때도 둘만 이상하게 외로웠다. 아니... 달리 말해 외로움을 느끼고 그게 가족 사이엔

 

 

 이상한 일이라 느낀 건 우리 둘 뿐이었다. 작은 오빠가 오빠들 사이에 낄 생각이 분명히 없다는 걸 밝혔을때

 

 

 다른 오빠들은 안도했고 난 그런 오빨 막고 싶었다.

 

 

 

 오빠에게 돌아와야 하는 몫- 그걸 악착같이 챙긴것도 나였다.

 

 

 

 

 

 의지할만한 형제는 단 하나 뿐이라고 생각 되었기에 어쩔수 없었다. 그러나 막내오빠는 늘 그럴 것 없다고 내게 말했다.

 

 어쩔수 없이 , 내 자유를 접고 결혼을 하고- .... 그렇게 살면서도 오빠를 늘 부러워했다. 오빠는 내게 부러우면서도

 

 의지할만한 ... 내 버팀목이었다.

 

 

 

 

 

  왜일까- 지혁이 때문에 힘들때면 지혁이 생각을 하면... 막내오빠가 살아 있었다면

 

 더 버틸만 했겠단 생각이 든다. 아이가 밝을때도-..... 막내오빠는 내게 가끔 그런 말을 했었다.

 

 

 '지혁이에게 너무 밝은걸 강요하지 말아라- 아이가 웃는게... 애답지가 않아'

 

 

 

 그때 그 말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까, 나는 그때 멍청하게 반문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이에게 정해진 캐릭터를 만들어 주지 말란 이야기야- 가능성이 많은 아이인데.. 마음속에 감추고 있는게 너무 많구나'

 

 

 

 

 

 

 .... 당시엔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가 마음속에 품은 것들이 그렇게 많은지... 그렇게 깊은지......

 

 

 남들은 언제나.... 나를 모두 부러워했다. 부족함 없이 자랐고 부족함 없이 결혼했고- 남편은 그 흔한 한눈한번 팔지 않고 날 사랑해 주었다.

 

 그리고 잘 되는 사업은 점점 커졌고- 내가 걸친 모든것들은 고급이었다. 그러나 마음이 왜 이리 황량한지

 

 우리 가족이 다 모여 식사한게 대체 몇번인지... 그것조차 손에 꼽을 정도니...

 

 

 

 

 오히려 난 평범한 가족들이 부러웠다.

 

 따뜻한 식사를 하는 가족... 그게 다였는데-

 

 

 그거면 충분했을지도-... 가진게 좀 부족해도 가슴은 따뜻해서 충분했을지도 모르는데....

 

 

 

 

 

 

 정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핸드폰을 서랍에 잠시 넣어둔다-

 

 그 흐릿한 사진의 잔상은 한참이나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

 

 

 

 

 

 

 "이게 마음에 들어?"

 

 

 작약이 물어 왔다.

 

 

 

 

 강남에 있는 큰 악세사리 매장에 우린 들어와 있었다. 작약과 귀걸이를 한쌍을 나눠 끼고 싶단 소망을 이야기 했더니

 

 작약은 생각보다는 별로 망설이지 않았다.

 

 

 그러나 흔적만 남았지 다 막혔을껄... 이라고 대답했다. 상관 없었다.

 

 

 나 자신도 새로운 곳에 피어스로 할 생각이었다. 처음, 그의 손에서 사라진 반지를 떠올린건 좀 속 좁은 짓이었지만-

 

 

 

 

 반지가 아니라서 더 특별할것 같았다.

 

 그렇게 난 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했다. 하민씨한테 몹쓸 짓을 하는건 아니라고-

 

 어쨌든 손은 아니니까... 혼자 되뇌일 뿐이었다.

