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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너무 아픈 사랑은 , 사랑이 아니었음을
작성일 : 17-07-26 21:29     조회 : 15     추천 : 0     분량 : 1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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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작약은 말 없이 날 집으로 데려가서는 능숙한 손길로 커피를 내려 주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지 않는다. 옅은 커피, 더운날엔 얼음을 곁들여서

 

 내 취향에 맞게끔 달달한 커피를 준다. 아직도 우유를 섞어 주는 일은 없지만-

 

 

 

 

 홀짝이자 만족스런 향기가 코끝으로 퍼진다. 맛도 맛인데- 향기가 정말 예술이다-

 

 몸 안의 피 한방울 한방울에 깊게 스며들것 같은, 짙디 짙고 부드럽게 퍼지는 향기-

 

 

 

 

 그는 내앞에 앉았다.

 

 

  그는 평소 입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다- 원래도 나이를 알수 없게 생긴 사람이라지만

 

 저렇게 입으니 더 나이를 모르겠다. 30살이라고 알고는 있는데- 마치 25살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사람같아 보인다.

 

 웃을때의 천진한 미소나 조용히 투덜거릴때의 얼굴을 보면 앳띈 느낌이라 , 더 어려보이기 까지 한다.

 

 그는 커피를 한잔 더 내리며 모자를 벗고 머릴 쓸어내렸다. 가지런하게 그의 손길대로 돌아온 머리는

 

 평소의 그답게 얌전히 내려앉아 있었다.

 

 

 

 

 "정말 안 갈꺼야?"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그는 안 갈꺼냐고 물었다. 나는 씩 웃었다.

 

  무슨 대답을 해야할까-

 

 

 

 

 우린 어차피 추하게 변한 사이였다. 솔직한 말로 도하가 친구로 남고 싶다고 하는건 가슴속에 남은 일말의

 

 죄책감 때문이겠지- 아무런 감정이 남아있지 않아도- 그 정도는 괴로웠으면 싶다면 내가 나쁜걸까?

 

 그때 그곳으로 달아나야만 했던 나는 지구상에 혼자 남은 기분이었다.

 

 

 이미 한참 전부터 난 혼자였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이 사람 곁으로 오기까지- 또 사랑에 대한 겁이 얼마나 났던가-

 

 뛰어 들수 밖에 없으면서도 얼마나 망설였던가.. 얼마나 두려웠던가....

 

 

 

 

 "난 갔으면 좋겠는데-"

 

 

 

 

 

 그 답지 않은 강경한 말투였다. 나는 좀 어리둥절했다.

 

 "당신도 같이... 가게요?"

 

 

 

 

 

 그는 뭘 묻느냐는 듯한 표정이다.

 

 

 

 "그럼- 당연하지- 세상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또, 당신에게도 그런 옷을 입혀서 갈 생각인데?"

 

 그는 잔망스러운 표정으로 씩 웃는다- 이사람 지금 진지해?

 

 

 

 

 

 "...... 왜요?"

 

 

 

 

 그는 자기 잔을 들었다. 가지런하고 하얀 손에 들린 짙은 푸른 장미가 잔뜩 그려진 금빛으로 라운드가 세공된 티컵은 그의 손에 더 없이 어울렸다.

 

 그는 커피를 홀짝이곤 말을 이었다.

 

 

 

 

 

 

 

 "복수지, 말하자면-"

 

 

 

 

 조용하지만 힘 있는 말투,

 

 

 

 

 그 말에 나는 웃었다.

 

 복수라니? 왜 ?

 

 나도 아니고... 그가?

 

 

 

 

 

 

 "왜 웃어 ? 진지한데-"

 

 

 

 

 "무슨 복수요?"

 

 

 

 

 

 그는 한숨을 폭 쉬더니 말을 이었다.

 

 

 

 "그 멍청이같은 놈... 김도하인가? 그 때문에 니가 자신감을 잃은것 같으니까- 물론 너를 놓쳐준거야 나한텐 좋은 일이었지만

 

 자신감까지 가져간 뻔뻔한 놈에겐 복수가 어울리지-"

 

 

 

 

 그는 생긋 웃었다. 그런 말을 하면서 생긋 웃다니- 천진해 보이는 미소가 더 무섭다.

 

 

 

 

 

 "한번쯤 보고 싶긴 했었어- 좀 궁금하게 되잖아-"

 

 

 

 

 

 이 사람을 데리고 나가면 ...., 아니 이 사람의 손에 이끌려 나가면... 아주 많은 의혹을 사게 될 것이다.

 

 그 자리엔 많은 사람들이 올 테고 .... 물론 이 사람과 알만한 사람은 없겠지만

 

 

 예전에 친했던 아이들까지 올 텐데.... 뒤로 돌아올 이야기가 좀 두렵기도 했다.

 

 

 그는 어쩔수 없이 이목을 끄는 사람이니까-

 

 

 

 

 

 100명이 있대도 그 중에 처음으로 보일 사람- 1000명이 있대도 존재감이 뚜렷할 사람...

 

 

 

 

 

 

 하지만 김도하는 , 만약 내가 아는 김도하라면........ 작약을 본다면....

 

 몹시도 놀라겠지... 나를 매력따윈 없는 사람이라 여겼는데도

 

 매력이 끝난- 마지막 장을 다 봐버린 책처럼 손에서 놓아버렸는데도....

 

 

 

 저 꽃같은 남자가 나를 , 다른 감정이 아니라- 거짓말이 아니라... 사랑한다는걸 본능적으로 알수 밖에 없을테니까...

 

 

 

 

 아니.... 저 눈을 본다면 믿을수 있을 테니까

 

 

 

 그의 눈은 이제 나만 바라보고 있다. 마치 - 이 세상에 나 밖에 없는 것 처럼

 

 

 

 나만 있는 것 처럼

 

 

 마치 나로 인해 지구가 눈을 감고 뜨는 것 처럼-

 

 

 

 

 흔들림 없는 짙은 눈- 아름다운 눈망울...

 

 

 

 

 

 

 그래서 더 불안하다 저 눈이- 어느순간 나를 향하지 않게 될 까봐

 

 나는 나 자신을 잘 아는데... 나는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을만한 사람이 아닌데...

 

 하민씨완 달라서... 나라는 사람은 마지막 장이나 끝이란게 있을텐데....

 

 

 

 

 

 

 그의 눈엔 한치의 의심이 없어서..

 

 

 그 눈을, 그 믿음을 넘어선 법칙이 되어버린 그 눈을.... 실망시킬까봐서.... 그럴까봐서......

 

 

 

 

 

 나는 살짝 한숨을 쉬며 이야길 꺼냈다.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그에게 뭐라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는 해야 할 것 같아서...

 

 

 

 

 

 

 "..... 궁금해 할 필요 없는 사람이에요- 솔직히 난 가고 싶지 않아요-

 

 

 

 헤어질때, 우린 정말 구질구질했거든요"

 

 

 나는 말을 선택하고는... 그 순간까지도 공정하게 말을 정정하였다.

 

 

 

 

 "아뇨- 그냥..... 내가 그랬다고 할수 있겠네요- ... 끝난 줄 알면서도 그를 붙잡고 싶었으니까요-

 

 더 우스운건 나조차도... 그를 죽을만큼 사랑하고 있지 않았어요

 

 

 

 

 그냥 그 순간이 싫었던 걸지도 모르죠- 혼자 남았구나 그런걸 절감하는 순간이 두려워서... 그냥 붙잡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요-

 

 

 

  나는- , 늘 두려워요 그때 그 감정이-.... 내가 느꼈던 그 참을수 없이 구질구질한 그 감정이 두려워요...

 

 

 

 

 사랑은 언젠가는 시들어 버린다는게 두려워요"

 

 

 

 

 

 

 작약은 그 말에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나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의 눈은 짙다- 가지런한 이목구비가 눈에 들어오고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손을 뻗어서 내 머리께를 쓸어 넘긴다- 소중한 것을 어루만지듯이-

 

 

 

 마치 , 자신이 그 시절에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그래서 미안하다는 것 처럼,

 

 

 

 나는 얼굴이 붉어질것 같다. 알수 없는 감정이 가슴을 스친다.

 

 그의 목소린 조용하면서 부드럽게 내 마음에 스민다.

 

 

 

 

 

 " 괜찮아- 니가 말했었지- 그 사람과의 사이는 상한 우유 같았다고- ...

 

 

 좋은 사람과의 사이는 , 내 생각은 좀 달라-

 

 

 

 

 물론 시간이 지나가면 익숙해 질수 밖에 없지- 설렘보단 편안함이, 두근거림보단 익숙함이 먼저 일수도 있어-"

 

 

 

 

 

 그의 말은 담담했다. 자신과 하민씨의 사이도 그랬다고 이야기 할수 있는걸까?

 

 나는 순간 튀어나온 가슴속의 치기에 부끄러움이 앞섰다 잠시 고갤 숙였다.

 

 차마 그 눈을 볼 자신이 없어서-

 

 

 

 

 

 

 

 "하지만 그렇다고 그 관계가 망가졌다곤 할수 없어-.... 와인처럼 향긋해 질수도 있는거야- 서로를 이해하니까- ...

 

 

 더 좋을수도 있는거야... 적어도 난 그렇게 믿어....

 

 

 

 관리의 차이야- 마음이 무뎌지지 않게 서로 이어진 부분에 먼지 끼지 않게 끊임없이 얘길 나누고- 웃음을 나누고-

 

 이어진 부분이 부식되어 떨어지지 않게 서로 노력하는거.....

 

 그게 사랑이라고 난 믿어...