 

 한쪽 손- 그 손은 분명히-.. 내가 염려하지 않는대도 그가 잡고 있을 테니까... 라고 되뇌이면서-

 

 

 

 

 

 괜시리 "아플거 같으면 안 해도 되요- " 그랬지만 작약은 날 보면서

 

 그게 말이냔 듯한 얼굴이었다. 하기사... 통증에 그토록 익숙한 사람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매장에 들어가서 한참을 고른건 나보다 작약이었다. 그토록 많이 내게 해줬으니 내가 살 생각이었는데

 

 

 작약은 그런 생각은 생각으로 접으라면서 내게 단호하게 말했다. 그가 고른건 세공이 섬세하게 들어간

 

 

 루비였다, 의외에 선택에 내가 "...... 진짜 보석을 하게요? " 했더니

 

 "그럼 , 처음 주얼리를 사주는데 가짜를 사 주나?" 라고 되물었다.

 

 

 

 그런 말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하는 그 때문에 내가 더 부끄러웠다. 판매원의 의아해 하고

 

 신기해 하는 눈빛이 몹시 , 낯뜨거웠다.

 

 

 참 이상한 사람- 생각의 방향이 언제나 내가 생각한 것과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튀어버린다.

 

 그래서 긴장을 놓칠수가 없다.

 

 

 

 

 

 

 

 이런게 생활의 차이일까.... 김도하와 그 오랜시간 한건 반지 한쌍... 그 스노우 볼 안에서 썩어갈 반지 한쌍이 다였는데....

 

 

 

 

 

 작약은 내게 별일 아닌듯- "시작을 이걸로 하자는 거지..." 라고 중얼거렸다. 그 마저도 별로 성에 차지 않는듯이-

 

 

 

 

 

 판매원은 끊임없이 작약을 뚫어져라 보았다. 매장의 지나치게 환한 빛 아래 그의 피부는 왠지 돌같아 보였다. 석고나 그런 하얀 돌로 만든것 처럼

 

 창백해 보였다.

 

 멍하니 나도, 판매원도 그를 쳐다보고 있는데

 

  그가 내게 물었다. 나는 그제야 현실로 돌아왔다.

 

 

 

 

 "어디로 할까?"

 

 

 

 ".... 아프지 않겠어요?"

 

 

 

 내 똑같은 물음에 그는 흐응 하고는 또 무슨 소릴 하는 거냔 듯한 표정을 하였다. 더 만류하려다 나도 그만두고

 

 여기서 귀 뚫을수도 있냐고 판매원에게 물었다. 판매원은 귀 뚫는 총이 있으니 안쪽에서 뚫으면 된다고 위치를 정해 달라고 했다.

 

 

 

 귓불은 왠지 그에게 어울린것 같지가 않아서 그의 귀를 면밀히 살피자 그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부끄러움 포인트를 이해할수가 없네 나는 피식 웃었다.

 

 

 

 

 

 "여기 안쪽으로 할까요?"

 

 

 

 그 말에 그는 내게 물었다.

 

 

 

 "너도 그럼 여기로 할꺼야?"

 

 

 

 

 

 같은곳에- 그렇게 같은곳에 하고 싶어 하자고 한 거였다.

 

 그에게 나라는 흔적이 하나쯤은 있었으면 하는... 유치한 마음에서-

 

 상처 투성이인 그에게 또 상처를 낸다니 하는 맘속의 소릴 애써 무시하면서까지

 

 하는 일이었다.

 

 

 

 

 

 

 "네- 당연하죠- 둘다... 오른쪽? 아님 내가 오른쪽하고 당신이 왼쪽 할래요?"

 

 

 

 그는 그 말엔 대답치 않고 내게 되 물었다- "당신 이어폰 많이 끼는것 같던데.. 끼기 불편하지 않을까?"

 

 

 

 나를 눈여겨 봤었구나.. 나는 맘 속의 기쁨을 짐짓 아무렇지 않게 감추었다.

 

 

 

 

 

 "그럼 여기 앞쪽 귓바퀴로 할까요-?"

 

 

 

 그는 내 귀를 보려는지 사락 하고 내 앞머릴 넘겼다. 왜인지 이런 일을 고민하고 있는 우리가 고등학생 커플처럼

 

 풋풋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간지러운 연애가 대체 얼마만인지..