 

 

 솔직히 10년을 알아도 한 사람을 다 알았다 완전히 알았다곤 이야기 할수 없는거니까.... "

 

 

 

 

 

 그의 목소린 다정했다. 따뜻하고- 마치 자신에게 확인 받기라도 하는 것처럼 다짐이 느껴지는 말투였다.

 

 그런데 그 말이 믿어졌다.

 

 이 사람과는 그럴수 있을것 같았다. 이렇게 마주 앉아 있는데도

 

 도저히 현실감이 없었다. 그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 이마부터 , 눈, 코를 따라 손가락으로 이 사람을 느껴본다-

 

 

 

 그는 내 손을 피하지 않았다. 살짝 눈을 감았다 떠 주었다. 그리곤 내 손을 잡았다.

 

 

 

 

 

 

 "용기를 내- 언제나 당신은 용감했잖아-

 

 

 그래서 내게 늘 먼저 손을 내밀었지-

 

 당신에게 내가 , 이번엔 요정이 되어 줄게-

 

 

 영원히 풀리지 않는 마법을 걸어 줄게-

 

 

 

 당신은 하루짜리 신데렐라가 아닐꺼야-발을 헛디딘데도 벗겨지지 않을 유리구두를 신겨 줄게-"

 

 

 

 

 그는 진지하게 내 손을 잡고 말한다. 그 일을 현실로 만들 자신이 있는 것처럼.. 마치 말로 주문을 거는 것 처럼..

 

 그의 눈에 매료되는 나는 , 정말 마법이 일어나는 것만 같아 가슴께가 간질간질 거렸다.

 

 

 

 그는 그 말을 하다가 한쪽눈을 살짝 찡그리며 웃는듯이 말했다.

 

 

 

 "하지만- 둘이 그 사람이 원하는 '친구'는 되지 마- 코를 납작하게 해주면 그만이야-

 

 어떤 노력을 하던 , 댓가를 치르고 나는 당신이 뺏긴 자신감을 뺏아 올거야"

 

 

 

 그는 내가 자신감이 없는 이유가 도하 때문이라고 굳게 믿는 듯 했다. 그래 전혀 영향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어쨌든 우리의 약속을 배신한건 도하였으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작약의 말을 빌리자면-

 

 나의 '세상' 을 무너뜨리고

 

 그닥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 듯 보였으니까- 원망보다는 미움이 컸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감 결여에는 작약도 한 원인인데..... 나는 그걸 까맣게 모르는 그를 보며 재밌어서 웃었다.

 

 

 

  작약이 너무 아름다워서 때론 기이하게 느껴질 만큼 빛나서- 이 옆에서 자신감을 가질 여자가...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하지만 작약은 자신 만만하게 말한다.

 

 

 

 "걱정마- 그 예식장을 통틀어-... 당신이 가장 아름다울테니까- "

 

 

 

 

 그는 손을 꼭 잡으면서 ,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는 알고 있을까? 도하가 바람이 나서 우리가 헤어졌단걸-

 

 내 말들에서 , 내 눈치에서- 예민한 그는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묻지 않았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기억이 돌아오자 나는 떠올리지 않을수 없었다. 이탈리아에서의 시간을

 

 그 느긋한 햇살이 쏟아지던 아파트의 나무 바닥을 - 그 바닥을 디딜때 나던 소리들을

 

 눈을 뜨면 희미하게 나던 파라핀유와 오일냄새를 품은 건조한 캔버스의 냄새들을...

 

 

 조심 조심- 깨진 마음을 나 스스로 들추고 덮고- 깨진 조각들에 손이 베일까- 그 베인 틈으로 어떤 기억이 새어 나올까

 

 전전긍긍했던- 그 내내 나를 지탱해 줬던 세진이를-

 

 

 

 그리고 돌아와서- 다시 또 사랑에 , 지독해서 아파서 다신 하지 않겠다던 그 사랑에 , 손을 들이게 한 앞에 앉은 이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마치 다 아는것 같은 눈빛으로 날 보았다.

 

 그가 웃지 않았던 때가 기억이 안날만큼 멀어졌다. 그의 웃는 얼굴엔 너무 아름다운 빛이 어려서

 

 차마 밀어낼수도 차마 거절할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진심으로 두려웠다.

 

 

 

 

 

 

 

 

 

 -

 

 

 

 

 한참의 상담끝에 김박사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의 말이었다. 조금은 그 답지 않은-

 

 물론 명쾌한 해답을 바란건 아니었으니까 ,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랬는데 대답은 예상보다도 더 나빴다.

 

 그는 나를 달래듯 말을 걸었다.

 

 

 

 

 

 그 달래는 어조가 나는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싫어서 표정이 까칠해졌다.

 

 

 

 

 

 " 두손을 다 잡았다는 걸- 다 잡고 있다는걸-... 그분은 모르게 하면 어떻겠니"

 

 

 

 

 "......네?"

 

 

 

 

 

 

 내가 되물었다. 어이가 없단게 목소리에서 너무 드러나서 좀 미안했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었으니까-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거짓말은 하기 싫으니까-

 

 

 

 

 

 웃고 있을때의 나는, 요즘의 나는... 거짓말에도 서툴렀다. 물론 예전처럼 냉정하게 굴면 할수 있을지도 모른다.

 

 

 

 

 

 말 자체를 줄여서 그녀와 이야기 하길 꺼렸었으니까... 하지만 내 가장 여린 면을 허락한 여자에게

 

 

 

 

 이제와서... 무슨 거짓말을 하겠는가?... 그리고 통하기나 할까?

 

 

 

 

 

 

 김박사는 평소 답지않게 사무적인 말투로 덧붙였다.

 

 

 

 

 

 "물론 죄책감 문제까지는 내가 컨트롤 해 줄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다 막아줄수야 없을게다... 하지만 우선 고민할 시간에

 

 그분에게 더 잘해줘- 더 많은걸 주고 더 많은 기억, 추억- 니가 줄수 있는 모든걸 주렴-"

 

 

 

 

 담담하지만 밀쳐내듯 매정한 대답이었다.

 

 

 

 김박사를 찾아온다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을까..

 

 하지만 진실이긴 했다. 만약 한 손을 놓아야만 가질수 있다면

 

 놓아야 한다면..

 

 

 

 생각만으로 턱 뼈가 뻐근해 왔다. 뭔가 참을수 없는 일을 떠올린 듯이-

 

 턱에 꽉 하고 힘이 들어가서 나는 턱으로 손을 가져다 댔다.

 

 

 

 

 

 

 "한 손이 어디에 있는지도 잊혀지도록-한손이 다른곳에 있으려면 나머지 한손에 힘을 더 꽉 주렴-

 

 

 한번에 하나씩만- 해결하도록 하자꾸나- 그 분이 슬픈기색 느끼지 않도록 해-

 

 

 

 그 분은..... 너에게도 소중한 분이겠지만 나에게는 이미 , 내가 하지 못할 일을 해낸

 

 대단한 분이란다- 나한테 오기 전에도 너는 많은 상담의를 만났잖니- 모르지 않는단다.

 

 

 그때마다 아무런 말도 질문도 대답도 하지 않았단 것도-.... 심지어 입도 떼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것도-....

 

 차라리 니가 무슨 말이라도 했으면 했던, 욕이라도 해 주었으면 했던... 시기가 내게도 있었어-

 

 

 그런데 그토록 , 폭풍조차도 잠잠하게 소리없이 몰아치던 네 안에

 

 소리를 내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 만으로도

 

 나는 감사했단다. 진심으로-...... 그분이 너를 포기하지 말았으면- 놓아주지 않았으면 하고 바랬지..

 

 자꾸 너에게 말을 걸고- 성가시게 했으면 하고 나는 속으로 바랬어....

 

 

 그런데 니가 손을 내밀었고 그분은 또 잡았잖니-

 

 그런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어떤손을 놓아야 할까 생각하는 것 보니... 너는 참 여전히-"

 

 

 

 

 

 김박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지나치게 정직하구나- 여전히.... 꾀 부릴줄을 몰라-"

 

 

 

 

 

 "......."

 

 

 

 

 과연 그게 정직해서 일까.. 나는 시간을 들이면 들일수록 장하임이 좋아졌다.

 

 좋아진 너머의 사랑을 난 잘 알지 못했다.

 

 

 

 

  더 잘해주고 싶고 더 많은걸 해 주고 싶은데-

 

 

 

 

 한손으로 충분할까? 그게 내 마음에 일어난 질문의 존재였다.

 

 

 

 나는 좀 바보같을 정도로 장하임에게 마음이 휘둘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도망가고 싶을까봐 별일 아닌듯 지나친 순간순간이 마음에 맺혀서 응어리처럼 아프면서도 따뜻했다.

 

 

 

 

 

 마치 처음 본 걸 어미라 알고 따르는 새끼 오리처럼- 내 사랑은 내가 생각해도 의아할 정도로

 

 

 어느 선에서 차가운 이성은 끊어지며 맹목성을 띄었다.

 

  맹목적으로- 그녀를 따르고 싶어졌다.

 

 

 

 

 

 그렇게 되니 한쪽 손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그럴수 있다 생각한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그런데...... 그녀와 멀어져 서늘한 곳에 혼자 서 있기만 해도

 

 내가 감히 그럴수 있겠느냐는 물음이 나를 내리친다.

 

 

 

 

 

 "니가 괴로운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걸 감내할만한 분이시지 않니... 그 잠시사이에 너는 내가 알아보지 못할만큼

 

 늘 제자리에 매여 있던 니가 , 많은 걸음을 걸었잖니- 그대로 지켜 봐도 괜찮을것 같구나-

 

 

 해답은 스스로 내려야 할 거야.. 솔직한 마음 같애선 , 못해줘서 미안한게 사랑이지 미련한 죄책감에 시달리는건

 

 지난 사랑이라고 나는 말 해주고 싶구나... 하지만 니 마음을 내가 다 아는건 아니니 속단하진 않으마-...