 

 

 난 자꾸만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더 없이 세상 진지하게 거울을 보고서

 

 뚫을 위치를 점으로 찍어주는 그를 보니 더 그러했다. 그는 왼쪽 난 오른쪽- 그대로 한 쌍으로 같은 위치에

 

 그가 고른 피어스를 달고, 아주 한참만에야 가게를 나섰다. 뚫을때 나는 사실 좀 아팠는데 그는 살짝 찌푸렸을 뿐이었다.

 

 판매원은 그의 귀에 손을 가져다 대면서 달달 떨어댔다.

 

 

 그래서 그는 오히려 좀 불안했던거 같았다.

 

 

 

 

 하얀 귀에 내려앉은 루비는 장미처럼 보였다.

 

 

 눈 밭네 딱 한송이 계절 모르고 핀 붉은 장미처럼-

 

 

 

 

 

 그 말은 그에게 더 없이 어울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은 볼 생각도 않고

 

 

 

 

 

 내 귀만 만지작 거렸다.

 

 

 "예쁘네- 잘 어울린다... "

 

 

 

 나는 수줍게 대답했다.

 

 

 

 

 "고마워요... 내가 살려고 했는데-"

 

 

 

 그는 고갤 저었다.

 

 

 

 "이건 내가 해 주고 싶었어- "

 

 

 

 

 

 

 커플링 같은걸 하자고 말 할수가 없었다, 도저히- 그의 손에서 그 반지가 사라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기에-

 

 또 그가 언제나 뺄수 있는것도 하고 싶지 않았기에-

 

 

 

 

 특별한 의미,

 

 

 

 그건 나만 알아도 충분하다고- 나는 맘 속으로 되뇌였다.

 

 

 치사해도 어쩔수 없어요- 나는 속으로 하민씨에게 말을 걸었다.

 

 대답은 없었지만 맘은 불편했다.

 

 

 

 하나만이에요- 하나만...

 

 

 

 

 

 

 

 "당신도 예뻐요-"

 

 

 

 내가 그의 눈을 올려다보며 이야기 하자 작약은 씩 웃었다.

 

 

 "칭찬으로 들을께-"

 

 

 우린 그제야 영화 시간이 가까워져 와서 , 다시 걸어서 돌아갔다

 

 

 

 "안 뺄거죠- ? 빼지마요 한 순간도-"

 

 그의 손을 잡고 걸으며, 조금은 성마르게 내가 말하자 그는 씩 웃었다.

 

 

 "너도 안 뺀다고 약속하면- 그럴께-"

 

 

 

 

 "안 뺄거에요- 절대로-"

 

 

 

 

 내가 눈을 부릅뜨고 말하자 그가 해사하게 소년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그럴게-"

 

 

 

 나는 문득 생각이 들어 물었다.

 

 

 

 

 

 "전에도 이렇게 , 연애한 적 있었어요? 이렇게 되게 유치한 연애-"

 

 

 

 내 말에 그는 씩 웃었다.

 

 

 

 

 "연애는 원래 좀 유치한거야- 간질거려야 연애... 아닌가? 내 생각엔 그런데-"

 

 

 

 

 

 "... 그건 대답이 아닌데-"

 

 

 

 

 그는 대답하지 않고 좀 슬픈 눈으로 다시 웃었다.

 

 

 

 

 나는 또는 묻지 못했다. 마음속에 퍼져나가는 약간의 집요한 독점욕에 스스로가 싫어졌기 때문이었다.

 

 

 나를 혐오하는 이유는 오늘 한 여러가지 일들만 해도 충분했다. 더 이상의 이유는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그저 , 묻지 않고 웃었다.

 

 

 

 

 

 예매한 좌석에 들어가서 , 앉고 그는 내게 속삭였다.

 

 "진짜 많이 변했네-"

 

 

 

 "타임머신 타고 온 사람같은 말이네요-"

 

 

 

 

 내가 대꾸하자 그는 다시 웃었다. 그러곤 내게 한 손을 내밀었다.

 

 

 

 내가 그 가느다란 손을 바라보고 그의 눈을 한번 더 바라보고 손을 잡자

 

 불이 그제야 꺼졌다.

 

 

 

 

 손의 따뜻한 감촉만이 - 오롯히 어둠속에 내 손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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