 

 너의 괴로움을 아무리 들어도- 내가 다 알수 없을테니까........"

 

 

 

 

 김박사는 애매모호한 말을 했다. 놓았으면 좋겠다면서 속단하진 않겠다고.... 그게 무슨 말인지

 

 

 

 난 알아들을수 없었다.

 

 

 

 알아 들었대도 어떻게 대처할 만한 말이 아니기도 했다.

 

 

 

 김박사는 침착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처방약을 늘리마- 수면제도.....좀 더 강한걸로 처방하마- 잘 시간에 약의 힘을 빌려서라도 잠 들도록 해-

 

  괜히 번뇌하면 할수록 몸이 시달려서 견딜수 없게 될 거야-

 

 안정제도 시간 띄우지 말고 챙겨먹을수 밖에 없겠구나- 생각을 줄여야 한다. 쓸데없는 생각들을 줄여...

 

 

 잠시라도 좋으니 잡은 손을 즐기렴- 혼자 있을때 니가 괴로워 하면... 그분이 눈치 못 채실것 같니?

 

 눈치 챌수 밖에 없을거야- 그런 것에서 그분은 나머지 한손에 대한 확신이 필요해 지실꺼야

 

 그러니 한쪽손에 힘을 꽉 주란 말이야

 

 알겠니? 한손으로도 충분하겠구나 생각이 들면 그 분은 ... 재촉할 만한 분은 아니실꺼야- 그렇게 되고 나서 니가 선택할수 있도록...

 

 

 그때 되서 니가 놓아도 좋겠단 맘이 들어도, 충분하도록 ... "

 

 

 

 

 

 김박사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이제껏 김박사는 내게 어떤 일도 강요한걸 한적이 없었는데... 어떤말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 한 적은 없었다. 자신도 그걸 자각한것 같았다. 말을 잘못했다 싶었는지 입술을 살짝 깨물고 침묵하였으니까-

 

 

 

 

 "꽉 잡아드려라- 지금 내가 줄수 있는... 정답 아닌 해답은 이것 뿐이구나-"

 

 

 

 그의 목소리엔 차분했지만 힘이 실려 있었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고,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자리를 떴다.

 

 

 

 

 

 

 앞에 앉은 장하임은 불안해 보인다. 나는 괜한 허세를 부리고 있는게 아니었다.

 

 

 그녀가 잃은 거라면 내가 목숨을 걸고 찾아와 줄 거니까...

 

 

 

 나는 알고 있었다.

 

 

 

 

 그 남자와 헤어진 직후에 세진이라는 사람에게 가 있었다는 것을.. 아주 예전 - 처음 그녀를 만났던 즈음 강비서가 알아온 개인 신상서에 적혀 있었다

 

 이탈리아로 오랜 여행 후에 집을 매입했다고 되어 있었으니까....

 

 

 

 

  그땐 솔직히 몰랐지만, 아니 관심이 없었지만

 

 

 이제와 돌이켜 보니 그 남자에게 갔었겠구나 싶었다. 질투가 안났다면 멍청한 거짓말이지... 솔직히 질투가 났다.

 

 그때는 나를 몰랐다고 해도- 그녀가 무너졌을때 그녀가 쓰러졌을때 가장먼저 떠올린게 그 남자라는게

 

 질투가 났다.

 

 

 그녀 안에서 그 남자의 지분이란 내가 한번에 뛰어 넘을 수 없는 것처럼 견고하게 느껴졌으니까-

 

 

 

 유치한 질투는 그만하자. 나는 스스로에게 되뇌인 후

 

 밝게 말을 꺼냈다.

 

 

 

 

 "옷은 흰색으로 하자- "

 

 

 

 내가 말을 꺼내자 그녀는 풋 하고 당황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왜요?"

 

 

 

 

 나는 씩 웃는다. 예전에 장난치면서 살았던게 이제야 도움이 되는 시기가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철없던 그 시절이 왠지 가슴 시큰하게 그리운데- 웃으면 그 시큰함이 사라질것 같아서-

 

 

 

 "원래 결혼식에선 신부만 하얀색 입는게 예의라던데... 예의 없게 가는거지- 게다가-"

 

 

 

 나는 그녀의 머리께에 손을 가져다 댄다. 그녀는 그때마다 조금씩 떨고 있는거 같다.

 

 

 

 그 떨림에 나는 좀 머쓱해진다. 나를 아직도 겁내는 걸까?

 

 

 

 

 나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당신은 무척 하얗거든- 어울릴거야- 가기 한 3일전부터 준비해야 겠는데?"

 

 

 

 

 그 말에 장하임이 그제야 내가 기대한 미소를 보여준다.

 

 

 

 "당신이 더 하야면서-"

 

 

 

 

 "난 무조건 당신한테 맞춰서 입을거야-"

 

 

 그녀는 황당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본다- 큰 담갈색 눈에 가득찬 의아함과- 당황이

 

 나는 살짝 개구진 마음으로- 솔직히 즐거웠다.

 

 

 

 

 " 어머..... 이 사람 정말 진담인가봐-"

 

 

 

 

 장하임이 다시 당황한 듯 말을 이어나간다.

 

 

 "정말... 가야해요? 정말?"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일으켜 껴안는다. 언제나 손에서 품에서 스륵 사라져 버릴까 두려운 그녀를

 

 꽉 안아본다.

 

  그녀는 영문도 모른채 내게 안겨온다. 내 턱밑으로 쏙 안기는 아담한 그녀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나는 그녀를 안고 그녀의 귀에 속삭인다-

 

 

 

 

 "그럼 , 진담이지..... 내가 있는 이상 당신이 손해 보는 일 없게 할래-

 

 저쪽이 싸움 거는데- 왜 피하겠어? 목숨걸고 저쪽 완패 시키고 말래.... "

 

 

 

 장하임이 웃는건지 어이가 없어서 피식거리는 건지 몰라도 가슴께가 간질거리는 숨을 뱉어냈다.

 

 

 그리고 한참만에 대답했다.

 

 

 그녀다운 사려깊은 목소리로-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단정한 목소리로-

 

 

 

 

 "그럼 믿어 볼까요?"

 

 

 

 

 "그래, 날 믿어-"

 

 

 

 

 

 김박사 말 그대로였다. 나는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온몸의 힘이라고 해도 좋았다. 더 꽉 껴안자 그녀가 내 등을 톡톡 두드렸다.

 

 

 

 "숨막혀요-"

 

 

 

 "좀 막히면 어때-"

 

 

 

 내가 장난스레 덧붙이자 그녀도 나를 꽉 끌어안았다.

 

 

 

 

 나도 그만 웃고 말았다.

 

 

 

 

 

 

 -

 

 

 

 

 

 세진은 자신에게 친구를 통해 전해지고 전해진 믿을수 없는 편지를 보고 있었다.

 

 

 

 

 김도하의 청첩장......

 

 

 

 

 뭐랄까 자신은 당연히 받지도 못했고 ,가지도 않을 거였으나 편지를 전한 친구는

 

 

 

 하임이는 오지 않을까? 도하가 보냈냐고 물어도 대답은 안하던데... 말하는 투가 그래서... 란 대답을 남겼다.

 

 

 

 김도하 자식이 이상한 놈이란건 애초부터 알았지만 이 정도로 인성이 최하위인줄은 몰랐다.

 

 

 

 나는 두 사람 사이가 어떻게 무너졌는지는 알았지만 그 결정적인 이유가 바람이라는 것도 최근들어 제대로 안 참이었다.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이 그렇게 오랜시간을 머금어도 가질 수 없었던 그 사랑을

 

 김도하는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놓아 버린 사람이었기에- 그때 나와 마주 앉았던 때의 눈빛은

 

 확실히 견제였다. 내 여자에게서 떨어지란 눈빛이었다.

 

 

 

 

 그래서 자신은 멀리 떠나주었다. 그게 도리라고 생각했기에....

 

 그런데 그는 하임이를 먼저 놓았다.

 

 

 

 "멍청한 쓰레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만다. 내 귀에도 내 목소린 까칠하고 독기 어리게 들린다.

 

 

 

 편지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졌다. 하임이는 그 편지를 받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가기로 했을까?

 

 

 아니면... 받지도 않았고 갈 생각도 없을까- 자신이 아는 하임이라면 굳이 가지 않을 것이었다.

 

 

 

 쓸데없는 고통따위 피할 애니까-

 

 

 

  그러나 이미 자신은 하임을 잘 아는지... 아니 잘 안다고 자부할수 있는지

 

 알수 없어졌다. 그 남자가 알면 아마, 가자고 할지도 모른다. 남자는 거의 본능적으로 지는걸 못 견뎌하는 성미를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솔직히 이번엔 그 남자의 뜻에 세진도 동감하는 바였다. 그 자식이 대답을 안했다는 것 부터가

 

 편지를 보냈단 뜻이지 .... 자신의 눈치 빠름이 이럴땐 좀 야속했다... 그래도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 같이 가는게 자신이 아니라는게 더 없이 한 스러울 뿐이었다. 그 자식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줄 기회를

 

 자신도 아주 간절히 바랬으니까-

 

 

 

 

 

 저녁이 되자 늦가을의 비가 창 밖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촉촉하고 서늘한 공기가 폐에 가득 들어오자

 

 세진은 무연히 주머니 속을 뒤적거려 담배를 찾았다. 흡연은 나쁘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 안다고 해서 끊을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랑의 결말이 모두 행복은 아닌데... 모두가 다신 사랑 안한다면서- 다시 사랑에 빠지고 말듯이-

 

 자신도 어쩔수 없이 그 사랑을 붙잡고 살았듯이... 까칠한 입에 담밸 문다.

 

 

 

 

 작업실 현관 홀 앞에 비치된 의자에 스르륵 기대 앉는다. 옆에 떨어져 앉은 사람들의 잡담이 들리지 않도록

 

 이어폰을 끼고 볼륨을 높힌다.

 

 

 

 

  귓가에선 영원한 가객... 김광석이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하고 조용하게 속삭였다. 그 말에 찌르르 가슴이 쓰려와

 

 

 

 세진도 가만히 눈을 감았다.

 

 

 

 

 

 

 -

 

 

 

 

 

 그 뒤로 작약과 아무렇지도 않게 우린 책 작업을 했다. 정말 재밌는게

 

 이 사람은 오히려 전 보다도 더 원고를 건낼때면 쑥쓰러워 한다는 거다.

 

 

 

 

 마치 부끄러운 감정을 들키는 사람처럼 - 매번 얼굴에 홍조를 띄운다.

 

 

 

 

 

 그럼 좀 모른척 해주면 될 텐데... 나도 그게 재밌어서 자꾸 웃고 만다.

 

 그는 여전히 작업을 할 때만 안경을 쓴다. 차가운 느낌이 드는 은색의 가느다란 테-

 

 

 

 원래 안경쓰는 남잘 좋아하는 터라- 그가 안경을 쓰고 차가운 얼굴이 되었다가

 

 문득 문득, 나를 보고 잔망 터지게 웃음을 터트리면 귀여워서 견딜수가 없다.

 

 

 

 

 일부러 그러는 듯이 눈을 찡긋찡긋 거리는 것도... 이제껏 저런 장난기를 어디에 감추고 있었는지 정말 가늠할 길도 없다.

 

 

 

 

 그가 책장을 넘긴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 처럼 시선을 내린채로- 책은 이제 정말 끝이 다가왔다.

 

 두번이나 남았을까?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이제껏의 제본을 체크한다.

 

 

 

 나는 색이 기대한것과 다르게 인쇄 된 것에 포스트 잇을 붙여서 체크한다. 요모조모 따져 본뒤

 

 수정사항을 기록한다.

 

 

 

 

 "이제 정말 끝이 다가왔네요-"

 

 

 

 

 그는 그 말에 책에서 고갤 든다. 마치 예전의 차가운 표정으로- 그때는 일일이 차갑다.. 시리다 아프다...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알고 보니까 별 생각 없이 짓는 표정이 다소 무표정한 모양이다.

 

 

  얼마나 환히 웃는게 가능한지 알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의 표정 하나하나에도 집착한단걸 안다면.. 이 사람은 내게

 

 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티 내지 않고 살짝 웃는다.

 

 

 

 

 "좀 아쉬워-.... 써도 써도 부족한 기분으로 쓴 책이었거든-"

 

 

 

 그는 새초롬하게 웃는다. 정말 아낀 친구를 떠나보내는 듯한 표정으로-

 

 

 

 .... 아마 처음에 달 각주는 같을 것이다. 이 책을 처음 시작할때부터 그는 이미 각주를 달아 둔 상태였다.

 

 

 

 그걸 바꿀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런 짓을 할 정도로 내 심장은 튼튼하질 못했다.

 

 

 

 

 그런걸 요구 할 만큼 내 자신이 탐욕스럽지도 못했다. 이런 것에서 조차 양보를 하는 내가

 

 

 난 좀 미웠다.

 

 

 

 그때마다 나는 한쪽손이다. 한쪽손.... 한쪽이라도 충분해-

 

 

 

 라고 속으로 끝없이 되뇌였다. 충분하다고- 이것으로도 가슴이 꽉 찬다고-

 

 

 

 

 

 작업을 끝내자 그는 기지개를 쭉 폈다. 내가 무연하게 말을 걸었다.

 

 

 

 

 "오늘 옷이 평소랑 많이 다르네요-.. 그런 옷 입은거 두번째인거 같아요-"

 

 내 말에 그가 싱긋 웃는다.

 

 

 

 

 "전에 이런색 좋아한다 그러지 않았어? 짙은 적색..."

 

 

 

 그러면서 자신이 위에 걸친 셔츠를 펄럭인다.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사실이었지만 말한 기억이 있는지는 좀 헷갈렸다.

 

 

 

 나 때문인가?.....

 

 

 

 

 그는 왠지 오늘따라 밴드 멤버같아 보인다.

 

 눈가에 앉은 천연 스모키도, 선이 아름다운 팔에 걸쳐진 셔츠도-

 

 날씬해 보이는 청바지에 감싸인 다리도- 처음 보는 듯한 운동화를 신고 있는, 의외로 큰 발도-

 

 

 

 "내가 그런 말을 했었던가요? 되게 어려 보여요-"

 

 

 그 말에 그가 웃는다. 좀 토라진 듯한 표정으로

 

 

 

 

 "나 아직 어려.. 갓 서른인데.. 아... 해 지나면 31살이지만...."

 

 

 

 30살이 뭐가 어리단 건지.. 토라진 얼굴은 10대라고 해도 믿길만큼 귀엽게 느껴진다..

 

 나도 눈에 콩깍지가 씌여서 그런걸까 아님 이 사람이 그토록 특별한 걸까-

 

 그의 말에 나는 의자에서 일어서서 그의 볼을 살짝 꼬집곤 말한다.

 

 

 

 

 "그래요 아직 어리네요-"

 

 

 

 

 그 행동에 그가 찌릿할 정도로 눈을 바라보며 웃는다.

 

 

 

 바싹 다가온다. 안경을 낀 채로- 눈이 너무 깊고 진해서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만다. 손이 힘이 풀려

 

 스륵 그의 볼을 놓친다.

 

 

 

 "그말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의 입술이 야릇하게 비틀리며 웃어진다.

 

 마치 그런 대답하길 기다렸다는 듯이-

 

 

 그가 바싹 다가오고 난 나도 모르게 눈을 살짝 감았다. 그때였다. 요란한 초인종 소리가 들려온건-

 

 

 

 그는 짜증난다는 듯이 숨을 살짝 토해내곤, 내 입술에 가볍게 쪽 하고 입을 맞추며 일어났다. 그리고는

 

 진심 짜증어린 표정으로 인터폰을 확인했다.

 

 그리곤 말하는 버튼을 탁 누르고 물었다.

 

 

 

 "왜?"

 

 

 

 

 상대방이 누군지 금방 알수 있었다. 쿵쿵 문을 치면서 밝은 목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 왔으니까

 

 

 

 "미스터 심-!!!"

 

 

 

 까망이가 그 목소릴 듣더니만 제 자리에서 나와 문 앞에 기웃거렸다.

 

 

 작약은 정말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까망이를 살짝 흘겨보더니 문을 열었다.

 

 

 제이미는 여전했다. 하긴 바로 엊그제 봤으니 뭐

 

 달라질리 없었지만-

 

 

 

 

 "잘 지냈어요? 여전히 얼굴은 별로네요-"

 

 

 

 그 말에 작약이 미간을 확 찌푸린다. 제이미는 씩 웃곤 막 들어와 버린다. 뒤에 선 작약이 그 태도에 한숨을 내 쉰다.

 

 

 

 "어 하임씨도 있었네요!!"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예리하게 내 얼굴을 훑는다. 작약은 예전처럼 냉정을 찾아 보이는데-

 

 나만 어쩔줄 몰라하는것 같다. 우리 사일 다 이야기 하진 않았으니.. 하지만 제이미는 눈치가 엄청 빠른 사람이었다.

 

 

 

 

 알수 없기도 하고....

 

 

 

 

 "아... 그러면... 저는 - ... 가 볼게요-"

 

 

 내가 어색한 말을 하고선 짐을 주섬주섬 챙기자 제이미가 노골적으로 섭섭하단 표정을 지었다.

 

 

 

 "설마 나 때문에 가는 거에요?"

 

 

 

 그 말에 작약이 얄밉게 제이미에게 톡 쏘아 붙인다.

 

 

 

 "그럼 예의없이 들이닥친 너 때문이지 누구 때문일거라 생각하나?"

 

 

 

 제이미는 민망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러면서도 애교있게 씩 하고 웃는 웃음이

 

 차마 미워할수 없다.

 

 

 

 

 "저녁 해 주러 왔어요- 장 보고 요리할 건데 저녁 먹으러 와요-"

 

 

 

 사람좋은 미소를 짓는다. 작약은 어이 없다는 듯 혀를 찬다

 

 

 

 

 표정을 감추질 못한다. 길게 뻗은 눈꼬리에 묻은 짜증은 누구라도 기가 확 죽을것 같은데도- 제이미는 웃는다

 

 

 마치 보지 못하기라도 한듯

 

 

 

 "내 집이거든?"

 

 

 

 작약이 낮게 쏘아 붇이자 제이미가 싱글대며 말을 이었다.

 

 

 

 "에이... 이럴때 아님 당신이 뭘 먹기나 하겠어요? 요즘엔 뭐 먹고 살아요-?"

 

 

 작약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노려보았도- 난 어색하게 웃으며 문을 나섰다.

 

 뒤로 작약의 툴툴거리는 소리와 아랑곳하지 않고 웃는 제이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이미는 좋은 사람이지만 ......왜 작약과 제이미가 함께 있을때면 이토록 ...

 

 

 

 ....... 그녀의 향기가 짙어지는 것만 같은지

 

 

 

 

 나는 숨을 복도에서 크게 내쉬었다. 폐 속에 들어찬 그 간질대고 힘든 향기를 내 뿜어 버리기라도 할듯이

 

 그리고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집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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